무협/SF

色魂 無影客! - 5부 9장

본문

설 무영은 비소 속에 용솟음치는 실체를 빼내고 유끼꼬를 번쩍 들어서 눕혔다. 남녀의 방사 체위 중에 이익(二益)인 안기(安氣) 체위! 그는 그녀를 양와(兩臥)하여 다리를 뻗게 하고 그녀의 머리를 감싸 들어 올렸다. 전입식의 일종이며, 인류 특유의 성교 체위로서 보통 흔히 보는 체위이다.




안기(安氣)는 남녀 쌍방이 입맞춤이나 포옹을 하고 상대의 머리나 가슴, 배, 등, 음순, 회음을 애무할 수 있다. 또 음경의 질 내부에서의 각도나 심도, 운동의 강도나 추송의 완급을 가감하여 유열감(硝悅感)이나 절정감을 끌어내기 쉽고, 기혈의 순환을 촉진하여 기혈을 왕성하게 한다.




몽롱한 눈빛으로 올려다본 유끼꼬는 부끄러움으로 시선을 외면했다. 하지만 홍조로 얼굴이 발그스름해진 그녀는 팔을 뻗어 그의 허리를 부둥켜안았다. 그녀의 다리 사이에 무릎을 짚은 설 무영의 하복부에는 맑은 샘물로 적셔진 실체가 용솟음치고 있었다. 그의 시야에 들어난 그녀의 연홍빛 비소도 맑은 샘물을 흘리고 있었다.




거친 호흡을 흘리는 설 무영은 핏줄까지 돋아난 실체를 그녀의 비궁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녀는 다시 비소 속으로 치밀고 들어오는 남자의 실체로 포만감에 젖었다. 부끄러움에 시선을 피했던 그녀는 이미 황홀한 쾌감에 들떠있었기에 잔잔한 통증보다는 온 몸의 기맥이 한 곳으로 몰리는 황홀함에 감격하였다.




"주, 주군! 하 읍!"




설 무영은 포효하는 야수처럼 거칠게 유끼꼬의 전신을 갈기갈기 찢을 듯 거칠게 다루었다. 여인의 몸은 광풍같이 몰아치는 야수의 불길에 휩싸여 달구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내부에서 눈부신 불꽃같은 환락이 일어남에 눈을 치떠 그를 바라보았다. 알지 못할 전율과 신경세포를 올올이 곤두서게 하는 쾌감이 그녀의 전신을 휘감은 까닭이었다.




“하 읍, 아 하, 으 읍.......”


“허 헉! 허 윽, 헉........”




몰아치는 욕화의 광풍이 그녀를 차츰 거친 파도를 일구게 하였다. 한순간 극한 쾌감과 환락의 나락에 떨어지던 그녀의 나신이 작살을 맞은 은어처럼 퍼덕이게 했다. 유끼꼬는 처음으로 느끼는 열락에 취해 숨을 할딱거리며 자신도 모르게 어지러운 교음을 흘렸다.




"주…! 주군…! 제발, 아 읍! 어떻게 좀........"




돌연 설 무영이 유끼꼬의 발가벗겨진 나신을 안고 일어섰다. 그녀의 나신을 한 치의 틈도 없이 부둥켜안고 밀착한 채 일어선 그는 광폭한 몸짓을 하였다. 그는 비소 속으로 실체를 진퇴시키면서 연인의 민감한 그녀의 회음순까지 손가락으로 마찰하고 있었다. 그녀의 하복부를 가득채운 설 무영의 불기둥이 담금질을 하며 드센 폭풍을 일으켰다.




“하 우! 아 으, 으 읍........”




입술을 깨무는 그녀의 머릿속에 엄청난 환희의 불꽃이 피어올라 온몸에 퍼져 나갔다. 생애에 처음으로 느끼는 환락의 미로에 빠진 그녀의 나신이 뱀처럼 꿈틀거렸다. 유끼꼬는 전신의 세포와 신경이 폭죽처럼 피어오르는 황홀함을 이기지 못해 연달아 교음을 흘렸다.




"하~윽! 속하는 미, 미치.......겠....... 주군........ 하 으......."




절정, 설 무영의 목에 매달린 유끼꼬의 아담한 나신이 허공을 향해 솟구치다가 추락하기를 거듭했다. 그녀는 더 이상 살수를 하는 자객도 닌자도 아니었다. 단지 한 남자에 의해 욕화로 달아오른 여인일 뿐이었다. 고목에 매달린 여인처럼 뽀얀 두 허벅지로 설 무영의 허리를 휘감은 유끼꼬의 나신이 몸부림쳤다. 




유끼꼬는 최음독분으로 이성을 잃은 설 무영이 욕화를 배설하는 광란의 불길에 휩싸인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녀는 봇물 터지듯이 넘치는 환희와 열락의 나락 사이를 헤매며 지쳐갔다. 그들이 뒤엉킨 암동은 욕화의 불길로 가득 찬 습지로 변하고 있었다.




똑! 또옥! 똑!


석벽에 흐르는 물방울이 석동에 울려 퍼지고 정사의 불길은 멎어 있었다. 어디서부터인가 불어오는 암동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그들의 나신 위를 지나갔다.




"......!"




욕화의 불길이 사라지고 설 무영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팔을 베고 있는 유끼꼬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초점 없는 눈망울로 암동의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가 평소에 느끼고 있는 것이지만, 새삼스럽게 다른 여인들에 비해 자신이 아니면 의존할 곳이 없는 그녀에게 애착심이 치밀었다.




적나라하게 들어 낸 유끼꼬의 봉긋한 젖가슴과 보드라운 방초가 숨결에 따라 잔잔한 파동을 이루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생명을 몸속에 받아 드리고 황홀함에 감격하고 있었다.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던 설 무영이 불쑥 은 그녀의 나신위로 올라가 껴안았다. 그것은 그에게 의존한 그녀에 대한 아련한 동정심이자, 무한한 애정의 표현이었다.




"모든 것이 편안할 때 편안한 마음으로 유끼꼬를 갖고 싶었거늘........"


"주군!"




그의 말을 듣고 감흥에 젖은 그녀는 온 몸을 파르르 떨었다. 쌍꺼풀이 짙어진 그녀의 눈동자가 그를 올려다보았다. 며 그의 가슴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래! 모든 일이 끝나고, 우리 소박한 촌부가 되자.......!"


".........!"




감격한 유끼꼬의 봉옥에 두 줄기 눈물이 흘러 내렸다. 설 무영은 그녀의 눈물을 혀를 내밀어 닦아주었다. 그녀의 나신이 파르르 떨림과 함께 열기가 올랐다. 설 무영은 흠칫 그녀의 도화색으로 물든 봉옥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눈웃음이 짙어진 두 눈동자는 눈물과 함께 요기스러울 만큼의 애교를 품고 있었다.




고른 숨결을 이루고 있는 그녀의 젖가슴이 잔잔한 파도를 이루고 분홍빛 작은 유실이 앙증맞게 솟아 있었다. 한 점의 군살도 없는 하복부 밑에 자리한 방초는 촉촉한 습기를 잃지 안은 채 가지런한 기복을 이루고 있었다.




설 무영은 천천히 그녀의 뽀얗고 매끄러운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허벅지 살의 탄력감이 손바닥으로 전해짐을 느끼며 점차 그의 손길에 힘이 들어갔다. 그의 손아귀에 허벅지살이 잡히는 감촉에 유끼꼬는 짧은 교음을 흘렸다.




“으 음! 주군........”


".........!"




설 무영은 욕화와는 또 다른 욕정이 치밀어 오름을 느꼈다. 무심코 그녀의 허벅지에 닿은 그의 실체가 부드럽고 매끄러운 피부 촉감에 강렬한 자극을 받은 것이었다. 음독에 취하지 않은 정상적인 상태에서 스멀스멀 다시 충동을 받은 그의 하복부 실체가 불같이 용솟음쳤다. 그는 그녀의 젖가슴을 움켜쥐고 발끈 솟아있는 유실을 입안 가득히 담았다.




설 무영의 두 손이 그녀의 나신을 더듬고 내려가 탄력적인 둔덕을 지나 방초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설 무영의 입술이 여인의 유두를 지그시 물고 희롱하였다.




"허…윽!"




가슴을 들어 올리며 교성을 흘리는 유끼꼬의 나신이 은어처럼 퍼덕거렸다.




"이제 유끼꼬는 진정 나의 일부야..."




설 무영의 감정이 실린 말과 행동은 유끼꼬를 또 다시 알 수 없는 감정과 쾌락의 물결로 휘말리게 하였다. 감격하는 그녀의 붉은 입술이 살 프시 움직였다.




"주군…!"




유끼꼬는 지그시 눈을 감은 채 설 무영의 손끝으로부터 번져오는 환희의 물결에 교구를 떨었다. 아련하게 밀려오던 잔잔한 쾌락의 물결은 점차 거대한 열풍에 휩싸여 환희의 파도를 몰고 왔다. 아늑한 안락감에 젖은 그녀의 시선이 허벅지에 잇닿는 남자의 실체를 향했다.




검은 수림을 뚫고 힘줄마저 돋아나 있는 우뚝 솟은 거대함은 그녀의 벌어진 뽀얀 허벅지 사이의 방초 사이를 헤집었다. 화기를 뿜는 거물이 으깰 듯이 연약한 연홍빛 속살을 부비는 마찰은 그녀에게 묘한 쾌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녀는 정말 사부였던 요시테루(義輝)의 진언대로 요화였던가. 몰아쳐 오는 쾌감을 견디지 못하고 미칠 듯이 몸부림치든 그녀가 군살 하나 없는 미끈한 허벅지로 설 무영을 휘감았다. 불길을 토할 듯 거대하게 치솟은 그의 불기둥이 방초를 헤집고 다니더니, 어느 한 순간 촉촉하게 젖은 그녀의 비소를 으깨고 깊숙이 돌진하였다.




"하…읍!"




입술이 떨리고 그 사이로 터져 나오는 숨넘어갈 듯 흘러나오는 유끼꼬의 교성. 깊숙이 파고드는 철주(鐵柱)같은 실체에 놀란 그녀의 봉목이 붉어져 치 떠졌다. 그녀는 뼈끝이 아스러지는 짜릿한 통증에 이어 터질 것 같은 포만감으로 가득한 전율이 엄습함에 현기증마저 느꼈다.




유끼꼬의 머리를 감싸고 내려다보는 설 무영은 거침없이 하복부를 밀어붙이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급격히 밀려드는 쾌감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도리질하며 설 무영의 허리를 와락 부둥켜안았다. 아울러 그녀의 나신이 뱀처럼 꿈틀거리더니 파도를 일구며 일렁거렸다. 파도에 실린 설 무영도 무저(無著)의 동굴 나락으로 떨어지는 아찔함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우 읏…!"




설 무영의 입에서 헛바람 빠지는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는 그녀의 몸속에서 이전과 다른 환희의 쾌감이 가득 몰아쳐 오는 것을 느꼈다. 그의 실체인 불기둥을 옥죄어 오는 긴축감 때문이었다. 그녀의 작은 비궁 안에 가득 채워진 자신의 실체가 함몰할 것 같은 쾌감에 그는 전신이 녹아내릴 것 같았다.




유끼꼬의 감추어진 여인의 비소는 숨 막히는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명기였다. 뿐만 아니라 요기의 체질까지 감추어져 있기에 남자를 이끄는 업보를 타고났는지도 모른다. 사방으로 급격히 조여드는 압박감과 신비의 여체 안으로 빨아들이는 흡입감에 혼미할 정도였다.




설 무영은 그녀의 비소속의 여린 살점이 긴축을 할 때마다 옥죄어 오는 숨 막히는 감촉에 전신의 혈관이 터질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거친 숨을 토해 내며 그는 그녀의 나신을 부수어 버릴 듯 하는 기세로 노도와 같은 광풍을 몰아쳤다. 그가 거칠게 몰아붙일 때마다 그녀는 더욱 요염한 표정으로 몸을 뒤틀었다. 처음보다 더한 교감으로 그들은 서로의 몸을 학대하듯 탐닉하였다.




"주, 주군! 소…소저를 어떻게 좀........."




유끼꼬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교음은 원초적인 욕화의 절규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녀는 하얗게 눈자위를 치뜨고 미친 듯이 머리를 흔들었다. 반사적으로 거친 숨소리를 내뿜는 설 무영의 하체가 격렬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부들부들 떨며 그를 더욱 깊숙이 받아들이려 몸을 밀착하여 요동을 쳤다.




“아 읍, 하, 아 으, 으 으, 하 으.......”


“턱, 턱, 턱, 찌걱, 찌거덕, 턱, 턱........”


“헉, 헉, 헉,........”




빨라지는 숨소리와 하복부가 잇닿은 마찰음, 그리고 희열에 흘리는 샘물의 끈적거림. 암동의 습기마저 말려버리는 열풍이 거대한 파도를 일구고, 부서지는 파도는 폭풍으로 다시 거대한 해일을 일으켜 산산이 부서지며 은하수같이 눈이 부시도록 흩어져 갔다. 숨찬 역동의 맥박소리와 함께 일순간 몰아치던 폭풍과 파도가 솟구진 채 멈추어 폭풍전야를 이루더니 유끼꼬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주, 주군! 하 읍........!”




절정의 극치에 정신마저 아득해진 유끼꼬의 몸속에서 흘러나온 남자의 실체를 휘감았다. 그리고 설 무영의 몸도 경직되었다. 솟구쳤던 파도가 해일에 밀려 부서지고, 폭풍은 고이 간직한 비궁 안에 분신의 용암을 쏟아내고 폭발하며 깊고 강력한 애정을 쏟아 부었다. 뒤틀리던 유끼꼬의 둔부가 들어 올려지며 그의 몸을 치받았다.




"하…읍!"


“허 윽!”




절정(絶頂). 극한 희열에 빠지고 싶은 욕망으로 가득 찬 유끼꼬의 옥수가 설 무영의 어깨를 움켜쥐며 파고들었다. 또 다시 두 사람은 진정한 연민과 애정으로 얽혀져 환희의 절봉(絶峰)에 올라선 것이었다. 지금 순간 그들은 가신의 위치를 떠나 오직 갈구하는 사랑의 쾌락에 몸부림치는 한 쌍의 연인일 뿐이다.




남자의 실체로 비소를 가득채운 유끼꼬는 스칠수록, 만지수록,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경련을 일으키며 달아오르고 휘어지며 다급한 옥음을 터트리며 사내의 몸을 조이고, 사내는 그럴 때마다 본능적으로 더욱 달구어지고 뜨거워져 폭발을 거듭하였다.




감당할 수 없는 뜨거움과 격정이 두 사람에게 몰아처가고, 사내는 한 마리 야수가 되어 요화로 변한 여인을 탐닉하며 그녀의 육체 속으로 더욱 깊숙이 침몰해 들어갔다. 유끼꼬는 업보를 씻어내려는 듯 마지막 남자의 가슴속에 매달려 의식의 마지막 한 가닥까지도 놓치지 않으려 애쓰며 힘겹게 헐떡였다.




"하…으! 속하는, 소첩은 주, 주군의 여자......."




중원을 종횡무진 돌아다니는 것은 둘이었지만, 언제나 하나이고 싶었던 그들의 마음은 육체마저 하나가 되어 드넓은 환희의 망망대해를 마냥 헤매고 있었다. 서로의 잇달아 터지는 희열의 숨소리는 자신의 아픔이고 애정이고 안락하고 싶은 가슴이었다.




"......!"




풍랑을 일으키는 태풍이 지나고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깊은 잠속에 빠져들었다가 운기 조식을 끝낸 설 무영은 십팔경락(十八經絡), 십이중루(十二重樓), 임맥삽십육로(任脈三十六路)의 모든 경매(經脈)과 혈로(血路)가 막힘이 없이 타통되고 취혼독에 억제되었던 독맥칠십이경로(督脈七十二經路)가 자연스럽게 흐름을 느꼈다.




문득 설 무영이 돌아 본 곳에 어느 틈에 유끼꼬가 좌궤(左跪)를 하고 대기하고 있음을 알았다.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예전과 다르게 더욱 온유하였다.




"유끼꼬! 앞으로는 내 앞에 좌궤하지 마라! 너는 나의 가신이 아니라, 정인(情人)이다!"


".........!"




그의 말을 듣고 감격한 유끼꼬의 눈동자 속에 흑수정이 반짝였다. 그는 천천히 일어나 의복을 집어 들었다. 어느새 유끼꼬가 그의 의복을 암동의 물로 세척하여 건조시켜 놓은 것이다.




덜 그덕!




설 무영이 집어 들었던 의복에서 무엇인가 떨어졌다. 그가 자허선사에게서 받아 품속에 간직했던 물건으로 황룡사에서 사천왕을 관찰하며 빼어 들었던 사라묵주였다. 그런데 의외의 일이 벌어졌다.




"......?"


사라묵주를 축잠낭(縮潛囊)에 넣으려던 설 무영은 흠칫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다시 쳐다보았다. 아무런 표식도 없었던 사라묵주에 기형의 도해가 보이는 것이었다.




"사천왕…!?"




분명히 사천왕 중 권(拳)과 장(掌)으로 서방을 지키는 광목천왕(廣目天王)의 윤곽이었다. 그는 급히 일백 팔개의 묵주를 세심히 살폈다. 그 형태는 모두 천지간과 오방의 다른 형상을 이룬 동작이었다. 그런데 젖어있는 묵주 외에 물기가 마른 묵주는 그 도해가 흐릿한 것이다.




고개를 갸웃거린 설 무영은 급히 염수가 담긴 석동 입구로 가서 묵주를 물에 담갔다.




"그래! 염수였어.…!"




설 무영이 희색이 만연하여 외치자, 유끼꼬가 미소를 머금고 그의 곁으로 달려왔다.




"자, 봐! 유끼꼬! 청량한 공기 속에서 자란 사라성목(沙羅聖木)은 그 성질이 다른 염분에서 변하는 것이었어. 하하하........!"




그의 호쾌한 웃음소리가 암동에 울려 퍼졌다. 그랬던 것이었다. 비옥하고 오염되지 않은 성지에서 자란 사라성목에 그 성분이 극성을 이루고 있는 염수로 도해를 그려 넣었기에 평상시에는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백팔개의 첫 묵주에 선연한 글자가 나타나 있었다.




반야태양심공(般若太陽心功).




그리고 순차적으로 반야태양심공의 구결과 달성에 필요한 연마 체형이 그려져 있었다. 반야태양심공은 심오한 내공이면서도 고도의 체력의 선기를 필요로 하는 심공이었다. 선기를 연마하기 위해서는 전신에 흩어져 있는 혈도에서 모든 기도를 찰나에 한곳으로 모을 수 있는 육체의 단련이 필요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미 설 무영은 신폭쾌선공(神瀑快仙功)으로 근육의 순발력에 극치를 이루고 있고, 윤회역근대승공(輪廻逆筋坮承功)으로 혈맥을 자유자재로 이끌고 있는 것이었다.




설 무영은 염수에 사라묵주를 수없이 염수에 담그면서 사라묵주에 숨어있는 반야태양심공의 구결을 독해하는데 몰두하였다. 사라묵주에 있는 반야태양심공의 구결은 멸사선공을 연마하는 것이었고, 천지조화의 변화를 뜻하는 광목천왕의 동작은 두 개의 외공을 연마하는 도해였다.




반야태양심강(般若太陽心功).


사와 마의 기공을 무산시키며 호신강기를 일으키는 내공심법이었다. 그중에 반야태양살(般若太陽乷)은 태양의 광열이 회오리 같은 폭풍으로 선강을 일으켜 쏟아져 주위의 공력을 무산시키며, 반야태양참(般若太陽斬)은 태양의 광열이 노도와 같은 해일의 선강을 일으켜 쏟아져가 상대를 제압하는 선공(仙功)이었다.




그것은 마와 사를 제압 멸살하는 불심의 기공으로서 심공을 일으켜 장력을 발산하기도 하고, 병기에 주입하여 강기를 발산하기도 하는 상상을 초월하는 강공으로서 한 번 초식을 일으키면 삼백 육십오 개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었다.




설 무영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유끼꼬는 소리 없이 정좌하고 앉아 오성에 불과한 태음화강진록(太陰花剛眞錄)의 무공을 극성에 달성하는 연마에 들어갔다. 각기 무공을 연마하는 암동은 고요한 침묵에 빠져 들었다.




태양이 사라지고 삼라만상이 어둠속에 갇혀 지척을 분간할 수 없는 그믐날, 잔잔한 담수호 가운데 물살이 갈라지고 두 개의 인영이 까마득하게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그들은 서천성 방향으로 신형을 날려 사라지는 설 무영과 유끼꼬였다.




짹! 짹! 쪼르릉! 째짹!




새들의 지저귐이 싱그러운 유월의 한낮은 평화롭기만 하다. 도화성(桃花城) 후원의 흐드러지게 만개한 도화들 사이로 벌과 나비가 한창 분주하게 날아들고 있었다. 누각의 모퉁이에서 물끄러미 현란한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 나삼의를 걸친 궁장 여인이 있다.




나삼의 사이로 여인의 어렴풋이 들어난 나비 같은 자태(姿態)가 뭇 사내의 마음을 동요시키기 충분하다. 그런데 도화를 바라보는 여인의 눈에는 의혹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아름답구나! 저 여인의 진면목을 감추고 있었다는 것은 영랑이 나를 속이고자 함일까?)




여인은 다름 아닌 설난미화(雪蘭美花) 소류진(昭流珍)이었다. 더구나 그녀의 시선이 쫓고 있는 것은 도화를 찾는 벌과 나비가 아니라, 도화 나무 사이를 거니는 설 무영과 은비살, 유끼꼬의 모습이었다.




소류진은 설 무영의 적극적인 지원과 장욱진(張旭珍) 노인의 도움으로 모란장원은 재건되었고, 모란장원이 몰락 후, 사라졌던 가솔들과 방을 보고 모여든 사람들 중 선발한 무인과 하인을 합한 가솔이 삼백여명이 넘었다.




그녀는 장노야와 새로 선발된 세 호법에게 모란장원을 맡기고 도화성으로 와서 설 무영에게 고마움을 표시하였다. 전도련은 해남성으로 가고 없는 도화성에 없었다. 그런데 또 다른 여인의 모습이 나타난 것이다. 은비살이 유끼꼬라는 동영여인으로 변모하여 있었다. 더욱이나 설 무영은 유끼꼬를 호위가신뿐만 아니라 여인으로 대하고 있음이 분명하였다.




백색 무복을 걸친 설 무영이 유끼꼬와 무엇인가 열심히 대화를 하고 있었다. 유끼꼬는 예전의 남장 무복의 모습이아니라 착 달라붙는 백색경장 차림이기는 하지만, 앙증맞은 교구와 자태는 눈길을 끌만큼 여인의 향기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윤기 흐르는 흑발을 때때로 손으로 매만지는 그녀가 설 무영의 팔에 의지하기도 하며 보조개를 드리운 웃음을 흘리는 나긋한 자태는 요화와도 같았다.




문득 소류진의 도톰하고 육감적인 입술에서 탄식이 흘러 나왔다.




"내가 설 자리를 잃은 것일까......!?"




그녀는 비스듬히 전각 모퉁이에 몸을 기대며 탄식했다. 그녀의 추호(秋湖)같이 맑고 초롱초롱한 눈동자에 질투어린 눈빛은 여인의 시샘일런가? 누군가 바라보고 있는 줄도 모르는 그들은 한창 대화에 열중이었다.




"그렇다면 하동절도사(河東節度使) 조광윤(趙匡胤)이 중원 절도사 휘하의 정예군을 황제의 직속군 금위군으로 흡수하여 절도사들을 무력화 시켰다는 것인데......."




하지만 소류진의 감정과는 달리 의외로 심각한 표정으로 말한 설 무영이 유끼꼬를 바라보았다. 유끼꼬가 이어서 수정 같은 봉목을 반짝이며 말했다.




"뿐만 아니라, 조광윤은 황제의 권력을 강화하고는 머지않아 새로운 왕조를 건립한다는 소문이에요........"




유끼꼬는 서장의 담수호에서 나온 후 설 무영과 헤어져 소림사에 들려 도화성으로 돌아왔다. 그것은 그를 대신하여 그녀가 사라묵주를 자허선사에게 반납하기 위해서였다. 그녀가 돌아오던 중에 풍문으로 들은 소식이었다. 설 무영을 바라보던 그녀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것은 거의 확실한 소문일거예요. 왜냐하면 야래향에 새로운 청탁이 들어 온 것과 연관이 있을 듯해서요."


"야래향이 무슨 전달을......."


"평로절도사(平盧節度使) 황문하(黃汶夏)를 제거해달라는........"


"흠…!?"




설 무영이 황실의 호검시위(護劍侍衛) 은금자련(隱琴紫蓮)과 용운왕자를 구출하여 남경의 석두성으로 조광윤을 찾았을 때, 그는 황문하(黃汶夏)가 태현왕자를 황태자로 천거하려는 자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당연히 조광윤은 자신의 대업에 가시 같은 황문하를 제거하려 할 것이다.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는 설 무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청탁을 받아들이라고 해!"


"복명!"




유끼꼬는 예전 같으면 좌립을 하고 명령을 받았건만, 나긋한 허리만 가볍게 낮추는 예를 하였다. 불현듯 그녀는 다시 의구심을 일구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좋지 않은 소문이......."


"무슨…!?"




미간을 치켜 올린 설 무영이 유끼꼬를 마주 보았다.




“귀주성(貴州省) 근처에서 세인들의 민가에서 살인사건이 자주 일어난다는 흉흉한 소문이 일어나고 있어요.”


"........?"


"그런데 그 사건이 점차 동북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에요........"


".......!"




설 무영은 흉흉한 살인사건과 당금의 중원 변화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인가를 심사숙고 생각을 하였다. 문득 설 무영은 익히 기억하는 체향이 콧속으로 스며들음에 뒤를 돌아보았다. 무표정한 소류진이 다소곳한 자태로 그들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존후(尊后)......!?"




유끼꼬가 허리를 숙여 소류진에게 예를 다하였다. 도화성 가술들은 암암리에 누구나 소류진을 설 무영의 첫 번째 아내로 인정하고 있었다. 유끼꼬는 도화성 가솔들이 호칭하듯이 서슴지 않고 그녀를 존후라 하였다.




".......!"




소류진은 유끼꼬에게 밝은 미소를 보내는 것으로 답을 하였다. 그러나 설 무영은 소류진의 봉옥에 순간적으로 스쳐지나가는 그늘을 감지했다.




".......!"




설 무영은 소류진과 유끼꼬를 번갈아 보며 눈치를 살폈다. 잠시 서먹한 분위기가 지나갔다.




"그럼, 속하는......."




어색한 분위기를 눈치 챈 유끼꼬가 허리를 굽혀 예를 하고는 자리를 떠나 사라졌다.




"......!"




설 무영은 소류진의 표정을 살피는 동시에 중원 무림의 변화에 대해 생각하며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흐드러지게 핀 도화목 그늘 사이로 한 가닥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은 그들의 머리카락을 날리고 도화의 꽃잎을 떨어트려 그들의 주변에 나부끼게 했다. 문득 소류진이 작은 소리로 옥음을 굴렸다.




"언제부터.......?"




그녀는 감정을 들어내기 거북하여 말을 맺지 못하고 눈치를 살폈다. 설 무영은 자신의 생각에만 몰두해 있다가 그녀가 묻는 의미를 헤아리지 못했다. 그러나 이내 그녀의 묻는 말뜻을 이해하고 그는 겸연쩍게 억지미소를 지었다. 설 무영은 순간의 분위기를 모면하려는 듯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 올리며 말했다.




"가신이었을 뿐이요. 허지만 이제는......."




설 무영은 변명을 하는 자신이 낯부끄러웠다. 그는 슬그머니 팔을 뻗쳐 소류진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소류진은 그에게 안기면서도 뻔뻔스러워 보이는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시선을 의식한 그는 무안하고 당황스러워 얼굴이 벌게지며 쩔쩔매는 순수한 표정을 보였다.




"용서하시오! 그리고 유끼꼬를 사랑해주오......."




소류진의 귓가에 그의 입김과 아울러 속삭이듯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는 그는 서슴지 않고 소류진의 나긋한 교구를 힘차게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는 놀라서 동그란 눈동자로 쳐다보는 그녀의 습기어린 입술을 덮어 눌렀다.




"읍…!"




갑자기 당하는 입맞춤에 소류진은 그의 품속에서 버둥거렸다. 설 무영은 가슴에서 벗어나려는 소류진을 놓으려 하지 않았다. 밀고 당기는 그들의 모습!




"크윽~!"




그들의 모습을 보고 터지는 웃음을 삼키는 사람이 있었다. 후원 모퉁이를 돌아서서 잠시 지켜보던 유끼꼬였다. 설 무영과 소류진은 자신들의 모습을 훔쳐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 광경을 숨어 보고 있던 유끼꼬는 웃음을 삼키며 전각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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