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色魂 無影客! - 2부 4장

본문

여인의 이름은 전도련(顚挑蓮). 


해남성(海南城)은 검절군황(劍絶郡皇) 백상익(帛象翊)이 성주다. 성주 백상익은 해남검법의 달인으로서 검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성주 백상익이 해남성의 명성을 이끌어 가는데 절대적인 존재로 가신 사룡패왕(四龍覇王)이 있다.




사룡패왕 중 금룡패왕(錦龍覇王) 전광문(顚洸雯), 그가 전도련의 가친이었다. 성주 백상익은 전도련의 미모와 밝은 지혜에 이끌려 그의 영식(令息)이자 소성주인 백도준(帛跳峻)과 혼인을 시켰다.


전도련과 백도준은 결혼 후 무탈하게 이년여의 세월을 보냈다. 그런데 전도련의 어린 영식 백건우(帛乾雩)의 백일잔치를 끝낸 저녁이었다. 모두가 잔치의 기쁨에 들떠 하루를 지내고 지친 몸으로 잠이 드는 시각이었다. 해남성에 붉은 적두건을 두른 무리들이 일거에 성을 장악하였다. 단시간에 이루어진 일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치밀한 음계가 숨어 있었던 것이다.




적두건의 수좌는 무명의 미혼약을 내놓고 해남성 성주와 가신들에게 먹을 것을 강요하였다. 가족의 생명을 담보로 강요하는 미혼약은 일 년에 한 번 해약을 먹지 않으면 온몸이 부패되어 단번에 생명을 잃는 극독이었다. 그 와중에 젊은 혈기의 백도준은 항거하다가 죽음을 면치 못했고, 성주와 사룡패왕은 무명의 미혼약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그 자리에 없었던 전도련은 해남성을 빠져 나올 수 있었고, 검절군황은 전도련에게 손자의 장래를 간곡히 부탁하였다. 해남성을 빠져 나와 정처 없이 북쪽을 향해 떠돌던 전도련은 자운암(姿雲庵)에 잠시 유숙하게 되었다.




자운암에는 화련신타(華蓮神陀)라는 주지 여승이 독거정양(獨居靜養)하고 있었다. 화련신타는 전도련의 애타는 사정을 듣고 머물게 해 주었다.




"그런데......! 화련신타님은 작년에 성불하셨어요."




자신의 과거사를 말하고 전도련의 어깨가 잔잔하게 떨리고 있었다. 설 무영은 애잔한 마음이 일어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음~!"




그러나 설 무영은 무슨 말로 그녀를 위로할지를 몰랐다. 잠에서 깨어난 건우가 손발을 바동거리며 설 무영을 향해 방긋 웃고 있었다. 어린아이를 바라본 그녀의 봉목에 두 줄기 눈물이 흘러 내렸다.




"아이 때문에 목숨을 끊을 수도…….흐흑!"




어린 건우는 어미의 구슬피 우는 마음을 모르는 것일까. 설 무영이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제가…! 제가 살아있는 한은........"


".........!?"




처연해진 설 무영이 말을 흘리고는 흠칫 놀랬다. 자신이 내 뱉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다시 생각했다. 허지만 그로서는 가슴 아파하는 비운의 여인을 모른 채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저도 기약 없는 생명이지만, 기둥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나이어린 약관의 청년으로서 웅비한 남자의 가슴으로 하는 당찬 말이었다.




"......!"




설 무영의 품에 안긴 그녀의 물기어린 눈망울이 그를 올려다보았다. 설 무영은 지금까지 그녀를 부지불식간에 대하였었다. 처음으로 가까이 있는 그녀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기품이 서린 반듯한 이마, 붓으로 그린 듯 단아한 눈썹, 화사하고 갸름한 봉옥에 유성이 흐르는 밤하늘같이 깊고 그윽한 눈동자와 앵두를 머금은 듯 붉은 입술, 유연한 곡선을 이룬 콧날, 습기를 머금은 백설 같은 피부는 경국지색의 미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자신과 여인의 나이 차이를 생각하면서 설 무영은 은연중에 얼굴을 붉게 붉혔다. 그러나 결코 그녀는 설 무영보다 나이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동안(童顔)이었다. 그를 마주보고 있는 전도련은 설 무영에게서 인중지룡(人中之龍)의 풍도를 느꼈다.




황망 간에 일어난 일이었기에 전도련은 설 무영의 용모가 출중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자세히 볼 기회가 없었다. 설 무영이 나이는 자신보다 어리지만 듬직하고 비범한 인상을 풍겼다. 시원하고 짙은 검미, 우뚝 솟은 코, 붉은 입술, 반듯한 이목구비와 골격은 보기 드문 헌헌장부(軒軒丈夫)였다.




설 무영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녀는 문득 부끄러움이 앞섰다. 봉옥을 빨갛게 물들이며 홍조를 띤 그녀는 슬며시 자세를 바로 잡고 앉아 옷매무새를 고쳤다. 그녀는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아니요..! 그럴 수는 없어요.......!"




그녀의 어떤 답변도 의식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말을 뱉었던 설 무영은 거절을 당하고는 당황하였다. 그러나 비록 황망 간에 일어난 일이었지만, 그도 남자의 자긍심을 지키고 싶었다. 




"제가 나이가 어려 그만한......."




설 무영은 그만한 용기와 능력이 없어 보여 그러냐고 묻고 싶었다. 그때 그녀가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입을 열었다.




"아뇨......! 부덕한 업보를 지닌 저로 인해 불행을 줄 수는 없어요...."


"업보…!?"


".......?"




설 무영은 그녀의 말을 되 내이며 처연한 표정을 지었다. 전도련은 불연 듯 설 무영의 우수에 찬 눈동자와 고독의 그늘이 드리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는 허공을 주시한 채 말했다.




"배려하는 마음은 아름다우나 자책하지는 말아요......! 누구나 자신의 운명을 갖고 태어난다고들 합니다......."


"......!"


"제게는 신원도 감추고 살아야하는 어린 시절이 있었지요........"




설 무영의 입에서는 더듬더듬 자신의 가슴속에 응어리진 사연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는 선조의 비사와 부모의 참혹한 죽음 등을 대략 말하고, 은원을 밝히기 위하여 신분도 감추고 살아야하는 심정을 말했다. 




"그래서 내 생명의 마지막을 모르지만, 아직은 죽어서도 안 된다는 것이지요......."


".....!?"




담담한 어조로 말을 하지만 지난 일을 다시 기억해 내는 설 무영의 두 눈에서는 무섭도록 냉막함이 흘렀고, 적막감과 아울러 고독감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증오와 복수에 대한 결연한 자세 뒤에는 태산 같은 종사의 기품이 깃들어 있었다. 설 무영은 다시 그녀를 주시하였다.




"괜찮다면 진정 기둥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




어쩌면 비련의 사연을 듣고 있는 그녀는 여자로서 모성애의 본능이었던 탓일까, 설 무영의 표정을 놓치지 않고 주시하였다. 그의 말을 듣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던 그녀가 머뭇거리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작은 옥음을 흘렸다.




"그럼…!"


"........?"


"이 못난 여인이 주인으로 모시도록 허락을.......?"




설 무영이 마주 바라보며 손을 저었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조인이라니요! 제가 더욱 죄를 짓는 결과입니다........"


"........!?"


"비록 예기치 못한 인연이지만, 사매(舍妹)라고 부를 수는 없고........"




그녀에 대한 호칭을 말하려던 설 무영은 당황하였다. 정분을 나눈 전도련에게 막상 호칭을 부르려니 막막하고 쑥스러웠기 때문이다. 이내 설 무영의 의중을 읽은 그녀가 미소를 띠우며 말했다.




"그냥 련아라고......."


"그럼 저에게도 편한 데로......."




마땅한 호칭이 떠오르지 않는 설 무영은 말을 얼버무렸다. 전도련은 비록 설 무영이 나이가 아래이지만 존경하는 마음에서 하대를 하지 않았다. 그들은 은연중에 상대에 대한 따뜻한 감정이 솟아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가슴이 저미어 오는 동질감을 느끼며 서로의 눈길을 마주쳤다. 그들은 부지불식간에 이루어진 끊을 수 없는 인연과 서로의 아픈 사연을 감싸 안을 수 있는 연정이 일어난 것이다. 설 무영은 처음으로 이성을 느끼게 한 전도련의 가녀린 어깨를 살며시 끌어안았다. 전도련의 봉옥으로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설 무영의 귓전에 옥구슬 굴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군(家君)! 저 아이의 사부가 되어주세요..!"




설 무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전도련의 등을 토닥였다.




"그러리다.…! 아비 노릇도 하고, 천하 제일인이 되게 하리다.......!"




아비라 했던가? 전도련의 눈동자에 이슬이 기득했다. 감격에 어린 눈물 탓에 그녀는 목이 잠겨 간신히 목소리를 흘렸다.




"고마워요~!"


"속히......! 편히 쉴 곳을 마련하여야 할 텐데......."




환경은 다르지만 외롭고 고독한 시간들을 잊고 싶은 그들이었다. 그들이 주고받는 눈빛은 서로의 마음속에 깃들었던 외로움을 포근하게 만드는 것이다. 뜨거운 태양의 햇살도 외롭고 고독함을 달랠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것은 금은보화도 아니고, 오직 진실한 감정에서 솟아나는 간절함이었다.




어느덧 계절은 춘풍지절(春風之節)의 막바지.


삼라만상이 짙은 초록으로 단장하지만, 세인들의 마음만은 그렇지가 않았다. 황실은 부패하여 오대십국(五代十國)의 중원대륙 쟁탈전이 피 비린내를 뿌리고 있는 가운데, 이년 째 계속되는 가뭄과 흉년. 가난한 사람은 목근초비(木根草肥)로 생을 유지해야하는 지경이다.




부유한 사람이야 날아드는 새와 나비가 아름답게 보이지만, 없는 사람은 감흥을 느낄 여유조차 없었다. 옥문현을 지나는 세인들의 신분은 확고하게 구분할 수 있었다. 갖은자의 거들먹거리는 어깨와 없는 자의 축 늘어진 어깨는 천양지차(天壤之差)였다.




"......!"




천수현을 벗어나 옥문관 쪽을 향하는 흑립을 깊게 눌러쓴 묵객. 그는 검은 무복 차림의 설 무영이다. 그는 세인들을 바라보며 소리 없는 한숨을 내 쉰다.




인간은 어차피 고통과 번민의 생을 살아야 하는 것일까? 길게 의욕을 상실한 채 그림자를 끌고 지나는 사람들에게 연민의 정을 느낀다. 그는 변황으로 가는 길이었다. 멀고 먼 열사의 땅 이영사막(伊寧砂漠)과 아이태산맥(阿爾泰山脈)을 가로질러 가야할 것이다.




비록 생사를 알 수 없는 지경이라도 꼭 가야 하는 길이고, 고통과 번민의 길일지라도 가야 하는 길이다. 부모의 죽음으로 몰고 간 열쇠를 풀고 피 맺힌 천추의 원한을 풀어야할 그의 운명이다.




그는 전도련을 자운암(姿雲庵)에 남겨놓고 가는 것이 불안하였으나 어쩔 수가 없었다. 그 또한 운명이려니 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에게 연화동(蓮花洞)에서 가져온 만년설삼(萬年雪蔘)을 복용하게 하게 하였다. 그녀의 신변이 불안하지만 무공을 수련하게 하여 스스로를 보호하게 하는 것이 그로서는 최상의 방법이었다.




"......!?"




그가 송림을 벗어나 모란장원(牧丹莊園)을 지나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굳게 닫혀있을 웅대한 모란장원으로 들어가는 남광문(南光門)이 활짝 열려 있었다. 열려진 문짝은 부서져 있었고, 흉가처럼 오가는 사람이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가.......?)




설 무영은 의아한 마음으로 한쪽 문이 부서진 모란장원의 남광문(南光門)을 들어섰다. 남광문 안으로 들어선 설 무영은 너무나 참혹한 광경에 망연자실하고 말았다.




"이…! 이런........?"




코밑을 역하게 파고드는 피비린내, 곳곳에 나뒹구는 혈흔이 낭자한 시체들, 목불인견의 참상이 벌어져 있었다. 본래의 웅장한 모습은 사라지고 모란장원의 거각 화령각(華嶺閣)의 일부가 불에 타서 검게 그을리고 곧 허물어질 듯 폐허로 변해 있었다. 조각난 기와조각, 깨지고 으스러진 건물 벽, 나뒹굴고 있는 가구들만이 모란장원의 지난 시절을 대변하고 있었다.




"음…!"




참혹한 몰골의 시신들이 벌어졌던 정황을 예측하고 있었다. 중원무림의 무림가의 하나인 모란장원이 무슨 연유에서인가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이다. 한 가닥 춘풍이 불어와 피 냄새를 뭉클 진동시켰다. 아울러 설 무영의 흑포가 펄럭거렸다. 설 무영은 무상함을 느끼며 화령각 뒤편 화원을 지나 북월문(北月門)을 향했다.




"흐 흐흐흑.....!"




애절하게 통곡하는 여인의 목소리가 가늘게 이어졌다.




(헛! 웬 여자 울음소리…! 여자는 울보인가......!)




설 무영은 울음소리가 나오는 곳으로 다가갔다. 북월문 가까운 곳이었다. 세 개의 무덤이 있었다. 우뚝 솟은 비석 앞에 소복을 한 여인.




"......!?"




설 무영은 애잔하게 통곡을 하는 여인의 옆으로 다가갔다.




"흡…!"




여인의 모습을 바라본 설 무영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다시 보았다. 추호(秋湖)같이 맑고 초롱초롱 눈동자에는 물결이 출렁이듯 눈물로 가득차고, 백옥 같은 봉옥에 얼룩진 눈물자국, 소복으로 감싼 봉긋한 가슴과 한줌밖에 안 되는 가냘픈 허리의 자태로 애잔하게 슬픔을 쏟아내는 모습은 설 무영이 잊힐 수 없는 여인이었다. 소류진(昭流珍), 그녀였다.




(모란장원은 어찌된 것이고,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인기척을 느낀 소류진이 뇌까리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녀의 수정 같은 눈망울에서 흐르는 눈물은 하염없이 두 뺨을 적시고 있었다. 설 무영은 애틋한 감정을 느꼈다.




"소저께서는 어인일로........?"




설 무영은 말을 잇지 못하고 경악하였다. 어린 시절부터 동경하던 그녀에게 닥친 변화는 감히 예측하지 못한 것이었다. 자신의 지체와는 전혀 다른 부유한 환경의 금지옥엽 같은 그녀였다.




"부모님이… 흐흑!"




애달프게 슬피 울던 소류진은 그를 바라보며 더욱 가슴이 찢어질 듯 하는 슬픔이 북받쳐 올랐다. 졸지에 가솔을 잃고 피붙이 하나 없게 된 그녀는 막연한 처지에서 익히 알고 있는 설 무영을 만난 것이다.




누군가에게 의지하고픈 처지의 소류진에게 설 무영의 모습은 너무나 많이 변해 있었다. 오체가 늠름하게 변한 모습은 믿음직스럽고 신비스럽기까지 하였다. 그녀는 아련히 바라보는 설 무영의 깊은 눈동자 속에 그녀의 영혼이 흠뻑 빠져 버릴 것 같은 은은한 정령(精靈)이 흐르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엄습하는 외로움의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흐 흐흑.....흐흑!"




그녀의 봉옥에 흐르는 것은 피보다 진한 비애의 눈물이었다. 설 무영을 바라보는 초췌한 얼굴의 그녀는 애처로움을 지나 처연해 보였다. 설 무영이 불쑥 자신의 품속에서 손수건을 꺼내 들었다. 그것은 그가 간직하였던 소류진의 모란무늬의 손수건이었다. 그녀에게 손수건을 건네주며 그가 물었다.




"소저! 무슨 일이......?"




그녀는 받아든 손수건에 눈물을 적시며 앵두 같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눈물로 얼룩진 입가에 피멍울이 터졌다.




"으흐흑…! 이틀 전....... 흐흑....... 가족들.......모두가! 흐 흐흑....!"


"!?......."




그녀는 북받치는 설움에 말을 제대로 잊지 못하고 있었다. 얼마동안을 이곳에서 통한에 젖어 있었는지 몰라도 이제 그녀는 기운도 소진된 상태였다. 가슴을 저미는 그녀의 흐느낌은 설 무영의 가슴을 아리게 했다.




"모두…….으흐흑! 백…….두…….건......."




말을 다 끝내지 못하고 소류진의 몸이 스르르 옆으로 쓸어졌다. 그녀는 진기가 빠져 혼절 한 것이었다. 설 무영이 급히 그녀를 받아 안았다. 상심이 커서 기혈이 엉킨 탓이었다. 그는 그녀가 말하려는 것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모란장원의 몰락과 가솔들의 죽음에 대해서 말하려던 것이었다.




(백(白)…두(頭)…건(巾)…!?"




설 무영은 그녀의 마지막 말을 되새겨 읊조렸다.




(백두건을 쓴 자들에게 모란장원이 몰살했단 말인가......?)




설 무영은 급히 그녀를 풀밭에 뉘었다. 허지만 그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당황스러워했다. 


그녀의 오대기혈이 막혔기에 풀어 줘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오대기혈이 여인의 은밀한 곳에 있기 때문이었다.




유근혈(乳根穴)은 젖가슴에 회음혈(會陰穴)은 여인의 치부에 요추혈(腰推穴)은 등뼈 끝부분에 강장혈(腔腸穴)은 항문 밑쪽에 삼근혈(三根穴), 청정혈(鯖井穴)은 허리와 엉덩이 사이에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일다경의 시간이라도 지체하면 그녀는 숨을 쉬어도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할 수 없지 않은가! 일 추가 여삼추인데.........."




설 무영은 혼자 중얼거리며 그녀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녀의 몸에 손을 대는 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처녀지체(處女之體)의 몸, 투명한 피부와 단단한 오밀도를 엎어 놓은 것같이 작고 봉긋한 젖가슴, 가녀린 곡선의 허리, 팽팽한 처녀의 둔부, 뽀송뽀송한 방초가 적나라하게 들어났다. 소류진의 나신을 접하는 설 무영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생사지경에 이른 여인일 뿐이다..."




설 무영은 혼잣말로 자신을 다스렸다. 그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그는 추궁과혈수법으로 오대 기혈과 혈맥을 두루 타혈하였다. 그리고 그는 여자의 가장 예민한 부분을 마찰해야만 하기에 망설였다. 여자의 가장 예민한 부분은 성감대였다. 여자마다 예민한 성감대는 다른 것이었다. 아울러 그는 그녀의 성감대를 알 수 없었다.




심사숙고하던 설 무영은 회음혈이 있는 젖가슴과 유두를 손바닥으로 문질렀다. 도톰한 유두가 손바닥에 마찰당하는 촉감을 느끼는 그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그는 불씨처럼 일어나는 춘심을 억제하였다. 그녀의 젖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낀 그는 그녀의 몸에 벗긴 옷을 덮어 주었다. 반 식경 후, 소류진이 슬며시 일어났다.




"소저(小姐)! 이제 정신이 드오?"




설 무영이 그녀를 부축하였다. 그녀의 몸을 덮었던 옷이 스르르 흘러 내렸다. 그녀의 봉목이 크게 치 떠졌다. 적나라하게 들어난 자신의 나신에 놀란 그녀는 그의 시선을 의식했다.




"어머나~!"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옷을 추스르며 그를 향하여 고개를 발딱 쳐들고 날카로운 눈빛을 했다. 




"철석…!"




그녀의 손이 번개같이 설 무영의 뺨을 후려쳤다.




"난 단지......."




설 무영은 얼떨결에 얻어맞아 얼얼한 뺨을 어루만졌다. 소류진의 추호 같은 눈동자 속에서 물결이 일렁이며 설 무영을 노려보았다. 설 무영은 얼굴을 붉히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단지 오혈을 뚫어 줬을 뿐인데......!"




붉게 물들던 소류진의 봉목이 창백하게 변했다. 소류진은 이내 상황을 판단 할 수 있었다. 허지만 청백지신의 그녀로서는 충격일수 밖에 없었다. 처녀의 지체는 청혼한 상대에게만 보일 수 있다고 알고 있는 그녀였다. 자신의 나신을 적나라하게 설 무영에게 보였다는 수치심에 눈물이 또 다시 핑 돌았다.




소류진이 또 다시 스르르! 모로 쓰러지고 말았다. 아직은 상심과 기도가 최악의 상태인지라 기운을 차릴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런 상태에서 충격을 받은 그녀가 혈기를 건드린 것이었다.




"헉! 그것 보라니까? 승질 머리하고는......."




설 무영은 그녀의 옷을 추슬러 입혔다. 그녀를 들쳐 업은 설 무영은 지상에서 오장 높이로 떠올랐다. 흑무로 변한 그의 그림자는 바람처럼 사라졌다.




자운암(姿雲庵).




".......!?"




전도련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손으로 가렸다. 변황으로 간다던 설 무영이 여인을 어깨에 메고 다시 나타 난 것이었다. 설 무영은 겸연쩍은 듯 전도련을 바라봤다. 




설 무영은 무안하기도 했지만, 담담하게 소류진을 데리고 온 사유와 자초자종(自初至終)을 전도련에게 설명하여 주었다. 살 프시 미소를 지으며 설 무영의 말을 듣고 있던 전도련의 현명한 머리가 회전을 하였다.




"우선, 빨리 안에다 뉘어요!"


".........!?"




설 무영은 어색한 이 자리를 빨리 벗어나고 싶은 심정이었다. 객방에 소류진을 눕힌 설 무영은 그녀의 장심에 내공을 주입시키고 막힌 기도를 뚫어 주었다. 그녀의 백회열에 서기가 서리고 그녀의 기도가 운기를 시작하였다.


잠시 후, 그녀가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려 했다.




"아직은, 누워 있어요......."




설 무영의 뒤에서 전도련의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소류진은 설 무영과 전도련을 번갈아 처다 보았다. 설 무영과 눈동자가 마주치자 그녀의 얼굴이 분홍빛으로 물들었다. 그가 자신의 나신을 속속들이 봤을 뿐만 아니라, 그의 손길의 여운이 은밀한 곳까지 남았다는 생각을 하니 부끄러웠다. 또한 전도련의 정체에 의구심이 일어났다.




소류진과 설무영의 눈빛이 마주쳤다. 서로의 마음을 털어 놓지는 않았지만 여인들의 이심전심(以心傳心)이라고 할까? 그녀들은 서로의 마음을 읽고 있었다. 또한 소류진은 오랜 세월을 은연중에 서로를 가슴속에 느껴왔던 설 무영의 본심을 느낄 수 있었다. 언어로 표현하지는 못했던 서로를 생각하는 성심과 애틋한 애정이 울어나고 있었다. 묘한 환경이 그들의 마음을 속속들이 들어나게 한 것이었다. 




"저는.......!"


“저는 소저가........”




설 무영과 소류진은 이구동성으로 무슨 말인가 하려다가 겸연(慊然)적어 입을 다 물었다. 다만 눈빛이 부딪쳤다. 잠시이지만 어색한 분위기가 흘렀다. 소류진이 엉거주춤 한 자세로 있다가 돌아누웠다.




무안한 설 무영 또한 소류진의 눈길을 피하려고 외면하였다. 설 무영의 시선이 전도련과 마주하였다. 전도련의 눈동자가 자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설 무영은 묘한 분위기에 안절부절 하다가 어린아이에게 다가갔다.




"건우(乾雩)야...!"




설 무영이 어색한 분위기를 무마하려는 듯 어린아이의 뺨을 어루만졌다. 소류진은 돌아누운 채 전도련이 누구인가를 나름대로 추측했다. 어린아이는 누구일까? 아니 아직은 설 무영에게 아이가 있을 리 없었고, 나이가 많아 보이는 전도련이 사매일 것이라는 것은 추측할 수 있었다.




"저기........!"




설 무영이 말을 꺼내놓고는 소류진과 전도련을 힐끗힐끗 번갈아 쳐다봤다. 전도련의 깊고 그윽한 눈동자가 설 무영과 소류진의 눈치를 번갈아 살피다가 초연하게 설 무영의 입을 주시하였다.




"다녀올게요......."




누구를 향한 말인지 설 무영의 어정쩡한 자세이다. 돌아누웠던 소류진이 부스스 일어나 설 무영을 직시하지 못하고 곁눈질로 살폈다. 어색한 모습으로 머뭇거리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영(影)… 랑(郞).....!"


".......?"


"어디를......?"


".......!"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묻는 소류진의 목소리! 설 무영은 답변을 못하고 머뭇거렸다. 부지불식간에 혼자가 된 그녀로부터 영랑이라 불리게 되어 그는 감흥된 것이다. 외톨이가 된 그녀가 설 무영에게 느끼는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정(情)일런가. 설 무영은 슬그머니 소류진에게 다가가 백색요대(白色腰帶)와 천잠의(天蠶衣)를 풀어서 건네주었다. 설 무영은 자신의 마음을 그녀에게 전달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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