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탐화신승 - 2부

본문

명진은 수풀속에 조용히 숨어들었다. 다행히도 여인들은 한창 목욕에 열중하고 있어서, 수상한 기미를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여인들과의 거리는 넘어지면 코가 닿을 정도의 지척의 거리다. 마침내 명진은 오랜만에 싱싱한(?) 여체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계곡에서 물장구를 치며 놀고있는 여인들은 총 4명으로 모두 평균이상의 외모를 지니고 있었다. 그중에도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는데, 다른 여인들이 중간중간 존댓말을 쓰는 것을 보니 그녀들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것 같았다. 명진의 시선은 그 여인에게 집중되고 있었는데, 사실 땡중으로서의 인생을 살아오면서 저렇게 아름다운 여인은 처음이었다. 계곡물이 맑아서 여인의 하체까지 모두 다 볼수 있었는데, 허리는 버들잎같이 갸날프고, 적당히 살이 오른 허벅지는 흔들리는 물결에 잔영을 남기며 흔들렸다. 상체로 올라오면 풍만한 가슴이 눈에 띄었는데, 명진의 손안에 꽉 들어찰 정도의 알맞은 크기를 가지고 있었다. 위로 봉긋 솟아 쳐지지 않은 젖가슴이 마치 잘익은 홍시를 연상시켰다. 




"꿀꺽..."




명진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목욕을 끝냈는지 여인들은 본격적으로 물놀이를 하며 놀기 시작했다. 하녀들로 보이는 여인들도 지금은 주인으로 보이는 여인과 신나게 맞장구를 치고 있었다. 명진은 한창 물이올라서 그녀들을 보며 잔뜩 부풀어오른 아랫도리를 부여잡고 힘들어하고 있었다.




"아오. 저년들을 어떻게 요리해보지..."




명진의 가치관은 옛날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색마 시절때라면 사족을 가리지 않고 달려들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충분히 무공 실력을 쌓지 않은 상태에서는 절대로 사고를 쳐서는 안됐다. 게다가 저 여인들은 여염집 아낙네들이 아니었다. 계곡에 떨궈진 그녀들의 옷들만 살펴보더라도 쉽게 구할수 없는 비단으로 되있었고, 특히 귀한집 영애로 보이는 여인의 경우 서역에서 비싼 돈을 주고 구해온 재질로된 옷을 지니고 있었다. 명진은 그것만 보더라도 여인들이 쉽사리 건드릴수 없는 상대라고 판단을 내렸다.






그런데--




[부스럭...]




명진이 잠시 방심한 사이에 다람쥐 한마리가 수풀을 지나가며 작은 소리를 냈다. 정신을 집중하지 않으면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여인들의 반응속도는 생각보다 빨랐다. 소리가 나자마자 명진이 있는 쪽을 향해서 날아들었다. 물론 하녀로 보이는 여인들은 나체인 상태임에도 수치심따위는 모르는듯 명진을 향해 날아들었고, 그녀들의 주인은 물가에 떨어져있는 자(紫)색의 옷을 급히 챙겨 입었다. 명진은 벙뜬 표정으로 순식간에 세명의 여인들에게 둘러싸였다. 다른때였다면 늘씬한 여체를 구경하기 바빴겠지만 지금은 목덜미에 식은땀만이 흐르고 있었다. 옆에 무기를 항상 가지고 다니는지 그녀들은 각각의 병기를 지니고 있었다. 그녀들 역시 자신들을 훔쳐본 위인이 중이라는 점때문에 많이 놀랐는지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잠시후에 그녀들 뒤로 자의녀가 다가왔다. 젖어있는 물기 때문에 그녀의 모습은 더욱 청초해보였다. 단언컨대 명진이 지금까지 본 여인들 중에서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뒤어난 미모를 지니고 있었다. 위급한 상황임에도 명진은 잠시동안 자의녀의 미모에 정신을 잃었다. 자신을 향해 벙뜬 표정을 짓고있는 명진때문에 자의녀는 더욱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놈이 어느 안전이라고 고개를 빳빳히 드는 것이냐!!"




자의녀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알고, 하녀들이 곧바로 소리쳤다. 명진은 곧바로 고개를 숙였다. 




"이제 어떻게 하지... 무공으로 상대하기에는 아직 내 공부가 부족하다..."




하녀들 세명의 무공은 눈짐작으로만 살펴봤을때 일류 수준으로 보였다. 아마 집안에서 호위무사겸 하녀로 쓰라고 붙여주었을 것이다. 그에 비해 명진은 아직 일류 수준을 상회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현재 명진의 나이 십육세였고, 무공을 배우기 시작한지 고작 오육년밖에 되지 않았다. 따라서 한두명의 하녀들은 간신히 상대할 수 있다하더라도 세명을 동시에 상대하는건 힘들었다. 게다가 아직 자의녀가 어느 정도의 무공을 지녔는지도 알수 없었다. 섣불리 힘을 썼다가는 침소붕대하는 상황이 될수도 있었다. 명진은 머리를 재빠르게 돌렸다.




"너는 누구길래. 아녀자들이 목욕하는 것을 훔쳐보는 것이냐!!"




명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대답을 지체하자 한 여인이 검집으로 어깨를 세게 후려쳤다. 어깨가 욱씬욱씬 아파온다. 명진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저는 단지 물좋고 공기좋은 이곳에서 자연을 벗삼아 명상을 하고 있었습니다만..."




이번에는 어깨가 아닌 목덜미에 검집이 날아들었다. 제법 강맹한 힘이 실려있어서, 방금전보다 더 아팠다. 




"이놈이 어디서 더러운 주둥이를 놀리느냐! 지금 우리가 장난하는 것처럼 보이느냐!!"




그녀들은 검을 뽑아서 곧바로 명진을 베어버릴 것처럼 흥분한 상태였다. 




"부처님을 지척에서 모시는 제가 어찌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정말 저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이 더러운 땡중놈이 아직도--!!"




마침내 한 여인이 검을 빼들었다. 명진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리고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서 내공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검을 휘둘으려는 찰나 자의녀가 가볍게 손짓했다. 그와 동시에 검이 멈췄다. 이제 자의녀가 앞으로 나섰고, 다른 여인들은 뒤로 물러나서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명진이 나쁜 뜻을 품고 있을수도 있기 때문에 그녀들은 다시 자의녀와 명진 사이에 위치했다.




자의녀가 입을 열었다.




"길게 얘기할 필요 없다. 저 땡중이 거짓말을 하는지 안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눈알을 파내는 걸로 이 일을 마무리한다."




자의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냉기를 풀풀 날리며 뒤로 돌아섰다. 멀리서는 몰랐는데 가까이서 보니 그녀는 다정다감한 성격을 가진것은 아닌것 같았다. 오히려 그녀의 눈에 서려있는 악독한 기운이 느껴졌다. 명령이 내려지자마자 세명의 하녀들은 곧바로 명진의 팔을 붙잡고 검을 빼들어 눈가로 가져갔다. 명진은 다급해져서 자의녀를 향해 소리쳤다.




"어찌하여 죄없는 중생에게 죄를 제대로 묻지도 않은채 잔인한 짓을 일삼는 것입니까!"




명진이 발악을 해보지만 자의녀는 무뚝뚝하게 먼산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녀들 또한 입을 열지도 않고 묵묵히 명진의 눈알을 파내려했다. 까딱하면 눈알이 없어지는 찰나의 순간-- 저멀리서 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허. 아가씨. 저를 봐서라도 저의 미천한 제자를 한번쯤 용서해주는 것을 어떻겠습니까."




명진은 그 목소리가 큰스님의 목소리라는 것을 눈치챘다. 아가씨라는 칭호를 보니 큰스님과 자의녀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것 같았다.




자의녀는 의아한 눈빛으로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시선을 틀었다. 드디어 하얀 수염을 휘날리며 한 노승이 모습을 드러냈다. 자의녀는 이미 노승을 알고 있는듯 곧바로 공손한 자세를 취했다. 방금전 오만했던 모습과는 백팔십도 다른 모습이었다. 명진은 곧바로 변하는 그녀의 태도에 얼떨떨할 따름이었다.




"아! 대사님이셨군요. 대사님의 제자시라면 당연히 용서해드려야죠. 아니... 용서라기 보다는 저희가 처음부터 오해를 했던것 같습니다..."




"허허... 오해를 푸셨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그나저나 남궁가주께서는 잘 지내고 계십니까? 언제 한번 가볍게 인사라도 하러 가야 하는데..."




명진은 큰스님의 말을 통해서 그녀가 남궁세가의 영애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명진은 이미 그녀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안휘성에 위치해 있는 남궁세가는 황산 근처에 본가를 두고 있었다. 게다가 남궁세가의 영애인 남궁소소는 무공이나 학문을 두루 겸한 재녀로서 주변에 소문이 자자했다. 게다가 그녀는 무림오화중에 한명으로 강호에 몸담고 있는 사내들의 마음을 뜨겁게 하는 존재였다. 하지만 평소에 차갑고 도도한 모습때문에 그녀는 오화중에서 빙화라고 불리었다. 명진은 그녀의 눈을 다시 보고서 저절로 몸서리가 쳐졌다.




"저런년이 사내잡아먹을 년이지... 어휴... 옛날에 저런애 안건드려서 다행이네..."




아무리 색마시절 이었다하더라도 건드려서는 안될 여인은 있었다. 눈앞에 있는 남궁소소처럼 바늘로 찌르면 피한방울 나올것 같지 않은 여인들의 경우 함부로 건드렸다가는 평생 고생을 할수도 있었다.




어쨌든 일은 좋게 마무리되었다. 옛날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남궁소소는 큰스님에게 아주 공손한 태도를 취했다. 얼음장같은 성정을 지녔음에도 극존대를 하는 것을 보니 점점 큰스님의 정체가 궁금해지는 명진이었다.




그녀들과 헤어지며 간단히 목욕을 하고 명진은 큰스님을 따라나섰다. 오늘따라 큰스님은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거운 분위기를 풀어보고자 명진은 입을 열었다.




"큰스님.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제가 오늘 잘못한 것 때문에 그렇습니까?"




노승은 수염을 고요히 쓰다듬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미 그일은 잘 해결이 되었다... 그런데 정말 남궁아가씨가 목욕하는 것을 훔쳐본게 아니더냐?"




"흠흠... 절... 절대로 아닙니다... 암 그렇고 말고요..."




내심 찔리는 명진이었지만, 얼굴색 표정 안변하고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큰스님은 지금까지 착하디 착한 모습만을 보여준 명진이었기에 별 의심을 안하는것 같았다. 그래도 노승의 얼굴에서 그늘이 사라지지 않았다. 절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큰스님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려는 명진을 붙잡앗다. 아무래도 할말이 남은것 같았다.




"명진아. 내가 긴히 할말이 있으니 잠시 내 방에 들르거라."




웬지 큰스님이 할말이라는게 대단히 중요한 말을 하려는것 같았다. 사뭇 긴장을 한채 명진은 큰스님의 방으로 따라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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