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色魂 無影客! - 3부 6장

본문

해안의 소로를 벗어난 설 무영은 계곡을 향하여 앞으로 나아갔다. 한 다경을 나아갔을 때 넝쿨에 휩싸인 고목들이 울창한 습지가 펼쳐졌다. 습지 바닥에는 케케묵은 낙엽더미가 쌓여있고 낙엽더미 위로 이름 모를 독충들이 꿈틀거리고, 까마귀 때들이 높이 날아 배회하고 있었다. 햇빛을 보지 못한 탓인지 음사한 기운이 흐르는 유계(幽界)였다.




습지가 끝나는 지점부터는 기암괴석들로 이루어진 절곡이었다. 십여 장을 앞으로 나아간 그가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또 다른 살기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훗…!"




한걸음 나아가던 그가 고공으로 치솟았다. 발밑의 낙엽이 날리며 땅속으로 부터 검은 물체와 함께 예리한 검이 뻗어 올라온 것이다. 전광석화처럼 한 바퀴 회전을 하는 설 무영에게서 반출한 검강이 검은 물체에 적중되었다. 미처 지면으로 올라오지도 못한 검은 물체가 비명도 없이 썩은 낙엽더미위에 뒹굴었다.




휘날리는 낙엽!


연이어 또 하나의 검은 그림자가 치솟아 올랐다. 아울러 은빛 강기(銀氣)가 번쩍였다.




스 스스......!




연이어 금속성 소리와 함께 허공으로 떠오른 그에게 좌우에서 무수한 암기가 은빛을 일으키며 날아들었다. 그는 재빨리 몸을 재껴 지면으로 몸을 떨어트려 피했다.


헌데 설 무영의 다음 동작을 간파했다는 듯 좌우로 부터 쾌속한 살기가 그가 발을 디뎌야 할 곳, 즉 그의 양 옆구리를 노리고 들어왔다.




"탄(彈)......!"




그는 허공답보의 상태에서 탄력을 이용 다시 고공으로 치솟았다. 순간 그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맺혔다. 고목의 높은 가지위에서 살검을 겨누고 자객이 맹렬한 속도로 폭사하여 내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전후좌우(前後左右), 그들은 암계를 세우고 그를 주살해 들어왔던 것이다.




"헉…!"




발 디딜 곳이 없고 그 상태로 허공에 머물 수도 없다. 진퇴양난(進退兩難)! 설 무영은 비조처럼 허공에 반탄지경을 일으켜 삼장 너머로 날아가 내렸다. 그런데, 그가 지면에 발 디딜 여유가 없다.




슈 슈~슉…!




그가 막 발을 디디려는 암석으로 벽력신탄(霹靂神彈)이 날아들고 있었다.




"아뿔싸!"




그는 호신강기를 일으켜 보호하고는 떨어져 내렸다.




콰쾅! 쿠르르르.....!




그런데 그가 발을 딛어야 할 암석과 주변 삼장 이내가 무너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이런 떠그럴....!"




모두 순간적으로 닥친 일들이다. 발밑은 온통 어둠만이 짙게 까린,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무저갱이었다.




으…헉!




설 무영의 몸은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져 내려갔다. 그를 암살하던 자객들이 모여 까마득한 지하 갱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당탕! 콰르르....!




암석의 파편과 토석이 쏟아져 내렸다. 어디로인가 들어온 희미한 빛살이 비추는 토굴은 온통 뿌연 먼지로 가득 찼다.




우르르~! 털썩!




뒤늦게 둔탁한 소리와 함께 검은 물체가 떨어져 내렸다. 먼지가 갈아 앉을 때쯤, 검은 물체가 꿈틀 꿈틀 거리며 일어나 앉았다.




"떠 그럴......!"




무저갱으로 떨어진 설 무영이었다. 그의 모습은 회분(灰分)을 뒤집어 쓴 목내이(木乃伊;미이라) 같았다. 몸을 흔들어 흙을 털어낸 그는 좌우를 살폈다.




"으 힉…!"




기겁을 하여 진저리를 치며 몸을 일으켰다. 그는 시신이 들어있는 목관(木棺)위에 떨어진 것이었다. 뼈와 해골들이 즐비한 주변에는 시신(屍身)에서 흘러나온 시액(屍液)이 질펀하고 시신을 파먹는 벌레들이 무더기로 꿈틀거리고 있었다.




토굴 내에는 십여 개의 목관이 놓여져 있었고, 이끼 낀 토굴 구석마다 온통 거미줄 천지고. 거미줄마다 주먹만 한 거미들이 어슬렁어슬렁 거렸다.




"항상 자객을 대비해야 했는데....... 그런데 여기가 어디지?"




시커먼 통로 저쪽으로는 또 다른 토굴이 있었고 어렴풋이 목관과 석관들이 보였다. 설 무영이 통로로 향하는데 한 무리의 쥐 때가 어디선가 줄을 지어 나타났다. 쥐 때는 훈련 받은 병사처럼 저마다 무엇인가 입에 물고 질서정연하게 통로를 향해 나가고 있었다. 기이하게 생각한 그가 유심히 살폈다. 쥐들의 입에는 영지 등 마른 약초가 물려 있었고, 꼬리를 물고 이어진 쥐 때는 석관 틈에서 나오고 있었다.




석관은 유별나게 세로로 세워져 있었다. 설 무영은 석관에 다가가 흔들어 보았다. 쥐 때들이 놀라서 찌찍! 거리며 튀어나와 흩어졌다. 헌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드 르르릉......!




마찰음과 함께 석관 문이 밀려 나고 위쪽으로 향한 또 다른 통로가 보였다.




".......?"




그는 구불구불 길게 이어진 통로를 걸어 올라갔다. 약향(藥香)이 그윽한 열 평 남짓한 자연석굴이 나왔다. 그곳에는 마른 약초 더미가 그득하였고, 이곳을 발견한 쥐들이 약초를 물고 나갔던 것이다. 오랜 세월을 지난 것 같으나 약초들은 서로의 효능과 자연조건으로 썩지 않고 보존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석굴은 또 다른 통로로 이어져 있었다. 자연석을 쌓아 만든 계단이 이어진 통로는 오십여 평에 이르는 널찍한 자연석동이 펼쳐져 있었다. 천장에는 형형색색의 종유석들이 주렁주렁 드리워져 있어 고고한 세월을 보낸 석동임을 나타냈다. 한 쪽 면에는 종유석에서 떨어지는 종유수가 고인 종유담이 있었다.




"저것은.......?"




석동 가운데에 자연적으로 돌출된 원형석판이 있었는데 석판을 둘러싸고 다섯 개의 물체에 커다란 삼포가 덮여 있었다.




설 무영은 석동 중앙으로 다가갔다. 케케묵은 먼지가 소복한 원형 석판위에 문자들이 보였다. 그는 우수를 흔들어 먼지를 날려 보냈다.




"허 헛…!?"




그가 날려 보낸 장풍에 다섯 개의 물체를 덮은 삼포(蔘圃)가 푸스스! 가루로 변해 바닥에 쌓이는 것이었다. 가루로 변한 곳에서는 진한 약향이 흘러나오고 전라(全裸)의 시신이 나왔다. 영초로 인하여 시신은 변하지 않고, 삼포뿐만 아니라 걸친 의복까지 가루로 변한 것이었다.




쩔그렁…! 덜커덕!




이어서 여러 가지 금속성과 둔탁한 소리가 어우러져 들리고 몇 가지의 물건들이 떨어져 나오는 것이었다. 좌선하고 있는 다섯 구의 시신! 그것은 오래된 고인들이건만 생생히 살아 있는 모습이었다. 아울러 떨어져 내린 것은 고인들의 유품이었다.


설 무영이 먼지를 털어낸 둥근 석판에는 중후한 내공의 지법으로 쓰인 문자들이 나타나 있었다.




노부, 천공선인(天功仙人)이 글을 남긴다.




천공선인(天功仙人).


설 무영이 알기로는 백여 년 전에 열반한 소림의 선사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곳에 선사의 글이 남겨 있다는 것에 호기심이 일어났다. 그의 시선이 다시 원석으로 옮겨졌다.




아수라(阿修羅)는 언젠가 이 땅에서 영원히 사라져야할 악마와 어둠의 신이다. 노부는 의제(義弟)인 검풍일군(劍風一君)과 함께 아수라의 꼭두각시 수라천을 제거하기 위하여 고심하였다.


어둠의 암공과 대결하려면 극강의 빙음기공을 익힌 극음지기가 필요한 탓이었다. 고심하던 차에 다행히도 두 분의 자매 여협이 참여하여 수라천과 혈투를 벌인 결과 물리칠 수 있었다. 허나 수라천을 제거 하였으나 아깝게도 아수라의 영혼이 담긴 산마혼경을 파괴하지 못하고 노부들은 회복불능 상태의 내상을 입고 말았다. 


아수라를 숭배하는 수라천은 상고시대부터 내려왔다. 수라천의 꼭두각시는 아수라를 숭배하거나 아수라의 심령술에 허수아비가 된 자들이다. "쌍암의 변(變)"이나 "연화곡(蓮花谷)의 변(變)"과 "태산의 혈겁"등은 모두 수라천의 꼭두각시가 저지른 참변들이었다. 그로 인하여 강호무림 간에는 본의 아닌 은원이 생기게 되었다.


그들은 수라천에 걸림돌이 되는 강자를 제거하기 위해서 수라군단을 이용한 직접추살(直接推殺), 동귀어진(同歸於盡), 타인을 이용한 차도살인(借刀殺人)을 행한다. 후세에라도 수라천을 영원히 제거하려면 반듯이 아수라 영혼이 담긴 혼마흑옥(混魔黑玉)이 있는 산마혼경(産魔魂鏡)과 수라백령(修羅魄鈴)을 필히 파괴하기 바란다. 이제 약초로 지탱해온 노부들의 생명이 얼마 아니 남았음을 알고 글을 남긴다. 노부들의 유품들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글은 여기에서 끝나고 있었다. 설 무영은 잠시 상념에 잠겼다.




"그렇다면 선조들이 구중의 원혼이 된 것도 수라천의 꼭두각시에 의해 저질러진 참사란 말인가.......?"




그의 조상인 신검성황(神劍聖皇)과 연화신후(蓮花神候)와 백골마인(白骨魔人) 설무혁(渫武赫) 또한 아수라에게 조종당한 하수인들에게 참혹한 변을 당했다는 말이고, 그가 선조의 대업을 이루려면 결국 아수라의 근원을 캐내야 한단 말이었다.




유라천후의 말에 의하면 아수라는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여러 번 수라천의 모습으로 무림에 부활을 하였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천공선인을 비롯한 일행들도 백여 년 전에 부활한 수라천을 혈투 끝에 물리쳤지만, 그들도 치료불능의 내상을 입었다는 것이다.




"..........!?"




설 무영의 호기심은 원로 고인들에게 옮겨졌다. 다섯 명의 원로 고인, 그들은 백여 년 전 절대고수들이었다.




소림(少林)의 천공선인(天功仙人).


검풍일군(劍風一君) 환무제(宦武霜).


봉황취화(鳳凰取花) 백봉황(白鳳凰).


봉황어화(鳳凰御花) 흑봉황(黑鳳凰).


환영제(幻影帝) 야명(冶鳴).




노야들이 남긴 유품은 다섯 개 유품과 다섯 권의 서책이었다. 우선 서책들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서책들은 모두 목각에 혈서로 쓴 빛이 바랜 무공비급들이었다.




여의금강공(如意金剛功).


천공선인(天功仙人)이 남긴 선공(禪功)으로서 불학인 역근경(易筋經)과 세수경(洗手經)에 기반을 둔 항마선공으로서 정종(正宗) 불무(佛武)이다. 사(邪), 마(魔)를 제압하고 사마의 무공을 무력화 시키는 선가무공(禪家武功)이다. 또한 내가중수법(內家重手法)의 장법인 여의금강장(如意金剛掌)은 정종무공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다.




유성잠황결(流星天皇訣).


검풍일군(劍風一君) 독무제(督武霜)가 사용했던 검법이다. 항마지기의 어기어검술로서 한 번 시전하면 삼백 육십 오개의 초식이 전개되는 가히 당대에 검왕으로 군림했던 검법이다. 시전을 하면 유성 같은 검강을 이루어 주위 백여 장내의 모든 사물을 초토화시킨다.




취혼화음공(取魂花陰功).


당대의 여인으로서는 최고의 무예쌍봉을 이루었던 봉황쌍후(鳳凰雙后)라 불리던 쌍둥이 자매로서 봉황취화(鳳凰取花) 백봉황(白鳳凰)의 무공비급이다. 취혼화음강(取魂花陰剛)과 취혼화음결(取魂花陰訣)이 있다. 취혼화음강은 극음지기의 극빙기공으로서 한 번 반출하면 주위의 오장이내에 빙석의 파편이 난무하고 모든 사물이 얼어붙어 터져 버린다. 아울러 시전하면 사, 마공에 대한 호신강기가 이루어진다. 취혼화음결은 취혼화음보(取魂花陰褓)라는 특출한 병기를 사용하는 구결로, 펼치면 검강보다 더 위력하고 방대한 보강을 이루어 감히 접근조차하기 어렵다.




어린살음공(御麟殺陰功).


봉황어화(鳳凰御花) 흑봉황(黑鳳凰)이 사용한 무공비급으로서 어린살음강(御麟殺陰剛)과 어린살비결(御麟殺飛訣)로 이루어져있다. 극음지기의 극음기공으로서 암기 같은 비늘(御麟)의 강기가 반출되어 강막을 형성하여 상대를 주살하며 막강한 어린의 호신강기는 어떤 수화금침도 뚫기 어렵다. 


어린살비결은 어린살비조(御麟殺飛爪)라는 손톱(爪)모양의 병기를 사영하는 구결로 다섯 개의 조(爪)에서 노도와 같은 폭풍의 강기가 반출되며 어떤 강력한 기공과 물체도 뚫리지 않는 것이 없을 지경이다.




환류투천공(幻流投天功).


환영제(幻影帝) 야명(冶鳴)의 무공비급으로서 환류투천지결(幻流投天指訣)과 환영분신결(幻影分身訣)이 있었다. 환류투천지결은 신기에 가까운 지법으로서 지강은 어떤 병기의 강기보다 강력한 살수를 펼치는 지법이었다. 환영분신술은 허상(虛想)을 이루어 상대를 현혹시키는 비술(秘術)로서 다른 무공과 어우러질 때 가공할 위력을 펼치는 것이었다.




설 무영은 환영분신결의 구결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럼, 한영제가 환영일신공의 비공을 전수 받았다는 말인가?"




설 무영이 익힌바 있는 환영일신공(幻影一神公) 야준(冶俊)의 환영비혼신공(幻影秘魂神功)에 있는 환영분신술(幻影分身術)과 유사한 초식이었다.




설 무영의 예측은 맞았던 것이었다. 야명은 야준의 후손이었고, 공령하문(空靈蝦門)의 문주였다.




공령하문(空靈蝦門).


정, 마, 사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으며, 도적집단이라고 하던 일명 공공문(空空門)의 후신으로서 세인들은 귀신같은 그들의 수법을 두려워하고 천대시하는 집단이었다. 허지만 그들은 강호의 시비에 관여치 않고 절전무공비급들을 수집하였다. 그리고는 심산에 은거하여 묵묵히 무예를 익히고는 새로운 문파를 설립한 것이 공령하문이었다.


어느 문파에도 호의적인 계보를 형성하지 않은 반면, 정과 마의 양대 산맥에게는 적도 아니고 아군도 아닌 뜨거운 감자와 같은 존재가 되었었다.




아울러 병기들에 대해 소상히 설명되어 있었다.




유성검(流星劍).


생선 비늘같은 무늬의 검은 검집 속에 들어 있었다. 투명한 만년한철로 이루어진 삼척장검이다. 구결을 시전하면 수많은 파편 같은 흑색의 유성이 강기로 쏟아져 나간다. 검강만으로도 상대를 제압하는 극강한 패도의 위력이 있다.




여의금강저(如意金剛杵).


사천왕이 마귀를 진압할 때 사용하였다는 소림의 기보이다. 손에 쥐면 양 끝에 삼지창 같은 예리한 날이 솟아 있고, 불기에 의한 항마의 선기가 흐른다.




취혼화음보(取魂花陰褓).


천년 묵은 누에의 천잠사(天蠶絲)중 투명한 안구의 실로 만들었다. 여인들이 머리에 두르기도 하고, 피풍의(避風衣) 대신 걸치거나 허리에 매는 보(褓)이다. 모두 펼친 길이가 일장이나 되고. 접었을 때는 그 무게가 가벼워 소지하기가 편하고 부피는 한 주먹 안에 들어온다. 보의 끝에는 예리한 유리섬유질로 되어있어 검보다도 날카로운 예기가 있다.




어린살비조(御麟殺飛爪).


천년 묵은 상어의 비늘 천교린(千鮫麟)을 모아 만들었다는 손톱으로 수화(水火)를 보호하고 만년한철의 검에도 잘리지 않는다. 반투명한 다홍색의 손톱으로 착용 시에 착 달라붙어 표시가 나지 않으면서 그 예기가 삼장을 뻗친다.




공령하영환(空靈蝦領環).


용도가 표시되지 않은 공령하문의 문주를 대표하는 신표였다.




설 무영은 서책과 병기를 앞에 놓고 넋을 잃었다. 자신이 알고 있던 무학에 비해서 상상할 수 없었던 종류의 비급들이었다. 상고시대의 무학은 극패와 극쾌의 심오한 절기로 이루어진 반면에 후세로 오면서 점차 섬세하고 세분화되면서 변화무쌍한 초식으로 이루어진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그런데 그런 무학으로도 수라천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다하니 수라천의 마공과 사술의 위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것은 공령하문에 전달해 줘야겠구나......."




설 무영은 공령하영환을 들고 쳐다보다가 다른 비급과 병기를 함께 챙겨서 축잠낭(縮潛囊)에 넣고 다섯 고인을 향해 정중히 구배를 하였다.




"선배 노야님들! 편히 잠드소서. 노야님들이 무림정의를 위한 숭고한 뜻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는 분연히 일어나 출구를 찾아보았다. 허나 들어온 입구를 제외하고는 어디에도 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문득 원탁의 중앙이 둘레와 비해 밝은 것을 보았다. 원탁의 중앙에 서서 천장을 바라보았다. 십여 장 높이에서 빛살이 들어오고 있었다.




후 르르르......!




그의 몸이 까마득한 고공으로 치솟았다.




"허 엇.......!"




설 무영이 솟구쳐 오른 곳은 오지산(五指山)남쪽의 고묘가 즐비한 곳이다.


고묘를 지나던 두 괴인이 경악하며 허공을 올려다봤다. 검은 인영이 고묘로 부터 까마득하게 고공으로 치솟은 것이다.




"놈이다~!"




백삼(白衫)과 흑삼(黑衫)을 걸친 두 괴인(怪人)도 포상금이 걸렸다는 흑설매(黑雪梅)를 쫓고 있는 자들이다. 흑삼괴인의 나이는 오십 세가량으로 보이나, 백삼괴인은 머리가 온통 백발이기에 나이를 구분할 수가 없었다.




"쾌속무비(快速無比)한 수법이군....!"




백삼괴인이 중얼거렸다. 흑삼괴인의 입가에 조소가 흘렀다.




"흐흐…! 그러나 우리 흑백쌍사(黑白雙蛇)에 꼬리를 잡혔으니 죽을 목숨. 흐 흐흣!"




그들은 부리나케 묵객의 뒤를 쫓아갔다. 얼마가지 않은 곳의 소로(小路)에서 여인의 날카로운 고함 소리가 들렸다. 가까이 다가간 그들의 눈앞에는 중년의 궁장여인과 고묘로부터 솟아 나온 검은 인영이 마주하고 있었다. 검은 인영은 흑립과 검은 무복을 걸친 묵인이 있었다.


태연하게 필장을 끼고 있는 묵인을 궁장여인이 날카롭게 쏘아보고 있었다.




"네놈이 흑풍야차(黑風夜叉)가 아니라고 할 거냐?"




궁장여인은 풍만한 몸뚱이를 흔들며 삿대질을 하였다. 입가에 슬며시 미소를 흘리며 바라보던 묵인이 되 물었다.




"이름이 중요한가?"


"이런 괘씸한 놈! 이놈아! 이름이 없으면 부모도 없는 후레자식이냐? 넌 흑설매(黑雪梅)라고도 하잖아?"


"푸 훗! 그래, 난 후레자식…! 그러나 그런 이름 지은 적이 없는데!"




묵인은 설 무영이었다. 그가 지하 갱에 들어갈 때는 오지산의 북쪽이었으나 출구는 남쪽의 고묘가 있는 계곡이었다. 표정변화 없이 담담하게 되묻고 있는 묵인의 태도에 궁장여인은 분통을 터 트렷다.




"이거 정말 미친놈 아냐? 나하고 농담하자는 거야?"


"떠 그럴! 내가 미치던지, 세상이 미쳤던지 둘 중에 하나지…!"




화가 치민 궁장여인의 화사한 봉옥이 붉으락푸르락 하였다.




"네놈이 내 아들을 죽인 것을 감추려하는 그 따위 수작을 이 빙혈환후(氷血幻后)가 모를 것 같으냐?"


"남의 얘기를 엿듣지 말고 나오시지.......?"




설 무영은 궁장여인의 말을 무시한 채 한곳을 주시했다. 궁장여인이 어리둥절하여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


"흐흐흐......! 그 놈! 눈은 밝구먼!"




나무 뒤에서 각각 흑백삼(黑白衫)의 괴인이 나타났다. 그들을 본 궁장여인이 반색을 하였다.




"흑백쌍사(黑白雙蛇), 흑사(黑蛇)와 백사(白蛇)님!"


"흐 흣! 하북팽가(河北彭家)의 심환후(沈幻后)께서 어인일로 남해에.......?"




흑백쌍사 백사가 시치미를 떼며 게슴츠레한 실눈을 희번덕거리며 설 무영의 아래 위를 살폈다. 궁장여인은 하북팽가(河北彭家)의 가주(家主) 금조맹제(錦鳥猛帝) 팽하탄(彭河灘)의 부인 빙혈환후(氷血幻后) 심려옥(沈呂沃)이었다. 도적들의 집단인 남해녹림채(南海綠林寨)의 거두(巨頭)인 흑백쌍사는 몸을 숨기고 동태를 살폈음에도 생색을 내고 있었다. 




"절치부심(切齒腐心)! 우리 상(翔)아를 죽인 원수를 찾아다니던 중이오!"


"상아라면.......?"




“우리 둘째 아이라오!”


"그래, 아직 그 자를 찾지 못했소?"




"이 소부가 화남(華南) 일대를 이 잡듯 뒤지고 다니다가 겨우 단서를 잡았어요."


"아! 다행이시네요. 팽(彭) 가주께서는 안녕하시죠?"




이때 설 무영은 그들에게서 떠나가고 있었다. 등을 지고 인사를 나누느라 백사와 심환후는 설 무영을 보지 못하고 있지만, 흑백쌍두 흑야는 설 무영의 뒷모습을 주시하고 있었다.




"네! 요즈음은 몸이 좀 불편해서......... 이 소부가 상아의 원수를 찾아 나섰지요."


"그렇군요! 그럼, 단서라면.......?"


"바로, 저놈이........! 어?"




설 무영을 가르치려던 심환후가 멀어지고 있는 그를 보고 급히 몸을 돌렸다.




"저놈이........!"




그녀는 재빠른 신법을 펼쳐 설 무영의 뒤에 다가섰다.




"어디 도망을 치려고.......?"




그녀는 급히 설 무영의 완맥을 낚아채려 달려들었다.




"무슨 짓.......!"




설 무영은 귀잖다는 표정으로 그녀의 손을 털어 내듯 내저었다. 




스르릉.......!




무형의 기류가 그녀를 밀어냈다. 그녀는 의아한 표정을 짓고 삼장이나 뒤로 물러났다. 엄청난 공력이 실린 기류였다. 삼 갑자의 내공을 소유한 그녀는 손목이 저렸다. 자신이 당한 의구심에 그녀는 손복을 쥐고 들여다봤다. 흑백쌍두 앞에서 망신을 당한 그녀의 봉옥이 붉게 물들었다.




"이 자식이~!"




그녀는 다짜고짜 설 무영에게 다가서며 빙폭뢰(氷爆雷)의 수법으로 쌍장을 흔들었다. 그녀의 쌍장은 천근 바위도 박살낼 듯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어.......?"




그런데 환영(幻影)이 일어났다. 환영분신술(幻影分身術)을 시전한 설 무영의 허상(虛想)이 여러 개로 분신되어 나타난 것이다. 오히려 검은 허상이 사방에서 그녀를 향해 장을 휘두르고 있었다.




퍼 펑!




"허~억!"




심환후가 오장이나 뒤로 물러서 쓸어졌다. 심환후는 입에서 울컥! 피를 토해내면서 묵인을 노려보았다. 그런데 묵인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을 뿐이었다. 설 무영의 일장에 찢긴 그녀의 앞가슴에는 풍만한 젖가슴이 허옇게 들어나 있었다. 




"어떻게......! 내가?"




그녀는 앞가슴을 여미는 것도 잊은 채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심환후는 취라백궁(就羅帛宮)의 취선진후(就扇眞后)와 함께 취라여제(就羅女帝)에게 취음백공(就琉陰帛功)을 전수받은 제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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