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色魂 無影客! - 3부 4장

본문

설 무영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혼심화강의 위력은 대단한 것이었다. 좌중의 시선을 의식한 설 무영이 비소를 흘렸다. 그리고 정색하는 표정을 하고 진소이를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손가락 튕기는 소리에 정신이 돌아온 진소이는 설 무영의 가슴에서 벗어나며 화들짝 놀랬다.




“어 멋! 내가.......”


“.........”




진소이는 얼핏 의자에서 일어나며 얼굴을 붉혔다. 그녀는 어찌하여 설 무영의 가슴에 안겼었는지도 모르기에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으로 얼굴이 화끈거렸다. 혼이 빠진 사람처럼 서 있던 그녀가 부끄러움에 후다닥 제자리로 돌아가 앉아 고개를 숙였다. 그녀를 바라보던 사람들은 희소를 흘렸다. 그들은 항상 당돌했던 진소이가 짓궂은 장난을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설 무영도 순간적으로 욕화의 충동을 받았었다. 그러나 야준의 음양방중심강(陰陽房中心剛)은 여인내의 혼을 빼앗을 만큼 대단한 비술이었지만 정신적으로 설 무영의 심강을 어지럽히지도 못했다. 그는 씁쓸한 기분에 젖어 왠지 취하고 싶었다.


좌중의 여인들은 다시 재잘거리며 이야기의 꽃을 피웠다. 그들은 설 무영을 안중에 두지 않고 그들의 관심사에 심취하는 모습이었다. 홀로 생각에 잠긴 설 무영의 가슴에는 외로움과 고독이 저리도록 스미고 있었다.




우울해진 설 무영의 뇌리에 여러 가지 상념들이 꼬리를 물고 지나갔다. 철마척사대는 무엇이고, 천황마제가 과연 수라천과 어떤 관계인지… 수라천의 해남지부는 어디 있고, 과연 철심오마살이 존재하는지… 마종삼병은 무엇이고 산마혼경의 비밀은 과연 무엇인가! 모두 그가 파해 하여야할 것들만 산재하여 있다.




시간이 갈수록 산재한 의문점들이 오리무중으로 풀어나가기가 버거워진 것이었다. 설 무영은 연거푸 잔을 기울여 들이키고 머리를 숙였다.




(생이란 무엇인가? 따뜻한 어머니 품이 그립다.....!)




설 무영, 그를 도와 줄 사람은 없다. 그를 바라보는 전도련을 비롯해 소류진과 하루미등 여인이 있고, 그에게 기대를 걸고 있는 불망객과 유라천후가 있다지만, 그들이 그가 가야할 길을 이끌어 주지는 못한다. 단지 도움을 주는 대신 그들을 이끌어 주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고달파도 하룻밤 어디선가 자고나면 태양은 뜬다.......)




설 무영은 혼잣말을 뇌이며 술잔을 연거푸 들어 술을 들이켰다. 그를 유심히 바라보는 눈동자가 있었다. 아직도 부끄러움에 쳐다보는 진소이와 은근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진소랑의 눈빛.




"과(過)하신 것은 아닌 지요......."




자그마하게 옥음을 굴리는 진소랑의 그윽한 눈빛과 그는 마주쳤다. 설 무영의 눈동자에 그녀의 모습이 비추었다. 궁중(宮中)식으로 틀어 올린 머리에 보름달처럼 드러난 이마, 그 밑에 그린 듯이 자리 잡은 아미(蛾眉)의 밑으로 반짝이는 봉목, 뿐만 아니라 얄미울 정도로 교묘하게 자리 잡은 코는 신의 걸작품과도 같았다. 또한 은연히 굴곡을 이루고 있는 그녀의 성숙한 몸매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후........!"




한 가닥 실소를 흘리며 머리칼을 뒤로 넘기는 설 무영의 영준한 용모에는 회색의 침침함이 흘렀다. 여인의 동정심에 울어난 연정일까? 그를 힐끔거리는 진소랑의 봉목에 애틋함이 흘러 넘쳤다. 아울러 그를 주시하는 눈동자가 늘었다. 같은 좌석에 있는 그들과, 그들을 마주한 좌석에 두 명의 노괴였다. 문득 능서문이 양미간을 활짝 피더니 설 무영에게 물었다.




"혹시…! 대협께서는 흑풍야차와는 어떤 연고가 없으신지.......?"




그때였다. 식탁이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앙천대소를 하였다. 건너편에 앉아있던 노괴가 벌떡 일어나 설 무영에게 다가왔다.




"우 하하하......! 누군가 했더니 흑풍야차! 네놈이었구나! 오늘 지마괴(地魔傀) 어른의 백혼마살장(魄魂魔乷掌)으로 네놈의 풍문을 잠재워 주마."




노괴의 한마디에 객실에 있던 모든 사람이 경악하였다.




백혼쌍마괴(魄魂雙魔傀).


오십 년 전, 백혼마살장으로 중원 정종무림을 피로 물들이던 지마괴(地魔傀), 천마괴(天魔傀) 두 쌍둥이 마괴가 있었다. 특히 그들에게 거슬려 백혼마살진의 협살에 살아남은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들은 결국 정도무림의 협공에 사라졌다고 하였다.




그런 그들이 나타났다니 누군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 모두 앙상하게 뼈만 남은 큰 체구에 헐렁하게 큰 백색도포를 걸치고 있었다. 그러나 설 무영은 취기 탓인지 태연히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야! 이 어린 애송이 살인마야! 잘도 숨어 있었구나. 네놈을 죽인다 해도 무어라 할 사람이 없다."




살인을 밥 먹듯이 하던 마괴의 입에서 상대를 살인마라고 하니 기가 막힐 일이었다. 그러나 지마괴는 득의에 찬 미소를 흘렸다. 설 무영이 술잔을 내려놓으며 한마디 뱉어냈다.




"소출은 살인마가 아니요......! 끄윽!"




설 무영은 완전히 취기가 오른 양 트림까지 하였다. 지마괴가 더욱 양양하여 발을 구르며 으름장을 놓았다.




"이놈아! 그러면 왜 많은 사람을 황천길로 보냈느냐?"


"노야께서 보았소? 무관한 사람의 목숨을 끊는 것을....... 소출은 절대 선량한 사람과 다투지 않소. 소출에게 시비를 거는 자의 목숨을 거두었다고 살인마이고, 소출의 목숨을 거두려는 자는 살인마가 아니요...."


"......!?"




객잔의 세인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하였다. 취했다고 생각한 설 무영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모두 구구절절이 명확한 것이었다. 지마괴도 말문이 막혀 침묵을 지켰다. 강호무인은 누구나 호승심이 있어 충돌이 있기 마련이고, 부지불식간에 목숨을 잃는 경우가 허다하였다.




지마괴 자신이 직접 본 것도 아닌데 살수를 펼친다면 아무리 살인을 밥 먹듯 한 그들일지라도 믿어줄 사람은 없었다. 또한 세인들이 보고 있는 현장에서 나이 많은 그들이 어린 사람을 상대로 연유도 없이 살수를 펼쳤다고 소문이 나면 그들의 위신과 체면은 여지없이 무너져 추락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누구인가, 많은 경험과 간특함으로 강호를 누빈 괴마답게 목청을 높였다.




"오냐! 그러면 네놈의 살인행각에 대한 증거를 포착하여 죄를 물으마...."


"......!?"




양미간에 핏줄을 세우고 노려보던 지마괴는 슬며시 자리를 피했다. 객잔에는 적막감이 흘렀다. 지마괴와 천마괴는 쑥덕거리며 설 무영을 노려보더니 객잔을 나갔다.




끄윽~!




술잔을 비운 설 무영은 트림을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인연이 있으면 다음에........"




취기어린 목소리로 뇌까린 설 무영은 흑립을 깊이 눌러 썼다. 그는 비틀비틀 거리며 객잔을 걸어 나갔다.




"......!"




수여빈과 진소랑의 눈과 가슴에는 묘한 여운의 감정과 설 무영의 그림자가 깃들었다.




"멋진 사나이야......!"


".........!"




능서문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허나 다른 사람들은 말문을 잃고 그의 그림자를 쫓고 있었다. 설 무영이 사라진 객잔의 밖에는 설국(雪國)이 펼쳐져 있었다. 함박눈이 쏟아지는 백설의 길 위로 발자국을 남기고 사라지는 설 무영의 모습은 하나의 검은 점으로 사라졌다.




그 후 감숙성에서 설 무영의 모습을 본 사람은 없었다. 아울러 감숙성의 목공, 석공들, 이름난 도공(圖工)들이 하나, 둘씩 사라지더니 백여 명이 자취를 감추었다. 그들은 모두 가족들에게 황금을 내놓고 눈가림을 당한 채 마차에 실려 사라졌다고 하였다.




어려운 삶에 찌든 세인들은 그들 가족을 부러워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세인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 다만 세인들은 무영이라는 새로운 인물에 대해 호기심을 자아냈다.




바람처럼 나타났다 사라진 강자!


당금 세인들의 호기심은 온통 강자에게 쏠리고 있었다. 내일을 예측할 수 없는 시대에 당연한 일이었다. 평화와 행복을 갈구(渴求)하는 세인들의 마음은 혼란의 시대를 수습할 절대강자,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당금 중원대륙은 오대십국으로 나누어진 황실의 난중지세만큼이나 중원무림 또한 우후죽순(雨後竹筍)으로 태어나고 사라지는 종파가 부지기수였다. 중원대륙은 황실도 무림도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시대였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했고, 정종무림(正宗武林)의 태산북두(泰山北斗)인 소림사마저 천축불교로 부터 흘러 들어온 사악한 불무(佛武)를 접하는 실정이었다.




황실도 나약해진 힘을 보강하려 무림을 향해 미소를 보내는 실정이었고, 관료는 자신을 보호하려고 황금으로 자객을 사는 행위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시대의 요구에 틈타 도처에서 시대의 정의를 내세우는 정, 사, 마의 무림종파가 태어나고, 의(義)를 내세운 도적 때들이 극성을 부렸다. 그럴수록 소외받는 것은 가난한 천민들이었다.




유난히도 눈이 많은 해였다. 무릎까지 쏟아진 폭설은 지역 간의 왕래마저 끊어 놓을 지경이었다. 황실의 부흥을 위한다는 명목 아래 자신의 직속군을 내세워 각지를 할거한 절도사들도 폭설로 인하여 움직임을 멈추었다. 이러한 시대에 소외받는 천민들에게 은밀하게 즐거움을 주는 일이 있었다.




흑설매(黑雪梅)!


세인들이 부르는 이름이었다. 엄동설한의 추위와 끼니를 때우기 힘든 어느 시절인가 부터였다. 동이 트기 전 새벽 천민들의 잠을 깨우는 소리가 있었다.




털썩!




새벽을 깨는 소리에 눈을 비집으며 그들이 방문을 열고 본 것은 백설위에 재물이 든 검은 보따리. 하얀 눈밭에 핀 검은 매화였다. 그들에게는 행복을 주는 신 같은 존재가 되어갔다. 그러나 갖은자들은 그를 원수같이 여겼다. 재물이 도난당한 자리에 놓고 간 백지위에 검은 묵으로 그린 설매의 표식을 보지 않는 것만이 그들은 다행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소식은 세인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하고 있었다. 무림종파의 고수들의 목숨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었다. 세인들이나 무인들은 어지러운 난국에 의례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대수롭게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세인들은 평범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종남(終南)의 백령자(白領子).


서천도성(西天刀城)의 호법(護法) 종횡철웅(縱橫鐵熊).


남황문(南荒門)의 소문주(小門主) 황두태(黃頭泰).


뇌황궁(雷皇宮)의 삼두마황(三頭魔皇).


하북팽가(河北彭家)의 차남(次男) 팽기상(彭起翔).


이십 년 전 강호를 주름잡던 마황삼걸(魔皇三傑)등.......




죽어가는 고수들은 정, 사, 마를 구분치 않았고, 죽은 자는 말이 없기에 왜 죽었는지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십 개월간 벌써 죽어간 무림인이 일천에 달했고, 음퇴살각(陰腿乷閣), 마한루보(魔邯漏堡) 등의 마도종파는 멸문지경에 달했다. 무림종파는 언제 불씨가 자신들에게 떨어질까, 전전긍긍하며 그를 잡으려 절치부심(切齒腐心) 혈안이 되었다.




흑설매와 고수들의 죽음, 두 가지의 의문의 사건은 황실에 까지도 보고가 들어갔고, 권력과 황금을 쥔 자들의 극성에 못 이겨 추밀원(樞密院)의 금군에서도 범인에 대한 추적이 시작되었다.




허나, 시간이 흐를수록 범인은 오리무중이었다. 전혀 흔적을 남기지 않고 신출귀몰(神出鬼沒)하는 신비인은 점차 그 행동반경을 넓히고 있었다. 춘풍지절(春風之節)은 남으로부터 북으로 흘러갔고, 신비인의 흔적은 북해로 부터 겨울을 몰고 오는 삭풍과 함께 남해로 향하고 있었다. 중원무림의 그를 쫓는 살수의 추적도 남하하고 있었다.




칠흑 같은 어둠속에 밤안개가 장막처럼 뒤덮고 있는 밤. 협서(陜西) 서안(西安)의 벽현(壁縣)이라는 조그마한 마을이다.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의 고요한 마을의 객점(客店). 말이 객점이지 외딴 마을에 있는 객점이니 규모가 보잘 것 없는 곳이다.




탕 탕탕!




객점의 닫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밤공기를 뒤흔들었다. 녹슨 문이 열리고 허리구부정한 노파가 부스스 눈을 부비며 문을 열고 나타났다.




"..........!"




문 앞에는 온통 흑색으로 휘감은 낯선 이방인이 서있었다. 객주인 노파는 이곳에 오래간만에 그것도 야밤에 드는 손님이 반가웠다.




"주무시려고요?"




노파는 쏟아지는 잠을 쫓지 못하고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그렇소!"




잠이 덜 깬 노파는 눈을 부비며 빈 객실로 안내 하였다. 그리고 곧 바로 객실의 불은 꺼졌다. 어쩌다 들리는 객을 반갑게 받아드린 노파는 또 다시 잠속에 빠져들고 오랜 시각이 흘렀다. 다시 고요한 어둠속에 산새들의 울음소리만 구슬픈 밤이 흘러가고 있다.




스 스스....!




문득 두 개의 검은 그림자가 객점 지붕을 통해 안으로 스며드는 것이 아닌가! 두 그림자는 대뜸 객방의 문을 소리 없이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불 꺼진 방의 벽과 바닥에 달라붙어 침상 쪽으로 소리 없이 움직였다. 일체의 소리는 물론 파동도 없는 은밀한 움직임이었다. 한데 어느 순간 한 흑의인의 손이 움직였다.




슈~슈슉!




수십 개의 암기가 전광석화처럼 날아 침상위에 꽂힘과 아울러 두 흑의인이 동시에 침상을 덮쳤다.




스 스슥! 파 파팍!




검광이 달빛을 받아 번쩍였다. 침상은 완전히 박살이 나서 무너져 먼지를 일으킨다.




"......!"




한데 흑의인들의 낯빛이 차갑게 경직되었다. 침상위에는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바로 그때다.




스 쓱!




바람을 가르는 듯 검날이 번쩍이고 한명의 흑의인이 단발마의 비명도 없이 잘려진 머리에는 두 눈동자가 놀람으로 치뜬 채 서 있었다.




투득! 철석!




뒤늦게 목이 잘린 흑의인이 바닥에 쓸어졌다. 실로 전광석화가 무색할 쾌검이었다.




휘 리릭!




허지만 다른 흑의인은 천장으로 솟구치고 있었다. 그는 동료에게 살수를 가한 검기의 방향으로 시선을 보냈다.




"흠…! 아래다!"




몸을 솟구쳐 잇던 흑의인은 한곳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윽!"




그 순간 허공에서 흑의인의 입에서 바람 빠지는 신음이 터졌다. 도리어 흑의인의 허리는 이미 양단되고 선혈이 쏟아져 내렸다.




쿠쿵! 털 석!




반 동강이 난 흑의인의 몸이 떨어져 바닥에 뒹굴었다. 순간 산산이 부서진 침상 밑바닥으로부터 시커먼 인영하나가 솟구쳐 창문을 꿇고 밖으로 날았다. 객실의 참상은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바람이 일고 있다.


매 말라 갈색으로 변하는 갈대밭은 바람결에 파도처럼 일렁인다. 햇살을 받은 갈대밭은 마치 황금의 벌판을 느끼게 한다. 갈대의 종자를 퍼트리는 백색 포말이 은가루처럼 허공을 감싸고 나른다.




스 스스.......!




흔들리는 갈대의 파도 속을 가르며 흑의를 걸친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흑립을 깊게 눌러쓴 탓에 용모는 알 수 없고 흑립아래 굳게 다물어진 입술과 고독한 적막이 흘러나오는 전신에서 강직한 한기를 불러 일으켰다. 망부석처럼 우뚝 서 있는 흑객은 예리한 안광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쥐새끼 같은 살수들, 나와라!"




그는 혼잣말처럼 내뱉었다. 그의 입에서 날카로운 예음이 흘러나오는 순간이다.




스 슷~!




그의 주위에 네 명의 회색 인영이 떠올랐다. 흑객은 그들을 둘러보며 비정한 미소를 흘렸다.




"죽으려고 파리 때처럼 모이는군. 이 몸이 그렇게 가치가 있던가?"




그 말에 회포인중 하나가 비소를 터트렸다.




"살인을 밥 먹듯 하는 살인마!"


"푸 흣! 무슨 소리! 나에게 살수를 펼치지 마라! 내 손으로 살수는 싫으니......."




흑객은 비소와 함께 스산하게 말을 뱉었다. 흑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네 명의 회포인이 거리를 좁혀 들었다.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음이리라.




휘이잉!




갈대밭에 또 한 차례 바람이 불어왔다. 한 자루의 묵검을 향해 네 개의 검광이 번쩍 빛을 발하며 에워싸고 거리를 좁혀 갔다. 무섭도록 팽배된 공기 속으로 곧 터질 듯이 살기가 흘렀다.




"........!"


"........!"




사대 일의 숨소리는 침묵을 이루고 있었으나 결코 오래가지 않았다.




파팟! 스스슥!




살기가 예리한 파성으로 터져나갔다.




으 앗! 크윽!




허공에 핏빛 무지개가 일고 네 마디의 단발마 비명이 갈대밭위로 흩어져 나갔다. 한동안 그들의 흔적을 감춘 갈대가 흐느적거렸다.




불쑥! 흑객의 흑립이 갈대 속에서 솟아올랐다. 어둠 속을 바라보는 흑객의 눈빛이 번쩍인다. 그 눈빛은 굶주린 야차와 같다. 몰아치는 밤바람 속에서 흑객의 그림자는 한 동안 목석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잠시 후 흑객의 검은 그림자는 파도를 가르듯이 갈대 속으로 사라져 갔다.




강서성(江西省) 옥산(玉山)과 덕흥(德興) 사이에 삼청산(三清山)이 위엄을 들어내고 있다. 구름바다 위로 들어난 기암괴석과 호수, 그리고 폭포가 절경을 이루고 있다. 인간이나 동물의 형상으로 솟아있는 화강암 봉우리들의 절곡 사이에 화각이 들어나 보인다. 또한 화각 주변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모두 화려한 치장을 한 여인들만 보인다.




미려한 단창으로 이루어진 화각은 중원 무림에 미려궁(媚櫚宮)이라는 여인들만으로 이루어진 신흥종파의 본각이다. 본각안의 단상에는 흰백색의 궁나의를 걸친 여인이 앉아 있었다. 본래 여승이었던 그녀는 아미파(峨嵋派)의 방장이었다. 그녀는 한때 동료 방장과 은밀한 연정을 갖게 되었고 순간의 감정을 억제치 못하고 임신을 하게 되었다.




종파에서 추방당할 것이 두려운 그녀는 비급을 탈취하여 스스로 아미파를 떠났다. 그녀가 탈취한 비급은 음강취혼비(陰剛醉魂匕)라는 돈황(敦煌)에서 전해오는 비급으로 음기를 내공으로 연마하는 것이기에 중원무림에서는 실전되지 사술이었다. 비급을 연마한 그녀는 여인들만의 새로운 종파를 설립한 것이다.




동상처럼 단상에 앉아있는 미려궁의 궁주 사요미(謝妖媚)!


나이에 비해 조각 같은 미모를 지닌 그녀는 표정 변화 없이 냉랭한 눈빛으로 단상 밑을 쏘아 보고 있다. 그녀 옆에는 그녀가 홀로 낳은 어린 딸이 방긋거리며 있고, 단상 밑에는 미려궁의 호법 여옥란(呂鈺蘭)이 양립 자세로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 사요미의 붉은 입술이 달싹거렸다.




“어찌하여 요즘 비급 연마를 게을리 하는 수하들을 방관하느냐?”


“그, 그것이 아니옵니다.”


“아니라니!”


“육성이상 습득을 했으나 중원에 나가기가........”


“.........”




사요미(謝妖媚)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음강취혼비(陰剛醉魂匕)는 섭혼술로 남자의 양기를 흡수하는 채음보양술(採蔭補陽術)이었다. 그렇기에 남자를 직접 상대해야 내공을 연마 할 수 있었다. 사요미라고 여인으로서 연마하기 위험하다는 것을 모를 리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미려궁의 여인들에게 당한 무림 종파가 그녀들을 적대시하고 있었다. 사요미가 눈을 부릅떴다.




“우리가 살수를 펼친 경우는 없었다. 다만 내공을 단련했을 뿐이다.”


“하지만 비급 연마하려면 목숨을 담보로 해야 하고, 무림 종파에서는..........”


“남정네들이 결코 우리를 무시하지도 못하고, 도리어 즐거워 할 것이다. 그들에게 호의를 보여라.”


“어찌…!?”




사요미가 단상을 치며 벌떡 일어섰다. 무릎을 꿇고 있는 여옥란이 흠칫했다. 미간을 찌푸린 사요미가 여옥란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입맛을 다셨다.




“쯔쯧! 너희들에게는 여자의 몸이 무기라는 것을 잊었느냐! 요즘 무림을 혼란하게 만들고 있다는 흑설매(黑雪梅)의 소식을 알고 있느냐?”


“예! 소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 그 놈을 주살하여 중원 무림 종파의 호의를 받아라. 우리 미려궁의 명성을 알릴 기회이기도 하다.”


“예…? 예! 궁주의 분부 명심하여 실행 하겠습니다.”




바닥에 머리를 조아린 여옥란이 일어나서 뒷걸음으로 출입문을 벗어낫다. 그녀의 뒷모습을 쳐다보던 사요미가 단상의 의자에 걸터앉았다. 속살이 훤히 비치는 능라의 속으로 농염하게 들어나는 그녀의 젖가슴과 흐느적거리는 세류요의 허리! 여인들만의 세계에서 그녀는 거침없이 능라의를 걷어 올리며 농익은 허벅지를 들어낸다.




남해의 광동(廣東省)으로 향하는 길목의 강주(康州)!


규모가 작지만 하남과 광서 등으로 통하는 마을이기에 제법 인파로 북적거리는 거리에는 객잔도 적지 않았다. 해가 저물어가고 있는 거리에 어둠이 깃들기 시작했다. 마을 어귀에 있는 객잔의 넓은 식점에는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객잔 문이 스르르 열리며 흑립을 깊이 눌러 쓴 흑객이 들어왔다.




식사와 곁들이는 객들은 흑개의 모습에 관심이 없이 각기 대화에 열중이다. 소리 없이 객잔으로 들어온 흑객은 구석진 곳으로 가서 점소이에게 하편과 만두를 주문했다. 흑객이 식사를 마칠 때쯤에 객잔 문이 열리고 머리를 틀어 올린 두 여인이 들어왔다. 그녀들은 각기 붉은색과 청색 치파오를 걸치고 있어 농염한 몸매가 들어나 보였다.




객잔 안의 사람들 시선이 창가의 탁자로 가서 앉는 여인들을 향했다. 하지만 그녀들은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객잔 안을 둘러보았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그녀들은 대담하게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녀들은 다름이 아니라 미려궁(媚櫚宮)의 호법 여옥란(呂鈺蘭)과 그녀의 수하 채수음(菜秀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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