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色魂 無影客! - 1부 6장

본문

남녀가 교접하기 전에 운기를 하는 방법으로 치기(治氣), 치말(致流), 지시(智時), 축기(畜氣), 화말(和沫), 절기(竊[積]氣), 사영(寺寧), 정경(定頃[傾])이 있다. 접음치기(接陰治氣)와 양생을 결합시키는 절기이다.




일익의 "치기"란 교합 전에 기공도인(氣功導引)으로 기를 끌어들여 운행시켜 몸 전체에 기혈을 유통시킨다.




이익의 "치말"이란 혀 밑에 침을 머금었다가 여러 번 삼켜 몸을 강장·자양하도록 한다.




삼익의 "지시"란 교합의 시기를 잘 파악하는 것으로, 곧 남녀가 함께 성적으로 흥분하고 나서 교합하고 동시에 보조를 맞춰 성의 일치를 이룬다. 




사익의 "축기"란 정기를 기르고 비축하여 함부로 정액을 배출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양은 음을 얻어 화하고, 음은 양을 얻어 통하는 것이다. 음과 양은 서로 구하여 교합하여 남녀 쌍방이 보익을 얻는다.




오익의 "화말"이란 교접 시에 진입한 음과 양이 교합하여 안정하며, 쌍방의 정(情)이 화목하게 융합하여 조화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위로는 침을 삼키며 아래로는 음액을 머금으며 운기를 조절한다. 




육익의 "절기"란 교접 횟수를 적당하게 절제하는 것이다. 적당하게 행하고 그쳐,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게 함으로써 기력을 비축하여 신체와 정신에 물을 주입한다. 




칠익의 "사영"이란 교합 중 정기를 충일 시킬 뿐 아니라 원기를 손상시키지 않는다.




팔익의 "정경"이란 남자가 쾌락에 빠지지 않도록 성에 경도 하는 것을 방지한다.




음양비술(陰陽秘術)의 팔익(八益)을 머릿속에 익힌 설 무영은 무척 고조되어 상기하였다. 그는 양기가 극대화 되어 흥분되어 흩어지는 기혈을 바로잡기 위해 운기조식을 했다. 그리고 다시 야준(冶俊)의 음양방중심강(陰陽房中心剛)에 시선을 모았다.




음양비술(陰陽秘術)에는 남녀가 교접 시에 주의해야할 일곱 가지 칠손(七損)이 있었다. 일손은 절기(絶氣), 이손은 일정(溢精), 삼손은 탈맥(奪脈), 사손은 기설(氣泄), 오손은 기관절상(機關闕傷), 육손은 백폐(百閉), 칠손은 혈갈(血竭)이다.




일손(一損)이란 남녀가 교합 전에 정신을 안정시키지 않아 기가 조화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먼저 정신을 교류하고 나서 교접에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정신적, 감정적으로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한 채 교접에 들어가면 땀을 많이 흘리며 숨이 가쁘고 심장이 뜨거워져 현기증이 일어난다. 이런 증세를 "절기"라고 한다. 치료방법으로 남자가 앙와한 여인의 대퇴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두 다리를 양어깨에 올리고 음경을 깊이 삽입하고 여인 쪽이 움직인다. 여인이 흥분하여 괄약근(括約筋)이 수축하고 질이 습윤하면 교합을 중지한다.




이손이란 남녀가 교합 시에 보조를 맞추지 않는 것이다. 즉 남자가 하고 싶은 대로 탐하며, 여인이 오르가즘에 도달하기 전에 사정해버리는 것이다. 또 술에 취해 교접하면 숨이 거칠어지고 기침이 나온다. 목이 마르며 몸에 열이 있고 감성이 합치하지 않아 발기가 계속되지 않는다. 그런 증세를 "일정"이라고 한다. 치료방법으로 여인이 앙와하여 구부린 무릎으로 음경을 끼며 남자는 얕게 음경의 절반만 삽입한다. 질벽 입구 부근에는 신경이 집중되어 있으므로 얕더라도 쾌감을 일으키게 할 수 있다. 괄약근이 수축하면서 질이 습윤하면 사정하지 않고 중지한다.




삼손이란 발기해도 단단해지지 않았고, 또 정액이 충분히 저장되지 않은 채 교접해버리는 것으로 여인이 오르가즘에 도달하기 전에 사정해버리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정기가 다하고 끊어진 것이다. 또 포식하고 교합하면 그 것은 비장과 위장을 상하게 하며 소화불량을 일으켜 음위(陰萎)가 된다. 그런 증세를 "탈맥"이라고 한다. 치료 방법으로 앙와한 여인이 위에 올라온 남자의 허리를 두 다리로 껴안는다. 여인 쪽이 주로 움직여 질이 습윤하면 성교를 중지한다.




사손이란 격심한 노동이나 운동 후 땀이 마르기도 전에 교접하여 목이 마르고 복부에 열이 있는 것을 말한다. 이것을 "기설"이라고 한다. 치료방법으로 남자가 앙와하며 여인상위의 후입식으로 비교적 얕게 삽입한다. 여성이 성적 흥분이 나타나고 괄약근이 수축하며 질의 분비액이 흥건해졌을 때 사정하지 않고 성교를 중지한다.




오손이란 대소변 후에 곧바로 성교하는 것을 말한다. 간을 아프게 하며 근골의 피로, 현기증 또는 옹저(癰疽), 혈맥(血脈)의 고갈을 일으킨다. 그와 같은 상태가 오랫동안 계속되면 음위, 발기불능, 중풍, 반신불수가 된다. 이런 중세를 "기관궐상"이라고 한다. 치료방법으로 여인상위의 전입식으로 천천히 삽입한다. 여인이 흥분되고 질이 습윤하면 사정하지 않고 성교를 중지한다.




육손이란 속발성 사정곤란으로 성욕이 나는 대로 과도하게 하여 정기를 고갈시킨 것이다. 양이 편파적으로 성하며 성기능이 항진하므로 발기가 빈번하며 정기가 탕진하여 대갈(大渴)이 된다. 현기증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그것을 "백폐"라고 한다. 치료방법으로 여인상위로 여인 쪽이 움직인다. 괄약근이 수축하고 질에 분비액이 흥건해지면 사정하지 않고 교접을 중지한다.




칠손이란 외출에서 돌아와서 땀을 흘린 채 곧바로 성교한다. 그리고 사정 후 다시 교합하여 대폭적으로 추송하며 왕성하게 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큰 병을 일으키며 혈고기갈(血枯氣竭)이 된다. "혈갈"이라고 말한다. 증상으로는 피부가 긴축하고 음경에 통증이 오며 음낭이 축축하게 느껴지는 것을 들 수 있다. 피가 섞인 정액이 나온다. 치료방법으로 여인은 앙와하여 둔부를 높게 쳐든다. 남자는 여인의 대퇴 사이에 무릎을 꿇고 깊이 삽입한다. 여인이 흥분하고 괄약근이 수축하며 질이 습윤하면 사정하지 않고 교합을 중지한다.




일손과 칠손의 모든 치료 방법은 10일 남짓 지속해야한다고 했다. 이외에도 음양비술에는 여러 명의 남녀가 교접을 하며 정기가 고갈되지 않는 혼접음양비결(混接陰痒秘訣)의 초식이 있었다. 음양방중심강(陰陽房中心剛)은 천기를 거스르는 남녀 간의 음양교합비결이었다.




태을선인(太乙仙人)의 건곤천무신공(乾坤天武神功), 파천지존(破天之尊)의 파천신검무(破天神劍武)! 환영일신공(幻影一神公)의 환영비혼신공(幻影秘魂神功)! 모두가 심오하기 이를 데 없는 무공이었다. 야준의 무공비법이 정통무공은 아니지만, 그 깊은 지혜와 초식은 혀를 내두를만했다. 또한 야준의 잡기는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욕심을 낼만한 비법들이었다.




세 명의 고인들 무공비급 하나하나가 가히 초절기로 이루어진 무공이었다. 그러나 강호무림에 실제 경험이 없는 설 무영은 세 명의 고인(古人) 무공들이 중원을 좌지우지 할 만큼 가공할 위력을 가졌다는 것을 모르는 채 숙기를 하고 있었다.




"음........!"




설 무영은 가부좌를 하고 건곤반야심공(乾坤般若心功)의 구결을 연마하기 시작했다. 설 무영의 맑고 깊은 눈동자에는 한없는 지혜의 눈빛이 솟아나고, 천정무심(天井無心)의 기도(氣


道)는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시간은 흐르라고 하지 않아도 무한 겁(無限怯)을 향해 달려간다. 그의 몸은 하나의 바람, 바람! 순간과 공간을 흐르는 바람에 불과하다.




"사 그락…! 사 그락…!"




눈이 내린다. 주먹 같은 흰 눈송이의 함박눈이 내리고 있다! 들판에도, 단애의 벼랑에도, 우거진 숲에도, 산과 들에........! 삼라만상(森羅萬象)을 하얗게 덮어 버리고도 모자라서 시야(視野)를 가린 백설(白雪)이 쏟아지고 있다. 그리고........




촤 아아악...! 촤악!




폭포의 물줄기가 이루 형용할 수 없는 위용(偉容)으로 암벽 밑을 향해 내리 쏟고 있다. 그 세찬 물줄기의 힘은 빙점의 계절에도 추위를 모른다. 바위에 부서지는 물방울들은 눈이 부시도록 빛나며 오색의 무지개를 암벽에 걸어놓고 있다.




폭포 밑 무명소(無名沼) 암석(岩石) 위.


드센 폭포의 물줄기와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나의 인영이 가부좌를 하고 있다. 아직 소년의 티가 남아있는 청년이 웃통을 벗은 채 천정무심(天井無心)의 기도(氣道)로 눈을 감고 있다.




관옥(冠玉)간이 빛나는 얼굴, 영준한 용모, 귀까지 뻗은 짙은 눈썹, 그의 우뚝 솟은 코는 투명한 듯 붉은 입술과 어울려 대단히 비범한 인상을 풍긴다. 눈송이는 군더더기 없는 청년의 상반신을 덮고, 어깨까지 늘어진 머리카락과 눈썹에도 엷은 눈이 덮여 있었다.




설 무영(渫霧影)! 그가 출관(出關)한 것이다.


설 무영의 백회혈(百會穴) 부근에서 푸른 김이 솟아 나온다. 머리위에는 청무(靑霧)가 모락모락 피어올라 맴돌고, 그의 이마에 홍매(紅梅)가 더욱 짙어졌다. 설 무영은 무아지경에 빠져 있다. 그런데 이것이 무슨 조화인가. 설 무영의 몸은 허공에 약 일장 높이 떠 있는 게 아닌가!




부공삼매(浮空三昧), 내공이 이 갑자이상 이루고 내공심법이 오성이상이어야 가능한 현상인데 그는 건곤반야심공(乾坤般若心功)이 팔성에 이르고 있다. 설 무영은 목검을 머리위로 높이 들었다. 그는 지그시 눈을 감고 내심 검결을 뇌까렸다.




"무상무욕(無想無慾)....무외무구(無畏無懼)....무상무검(無想無劍)....무동무음(無動無音)...."




그의 몸이 십장 높이로 비상 하였다.




"뇌륜폭(腦輪爆)!"




그의 목검 끝으로부터 검풍이 일어나 회오리를 일으켰다. 폭풍 같은 검풍은 절벽으로 휘몰아치더니 물줄기가 쏟아지는 폭포수 중앙을 갈랐다.




츠츠츠...!




놀랍게도 흐르던 폭포수가 중간이 잘린 채 허공에서 흐름을 멈추고 있지 않는가. 설 무영의 몸은 동(動)하고 있으나 정(靜)이다. 하나의 운무가 지상 십장의 대기 중에 흐르고 있을 뿐이다.




"탄비천(彈飛天)!"


우르릉 쾅! 버...번쩍!




그의 검미에서 번개가 쏘아져 나갔다. 번개는 곧장 멈추어진 폭포에 떨어졌다.




촤 아악...!




멈추었던 폭포수가 번개를 맞자 세로로 쫘 악! 갈라졌다. 검풍에 의거 폭포수가 좌우로 갈라져 흘렀다. 천년무공의 수련자가 아니면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태혈살(太血殺)!"




소리도 없다. 갑자기 주위 오십여 장이 어두워지며 검은 장막으로 뒤덮였다. 회오리치는 검은 검강(劍 ).




치치칙...치칙!




검은 흑무에 부딪친 폭포수가 부서지며 수많은 물방울로 변해 퍼져 나갔다. 아울러 흑무에 닿은 주위 오십여 장의 물체들이 조각조각 부서져 초토화 되어 버렸다.




또 다른 그의 변화!


그의 몸이 구름처럼 바위위에 내려앉았다. 허지만 그는 목검을 수평으로 든 채 몸도 마음도 움직임을 잊었다. 그는 가슴에 새긴다. 검즉신(劍卽身) 신즉검(身卽劍).




"심검풍(心劍風)!"




일갈과 함께 그의 움직임이 있었는가? 알 수 없다. 소리도 없다. 다만 섬뜩한 기류가 몰아쳤다.




우르르릉...콰쾅!




무형검강(無形劍 ). 무형의 기류가 천지를 진동시키며 주변을 휘몰아 갔다.




꽈르르...쾅...쾅...!


콰아아아...! 촤아악!




폭포수가 거꾸로 올라가고 있다. 무형의 태풍이 거대한 힘으로 주변을 쓸어갔다. 나무와 암석이 뿌리 채 뽑혀 형체가 사라져 갔다.




쉬 이잉...!




한 가닥 바람이 불고 삼라만상이 고요 속에 묻혔다. 침묵이 흐르는 정적! 그 뉘가 알았으리. 천지조화를 부르는 태고의 무공이 살아날 줄이야.




파천심검무의 극성(極成).


파천지존(破天之尊) 독고성(督孤星)도 오성에 그친 파천심검법(破天心劍法)의 마지막 초식이 설무영에게서 팔성이 달성될 줄이야. 심검지경(心劍之境)이 아닌가. 그뿐만 아니라, 태을선인(太乙仙人)의 건곤반야심공(乾坤般若心功), 파천지존(破天之尊) 독고성(督孤星)의 파천혼원공(破天魂源功), 환영일신공(幻影一神公) 야준(冶俊)의 천면환영신술(千面幻影神術)과 음양방중심강(陰陽房中心剛)을 수련하여 대성을 이루고 천지현동(天地玄洞) 고금기서의 모든 문무를 통달한 그였다.




"와 하하하하.......!"




오장 가까이에서 단애를 들썩들썩할만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두 다리가 불구인 불망객 도성담의 모습이다. 설 무영을 바라보는 도성담의 두 눈동자에 만감이 서렸다. 그것은 형용할 수 없는 벅찬 감동과 회한, 감격의 빛, 그리고 경이로움이 뒤얽힌 눈빛이었다.




"이제…! 이젠…! 영아가 이루었다! 하하하.......!"




그는 두 손을 높이 들어 흔들며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었다. 함박눈이 와서 즐거운가. 그러더니 흐느끼는 울음소리가 들린다.




"흑흑~! 흐 흐흑! 드디어 영아가........! 와하하하.......!"




그는 설 무영의 상승무공을 접하고 희열에 젖어 웃었다가 울었다가를 반복한다. 설 무영은 강호 경험이 없어서 자신의 무공이 어느 정도인지를 모르지만 불망객은 알고 있다. 드디어 설 무영이 절대 고수도 감히 이룰 수 없는 지체에 고도의 상승무공까지 겸비한 것이다. 정도(正道)를 자칭하며 욕망으로 악행을 저질렀던 중원무림은 그 죄 값을 받아야 할 것이다.




"으흐흐흑~! 흑 흑! 와 하하하하........!"




두 다리 없는 몸뚱이로 불망객 도성담은 새 하얀 들판을 뒹군다.




디굴 디굴......! 디 그르르륵...!




그는 정신이 나간 반미치광이처럼 함박눈이 내리는 들판을 마구 뒹굴고 있다. 그의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벅찬 격동으로 들끓고 있었다. 그 기쁨을 어떻게 표현하랴!




(크~! 백부가 감격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나는 이루고야 말았다!)




설 무영은 운기조식 중에도 불망객이 온 것을 알고 있었다. 무공이 심후해진 설 무영은 불망객이 이백여 장 가까이 다가올 때 이미 기척을 느끼고 있었다.




사 그락…! 펄! 펄...! 사 그락...!




백설은 그들의 벅찬 기쁨과 환희의 심정을 대변이라도 하는 듯 함박눈을 쏟아 삼라만상을 하얗게 뒤덮어 가고 있었다.




덩실~! 덩실.......!




흥에 겨운 불망객은 팔과 상체를 흔들며 오던 길을 되돌아가고 있다.




簡兮簡兮 方將萬舞 日之方中 在前上處


碩人 公庭萬舞 有力如虎 執樓如組


左手執 友手秉翟 赫如渥 公言錫爵


山有棒 鈒有 云誰之思 西方美人 彼美人兮 西方之人兮




씩씩하고 씩씩하게 만무 춤을 추려하네


해도 높아 한낮인데 맨 앞줄로 나섰다네.




당당한 저 사나이 궁 뜰에서 만무 추네 


힘은 세어 호랑이 같고 말 꼬비는 실 다루듯




왼손에는 피리잡고 오른손엔 꿩 깃 잡고


얼굴은 상기되니 공께서 술을 주네




산에는 게암나무 진펄에는 감초풀이 그 누구를 그리는고


서쪽의 예쁜 사람 어여쁜 그 사람아 서쪽의 그 사람아




불망객의 노랫가락과 모습이 점차 하얀 눈송이가 떨어지는 등성 너머로 사라지고 설 무영은 마지막 운기초식을 하고 있었다. 




불망서점(不忘書店)!


만감이 교차된 상태로 편액을 올려다보고 있는 설 무영.


그가 불망서원을 찾아온 지 벌써 삼년의 세월이 흘렀다. 예전의 그가 아니다. 소년티가 남았지만, 모난 곳이 없는 당당한 체격, 형형한 눈빛!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의 전신을 흐르는 기도(氣道)다.




그의 기도는 말 그대로 만인지상의 제왕기도(帝王氣道)이자, 삼라만상을 품에 안은 천하대장부(天下大丈夫)의 웅대한 기상이었다. 설 무영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는 서점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불망객 앞에 앉아 읍을 하였다.




"백부님........!"




마주보고 있는 두 사람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감격한 불망객이 하늘을 우러러 보며 읊조렸다.




"잠들지 못하고 구중(九重)을 떠도는 영아의 자당도 너의 성취를 기뻐...."




감정이 격한 불망객이 말을 잊지 못했다.




"크으~! 크, 으흑.......!"




설 무영의 가슴속에 있는 조상과 부모의 원한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과 무공의 성취감에 대한 감정들이 교차되어 오열로 북 받쳐 올랐다.




"그래~! 그래! 내가 어찌 영아 가슴에 맺힌… 한을 모르겠니.......!"




불망객이 설 무영을 끌어안고 등을 토닥여 주었다. 




"......."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침묵 속에서 그들은 서로의 격해진 감정을 끌어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일다경이 흐른 후, 불망객이 경색을 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제 떠나거라! 만개(滿芥) 엽상진(葉霜進) 노야를 찾아가거라! 영아에게 도움을 줄 것이다."


"......!"




"엽 노야는 비록 개방의 원로이지만, 강호무림에 은원이 없는 대인으로서 공명정대하고 해박한 지식을 갖고 계시다. 이 백부의 가친과 안면이 두터웠던 분이신데, 지금 감숙성 감숙지부에 계시다고 들었다!"


(감숙성 인가? 그곳으로 돌아가야 하는 가~!?)




설 무영의 부모가 참혹하게 죽음을 맞이한 곳을 말하는 것이다. 그는 이를 악물고 불망객 도성담의 말을 경청했다.




"이 백부의 사질이라고 하면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그리고 당분간은 강호에 너의 신분을 나타내지 말라는 말을 잊지 마라. 중원무림에 대한 모든 것을 알기 전에는 누구에게도...."


"네.......!"


"모든 일은 영아의 손에 달렸다....... 이제 떠나거라!"


"백부님.....!"




설 무영의 목소리는 울먹임으로 가득 찼다. 지난 오년간을 조석으로 소리 없이 설 무영을 보살펴 온 불망객 도성담! 피붙이 하나 없는 설 무영에게 그는 사부이자 백부 이상의 인연이었다.




"그리고, 항상 심중을 기하리라 믿는다만..."


".......!"




불망객은 긴 한숨을 내쉬고 말을 이었다.




"지금 중원무림은 아주 난중지세(亂中之勢)이다. 각 문파마다 암암리에 패권을 놓고 각축전이 벌리는 군웅활거(群雄活擧)의 암흑시대이니만큼, 어느 순간에도 마음을 놓으면 안 된다.......! 이제 이 백부는 나이도 많고 내상과 상처의 골이 깊어 영아의 성취만을 기다린다.......!"




불망객의 눈동자 속에는 지난 세월의 아픈 상처들이 알알이 박혀있었다.




"백부님......! 꼭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설 무영의 말속에는 결연한 다짐이 있었다. 불망객의 입가에 자애로운 미소가 흘렀다.




"나는 여한이 없다........! 부디........."




세상에 대한 원한으로 살아온 불망객은 자신의 모든 것을 설 무영에게 받친 것이었다. 설 무영은 자신에게 모든 소망과 기대를 하는 불망객의 염려하는 마음을 다분히 알 수 있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제가 올 때까지 살아서....... 그때 진정한 기쁨을 드리겠습니다.“




내심 굳은 각오를 뇌까리며 설 무영은 몸을 일으켰다.




"부디 공명정대한 대협이 되기를...."




불망서점(不忘書店)을 나서는 설 무영의 뒤로 불망객의 한(恨) 서린 애원이 들려왔다. 불망객으로 받은 검을 등에 짊어진 설 무영은 이를 악물고 불망서점을 걸어 나갔다.




(바득! 이 영아는 기필코 선의 가면을 쓴 자들을 정의의 이름으로 처단하겠습니다!)




그가 분연히 나선 것이다. 오랜 세월동안 비사를 간직한 채 인내로 견디어온 조상과 구중을 떠도는 부모의 원귀가 되어 중원무림을 향해 설 무영이 발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그의 삼백년의 한(恨)이 중원에 피바람을 예고할 줄이야, 그 누구인들 알았으리........!




쉬이이잉...! 사그락...! 사그락.... 쉬이잉!




백설을 가득 안고 설풍이 불고 있다. 설풍(雪風)!




휘-이잉! 휘-이익!




삼라만상이 백설로 뒤덮인 들판에 삭풍마저 휘몰아치고 있다.




천수현(天水縣) 동남쪽의 야산(野山).


백설이 뒤덮인 수림과 건초가 우거져 둘러싸인 한 곳에 초라한 무덤 두 개가 만들어졌다. 위패(位牌)도 비석(碑石)도 없는 흙과 풀을 이제 다듬은 듯 초라한 무덤이었다. 검은 흑포(黑布)를 날리고 있는 묵인(默人)이 있다.




무덤을 향해 서 있는 묵인은 청년이라고 하기에는 어린 나이로 보였다. 흑색이기에 유난히 눈에 뜨일까? 그는 온몸에 걸친 것이 모두 흑색으로 일관하고 있다. 검은 흑삼(黑杉), 검은 흑장화(黑長靴), 검은 흑립(黑笠), 허리에 두른 요대(腰帶)까지도 흑색 일관이다. 나아가서 등에 걸친 묵검(默劍)까지도 검은색이다.




깊게 눌러 쓴 흑립탓에 용모는 자세히 알 수 없지만, 훤칠한 풍채에서 적막감과 아울러 고독감이 흐른다. 그는 잠시 서서 흑립을 치켜 올렸다. 묵인의 용모가 들어났다. 오관이 그린 듯 뚜렷한 윤곽, 준미하고 수려한 용모 사이의 짙고 검은 눈동자가 주위를 살핀다. 심안의 맑음 속에 깊은 지혜와 심성을 엿 볼 수 있는 눈이었다.




묵인은 설 무영(渫霧影)!


그가 돌아왔다. 두 개의 무덤은 그의 부친 설 진탁(渫進卓)과 모친 궁 단향(弓端香)의 무덤이었다. 천고의 한을 갖고 떠도는 불귀의 시신 앞에 그가 선 것이다.




휘 이이잉....!




설풍이 미친 듯이 불어와 무덤위에 백설을 뿌리고 간다. 매서운 겨울바람은 설 무영의 흑의를 찢어 버릴 듯이 펄럭이게 하며, 찢기는 그의 마음을 더욱 매몰차게 한다.




(아버님…! 어머님…! 반드시 돌아오겠습니다.)




그의 가슴에는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고뇌와 복수심이 깔려 있었다. 휘몰아치는 바람이 대지를 휩쓸어 갈 것만 같은데 그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이제 첫발을 디디는 강호이지만, 몇 겁의 세월이 지나고 뼈를 깎는 고통이 있더라도 조상과 부모의 원한을 꼭 값고 말겠습니다......! 저를 지켜 봐 주십시오.......!)




사자(死者)는 말을 할 수 없다. 억겁을 지탱한 고통과 갈망대신 침묵으로 말할 뿐이다. 그에게 주어진 운명은 그의 것이 아니라, 음지에서 살아온 모든 선조와 부모를 대신할 뿐이다. 그가 가야할 운명을 따르기 위해서는 절대강자의 길 일수 밖에 없다.




강호무림(江湖武林).


드넓은 광야가 그 앞에 무릎을 꿇을 때까지........!


설풍은 잦아질 줄 모르고 몰아친다. 설 무영은 어둑해지는 하늘을 한 번 처다 보고는 두 개의 무덤에 구배(九拜)를 올렸다. 그의 인중이 바르르 떨리고, 두 눈에서는 격렬한 파문이 일었다.




(가자…! 내가 가야 할 길로......)




그는 결연한 마음으로 흑립을 깊게 눌러 쓰고 몸을 돌렸다. 그가 언덕의 내리막길을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설풍이 부는 언덕 아래로 그의 모습이 점차 흑점이 되어 사라져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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