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色魂 無影客! - 프롤로그

본문

시대는 영웅을 만들고 영웅은 전설을 만든다. 전설은 역사 속에 기록으로 존재하지만 영웅은 단지 하나의 이름으로 세인들의 뇌리 속에 존재할 뿐이다. 하지만 전설과 역사 속에서도 욕망과 애정, 그리고 남녀 간의 다양한 성행위는 시대를 물문하고 삶의 중심에 존재한다. 다만 들어내지 못하고 감추어져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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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와 문명이 발전하고, 모든 인간이 욕망에 사로잡혀 행복과 불행을 거듭한다 해도. 결국, 인간도 미물과 다를 바 없는 운명인 것을.......




신화(神話)와 전설(傳說)이라는 것이 있다.


누가 전달하라는 지시도 없고, 법도 없고, 전해야하는 의무도, 권리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존재한다. 시대적 감정과 가치관으로 조금씩 변질된 신화와 전설이....... 입에서 입으로....... 기억과 기억 속으로.......




여기!


신화로 평가 받지 못하기에, 전설로 남아 있어야하고. 전설로 남기에는 너무 오래된 이야기가 있다.




기계화 문명의 탁한 공기 속에서 제 몸뚱이 하나 살기도 벅차고,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유행어가 있을 수밖에 없는 번민의 현실.


많은 사람들이 삶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혹자는 삶을 산다는 자체가 행복이라 했던가? 불행이라 했던가?




여기 숨겨진 태고(太古)의 이야기를 폭로(暴露)한다.


진실은 인간의 역사, 모습, 정신, 생활, 성, 어디든지 존재한다. 진정 신(神)이라야 견딜 한 인간의 생(生)과 사(死)를 넘나든 고통과 번민.......


삶의 진정한 의미 자체도 모른 체 생(生)과 사(死)를 넘나든 순간의 욕망들.......








여기는 중원 맥적산(麥積山).


감숙성(甘肅省) 천수현(天水縣) 동남단에 위치한 고산으로서 붉은 빛의 운기(運氣)를 띠우는 전형적인 단하(丹霞)지형이고 외형이 보리를 쌓아 놓은 형상이라 해서 맥적산이라고 하였다. 산세가 험준하며 푸른 수림이 아름다운 절경을 지닌 산으로 이백 여개의 자연동굴과 십육국시대 이후로 북위(北魏), 서위(西魏), 북주(北周), 수(隋), 당(唐)의 피서궁과 석굴이 있다.




맥적산을 둘러쌓고 있는 감숙지역(甘肅地域)...........온통 한밤중인양 검은 흙빛 세상.




"우르릉... 쾅! 쾅!...."


"번쩍...! 꽈르릉....! 그으응........"




천지를 뒤흔드는 천둥과 번개. 어둠속에 쏟아지는 장대 발 같은 빗줄기……! 빗줄기……! 한 달을 두고 쏟아지는 폭우……!




천지개벽………


모든 인간의 업보를 풀려는가? 억 겹의 죄악을 쓴 악마의 원한인가? 어둠을 동반한 빗줄기는 악마와도 같이 온 세상을 뒤집어 놓고 있다.




감숙(甘肅)지역의 맥적산(麥積山), 백탑산(白塔山)이 무너져 내릴 듯.......




"꽈 광……! 우르르…콰 쾅쾅……! 뻔쩍…! 콰 아아!"




폭풍을 동반한 천군만마의 질주 같은 굉음이 모든 인간의 혼과 넋을 뺏어갔다.




"번쩍…! 꽈 광!"




벼락을 동반한 강렬한 번개가 어둠과 폭우 속에 잠겨있는 삼라만상을 노출시킨다. 공포에 질린 세인들은 숨소리마저 죽이고 겁에 질려있다.




단지 세인들은 강호의 무림인들을 원망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들이 맥적산(麥積山)의 쌍암(雙岩)을 파괴한 탓에 저주와 재앙을 받는 것이라고.......




감숙(甘肅)의 세인들은 미신 같은 천년 전설을 알고 있다.




중원무림(中原武林).




중원대륙(中原大陸)은 수천 년을 흘러오는 동안 그 역사는 문화의 발전과 아울러 얼룩진 혼란과 죽음의 혈사는 이루 헤아릴 수 없게 많다. 특히 서북방 수많은 민족들이 있는 변황은 중원대륙을 항상 동경 해왔다. 대륙의 광활한 대지는 신의 축복을 받은 양 옥토인 반면, 변황은 대지 중 칠 활이 사막과 척박한 황무지로 사람이 살기에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전설이 시작되는 천 년 전, 고조(高祖)가 진(陣)을 멸망시키고 세운 한(漢)의 황실은 흉노(匈奴) 와의 오랜 전쟁으로 위기에 빠져 있었다. 오랜 전쟁으로 거액의 군비를 낭비하게 되고 황실 재정이 바닥나기 시작한 것이다. 황실의 재정이 약해지자 황실의 권력 또한 약해졌다. 이에 환관(宦官)과 지방 관료들의 권력투쟁은 심해졌고 사회불안으로 이어졌다.




관료 직에 대한 매관(賣官), 매직(賣職)이 흥행하고, 재정충당을 위해 백성에 대한 세금부담은 높아져갔다. 따라서 백성의 원성(怨聲)은 높아져 갔고, 중원대륙은 녹림군(綠林軍)등 도적 때들이 횡행하였다.




이때를 틈타 변황은 대륙을 정복하려는 야망에 수시탐탐 중원 침공을 해 왔으며 그때마다 정(正), 사(邪), 마(魔)의 중원 무림이 단합하여 황실의 수호자로 변황의 거센 바람을 막았다. 그 중에도 전 중원을 삽시간에 피의 아수라장으로 만든 변황의 대침공이 있었다. 변황 오패천이 중원 정복의 야욕 아래 변황천마군(邊荒天魔軍)으로 뭉친 것이다.




신강(新彊) 대풍광천막(大馮鑛泉幕).


대막(大漠) 환사천마궁(幻沙天魔宮).


묘강(苗疆) 음천혈강패(陰踐血 覇).


막북(漠北) 태살지하천(太煞地下天).


돈황(敦煌) 돈황열하부(敦煌靈霞附).




좀처럼 단합되지 않던 그들이 마각을 들어 낸 것이었다. 




혈하(血河). 중원은 새로운 강이 생겼다. 대륙은 온통 비릿한 피의 냄새로 뒤덮였다. 황실도 무림도 무너져 갔다. 중원은 풍전등화(風前燈火), 변황의 바람 앞에 위태로운 지경이었다.




이때 꺼져가는 중원에 태양 같은 존재가 나타났으니 그 이름은 제갈운(諸葛雲). 그의 휘하에 중원의 황실과 정, 사, 마의 무림이 한데 뭉쳤다. 태양은 변황의 모래바람을 쓸어내기 시작하였다. 한 번 불기 시작한 태양풍은 거침이 없었다. 




변황천마군은 대륙의 정복을 목전에 두고 좌절하고 말았다. 팔만의 피를 중원에 뿌린 변황천마군은 겨우 목숨을 부지한 잔당만이 만리장성 밖으로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 암흑의 중원대륙에 태양으로 떠오른 제갈운의 거대한 빛이 강호에 광명을 가져왔고, 그는 중원을 포함한 변방지역의 무림에 신화적인 절대무인이 되었다.




후세에 무림의 세인들은 그를 신검성황(神劍聖皇) 또는 다정지신(多情之神)이라고도 불렀다.


오호! 인간에게 신(神)이라니.......! 그럴 수밖에, 제갈운의 무공은 후세 내내 모든 무림인의 꿈이 되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고금천하제일인(古今天下第一人). 그의 무공은 가히 초인이었다. 이야기로만 전하는 그의 심오한 무공절기를 습득한 사람도 실현한 사람도 없다. 다만 그의 기초초식만이 전해질 뿐이다.




제갈운에게는 지고한 사랑이 있었다. 세인들이 그를 다정지신(多情之神)이라 부른 연유이기도하다.


그가 죽음과도 바꿀 수 없는 여인의 이름은 연화비선(蓮花妃扇) 설미랑(渫美浪)!


연화성궁(蓮花星宮) 궁주의 무남독녀로서 미모와 재능을 겸비한 그녀는 심검성황 제갈운과의 열렬한 사랑 끝에 부부의 연을 맺었다. 하지만 제갈운이 비운을 맞이한 것은 천하 제일인이라는 명예와 그녀에 대한 지고한 사랑 때문이기도 했다.




당대 중원 무림은 일백 팔십 여개의 정(正)과 사(邪), 마(魔) 종파로 나뉘어 있었다. 그중 구파 일방과 사방천(四方天) 오세가(五世家)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구파일방(九派一房).




숭산의 소림사(少林寺)


무당산의 무당파(武當派)


아미산의 아미파(峨嵋派)


화산의 화산파(華山派)


곤륜산의 곤륜파(崑崙派)


청성산의 청성파(靑城派)


천산의 천산파(天山派)


점창산의 점창파(點蒼派)


종남산의 종남파(終南派)


공동산의 공동파(空同派)


개방( 幇)




사방궁(四方宮) 오세가(五世家).




동(東), 산동성(山東省) 검황궁(劍皇宮)


서(西), 사천성(四川省) 연화성궁(蓮花星宮)


남(南), 강서성(江西省) 혈왕정궁(血王晶宮)


북(北), 호북성(湖北省) 북마신궁(北磨神宮)




남궁세가(南宮世家)


사마세가(司馬世家)


무천세가(茂泉世家)


종리세가(鍾離世家)


모용세가(慕容世家)




당대의 모든 정파의 무림인들은 제갈운을 존망의 대상으로 삼았다. 그는 정도무림이 정도무림연맹의 맹주로 추대하였으나 겸허하게 거절하였고, 정종무림의 대표 격인 소림의 정인선사(正仁禪師)가 정도맹의 맹주를 맡았다.




그러나 무림의 대소사나 문파간의 갈등이 있을 시는 서슴지 않고 제갈운을 찾아 의논을 할 만큼 그는 신망이 두터웠다. 뿐만 아니라, 황실에서도 어려운 시국의 문제를 그의 도움을 필요로 했다. 아울러 그의 의술과 온정 또한 깊이를 모를 정도여서 그를 향한 세인들의 존망은 그지없었다.




그는 무림인이라기보다는 유학자이며 덕망을 갖춘 의인으로 살아갔고, 중원무림은 평화로웠다. 허지만 인간의 욕망이란 끝이 없었다.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야심이 있고 목표가 있다.




고금제일인(古今第一人)!




전후에도 없는 절대최강의 무림지존을 꿈꾸는 무림인들! 허나 제갈운이 있는 한 전혀 이룰 수 없는 길이었다. 아무리 막강한 무림인들도 그에게는 단 몇 초 이내에 제압되기에 무림 이 인자(二人者)에 머물러야했다. 그들은 자신의 대 야망을 위하여 이합집산 모여 음모에 가담하고 암계를 만들었다. 제갈운과 설미랑은 전혀 그들을 의심치 않았다. 




모든 사람이 풍국(楓菊)놀이로 즐기는 중양절(重陽節).


구파일방과 강호 절대 고수들도 한자리에 모였다. 천수현(天水縣) 변두리 작은 연못 맥련담(麥連潭)에 위치한 제갈운의 맥련산장(麥連山莊). 한창 분위기가 고조될 무렵 그들의 음모는 시작되었다.




검황성궁(劍皇聖宮)의 궁주 검황천군(劍皇天郡) 철사룡(鐵獅龍)이 벼락같이 설미랑의 혈도를 제압하고 제갈운에게 무공을 폐기할 것을 요구했다. 설미랑의 목에는 시퍼런 검이 겨누고 있었다.




오호. 애재라......! 무인으로서 무공의 파기라니, 그것도 암계에 의해서.......


제갈운은 눈물을 뿌리며 자신의 다섯 마혈을 눌러 스스로 무공을 전폐하였다. 이어서 각 무림의 방파 고수들은 설미랑의 마혈을 눌러 무공을 전폐하고, 그것도 모자라 제갈운과 설미랑의 우수(友手), 우족(友足)을 제거하고 자리를 훌훌 떠났다. 




인간의 욕망과 처절한 불행은 어디가 끝일까?


무림인들이 떠난 자리 제갈운과 설미랑은 피 눈물을 흘리며 석상처럼 부둥켜안은 모습으로 있었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그들을 본 사람이 없다고 한다. 세인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면서 전설로만 남았다. 후세에 이르면 제갈운과 설미랑은 전대에 없는 궁합을 지녔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그의 무공을 연마하면 음양의 이치를 이루어 절세의 합궁술과 기교를 터득할 수 있다고도 했다. 




제갈운과 설미랑이 무림인들의 야망 속에 사라졌다. 다만 연화산장이 있던 맥련담(麥連潭)에는 그들을 대신한 핏자국만이 뚜렷하게 남아있고. 맥적산(麥積山) 취암봉(翠岩峰)에는 언젠가 부터인가 두 개의 쌍암(雙岩)이 우뚝 솟아났다. 훗날 세인들은 그들의 사랑을 생각하며 쌍암을 각각 다정암(多情岩)과 연화암(蓮花岩)이라고 불렀다. 




그로부터 세인들은 이 사건을 "쌍암(雙岩)의 변(變)"이라고도 하였다. 무림인들은 자신들이 ‘쌍암의 변’ 에 관여치 않았다는 듯 함구하였다. 제갈운이라는 이름 석 자도 입 밖에 꺼내기를 꺼려했고, 다른 무림종파간의 분쟁에도 일체 관여치 않으려 하였다.




단지 삼백여 년 전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난 마도(魔盜) 백골마인(白骨魔人)과 무림종파간의 혈투를 제외하고는.......


백골마인(白骨魔人)은 일개 종파가 상대하지 못할 정도의 대단한 무공으로 중원 무림을 대 혈겁으로 휩쓸어 갔었다. 자신의 종파 이외 일에 관여치 않으려 눈치만 보던 중원 절대 무림가는 다시 뭉쳐 그를 제거하였다. 세인들의 뇌리에서 백골마인(白骨魔人)은 마종으로 사라졌고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전설이 아니길 바랐던가!




다만 누가 만들었는지. 언제부터인가. 세인들의 입으로 또는 풍문으로 전설처럼 떠돌았다.


『맥적산(麥積山)의 다정암과 연화암을 파괴하면 크나큰 재앙이 일어나고. 누군가 그 업보를 짊어져야 재앙이 끝난다고』




간혹 의욕이 앞서는 절대 고수들이 쌍암(雙岩)의 의문을 풀어 보려 시도를 했다. 하지만 다정지신(多情之神)의 원한만큼이나 쌍암(雙岩)은 맥적산 지하 깊숙이 뿌리를 박고 있었다. 어떤 절대무인의 욕망과 무공에도 태고의 세월을 버티고 있었다.




그러나 재앙이련가!?


모든 것이 인간의 욕망 때문이었다. 전설도 무시하는 크나큰 욕망!


그러니까 폭우가 쏟아지기 한 달 전, 맥적산(麥積山)의 정상 취암봉(翠岩峰)에 당대의 무림을 대표하는 십대천세(十大天勢)가 모였다.




소림사 천선대사(天禪大師).


곤륜파 한천자(限天子).


공동파 화타선인(化陀禪人).


화산파 송백도인(松白道人).


남황문(南荒門) 남황신군(南荒神君).


남궁세가 천검일학(天劍一鶴).


뇌황궁(雷皇宮) 뇌황철심(雷皇鐵心).


해남성(海南城) 검절군황(劍絶郡皇).


개방의 금면걸(琴綿乞).




그리고 중원 무림 각문파의 절대 고수 무림인들과 황실의 자밀위부사(刺密委副使) 갈제면(葛帝綿)도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자밀위부사 갈제면이 누구인가?


황제의 친위군 대장이며 누구도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은밀한 단체 자밀위를 이끌고 있는 수장이다. 자밀위의 일 개개인은 어느 방파의 문주도 쉽게 상대할 수 없는 고수들이다. 그런 고수들의 수장을 맡고 있고, 실질적인 일인지하 만인지상에 있는 자밀위부사 갈제면도 검미를 날리고있다.




두 개 바위의 전설을 풀기 위해서, 누구나 무림인이라면 절대자가 되고 푼 욕망에서, 한 날 한시에 맥적산의 취암봉(翠岩峰)에 모이기로 의견을 모았던 것이다. 그들 모두의 최고 연합 무공을 펼쳐 쌍봉(雙峰)을 파괴하기로 한 것이다. 전설의 의문을 풀면 다정지신(多情之神) 제갈운의 전대 무비한 무공비법을 획득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날이었다. 해가 중천에 걸린 오시(午時).


모든 사람들은 평상시와 같이 농사꾼은 농사를, 어물전에서는 고기를 팔고. 의원에서는 병든 자들이 치료를 받고, 거렁뱅이들은 부잣집 문전에서 동냥질을.......




그때였다. 맥적산의 정상에서 하늘이 무너질 듯 요란한 두 번의 폭음! 집이 흔들리고, 땅이 흔들리고........


무림인들이 결국에는 다정암과 연화암를 파괴하는 엄청난 일을 저질렀던가.......? 아울러 하늘에는 온통 먹구름. 번개와 천둥. 장대 같은 빗줄기가.......사람들은 혼비백산하여 하던 일을 멈추고 집안으로 숨어들었다.




마치 빗줄기를 맞으면 천년 전설의 재앙이 자신에게 닥칠 것이 아닌가하는 두려움에서. 농부는 농기구를 팽개치고 뛰었고, 어물전도 문을 급히 닫고, 의원에서는 병자를 내 쫓았다. 그리고 어둠으로 뒤 덮인 곤륜산으로부터는 온통 피범벅이 된 무림인들이 정신병자처럼 튀어 내려왔다.




"무서워…! 무서워…! 세상이 무너질 거야…!"




그들은 혼이 나간 눈동자로 중얼거리며 자신들의 독문지공(獨門之功)의 다양한 경공을 펼쳐 사라졌다.




"으흐흐......"




겁에 질린 눈빛으로 두려움에 떨며 팔이 잘린 흑포인, 다리가 잘리고 얼굴이 반쯤 무너진 노 괴인, 가슴이 뻥 뚫린 혈인 들이 어둠속에서 나와 빗속으로 사라졌다. 그들은 한 결 같이 넝마처럼 너덜너덜한 옷에. 흠뻑 피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그러나 맥적산 쌍봉에 오른 무인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는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만이 어둠속으로 피투성이 몸뚱이를 이끌고 사라졌다. 쌍봉의 참사라 칭하는 이일로 인하여 삼백여명의 무림고수들의 행방이 막연해 졌다고 하였다.




그들에게 무슨 연고가 있었는지는 몰라도, 이일로 후세에 중원 무림이 대혼란(大混亂), 대혈겁(大血劫)을 일으킬 줄은 그 누구도 몰랐던 일이었다.




그리고는 한 달째 어둠과 함께 퍼붓는 폭우(暴雨)......


세인들은 전설속의 다정지신과 연화신후의 원한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원귀가 서린 쌍암(雙岩) 다정암과 연화암을 파괴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지고한 사랑을 파괴한 무림인들에게 퍼붓는 재앙이라고 생각한다.




그치기를 거부하는 비…! 빗줄기다!


그리고 어둠을 몰고 오는 폭풍(暴風)의 노여움!


오! 신이시여! 이제 당신의 노여움을 푸소서!


이 악마겁(惡魔劫)같은 저주(咀呪)와 재앙(災殃)을 거두는 자는 누구인가?




개봉(開封).


대운하와 황하(黃河)가 접하는 곳.


이곳에는 만인지상이요, 천군만마의 주인인 황제의 황실이 있는 용정궁(龍亭宮)이다. 그 거대하고 웅장한 궁궐과 군신들이 집무하는 거각들이건만 폭우 속에 파묻혀 있다. 간간이 우뢰와 같은 천둥이 울리고, 번개가 칠 때마다 높은 전각이 모습을 들어 내 보인다.




모든 건물이 어둠에 묻혀있건만 그중에 한 곳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 나온다. 당금 군장(軍將)들이 모여 집무와 회의를 하는 운무전(雲武展)이다.


운무전 내의 여러 개의 방중 한곳, 그곳에 심각한 모습을 하고 있는 사나이가 있다. 짙은 검미와 붉은 얼굴에 신체가 건장한 오십대의 사나이는 금의곤포(錦衣袞袍)를 걸치고 고리눈


을 질끈 감은 채 생각에 잠겨 있다. 그는 실질적인 병권을 한손에 쥐고 있는 자밀위부사(刺密委副使) 갈제면(葛帝綿)였다.




갈제면은 사람의 키보다 큰 팔 척 가량의 경대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그런데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경대 속에 비추인 그의 두 눈에서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는 핏빛 혈광이 쏟아지고, 머리카락이 모두 산발하여 산지사방으로 뻗치는 것이었다.




그의 모습은 마치 유계의 귀신과도 같은 음사한 보습이었다. 그리고 그의 입에서는 목구멍으로 부터 끓어오르는 듯 쇳소리가 흘러 나왔다.




"흐흐흐....! 이제 중원 황실은 퐁전등화(風前燈火)고, 무림은 자중지란(自中之亂)을 면치 못할 것이니 오십년을 기다려 온 보람이 결실로 나타났다. 흐흐흐…! 이제 아수라의 세상을 열 기회가 왔다."




당금 황실은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오대십국시대(五代十國時代), 암흑의 시대이다. 평화롭던 당(唐)의 왕조가 망하고, 우후죽순처럼 제왕들이 일어나 새로운 용좌(龍坐)를 만들려고 혈겁을 일으키고 있었다. 하여 황실은 내분이 끊이지 않아 거란족(契丹族)의 군사지원을 받는 대가로 만리장성 이남의 연운(燕雲) 일십육 주를 내어 준 입장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세운 후한(後漢)의 황실마저 절도사에게 멸망하여 건국된 것이 후주(後周)이고 후주마저 위태로웠다. 후량(後梁), 후당(後唐), 후진(後晉), 후한(後漢),후주(後周)의 오대 왕조와 오(吳),남당(南唐), 오월(吳越), 민(閩), 초(楚), 형남(荊南), 전촉(前蜀), 후촉(後蜀), 남한(南漢), 북한(北漢)등 열개나라가 할거하는 오대십국시대였다.




또한 지방을 지켜야할 절도사들마저 황실을 넘보고 있었다. 황실이 유린당하는 것도 군부의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군부의 세력에 겁을 낸 역대 황제는 황실을 보호한다는 미명아래 군부의 힘을 나약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도리어 황실의 힘을 나약하게 만든 결과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우국충정(憂國衷情)으로 황실을 지켜야할 자밀부위사의 입에서 도리어 혼란과 난국이 기회라는 망발은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그것도 오십 전후로만 보이는 그가 오십년을 기다린 결과라 하지 않는가.




또한 그가 맥적산 취암봉(翠岩峰)에서 무림인들과 같이 쌍봉(雙峰)의 참사에 참여한 것은 무슨 연유이고, 그는 어찌하여 멀쩡히 살아 올수 있었던가? 그것은 오직 당사자들만이 아는 일이었다. 문득 갈제면이 팔 척 경대를 향해 양팔을 번쩍 들었다.




"신이시여! 아수라의 신이시여.......!"




아울러 그의 입에서 사악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경대 속의 타원형의 은경의 둘레 상단에는 네 개의 영롱한 홍옥과 하나의 흑 까마귀(黑烏) 모양의 흑 옥이 박혀 있었다. 아울러 하단에는 핏빛 혈색으로 쓴 글귀가 쓰여 있었다.




수라마공달지인(修羅魔功達之人).취흑오득천년공(取黑烏得千年功)


수라마공미지인(修羅魔功未之人).취흑오낙영지옥(取黑烏落永地獄)




수라마공을 달성한자가 흑오를 취하면 천년의 사악한 공력을 얻을 것이고, 수라마공을 달성치 못한 자가 흑오를 취하면 영원히 지옥으로 떨어진다는 끔찍한 글귀였다. 갈제면의 두 눈에 음사한 살기가 뻗쳤다.




"흐흐흐...! 이제 신을 위한 모든 준비는 끝났다. 영체분리술(靈體分離術)로 나의 영혼을 신께 바침으로 아수라의 재림과 대망은 시작될 것이다."




영체분리술이라고 하였다. 불무학에 있어서도 일생동안을 면벽하여 삼명육통(三明六通)에 이르러야 영혼과 육체를 분리하는 유체이탈(流體離脫)을 달성할 수 있거늘 그가 삼명육통에라도 이르렀단 말인가? 갈제면이 흑옥이 있어 삼명육통에라도 이르렀단 말인가? 갈제면이 흑옥으로 손을 뻗쳤다. 그의 결연한 마음과는 달리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이.......! 이것으로 나는 수라천을 이룰 것이다!"




그는 흑 까마귀 모양의 흑옥을 빼어 들었다. 순간 음사한 바람과 함께 핏빛 적색운무가 경대로부터 흘러 나왔다.




쉬이이....잉!




적색운무는 곧 거경의 주변 일장을 에워싸고 피어올랐다.




"흐흐흐 흐......!"




거울이 깨지는 듯 파성(破聲)의 웃음소리가 경대 안에서 흘러 나왔다.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공포로 창백해진 그의 얼굴은 온통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그대 나약한 자여! 흐흐흐...!"




마치 목구멍에서 간신히 흘러 나오는듯한 음침한 목소리였다. 그는 털썩 팔 척 경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시, 신(神)이시여! 수라천의 하늘을 열 준비가 다 되었나이다. 굽어 살피소서!"




그는 사색이 되어 거울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경대를 바라보는 그는 사시나무 떨듯이 부들부들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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