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291부

본문

원단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동장군의 매서운 바람이 웅중산 정상에 매섭게 몰아치고 있다. 바위에 걸터앉은 풍운과 설은 어색한 시선으로 웅중산 주위를 돌아보고 있다. 멀리 웅중산을 떠나는 기나긴 마차의 행렬이 보인다. 설초희가 약속대로 물려가고 있다. 풍운은 힐끗 란을 쳐다보다가 재빨리 시선을 돌린다. 란은 무슨 일이지 고개를 숙이고 땅바닥만 바라보고 있다. 움츠린 란의 어깨가 가늘게 딸리고 있다. 추운 모양이다. 사실 인간의 경지를 넘어 신(神)의 경지에 근접한 풍운과 란에게 이정도 추위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도 란이 떨고 있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




“추워요. 그만 내려갈까요?” 


“아, 아니에요.”




란은 얼른 움츠린 어깨를 퍼고 떠나는 빙궁의 행렬을 바라본다. 심장의 두근거림이 멈추질 않는다. 그동안의 편견(偏見)과 오해(誤解)에서 벗어나 진실한 마음으로 풍운을 바라보게 되었다. 풍운은 세상 누구보다 사랑과 정(精)이 넘치는 남자였다. 사랑하는 이를 목숨처럼 아끼고, 자신 보다 먼저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남자였다. 그동안 자신의 어리석음과 그릇된 판단으로 얼마나 힘들게 했던가? 자신은 풍운을 죽이려고까지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그는 자신의 모든 허물을 덮어주며 새롭게 시작하자고 했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 자신의 허물에 관대하고 타인의 허물에 집착하는 것이 인간이다. 두렵다. 풍운이 비록 정령과 같은 모습을 하고 본명 정령과는 다른 사람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정령과 풍운을 동일시하고 있다. 풍운을 보며 정령을 생각하는 것이다. 모르겠다. 혼란스럽다. 스스로도 판단이 서질 않는다. 란은 자신의 마음을 감추기 위해 애써 풍운의 서신을 외면하고 있다. 




제3의 눈으로 보면 란의 정광(頂光-불교에서 말하는 후광(後光)과 동의어)이 불안정하다. 하얀 빛의 정광은 탁하고 혼탁하며 무질서하게 흔들리고 있다. 란의 마음이 불안하다는 증거다. 무엇을 번민(煩悶)하는 것일까? 무엇을 두려워하는 것일까? 아직도 의심하는 것일까? 내면세계와 현실에서 방황하는 것일까? 란은 내면세계의 정령을 사랑했을 것이다. 자신도 내면세계의 정령을 사랑했다. 비록 같은 모습이지만 현실의 란은 내면세계의 정령이 아니다. 란도 그걸 알고 있다. 란은 지금 현실과 환상(幻像)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직은 서로에 대한 벽이 높은 모양이다. 한순간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급속하게 가까워졌으나 냉정을 찾고 보니 현실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란의 마음이 한순간에 돌아서긴 힘들 것이다. 환상과 현실의 괴리(乖離)를 인정하고 현실의 본질을 바라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그건 자신도 마찬가지다. 




란은 이런 어색함이 싫었다. 마음이 복잡하고 심란하여 스스로도 어떤 정의를 내리기 힘들지만, 지금의 이런 어색한 분위기에서 만큼은 벗어나고 싶다. 란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빙궁은 모두 물려갈 것 같군요. 우리도 그만 내려가요.” 


“그렇게 하죠.”




풍운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란은 고개를 숙이고 면사를 만지작거린다. 자신의 본 모습을 알고 있는 사람은 무경밖에 없었다. 그리고 오늘 풍운 앞에서 면사를 벗었다. 처음 면사를 쓴 이유는 무경 때문이었다. 칠음절맥인 무경이 죽으면 자신이 무경을 대신해야 하기에 어릴 적부터 얼굴을 감추었다. 다른 이에게 누가 무경인지 감추기 위해서다. 무경과 함께 무림에 나와서도 그 이유는 변함이 없었고, 무경이 풍운의 여인이 되고 난 이후에도 면사를 벗지 못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어릴 적부터의 습관이라 면사를 쓰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되었다. 하지만 꼭 그런 이유 때문일까? 스스로가 마음의 문을 닫고 있었기에 면사를 벗지 못한 것은 아닐까? 세상에 감추고 싶은 것이 있기에 면사를 벗지 못한 것은 아닐까? 오늘 풍운 앞에서 면사를 벗었다. 다시는 풍운 앞에서 면사를 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풍운도 란의 마음을 알고 있다. 쉽지 않을 것이다. 마음의 벽이 한순간에 무너지긴 힘들 것이다. 지금 란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서두르지 마세요.”




짧지만 많은 의미가 내포된 말이다. 란은 살짝 입술을 깨물고 풍운을 바라보다가 다시 면사를 쓴다.




“죄송해요.” 


“시간이 필요합니다. 저도 그리고 당신도............!” 


“조금 전..........진심이었어요. 그리고 그 마음........변치 않을 겁니다.” 


“믿어요. 그만 갑시다. 가주님께서 기다리세요.” 




풍운이 먼저 바위를 박차고 날아오르니 란도 풍운의 뒤를 따른다. 어느덧 밤이 깊어 밝은 달빛에 까마귀들이 웅중산 일대를 선회하고 있다. 천금쇄살진(天擒鎖殺陣)이 천살폭뢰(天殺爆雷)의 폭발과 함께 깨어져 시체들의 냄새를 쫒아 까마귀들이 모여든 모양이다. 풍운과 란은 웅중산을 가로질려 세가로 갔다. 




촛불이 환하게 밝혀진 가주의 집무실에 란과 풍운 그리고 가주가 한자리에 앉아 있다. 가주는 란을 통해 빙궁이 완전히 물려갔다는 소식을 듣고 긴장했던 마음이 어느 정도 안정되었다. 




“휴~~ 수고들 많았네. 고생했어. 자네들도 그만 쉬게.”


“비록 빙궁이 물려갔지만 위험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언제 또 배화교나 빙궁이 쳐들어올지 모릅니다.”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당장 놈들이 다시 쳐들어오진 않을 거야. 그러니까 오늘은 쉬고 앞으로의 일은 내일 다시 논의해도 늦지 않아.” 


“저기.......말씀 중에 죄송합니다만 저는 이만 물려갈까 합니다.”




조용히 듣고 있던 풍운의 말에 란과 가주가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이 야심한 방에 어딜 가겠다는 말인가?




“뭐가 그리 급해? 혹시 이곳이 불편해서 그런 건가?” 


“아닙니다. 군산으로 가던 길에 급한 소식을 듣고 달려왔지만 이제 이곳에서의 일이 끝났으니 다시 군산으로 가야합니다.”




생각해 보니 자신들의 일이 급해 풍운 대해 아무것도 묻지 못했다. 소문에 의하면 풍운은 군산에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금 풍운은 자신들의 앞에 있다. 다른 사람들의 이목(耳目)을 속이고 무슨 일인가 도모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미안하네. 경황이 없어서 자네 사정도 모르고 우리들 이야기만 했군. 그래! 무슨 일이 그리 급하기에 쉬지도 않고 곧바로 떠나겠다는 것인가?”


“지금 이 시간에도 배화교의 마수(魔手)가 중원 전역을 뒤덮고 있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도탄(塗炭)에 빠진 무림을 구해야 합니다.”


“그건 자네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네. 난 자네에 대해 묻고 있는 것이네. 소문에 의하면 자네는 군사에 있다고 알려져 있어. 그런데 지금 우리 앞에 있지 않는가?”




제갈세가는 백도 무림의 지낭(智囊-슬기로운 사람)이라 불리는 가문이며, 지금 눈앞에 있는 사람은 무경의 아버지이기 전에 제갈세가의 가주인 만통서생이다. 그는 과연 작금(昨今)의 무림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혹시 지금의 난국(亂局)을 해결할 묘안(妙案)을 가지고 있진 않을까? 밑져야 본전이다. 사실 숨길 것도 없지 않는가? 풍운은 우내십기를 찾게 된 경위와 지금까지의 진행사항을 가감(加減) 없이 이야기 했다.




“휴~ 백도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 자네를 볼 면목이 없군.” 


“.................” 


“그래! 무혜성승은 완강한 거절, 태청진인은 조건부 승인, 취걸개님은 아직 때가 아니라고 말씀하셨단 말이지. 허허 참~ 무림이 어찌 되려고............? 휴~~” 




만통선생은 말끝을 흐리며 깊은 한 숨을 쉬었다. 감숙과 사천이 무너지고, 지금 이 시간에도 배화교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는 작금(昨今)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중원 무림을 영도(領導)한다는 백도 무림은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지금도 체면이나 따지고 있으니 할 말이 없는 모양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죄 없는 양민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들이 무림인입니까? 입에 풀칠이나 하기 위해 무림에 몸을 담았던 그들에게 무슨 죄가 있어 죽어야 한단 말입니까?” 


“..............” 


“전 그것을 막고자 합니다. 죄 없는 양민들이 죽어나가는 처참한 현실을 막고 싶을 뿐입니다.” 


“휴~ 백번 지당한 말이야. 자네에게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그래.......솔직한 심정으로 나라도 돕고 싶네. 나라도 당장 나서서 자네를 돕고 싶어. 하지만 현실이 그게 아니니 답답한 뿐이네.” 


“저기 제가 나설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감히 한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조용히 듣고 있던 란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해 보거라.” 


“풍운님의 말씀을 들다보니 스스로가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해요. 40년 동안 골이 깊어진 흑도와 백도가 한순간에 손을 잡기는 힘들 겁니다. 백도가 원해도 흑도가 거부하겠죠. 무혜성승님이나 태청진인께서 염려하시는 것도 그런 겁니다. 그리고 저는 취걸개님과 같은 의견입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죠. 얼마나 더 많은 양민이 죽어야 하는 거죠.”


“제 말을 끝까지 들어보세요. 지금 가주님께서도 아무말씀도 못하고 계세요. 이유가 뭘까요? 우내십기는 이미 현역에서 은퇴하신 분들입니다. 작금(昨今)의 백도를 이끌어가는 분들은 그분들이 아닙니다. 그분들께서 전면에 나서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명분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명분이 있어야 그분들께서 흑도에게 도움을 요청하실 수 있는 겁니다. 그런 과정도 없이 그분들께서 현역에 복귀하시여 흑도와 다시 손을 잡겠다고 하시면 엄청난 혼란만 초례하게 될 겁니다.”


“복잡하군요. 이런 쓸데없는 논의를 하는 와중에도 죄 없는 양민은 죽어가고 있어요.” 


“알고 있어요. 저도 답답해요. 하지만 이것이 현실입니다.” 




풍운은 욱하는 흥분을 힘들게 억누른다. 만통선생과 란에게 화낼 일이 아니지 않는가?




“란아. 잠시만.........두 사람 모두 흥분했군. 자네의 뜻은 잘 알고 있네. 또한 란의 의견도 틀린 말은 아니야. 좀 전에도 말했지만 우리 제갈세가만이라도 당장 자네를 돕고 싶어. 하지만 우리가 나선다하여 자네에게 그리 큰 힘은 되지 않을 것이네. 자네는 지금처럼 노력해주게. 우리도 작금(昨今)의 난국(亂局)을 타계할 방법을 찾아보겠네.” 


“알겠습니다. 쓸데없이 흥분해서 죄송합니다.” 


“자네에게 무슨 잘못이 있겠나. 모두가 못난 백도 잘못이지. 우리 이런 이야기는 그만하세. 그건 그렇고 정말 바로 떠날 참인가?” 


“한시라도 빨리 군산에 돌아가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그래! 바쁜 사람이라 붙잡지도 못하겠군.” 


“잠시만..........떠나시기 전에 식사라도 하고 가세요.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이런 내 정신 좀 보게...........사위가 왔는데 식사대접도 못하고 있었군. 그래! 란아 네가 대신 좀 식사준비를 해다오.” 


“아니.........그게.” 




풍운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란이 일어나 밖으로 나갔고, 풍운은 짧은 한숨을 쉬고 자리에 앉았다. 만통선생은 다시 한 번 풍운의 용모를 요리저리 살펴본다. 볼수록 잘난 놈이다. 여자보다 아름다운 외모에 하늘을 뒤덮을 무공과 태상 같은 기상을 가지고 있다. 더욱이 타인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까지............어디 한곳 나무랄 곳 없는 놈이다. 무경이 이런 놈과 맺어졌다는 것이 흐뭇하여 찢어지는 입을 감출 수가 없다. 하지만 란을 생각하면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기에 애써 웃음을 감추고 있다. 




“그래! 란과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나.” 


“예? 무슨 말씀이지?” 


“허허! 답답한 사람. 내 자네와 란에게 시간을 주려 함께 보냈는데. 그냥 왔단 말인가?” 




풍운은 대답하기 곤란하여 머리를 긁적거린다. 




“눈치를 보니 무의미한 시간은 아니었나 보군. 한술에 배부르긴 힘들 거야. 슬기로운 사람들이니 잘 할 것이라 믿네. 우리도 그만 가보세.” 




풍운은 란이 준비해준 식사를 마치자 제갈세가를 떠나기 위해 길을 나섰고, 만통선생은 풍운의 배웅을 란에게 맡겼다. 




“바로 군산으로 가시는 겁니까?” 


“예! 바로 갈 예정입니다.” 


“무경언니에게 소식 전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제갈세가는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글쎄요. 백도 무림에서 우리가문과 거리를 두고 있으니 나서기도 힘든 입장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실 거죠?” 


“다시 웅중산 일대에 진을 설치하고 때를 기다려야죠.” 


“휴~ 제갈세가도 고생이 많군요.” 


“풍운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래요. 다시 만날 때까지 강녕(康寧)하세요.” 


“가시는 겁니까?” 


“가야죠.” 




란은 무슨 말인가 하려다가 고개를 숙인다. 풍운은 가늘게 떨고 있는 란의 손을 잡아주려다가 공중으로 도약한다. 아직은 서로에 대한 앙금이 남은 모양이다. 란은 풍운이 점처럼 변할 때까지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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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침하고 괴기(怪奇)한 기운이 충만한 지하석실을 따라 혁린무진이 총총걸음으로 달려가다가 거대한 아수라 상이 조각된 광장에 도착하여 무릎을 꿇었다. 아수라 상의 중간에 붉은 천으로 만든 발이 설치되어 있고, 그 넘어 침대처럼 넓은 의자에 아수마가 두 명의 벌거벗은 여인들과 누워있다. 




“부르셨습니까?” 


“진행사항에 대해 들었다. 아주 잘 하고 있더구나.”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2번의 실패를 눈감아 주었다. 이번이 너희들에게 베풀어 주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은 알고 있겠지.” 


“명심하고 있습니다.” 


“좋아. 날 실망시키지 말아야지. 그건 그렇고 천강성과 천귀성은 찾아보았느냐?” 


“천강성으로 의심되는 놈이 있습니다.” 


“누구냐?” 


“잠마동을 출관한 일사(一死)입니다.” 


“일사(一死)? 그 아군이라는 놈 말이냐?” 


“예? 맞습니다.” 


“그놈이 왜 천강성이라는 것이냐?” 


“이마(二魔)가 놈의 손에 죽었습니다.” 


“이마(二魔)가? 그런 정도로 천강성이라 단정 짓긴 어렵다.” 


“쌍마(雙魔)의 합격을 가볍게 물리치고 이마(二魔)을 죽인 겁니다.” 


“그래. 재미있군. 그놈이 천강성이란 말이지.”


“......................”


“혹시 천귀성도 찾은 것이냐?” 


“제갈무경이라는 아이가 의심이 되긴 하지만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제갈무경이라?” 


“아직 단정하기는 힘듭니다.” 


“후후후~ 천강성과 천귀성도 이제 본연의 모습을 드려낼 때가 되었지! 그래. 그래. 아주 좋아. 무료한 삶에 그런 재미라도 있어야지. 혁린무진!” 


“예! 하명하십시오.” 


“너희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었다. 이번에도 날 실망시킨다면 내가 직접 나서겠다. 무슨 말이지 알고 있겠지.” 


“명심하고 있습니다.” 


“그만 물려가라.” 




혁린무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총총걸음으로 물려가자 아수마는 멍한 눈으로 자지를 빨고 있던 달단을 엎드리게 하더니 은색 음모가 반짝이는 구멍에 거대한 자지를 쑤셔 박았다. 




“후후후~ 드디어 놈들이 나타났단 말이지. 이제야 좀 의욕이 넘치는군.” 




아수마는 무엇이 그리 좋은지 음침한 웃음소리와 함께 살아있는 인형 같은 달단의 젖가슴을 움켜잡고 열심히 좆 질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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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남파를 쑥대밭으로 만든 혁린강 일행이 섬서성 합양(合陽)으로 이동하고 있다. 혁린강은 종남산을 출발하기 전에 각대 문파로 흩어진 마왕들에게 산서성 태원(太原)으로 집합하라는 전서구를 보냈다. 




화려한 마차에 혁린강과 사마(四魔) 벽안환요(碧眼煥妖)가 함께 앉아 있었다. 벽안환요는 화산파을 공격했다가 태화상인과 화원명에게 폐퇴(廢頹)한 이후 혁린강의 연락을 받고 방금 본진에 도착했다. 




“죽어주세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화산에 태화상인과 화원명이 있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벽안환요님의 잘못이 아닙니다.” 


“아닙니다. 공자님의 기대를 저버리고, 배화교의 명예를 더럽힌 점 죽어 마땅합니다.” 


“환요님. 아무리 백도 무림이 썩었다고 해도 혈영대 및 흑풍대 4백으로 화산파을 무너트릴 수 있는 없습니다. 쉽게 말해, 처음부터 무리가 있었던 작전이었습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인지?.........그럼 공자께서는 처음부터 무리한 작전이라는 것을 아시면서도 시행하셨단 말씀입니까?” 


“죄송한 말씀이지만 사실입니다.” 


“이유가 뭐죠.” 


“두 가지 목적이 있었습니다. 알맹이가 빠진 놈들의 빈집털이가 첫 번째 목적이고, 두 번째 목적은 우리들의 의도를 숨기가 위해서였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인지.......그럼 저희들에게도 말씀하시지 않은 다른 의도가 있었다는 말씀인가요?” 


“예! 있습니다.” 


“그게 뭐죠?” 


“지금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십니까?” 


“산서성 태원(太原)으로 간다고 들었어요.” 


“산서성에 무엇이 있는지 기억하세요.” 


“산서성········산서성이라? 혹시 그곳···········?” 




벽안환요의 머릿속에 무림맹이라는 단어가 불현듯 스치고 지나갔다. 




“저는 종남산을 출발하기 전에 다른 마왕들께 태원(太原)으로 모이라는 전서구를 보냈습니다.” 




벽안환요는 혁린강을 보며 몸서리를 친다. 생각하면 할수록 무서운 사람이다. 혁린강의 목적은 처음부터 빈집털이가 아니었다. 진정으로 그게 목적이었다면 2백의 혈영대와 흑풍대만 각대 문파로 보내진 않았을 것이다. 혁린강은 처음부터 백도의 심장부인 무림맹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점창과 종남이 무너졌습니다. 화산도 환요님의 공격을 받았죠. 아무리 멍청한 백도라도 일이 이 정도까지 진행되었다면 우리가 자파를 공격할 거라는 것쯤은 파악했을 겁니다. 그럼 어떻게 될까요. 자파가 쑥대밭이 된 놈들은 어쩔 수 없지만 나머지 구파일방과 칠대세가에 속한 놈들은 자파의 안위를 위해 무림맹을 등지게 될 겁니다.” 


“공자께서는 처음부터 이걸 계산하시고 계셨단 말입니까?” 


“예! 그래서 여러분께 처음부터 무리한 공격을 삼가라고 한 겁니다.” 




벽안환요는 할 말을 잃어버리고 두려운 눈으로 혁린강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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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린강의 전서구가 소림과 개방으로 향하던 일마(一魔)와 오마(五魔)에게 전달되었다. 전서구를 요약하면 최대한 은밀하게 산서성 태원으로 집합하라는 내용이었다. 하남성 초입에 들어섰던 일마와 오마는 혁린강의 명령대로 태원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점창파를 초토화시키고 대기하고 있던 칠마(七魔)와 벽력세가로 향하던 구마(九魔)에게도 전서구가 도착했다. 칠마는 최대한 속력을 높여 태원으로 출발했고, 벽력세가로 향하던 구마(九魔)도 미련을 버리고 태원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하지만 무당을 담당한 삼마(三魔)은 예외였다. 전서구가 도착하기 전에 삼마(三魔)가 지휘하는 혈영대와 흑풍대가 해검지(解劍池)을 넘어 무당의 정문을 향해 돌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검치독인(劍痴獨人)의 검(劍)이 달빛을 가르자 정문을 수비하던 무사들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반으로 가라지며 붉은 피를 뿌린다. 검치독인(劍痴獨人)은 멈추지 않고 공중으로 솟구쳐 곳곳에 숨어있는 경비무사들을 하나하나 베어버렸다. 이미 오래전부터 무당에 침투(浸透)한 간세들로부터 경비무사들의 위치를 파악했기 때문이다. 경비무사들을 처리한 검치독인(劍痴獨人)이 신호를 보내자 숨어 있던 혈영대와 흑풍대가 도사들과 문하생들의 숙소로 바람처럼 숨어들었다. 멍청한 검치독인(劍痴獨人)이라도 혁린강과 함께하다보니 제법 머리를 굴린 모양이다. 도사들의 숙소에 도착한 혈영대 무사들은 가지고 온 독(毒)을 창문을 통해 뿌리고, 숙소 주위에 기름을 뿌리기 시작했다. 물론 문하생들의 숙소에 도착한 흑풍대 역시 혈영대와 마찬가지로 독과 기름을 뿌린다. 




“탁탁탁~” 




부싯돌에서 불꽃을 튕기자 기름에 불이 붙여 삽시간에 문하생들과 도사들의 숙소가 불바다로 변했다. 




“이게 무슨 냄새야. 쿨럭~ 쿨럭~” 




뜨거운 열기에 깨어난 도사가 가슴을 잡고 기침을 한다. 숙소에 가득한 독(獨)을 들이마신 것이다. 




“이런~ 다들 일어나. 불이야. 쿨럭~ 쿨럭~” 




뜨거운 열기와 매캐한 독연(毒煙)에 도사들이 깨어나 문을 박차고 밖으로 튀어나온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혈영대의 차가운 칼날이었다. 




“수겅~” 


“크윽~” 




달빛을 머금은 검(劍)이 반짝이자 밖으로 튀어나온 도사의 머리가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고, 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는 몸뚱이가 힘없이 무너진다. 




“땡땡땡. 비상........불이야. 숙소에 불이났다.” 




무당파 전역에 비상종 소리와 함께 여기저기 수많은 횃불들이 불타는 숙소을 향해 몰려온다. 검치독인(劍痴獨人)은 차갑게 웃으며 아무런 무장(武裝)도 없이 달려오는 도사들을 향해 검(劍)을 뿌리니 나머지 혈영대와 흑풍대도 불을 끄기 위해 달려오는 사람들을 가차 없이 베어버린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검치독인(劍痴獨人)의 공격과 함께 그동안 무당에서 숨죽이며 살아오던 간세들이 식량창고와 무기고를 가리지 않고 불을 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비상종 소리에 무당의 장문인인 청풍자가 잠에서 깨어 밖으로 나와 보니 곳곳에 불길이 치솟고 비명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곧바로 검(劍)을 챙겨 다시 밖으로 나오니 제자들이 몰려왔다. 




“적(敵)이 침입했습니다. 지금 무기고와 창고 등에서 불길이 치솟고 숙소로 통하는 연무장에 적(敵)들이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당황하지 마라. 청평아.” 


“부르셨습니까?” 


“너는 당장 태사부님께 적(敵)이 침입했다는 사실을 전해라.” 


“알겠습니다.” 




청평이라는 도사는 곧바로 태청진인과 현원자에게 달려간다. 




“청운아. 너는 제자들을 소집하여 조사전과 자소궁을 수비하라. 그리고 나머지는 흩어진 제자들을 수습하여 연무장으로 집합해라.”


“알겠습니다. 사부.” 




청풍자는 대 무당파의 장문인답게 적(敵)의 기습공격에 당황하는 제자들을 다독거리며 전열(戰列)을 정비했다. 




검치독인(劍痴獨人)의 검(劍)이 번쩍일 때마다 도사들과 문하생들이 피를 뿌린다. 곳곳에 불길이 치솟고,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아 아비귀환이 따로 없을 정도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상하다. 정신없이 몰려오던 도사들의 숫자가 현저하게 줄어들고, 곳곳에 울려 퍼지던 비명소리가 잠잠해지고 있다. 




경비무사가 여기저기 불을 지르고 있는 놈을 발견했다. 무사는 그가 주방에서 일하던 덕삼이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놈이 식량창고에 불을 지르고 이제 주방식구들의 숙소에까지 불을 지르려 한다. 적(敵)의 침입과 동시에 놈의 만행(蠻行)은 시작되었다. 간세가 분명하다. 무사의 검(劍)이 기름에 불을 붙이려하는 덕삼의 목에 칼을 거눈다. 




“정체가 뭐냐?” 


“누구?” 




덕삼은 힐긋 뒤를 돌아보다가 품에 감추고 있던 단검을 잡고 몸을 비틀었다. 




“수겅~” 




덕삼의 머리가 힘없이 떨어지며 곧이어 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친다. 비상종 소리에 의복과 무기를 챙기고 있는 청량도사의 방으로 제자가 급하기 들어왔다. 




“사부 적(敵)이 나타났습니다.” 


“알고 있다. 준비하고 나갈 테니 너희들도 준비하고 있어라.” 




청량도사가 검(劍)을 챙기기 위해 몸을 숙이는 순간 음침한 얼굴을 하고 있던 제자의 검(劍)이 청량의 등을 향해 날아왔다. 




“크윽~ 이놈.........네놈이 감히~” 


“킥킥킥~ 네놈 눈에는 아직도 내가 제자로 보이느냐?” 




자제가 음침하게 웃으면 등을 박힌 검(劍)을 뽑으려는 순간 번쩍하는 빛과 함께 제자의 몸이 반으로 갈라진다. 




“음~ 내가 제자를 키운 것이 아니라 간세를 키우고 있었던 말인가? 잠깐! 혹시 다른 곳도?” 




청량은 등에 꼽힌 검(劍)을 뽑을 생각도 하지 않고 다른 도사들의 방으로 달려갔다. 간세가 한 놈만이 아닐 것이다. 무당파의 도사들과 문하생들은 간세들의 불의의 공격에 속절없이 죽는 이도 많았으나 청량도사처럼 어려움을 극복하고 간세들을 물리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건 청풍자가 제자들을 다독여 침작하게 대응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모른다. 청풍자의 연락을 받은 무당의 제자들은 빠르게 안정을 찾고, 곳곳에 숨어 있는 간세들을 정리하는 한편 무기를 챙겨 연무장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태청진인과 현원자에게도 소식이 전해졌다. 




“사부 적(敵)이 침입했다고 합니다. 바로 가야하지 않겠습니까?” 


“서두르지 말거라. 조급함을 고치라고 누누이 이야기하지 않았느냐?” 


“죄송합니다. 하지만........?” 


“장문인께서 현명하게 대처하고 계실 것이다.” 




사부의 말에 화원명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조급한 마음을 진정하려 노력한다. 사부에게 태극검을 배우고 난 이후, 편협하고 조급하던 화원명의 성격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태극검의 요체가 이정제동(以靜制動), 후발제인(後發制人)에 있기에 조급한 마음을 가지고서는 태극검을 익힐 수 없었기 때문이다. 화원명의 호흡이 진정되자 태청진인이 청명검(淸明劍)을 전해 주었다. 




“이제 가거라. 가서 무당의 진정한 무서움을 알려 주거라.” 




화원명은 청명검(淸明劍)을 받아들고 비명소리가 메아리치는 연무장을 향해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거대한 연무장을 향해 무장한 도사들이 모여들고 있다. 지금까지 무장(武裝)도 없이 속옷 차림에 물통만 달랑 들고 오던 도사들이 아니다. 곳곳에서 타오르던 불길도 잡혀가고 있고, 비명소리도 서서히 잦아들고 있다. 검치독인(劍痴獨人)은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신들의 숫자는 혈영대와 흑풍대를 모두 합쳐도 4백이 넘지 않는다. 하지만 무당 놈들은 그 숫자가 얼마인지 파악하기 조차되지 않는다. 더구나 간세들의 정보에 의하면 태청진인과 화원명까지 무당에 있다고 한다. 처음부터 무리한 공격이었다. 다만 간세들의 협심과 기습공격의 효과를 살린다면 충분히 승산(勝算)이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을 지남에 따라 돌아가는 상황이 그게 아니다. 혁린강의 말이 생각난다. 무리한 공격은 하지 말라고 했다. 애초에 4백으로 무당을 상대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후퇴...........후퇴하라.” 




검치독인(劍痴獨人)의 판단은 빨랐다. 어쩌면 어리석고 단순하기에 작금(昨今)의 사태를 빨리 파악하고 망설이지 않고 후퇴를 명했는지 모른다.




“방금 뭐라 하셨습니까?” 




혈영대 대장이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검치독인에게 질문했다. 이제 시작인데 후퇴라니 당치도 않은 말이다. 




“이 새끼야. 귓구멍이 먹었어. 후퇴하라고 했잖아.” 




검치독인(劍痴獨人)이 굳은 얼굴로 소리차지 혈영대 대장은 불만이 가득했지만 감히 거역하지 못하고 후퇴하라고 명령했다. 혈영대 무사들도 대장처럼 불만이 가득했지만 명령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물론 흑풍대도 마찬가지다. 혈영대와 흑풍대가 연무장에서 서서히 물려난다. 그때 전열(戰列)을 정비한 청풍자가 무장한 도사들이 이끌고 왔다. 검치독인(劍痴獨人)은 뒤를 돌아보며 입술을 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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