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흑도 - 7부

본문

무척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갓 목욕을 하고 나온 여인.




칠흑 같은 머리채는 이슬 같은 물기를 머금은 채 풍만한 둔부 위


로 폭포수같이 걸쳐져 있고, 반듯한 이마에 그림 같은 눈썹과 흑


요석 같은 눈동자, 마늘쪽 같은 콧날과 대조되어 금실같이 화려한 


속눈썹, 붉은 입술은 앵두의 요정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걸작인가?






학의 그것같이 미려한 목의 곡선과 봄의 풍요가 머문 것 같이 약


간은 아쉬운 듯 섬세한 양 어깨의 곡선.




풍만한 젖가슴과 은밀한 아랫배 깊은 곳까지는 얇은 수건으로 가리고 있었다.




그 아래로 뻗어 있는 두 다리는 아름답고, 앙증맞은 두 발은 영혼으로 살아 숨쉬고 있었다.




절색의 미녀 사천일미 진애영.




그녀는 올해 스물네 살의 학청문주 진청하의 딸이자 창천일룡 엽검추의 애인이었다.




지금 그녀는 방금 목욕을 한 몸으로 한 사내의 내방을 맞이 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 사내는 그녀를 찾을 권리가 있었다.




"아름답소."




"고마워요."




여인은 진애영이고, 사내는 엽검추였다.




그들은 연인이었다.




창으로는 가을 달빛이 쉬임없이 넘실대며 밀려들었다.




이 곳은 함부로 들어 올 수 없는 진애영만의 침실이었다. 하지만 엽검추는 이곳이 자주 들어왔는지 전혀 어색한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진애영은 백어 같은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길 아래서 진애영의 의복이 떨어지는 낙엽이 되어 갔다. 




저절로 가빠지는 그녀의 숨결이 옷을 벗은 엽검추의 가슴팍에 모닥


불을 지핀다.




"당신, 멋져요."




그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흑요석 눈동자가 곰살거리며 그의 눈동자 


깊숙이 자리해 든다.




그의 전 인생을 건다 해도 결코 후회하지 않을 영원한 사랑의 그


녀였다.




그는 그녀를 덥석 안아 들었다.




파르르 떨며 그녀는 매우 익숙하게 그의 품안으로 녹아들었다.




이미 십 수 번을 안겨 온 품이었다.




그러나 안길 때마다 그녀는 떨었다.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품에 안긴다는 것은… 그렇게 


떨리기만 하는 것일까?




그녀의 떨림은 엽검추가 은은한 분홍 휘장에 가려진 침상에 소중한 


보석함을 내려놓듯이 그녀를 눕혔을 때도 계속되었다.




처음엔 그 입술이 봄바람이었다.




부드러운 아지랑이를 키우듯 떨고 있는 그녀의 몸 위를 그의 입술


이 봄바람같이 불었다.




점차 몸이 따뜻해지고 떨림이 잦아들었다.




그의 손이 그녀의 가슴과 아랫배를 가리고 있던 비단 수건을 걷어 


버렸을 때, 멈추었던 떨림이 다시 찾아들었다.




엽검추 앞에서 그녀는 항상 이랬다. 




그를 처음 만난 열살 나이의 그 떨림 그대로.




엽검추의 이빨이 그녀의 젖꼭지를 잘근 물었을 때, 


그녀는 불에 덴 듯이 파닥거렸다.




더 이상 봄바람은 아니었다.




용광로 같은 그의 손길이 두 개 젖가슴을 기세도 등등하게 점령하


고, 그의 불타는 입술이 발끝에서부터 가장 부끄러운 곳까지 염치 


좋게 화끈한 화인을 남길 때 그녀는 더 이상 떨지 않아도 좋았다.




오직 그만을 위해 마련된 그녀의 신비한 보지가 열렸고, 그의 억센 자존심인 굵은 자지가 밀어닥쳤다.




그녀는 수줍고, 그는 당당했다.




그들은 하나의 불꽃으로 합쳐져 꺼질 줄 모르고 타올랐다.




창을 통해 스며든 달빛은 그들을 위해 시를 읊었고, 노래를 


불렀다.








그들은 달빛 아래서 호흡을 고르고 있었다.




그가 만지고 있는 젖가슴에서 아직도 열락의 끝여울이 느껴진다.




"추랑, 보름 후에는 아버님 환갑이에요."




"알고 있소. 잔치에 대해서는 혁노사가 모든 준비를 끝냈을 것이오. 그날은 반드시 영매 당신을 문주님께 달라고 정식으로 말하겠소."




보름 후, 학청문주이자 진애영의 아버지인 진청하의 환갑연이 베풀


어지기로 되어 있다.




그 때는 모든 학청문의 식솔들과 성도성의 내노라 하는 사람들이 


모여 노영웅 진청하의 환갑을 축하하는 잔치를 열리라 했다.




"추랑……."




반애영은 무척 하기 힘든 말을 하듯, 매우 감격스럽게 말문을 열


었다.




"추랑……사랑해요."




"영매, 우리의 사랑은 운명이었소 처음볼 때 처럼."




"영매……."




엽검추는 진애영의 알몸을 잡아 빙글 자신의 가슴 위로 끌어올렸다.




흐르는 달빛 아래 풍만한 젖가슴이 출렁이고, 젖꼭지가 도발적으


로 꼿꼿해졌다.




길게 그늘진 그녀의 두 눈이 달빛을 타고 흔들린다.




"영매, 당신이 나 엽검추를 선택한 것은 운명이었고… 나 엽검추는 그


런 운명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오"




"아, 추랑!"




그녀는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




엽검추의 그 한 마디는 그녀의 모든 바램이 당장에라도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그녀의 입술이 스스로 엽검추의 입술을 찾아 밀착되었다.




식었던 땀이 다시 불길을 당기기 시작했다.




"추랑, 천첩도 당신을 선택한 운명을 후회하지 않아요. 결코……!"




"영매……."




"당신이 자랑스러워요. 우리는 이후에도 영원히 자랑스러울 것이


에요. 아, 추랑!"




그녀의 입술이 엽검추의 전신을 누볐다.




더 이상 부끄럽거나 수줍어하지 않았다.




그녀는 당당하게 엽검추를 원했고, 타는 목마름으로 헐떡였다.




단언코 그녀가 이런 행동을 취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왜?




그 이유는 그녀도 알고, 그도 안다.




꼬집어 표현할 수 없는 절박한 어떤 것이 그들을 휘감고 있다는 


것을!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이런 절박감을 느끼게 하는 것일까?




그녀의 불타는 입술이 엽검추의 건장한 가슴을 지글지글 태우고 더 


아래로 미끄러져 내렸다.




부드럽기는 비단을 능가하고, 굴강하기로 치자면 천 년 정강의 쇠


기둥보다 더 건강한 그의 자지를 점령했다.




"합!"




엽검추의 두 손이 그녀의 삼단 같은 머리채 깊숙이 쑤셔 박히며 진


저리치는 쾌락의 떨림을 일으켰다.




영매가 이런 체위를 취한 것은 맹세코 지금이 처음이었다.




"아하하……!"




두 사람이 연인의 인연을 맺은 이래 이토록 격렬하고 새로운 애감


의 탐험을 한 적은 없었다.




오늘 밤의 정사는 격렬했다.




이 단 한 번의 밤으로 그들이 이후 치루어야 할 평생의 모든 침실역사를 마감 지우려는 듯이!




창을 통해 흘러드는 달빛도 차마 그들을 정시하지 못하고 얼굴을 


돌렸다.




"아……!"




"하앗!"




그들은 서로가 일치된 절정의 신음성을 화려하게 폭발시켰고, 창 


밖에선 아침 안개가 서리서리 피어 오르고 있었다.




밤의 역사가 막을 내렸다.










"한 사람의 이지를 잠시지간만 흐리게 하고, 또한 그를 극로 흥분케 함은 물론이고 지독한 살심을 유발케 하는 기향 이지."




"또한 그 기향은 일종의 "고독"인데… 이름이 망아백정향고, 그것은 일단 고력이 발휘되면 그 사람의 모든 백 가지 욕망과 정욕 등을 일시에 폭발시키고… 


특히 살심을 끌어올려 순간적으로 광분케 하고, 특히 본성이 순후강직한 인물이라면 그 효력이 배가 되지."






"하지만 망아백정향고의 효력은 단지 하나, 둘, 셋을 셀 동안만 폭발하고… 그 후엔 씻은 듯 사라지기 때문에… 하아! 아무도 눈치챌 수 없다. 절대 눈치챌 수 … 없다."




조구는 학청문주 진청하의 환갑잔치가 있는 날 새벽 은밀하게 진절천을 만나 검은색 약병을 하나 주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밤은 이렇게 깊어 갔다.




그리고 서서히 아침이 깨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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