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282부

본문

숭산을 출발한 풍운이 해질 무렴 정주(鄭州)에 도착했다. 무림에서 가장 빠른 음양비가 있기에 가능한 이야기지만, 음양비를 장시간 펼치며 막대한 기(氣)의 소모가 뒤따르게 됨으로 정주에 도착하자마자 온몸이 풀 먹은 솜처럼 녹신녹신하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온몸이 부셔지는 한이 있어도 오늘 중에 개봉(開封)에 도착해야 한다.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음양비를 펼쳐 개봉(開封)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마을에 도착했다. 이제는 손가락하나 까닥할 힘도 없다. 밤도 깊어 지금 시간에 개봉에 도착한다 해도 취걸개를 만나긴 힘들 것이다. 마을을 돌아보고 있으니 해시(22~24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드린다. 




객점을 찾아보았으나 밤이 깊은 시간이라 문을 연 객점은 한곳도 없었다. 오늘밤도 노숙을 할 팔자인가 보다. 주위에서 가까운 야산으로 올라갔다. 눈 덮인 야산에서 쉴만한 장소를 찾기란 쉽지 않다. 멀리 관제묘가 보인다. 비바람이라도 피할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관제묘 안에 들어서니 냉기(冷氣)가 엄습한다. 풍운은 나뭇가지를 가져와 불을 피우고 자리에 누웠다. 




눈을 감자마자 하루의 피로가 몰려와 깊은 밤에 빠진 풍운은 내면세계에 들어온 자신을 발견했다. 기화요초(琪花瑤草)들이 만발한 드넓은 들판에 홀로 외롭게 자리한 정자가 보인다. 풍운은 생기(生氣)를 잃어버린 기화요초들을 보니 마음 한구석이 아련하게 시려왔다. 자신에게 모든 것을 전해주고 떠나간 정령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정자에 올라 바닥까지 말라버린 강을 바라보고 있으나 검(劍)을 찬 정령이 바람처럼 날아와 풍운 앞에 멈추었다. 




“많이 늦으셨네요. 기다리고 있었어요.” 




풍운은 해맑은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오늘이 주인님과의 마지막 만남입니다.” 


“오늘이 지나면 당신도 떠나시는 겁니까?” 


“저는 언제나 주인님과 함께입니다. 허상(虛像)이 사라질 뿐입니다.” 


“하긴 당신은 신성체의 집합체..........천상기병(天上奇兵)의 또 다른 모습이었죠.” 


“주인님께서 잘 알고 계시니 따로 설명이 필요 없겠군요. 시작하시죠.” 


“잠깐만! 질문이 있어요. 오늘이 아니면 기회가 없으니 꼭 대답해주셔야 합니다.” 


“말씀하세요. 성심을 다해 답변할게요.” 


“저는 누구죠?” 


“궁금하세요? 지금까지 묻지 않으셨잖아요?” 


“대답하기 곤란하시면 하지 마세요.” 




나는 누구인가? 인생을 살아가며 한번쯤 고민하게 되는 질문이다. 자신이 누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야 하는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은 축복받아야 하지만, 온갖 고난과 빈민이 가득한 세상에 태어난 자체가 고생문의 시작은 아닐까?>>




풍운은 현실의 삶에 충실하려 노력한다. 자신 앞에 닫친 문제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이 중요하지 자신이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지 등의 문제는 중요치 않다. 하지만 오늘은 정령과의 마지막 만남이다. 자신이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오늘이 지나면 영원한 비밀에 묻혀 비릴지도 모른다. 최소한 자신이 누군지 정도는 알고 싶다. 정령도 풍운의 마음을 알고 있다. 




“주인님은 석제환인다라(釋帝桓因陀羅), 석가제바인다라(釋迦提婆因陀羅)님의 아드님입니다.” 


“혹시 제석천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예! 줄여서 제석천주님이라고도 부르죠.”


“신(神)의 아들...........제가 신의 아들이란 말이죠?” 


“예! 범천(梵天)과 함께 불법을 수호하는 호법선신님의 아드님입니다.” 


“꿈같은 이야기로군.........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신(神)이 자식을 버린 건가?”




풍운의 냉소적인 말에 정령은 씁쓸하게 웃는다. 




“자식을 버리는 부모는 없습니다. 사정이 계시겠죠.” 


“위로하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지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신(神)의 아들이든 아니든 상관없어요.”


“..............”


“참~ 저와 함께 내려온 여인 있죠. 그 여인은 누구의 자식이죠.” 


“조금 전에 말씀드린 범천(梵天)주님의 따님입니다. 주인님과는 태중혼약한 분이죠.” 


“책임도지지 못하면서 짝까지 정해 주셨다. 대단한 분들이군.”


“................”


“답변 고마워요. 이제 끝났어요.”


“이제 더 이상 질문이 없으시면 시작하시죠.” 




풍운은 담담한 표정으로 정령이 들고 있는 검(劍)을 잡아 옆에 놓고 바닥에 눕혔다. 




“아무리 허상(虛像)이라고 하지만 당신께 죄를 짓는 기분이군요.” 


“저는 기쁜걸요. 주인님께서 성장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주인님을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었답니다.” 


“저도 때론 누님처럼, 때론 스승처럼 저를 아껴주신 당신을 사랑합니다.” 




풍운의 입술이 촉촉하게 젖은 정령의 입술과 하나가 되었다. 정령은 입을 벌려 풍운의 혀를 받아들었고, 두 사람의 혀는 하나가 되어 사랑의 찬가를 부른다. 서서히 달아오르는 흥분과 함께 풍운의 손이 어깨를 지나 탈력 넘치는 가슴을 애무한다. 




“음~ 음~” 




정령이 숨이 막히는 모양이다. 풍운의 입술이 정령의 입술을 지나 붉게 달아오른 귀를 깨물자 정령이 가늘게 경련한다. 




“하이........하이........주인님.” 




정령이 몸을 비틀며 보채지만 풍운은 서두르지 않고 입술로 목을 애무하며 양손으로 젖가슴을 주무른다. 




“하흑~ 하이........하이.” 




사슴처럼 가느다란 목을 지나고, 작은 고개를 넘어가니 급격한 경사를 이루는 언덕이 나타났다. 풍운의 입술이 경사를 타고 오르니 분홍색 열매가 파르르 떨고 있다. 




“쩝~ 쩝~” 




어린아이가 사탕을 빨듯 분홍색 유실(流失)을 빙글빙글 돌리며 희롱하다가, 가슴을 가운데로 모아 양쪽 유실을 빨아주니 정령은 이제 참지 못하고 양팔로 풍운의 목을 감는다. 풍운은 촉촉하게 젖어오는 정령의 팔을 잡아 가운데 손가락을 깨물었다. 




중지에서 검지, 검지에서 약지, 약지에서 엄지로 이동하며 깨물어주고 마지막으로 새끼손가락을 애무한 입술은 손등을 타고 손목을 지나 눈처럼 하얀 팔을 애무하며 가슴에 이른다. 정령은 온몸의 감각세포들이 애민해져 이제는 조그만 자극에도 아름다운 선율을 토해내는 악기가 되었다. 반대쪽 팔의 애무를 끝낸 입술이 젖가슴에서 원을 그리며 애무하다가 협곡(峽谷)을 지나 넓게 펼쳐진 평원으로 내달린다. 군살 없는 탄탄한 평원에는 작은 구멍이 있다. 혀가 거침없이 구멍으로 들어가자 평원이 요동치며 활처럼 휘어진다. 




“하지 마.........주인님 그만.” 




정령의 숨넘어가는 신음을 뒤로하고 입술이 울창한 밀림으로 향한다. 부드럽고 감미로운 밀림을 감상하다가 급경사를 이루는 둔덕을 미끄러져 내려가니 울창한 숲에 가려진 신비의 골짜기가 살며시 고개를 내밀었다. 풍운은 목이 마른지 숲을 헤치고 분홍색 꽃잎에 방울진 이슬을 핥아먹어 보지만 그것만으로는 갈증을 해소할 수 없어, 구멍 속을 탐사하기로 했다. 손가락이 여린 속살을 헤집고 들어가지만 사랑하는 이의 손길은 고통보다는 환희(歡喜)에 찬 희열(喜悅)을 선사하니 정령은 기쁨을 참지 못하고 다량의 샘물을 토해낸다. 




“홀짝, 홀짝~, 쩝~ 쩝~” 




꽃잎이 입속에서 녹아들고, 달콤한 샘물은 갈증을 달래준다. 작고 앙증맞은 봉우리를 입술로 깨물어주자 정령의 몸이 활처럼 휘어지며 무섭게 경련한다. 




“하이........하이.......주인님. 그만. 이제 들어오세요.” 




정령의 노골적인 유혹에 풍운은 침으로 번들거리는 입술로 다시 젖가슴을 빨아주다가 달콤한 입맞춤을 이어간다.




“당신이 해주면 안 될까?” 




정령은 눈을 흘기면서도 싫지 않은 듯 풍운의 위로 올라와 목에서부터 부드러운 애무를 이어가 다리사이에 이른다. 몽롱한 눈빛으로 거만하게 솟구친 기둥을 바라보던 정령이 조금도 망설임도 없이 입을 벌린다. 하지만 입안에 가두기엔 기둥이 너무 우람하다. 




“홀짝~ 홀짝~ 쩝~ 쩝~” 




정령이 정성을 다해 기둥을 애무해주니 풍운도 정령을 반대로 눕혀 더운 김을 토해내는 골짜기를 애무해진다. 깊고 깊은 계곡에서 계속해서 샘물이 넘쳐나고, 정령은 이제 목젖 넘어 목구멍까지 기둥을 넣고 빨아준다. 




“하흑~ 주인님. 못 참겠어요.” 




정령을 바닥에 눕힌다. 인간세상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절대미녀. 단단한 근육질 몸매는 군살하나 찾아볼 수 없다. 풍운이 다리를 벌리니 정령이 양손으로 계곡을 벌려준다. 따뜻하다. 정령의 품은 어머니의 품처럼 따뜻하다. 




“아흑~” 




단단하고 뜨거운 물건이 속살을 파고들자 정령이 매달리며 절규하고, 뿌리까지 들어간 물건이 무섭게 조여드는 질에 대항하는 것처럼 용트림을 하고 있다. 




“주인님. 사랑해요.” 




정령의 달콤한 속삭임에 풍운의 물건이 서서히 운동을 시작했다. 




“질퍽~ 질퍽~” 




충분한 애무를 통해 이미 질퍽해진 계곡은 커다란 물건을 무리 없이 받아들이고, 물건은 그에 회답하듯이 빠르게 왕복하며 쾌락을 선사한다. 비단결 같은 머리카락이 사랑스럽게 보인다. 정령이 엎드리고, 물건이 안쪽 깊숙이 들어가며 요동치니 머리카락은 성난 파도처럼 물결친다. 풍운은 정령을 포근하게 안아 젖가슴을 애무하며 계속 밀어 붙인다. 




“하이........하이.........이제 제가 할게요.” 




정령이 풍운을 눕히고 위로 올라온다. 검(劍)의 정령은 불같은 정열을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엉덩이가 들썩거리며 더운 숨을 토해낸다. 풍운이 상처를 일으켜 정령의 허리를 잡고 가슴을 빨아주고, 정령은 온몸을 풍운에게 맡기고 쾌락의 세계로 빨려 들어간다. 




꽃잎이 비처럼 내리고, 나비가 너울너울 춤을 춘다. 깃털처럼 가벼운 몸은 나비가 되어 꽃들 사이를 날아다닌다. 정령의 눈에 눈물이 방울진다. 이젠 떠나야 할 시간이다. 




“하이.........하이.......주인님. 사랑해요.” 




정령의 속삭임과 함께 두 사람의 몸이 빛에 쌓여 공중으로 떠오르고, 기화요초(琪花瑤草)들이 만발했던 들판이 어둠속에 잠겨간다. 정령이 무섭게 경련하며 풍운의 얼굴을 감싸주고, 풍운은 물방울처럼 방울지는 정령을 안타까운 눈을 바라본다.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이다. 위기 때마다 자신을 구해주었던 정령과의 마지막 이별이다. 




새벽에 풍운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온몸이 깃털처럼 가볍고 상쾌하며, 무한한 힘이 느껴진다. 




“당신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열심히 살게요.” 




풍운은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관제묘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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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開封)은 전국시대의 위(魏)나라를 비롯해 오대의 양(梁), 북송(北宋), 금(金) 등 여러 왕조의 도읍이었던 유서 깊은 도시로 중국 6대 고도(古都)의 하나이다. 북송시대에는 100만 명을 넘는 대도시였고 강남의 여러 도시와 수로로 연결되어 있어『천하의 요회(要會)』라고 불렀다. 볼 곳으로는 1,4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상국사(相國寺), 송(宋)대의 건축을 복원해 전통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송도어가(宋都御街), 송대 황거(皇居)의 어원(御園) 일부였던 용정공원(龍亭公園), 북송시대에 창건된 높이가 55.08m이며 8각형 모양의13층인 철탑(鐵塔), 개봉에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건축물인 번탑(繁塔) 등 있다. 




개봉의 거리는 원단을 맞이하여 생기가 넘친다. 각가지 장식물로 멋을 낸 건물들과 형형색색의 옷을 꺼내 입은 사람들의 모습이 이채롭다. 풍운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거리를 걷고 있었다. 평소와 달리 사람들의 모습이 이상하게 보인다. 어떤 이은 붉은 빛에 쌓여 있고, 어떤 이는 청색으로 빛나고 있으며, 어떤 이는 검게 빛나고 있다. 도체가 어떻게 된 것일까? 영혼의 세계라도 보이는 것일까? 




“저건 또 뭐야.” 




검을 빛을 뿌리는 사람 뒤에 흐물흐물한 형체가 보인다. 자세히 보니 말로만 듣던 죽음의 사자 같다. 죽음의 사자가 따르고 있다는 것은 죽임이 임박했다는 뜻일까? 




사실 풍운은 제6차 차크라가 각성되며 제3의 눈, 즉 ‘영혼의 자각과 직관’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차크라의 영적에너지를 담을 그릇인 신성체가 완성되지 않아 능력은 있으나 그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는데, 2번째 정령의 희생으로 신성체가 완성되며 차크라 본래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풍운은 사람들의 영적에너지를 보면 고개를 흔들었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고 판단해야지 영적에너지를 통해 그 사람의 옮고 그름과 앞으로의 삶을 예견하다는 것을 옮지 못하다. 이런 능력은 필요 없다. 봉인(封印)해야 한다. 하지만 잘 됐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스스로의 능력을 통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풍운은 손으로 눈을 가리고 제6차 차크라의 능력을 봉인(封印)하고 다시 눈을 뜬다. 영적에너지가 보이지 않는다. 차크라가 풍운의 마음에 응답하여 봉인된 것이다. 신성체의 완성은 풍운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가장 큰 변화는 차크라의 능력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9파1방의 1방이 개방이다. 달리 궁가방이라고도 부르는 개방은 개봉의 명물인 공자묘를 총타로 삼고 있다. 풍운은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객점으로 향했다. 개봉취성루라는 빛바랜 현판이 보인다. 예전에 십이사(十二死)들이 화합하던 장소다. 잠마동을 출관하여 중원전역에 흩어져 있던 십이사는 천상루의 도움으로 이곳 객점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풍운은 예전 기억을 되새기며 객점에 들어가 음식을 주문했다. 한참 식사에 열중하고 있는데 장사치로 보이는 젊은이가 허락도 없이 풍운 앞에 앉는다. 




‘대륙금위입니다.’ 




풍운이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자 젊은이가 얼른 전음을 보낸다. 젊은이는 장사치로 위장한 대륙금위였던 모양이다. 




‘회장님께서 이걸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젊은이가 작은 쪽지를 꺼내 건네준다. 쪽지를 펼쳐보니 마침 원단을 맞이하여 취걸개가 총타에 있다는 내용이다. 




“식사는 하셨어요. 같이 드시죠.” 




풍운이 기(氣)를 끌어올려 쪽지를 태워버리며 무사에게 말했다. 




“먹었습니다. 달리 하실 말씀이 없으면 이만 물려가겠습니다.” 


“앉아계세요. 궁금한 것이 있어요.” 




풍운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젊은이가 다시 엉덩이를 깔고 앉는다. 




“소문에 점창파가 불바다가 되었다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합니다. 저희들이 파악한 정보에 의하면 소림, 무당, 화산, 종남파도 위험합니다.” 


“그건 무슨 말이죠.” 


“혁린강이 지휘하는 본진이 섬서성에 도착했고, 무당과 제갈세가가 있는 호북성에도 배화교 놈들이 나타났습니다. 또한 이곳 하남성으로 달려오고 있는 놈들도 있습니다.” 


“동시다발적으로 중원전역을 공략하겠다는 건가? 군산의 움직임은 없나요?” 




군산에 있는 무경일행도 소식을 들었을 것이다. 무경이라면 무언가 대책을 세우지 않았을까?




“아직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움직임이 없다는 것은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자는 뜻일까? 자신에게도 특별한 연락이 없었다면 계속 지켜보자는 의미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백도 무림이 초토화되고 있는데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일까? 달리 생각해 둔 작전이라도 있다는 말인가? 모르겠다. 무경을 만나야 그녀의 속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알겠습니다. 식사하세요.” 


“더 질문하실 것이 없으시면 그만 일어나겠습니다.” 




젊은이는 얼른 일어나 하직인사를 하고 바람처럼 사라진다. 태상장로와 한자리에 앉아 있다는 것이 불편했던 모양이다. 풍운은 식사를 마치고 창밖으로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배화교의 의도는 불을 보듯 뻔하다. 놈들은 중원 무림을 장악하고 있는 구파일방과 칠대세가를 초토화시켜 희망의 불씨를 짓밟아버리고, 깔끄러운 상대인 흑도 무림을 상대할 생각이다. 서둘려야 한다. 감상에 빠져 있을 시간은 없다. 이대로 배화교 놈들의 의도대로 흘러가면 희망이 없다. 




원단을 맞이하여 중원각지에 흩어져 있던 거지들이 총타로 문안인사를 왔다. 방주는 시기가 하도 어수선하여 잔치를 벌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으니 조촐한 연회를 베풀었다. 풍운이 총타가 있는 공자묘에 도착하니 거지들이 앞을 막는다. 




“무슨 일이요.” 


“취걸개님을 만나려 왔습니다.” 


“장로님을? 아시는 분입니까?” 




취걸개를 만나려왔다는 말에 거지들의 태도가 단번에 바뀐다. 혹시라도 장로님과 아는 사람에게 불경했다가는 나중에 무슨 꼴을 당하지 모르기 때문이다. 




“예전에 술을 강탈해 가셨죠. 빛을 받으려 왔다고 전해주세요.” 


“빛? 그렇게 말씀드리면 되는 겁니까?” 


“그렇게 전해주세요. 기다릴게요.” 




취걸개는 개방의 태상장로로 개나 소나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기에 풍운이 약간의 꾀를 낸 모양이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때 국물이 질질 흐르는 지저분한 옷을 걸친 취걸개가 씩씩거리며 나타났다. 




“대체 어떤 잡종의 새끼가 빛을 받으려 왔다는 말이냐.” 


“바로 저분입니다.” 


“저놈?” 




취걸개가 의아한 표정으로 아래위를 흩어보며 풍운 앞으로 걸어왔다. 




“야~ 너 나 알아.” 


“예전에 술을 강탈해 가셨잖아요. 모르시겠어요.” 


“강탈을 했다. 이런 개잡놈의 새끼를 보았나. 처음 보는 새끼가 새해 첫날부터 모함을 해?” 


“오리발을 내밀겠다는 말씀입니까?” 


“이자식이 보자보자 하니까? 오리발이라니? 내가 언제 오리발을 내밀었다는 거냐?” 


“분명히 강탈해 가셨는데, 전혀 모르겠다고 하시니 오리발이죠.” 


“이런 썅~” 




화가 치밀어 오른 취걸개가 풍운의 명상을 향해 주먹을 날린다. 풍운은 칠성둔형으로 주먹을 피하며 전광석화(電光石火) 같은 속도로 취걸개의 뒤로 돌아갔다. 




“어쭈구리. 장난 아닌데............잠깐만 방금 그건?” 




취걸개 같은 늙은 생강이 칠성둔형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풍운은 취걸개가 무슨 말을 하기 전에 얼른 전음을 보냈다.




‘마수마랑입니다. 취걸개님과 독대를 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취걸개가 지금까지와 달리 심각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려보았다. 




“나를 보고자 왔나?” 


“예!” 


“여긴 아무래도 거북하겠지. 따라오게.” 




무림공적 마수마랑이 재발로 찾아왔다. 혹시 나쁜 마음으로 찾아왔는지 의심되어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특별히 이상한 점은 찾아볼 수 없다. 마수마랑이 자신을 만나기 위해 호굴(虎窟)이나 다름없는 총타를 홀로 찾아온 것이다. 취걸개는 풍운을 허름한 주점(酒店)으로 데려갔다. 




“점소이. 여기 술. 항아리로 가져와.” 


“안주는요?” 


“필요 없어. 술이 안주지. 술이나 가져와.” 




풍운을 봉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점소이가 술을 가져오자 취걸개가 게걸스럽게 술잔을 기울인다. 




“카~ 좋다. 너는 안마시냐?” 


“생각 없어요.” 


“짜식~ 이 좋은걸 왜 안 마셔.” 




취걸개는 잘됐다는 표정으로 술을 마신다. 




“그래 소문도 쟁쟁하신 마수마랑께서 이 미천한 거지를 무슨 일로 보자고 오셨나이까?” 


“함께 싸우자는 말씀을 드리려 왔습니다.” 




풍운은 태청진인이나 무혜성승과는 달리 요점만 간락하게 말했다. 




“누구랑? 너희들이랑? 누구랑 붙자고? 대가리 꽁지도 없이 뜬금없이 함께 싸우자고 하면, 무슨 말인지 알아 들겠어?” 


“저희들과 함께 새외 놈들과 싸우자는 말입니다.” 


“무림공적인 너희들 패거리와 개방이 손을 잡자. 똥 밟은 소리 하고 있네. 그게 가능할 것 같아?” 


“누가 개방하고 손잡고 했어요? 취걸개님을 비롯한 우내십기님들과 손을 잡자는 말이죠.” 




풍운의 말에 취걸개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허참~ 할 말이 없네. 우내십기가 어떤 늙은이들인데 너희 같은 피라미들하고 손을 잡아 이 미친놈아!........지나가는 개가 웃을 소리 지껄이지 말고 술이나 처먹고 꺼져.” 




예상은 하고 있었으나 역시나 일언지하(一言之下)에 거절이다. 




“취걸개님은 조금 다를 줄 알았는데, 역시 똑같은 분들이군요.” 


“무슨 개미허리 부려지는 소리야? 똑같다니? 누구랑 똑같단 말이냐?” 


“태청진인과 무혜성승님도 거절하시더군요. 체면이나 명분이 중요합니까?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능력이 있으면서도 방관하시는 것은 더 큰 죄가 된다는 것을 어찌 모르시는 겁니까?” 


“잡놈.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지껄여대는군. 네놈 제자들이 죽었냐? 네놈 친구들이 죽었어. 공동파. 청성파. 점창파. 그놈들은 모두 우리 제자들이었고 친구들이었다. 왜 나서지 못하느냐고? 체면! 명분! 그래 변명하지는 않겠다. 맞아. 체면 때문에, 명분 때문에 나서지 못하는 것도 있어.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나선다하여 변하기 것이 없기 때문이다.”


“................”


“쥐뿔이나 능력도 없는 새끼들.........자기 죽을지도 모르고 설쳐대는 새끼들...........그 새끼들이 우리말에 콧방귀도 뀌지 않을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나서지 않은 것이다.” 


“가주나 문주들이 우내십기님들 말씀도 듣지 않는다는 뜻입니까?” 


“골방에 처박혀,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늙은이들 말을 너라면 듣겠냐?” 


“그건 변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노력이나 해보셨나요. 해보지도 않고 미리 단정하지 마세요.” 


“개 좆이나! 늘그막에 별시답지 않은 놈한테 훈계를 듣네. 그래. 새끼야. 네 팔뚝 굻다. 이제 됐지.” 




취걸개는 귀찮다는 듯이 손을 휘저으며 술을 마신다. 




“아직 대답하지 않으셨어요.” 


“불가(不可)!........네놈 뜻은 잘 알았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물려가라.” 




취걸개도 거절했다. 역시 안 되는 모양이다. 풍운은 개봉을 빠져나오며 많은 생각을 했다. 우내십기 중에 이제 백도인사는 성수신검과 태화상인만 남았다. 자신을 극도로 미워하는 남궁벽이 있기에 성수신검도 거절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고, 태화상인도 설득하긴 힘들 것이다. 




취걸개는 솔직한 자신들의 입장을 말해주었다. 우내십기는 상징적인 존재들로 전락했고, 구파일방과 칠대세가의 실세들은 현재의 문주들과 가주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무림의 주인이며 자신들만이 새외연합군에 대항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절대 자신들의 부족함을 깨달고 다른 이에게 도움을 청하진 않을 것이다. 더구나 그 상대는 흑도 무림인들이다. 지금까지 군림(君臨)하던 상대에게 허리를 굽히기가 말처럼 쉽겠는가? 우내십기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으며, 자신들이 나서서 실세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하면 꼴만 우습게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 흑도와 백도 무림인들 사이의 벽만 허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 이렇게 복잡한 이해관계가 엉켜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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