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281부

본문

소림사는 하남성(河南省) 등봉현(登封縣)에 있는 숭산(嵩山)의 소실봉(少室峯)중턱에 있다. "‘소림사"라는 이름 자체가 "소실봉의 북쪽 숲(林)속에 있다"라는 뜻이다. 눈 덮인 소실봉을 오르는 사내가 있었다. 무당산에서 출발한 풍운이다. 겨울이 깊어지며 날씨가 쌀쌀하다. 풍운은 눈보라를 뚫고 무혜성승이 수도하고 있다는 암묵암을 찾아가고 있다. 




“저기가 소림인가?” 




중턱에서 약간 더 올라간 바위에서 내려다보니 웅장한 소림사가 보인다. 소림의 고루(高樓)는 원(元)나라 때 건축한 초조암(初祖庵)이며, 본전(本殿)은 송(宋)나라 때의 목조건축이다. 본전의 내부에는 인왕(仁王), 용(龍)등을 부각한 석주(石柱)가 있고, 그 밖에 다수의 당송(唐宋)이후의 석비, 동위(東魏)의 삼존불(三尊佛), 북제(北齊)의 조상(彫像)등이 있으며, 본전의 앞에는 승려들이 권법을 수련하는 상석(床石)이 있고, 경내의 깊숙한 곳에는 역대 고승들의 묘와 석탑이 숲의 나무처럼 서 있는 탑림(塔林)이 있다. 이외에도 각종 무공비급과 불교의 경전들을 보관한 장경각(藏經閣), 소림사를 찾아오는 방문객들을 접대하는 지객당(知客堂), 노승(老僧)들이 보다 높은 불법을 수도하는 계지원(戒持院)의 양심당(養心堂), 제자들의 규율을 감독하는 계율원(戒律院), 장문인이 기거하는 방장실(方丈室), 방장실을 앞뒤로 에워싸고 있는 팔대호원(八大護院), 무공연습실인 소림삼십육방(少林三十六房), 절정고수들인 십팔나한(十八羅漢)들의 거처인 나한전(羅漢殿)등이 있다. 또한 선대 고승들의 유골과 유품을 모아 놓은 조사전(祖師殿), 장로원격인 장생전(長生殿), 계율을 어긴 승려들을 가두는 참회동(懺悔洞)등으로 이루어졌다. 소림을 지켜보던 풍운은 숨을 크게 몰아쉬고 허공으로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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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문을 열어보니 함박눈이 내리고 있다. 란은 멍한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본다. 연기처럼 날아가 버린 남자. 내면세계에서만 만날 수 있었으나 진정으로 사랑했던 남자. 그가 이제는 영영 볼 수없는 곳으로 떠나버렸다. 사랑하는 이의 얼굴이 떠오르니 가슴에 메어진다. 




“험험. 안에 있느냐?” 




밖에서 부르는 소리에 화들짝 정신을 차리고 문을 열어주자 가주가 서 있었다. 




“어서 오세요.” 


“이야기 좀 할까?” 


“들어오세요.” 




가주가 자리에 앉자 란이 반대편에 앉았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


“책을 읽고 있습니다.”


“마음의 지식을 쌓는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


“무슨 일로 저를 보시자고 하셨는지?”




란의 질문에 가주가 숨을 들이마시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천과 감숙성이 배화교 수중에 떨어졌다는 소문은 들었겠지?” 


“들었습니다.” 


“조금 전에 들어온 소식에 의하면 점창파가 불바다가 되었다고 한다.” 


“점창파? 점창파라면 운남성에 있지 않습니까?” 


“배화교 놈들이 중원 각지로 흩어졌다는 소문이 있다. 그중 한패거리가 공격한 모양이다.” 


“................”


“쉽게 말해 빈집털이를 당한 거야.” 


“그럼 저희들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말이군요.” 


“그것뿐만 아니라 무림맹을 중심으로 힘을 규합하고자 했던 백도 무림의 계획에도 커다란 타격을 받을 것이다.” 


“심각하군요.” 


“배화교 놈들 중에 뛰어난 모사(謀士)가 있는 것이 분명해. 한마디로 배화교의 간계(奸計)에 중원 무림에 놀아나고 있는 꼴이지.” 


“가주님께서 무림맹으로 가세요.” 


“뭐하게.” 


“현 무림에서 배화교 놈들의 간계(計)를 간파(看破)하고 대책을 마련하실 수 있는 분은 가주님밖에 없지 않습니까?” 


“틀렸어. 믿지도 않는데 무슨 말을 할리.” 


“그게 무슨 말씀인지.......?” 


“말은 안하지만 무경이 일로 우릴 멀리하고 있어.” 


“누가요?” 


“전부...........소림, 무당을 비롯한 구대문파와 칠대세가까지..........모두들 우릴 보는 눈이 곱지 않다.” 


“답답한 사람들이네요.”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야지. 그건 그렇고 그이야기를 하려고 온 것이 아니고,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점창파가 당했다. 우리도 안심할 수는 없어. 무슨 대책을 세워야 한다.” 


“본가는 온갖 기관들과 진으로 철저한 방비체계가 갖추어져 있지 않았습니까?” 


“사천당가는 본가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을 정도로 온갖 기관과 함정들로 무장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들도 하루를 버티지 못했다.” 


“폭약 때문이었죠.” 


“그래. 배화교 놈들이 폭약으로 기관들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렸어.” 




란은 손으로 턱을 잡고 한동안 고민했다. 




“놈들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최선이겠군요.”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나는 이번 기회에 우리 가문의 힘을 보여주고 싶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웅중산일대에 천금쇄살진(天擒鎖殺陣)을 펼치면 되겠군요.” 


“배화교 놈들은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50년간 중원 무림에 대해 철저하게 분석하고 파악했다. 천금쇄살진이 본가가 자랑하는 최고의 진이지만 배화교 놈들이 파해법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천금쇄살진에 미혹대진, 12팔병진 등을 조합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게 가능하겠어.” 




하나의 진속에 또 다른 진을 설치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진들도 각자의 특성과 효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맡겨주세요. 자신 있습니다.” 


“하하하~ 그래. 내가 그 말을 듣고 싶었다.” 




란과 가주는 무사들을 동원하여 제갈세가가 위치한 웅중산일대에 거대한 진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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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아담한 암자다. 풍운은 주변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암자 앞으로 갔다. 안에서 인기척이 없다. 풍운은 잠시 고민하다가 암자에 따린 마루에 앉았다. 기다리면 올 것이다. 한참을 기다라고 있으니 어린 동자승과 백발수염이 멋들어진 스님이 암자로 올라오는 모습이 보인다. 




“손님이 찾아오신 모양이구나. 누구신지 여쭈어보고 오너라.” 




스님의 말에 동자승이 달려와 풍운에게 합장을 했다. 




“아미타불. 어떻게 오셨는지요.” 


“무혜성승님을 찾아왔습니다.” 


“아미타불. 시주는 누구데 소승을 보고자 하시나.” 




어느 사이 무혜성승이 도착하여 풍운에게 질문했다.




“마수마랑 풍운이라고 합니다. 성승께 긴히 드릴말씀이 있어서 실례를 무릅쓰고 이렇게 불쑥 찾아왔습니다.” 


“마수마랑? 시주가 마수마랑이란 말이요?” 


“예! 제가 마수마랑입니다.” 




무혜성승의 표정이 기묘하게 변한다. 무림공적인 풍운의 방문이 의외(意外)의 모양이다. 




“시주가 마수마랑이란 것을 어떻게 증명하겠소.” 


“감히 성승 앞에서 무림공적인 마수마랑을 사칭한 놈이 어디 있겠습니까?” 


“하하하~ 틀린 말이 아니군. 좋아. 들어가세.” 




성승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풍운도 따라간다. 




“그래. 할 말이 뭔가?” 




자리에 앉자마자 성승이 질문했다. 사실 무혜성승 입장에서는 무림공적인 풍운과 한자리에 있다는 것만도 탐탁지 않을 것이다. 남들이 보면 뭐라고 하겠는가? 




“여기 오기 전에 태청진인님을 만나 뵙고 똑같은 말씀을 드리고 왔습니다.” 


“..............” 


“무림이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위기에 봉착했다는 것은 알고 계실 겁니다. 지금의 난국(亂局)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구심점이 필요하며, 그 구심점에 우내십기님들이 계셔야 합니다. 성승께서 깃발을 세워주세요.” 




풍운의 간단명료한 설명이 끝나자 무혜성승은 한동안 말없이 풍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스님. 차를 가져왔습니다.” 




동자승이 차를 가져와 내려놓고 물려간다. 




“들게나. 소실봉에서 직접 딴 소설향이네.” 




무혜성승인 먼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자 풍운도 조금 마셨다. 




“눈빛이 맑고 기운이 청량(淸良-인품이나 성격이 깨끗하고 선량한 사람)하군. 시주 같은 분이 무림공적이란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야.” 


“태청진인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같은 사건도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소문이란 왜곡되기 마련입니다.” 


“나는 정당한데.........보는 사람이 오해하고 있을 뿐이란 말인가?” 


“예전에는 남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거슬렀으나 이제는 초연(超然)해지려 노력합니다.” 


“좋은 마음가짐이군. 자네에게 묻겠네. 늙은이가 깃대하나 세운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나?” 


“희망의 빛이 되겠죠.” 


“희망은 희망사항일 뿐이야.” 


“강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지천에 깔린 것이 물이라 그 소중함을 모르지만, 사막을 걷는 나그네에게 한모금의 물이 생명입니다.” 


“하늘에는 두 개의 태양이 없고, 한 산에는 두 마리의 호랑이가 없다고 했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 


“눈앞의 조그만 이익에 연연하기 보다는 보다 높은 이상(以上)을 보아야 합니다.” 


“내가 속물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뜻은 있으나 행하지 못하고..........알면서도 행하지 아니한다면 그게 더 큰 죄업이 아닐까요?” 


“시주의 이상(以上)은 뭔가?” 


“무사태평(無事泰平)입니다.” 


“그런데 왜 고생을 자초하고 계신가?” 


“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저 같은 사람이 필요 없는 세상에서 살길 갈망합니다.” 


“어렵군. 자네의 뜻은 잘 알겠네. 허나 비가 내리기 위해서는 바람과 구름이 필요하듯 내가 나서기 위해서는 동화(同和-같이 화합함.)가 선결(先決)되어야 하네.”


“.............”


“태청진인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대답을 유보(留保)하고 싶네. 미안하네.” 




풍운과 무혜성승의 선문답 같은 대화가 끝났다. 결론은 풍운의 요구를 무혜성승이 완곡(婉曲)하게 거절한 것이다. 




“지금은 물려가겠습니다. 허나 언젠가는 다시 이 문제를 놓고 논(論)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시주는 포기라는 단어를 모르는군.” 


“그만큼 치혈한 삶을 살아왔습니다. 앉아서 좌절하기 보다는 한걸음이라도 앞으로 가려 노력하려 합니다. 그만 일어나겠습니다.” 


“자네의 장도(長途)를 빌어주겠네. 멀리 나가지 않겠네.” 




터벅터벅. 풍운이 아무런 소득도 없이 소실봉을 내려온다. 이젠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 부질없는 짓을 계속해야 하는가? 하늘에서 눈꽃이 내린다. 풍운은 산에서 내려와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객점을 찾았다. 날씨가 차가운데도 불구하고 길가에 사람들이 많다. 




“야~ 설매 타러 가자.” 




형형색색의 색동옷을 입은 아이들이 꽁꽁 얼어붙은 강가로 달려간다. 




“보통 때와는 다르군. 가만있어봐~ 오늘이 며칠이지. 그렇구나. 내일이 원단이구나.” 




날짜를 계산해보는 오늘이 올해의 마지막 날이다. 풍운의 머릿속에 일 년 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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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의 설치가 끝났다. 제갈세가가 웅중산에 터전을 마련하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사전에 많은 작업을 미리 해보았기에 진의 설치를 빨리 끝날 수 있었다. 란은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침상에 쓰려졌다. 눈꺼풀이 무겁다. 깊고 깊은 꿈나라에 빠진 란 앞에 기화요초가 만발한 언덕이 나타났다. 다시 내면세계에 들어온 것이다. 란은 설레는 감정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본능적으로 사랑하는 이를 찾는 모양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은 생기(生氣)를 잃어버린 기화요초들과 바닥이 보일정도로 말라버린 강 그리고 쓸쓸하게 남아 있는 정자만이 보인다. 예전과 사랑하는 이와 함께 했던 초막과 초막이 있던 강 넘어 언덕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 그분은 가셨지.” 




란은 복받치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며 흐느낀다. 사랑하는 이를 볼 수 없다는 것이 이렇게 가슴 시리고 아플 줄은 몰랐다. 




“휘리릭~” 




작은 파공음과 함께 검(劍)을 찬 절대미남자가 나타났다. 향상 자신을 지켜주던 두 번째 정령이다. 




“오셨습니까?” 


“아, 안녕하세요.” 




란은 흐르는 눈물을 감추고 정령에게 인사했다. 




“오늘이 주인님과 만나는 마지막 날이군요.” 


“예? 마지막이라니요?” 


“우리들에게 약속된 기한은 바로 오늘까지입니다. 오늘이 지나면 주인님의 모든 금제가 풀리시는 거죠.” 


“그럼 다시는 내면세계에 들어올 수 없다는 말씀입니까?” 


“내면세계는 오늘까지만 존재합니다. 할 일이 끝났으니 사라지는 거죠.” 


“안 돼. 절대 안돼요. 이곳은 그님과 만났던 소중한 곳입니다.” 




란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 것 같다. 란은 자신에게 모든 것을 주고 떠난 정령을 그리워하고 있다. 내면세계는 그와 란을 이어주는 공간이다. 내면세계가 사라지면 그와의 연결고리까지 완전히 끊어지는 것이다.




“주인님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딱 한 가지만 충고하겠습니다. 현실과 환상(幻像)을 착각하지 마세요. 내면세계는 환상(幻想)의 섬입니다. 마찬가지로 여기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도 환상이며, 환상은 언젠가 깨어지기 마련입니다. 또한 지금부터 행해지는 모든 일도 환상입니다. 주인님은 이제 완벽한 신성체(神聖體)로 다시 태어나실 것이며, 그동안 금제되었던 모든 능력을 되찾게 되실 겁니다.”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죠?” 


“내일 아침이면 무슨 말인지 스스로 알게 되실 겁니다.” 




말을 마친 정령이 란의 어깨를 잡아 쓰러트리고, 쓰려지는 란을 않아서 정자로 향한다. 숨이 막히고 얼굴이 붉어진다. 




“뭐.........뭐하는 거예요?” 




란이 정령에게 빠져나오려 발버둥치지만 정령은 굳센 팔로 란을 잡고 정자로 올랐다. 




“지금부터 주인님과 저는 한 몸이 되어야 합니다.” 


“뭐, 뭐라고요. 말도 안 돼.” 


“거부하실 수 없습니다. 하늘의 안배입니다.” 


“제가 누군지 아시잖아요. 저는 다른 분의 여자예요.” 


“제가 미리 말씀드렸죠. 내면세계는 환상의 세계이며, 이곳에서 벌어진 일도 환상일 뿐입니다.” 




정령이 란을 바닥에 눕히고 얼굴을 어루만진다. 란은 고개를 돌려 정령의 손길을 피했다. 더럽다. 취하다. 어떻게 동료의 여자를 강간하려 한단 말인가? 




“이건 사람의 도래가 아닙니다. 물려나세요.” 


“인간의 짓대로 신(神)의 행함을 재려하지 마세요.” 


“신(神)이고 뭐고 다 필요 없어요. 저는 제 나름대로의 판단과 기준에 맞게 살고 있어요.” 


“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는 알겠습니다. 저를 원망하셔도 좋고, 이런 안배를 행하시는 신(神)을 원망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에게 주어진 임무에 충실해야할 책임이 있습니다.” 




정령의 손길이 목선을 따라 원만한 구릉(丘陵)을 이루고 있는 젖가슴으로 올라간다. 반항할 수 없다. 거부할 수 없다. 어떤 힘에 의해 온몸이 묶여 있는 느낌이다. 정령이 젖꼭지를 간질이다가 혀로 핥아준다. 




“하지 마세요. 제발.” 




란이 간절하게 외쳐보지만 그건 허망한 바람에 불과했다. 내면세계는 의복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곳에 들어오려면 태초의 모습으로 들어와야 한다. 정령의 부드러운 입술과 손길이 솜털처럼 가볍게 잠자는 감각세포들을 일깨운다. 




<< 성(性)이란 서로의 믿음과 사랑이 바탕이 되어야 진정으로 빛나는 꽃이 된다. 마음이 없는 성(性)은 향기를 잃어버린 꽃과 같다. >>




란은 자신이 강간(强姦)당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분노(忿怒)하고 거부해야 한다. 하지만 마음과는 달리 몸은 정령의 애무에 무섭게 흥분하고 있다. 




“이건 강간이야! 당장 그만두란 말이야.” 




정령은 애무를 멈추고 애처로운 눈으로 바라본다. 




“모르시겠어요. 저를 거부하시면 안 됩니다. 아니 거부하실 수 없어요. 이건 주인님이 태어나시기도 전에 하늘이 정해준 안배입니다.” 


“난. 난. 그분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어요. 당신께서 범하시면 죽어버릴지도 몰라요.” 




정령은 란을 지켜보다가 차갑게 웃었다.




“누가 누굴 사랑합니까? 주인님으로부터 태어난 정령을 사랑해요. 자신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주인님. 지금 주인님께서 보시는 것은 모두가 환상입니다. 주인님께 모든 것을 전해주고 사라진 정령은 본래 주인님이 가지고 태어나신 능력의 집합체였고, 저는 신성체를 집합체일 뿐입니다.” 




정령의 차가운 말에 란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더 냉정하게 말씀드릴까요? 주인님은 첫 번째 정령과도 지금과 비슷한 반응을 보이셨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정령을 사랑하고 계세요. 저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그, 그런 말도 안 되는........?” 


“아니라고 말씀하시고 싶으세요. 과연 그럴까요? 아닙니다. 저와의 관계가 지속된다면 주인님은 예전의 정령을 잊어버리고 저를 사랑하게 되실 겁니다.” 


“닫치세요. 제가 지조(志操)도 모르는 여잔지 아세요.” 


“누굴 위해 지조(志操)를 지키시겠다는 겁니까? 존재하지도 않는 환상의 남자를 위해 지조를 지키시겠다는 겁니까?” 


“그, 그건?” 




란이 말문이 막히자 정령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주인님. 처음부터 말씀드렸죠. 내면세계는 환상의 섬입니다. 환상을 현실과 혼동하지 마세요.” 


“당신들.........잔인하군요. 모든 것이 환상이라고요? 당신의 손길, 당신의 숨결, 당신들의 모든 것이 이렇게 생생하게 느껴지는데............당신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각인되었는데.........당신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이렇게 간절한데............모든 것이 환상이다. 잊어라. 그게 말처럼 될 것 같아요.” 


“애벌레가 성충이 되기 위해서는 감내해야 할 고난의 세월이 있습니다. 주인님께서 완전체가 되시기 위한 고난이라고 생각하세요.” 


“아까부터 신성체나 완전체니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씀을 하시는데, 누가 신성체가 되고 싶다고 했나요. 누가 완전체가 되고 싶다고 했어요. 그냥 이대로 살게 내버려 두란 말이에요.” 


“주인님의 운명입니다.” 


“운명? 호호호~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운명이라고요? 제가 타고난 운명이니 잔소리하지 마라. 이 말씀을 하고 싶으세요.” 




정령은 처연한 눈길로 란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죄송합니다. 주인님과 언쟁하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저를 욕하셔도 좋아요. 주인님께 이런 운명을 주신 신(神)을 원망하셔도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저는 저의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정령의 손길이 아랫배를 지나 울창한 숲으로 향한다. 란는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사슬을 원망하면 눈을 감았다. 떨린다. 이건 아니라고 수없이 되뇌어 보지만 온몸의 세포들은 쾌락의 찬가를 부르고 있다. 정령은 촉촉하게 젖어오는 계곡 사이에 고개를 묻었다. 수풀을 헤치자 분홍색 속살들이 수줍게 고개를 내민다. 




“홀짝, 홀짝~” 




한없이 부드럽고, 한없이 감미로운 기다란 혀가 속살들을 희롱하다가 깊고 따뜻한 구멍으로 들어왔다. 참을 없는 흥분. 엉덩이가 요동치며 울컥하고 물을 토한다. 정령은 유리그릇을 다루듯 조심스럽고 부드러운 동작으로 속살들을 벌리고 주변을 애무한다. 




“헉~” 




정령이 입술로 음핵을 깨물자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가 터진다. 정령은 모든 준비가 끝나자 란의 다리 사이에 앉아 엉덩이를 무릎위로 올렸다.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빨리 끝내겠습니다.” 


“아흑~” 




구멍 깊숙이 뜨겁고 단단한 물건이 뿌리까지 들어왔다. 폭풍우가 밀려온다. 부끄러워할 사이도........창피함을 느낄 사이도 없다. 구석구석 펴지는 쾌락의 향연. 이젠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다. 




“하이.........하이.......아흑~ 좀 더 깊이. 앙~ 난 몰라.” 




땀방울에 맺힌 팔이 정령의 목을 감는다. 정령은 란의 허리를 받치고 젖가슴을 애무한다. 




“헉~ 헉~ 헉~ 죽을 것 같아. 앙~” 




엉덩이가 요동치고, 허리가 활처럼 휘어진다. 란은 이제 쾌락의 노예가 되어 몸부림치고, 정령은 이제 마지막을 위해 달려간다. 란과 정령의 몸이 빛나기 시작하며 빛의 향연이 펼쳐지고, 넓게 펼쳐져 있던 기화요초의 언덕이 서서히 빛을 잃어간다. 




“하이........하이.......어떻게........나 미쳐.” 


“주인님. 행복하세요.” 




란과 한 몸이 되었던 정령이 물방울처럼 흩어져 하늘로 올라가고, 넓은 대지(大地)가 어둠에 쌓여간다. 




“아, 안 돼.” 




란이 소리치며 침상에서 일어났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아침 햇살이 땀에 젖은 란을 비추고 있다. 




“흐, 흑~” 




고목나무가 쓰려지듯 침상에 쓰려지며 서러운 울음을 토한다. 무엇이 서러운지, 무엇이 슬픈지 모르겠다. 그냥 눈물이 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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