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260부

본문

풍운은 건물을 지키고 있던 경비무사들을 처리하고 당령이 기다리는 지붕으로 올라왔다. 밖의 경비는 삼엄하지만 외의로 안쪽은 지키는 사람들이 없다. 




‘경비무사들은 모두 잠들었어요.’ 


‘무사들이 지키고 있었으니 장로님께서 계실 겁니다. 들어가죠.’ 


‘기다리세요. 조금 후에 가죠.’ 




전음을 주고받던 당령이 의아한 표정으로 풍운을 바라본다. 한시가 급하다던 풍운이 결정적인 순간에 뜸을 들이고 있으니 이상한 모양이다. 풍운이 망설이는 이유는 천이(天耳)통으로 남녀의 신음소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안에서 수석장로가 여자와 정사를 벌이고 있는 모양이다. 




‘조금 있으면 무사들이 교대할 시간이에요. 지금 들어가야 합니다.’ 




풍운의 속을 모르는 당령이 재촉한다. 풍운은 교대시간이라는 말에 쓰게 웃었다. 




‘할 수 없죠. 여기서 기다리세요.’ 




풍운은 당령을 두고 처마에 반대로 매달려 창문을 통해 안을 살펴보니 60대의 노인이 벌거벗은 상태에서 침상에 엎드린 여인의 엉덩이를 잡고 열심히 방망이질을 하고 있었고,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농염(濃艶)하게 무르익은 여인이 알몸을 흔들며 더운 숨을 몰아쉬고 있다. 나이로 보아 장로의 부인 같지는 않고 첩이라도 되는 모양이다. 풍운은 장로의 즐거움(?)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상황이 다급하여 창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헉헉~ 수하~ 어때! 좋으냐?” 


“죽을 것 같아요. 장로님 최고예요.” 




장로와 여인은 불청객이 들어온 것도 모르고 음탕한 말을 주고받으며 쾌락의 세계에 빠져 있다. 풍운은 손가락에 기(氣)를 모아 가볍게 튕기니 붉은 강기(剛氣)의 구슬들이 장로의 혈도를 강타했다. 




“헉 누구.” 




장로가 고개를 돌리는 찰라 풍운은 장로의 아혈을 제압하고 엎드려있는 여인의 혈도를 제압하였다. 설명은 길었지만 풍운이 두 사람을 제압하는데 걸린 시간은 눈 깜짝할 시간에 지나지 않았다. 




“보기 민망하군.” 




풍운은 여자를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준 다음 사내를 의자에 앉히고 옷으로 알몸을 가려주었다. 그런데 그때 창문 쪽에서 인기척이 났다. 성격 급한 당령이 기다리지 못하고 들어온 것이다. 당령은 장로의 꼴을 보고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돌리다가 침상에 얼굴만 내밀고 있는 여인을 보았다. 




“언니?..........언니가 어떻게?” 




당령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여자와 장로를 번갈아 바라본다. 그것도 그럴 것이 장로와 정사를 벌이고 있던 여인은 사촌오빠의 부인이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인척간에 불륜현장을 목격한 것이다. 




“장로님.......이게 어떻게 된 거죠? 어떻게.........?” 




당령이 차마 말을 끝내지 못하고 따지듯 물어본다. 장로는 똥 씹은 표정으로 눈만 깜박이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어도 혈도가 제압되어 말을 못하는 것이다. 풍운은 기(氣)로 방안에서 들리는 음파(音波)를 차단하고 장로의 아혈을 풀어주었다. 




“가문을 배신한 년이 무슨 낯짝으로 돌아왔지. 그리고 이놈은 또 누구냐?” 


“뭐 밟은 놈이 뭐 밟은 놈 욕한다고.........장로님께서 누굴 욕하시는 거죠. 제가 가문의 원수인 비랑을 선택한 죄가 큰가요. 아니면 손자뻘 되는 사촌오빠의 부인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장로님의 죄가 큰가요.” 




당령이 따지듯 묻자 장로는 얼굴을 붉히며 헛기침을 한다. 




“험험~ 닫쳐라. 그리고 당장 풀지 못할까?” 


“닫치세요. 저를 빌미삼아 아버지를 가주에서 끌어내리고 가족들까지 옥(獄)에 가두신 분이 정작 본인은 정작 근천상간이나 일삼고 있어요.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당령님. 진정하세요. 우리가 이런 이야기나 하려고 온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풍운은 당령과 장로의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된 상황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고매한 척은 다하던 수석장로가 본인은 정착 불륜을 저지르고 있으니 당령의 눈이 뒤집히는 것도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걸 때질 때가 아니다. 어떻게 해서든 당가를 움직이게 하는 것이 급하다.




“먼저 인사드리겠습니다. 마수마랑 풍운이라고 합니다.” 




풍운이 신분을 밝히며 인사하자 장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진다. 소문도 쟁쟁한 마수마랑이 나타났으니 긴장하는 모양이다. 마수마랑이 누군가? 무림공적인 십이사의 우두머리가 아닌가? 아니 할 말로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자기를 죽일 수도 있는 놈이 아닌가? 




“죽일 년! 이제는 아예 집안을 말아먹을 작정이구나.”


“뭐요?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세요.”


“당령님! 조용하세요. 먼저 볼일부터 봅시다.” 




풍운의 말에 당령은 의자에 앉아 고개를 돌려버린다. 풍운은 짧게 한숨을 쉬고 장로를 바라보다. 




“짧게 말하죠. 공동파가 전멸(全滅)하고 아미와 청성이 불바다가 되었습니다. 알고 계십니까?” 


“듣기는 들었다.” 


“공동파로 가던 아미와 청성의 지원군이 전멸했다는 것도 알고 계세요.” 


“뭐~ 뭐라고?” 




장로는 아직 청성과 이미의 주력이 괴멸(壞滅)당했다는 소식은 모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모두 사실입니다. 또한 사천에 산제(散劑)한 군소문파들이 배화교를 피해 도망치고 있다는 것도 알고 계십니까?” 


“그, 그게 네놈들하고 무슨 상관이냐.” 




장로가 버럭 소리를 지른다. 약점이 잡히니 더욱 발악하는 모양이다. 풍운은 잠시 말을 중단했다가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배화교 본진이 사천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들이 당가를 그냥 두겠습니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뭐냐?” 


“사천을 떠나야 합니다. 여기 있으면 당가도 무사하기 힘듭니다.” 


“흥~ 본가를 우습게 보는군. 우리가 배화교 놈들 따위에게 당할 것 같으냐?” 


“아미와 청성이 무너졌어요. 그들이 당가보다 힘이 없어 당한 겁니까?” 


“주력이 빠져나간 상태에서 기습을 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가는 대부분의 전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지금 무림군이 우릴 돕기 위해 오고 있다.” 


“삼서성에 있는 무림맹에서 여기까지 오려면 아무리 서둘러도 한 달 이상이 걸립니다. 하지만 배화교는 바로 여러분 코앞에까지 왔어요.” 


“흥~ 50년 전에도 우린 도망치지 않았다. 배화교를 필두로 한 새외연합군 놈들을 멋지게 물리쳤어.” 


“50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그때는 아미와 청성이 함께 싸웠죠. 하지만 지금은 그들이 무너졌고, 가장 가까운 공동파도 무너졌습니다.” 




장로는 눈을 가늘게 뜨고 풍운을 노려본다. 풍운은 가문의 원수인 금막비와 함께 다니는 놈들이니 사천당가와 원수지간이라고 해도 과언(過言)이 아니다. 도대체 의도를 모르겠다. 




“나한테 이런 말을 하는 의도가 뭐냐?” 


“소나기는 피해라는 말이 있습니다. 당가 혼자서 파죽지세(破竹之勢)로 밀고 들어오는 배화교를 막기는 역부족입니다. 피하세요. 저희들이 도와드리겠습니다.” 


“허.......허허허허~ 가당치도 않은 소리. 접시 물에 코를 박고 죽고 말지 본가가 무림공적인 너희 놈들의 도움 따위를 받을 것 같으냐? 헛소리 지껄이지 말고 썩 꺼져라.” 


“지금 말 다했어요.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식구들이 몰살(沒殺)당해도 좋다는 말이세요.” 




보다 못한 당령이 끼어들자 장로가 고함을 지른다.




“너는 닫치고 있어. 어른들이 말씀하시는데 어디서 버릇없이 끼어들어.” 


“장로님이 큰소리칠 입장이 아니지 않나요. 제가 오늘 본 사실을 떠들고 다녀 볼까요.” 


“내년 마음대로 해라. 가문의 원수를 따라간 내년 말을 믿어줄 사람이라도 있을 것 같으냐?” 


“흥~ 이렇게 나오시겠다. 좋아요. 일사님 당장 사람들을 부르세요. 현장을 보며 믿겠죠.” 




당령의 말에 장로의 얼굴이 사색(死色)이 된다. 당령 말대로 현장을 들키면 큰일이다. 핑계도 델 수없지 않는가?




“흥분하지 마세요. 협박해서 될 일이 아닙니다. 장로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끝까지 싸우다가 당가가 멸문(滅門)당하는 꼴을 보시겠습니까? 아니면 저희들의 도움을 받아 피하시겠습니까?” 




장로는 불안한 얼굴로 풍운을 바라보다가 힘들게 말문을 열었다. 지금 당장 대답하기는 힘들며 일단 이 상황을 벗어나는 것이 급하다.




“나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니네. 가주와 다른 장로들과 상의해 보겠네.” 


“좋습니다. 그럼 일단 물려가겠습니다. 다음에 찾아왔을 때는 확실한 답을 주시기 바랍니다. 당령님 그만 가시죠.” 


“그냥 이대로 가자는 말씀이세요.” 


“장로님께도 생각할 시간을 줘야죠.” 




당령이 입술을 깨물고 장로와 침상에 있는 여인을 돌아보더니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버리니 풍운도 장로의 혈도를 풀어주고 바람처럼 사라진다. 장로는 혈도가 풀리자 재빨리 창문으로 달려가 살펴보았지만 풍운과 당령은 이미 사라진 이후였다. 




“빌어먹을..........하필이면 당령년에게 걸렸으니 이일을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이냐?” 




장로는 쓰게 웃으며 중얼 걸린다. 당가가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위기에 쳐했는데도 자신의 안위가 더 걱정되는 모양이다. 장로는 침상에 누워 불안한 눈으로 떨고 있는 여인을 보더니 침상으로 올라갔다. 




“쌍년~ 늘그막에 내년 때문에 얼굴에 똥칠하게 생겼어. 어떻게 책임 질 거야.” 




아혈이 제압당한 여인은 장로의 얼굴만 바라본다. 장로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여인을 반대로 눕히고 배에다가 베개를 끼워 넣었다. 




“화가 나서 미치겠군.” 




장로는 위로 솟구친 풍만한 엉덩이를 좌우로 벌리더니 불끈 솟구친 자지로 뒷구멍을 쑤신다. 




“음~ 음~” 




여인은 똥구멍이 찢어지는 고통에 부들거리며 신음한다. 뒷구멍은 처녀였던 모양이다. 장로는 자지를 뿌리까지 집어넣더니 뽀얀 엉덩이를 후려 쳤다. 




“힘 빼! 쌍년아. 자지가 부러질 것 같잖아.” 




혈도가 제압되어 움직이지 못하는 여인은 눈물을 흘리며 울고 있었다. 하지만 장로는 여인의 아픔에 아랑곳하지 않고 피가 흐르는 뒷구멍에 계속 좆질을 하며 아혈을 풀어준다. 




“아악~ 아파........엉~ 엉~ 엉~ 그만, 제발 그만 하세요. 찢어졌단 말이에요.” 


“가만있어. 네년이 먼저 유혹했잖아.” 


“앙~ 제가 언제..........장로님이 먼저.” 


“닫쳐 쌍년아.” 




장로가 손가락으로 보지를 쑤시며 계속해서 좆질을 하니 여인은 보지와 뒷구멍에서 전해오는 흥분에 아픔도 잊어버리고 절정을 향해 달려간다. 




“나 미쳐.......조금만 더.........더 깊이.” 


“쌍년! 누가 맘대로 흥분하라고 했어.” 




장로가 여인의 다리를 잡고 일어나니 여인이 물구나무 자세가 되었다. 장로는 그 상태에서 보지와 뒷구멍을 번갈아 쑤셔주니 여인은 끝내 흥분을 참지 못하고 기절해 버린다. 




“빌어먹을........이일을 어떻게 하면 좋은가? 놈들 말을 따르자니 체면이 말이 아니고, 그렇다고 무시하자니 후환이 두렵고.......” 




장로는 기절한 여인 옆에서 고민하다가 손을 흔드니 여인의 머리가 수박처럼 터져버린다. 




“일단 입부터 막고.........나머지 일은 다른 놈들과 상의해 봐야겠군.” 




장로는 침상 밑에 있는 비밀통로로 여인의 시체를 던져버렸다. 자신의 치부(恥部)를 가리기 위해 여인을 희생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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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과 당령이 객점에 돌아와 보니 무경만 기다리고 있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배화교와 주변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 나간 모양이다. 




“일이 잘못된 겁니까?” 




풍운과 당령의 얼굴빛이 어두운 것을 보고 무경이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모르겠어. 봐야할 것 같아.” 


“우리 도움을 거절한 모양이죠.” 


“글쎄. 아직은 몰라. 나중에 얘기하자.” 




풍운은 당령의 눈치를 보며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당령은 심정이 복잡했다. 피가 물보다 진하니 위기에 쳐한 당가를 못 본척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수석장로가 하는 꼴을 보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다. 어떻게 손자며느리 벌되는 여자와 정을 통할 수 있는가? 




“피곤하군요. 쉬세요. 잠 좀 자야겠네요.” 




당령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자 풍운은 고개를 흔들며 의자에 주저앉았다. 일이 고악하게 됐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설명하기 곤란하군. 하여튼 당가를 돕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 


“이유가 뭐죠? 알량한 자존심 때문인가요?” 


“글쎄.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되어 있어. 금막비님과의 관계도 있고, 당령님과의 관계도 있고, 또 당령님의 가족들과의 문제도 있어. 하여튼 복잡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마당에 무슨 이유가 필요해요. 다 죽으면 끝이잖아요.” 


“끙~ 똑똑한 무경도 모르는데 내가 알겠어. 그만하고 잠 좀 자자. 나도 피곤해.” 




풍운도 침상에 누워버린다. 생각하면 할수록 복잡하다. 어디서부터 매듭을 풀어야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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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성과 아미를 박살내고 성도로 돌아온 배화교 이진은 승리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당가를 공략할 방법을 의논하고 있었다. 아미와 청성과는 달리 당가는 구원병도 보내지 않았고 무림맹에 파견한 무사들도 소수라고 알려져 있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전력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는 말이다. 




“이놈들이 정말 골치 아프군. 뭐! 이런 놈들이 다 있어.” 


“독과 암기로 먹고 사는 놈들이니 어련하겠어.” 


“그냥 쓸어버리면 되지 뭐가 이렇게 말들이 많아.” 




열양신마의 말에 나머지 마왕들이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자네는 만독불침에 금강불괴인 모양이지. 생각 없이 쳐들어갔다가는 벌집이 되거나 악~소리도 못하고 죽는 수가 있어.” 


“독이야 태워버리면 그만이고, 암기야 피하면 그만 아니야.” 


“잘났군. 자네는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힘들어.”


“뭐가 힘들다는 거야?”


“당가 놈들은 기관토목에도 일가견이 있어. 쉽게 말해 당가의 주요건물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는 말이다. 더욱 큰 문제는 정보가 부족하다는 거야. 다른 문파나 가문는 미리 잠입한 첩자들이 상세한 정보를 파악했지만 이놈의 당가 놈들은 워낙 폐쇄적인 놈들이라 첩자들의 활동이 극히 미약해.”


“쌍~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거야. 그냥 손가락이나 빨고 있자는 말이야.”


“방법을 찾아야지.”


“됐네. 돌대가리들 굴려야 돌가루 밖에 더 떨어지겠어. 그냥 공자님이나 기다리자.”




열양신마의 말에 나머지 십대마왕들은 피식 웃고 만다.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자님도 우리보고 당가와 사천의 움직임만 파악하라고만 하셨어.”


“이런 쌍! 그럼! 고민할 것도 없네. 무사들이나 풀어놓고 기다리면 간단하네.”




마왕들이 당가의 처리문제를 놓고 논의하는 사이에 그들을 감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막수와 냉하상이 배화교 군막들 사이에 깊숙하게 잠입하고, 도치와 유미림이 주변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들은 배화교 이진의 구성과 인원 등을 세밀하게 파악하고 도치와 유미림과 함께 객점으로 돌아왔다. 마수와 나머지 일행은 사천일대를 둘려보고 있었다. 풍운 말대로 대부분의 군소문파들은 짐을 챙겨 도망쳤고, 그나마 남아있는 군소문파들도 대문을 걸어 잠기고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다. 날이 밝아오자 마수일행이 객점으로 돌아가려 했다. 그런데 길가에서 이상한 움직임을 포착했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날렵한 신법의 사람들이 한적한 장원으로 급하게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장원은 겉보기에는 평범하게 보이지만 경계가 삼엄한 것이 예사장원은 아닌 것 같다. 마수는 나머지 일행은 돌려보내고 혼자서 장원을 돌아보기로 했다. 풍운은 아침이 밝자 잠에서 깨어났다. 먼 길을 달려와 심신(心身)이 피로하여 곤히 잠을 잔 모양이다. 풍운이 깨어나자 마수를 제외한 일행이 한자리에 모였다.




“마수님이 안보이네요.”


“수상한 장원이 있어서 둘려보고 오겠다고 했어요.”


“많이 늦으시네...........그건 그렇고 다들 둘려보셨어요.”


“일사님 말씀대로더군요. 대부분의 군소문파가 도망치거나 문을 걸었어요.”




악무룡이 대표로 사천을 둘려본 소감을 말하자 이번에는 이막수가 나섰다.




“배화교 이진을 둘려보고 왔어요. 이진이라고 해서 가볍게 생각했는데 장난이 아니더군요. 대충 살펴보아도 이천이 넘습니다.”




이막수는 자신이 둘려본 배화교 이진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배화교 이진은 각각 일천 혈영대와 흑풍대로 이루어져 있다. 본진에 비하면 많은 인원은 아니지만 그들만이라도 웬만한 문파쯤은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는 전력(戰力)이다. 아미와 청성이 불바다가 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지 않는가?




“그놈들은 뭐하고 있죠?”


“특별한 움직임은 발견하지 못했어요. 그냥 주변 동태를 지켜보며 본진을 기다리고 있는 눈치입니다.”


“그럼! 배화교 본진이 올 때까지는 시간이 있다는 말이군요. 좋아요. 그 사이에 당가를 구할 방법을 생각해 봅시다.” 


“험! 험! 제가 먼저 말씀드리죠? 당령에게 들었습니다. 일이 고악하게 됐어요.”




풍운이 당가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금막비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밤사이 당령에게 당가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은 모양이다. 




“두고 보면 알겠죠. 당가가 끝내 우리 호의(好意)를 거부한다면 그때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죠.”


“무슨 좋은 방안이라도 있으세요.”


“두 분이서 무슨 말씀들을 하시는 겁니까? 우리도 좀 압시다.”




금막비와 풍운의 대화를 이해할 수 없는 도치의 말에 당령이 끼어들었다.




“어제 수석장로 늙은이를 만났어요. 실제적으로 당가를 이끌어가는 늙은이죠! 그런데 하필이면 늙은이가 어떤 여자랑 뒹굴고 있을 때 만난 겁니다.”




당령은 외부 사람이 말하는 것보다 같은 집안사람이 말하는 편이 조금은 덜 창피할 것 같았기 때문에 자신이 말했다.




“그게 지금 이야기랑 무슨 상관입니까? 조금 창피하기는 해도 죄는 아니지 않습니까?”


“상대가 조카며느리라는데 문제가 있죠.”


“뭐? 뭐요? 조카며느리?”




도치가 말까지 더듬거리며 말하고 나머지 사람들도 멍하니 서로를 바라본다. 상대가 조카며느리라면 근친상간이 아닌가? 




“수석장로라는 영감탱이가 완전히 미쳤어요.”


“그 이야기는 그만하죠. 중요한 것은 수석장로가 우리 뜻에 따라주느냐의 문제입니다.”


“휴~ 기대하기 힘들겠군요.”




무경이 한숨을 쉬고 말한다. 백도라는 놈들은 체면을 목숨처럼 중시한다. 더구나 장로라면 누구보다 도덕적으로 깨끗해야 하는 위치다. 그런데 근친상간의 현장을 들켰으니 얼마나 황당하고 당황스럽겠는가? 장로는 자신의 치부를 감추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것이다.




“왜? 힘들다는 거야?”




풍운의 질문에 무경은 당령을 바라본다. 당령의 의견을 물어보는 무언의 뜻이다.




“저도 늙은이가 협조할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아요. 곧 죽어도 우리 도움을 거절할 겁니다. 아니 우리가 찾아왔다는 사실자체를 감추려 하겠죠.”


“들으셨죠. 저도 당령님과 같은 의견입니다. 자신의 치부를 감추기 급급해서 우리들 이야기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뭐야. 멸문(滅門)의 위기에 쳐했는데 체면을 더 중시한단 말이야.”


“그게 백도 인들의 장점이자 단점이죠?”


“허참~ 똥오줌도 못 가리는 것이 장점이라고? 죽으면 다 소용없는 거잖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죠? 하지만 그게 현실입니다.”




풍운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손바닥으로 탁자를 내려쳤다. 




“쾅아아앙~”


“모두 조용하세요. 우리끼리 떠들어야 답이 없어요.”




풍운의 고함소리에 사람들이 일순간 입을 다물었다. 풍운이 이렇게 흥분하는 것은 처음보기 때문이다.




“제가 다시 당가를 다녀오겠습니다.”


“운랑! 소를 냇가까지 끌고 갈수는 있지만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싫다는 사람들을 우리가 무슨 재주로 돕습니까?”


“모두를 구하겠다는 생각은 버려. 단 한사람이도 우릴 믿고 따르겠다면 구하겠다는 마음으로 접근하자. 모두가 장로를 따르지는 않을 거 아니야.”


“그게..........?”


“모두 여기 있어. 혼자서 다녀올게.”




풍운이 일어나려다가 잠시 멈추었다. 멀리서 인기척이 났기 때문이다. 잠시 후에 문이 열리며 마수가 들어왔다.




“어라. 마침 모두 계셨네요.”


“늦었네요.”


“수상한 장원이 있어서 둘려보고 오는 길입니다.”




마수는 목이 마른지 물을 마시더니 자리에 앉았다.




“둘려보신 장원은 어때요?”


“장원에 아미의 비구니들이 모여 있더군요. 아미파의 비밀 지부였던 모양입니다.”


“아미파? 그들이 아직 사천에 있었단 말입니까?”


“자세한 것은 모르겠지만 아미의 비구니들이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제가 두 눈으로 확인했어요.”


“아미의 생존자들이 많다고 하더니 그들이 모여 무언가 일을 꾸미는 모양이군요. 마수님! 장원 위치가 어디죠.”


“왜요? 일사님께서 가보시려고요.”


“한번 만나서 이야기해봐야죠. 어제 밤 수고하셨으니 모두 쉬고 계세요. 저는 잠시 돌아보고 오겠습니다.”




풍운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무경이 팔을 잡는다. 요즘 들어서 풍운이 분주하다. 예전에는 자신이나 마수에게 먼저 의사를 물어보고 결정했는데 요즘 들어서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지만 섭섭한 것은 사실이다.




“혼자 가셔서 어떻게 하시겠다는 거죠. 먼저 의논부터 하고 가세요.”


“걱정하지 마. 혼자 결정하지는 않아. 지금 우리가 무언가를 결정하기에 정보가 너무 부족해. 먼저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순서야. 그래서 바쁘게 움직이는 거야.”


“휴~ 알았어요.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나머지 분들은 당가를 구출할 방법을 생각해 보세요.”




풍운은 마수에게 장원의 위치를 알아본 다음 사천당가로 달려갔다. 당가의 움직임을 먼저 파악해야 구체적인 작전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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