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불사(不死)의 유혹(誘惑) - 1부 3장

본문

진시황제 (秦始皇帝) - 3




내감의 안내를 받은 설비는 향비가 거처하고 있다는 향비원에 도착하였다. 향비원은 성곽처럼 벽돌로 담을 높게 쌓아서 외부와 차단되어 있었다. 


향비원 전체가 하나의 성곽인 듯 보였다. 높게 쌓은 담에 입구는 특이하게도 무장을 한 여금군 두 명이 지키고 있었다. 내감을 돌려보내고 시녀를 보내 연통을 하였다. 잠시 후 검을 든 시녀 한 명이 설비를 맞이하러 나왔다.




“설비마마 뵙습니다. 향비원 근위대장 초연 입니다”


“네..? 근위대장 이세요...?? 몰라뵈서 죄송합니다”




시녀인줄 알았는데 근위대장이라니. 이 십 중반의 나이로 보이는데 어딘지 모르게 요염함이 느껴졌다. 




“괜찮습니다 마마..”


“죄송스럽습니다만 시녀는 더 이상 들어오실 수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잘 부탁 드려요...”




시녀를 돌려보내자 근위대 한명이 음식을 들었다. 근위대장은 설비를 향비원 안쪽 깊숙이 자리한 후원으로 안내하였다. 안내를 마친 근위대장은 후원 밖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화려한 인공미를 자랑하는 아방궁과는 달리 향비원은 나무와 화초가 가득한 자그마한 정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 곳이 향비님이 거처하시는 곳입니다.”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돌아가실 때 모시러 오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후원은 자그마한 집 한 채와 연못을 낀 정자 하나가 전부였다. 모두가 중추절을 맞이하여 들뜨고 기쁜 황실이었으나 향비원의 후원은 조용하기만 하다. 아방궁의 안에 있다는 것 조차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초라하고 조용한 이 후원이 설비의 마음에 쏙 들었다. 설비는 가만히 나와서 연못에 있는 정자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그마한 연못 수면에 반사되어 이제 십칠,팔 세 정도로 보이는 청년이 가부좌를 하고 명상을 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청년의 명상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던 설비는 소리를 죽이고 천천히 정자로 다가가서 청년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옆 모습이라 정확하게 잘 보이지는 않지만 닭 죽 한 그릇도 제대로 얻어먹지 못한 얼굴은 창백하고 가무잡잡한데 


금새 쓰러질 것만 같은 야윈 몸매는 당장이라도 부셔질 것만 같다. 황실에 있다는 것이 믿어 지지가 않을 정도의 이 청년은 끼니를 걱정하는 민초들의 아이들과 다를 바 없었지만 입고 있는 다 헤진 의복에 남아있는 희미한 문양이 황실의 사람임을 알려줄 뿐이다. 아마도 이 청년이 향비님의 아드님인가보다. 일각 (一刻) 정도 조용히 서있었는데 청년이 말을 걸어온다.




“언제까지 서 계실 건가요”


“알고 계셨네요… 죄송합니다 제가 방해를 했군요”


“향(香)이 진동을 하더군요.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향비님에게 중추절 음식을 전해 드리려고 왔어요”




청년이 일어나서 설비를 바라보자 설비는 자기도 모르게 ‘앗’ 소리를 내었고 황급히 손으로 입을 가렸다. 청년은 피식 웃더니 뒤 돌아서서는 집으로 걸어 내려갔다. 청년의 얼굴은 전체적으로는 윤곽이 또렸했지만 피부가 검은색을 흉측하게 변해있었고 며칠간 목욕을 안 했는지 몸에서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저절로 얼굴이 돌아지게 만드는 흉측한 모습이었다. 설비는 청년의 뒤를 따라서 집으로 향했다.




“소견(小犬)아 손님 오셨다“


“손님…? 누구…… ???”


“중추절 음식을 가지고 오셨대나 봐.. 상태 좋은 니가 물어봐”


“오늘이 중추절이던가? 그래서 좀 시끄러웠군”




작은 방에서 설비 또래로 보이는 여인 하나가 나와서 설비를 맞이하였다.




청년과 마찬가지로 피부가 검고 흉하게 변했지만 앞선 청년보다는 심하지 않았다. 피부만 흉측하게 변하지 않았다면 꽤 미인이었을 얼굴이었겠만 흉측한 건 역시 마찬가지다. 설비는 소견(小犬)이라고 불리웠던 여인에게 인사를 하였다.




“반가워요. 저는 설비라고 해요”


“어서오세요 설비님”


“향비님께 중추절 음식을 전해드리려고 왔어요.”


“어머니는 치료 받으시러 귀영옥(鬼靈獄)에 가셨어요 이,삼 경쯤 뒤에 오실 거에요”


“그냥 두고 가세요 감사히 받겠습니다”


“실례가 안되면 기다리고 싶어요. 향비님을 꼭 뵙고 싶습니다”




“실례가 되면 그냥 가실 건가요?”


청년이 퉁명스럽게 대꾸한다. 설비는 조용히 있었다. 침묵이 이어지자 청년은 후원 입구로 걸어가서 설비가 가져온 중추절 음식을 가지고 와서 부엌에 두고는 정자 쪽으로 성큼 발길을 돌린다. 도통 관심이 없는 표정이다. 낮선 방문객이 귀찮은가 보다.




“안으로 드세요 차를 내오겠습니다.”




집 마루에 앉아서 잠시 기다리니 소견(小犬)이라고 불렸던 여인은 이 차를 내어온다




“성함이 소견(小犬)이신가요? 개를 뜻하는?”


“네 맞아요 개 견(犬 )이에요 저는 소견(小犬)이고 오빠는 대견(大犬)이라고 해요”




여인은 덤덤하게 말을 했다.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바보.? 설마.. 




“하실 말씀 더 없으면 그만 가 볼께요. 필요한 거 있으면 부르세요”




설비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있자 소견(小犬)이라는 여인은 다시 작은 방으로 사라진다.




황당하기 그지없다. 아무리 버려진 사람들이라고 하지만 스스로 부르는 이름을 큰개 작은개 라고 하다니. 이러다가 향비님을 모견(母犬)이고 부르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생각이 거기에 미치니 웃음이 피식 나왔다. 


웃겼다. 내가 웃었다. 내가 웃었다. 내가 웃었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얼마 만에 웃은 건지 기억조차 없다. 


눈물이 핑 돌았다. 나도 웃을 수 있구나. 나도 웃는걸 할 수 있구나. 눈가에 맺힌 이슬을 소매로 닦고는 차를 한잔 마셨다. 첫 맛은 정갈 했으나 뒷맛은 약간 썼다. 어디 선가 한번 맛을 본 느낌이 드는 뒷맛이다. 




향비가 거처하는 후원은 고요하고 평안했다. 마음이 너무나도 편안하다. 황실에 잡혀온 지 일년.. 처음으로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마음이 편안해지니 긴장이 풀리고 몸이 나른해지면서 졸음이 왔다. 설비는 잠시 몸을 뉘였다. 황실에 들어와서 처음 맛보는 단잠이다. 


얼마나 잤을까. 갑자기 누군가가 설비를 안아 들었다. 목에 손을 올려보고는 손목을 만져본다. 그리고는 다시 뉘였다. 잠시 후 설비의 입에 시원한 느낌의 액체가 부어졌다. 부어진 액체가 목을 타고 내려오자 시원한 느낌이 설비를 깨운다. 정신이 들어서보니 바로 옆에서 역한 냄새가 풍긴다. 이 사람은? 대견(大犬)? 아랫배가 살살 아프다. 대체 이 사람이 무엇을 한 것일까.




“누워 계세요. 쉬셔야 합니다”




설비는 섭혼술(攝魂術)에 걸린 사람처럼 그 말대로 따랐다. 목이 배계로 괴어지고 몸에 이불이 덮여지는가 싶더니 


역한 냄새가 사라졌다. 잠시 누워있는데 뒤 뜰 쪽에서 인기척이 난다. 뭔가 소곤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싸우는 것 같기도 하다. 호기심이 인 설비는 조심스레 뒤 뜰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뜰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본 설비는 숨을 죽였다.




대견(大犬)이 동생 소견(小犬)에게 몽둥이 찜질을 퍼붓고 있었다.




“이 미친 것아. 생각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우리가 마시는 차를 드리면 어떻게 해”




소견(小犬)은 한마디 변명도 안한 채 찜질 세례를 당하고 있었다.




무슨 소리인가. 마셨던 차(茶)가 어땠길래 저러는 것인가.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사람을 그것도 친동생을 


이렇게 인정사정 없이 때리다니




“내가 빨리 내려와서 해약을 먹였기에 망정이지 이대로 그냥 계셨으면 저 분 큰일 날뻔했어”


“잠시 진맥했을 때 수태 중 인 것 같았는데 태중 아기가 잘못되면 어쩔 거야 이 멍청아”




소견에게 퍼부어 지는 몽둥이 찜질이 점점 더 거세어진다.


더 이상은 안되겠다. 막아야 한다.




“잠시만요… 잠시만요… 멈추세요.. 그러다 죽이겠어요.. ”




설비가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본 대견은 몽둥이를 집어 던져버리고는 정자 위로 올라가버린다.


소견은 몸을 동그랗게 말아 엎드린 체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어깨가 들썩이는 것을 보니 울고 있는 모양이다. 


설비가 소견을 잡아 일으켜 따듯하게 안아주니 소견은 설비의 품에서 눈물을 비오듯이 흘리기 시작했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정말 고의가 아니었어요.. 정말이에요”




내실로 돌아온 설비는 소견이 진정되기를 기다렸다. 아랫배가 계속 아픈 게 뭔가 사고가 생기긴 생긴 모양이다. 


수태 중인 아이가 걱정스러웠지만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무슨 일인지 설명을 해주시겠어요”




소견이 고개를 떨구며 말을 시작했다.




“대접했던 차에 독이 들었어요.”


“독 이라뇨.?”


“맹세코 고의가 아니었어요. 저희들이 마시는 차에요. 무심코 그냥 드린 거에요.”


“독이 든 차를 마셔요? 왜..?”


“독에 대한 내성을 키우기 위해서예요. 어머니께서 독을 연하게 차에 타서 먹이셨어요. 그래서 항상 독이 든 차를 마셨어요. 가끔 독을 중화 시키는 약도 먹이시기 하셨지만..”




그 맛이었구나. 차 마지막에 느꼈던 쓴맛. 한번 느꼈던 맛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어제 시녀가 확인했던 그 독약의 맛이었어. 




“연공을 마친 오빠가 내려와서 급히 해약을 드리고는 저를 불렀어요”


“귀하신 분이시라면서 불같이 화를 냈어요. 그리고는 때리기 시작했어요”


“대견님이 평소에도 소견님을 그리 때리세요?”


“오빠가 화를 내는 것도 오빠에게 맞아본 것도 오늘이 처음이에요.”


“너무 무서워서 아무런 말도 못했어요. 제 잘못이잖아요”




설비는 두 남매가 너무나 부러웠다. 바로 옆에서 자신을 지켜주는 어머니 가진 삶. 현명한 어머니의 안배 속에 안전하게 살아가는 삶. 자신을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과 함께 하는 삶. 시기와 질투에서 멀리 떨어져 평안히 살아가는 삶. 실수로 저지른 잘못까지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는 사람과 같이 사는 삶. 저 밖에서는 죄도 없는 사람을 죽이려고 독을 타는데.




“그래서 피부가 그렇게 변한 거였나요?”


“네.. 독차를 마시면서 피부가 검게 변하기 시작했어요. 어머니에게 해약을 달라고 사정해봤지만…”


“주시지 않았겠지요.. 결코 주실리가 없지요...”




설비의 코가 시큰해져 왔다. 그래서 사랑하는 자식들에게 독을 먹인 거야. 독살에 대한 걱정을 없애면서 동시에 외모를 흉측하게 만들어서 아무도 관심을 두지 못하게 하여 자식을 살리기 위해서. 그래서 이름이 대견(小犬) 소견(大犬) 이었어. 다른 사람이 이름부터 업신여기고 경멸하게끔 만들어서 아무도 중요하다고 여기지 못하게 하려고. 무서우신 분. 현명하신 분.




“부탁이 있어요.. 잠깐 전에 마신 차(茶) 조금 더 마실 수 있을까요? ”




소견은 깜짝 놀라 설비를 쳐다보았다. 소견의 눈에 비친 설비의 눈은 영롱 히 빛나고 있었고 미소를 띈 설비의 모습이 하늘에서 내려온 천녀(天女)처럼 예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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