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275부

본문

풍운이 쾌속선으로 돌아왔다. 벽하는 풍운의 흐트러진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역용도 하지 않았고 의복에 점점이 붉은 피까지 묻어 있다. 




“무슨 일이야. 다쳤어.” 


“괜찮아. 혹시 술 있어.” 


“술? 갑자기 무슨 술이야.” 


“취하고 싶다.” 


“무슨 일인데 그래.” 


“나중에 말해줄게.” 




벽하는 풍운을 바라보다가 거패를 불렸다. 




“부르셨어요.” 


“술 좀 사다줄 수 있어.” 


“바로 가서 사오겠습니다.”




거패가 술을 사오자 쾌속선이 군산을 향해 출발했다. 벽하가 술을 따라주니 풍운이 말없이 마신다. 가끔 마시는 하지만 술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답답해서 미칠 것 같다.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술만 마시고 있으니 답답해서 미칠 것 같다 




“벽하야. 그녀들이.......날 몰라. 죽도록 사랑하는데,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인데, 나를 모르는 거야. 어떻게 해야 돼.” 




목소리가 딸리고 있다. 




“혹시 수혜랑 아라을 만난 거야.” 


“만났어. 누님이랑 아가씨가 확실한데........불려도 대답이 없어. 나를 알아보지도 못해.” 




벽하는 풍운의 술잔을 빼앗아 술을 마신다. 알 수 없는 감정의 덩어리가 솟구친다. 자신이 이정도인데 풍운은 오죽하겠는가? 목숨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아무것도 모르는 백치가 되어 다른 이의 꼭두각시가 되었다. 빙궁으로 보내기 전부터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지만 직접 보면 미치고 환장할 것이다. 




“마셔. 마시고 푹 자.” 




벽하가 술잔을 내민다.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배속에 떨어 넣고 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원망스럽다. 마셔도 취하질 않는다. 오히려 정신이 말똥말똥해진다. 풍운은 술이 떨어지자 뱃머리에 앉아 동정호를 바라본다. 아가씨와 누님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세상의 모든 독(毒)을 정화할 수 있는 천려실의 열매를 찾으면 되는 것일까? 하지만 지금까지 찾아도 못 찾은 천려실을 무슨 수로 찾는단 말인가? 빙궁의 소굴에서 구출하면 되는 것일까? 빙궁이 바보가 아닌 이상 수혜와 아라에게 금제를 해 놓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손놓고 바라만 보아야 하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해답이 없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 




“살아 있잖아. 찾아보면 본래대로 되돌릴 수는 방법이 있을 거야.” 




벽하가 풍운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속삭인다. 




“나도 그렇게 믿고 싶어.” 


“믿어. 희망을 가지고 노력하는 거야. 그리고 너무 괴로워하지 마.” 


“미안해. 이런 모습 보여서.” 


“미안한지 알면 씩씩해 져. 운랑이 힘들면 나도 힘들어. 운랑만 바라보는 사람들도 생각도 해줘야지.” 


“알았어. 씩씩해질게. 정말 미안하다. 당신들 생각을 못했다.” 




벽하는 고개를 들고 풍운을 바라보다가 품속으로 파고든다. 아라와 수혜 때문에 다른 여인들 생각을 못했다. 풍운은 벽하의 머리를 쓸어주며 하늘을 바라본다. 




초벽하, 하후소하, 조옥선, 제갈무경. 




모두가 사랑하는 여인들이다. 자신의 겉에 수혜와 아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끼고 사랑해줘야 할 많은 여인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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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과의 만남은 초희에게도 충격이었다. 원망의 눈길로 바라보던 모습, 사랑하는 이를 앞에 두고 괴로워하는 모습이 잊혀지질 않는다. 마수마랑은 세상에서 찾아보기 힘문 절대미남자였으며, 엄청난 무공을 가지고 있었다. 매(梅)장로를 어린애 다루듯 가볍게 물리치고, 천녀빙백강시들의 포위망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빙백신공(氷白神功)이 십성에 이른 자신이라도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막강한 무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너무나 여린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마수마랑은 천녀빙백강시들의 공격에 번번한 반격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얻어맞았다. 백치로 변한 아라와 수혜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너무나 여린 심성(心性)을 가지고 있어, 차마 사랑하는 이를 공격하지 못한 것이다. 




“이해가 안돼. 아무리 사랑하던 사람이라도 그렇지. 자신이 죽을지도 모르는데도 반격도 하지 않는단 말이야.” 




초희는 냉혹한 승부사로 키워졌다. 빙궁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으며, 빙궁을 위해 자신을 불사를 수 있는 사람이 초희다. 사랑, 우정, 의리, 정(情)같은 단어조차 모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초희로써는 풍운도 이해할 수 없고, 스스로 강시가 되는 길을 선택한 수혜나 아라도 이해할 수 없다. 여인들은 사랑하는 이를 두고 갈 수 없어 강시가 되는 고난의 길을 선택했고, 남자는 강시가 된 여인들을 지금도 잊지 않고 사랑하고 있다. 




마수마랑에게는 사랑하는 여인들도 많지 않는가? 아라와 수혜가 같은 여자가 보아도 욕정(欲情)을 참지 못할 만큼 요물(妖物)이기 때문일까? 새벽에 만났던 조옥선이나 초벽하도 아름답지 않았는가? 모르겠다. 아라와 수혜도 이해할 수 없고, 마수마랑도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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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속선이 군산에 도착하자, 풍운과 벽하가 총채로 올라갔다. 총채에는 조철봉을 비롯한 장강수로십팔채 책임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게. 기다리고 있었네.” 


“그동안 별고 없으셨습니까?” 


“덕분에 잘 지내고 있어. 자자~ 들어가세.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네.” 




조철봉을 따라 대전으로 들어가자 거대한 탁자에 진수성찬이 차려져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조철봉이 풍운을 위해 잔치를 마련한 모양이다. 




“이게 다 뭡니까?” 


“새로운 사람들이 많을 거야. 일일이 인사하기 힘들 것 같아서 한자리에 모았네.”


“그럼 저기 있는 분들이 모두 총채 식구들이란 말입니까?”




조철봉 말대로 처음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네. 혹룡방을 필두로 장강일대의 군소문파를 통합하여 예전보다 더욱 막강한 전력을 갖추었어. 모두 자네 덕분이네.” 


“제가 무슨?” 


“상장로와 우당주도 고생을 많이 했지만, 자네가 차기 총채주로 내정 되었다는 소문을 듣고 자기발로 찾아온 사람들도 많아.” 




풍운과 조철봉이 이야기하고 있는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풍운은 사람들과 인사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하다가는 끝도 없겠군. 자자~ 모두 자리에 앉게.” 




조철봉이 사람들을 자리로 돌려보내고 풍운도 옆자리에 앉혔다. 




“앞에 있는 잔에 술을 채우게.” 조




철봉의 말에 사람들이 잔을 채웠다. 




“건배 합시다. 자~ 건배” 




건배가 끝나자 조철봉은 각자 즐기라고 했다. 사람들은 풍운을 그냥 두지 않는다. 소문으로만 듣던 마수마랑을 만났으니 술이라도 한잔 나무고, 손이라도 잡아보고 싶은 모양이다.




“운랑. 운랑.” 




풍운이 식사도 못하고 사람들과 인사하고 있는데 옥선이 부른다. 




“따라오세요.” 




풍운은 사람들에게 대충 인사하고 옥선을 따라 대전 밖으로 나가보니 벽하가 기다리고 있다. 




“따라오세요.” 




옥선은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대나무 숲 속에 있는 아담한 건물로 풍운과 벽하를 안내했다. 




“들어가세요.” 


“여긴 어디야.” 


“들어가 보시면 알아요.”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도치를 비롯한 십이사(十二死)일행이 모여 있었다. 대전에 없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더니 여기들 모여 있었던 모양이다. 




“오셨어요. 앉으세요.” 




무경이 얼른 자리를 마련해준다. 




“대륙상회는 잘 다녀오셨어요.” 


“응~” 


“식사하세요. 조금 있으면 아버님도 오실 거예요.” 


“장인어른이 오신단 말이야.” 


“운랑이 오시기 전에 배화교에 대해 말씀드렸더니 오시면 곧바로 상의하자고 하셨어요. 아버님께서 이번 일이 촌각을 다투는 일이라고 하시더군요.” 




풍운이 대전에서 사람들과 인사하느라 식사도 제대로 못했다는 것을 알기에 옥선이 음식들을 풍운 앞으로 가져온다. 




“저 때문에 못 드신 것 같은데.........모두들 드시죠.” 




식사가 끝날 때쯤에 조철봉과 몇 명이 들어왔다. 




“아아~ 일어날 필요 없네. 앉아서 식사들 해”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조철봉이 다시 자리에 앉히고, 옥선은 재빨리 조철봉일행의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네. 자내를 보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아서 어쩔 수 없었네.” 


“아닙니다. 한번은 인사드려야 하는데 잘 하셨어요.”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군. 옥선에게 대충 이야기를 들었네. 고생이 많았더군.” 


“.............” 


“우리도 자네가 없는 동안 많은 일이 있었네. 흑룡방을 병합(倂合)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장강일대에서 해적질을 일삼던 놈들이 재발로 투항하는 거야. 자네가 차기 총채주로 내정되고 상관담장로가 돌아왔다는 소문을 듣고 미리 겁을 먹고 투항했다고 하더군.” 


“무슨 말씀을........모두들 한마음 한뜻으로 뭉쳤기에 가능했을 겁니다.” 


“그건 그렇고, 이번에 새외 놈들이 아예 작정을 했더군. 옥문관을 넘어온 배화교 놈들은 감숙성이어 사천성까지 박살냈고, 그와 때를 같이하여 빙궁 년들은 악양으로 몰려왔어. 또한 흑독애 새끼들은 복건성으로 향하고 있고, 서장의 홍교 놈들이 사천으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더군.” 


“많은 것을 조사하셨군요.” 


“그놈들의 목적이 뻔하지 않는가? 한번 당했으면 됐지 두 번 당할 수 없지. 또한 적(敵)을 알고 나를 아는 것이 병법(兵法)의 기본 아닌가? 그래서 놈들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었네.” 


“저도 그 일로 장인어른과 상의할 일이 있습니다.” 


“말해보게. 옥선에게 대충 듣기는 했지만 자네에게 직접 듣는 편이 좋겠어.” 


“놈들이 이빨을 드려낸 이상 우리도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50년 전처럼 중원 무림 모두가 힘을 합쳐 맞서 싸우는 것이나 지금은 각자의 생각이 달라서 힘을 모으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노력해보지도 않고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어찌하겠다는 건가?” 


“일단 우내십기를 만나볼 생각입니다.” 


“저기.........말씀 중에 죄송한데. 제 의견을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우당주가 중간에 끼어들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말씀하세요.” 


“우내십기는 대부분 현역에서 은퇴한 분들입니다. 그분들이 설득한다고 되겠습니까? 차라리 각문의 문주나 가주들을 설득하는 편이 났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 생각을 했었어요. 하지만 그건 계란으로 바위치기보다 더 가망성 없는 일이에요. 40년이 넘는 세월동안 서로 으르렁거리던 사람들이 손을 잡기가 쉽겠습니까? 흑도는 백도를 믿지 않고, 백도는 의심의 눈으로만 흑도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더구나 그들 대부분은 50년 전에 함께 싸웠던 사람들도 아니기에 동지의식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어요. 하지만 우내십기는 다릅니다. 그들은 함께 싸운 경험이 있습니다. 또한 은퇴했다고는 하지만 각 문파나 가문에서의 그들이 차지하는 위상은 아직도 건재합니다.” 


“마수마랑님 말씀도 일리가 있지만 어디 계신지 모르는 우내십기들을 언제다 찾아다니실 겁니까? 어려워도 있는 곳이 확실한 문주나 가주를 만나보시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그들도 현실을 알고 있으니 무조건 싫다고 하지는 않을 겁니다.” 




듣다보니 우당주의 의견도 일리가 있다. 풍운은 잠시 고민하다가 습관적으로 무경과 마수를 바라본다. 




“무경의 의견은 어때.” 


“글쎄요.” 




무경은 고개를 흔들며 즉답을 피한다. 각파의 문주나 가주들을 설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 판단하기 때문이다. 




“마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한번쯤 시도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우리가 만나긴 껄끄러우니까 다른 분을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장인어른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명목상 아직 내가 총채주로 있기는 하지만 실제적인 총채주는 자네야. 자네 뜻대로 하게.”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총채주는 장인어른입니다.” 


“좋아. 좋아. 이번일도 자네에게 모두 일임하겠네. 자네 뜻대로 하게.” 




조철봉이 손을 흔들며 말하자 풍운이 피식 웃는다. 




“이번 일에 대해 의견 있는 분들은 말씀하세요. 무슨 의견이라도 좋습니다.” 


“일사(一死)님. 머리 나쁜 놈 시험하지 말고 말씀하세요. 이놈이야 시키는 대로 하면 그만 아닙니까? 골치 아픈 것은 일사님이 고민하시고, 제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만 말씀하세요.”




도치는 술을 벌컥벌컥 들이키며 말한다. 풍운에게 무슨 대책이 있는 것 같은데 뜸만 들이고 있으니 답답한 모양이다. 




“다른 분들도 의견 없나요?”


“없습니다.”


“그럼 말씀드리겠습니다. 상장로님.” 


“말씀하세요.” 


“군산으로 많은 손님들이 오실 겁니다. 초대장이 없는 사람은 절대 들어오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막아주세요.” 


“알겠습니다.” 


“우당주님. 당주님께서는 장강수로십팔채의 이름으로 각 문파와 세가를 방문하세요. 백도는 무림맹을 중심으로 뭉치고 있으니 힘을 합치자고 설득하시기 보다는 장강수로십팔채도 배화교를 비롯한 새외세력과 싸우기 위해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데 주력하시고, 나머지 군소문파들은 적극적으로 설득해 보세요.” 


“알겠습니다. 가장 먼저 녹림호걸들부터 모아야겠군요.” 


“그렇게 하세요. 다음으로 장인어른께서는 놈들의 움직임에 대해 철저하게 파악해 주세요. 제가 대륙상회도 장강수로십팔채와 공조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습니다.” 


“대륙상회가 도와준다면 어렵지 않겠군. 알았네.” 


“무경과 마수님 그리고 옥선은 파악된 정보를 철저하게 분석해서 놈들의 의도를 파악하세요.” 


“알겠습니다.” 


“저는 내일 다시 떠날 겁니다. 가장 먼저 대륙상회 금산반님을 만나고 가까운 곳에 있는 우내십기부터 찾아뵐 계획입니다. 물론 이건 비밀입니다. 저는 군산에 있는 것으로 해야 합니다.” 


“.............” 


“설명 끝난 겁니까?” 


“....................”




풍운이 더 이상 말이 없자 도치가 물어본다. 




“끝났어요.” 


“저희들은 뭐하죠.” 


“나머지 분들은 여기서 대기하세요.” 


“너무하시네. 남들은 뭐 빠지게 뛰는데 저희들은 손가락이나 빨고 있으라는 말씀입니까?”


“앞으로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바빠질 겁니다. 전쟁터로 떠나는 병사들의 마지막 휴가이라고 생각하세요.” 


“일사(一死)님 혼자만 가신다는 것은 위험합니다. 저랑 함께 가시죠.” 


“그래 맞다. 일사(一死)님과 동행할 사람이 있어야겠구나. 이사님. 이사님은 쉬세요. 제가 갈게요.” 




도치가 이막수의 말에 맞장구치며 자신이 가겠다고 한다. 온몸이 근질거리는 모양이다. 




“도치님이나 이막수님 말씀이 맞아요. 운랑 혼자 가시는 것은 위험해요.” 


“저를 쫓아오실 수 있는 분 있나요. 촉각을 다투는 일이라 음양비로 이동할 겁니다.” 


“할말 없네. 그래도 혼자 가시는 것은 너무 위험한데.” 


“제가 함께 갈게요. 천마마련에도 들으셔야 하잖아요.” 


“벽하도 여기 있어. 사사천교나 천마마련은 가장 늦게 갈 거야.” 


“끝까지 혼자 가시겠다는 말씀이군요.” 


“오래 걸리진 않을 겁니다. 그리고 대륙상회를 통해 수시로 연락하겠습니다.” 


“휴~ 할 수 없죠. 일사님 뜻대로 하세요.”


“끝난 모양이군. 자~ 그럼 오랜만에 술이나 한잔 하세.” 




회의가 대충 마무리되자 조철봉이 풍운에게 술잔을 내밀었다. 




“쉬지도 못하고, 자네가 고생이군.” 


“별말씀을........제가 해야 할일입니다.” 




조철봉은 하루도 지니지 않아 다시 떠난다니 섭섭한 모양이다. 조철봉과 우당주 등이 술을 마시다가 숙소로 돌아갔고, 도치나 다른 사람들도 옥선이 마련해준 숙소로 돌아가니 이제 남은 사람은 풍운과 부인들만 남았다. 




“우리만 남았네. 이제 말해. 혼자 가시겠다는 이유가 뭐야. 아라나 수혜 때문이야.” 




사람들이 돌아가자 적당히 취한 벽하가 용기를 내서 질문했다. 풍운은 대답하기 곤란한지 앞에 있는 술잔을 비운다. 




“운랑. 저도 궁금했어요. 굳이 혼자 가시겠다는 이유가 뭐죠.” 




벽하에 있어 무경도 용기를 내서 물어본다. 




“사람이 많으면 시간이 지체되잖아.”


“그건 핑계에 지나지 않아. 솔직한 속마음을 이야기하라 말이야. 운랑은 우리에게도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어.”


“휴~ 그래. 당신들까지 속일 수는 없겠지. 우내십기를 만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천려실의 열매를 다시 한번 찾아보려고..........?”


“역시 아라와 수혜 때문이었구나.”


“지금 내가 그녀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그것밖에 없잖아.”


“나누어주면 되잖아. 왜~ 혼자서만 끙끙거리면서 모든 짐을 짚어지려 하는 거야. 우리가 남이야. 운랑과 평생을 함께하기로 한 반려자들이잖아. 또 있어. 십이사(十二死)님들도 있고, 장강수로십팔채도 있고, 천마마련도 있어. 운랑은 이제 혼자가 아니야. 운랑을 도와줄 사람은 많잖아. 왜~ 그런데........혼자서만 아파하고, 혼자서만 모든 일을 짚어지려는 거야.”


“배화교를 비롯한 새외 놈들이 코앞까지 쳐들어왔어.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도 바쁜 판에, 어떻게 부탁하니.”


“잠깐만..........저희도 끼워주세요. 저희가 없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옥선이 중간에 끼어들었다. 풍운과 벽하사이에 자신이 모르는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빙궁 년들의 소굴이 악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어. 대륙상회에서 알려줬지. 내가 말렸지만 운랑 혼자서 끝끝내 빙궁의 소굴을 찾아갔고, 그곳에서 천려빙백강시가 된 궁아라와 벽궁수혜를 만나셨어. 많이 힘드실 거야. 나도 가슴이 답답한데, 운랑은 오죽하겠어. 끔찍이 사랑하는 여인들이 강시가 되어 운랑을 알아보지 못하는데 억장이 무너지겠어. 그런데 말이야..........더욱 가슴 아픈 것은 그녀들을 위해 운랑이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거야. 예전에 그녀들이 빙궁으로 떠나기 전에 궁아라가 했던 말이 있어. 천녀빙백강시가 되면 대부분의 이지(理智)를 상실하여...........주인의 명령에만 복종하는 꼭두각시가 된다. 그걸 알면서도 그녀들은 천녀빙백강시가 되는 길을 선택했어. 그게 유일하게 살수 있는 길이기에..........사랑하는 운랑을 남겨두고 떠날 수 없었기에..........운랑이 자신들을 구해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천녀빙백강시가 되는 길을 선택한 거야.” 




벽하의 설명이 끝나자 옥선과 무경의 얼굴도 어두워진다. 평소와 달리 풍운의 표정이 어두웠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언니들을 구할 방법은 없는 건가요.” 


“천려실의 열매를 찾아야 해. 하지만 열매를 찾았다고 해도 그녀들이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보장은 없어.” 


“그건 말씀이죠.” 


“궁아라와 벽궁수혜는 독이 골수까지 침투해서 세상의 어떤 약으로도 구할 수 없었기에 빙궁으로 갔어. 천녀빙백강시라는 살아있는 강시가 되는 길이 유일하게 살 수 있는 길이었기 때문이지. 그녀들이 빙궁의 떠나기 전에 다독마의를 만났어. 그때 다독마의가 이런 이야기를 했어. 자세한 것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강시들처럼 천녀빙백강시도 독을 주성분으로 하는 약에 의해 만들어질 것이다. 천려실의 열매는 세상의 모든 독을 정화시켜주는 전설의 영약이니 열매만 구한다면 독을 제거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강시의 제련과정에서 독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모르는 많은 대법들도 사용되므로 독이 정화된다하여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보장은 없다.” 


“한번 지워진 기억을 되살리긴 힘들겠죠. 하지만 빙궁이 협조해 준다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건 몰라. 그리고 빙궁의 협조를 바라는 것은 힘들지 않을까. 천녀빙백강시는 빙궁의 비밀병기야. 공들어 만든 비밀병기를 순순히 내놓겠어요.” 




무경의 질문에 벽하가 냉정하게 대답한다. 




“인간이 하는 일에 불가능은 없어요. 그리고 벽궁수혜님은 제가 만나 적이 없어 모르겠지만 궁아라님은 지혜가 충만한 상입니다. 절대 강시로 삶을 마감할 분이 아닙니다.” 


“아참~ 무경언니는 천기를 보실 줄 아시죠. 아라언니와 벽하언니가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옥선이 마치 새로운 것을 발견한 것처럼 무경에게 묻는다. 옥선 말대로 무경은 천기를 읽을 수 있다. 




“천기는 거대한 흐름을 알려줘요. 개개인의 운명까지 천기에 타나타지는 않지요. 하지만 흐름을 이끌어가는 인물들은 천기에서도 나타나요. 대표적으로 천강성의 운명을 타고난 운랑이 계시죠.” 


“천강성?” 


“현재 하늘에는 무림의 운명을 좌우할 세 개의 별이 있어요. 운랑의 별인 천강성이 있고, 운랑과 운명적으로 연결된 천귀성이 있어요.” 


“천귀성. 그별은 누굴 상징하는 별이죠.” 


“혹시 저와 함께 다니던 란을 기억하세요.” 


“무림군의 군사였던 란을 말씀하시는 거예요.” 


“맞아요. 그녀가 바로 천귀성의 운명을 가지고 있으며 운랑과는 하늘이 맺어준 끈으로 연결되어 있는 여인이죠.” 


“뭐야. 그럼. 그녀도 운랑의 여인이 된단 말씀이세요.” 


“글쎄요. 그건 운랑과 란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죠. 마지막으로 무림을 도탄에 빠트리는 천마성이 있어요. 저도 그가 누군지는 몰라요. 할아버지 말씀으로는 신강에 있다고 하더군요.” 


“신강? 그럼 배화교?” 


“저도 배화교를 의심하고 있어요. 배화교의 배후에 천마성이 있을 가능성이 높아요.” 


“둘 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야. 지금 그런 이야기나 할 때야. 운랑을 도울 방법이나 고민하란 말이야.” 




벽하가 술잔을 비우며 말하자 무경과 옥선이 입을 다물었다. 옥선의 쓸데없는 궁금증 때문에 정작 중요한 이야기를 못하고 있다. 




“운랑은 모든 짐을 혼자 짚어지려 하고 있어. 우리가 있는데도 말말이야.” 


“벽하야. 기분 나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번 일에 당신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아. 아가씨와 누님에게 반드시 구해드리겠다고 약속했어.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내가 약속했고, 나는 그 약속을 지켜야 해. 이런 말이 있지. 여자를 지켜줄 수 없는 남자는 사랑받을 자격도 없다. 내 힘으로 누님과 아가씨를 구해드리고 싶어.” 


“우리가 힘을 합쳐도 힘든 일을 운랑 혼자서 어떻게 감당하겠다는 거야. 거기에 운랑이 짚어진 짐이 한두 가지야. 그녀들 일에만 매달릴 수 있어. 아니잖아. 우내십기를 설득해야지. 우리가 가진 힘을 결집해야지. 배화교를 비롯한 새외세력들의 공격에 대비해야지.” 


“그만........나도 알아. 그리고 누님이나 아가씨 일은 서두른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야. 또한 내가 다른 일을 핑계치고 그 일에만 매달리겠다는 것도 아니야.” 


“그럼 왜 혼자 가겠다는 건데........” 


“벽하가 옆에 있다는 거.........잘 알고 있어. 무경도 있고, 옥선도 있고, 소하도 있어. 누님이나 아가씨가 소중하듯이 당신들도 소중한 사람들이야. 예전에 내가 했던 약속 기억해. 내가 벽하를 책임지겠다고 했지. 그 약속.........잊지 않았어. 조심할게. 그러니까 보내죠.” 




벽하는 길게 한숨을 쉬고 술만 마신다. 풍운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하니 더 이상 반대만 할 수 없을 것 같다. 무경과 옥선도 더 이상 말을 못한다. 풍운의 아픔을 알기 때문일까? 풍운은 그날 밤 세 명의 부인들과 밤을 보내고 새벽에 아무도 모르게 군산을 떠났다. 풍운이 계속 군산에 머물고 있는 것처럼 꾸며야하기 때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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