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268부

본문

사천에서의 혈투(血鬪)가 마무리되면서 전투가 소강(小康)상태로 접어들었다. 감숙성(甘肅省)과 사천을(四川省)을 평정(平定)한 혁린강도 전열(戰列)을 정비할 시간이 필요했고, 발등에 불이 떨어져 우왕좌왕하던 중원 무림도 현재 상황을 직시(直視)하고 대책마련에 분주하고 있었다. 혁린강은 계속된 강행군에 지친 무사들에게 충전시간을 주며, 풍운일행에게 전멸(全滅)당한 일차강시들을 대처할 이차강시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차강시는 실패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일차강시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놈들이다. 시험 삼아 그만그만한 시체로 만든 일차강시들과는 달리 살아있을 때부터 고수라고 평가받던 놈들로 만든 작품(?)으로 풍운일행이 배화교의 사냥개 시절에 제거한 중원 무림인들과 배화교도 중에 고수였던 사람들의 시체를 이용해 만든 놈들이다. 물론 삼차로 예정된 생강시까지 포함된 놈들보다는 못하지만 이차강시들만 해도 적수(敵手)를 찾기 힘든 엄청난 놈들이라는 말이다. 혁린강은 이차강시들을 기다리며 다음 작전을 구상하고 있었다. 




사천의 소식이 개방을 통해 무림맹에 전해졌고, 무림맹은 사천으로 달려가던 무림군에게 별도의 명령이 있을 때까지 대기하라고 전서구를 날렸다. 무림군이 섬서성(陝西省) 서안(西安)근교에서 대기하는 것이다. 




하후소하의 명령으로 감숙성(甘肅省)으로 달려가던 사사비연대가 풍운일행을 찾았다. 감숙성(甘肅省)에 이르기 전에 풍운일행의 소식을 접하게 되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사사비연대는 곧바로 사사천교에 연락했고, 하후소하는 사천으로 달려가는 초벽하에게 전서구를 날렸다. 마차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는 초벽하에게 혈장장로가 달려왔다. 




“벽하소저! 교주님께 서찰이 왔어요. 한번 읽어보세요.” 




혈장장로가 전서구편으로 날아온 서찰을 전해주자, 초벽하가 생각 없이 읽어보니 사천에서 벌어졌던 혈투(血鬪)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풍운일행이 장강수로십팔채의 배편을 이용해 악양으로 가고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아~~ 운랑께서 무사하시구나!” 




벽하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을 쓸어내리며 중얼거리다가 하늘을 올려다본다. 풍운이라는 말만 들어도 눈가에 습기가 찬다. 그립다. 보고 싶어 미칠 것 같다. 풍운은 자신의 삶을 찾아주었다. 자신을 여자로 만들어주었다. 가슴속에 풍운에 대한 생각이 가득하여, 이제는 풍운은 없는 삶은 상상할 수도 없다.




“장로님.........운랑일행이 악양으로 오고 계신다고 합니다. 우리도 악양으로 가요.” 


“무사하시다니 다행입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초벽하와 함께 사사철기군이 악양으로 달려간다. 다행이 출발하지 얼마 되지 않아 서두르면 풍운일행보다 먼저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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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초희는 새벽의 뿌연 안개를 뚫고 정원을 거닐고 있었다. 어제는 대충 둘려봤지만 볼수록 아름다운 정원이다. 초희가 정원에 있는 정자(亭子)로 발걸음을 옮긴다. 정자는 정원 중앙에 있는 호반(湖畔)위에 있었다. 초희는 정자의 기둥에 기대여 잔잔한 호반을 바라본다. 마음이 복잡하다. 배화교는 감숙과 사천을 평정하고 섬서성과 귀주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배화교의 전력(戰力)과 대공자의 실력에 대해 알고 있었으니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일이다. 




50년 전에 동맹이었던 혹독애와 포달랍궁의 움직임도 파악되었다. 흑독애는 만반의 준비를 끝내고 광서성(廣西省)으로 출발했다고 한다. 강력한 무림세력이 없는 광서성(廣西省)과 광동성(廣東省)을 평정(平定)하고 바다를 이용해 중원으로 넘어올 계획이다. 포달랍궁은 아직까지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 사대금강 중에 마례청(魔禮靑)금강과 마례해(魔禮海)금강이 열심히 설득하고 있지만 평화를 사랑하는 달라이라마가 망설이고 있다고 한다. 그 대신 홍교가 나섰다. 마례청금강과 내연의 관계인 환희보살이 홍교 무사들을 이끌고 사천으로 출발했다고 한다. 하지만 흑독애나 홍교는 별다른 위협이 되지 못한다. 그들은 배화교의 들러리 정도로 생각하면 그만이다. 문제는 십이사(十二死)다. 그들을 어떻게 규정하느냐? 무엇을 먼저 생각하느냐에 따라 작전이 달라져야 한다. 십이사(十二死)와 손잡고 배화교를 먼저 칠 것인가? 배화교와 손잡고 십이사(十二死)와 중원 무림을 먼저 칠 것인가? 




“복잡하군.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초희가 혼자서 중얼거리는데 먹이를 찾아 물고기가 튀어 올랐다. 그런데 허공에 솟구친 물고기가 순식간에 얼음덩어리로 변해 떨어지며 파문(波紋)을 일으킨다. 그림자처럼 따르고 있는 천녀빙백강시들의 작품이다. 초희는 자신의 뒤에 있는 세 명의 천녀빙백강시를 바라본다. 궁아라와 벽궁수혜 그리고 장옥이다. 




“궁아라. 벽궁수혜. 어떻게 하면 좋을까? 너희들이 사랑했던 남자와 싸워야 할까?” 




초희의 질문에 궁아라나 수혜는 무표정하다. 지능이 떨어지는 그녀들이 초희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다. 




“너희들에게 물어보는 내가 바보지.” 




초희는 보는 것만으로도 숨 막히는 요기(妖氣)를 뿌리고 있는 궁아라와 수혜의 머리까락을 정리해 준다. 




“만나보자. 너희들을 위해서라도 어떤 남자인지 보고 결정하자.” 




풍운일행이 악양으로 온고 있다고 한다.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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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일행은 감숙과 사천에서의 혈투(血鬪)를 끝나고 오랜만에 한가한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악무룡은 전투에서 소비했던 소이탄과 벽력탄을 만들며 시간을 보내고 있고, 왕천유는 화살을 만드는 동시에 사우에게 국선도를 가르치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사우는 국선도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은 이해했지만 실전에서 사용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최근 들어서 이막수와 도치 내외가 자주 어울린다. 이막수와 냉하상은 서로의 살인무예(殺人武藝)를 비교하며 부족했던 부분을 상대방의 장점을 흡수하여 보충하고 있었고, 도치는 풍운에게 배운 사사무량도법을 수련했고, 유미림은 영사혈법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수련하고 있다. 




옥선은 그동안의 외로움을 보상받으려는 듯 풍운은 겉을 떠나지 않는다. 침상에 세 명의 남녀가 뱀처럼 엉켜있었다. 처음에는 부끄러워하던 무경이나 옥선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혼자서 풍운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몸으로 터득했기 때문일까? 풍운은 옥선과 무경의 젖가슴을 주무르고 있다가 옥선을 돌아본다. 




“이렇게 있어도 돼.” 


“음소빈이 알아서 할 거에요.” 


“음소빈? 흑룡방의 음소빈 말하는 거야.” 


“지금은 우리 장강수로십팔채의 일원이 됐어요. 아참~ 제가 허락도 없이 운랑이 가르쳐주신 무공을 알려줬어요.” 


“무슨 무공?”


“그 있잖아요. 풍파~”


“알겠다. 장강수로십팔채 무공을 변형한 무공 말하는 거지?”


“예! 맞아요.”


“음~ 공짜로 용서해 달라고 하면 곤란하지.” 


“그럼 어떻게.........?” 


“이때 밤에 보자.” 




풍운은 옥선의 엉덩이를 때려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산책이라도 할까? 선실에만 있다고 남들이 욕하겠다.” 




풍운이 웃으며 말하자 옥선과 무경도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입는다. 풍운 말대로 사천을 출발한 이후 3일 동안 선실(船室)에서 두문불출(杜門不出)했기 때문에 남들이 흉볼 것이다. 갑판에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처음에는 뱃멀미에 시달리던 당가식솔들도 삼일정도 지나자 이제는 적응한 모양인지 물길을 가르는 뱃머리에 기대에 경치를 감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풍운과 무경이 나타나자 당가식솔들이 자기들끼리 속닥거린다. 소문도 쟁쟁한 마수마랑이 어떻게 생겨먹는 놈인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아저씨. 아저씨가 마수마랑이야.” 




어느새 다가온 꼬마아가씨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풍운을 바라보며 질문한다. 풍운은 꼬마아가씨에게 빙그레 웃어주었다.




“응~ 내가 마수마랑이야.” 


“옆에 있는 언니들은 누구야.” 


“재갈무경하고 조옥선이야.” 


“둘 다 아저씨 부인이야.” 




당돌한 꼬마아가씨의 질문에 풍운이 피식 웃으니 무경이 쭈그리고 앉아 꼬맹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너는 누구니.” 




꼬맹이는 기분 나쁘다는 듯이 무경의 손을 쳐내고 풍운의 손을 잡는다. 




“기분 나쁘게 머리를 왜 만져..........아저씨. 아저씨는 천의 얼굴을 가졌다고 하는데 정말이야.” 




풍운이 어떻게 답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으니 삼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인이 달려와 꼬맹이의 팔을 잡는다. 




“죄송해요. 수화야. 그만 가자.” 


“아니 엄마.”


“가만있지 못해.”




꼬맹이는 여인의 손에 끌려가면서도 풍운에게 시선을 거두지 못한다. 무림에 소문도 쟁쟁한 풍운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았던 모양이다. 




“운랑은 좋겠어요. 이제 꼬마아가씨들까지 운랑을 알아 보내요.” 


“글쎄.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모르겠네.” 


“좋은 일이죠. 운랑의 명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거잖아요.” 


“그만큼 책임감도 켜졌다는 말이야. 저쪽으로 가보자.” 




풍운은 한쪽에서 활을 손질하고 있는 왕천유에게 갔다. 천유는 최근 들어서 풍운과 대화할 시간이 없었다. 풍운이 무경과 함께 있거나 천유가 사우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뭐해.” 




풍운이 다가가며 묻자 천유는 반갑게 인사하려다가 옆에 있는 무경과 옥선을 발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굽힌다. 




“나오셨어요.” 


“사우님은 어디 갔어.” 


“선실에 계세요.” 


“거북하다. 왜 이렇게 까듯해. 천유답지 않게.” 




풍운이 농담처럼 말하자 천유가 무경과 옥선을 보라고 눈짓한다. 무경과 옥선입장에서 천유는 왠지 부담스러운 존재다. 풍운은 왕천유를 친구라고 부르며 스스럼없이 대한다. 하지만 옥선이나 무경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첫 만남부터가 심상치 않았고 지금은 그런 기색이 없어졌지만 한동안 풍운을 바라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천유도 풍운의 여인들이 자신이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여, 그녀들 앞에서는 조심하는 것이다. 풍운은 여인들 사이의 분위기를 심상치 않자 헛기침을 한다. 




“험~ 저기 도치도 보이네. 도치나 만나야겠군.” 




풍운이 은근슬쩍 도망치자 천유는 다시 활을 손질하고 무경과 옥선은 풍운을 따라간다. 도치는 풍운이 오는 것도 모르고 흐르는 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해.” 




풍운이 어깨를 지며 묻자 도치에 상념(想念)에서 깨어나 인사한다. 




“왔어.”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는 거야.” 


“도(刀)는 강(剛)을 바탕으로 하지만 물처럼 유(柔)해 질수도 있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나네.” 




도치답지 않게 무지하게 진지한 말투다. 




“그래서 알아낸 거라도 있어.” 


“글쎄. 천성(天性)이 거친 놈이라 생각만 있지 실천에 옮기긴 힘들 것 같아.” 


“도강(刀剛)은 강(剛)을 기본으로 하지만 도환(刀環)은 유(柔)를 바탕으로 해. 도(刀)라고 해서 강만 추구하는 것은 아니지. 또한 천상과는 상관없어. 자신이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야.”


“하여튼 복잡해요. 그냥 노력해라. 한마디면 간단하잖아.”


“두 분이서 무슨 이야기를 하세요.” 




옥선과 무경이 다가와 대화에 끼어든다. “




“어서 오세요. 얼굴들이 헐숙해 지셨네요.” 




도치가 화제를 바꿔서 무경과 옥선을 놀리자 두 사람의 얼굴이 붉어진다. 




“냉소저는 어디가시고 혼자 계세요.” 


“이사(二死)님과 함께 있어요. 두 사람이 할말이 있다나?” 




도치가 무경이 떠드는 사이 풍운은 주위를 둘려보니 한쪽에 당가식솔들과 어울려 웃고 떠드는 당령의 모습이 보인다. 그런데 옆에 있는 금막비의 얼굴이 어둡다. 당령 때문에 어울리기는 해도 마음속에 쌓인 앙금이 많아 힘든 모양이다. 사실 금막비에게 당가는 은혜와 원한이 점철(點綴)되어 있다. 홀로 버려진 자신을 거두어 주고 아름다운 부인까지 주었으나, 너무나 튀어난 자신을 시기한 당가식솔들에게 사랑하는 부인과 처가집 식구들이 몰살당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그런데 또다시 당령을 만났다. 




“도치야. 우리 오랜만에 술 한 잔 할까? 술 마신지도 오래됐잖아.” 


“일사(一死)님이 내시는 겁니까?” 




도치의 말투가 변했다. 둘만 있을 때는 친구지만 옥선이나 무경이 있으니 예의를 차리는 것이다. 




“옥선. 술이 있어.” 


“삼협채 배에 후아주가 실려 있을 거예요. 바로 연락해서 준비 할게요.” 


“내가 금정신니님과 당순기님께 연락할게. 도치는 나머지 분들께 연락하고 무경은 옥선을 도와줘.” 




저녁이 되자 갑판에 술상이 마련되었다. 풍운일행을 비롯한 아미와 당가의 책임자들이 모두 모인 것이다. 밤이 깊어지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풍운이 타고 있는 배로 도착했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풍운은 사람들에게 일일이 인사하고 자리로 안내했다. 금정신니를 끝으로 초대한 사람들이 모두 도착하자 풍운이 돌아가며 술을 따라주고 잔을 들었다.




“인사드리겠습니다. 마수마랑 풍운입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그동안 인사도 드리지 못했습니다. 오늘 이 자리는 즐기자고 마련한 자리입니다. 차린 것은 없지만 마음껏 드시고 즐기세요. 자~ 건배.” 




풍운이 잔을 올리자 모든 사람들이 건배하며 술을 마신다. 모두들 풍운을 인정하는 모양이다. 건배가 끝나고 술이 돌아가자 끼리끼리 모여서 이야기꽃을 피운다. 풍운은 여기저기 불려 다니느라 바쁘다. 당가사람들도 부르고 금정신니도 풍운을 찾는다. 




“어서 오시게. 바쁘군.” 


“글쎄 말입니다. 찾는 분들이 많네요.” 


“한잔 받게나.” 




무림의 전설이라는 금정신니가 손수 술을 따라준다. 풍운은 사양하지 않고 술을 받아 마셨다. 




“장문인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고, 자경아. 자경아.” 




금정신니의 부름에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비구니가 달려왔다. 




“인사드려라. 마수마랑님이다.” 


“안녕하세요. 자경이라 합니다.” 


“안녕하세요. 풍운입니다.” 




풍운도 인사하자 금정신니는 비구니의 어깨를 두드린다. 




“자경이는 일대제자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아이네. 혹시 우리게 부탁할 일이 있는데, 나나 장문인이 안 계시면 자경이를 찾게. 성심을 다해 도와줄 것이네.” 


“말씀만 들어도 고맙습니다.” 




풍운이 자경이라는 비구니와 이야기를 하려는데 당가의 암기당주가 풍운의 팔을 잡아끈다. 




“아이. 여기 계시면 어떻게 합니까? 신니님. 잠깐 빌려가겠습니다.” 




풍운은 금정신니에게 인사도 못하고 암기당주에게 끌려간다. 




“저놈이 백도(白道)가 아니라는 것이 아쉽군.” 




금정신니의 솔직한 마음으로 볼수록 탐나는 놈이다. 딸이 있었다면 보따리를 싸매고 쫓아가서라도 사위로 삼았을 것이다.




“사부님. 우린 그만 일어나죠.” 


“우리가 있으면 아무래도 불편하겠지.” 




장문인의 말에 금정신니도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부처님을 모시는 사람들이 어울리긴 힘든 자리가 되었다. 자경이라는 비구니는 당가사람들과 술을 마시는 풍운을 살펴보다가 자신의 배로 돌아갔다. 아미파 비구니들이 빠지자 본격적인 술판이 벌어지니 하나둘씩 쓰려지거나 자신의 배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목구멍이 따끔거릴 정도로 독한 후아주를 병째로 마시고 있으니 쓰려지는 것도 당연하다. 모임의 주체인 풍운보다 바쁜 사람이 있었으니, 금막비와 당령은 당가사람들에게 둘려 쌓여 있었다. 




“당령! 축하해. 한잔 마셔.” 


“고마워요.” 




당령은 술을 받아 조금만 마시고 내려놓는다. 




“자네도 한잔 받게.” 




암기당주는 금막비에게도 술을 따라주었다. 금막비가 말없이 술을 마시자 당주가 잔을 내밀었다. 




“나도 한잔 따라주게.” 




당주는 금막비가 따라주는 술을 마시더니 입술을 닫는다. 




“하여튼 복도 많은 친구야. 예전에도 암기당의 꽃인 숙정소저를 가로채더니 이번에는 당령이라니.......아무튼 축하하네.” 


“고마워 한잔 더하게.” 




금막비가 씁쓸하게 웃으며 당주에게 술을 권한다. 예전에 금막비가 암기당 소속이었을 때, 지금의 암기당주와는 절친한 사이로 술도 많이 마셨다. 금막비는 당숙정의 이야기가 나오자 가슴 한쪽이 아려온다. 잊으려고 노력했지만 지금도 가슴 깊은 곳에 당숙정의 그림자가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어이. 처남. 저랑 한잔 하시죠.” 




당령의 오빠인 당가위가 금막비를 끌고 간다. 




“처남. 우리 당령 행복하게 해줘야 돼. 만일에 당령 눈에 눈물이 보이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당가위가 금막비에게 술을 따라주며 혀 꼬부라진 목소리로 말한다. 많이 취한 모양이다. 




“오빠. 그만 일어나. 취했어.” 




당령이 팔을 잡자 당가위가 뿌리친다. 




“취하긴 누가 취해. 술..........처남 뭐해 따라.” 




당령의 말류에도 불구하고 당가위가 금막비에게 술잔을 내밀었다. 




“주지마세요. 취했어요.” 


“달라고 하잖아. 마셔야지.” 




금막비가 잔을 채워주자 당가위가 반을 흘리고 반만 마신다. 너무 취해서 술도 똑바로 못 마시는 모양이다. 




“가위야. 그만 일어나. 가자.” 




당령이 말려도 듣지 않으니 이번에는 당순기가 나섰다. 




“벌써 일어나시려고요. 조금만 더 마시고 갈게요.” 


“이놈아. 이제 우리밖에 안 남았어. 그만 일어나.” 




당가위가 역정을 내며 말하니 당가위도 거역하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일어난다. 




“가시죠. 처남은 제가 부축하겠습니다.” 


“자네가 고생이 많군. 이해하게. 이놈이 동생을 각별하게 생각했거든.” 


“알고 있습니다.” 




금막비는 당순기와 당가위를 선실(船室)로 모셔다드리고 돌아왔다. 




“고생하셨어요. 힘드셨죠.” 




금막비가 돌아오자 당령이 다가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닫아준다. 당순기와 당가위를 상대하느라 금막비가 곤혹을 치룬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말리지마. 이제 좀 마실게.” 




금막비는 마지막까지 술판을 벌이고 있는 도치 옆에 앉더니 후아주를 병째로 마신다. 




“어라~ 조금씩 마셔.” 


“말리지마라. 속 탄다.” 


“술이 아까워서 말리는 거야.” 




도치가 웃으며 술병을 빼앗으니 금막비도 피식 웃고 만다. 얼마 전까지 원수로 생각했던 당순기가 한순간에 장인으로 바뀌고, 나이도 어린 처남에게 상대하느라 심신(心身)이 지친 모양이다. 풍운은 사람들이 모두 빠지고 도치일행만 남자 한잔씩의 술을 권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들은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적당히 드시고 주무세요.” 


“일사님도 가시는 겁니까?”


“가야죠. 이제 우리만 남았어요.”


“알겠습니다. 들어가세요.”




풍운이 일어나자 무경과 옥선도 일어난다. 바늘 가니 실도 따라가는 것이다. 




“가세요. 저희들은 한잔 더하고 가겠습니다.” 


“내일을 생각해서 조금씩만 드세요.” 




풍운은 금막비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선실(船室)로 돌아갔다. 오늘 술자리는 금막비와 당가사람들 사이에 남아있는 앙금을 털어버리고 화해의 장을 마련해주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풍운까지 돌아가자 이제 남은 사람은 금막비와 당령, 도치, 냉하상, 악무룡만 남았다. 




“술을 먹어서 그런가? 춥다.” 


“들어가서 마시자.” 




도치와 악무룡도 일어났다. 들어가서 한잔 더 마시려는 모양이다. 




“나도 간다. 같이 마시자.” 




금막비가 비틀거리며 일어나니 당령이 부축한다. 




“취했어요. 도치님. 우리 먼저 갈게요.” 




당령이 금막비를 부축하니 마지막까지 남는 도치일행도 선실(船室)로 돌아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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