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중원견문록 - 43부

본문

야설은 야설일 뿐! 현실과 혼동하지 마십시오!! 


만약, 야설이나 기타 등등을 접한 이후로 자신이 뭔가 달라졌다 싶으신 분은


잠시 야설이나 기타 등등을 멀리하시고, 운동으로 좀 더 마음과 정신을 가다듬으신 후에 


다시 찾아 주십시오. ]










잠시의 정적을 깨고 입을 연 것은 소년이었다. 




“ 형님!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 했습니다. 하물며, 이 야밤에 이렇게 우리가 만났다는 것은 운명입니다. 그렇게 생각지 않으십니까, 형님?! ”




연신, 진을 형님이라 칭하면서 말이다. 




“ 그런 의미에서, 통성명을 통해 다시 한 번 우리의 운명과 서로의 결의를 다지는 겁니다, 형님! 좋은 생각이지 않습니까, 형님?! ”




두 손을 잡은 체, 순진무구한 두 눈을 크게 뜨고 얼굴을 바짝 들이밀면서 간절히 바라보는 소년의 시선에, 진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사실, 사람 사귀는 것에는 익숙치 않은 진으로서는 어색한 침묵 속에서 내심 어떻게 얘기를 이어나가야 할지 고민하던 참이었었다. 


하지만, 소녀는 이 바보 같은 남자의 바보 같은 놀이에 끼어들 생각이 전혀 없었다. 




“ 흥! 댁들이나 잘 해 보세요. ”




소녀는 매몰차게 말하고 아예 고개를 돌려버렸다. 




‘ 내가 너무 심했나.....?! ’




하지만, 한편으론 처음 만난 사이인데, 너무 모질게 대했나 하는 자책감이 들었다. 




‘ 그냥 부드럽게 거절했음 될 것을...... ’




하지만, 오늘 처음 만났지만, 순진한 건지, 아님 원래 천성인 건지, 연신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싱글거리고 있는 소년의 모습은 자신이 알고 있는 누군가와 너무나 비슷해, 생각보다 친숙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서슴없이 그렇게 말한 것이다. 


소녀는 살며시 고개를 돌려 힐끗 진과 소년을 바라보았다. 진은 그래도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소년은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있었다. 




“ 저기...... ”




설마, 저렇게까지 소년이 실망할 줄 몰랐던 소녀는 양심의 가책을 더욱 느끼고는 사과라도 하려고 입을 열려했다. 그 순간, 소년의 얼굴이 번쩍 들어올려지며 소녀와 두 눈이 마주쳤다. 




‘ ..........!! 윽....! ’




사과하려던 소녀는 왠지 묘한 박력이 느껴지는 소년의 모습에, 뭔지 모를 불안감이 이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사과라도 할려고 다시 입을 여는 순간, 소년이 부르는 기세에 놀라 소녀는 자신도 모르게 대답하고 말아버렸다. 




“ 저기....... ”


“ 소저!! ”


“ 네?! ”


“ 소저!! ”


“ ...네! ”




소년이 성큼성큼 다가와 냅다 자신의 두 손을 잡았지만, 소년의 묘한 기세에 눌린 소녀는 인식도 하지 못했다. 




“ 소저! 어찌 그런 슬픈 말을 하십니까! ”


‘ 윽........!! ’




소녀는 가슴이 철렁했다. 금방이라도 울 듯 소년의 두 눈에서 눈물이 글썽였기 때문이다. 




“ 소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데에는 인연의 실이란 것이 서로 이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만난 것도 그 인연의 실이 서로에게 이어져 있기 때문에 만나게 된 것입니다. 이는 하늘이 정해주신 인연이요, 우리의 운명인 것입니다. 한데, 하늘이 정해준 인연이자 운명을 어찌 거역하려 하시는 겁니까, 소저!! ”


“ 윽.... 그게..... 그게 아니라..... ”


“ 소저! 부디, 우리의 이 운명을 거역하지 말아주세요. 제 간절한 소망입니다. ”


“ 으윽......! 네....... ! ”




소년의 간절한 눈망울에, 소녀는 자신도 모르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 정말이오, 소저?! ”


“ 네! ”


“ 정말?! ”


“ 네!! ”


“ 그런 의미에서, 저는 장백천이라 하고, 올해 약관의 나이요. 소저의 이름은 ? ”


“ 사마.... 영령이예요. ”


“ 사마영령이라... 아! 아름다운 이름이오. ”




상대가 아무리 추남이라 해도 칭찬을 해주면 대부분의 여인은 겉으론 어쩔지 몰라도 속으론 기분 좋기 마련이다. 소년의 칭찬에, 소녀의 얼굴이 살풋 붉어졌다. 




“ 실례지만, 나이는....? ”


“ 그건... 묻지 말아주세요. ”




실은 소년보다 한 살 어리지만, 숙녀의 나이는 언제나 비밀인 법이다. 




“ 영령소저도 홀로 여행중이었소? ”


“ ...네. ”




소녀, 사마영령은 대답을 하면서도 소년, 장백천에게 붙잡힌 두 손을 빼내고 싶었지만, 연신 감격에 겨운 두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에, 차마 두 손을 빼내지 못하고 있었다. 




“ 형님! 사마영령 소저시랍니다. 정말, 아름다운 이름이지 않습니까, 형님?! ”




장백천은 사마영령에게서 시선을 돌려 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면서도 두 손은 여전히 사마영령의 손을 잡은 체,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 하아....! ’




장백천의 말에, 진은 속으로 한숨을 쉬면서도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였고, 연신 손을 빼내야지 빼내야지 하면서도 계속된 칭찬에, 사마영령은 얼굴을 붉히면서 손을 빼낼 기회를 놓치고 있었다. 그래도, 빼내긴 빼내야 한다. 순진해 보이고 사심없이 손을 잡은 것 같긴 하지만, 처음 만난 남자에게 계속 손을 잡게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내 자신을 바라보며 다시 열변을 토해내는 장백천의 모습에, 사마영령은 다시 손을 뺄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 아! 정말이지 아름다운 이름입니다. 밤도 아름답고.....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인연이란 말입니까?! 아니 그렇습니까, 영령소저?! ”


“ ... 네에.....”


“ 이름처럼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영령소저! ”


“ ..........!! ”




‘두근’




장백천의 칭찬에, 사마영령은 가슴이 두근거리며,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지만, 내색하기 싫어 고개를 돌렸다........기 보다는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장백천의 두 눈을 마주할 수가 없어서 고개를 돌렸다. 가족 외엔 어느 누구도 자신을 똑바로 바라 본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 손도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영령소저! ”


“ ......... ”




아! 손도 아름답단다. 




“ 피부도 너무 곱습니다, 영령소저! ”


“ ......... ”




어머! 피부까지.........




“ 살결도 너무나 부드럽습니다, 영령소저! ”


“ ............ ”




아아....! 살결까지..........!! ..................???? 살결까지????!! 




듣다 보니, 이건 아니다 싶어 장백천을 바라 본 영령은 화를 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잠시 고민에 잠겨들었다. 장백천이 자신의 손등에 연신 얼굴을 비비면서 행복에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아! 영령소저의 부드러운 살결을 이렇게 느껴보게 되다니... 제 목적은 달성되었습니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




하지만, 이어진 장백천의 말에, 머리끝까지 잔뜩 화가 난 사마영령은 꽥~! 고함을 지르며 장백천의 머리에 알밤을 선사하고 말았다. 




“ 결국, 이게 목적이냐?! ”


“ 퍽~! ”


“ 아악~~~!! ”




생각보다 아팠는지, 머리를 움켜잡고 바닥을 뒹구는 장백천의 모습에, 사마영령은 아차! 싶어 얼른 다가가서 일으켜주며 사과하려다 멈칫하고 말았다. 




“ 저기....... ”


“ 영령소저! 아프지만, 그대가 준 꿀밤조차 너무나 황홀하오이다, 영령소저! ”




장백천이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만, 아픈지 연신 머리를 쓰다듬으면서도 무릎을 꿇고 감격에 겨운 얼굴로 자신을 올려다보며 이렇게 말했기 때문이었다. 




“ 하아........! ”




혹, 자신을 놀리는 건가 싶어 장백천의 두 눈을 바라보았지만, 거기에 담겨 있는 것은 진심이었다. 왠지 화낼 기운조차 사라져 버려, 사마영령은 한숨을 내쉬다, 아직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장백천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그만 피식! 웃고 말아버렸다. 




“ ..........!! ”




처음으로 보는 사마영령의 미소에, 장백천은 넋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 아! 너무나 아름답소, 영령소저! ”


“ 이제 정신차리고 저쪽으로 가시는 게 어때요? ”




사마영령은 애써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처음 장백천이 앉았던 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 너무하오이다, 영령소저! ”




잔뜩 실망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장백천은 사마영령의 말대로 자신이 앉았던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하지만,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환한 표정으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 암튼, 이 아름다운 인연을 이어가기 위해서 같이 여행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형님! 네?! ”




‘ 이거 진짜로 골치 아픈 여행이 되겠구나. ’




장백천의 제안에, 문득 떠오른 생각이었다. 




“ 나야, 뭐..... ”




하지만, 진으로서는 나쁠 것도 없었다. 혼자 여행하기 보다는, 같이 하는 게 심심하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골치는 좀 아프겠지만 말이다. 


장백천은 사마영령을 바라보았다. 




“ 영령소저도 찬성이오?! ”




사마영령은 힐끗 진을 바라보며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사마영령까지 찬성하자, 장백천은 더 없이 기뻤다. 




“ 그럼, 오늘 이 순간을 기해 의형제를 맺는 겁니다!! ”


“ ........!! ”


“ 에?! ”




진과 사마영령이 뜻밖의 말에 놀란 얼굴로 장백천을 바라보았지만, 장백천은 신경도 쓰지 않고 냉큼! 자리에서 일어나, 진과 사마영령 사이에 무릎 꿇고 앉아, 둘의 손을 잡고는 말릴 새도 없이 밤하늘을 향해 외치듯 입을 열었다. 




“ 지금 이 순간을 기해, 우리 세 사람이 의형제가 되었음을 하늘에 맹세합니다. 앞으로, 우리 세 사람은 기쁨도 슬픔도 함께 할 것이며, 죽는 날까지 영원히 변치 않을 것을, 천지신명과 밤하늘의 별님들에게 맹세합니다!! ”


“ ............! ”


“ .........!! ”




진은 난감해졌다. 의형제라니........! 무협지에서 자주 나오는 장면이긴 했지만, 지금 그것을, 것도 오늘 처음 만난 이들과 하게 되다니.........! 하지만, 불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런 경험을 하게 되어 한편으론 낯설면서도 신기한 기분이었다. 




‘ 괜찮을까.....?! ’




사마영령은 그녀 나름대로 고민이었다. 진과 장백천이 싫은 건 아니었다. 장백천은 자신이 알고 있는 누군가와 너무나 흡사해, 마치 동생처럼 느껴졌고, 진은............ 


문제는, 자신이었다. 




“ 뭐해요?! 어서 맹세하지 않고?! 설마, 싫으신 겁니까? ”


“ 아, 아니, 아니!! ”




둘을 재촉하다 이내, 울상을 짓는 장백천의 모습에, 진과 사마영령은 이구동성으로 대답하고는 이내 장백천이 울새라 바닥에 무릎을 꿇고는 맹세의 말을 했다. 




“ 하하! 그럼 이제부터 저희는 의형제가 된 겁니다. 형님은 당연 형님이 형님이시고....... ”


“ 내가 누나야!! ”




장백천이 말끝을 흐리며 자신을 보자, 그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사마영령이 먼저 확실히 못을 박아버렸다. 




‘ 기왕 이리된 거......... ’


“ 내가 누나니깐, 앞으로 날 누님이라 안부르면 죽을 줄 알아?! 알았어?! ”


“ 윽.........! 넵, 누님! ”




달라진 사마영령의 모습에, 장백천은 왠지 속았다는 기분이 들었지만, 이미 때는 늦은 뒤였다. 




“ 그러므로,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가가! ”




장백천에게 대하는 것과는 달리, 진의 옆에 앉아 달라붙으며 여성스럽게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하는 사마영령의 모습에, 진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 하아....! 이 녀석도 만만치 않구나. ’ 




그래도........... 




“ 아! 내 이름은 류 진! 그냥 진이라 부름 돼! ”




나쁘지만은 않았다. 










다음 날 이른 새벽.


희미하게 공기를 가르는 듯한 파공성에, 장백천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살펴보았다. 어제 저녁에 의형으로 모시게 된 진이, 일반인들에게까지 알려진 태극권으로 몸을 풀고 있었고, 누님으로 모시게 된 사마영령이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 하아.......! ’




장백천은 절로 한숨이 나왔다. 간밤에 불빛으로 본 모습과는 달리, 상체만 벌거벗은 몸이지만, 의형은 무인이라면 바라마지 않는 최상의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자신이 깨어난지도 모른 체, 사마영령이 넋을 잃고 의형을 바라보고 있는 것도 이해가 갔다. 




‘ 그래도....... 질 수야 없지. ’




장백천은 벌떡 일어나 자신도 웃옷을 벗고는 의형의 옆에 서서 적당히 거리를 벌린 후, 태극권으로 몸을 풀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아무리 의형제를 맺었다고는 하나, 이렇게 공개적으로-그것이 비록 일반인들에게까지 널리 알려진 태극권이라 하더라도- 수련을 한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상식을 뛰어넘는 이상한 일이요, 그것을 자신이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부터가 더더욱 이상한 일이다. 




‘ 뭐, 아무렴 어떠랴... ’




장백천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본격적으로 정신을 집중해 태극권을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힐끗 그 모습을 바라본 진은 왠지 웃음이 나와 피식 웃어버렸다. 


그렇게 반시진정도 몸을 풀자, 어느덧 해가 비추기 시작하고 있었다. 




“ 이제 그만하고 아침먹자. ”




호흡을 가다듬고 장백천의 어깨를 가볍게 ‘툭’ 치면서 진은 배낭쪽으로 향하려 했지만, 사마영령에 의해 막히고 말았다. 




“ 냄새나요. 당장 씻고 오세요! ”




사마영령은 왼손으로 코를 막고 오른손으로는 연못을 가리키며 날카롭게 말했다. 그 날카로운 기세에 기가 질린 진은 아무 말도 못하고 연못으로 향해야만 했다. 




“ 너도!! ”




그 모습이 고소해, 숨죽인 웃음을 짓고 있던 장백천도 서슬 퍼런 사마영령의 기세에, 찍소리도 못하고 후다닥 연못으로 달려야 했다. 




‘ 혹시, 우리 중에서 최고수는 누님이 아닐까......???? ’


























p.s: 너무 오랜만에 찾아뵙습니다. 


너무너무 지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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