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262부

본문

천마마련을 출발한 초벽하와 거패가 사사천교에 도착했다. 하후소하는 초벽하가 왔다는 소식에 버섯발로 달려와 반갑게 맞아준다. 




“어서와~ 기다리고 있었어.” 


“나를 기다렸단 말이야. 어떻게 알고?” 


“네가 가출했다는 소식을 듣고 혹시 여기로 올지 모른다고 생각했어.” 


“아버지가 사사천교에도 연락한 모양이구나.” 


“일단 들어가서 이야기하자.” 




소하는 벽하의 손을 잡고 자신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집무실은 소하의 성격을 반영하듯 정갈하고 깔끔했다. 소하는 자리에 앉아 주위를 둘려보며 고개를 끄덕거린다. 




“때깔 좋다. 교주되더니 호강하는 모양이지.” 


“농담이라도 그런 말하지 마. 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때려치우고 싶어.” 


“예이~ 거짓말.” 


“정말이야. 교주되고 하루도 편하게 지낸 날이 없어. 뭐가 그렇게 할일이 많은지 원” 


“팔자라고 생각해.” 




소하와 벽하는 한동안 잡담을 나누었다. 할말들이 많은 모양이다. 이야기가 어느 정도 진행되자 소하가 본격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아버님이 걱정하시던데, 이번에는 왜~ 가출한 거니.” 


“운랑 소식 들었어.”


“이번에도 운랑 때문에 가출한 거야.” 


“너는 어떻게 할 거야.” 


“무슨 말이야~” 


“운랑이 위험하잖아. 우리가 도와드려야지.” 


“휴~” 




소하는 풍운 이야기가 나오자 한숨부터 쉬었다. 




“운랑을 믿고 기다려야지.” 


“기다려? 당장 달려가는 것이 아니고?” 


“반대가 심해.” 


“네가 교주잖아.” 


“교주라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야.” 




벽하의 얼굴이 굳어진다. 희망을 가지고 사사천교를 찾아왔지만 천마마련과 마찬가지다. 소하가 교주인데도 말이다. 




“방법이 없다는 거야.” 


“사사비연대 일부를 감숙성으로 보냈어. 운랑이 위험하면 곧바로 연락하라고 했어.” 


“여기서 감숙성까지 거리가 얼마야. 위험하다는 소식을 듣고 출발하면 늦어.” 


“운랑 겉에 십이사(十二死)님들도 계시고 제갈무경도 있잖아. 그리고 나는 운랑을 믿어. 운랑은 단명(短命)하실 분이 아니야.” 


“편하게 생각하는 구나! 그래서 사사천교도 강 건넌 불구경 하는 것처럼 관망(觀望)만 하고 있겠다는 거야.” 


“다들 반대하는데 어쩔 수 없잖아.” 


“교주가 되더니 많이 변했구나. 알았어. 갈게.” 




초벽하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소하가 급하게 팔을 잡았다. 




“어딜 간다는 거야.” 


“네가 가지 않겠다고 하니 혼자라도 가야지.” 


“뭐야. 지금 감숙성으로 가겠다는 거야.”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혼자라도 운랑을 도와드릴 거야.” 


“바보야. 운랑이 어디 계신지도 모르잖아.” 


“찾으면 돼. 이거 놔~” 




벽하가 팔을 뿌리치자 소하는 입술을 깨물고 벽하를 바라본다. 




“나도 가고 싶어. 교주고 나발이고 다 때려치우고 당장이라도 가고 싶단 말이야. 하지만.........그게 쉽지 않아.” 


“변명하지 마.” 


“변명 아니야. 내 입장도 들어보란 말이야.”


“됐어. 듣고 싶지 않아. 간다.” 




초벽하는 끝내 소하를 뿌리치고 거패와 함께 감숙성으로 출발했다. 소하는 망루에 올라 멀어지는 벽하를 보고 있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 풍운이 그립다. 벽하처럼 당장이라도 풍운에게 달려가고 싶다. 하지만 교주라는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고 있기에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보면 사사천교는 힘을 비축하고 있어야 한다.




“교주님! 그냥 보내실 겁니까? 천마마련에서 벽하님을 붙잡아 달라는 부탁이 있지 않았습니까?” 


“장로님께 사사철기군 오기를 드리겠습니다. 벽하를 보호해 주세요.” 


“휴~ 알겠습니다.” 




소하의 겉에 있던 혈장장로가 사사철기군을 이끌고 초벽하를 따라간다. 




“미안해. 이거 밖에 못해줘서.” 




초벽하가 자신을 따라오는 철기군을 발견했다. 철기군 일기는 100명의 철기군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시 말해 오기라면 500명의 철기군이라는 말이다. 




“혈장장로니다. 교주님께서 벽하님을 호위(扈衛)하라고 하셨습니다.” 


“고맙지만 사양하겠습니다.” 


“감숙성까지는 한 달 이상 걸립니다. 저희들이 모시겠습니다.” 




벽하가 멀리 망루에 바라보니 하후소하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나쁜 계집애.” 




초벽하는 혈장장로가 준비한 마차에 올랐다. 오백의 사사철기군과 함께 감숙성으로 출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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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양으로 가는 관도에 거대한 행렬이 지나고 있었다. 행렬의 중간에 있는 화려한 마차에는 북해빙궁을 상징하는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소식 들으셨어요?” 




마차에 냉초희와 장로들이 모여 있었다. 




“배화교가 감숙성을 쓸어버렸다고 하더군요.” 


“파죽지세(破竹之勢)에요. 오늘 들어온 소식에 의하면 청성과 아미까지 초토화됐어요. 사천성도 배화교 수중에 들어가는 것은 시간문제죠.” 


“궁주님. 저희들도 뭐가 해야 하지 않습니까?” 




장로들의 말에 초희는 빙그레 웃는다. 




“이제 시작입니다. 중원의 반격이 시작되겠죠.” 


“계속 지켜만 보지는 말씀입니까?” 


“배화교의 활약을 보는 것도 재밌지 않나요.” 


“음~ 도대체 궁주님 속을 모르겠습니다.” 




북해빙궁은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장로들 말대로 냉초희의 속뜻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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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은 자신의 처소에서 책을 잃고 있었다. 감숙이나 사천과 떨어진 하남성에 있는 제갈세가는 아직 배화교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더구나 란은 처소 밖으로 나오는 일이 있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있다. 란이 잃고 있는 책은 천문(天文)과 역술(曆術)에 관한 책들이다. 제6차 차크라가 각성된 이후 예전에 이해할 수 없었던 많은 책들을 다시 잃어보는 것이다. 




“휴~ 이번에도 마치 현실 같았어.” 




란은 책을 잃다말고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얼굴을 붉힌다. 오일 전에 제6차 차크라가 각성되었다. 풍운은 스스로의 노력과 주변 환경으로 인해 칠차 차크라까지 각성되었지만 란은 하늘이 정해준 단계를 밟아가고 있는 중이다. 란은 차크라의 각성과정에서 내면세계의 남자와 정사를 벌였다. 그때 일이 생각이 나는 모양이다. 처음에는 기억조차 할 수 없었던 내면세계에서의 일이 최근 들어서는 마치 현실처럼 느껴진다. 란은 자신과 사랑을 나누었던 남자를 기억한다. 여자인 자신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을 아름다움을 가진 남자, 한없이 부드럽고 다정다감한 남자. 내면세계의 남자는 세상에서 찾아보기 힘들 완벽한 남자였다. 그런데 그때 풍운의 말이 생각났다. 풍운은 내면세계의 남자가 현실에 존재한다는 식으로 말했다. 




“말도 안돼. 세상에 그런 남자가 어디 있겠어.” 




란은 혼자서 중얼거리며 다시 책을 잃는다. 미래에 닫칠 위험에 대비하여 마음의 지식을 쌓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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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 후원에 있는 아담에 건물에 도착한 옥청신니가 자세를 바로 한다. 




“옥정입니다.” 


“장문인께서 무슨 일이죠?” 




안에서 청아한 음성이 들렸다.




“마수마랑이 찾아왔습니다.” 


“뭐라고요? 마수마랑!” 




문이 발칵 열리며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금정신니가 다급하게 뛰쳐나왔다. 배화교에 이어 무림공적인 마수마랑까지 쳐들어온 줄 알고 급하게 나오는 모양이다. 




“어라. 이게 어떻게 된 상황입니까?” 




장문인이 앞에 있고, 제자들에게 포위된 젊은 남자를 보고 금정신니가 질문한다. 마수마랑을 제자들이 잡아들었단 말인가?




“마수마랑이 할말이 있다고 합니다. 한번 만나보시겠습니까?” 




금정신니는 눈을 가늘게 뜨고 풍운을 노려보다가 방으로 들어갔다. 




“들어 보내세요.” 




옥청신니가 풍운보고 들어가라고 눈짓한다. 우내십기인 금정신니를 믿기에 풍운혼자 들어가라고 하는 모양이다. 방에는 작은 탁자와 의자가 있고 벽에 검(劍)이 걸려 있었다. 그 외에는 아무런 물건도 없는 것이다. 




“앉게.” 




풍운이 문을 닫고 들어오자 금정신니가 의자에 앉으라고 한다. 풍운은 금정신니를 보고 약간은 의아함을 느꼈다. 금정신니라면 50년 전에 은하대평원에서 배화교와 싸운 사람이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칠십은 넘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금정신니는 잘해야 30대 중반으로 보인다. 주안술을 익혔거나 주안과를 먹는 모양이다.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마수마랑 풍운이라고 합니다.”




풍운이 허리를 숙여 인사하자 금정신니는 고개만 끄덕거린다. 




“금정신니라고 하네. 그런데 정식으로 인사하겠다는 사람이 가면을 쓰고 있군.” 


“가면이요?” 


“지금 그 얼굴이 자네의 본 얼굴이 아니지 않는가?” 




풍운은 피식 웃으며 금정신니 앞에 앉았다. 우내십기의 일인답게 역용을 하고 있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린 모양이다. 




“본래 얼굴을 하고 있으면 불편해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역용을 했습니다.” 


“남들 앞에서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은 아니고?” 


“그건 아닙니다.” 


“그럼 역용을 풀게. 가면을 쓰고 있는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군.” 




풍운은 잠시 고민하다가 얼굴을 숙어 역용을 풀고 다시 들었다. 




“으~음~” 




풍운의 얼굴이 빛나고 있다. 금정신니의 눈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세상에서 찾기 힘든 풍운의 절세외모를 보고 금정신니가 이상한 소리를 낸다. 칠십년을 넣게 살았지만 풍운과 같은 절세미남자는 처음보기 때문이다. 




“그게 진짜 얼굴인가?” 


“예! 본 모습입니다.” 


“지독하군.” 




금정신니는 풍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힐긋힐긋 바라보면 고개를 흔들었다. 




“불편하시면 다시 역용하겠습니다.” 


“험험~ 됐네. 그래 날 보자고 했다면서..........할말이 뭔가?” 




잠시 흔들었지만 수양(修養)이 깊은 고승답게 평정심을 되찾은 모양이다. 풍운은 흘러내린 머리까락을 뒤로 넘기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를 포함한 십이사(十二死)는, 아니 사호팔랑(四狐八狼)이라고 해야 되겠군요. 저희들이 배화교가 키운 사냥개였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셨을 겁니다. 또한 저희들이 배화교와 싸우고 있다는 것도 들으셨을 겁니다.” 


“듣기는 들었지. 얼마 전까지 믿지 않았네. 자네들이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이제는 믿네. 계속 이야기하게.” 


“배화교는 중원 무림정복이라는 야욕(野慾)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중원 무림을 말살(抹殺)시키려 합니다. 공동파와 청성파가 몰살(沒殺)당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죠.” 


“...........” 


“지금 상황에서 감숙성에 이어 사천성이 배화교의 수중에 넘어가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더욱 큰 문제는 군소문파들이 구심점(求心點)을 잃어버리고 배화교라는 말만 들어도 도망치기 바쁘다는 겁니다. 사천이 무너지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희망까지 잃어버릴 수는 없습니다.” 


“공림공적의 입에서 나올 만한 이야기는 아닐 것 같군.” 




금정신니가 기분 나쁘다는 식으로 말한다. 무림공적의 입에서 공자님 말씀을 나오니 기가 막힌 모양이다.




“아직도 저희들을 무림공적이라고만 생각하십니까? 저희들이 무림맹과 싸운 이유는 들으시지 않았습니까?” 


“홍인과 화원명에게 들었네. 물론 당시에는 믿지 않았지. 하지만 지금은 반신반의(半信半疑)하고 있네.” 


“저희들을 의심하고 계신다는 말씀이군요.” 


“의심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네. 그냥 자네들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하겠군.” 




풍운이 코끝을 실룩거린다. 대화가 옆길로 빠졌다.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찾아온 것이 아니지 않는가? 금정신니는 가슴이 쿵쾅거린다. 풍운을 보고 있으니 이상한 기분이 든다. 사사천교주의 딸과 천마마련주의 손녀가 마수마랑에게 빠졌다는 말을 들었다. 심지어 제갈세가의 제갈무경까지 눈앞에 있는 놈과 함께 있다고 알고 있다. 이제야 그녀들이 빠진 이유를 알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개인적인 감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아미의 장로라는 공인의 신분에 맞게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 자네들이 무림공적이다 아니다가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 조금 전에 우릴 돕겠다고 했는데 이유가 뭐가? 그리고 세상에 공자는 없는 법이지.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뭐가?” 


“믿던 안 믿던 말씀은 들이죠. 조금 전에 희망까지 잃어버릴 수는 없다고 했습니다. 아미파가 사천 무림인들의 희망이 되어 주세요.”




‘아미는 죽지 않았다. 지금도 배화교와 싸우고 있다. 우리를 믿고 따라와라.’ 




“...............”


“작은 희망의 불씨를 피워 뿔뿔이 흩어진 사천 무림인들의 구심점이 되어 주세요. 제가 원하는 것은 그게 전부입니다.” 


“우리가 희망이 되어 달라. 말은 그럴듯하군. 우리 솔직하게 말해보세. 자네들 목적이 뭔가?” 




한번 뿌리내린 의심이라는 괴물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금정신니는 풍운일행이 무림공적이라고 각인(刻印)되어 있어 풍운이 무슨 말을 해도 의심부터 하는 모양이다. 풍운은 자신의 진심을 의심하는 금정신니에게 순간적으로 분노(忿怒)가 치밀어 자신도 모르게 선천강기를 끌어올렸다. 금정신니는 차크라의 신성(神聖)한 빛을 보며 마른침을 삼킨다. 많은 세월동안 도(道)를 수행한 고승답게 신성(神聖)한 빛을 무엇을 의미하는지 있다. 




광명(光明)의 빛, 지혜(智慧)의 빛, 깨달음의 빛.......... 


차크라는 도(道)를 깨달은 자나 신성(神聖)을 타고난 사람에게 나타나는 한 빛이다. 무림공적인 풍운에게 신성한 빛이 나고 있다. 




금정신니는 풍운을 다시 보았다. 무림공적이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백지 상태에서 관찰한 것이다. 바다처럼 깊고 별빛처럼 반짝이는 눈빛, 오뚝한 코와 촉촉하고 아름다운 입술 그리고 어린아이 같은 피부는 신성(神聖)한 느낌을 준다. 보고만 있어도 심장 박동이 빨라지며 자신의 모든 것을 주고 싶다. 그가 무슨 말을 해도 모두가 진실이라고 믿고 싶다. 풍운을 보고 있느니 금정신니는 그동안 잃어버리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정확하게 53년 전에 파계(破戒-계(戒)를 받은 사람이 계율을 지키지 아니함)하고 싶다는 유혹에 빠질 만큼 멋진 남자가 있었다. 




천무일룡.................... 




하늘에서 내려온 신용(神龍)처럼 홀연히 나타나 양쪽으로 갈려 치열하게 싸우고 있던 흑백양도를 하나로 뭉쳐 새외연합군을 격퇴(擊退)하는데 선봉에 선 사람이다. 그가 없었다면 중원 무림은 50년 전에 새외연합군에게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천무일룡을 처음 만났을 때도 지금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천인(天人)과 같은 외모와 사람을 빨아들일 것 같은 언변(言辯)은 무조건적인 신뢰와 믿음 주기에 충분했고, 태산과 같은 기상(氣像)과 바다 같은 포용력은 만인(萬人)을 이끌기에 충분했다. 천무일룡과 풍운이 다른 점은, 신비에 가려진 천무일룡과는 달리 태생(胎生)이 어느 정도 알려졌다는 것과 화려한 언변(言辯)을 자랑하는 천무일룡과는 달리 어눌한 말투가 다를 뿐이다. 하지만 풍운이 천무일룡보다 뛰어난 점도 있다. 보는 사람을 한없이 빠지게 만드는 마력(魔力)같은 외모와 어눌하지만 진실이 우러나오는 언변에 있다. 달변(達辯)도 좋지만 진실한 언변(言辯)이 때로는 더욱 강한 호소력을 발휘한다. 풍운은 입술을 깨물고 흥분을 갈아 앉히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우리 사호팔랑이 여러분을 돕는다하여 무엇을 얻겠습니까? 사천 무림이 속절없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만은 없기에 돕고자 했을 뿐입니다. 우리를 믿지 못하시겠다면 그만 일어나겠습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그만입니다.” 


“성질이 급하군. 조금 더 이야기해 보세. 자네들이 어떻게 돕겠다는 건지부터 들어볼까?” 




금정신니가 지금까지와는 달리 부드럽게 나오자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풍운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성도근처에 2천에 달하는 배화교 놈들이 있습니다. 청성과 아미를 공격한 배화교 이진입니다.” 


“이진? 그놈들이 전부가 아니란 말인가?” 


“배화교는 3진으로 나누어져 있었습니다. 십대마왕 2명과 십이살(十二殺)로 이루어진 일진과 십대마왕 4명과 2천의 무사들로 구성된 이진 그리고 공동파를 쑥대밭으로 만든 본진이죠. 이중에서 우리를 공격했던 일진은 무너졌습니다. 이마(二魔)가 죽고 십이살(十二殺) 대부분이 죽거나 사로잡혀서 사실상 없어진 거나 다릅 없습니다.” 


“배화교 놈들이 자네들을 공격했었던 말인가?” 


“저희들이 눈에 가시 같은 존재들이니 최우선 척살(刺殺)대상이었죠.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니 이정도로 넘어가고..........” 


“이야기를 하려면 끝까지 해야지.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해보게.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자네들에 대해 너무 아는 것이 없군.” 




금정신니가 진지한 태도로 묻자 풍운도 금정신니를 다시 보게 되었다. 다른 백도 무림인들과는 달리 열린 마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기 때문이다. 




“좋습니다. 저희 사호팔랑의 탄생배경부터 설명드리죠.” 




풍운은 잠마동에 들어간 이후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이야기를 시작했다. 잠마동에서의 처절하고 고통스러웠던 훈련과정, 잠마동을 출관하여 배화교의 사냥개가 되었던 사연, 무림맹을 장악한 삼공자와의 혈투, 장강수로십팔채와 대륙상회를 장악하려는 이공자와의 혈투 등을 차례대로 이야기했다. 금정신니는 풍운의 이야기를 들으며 때로는 분노(忿怒)하고 때로는 안타까워했다. 풍운의 이야기가 진실이라면 사호팔랑이야 말로 중원 무림의 진정한 영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백도 무림인들이 그걸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죠. 우리 사호팔랑은 배화교와 싸울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싫다 해도 그들이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우리가 돕겠다고 한 이유를 아시겠습니다. 여러분을 적(敵)이 아닌 동지이며 친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자네들은 백도 무림인들을 원망하지 않는가? 자네들을 의심하고 죽이려고까지 하지 않았는가?” 


“대의(大義)를 위해서 접었습니다.” 


“접었다고? 자네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원한을 잃었단 말인가?” 


“배화교를 비롯한 새외연합군에 대한 일이 끝나면 모를까 지금은 개인적인 원한을 생각하면 아무 일도 못합니다.” 


“대의(大義)을 위해서 사사로운 감정은 접겠다는 말이군.” 




개인의 영달(榮達)과 자파의 이익만 생각하는 백도 무림인들 보다 무림공적이라는 사호팔랑이 무림을 더 걱정하고 있다. 무슨 말이 필요 하라. 스스로가 부끄러워진다.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우릴 돕겠다고 했지. 어떻게 도와주겠다는 건가?” 


“성도근방에 있는 이진에 이어 본진이 오고 있습니다. 그들까지 도착하면 사천당가도 버티지 못합니다. 또한 이곳에 여러분이 숨어 있다는 것을 알면 여러분도 무사하기 힘들겠죠. 지금 싸우는 것은 자살행위 입니다. 후일을 도모하세요. 저희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한 마디로 도망치라는 말이군. 본 파가 사천을 버리고 도망칠 것 같은가? 우린 끝까지 싸울 거네.” 


“공동파를 비롯한 청성과 아미가 왜 그렇게 쉽게 당했다고 생각하십니까? 모두 간세들 때문입니다. 배화교는 50년 전부터 구파일방과 칠대세가에 간세들을 심어 놓았습니다. 쉽게 말해서 배화교 놈들은 여러분의 움직임을 손바닥처럼 알고 있다는 겁니다.” 


“뭐라? 간세? 본 파에 배화교 간세들이 숨어 있단 말인가?” 


“있습니다.” 


“자네..........그 말에 책임질 수 있겠나?” 


“제 목을 걸겠습니다.” 




아미에 배화교의 간세들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풍운의 말에 믿음이 간다. 배화교 놈들은 주력이 빠져나간 틈을 타고 쳐들어 왔다. 또한 배화교의 공격과 함께 아미파 여기저기에서 불길이 솟구쳤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모든 것이 간세들의 소행이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먼저 피하세요. 그리고 숨어있는 간세들을 색출하시고 전열(戰列)을 정비하세요. 그 다음에 싸워도 늦지 않습니다.” 


“자네는 많은 것을 알고 있군. 혹시 본 파에 숨어 있는 간세들이 누군지도 알고 있지 않나?” 


“알고 있습니다. 무림맹의 군사와 당주들로 위장하고 있던 간세들의 입을 통해 알아냈어요.”


“누구, 누군지 알려 줄 수 있겠나?” 




풍운은 한번 본 것은 절대 잃어먹지 않는 엄청난 기억력을 가지고 있다. 사사천교에서 잃었던 배화교 간세들의 명단도 풍운의 머릿속에 있다.




‘혹시 모르니 전음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대제자들부터 말씀드리죠?’ 


‘뭐, 일대제자들 중에서도 간세들이 있단 말인가?’ 




금정신니도 전음으로 질문한다. 




‘옥니, 옥산신니가 배화교의 간세입니다. 이들은 바꿔치기 당한 사람들입니다. 다시 말해 본래 옥니신니는 죽고 가짜 옥니신니가 잠입한 겁니다. 다음으로...........’ 




풍운은 자신이 알고 있는 간세들의 명단을 전음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어림잡아 20여명 정도다. 다른 문파나 세가에 비하면 많은 편은 아니지만 금정신니에게는 충격이었다. 




‘목을 걸겠다고 했지. 좋아. 확인해 보겠네. 그리고 자네 의견을 신중하게 검토해 보겠네.’ 


‘알겠습니다. 저는 그만 일어나겠습니다. 급한 일이 있어요.’ 


‘자네에게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현재 주정객점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곳으로 연락해 주세요.’ 


‘알았네. 그만 가보게.’ 




풍운은 금정신니에게 인사하고 밖으로 나가니 옥청신니를 비롯한 제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보내주세요. 그리고 장문인은 저 좀 보시죠.” 




풍운은 옥청신니일행에게 인사하더니 하늘로 솟구쳐 객점으로 날아갔다. 사천당가의 움직임은 파악되었다. 또한 금정신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금정신니는 자기 말을 믿는 눈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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