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229부

본문

작은 창문을 통해 눈부신 아침 햇살이 쓰며들며, 어두운 실내를 밝혀준다. 도치는 무표정한 얼굴로 아침햇살에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침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름이 지나 가을에 접어들며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기운이 감돌지만 냉하상은 이불도 덥지 않아 육감적인 몸매가 모두 드려나 있다. 어제 밤부터 몇 번이나 이불을 덮어 주었지만 무슨 이유 때문인지 이불을 차버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어제 밤에 잠깐 깨어나 죽을 먹고 잠든 냉하상이 지금까지 편안하게 자고 있다는 것과 핏기하나 없이 창백했던 얼굴이 얇은 홍조가 보인다는 것이다. 도치는 물주머니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밤사이 어두운 실내를 밝혀주었던 촛불을 끄고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갔다. 




냉하상이 눈을 뜨고 도치가 떠난 빈자리를 바라본다. 도치가 떠난 빈자리가 무척이나 허전하게 보인다. 사실 냉하상은 도치가 옆을 지키고 있어 자는 척하고 있었지만 어제 밤부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이상하리만치 온몸에서 열기가 피어올라 이불조차 덥지 못할 만큼 더웠기 때문이다. 




도치는 밤사이 한숨도 자지 않고 마치 석상처럼 꿋꿋한 자세로 자신을 지켜주었다. 겉으로 보기에 무뚝뚝하고 거친 사내지만 마음만은 세상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 같다. 냉하상은 온몸의 감각(感覺)들이 아프다고 아우성치지만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옷을 찾아보았다. 어제 밤 잠깐 보았지만 자신은 속까지 환하게 비추는 얇은 속옷만 입고 있다. 냉하상이 방안을 둘려보았으나 옷은 보이지 않는다. 무경이 자신의 집으로 가져갔기 때문이다. 가슴을 조이는 작은 상의와 겨우 무릎 아래까지만 내려오는 속치마만 입은 부끄러운 차림으로 밖으로 나가긴 힘들 것 같다. 




냉하상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옆구리에서 짜릿한 통증이 밀려온다. 도치의 도(刀)가 옆구리를 할퀴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옆구리를 붙잡고 힘들게 걸음을 옮기니 몇 걸음 걷지 않았는데도 온몸을 태울 것 같은 열기에 땀이 비 오듯 솟아진다. 냉하상은 의자에 주저앉으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누워있을 때는 그나마 견딜 수 있었지만 침상에서 이곳까지 걷는 것만으로 엄청난 고통과 열기가 시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엇 때문인지 모르겠다. 외상은 별거 아니다. 수많은 살수행 중에 지금보다 더욱 심한 상처도 많이 입었었다. 다만 내공이 고갈되고 속이 뒤틀리는 내상이 입었지만 그 정도도 견디지 못할 만큼 허약한 몸은 아니다. 




도치는 계곡으로 달려가 세수를 했다. 이틀 동안 잠도 못자서 눈꺼풀이 천근만근처럼 느껴졌다. 차가운 계곡물에 세수하니 그나마 정신이 맑아진다. 도치는 가죽주머니에 들어 있던 물을 버리고 깨끗한 물로 다시 채웠다. 냉하상이 깨어나면 물부터 찾을 것이다. 가죽주머니가 가득차자 다시 집으로 달려갔다. 통나무집에 도착하여 최대한 조심스럽게 문을 열어보니 침상에 있던 냉하상이 방안에 있는 탁자에 기대여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울컥하는 검정의 덩어리가 솟구친다. 




“지금 뭐하는 거야? 누가 멋대로 일어나라고 했어?” 




도치는 버럭 소리를 지르며 냉하상에게 다가오다가 멈칫거린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은은한 아침 햇살에 냉하상이 반짝거린다. 도치에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더구나 냉하상은 땀에 젖은 속옷이 달라붙어 온몸의 윤곽이 그대로 드려나 숨을 막히도록 아름답지 않는가? 침상에 누워있을 때는 몰랐다. 그때는 부상에 대한 걱정과 근심으로 몸매나 감상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차라리 알몸이라면 이렇게 육감적(肉感-육체에서 풍기는 성적인 느낌)이지 않을 것이다. 도치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린다. 차마 냉하상을 똑바로 바라볼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빨리 침상으로 돌아가지 못해.” 


“헉~ 헉~” 




냉하상은 힘없는 눈길로 도치를 바라본다. 




“침상으로 돌아가란 말 못 들었어. 당장 일어나.” 




도치가 다시 소리를 지르지만 냉하상은 대답도 없다. 도치는 미간(眉間)을 찌푸리며 냉하상을 바라본다. 




“똑똑똑~” 


“도치님 계세요.” 




밖에서 무경이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도치는 냉하상을 두고 문을 열어주니 무경이 죽을 가지고 문 앞에 있었다. 




“아침부터 일찍 오셨네요.” 


“죽을 가져왔어요. 냉소저는 일어났어요?” 


“예! 저기 있습니다.” 




무경은 앞을 가리고 있던 도치가 한쪽으로 물려나자 탁자에 엎드려 있는 냉하상이 보였다. 




“뭐하는 거예요. 지금 움직이면 안돼요.” 




무경은 탁자에 엎드려 있는 냉하상에게 달려갔다. 부상에서 회복하려면 최소한 몇 일은 더 쉬어야 하는데 벌써부터 무리하면 부상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온몸에서 땀이 비 오듯 솟아지고 숨이 거칠다. 엎드린 냉하상을 일으켜보니 얼굴이 창백하고 온몸이 불덩이 같다. 




“아니 이런? 도치님...........빨리 냉소저를 침상으로 모시세요. 어서요.” 




무경의 말에 도치가 달려왔으나 선득 냉하상을 안지 못하고 우물쭈물 거린다. 




“뭐하세요. 빨리 침상으로 모시라니까요.” 


“저기~ 그러니까?” 


“이대로 두면 위험해요. 죽을지도 몰라요.” 




무경의 섬뜩한 말에 망설이던 도치가 냉하상을 번쩍 안았다. 온몸이 불덩이 같은 냉하상을 안아보니 심장이 두근거리고 온몸이 후끈거린다. 




“뭐해요. 빨리 침상으로 모시세요.”




도치는 고개를 흔들고 재빨리 침상에 눕히니 무경이 냉하상을 진맥하더니 미간(眉間)을 찌푸린다. 




“이럴 수가.........어떻게 이런 증상이?”


“왜요?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


“잘 모르겠어요. 겉으로 보기에는 고뿔 같아요.”


“고뿔이라면 감기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심신(心身)이 허약해진 상태에서 무리하면 생기는 병이죠. 도치님..........어제 밤에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겁니까?” 


“예? 일이라뇨?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잘 생각해 보세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예요?” 




무경이 다그치듯 묻자 도치는 지금까지의 일을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저기! 밤에 이불을 덥지 않더군요. 혹시 그거 때문이 아닐까요?”


“이 차림으로 이불도 덥지 않고 주무셨단 말이에요? 도치님은 뭐하셨어요. 도치님이 덮어주셨어야죠.”


“덮어줘도 계속 차버렸어요.” 




도치가 억울하다는 듯이 말하자 무경은 쓰게 웃고 말았다. 




“운랑을 모셔올게요. 제가 치료하긴 힘들 것 같아요!” 




무경은 밖으로 나가자 도치는 수심(愁心)이 가득한 얼굴로 침상 겉에 앉았다. 냉하사의 얼굴과 온몸에서 땀이 비 오듯 솟아진다. 도치는 안타까운 눈길로 냉하상을 바라본다. 자신이 이렇게 무능하게 느껴지긴 처음이다. 




무언가 해주고 싶은데............. 


무언가 해주어야 하는데.........


그냥 아파하는 냉하상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자신이 한심해서 미칠 것만 같다. 


문이 열리며 풍운과 무경이 달려왔다. 




“어서 오세요. 빨리 치료해 주세요.” 




도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풍운에게 매달렸다. 풍운은 말없이 도치의 어깨를 두드리고 냉하상을 살펴보았다. 




“무경! 상태가 어때? 심각한 거야.” 


“심신(心身)이 모두 불안해요. 정신적인 피로와 육체적인 피로가 겹친 것 같아요.”


“...........” 


“사실 겉으로 드려난 고뿔(감기)정도는 병도 아닙니다. 금침대법이나 약으로도 충분히 다스릴 수 있어요. 문제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열기(熱氣)예요. 도대체 왜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지 모르겠어요?”


“자세한 것은 나중에 이야기하고 내가 어떻게 해주면 되겠어.” 


“이제는 금침대법만으로는 부촉해요. 운랑께서 탁한 기운으로 막힌 경략을 뚫어주시고 부족한 기운을 보충해 주세요.” 


“알았어. 도치와 무경은 물러나 있어.” 




풍운은 냉하상을 침상에 앉힌 다음 그녀의 뒤에 가부좌를 하더니 선천강기를 끌어올렸다. 양(陽)의 성질을 가진 수라기(修羅氣)나 마기(魔氣)를 사용할 수도 있지만 단번에 기경팔맥을 뚫어주기 위해서는 가장 순수하고 강력한 선천강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냉하상의 불덩이처럼 뜨거운 몸속에 풍운의 선천강기가 노도(怒濤)처럼 밀고 들어가니 냉하상 이마의 핏줄이 불거지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아흑~” 




냉하상의 작은 심음소리가 도치의 가슴을 할퀴고 지나간다. 도치는 냉하상을 바라보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자신이 아파도 이렇게 고통스럽지 않을 것이다. 




“도치님! 운랑이 나섰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운랑은 칠음절맥인 저도 치료하신 분입니다.” 




도치는 불안한 눈으로 무경을 바라보더니 밖으로 나가버린다. 고통에 떨고 있는 냉하상을 바라볼 용기가 없었던 모양이다. 풍운은 냉하상을 치료하며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대부분 여자들은 음기(陰氣)가 충만하고 양기(陽氣)가 부족하여 음양(陰陽)의 조화(造化)가 깨짐으로써 병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냉하상은 이와 반대로 양기(陽氣)가 충만(充滿)하고 음기가 부족한 것이다. 풍운은 이제야 냉하상이 괴로워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음기는 부족하고 양기는 넘치는데 양의 성질을 가진 선천강기로 치료했기에 괴로워하는 것이다. 풍운은 조심스럽게 선천강기를 거둬들었다. 




“운랑! 벌써 치료가 끝나신 겁니까?” 


“여자가 음기가 부족하고 양기가 충만할 수 있나?” 


“무슨 말씀이죠?” 


“냉소저 말이야! 음기는 부족한데 양기는 넘치고 있어. 이게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군.” 


“그거야 당연하지 않나요. 여자라고 모두 음기가 충만한 것은 아닙니다. 특히나 무림인들은 수련한 내공심법에 따라 여자라도 음기가 아닌 양기가 충만할 수 있어요.”


“.............”


“천인살막의 무공들은 기본적으로 천살진기에 바탕을 두고 있어요. 천살진기는 양강지공(陽剛之功)이며 천인살막의 막주인 냉소저도 당연히 천살진기를 익히고 있겠죠?”


“그런가?” 




풍운은 미간을 찌푸리며 머리를 긁적거린다.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냉하상만 죽어나고 있으니 얼마나 미망하겠는가? 




“미리 좀 알려주지 그랬어. 나는 그것도 모르고 저번에도 수라기로 치료했잖아.” 


“뭐..........뭐요? 수라기요?” 




무경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풍운을 바라본다. 굳이 자신이 말하지 않아도 움직이는 무공서고인 풍운이 당연히 알고 있어야 정상이 아닌가? 풍운이 그런 실수를 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이제야 왜 냉소저가 이불도 덮지 않았으며, 고뿔(감기)에 거린지 알겠군요. 안 그래도 양기가 엉켜 불덩이 같은 몸에 극양의 수라기를 불어넣어 주었으니 얼마나 괴로웠겠어요.” 




무경은 아무리 부상을 입었다고 하지만 고강한 무공을 지니고 있는 냉하상이 고뿔(감기) 따위에 걸린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풍운이 음이 쇄하고 양이 넘치고 있는 냉하상에게 극양의 수라기를 불어넣어 안 그래도 불안한 음양의 조화가 깨지며 일반인보다 더욱 허약해져 감기에 걸린 것이다.




“내가 벌인 일이니 내가 책임져야지. 무경..........당장 치료하지 않는다고 위험하지는 않겠지” 


“어떻게 하시려고요.” 


“내가 익히고 있는 사기(邪氣)가 음의 성질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 냉소저의 극양지기를 다스리기 부족해. 급하게 회수하기는 했지만 선천강기까지 불어넣어주었거든.” 


“그럼 어떻게 하시려고요?” 


“예전에 무경에게 흡수한 빙백정의 힘을 빌어야 할 것 같아.” 


“혹시 지금............새로운 심공이라도 익히시겠다는 겁니다.” 


“빙백마공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으니 잠깐이면 될 꺼야.” 




풍운은 눈을 감고 머릿속만 있던 빙백마공을 익히기 시작했다. 무경은 불안한 눈으로 풍운과 냉하상을 바라본다. 풍운이 명경지수(明鏡止水)처럼 맑은 마음으로 무념무상(無念無想)의 세계로 들어가자 각각의 차크라에서 눈부신 광채가 빛을 뿌리며 냉하상과 풍운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각각의 차크라에서 발산하는 빛이 너무나 강렬하여 두 사람을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풍운이 몸속에 잠자고 있는 빙백정의 기운을 빙백마공의 구결에 따라 온몸에 회전시키니 빙백정의 기운이 급속도록 용해되며 풍운에게 흡수되었다. 그동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빙백정을 갈무리하고 있었을 뿐인데 냉하상의 일로 자신의 것으로 만든 것이다. 풍운은 빙백점의 기운이 충만해지자 냉하상의 등에 손을 얻고 빙기(氷氣)를 불어넣었다. 




빙백정은 만년빙(萬年氷)의 정화로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순수하고 차가운 기운을 가지고 있다. 불덩이 같은 몸으로 차가운 빙기(氷氣)가 밀고 들어가 기경팔맥에서 제멋대로 뛰놀고 있던 기운들과 충돌하며 엄청난 고통이 밀려온다. 지금까지 남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수련을 통해 웬만한 고통에는 눈도 깜짝하지 않을 냉하상이지만 양기와 빙기(氷氣)가 충돌하는 고통은 참기 힘든 모양이다. 풍운은 양의심공으로 빙기(氷氣)와 별도로 선천강기를 끌어올려 냉하상의 몸으로 불어넣었다. 허약해진 냉하상의 몸으로 만년빙의 정화인 빙백정의 기운을 견디지 못할 것이니 양의 기운인 선천강기로 음양의 조화를 맞추기 위해서다. 




“아악~” 




냉하상은 자신의 내공을 억누르며 빙백점의 빙기(氷氣)와 풍운의 선천강기가 탁하고 막힌 기경팔맥을 뚫고 올라가 임독양맥과 생사혈관을 향해 태풍처럼 몰아치니 온몸이 부셔지는 고통에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렸다. 




도치는 통나무집을 감싸는 오색찬란한 광채를 보고 있었다. 안에서 정확하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성스럽고 눈부신 광채로 보아 풍운이 자신의 기(氣)로 냉하상을 치료하고 있는 모양이다. 갑자기 냉하상의 비명소리가 계곡에 메아리치며, 지금까지의 빛과는 다른 빛이 통나무집 지붕위로 솟구친다. 도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풍운과 냉하상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오색영롱한 빛에 감싸인 거대한 빛의 덩어리만 보였다. 




“무경님.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도치가 무경에게 질문하자 무경은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고 조용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고통을 느끼는 것은 1차적으로 감각세포[感覺細胞, sensory ceIl]가 외부에서 전해지는 충격을 감각상피[感覺上皮, sensory epithelium]에 전달하고, 감각상피는 다시 감각신경[感覺神經, sensory nerve]에 전달하며, 감각신경은 중추신경을 통해 뇌에 전달하여 고통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이 참을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인 경우 뇌는 고통을 전달하지 않고 신경세포를 일시적으로 마비시켜버린다. 




냉하상은 한순간에 머리가 터지고 온몸의 찢어지는 고통에 정신을 잃을 정도였으나 어느 순간 고통이 사라지며 온몸이 깃털처럼 가볍고 머릿속이 텅 빈 것처럼 상쾌해 졌다. 사실 임독양맥과 생사현관의 타동은 무림인들이라면 누구나 소망하는 일이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풍운은 자신의 위험을 감수하고 냉하상의 임독양맥과 생사현관을 타동시켜 준 것이다. 




‘이제 제가 할일은 끝났습니다. 내공을 순환시켜보세요.’ 




풍운이 빙기와 선천강기를 거두자 두 사람을 감싸고 있던 빛이 점차 사라지며 풍운과 냉하상의 모습이 드려났다. 치료를 끝낸 풍운은 앉은 자세그대로 공중으로 날아올라 도치와 무경의 앞에 사뿐히 착지했다. 




“수고하셨어요. 치료는 끝난 겁니까?” 


“끝났어.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임독양맥과 생사현관까지 뚫어주었으니 고뿔 따위는 단번에 떨어졌을 거야.” 


“운랑.........잠깐 저 좀 봐요. 도치님........냉소저를 지켜주세요.” 




무경은 풍운의 팔을 잡고 밖으로 끌고 나갔다. 도치는 모처럼 편안한 얼굴로 무념무상(無念無想)의 세계에 빠진 냉하상을 바라본다. 




“운랑! 일부러 그러신 거죠?” 




밖으로 나온 무경이 풍운에게 따지듯 물었다.




“무슨 말이야. 일부러 그러다니?” 


“저까지 속이려 하지 마세요. 냉소저가 천살진기를 익히고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이 말이 돼요?.........아니 백번 양보해서 몰랐다고 쳐요. 대충 보아도 상대가 어떤 내공심법을 익혔는지까지 파악하시는 분이 치료까지 했으면서 양의 성질을 가진 내공인지, 음의 성질을 가진 내공인지 몰랐단 말이에요?” 




무경이 째려보며 말하자 풍운은 고개를 돌리고 머리를 긁적거린다. 사실 처음부터 냉하상이 천살진기를 익히고 있으며 천살진기가 양의 성질을 가진 내공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한 음의 성질을 가진 사기(邪氣)로 치료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풍운이 극양의 수라기로 냉하상을 치료한 이유가 무엇일까? 




십이사 중에 냉하상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냉하상이 이끄는 천인삭말의 살수들에게 암습을 당한 사람들 중에서 과묵한 사우나 마음이 넓은 천유는 별반 말이 없으나 악무룡의 연인인 곽지향은 대놓고 적대감을 표출할 정도다. 




말은 안하지만 도치는 냉하상을 가슴에 품고 있다. 그게 사랑인지 동경(憧憬)인지 모르겠지만 인간백정이라 불린 정도로 싸움에만 미친 도치가 처음으로 여자에게 관심을 보인 것이다. 풍운은 할 수만 있다면 둘 사람을 엮어주고 싶었다. 도치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많은 것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냉하상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기에 공개적으로 냉하상을 위해 줄 수는 없었다. 풍운은 일부러 수라기로 냉하상을 치료했고, 자신의 실수를 빌미삼아 냉하상의 임독양맥과 생사혈관을 타동시켜 준 것이다. 




“그냥 실수라고 치자. 덕분에 나도 빙기(氷氣)를 얻었잖아.” 




풍운이 웃으며 말하자 무경은 쓰게 웃고 말았다. 역시 자신의 짐작대로다. 극마, 극사지경에 도달한 풍운에게 빙기(氷氣)는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몸속에 잠자고 있는 선천강기도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키지 못한 판에 빙기가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빙기는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방해만 될 뿐이다. 풍운도 그걸 알고 있을 것이다. 빙기(氷氣)가 도움이 되었다면 예전에 빙백정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도치를 위해 자신의 수고와 고달픔 마다하지 않는 풍운을 보고자니 쓴 웃음이 나오는 것이다.




“도대체 당신이라는 사람은.........” 


“크게 도움 준 것도 아니잖아. 그냥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니까 해준 것뿐이야.” 


“운랑께 해가 될 수도 있어요.” 


“알고 있어. 하지만 친구를 위해 그 정도도 못해주겠어.” 


“휴~ 제가 무슨 말을 하겠어요. 대신 다시는 그럼 안돼요.” 


“알았어. 이제 우리가 해줄 일도 끝났잖아. 나머지는 두 사람이 알아서 하겠지.” 




풍운과 무경은 도치의 통나무집을 뒤로하고 자신들의 집으로 갔다. 




냉하상이 눈을 뜨고 가장 먼저 본 것은 창가에 서있는 도치의 뒷모습이다. 도치의 뒷모습이 쓸쓸하게 보인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다. 향상 거칠고 살기만 가득한 모습이 아니다. 냉하상은 침상에서 일어나며 깜짝 놀랐다. 조금만 힘을 주었을 뿐인데 공중으로 붕 날아올랐기 때문이다. 냉하상은 급하게 몸을 바로잡아 바닥에 착지했다. 




온몸이 깃털처럼 가볍고 날아갈 것처럼 상쾌하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자신의 몸에 어떤 변화가 생긴 것일까? 냉하상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자신을 치료한 사람은 마수마랑이다. 마수마랑은 강력한 음기와 양기로 멋대로 날뛰고 있던 내공을 다스리고 탁한 기운이 가득했던 기경팔맥을 뚫어주었다. 그리고 전음으로 치료가 끝났으니 내공을 순환시켜보라고 했다. 마수마랑의 말대로 내공심법에 따라 내공을 순환시켜보니 내공이 막힘없이 전신을 타고 흘렸다. 하지만 조금 전에는 엄청난 고통에 시달린 이후라 자세한 것을 몰랐는데 지금 보니 전보다 내공이 강해진 것은 둘째 치고 임독양맥과 생사현관까지 거침없이 치고 나가는 것이다. 냉하상은 멍한 표정으로 침상에 주저앉았다. 자신의 동료를 죽이려 했던 자신에게 마수마랑이 무엇 때문에 이런 은혜를 베푸는 것일까? 자신이 밉지도 않단 말인가? 




도치는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뒤를 힐긋 바라보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냉하상이 깨어났다. 풍운이 은혜를 베풀었으니 부상은 말끔하게 나았을 것이다. 




“잠시만 기다려. 옷을 가져다줄게.”




도치는 풍운의 통나무집으로 가기 위해 밖으로 나가려 했다.




“잠깐만 기다려요.........당신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어요.”


“말해?”




도치는 등을 돌린 상태에서 대답했다.




“저에게 왜 이런 친절을 베푸시는 거죠. 당신도 그렇고, 마수마랑도 그렇고........대체 저에게 바라는 것이 뭐죠?”


“없어.”


“없어요?........바라는 것도 없는데 이런 친절을 베풀었단 말인가요?”


“................”


“제가 불쌍하게 보여요? 동정하는 거예요?”


“동정 같은 것은 안 해. 네가 여기서 죽으면 너를 따르는 떨거지들이 귀찮게 굴 것 같아서 살려 보내려 했을 뿐이야. 그러니까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돌아갈 준비나 해.”


“..................”


“..................”




긴 침묵이 흐른다. 냉하상은 살며시 고개를 들고 도치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도치는 여전히 뒷도 돌아보지 않고 등을 돌리고 있다.




“그 말.............진심인가요?”


“진심이고 나발이고 돌아갈 준비나 하라니까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냉하상이 다시 고개를 숙인다. 무언가 심각하게 고민하는 표정이다. 




<< 계속 >>




------------ 작 가 주 --------------------




** 명경지수 [明鏡止水] 밝은 거울과 정지된 물이라는 뜻으로, 고요하고 깨끗한 마음을 가리키는 말.




《장자(莊子)》 덕충부편(德充符篇)에 나오는 말이다. 노(魯)나라에 죄를 지어 다리를 잘린 왕태(王&#39384;)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를 따라 배우는 사람이 공자의 제자 수와 같았다. 공자의 제자가 그에게 사람들이 모여드는 까닭을 묻자, 공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사람은 흘러가는 물에는 비춰 볼 수가 없고 고요한 물에 비춰 보아야 한다. 오직 고요한 것만이 고요하기를 바라는 모든 것을 고요하게 할 수 있다(人莫鑑於流水而鑑於止水唯止能止衆止)."




물론 《장자》의 다른 부분과 같이 장자 자신이 공자의 말을 빌려 하는 형식이다. 다음과 같은 내용도 있다. 




신도가(申徒嘉)는 형벌을 받아 다리를 잘린 사람으로 정자산(鄭子産)과 함께 같은 스승을 모시고 있었다. 정자산이 신도가에게 말하였다. "내가 먼저 나가거든 자네가 머물러 있고, 자네가 먼저 나가면 내가 머물러 있음세." 이튿날 같은 방에 자리를 함께 하고 있을 때 정자산은 또 신도가에게 말하였다. "내가 먼저 나가거든 자네가 머물러 있고, 자네가 먼저 나가면 내가 머물러 있기로 하세. 지금 내가 나가려고 하는데, 자네는 머물러 있겠는가, 나가겠는가. 또 자네는 집정(執政) 하는 나를 보고도 피하지 않으니 자네도 집정하는 나와 같단 말인가?" 이에 신도가가 말하였다. "선생님 문하에서 집정이란 세속적 지위가 문제가 되는가? 자네는 자기가 집정임을 내세워 사람을 무시하고 있네. 듣건대 거울이 밝으면 먼지가 끼지 못하고, 먼지가 끼면 거울이 밝지 못하네. 어진 사람과 오래도록 함께 있으면 허물이 없어진다고 하네(鑑明則塵垢不止止則不明也久與賢人處則無過). 세상에는 잘못을 변명하는 사람은 많으나 제 잘못을 인정하면서 그로 인해 받는 죄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적네" 하며 정자산을 꾸짖었다. 




이와 같이 명경지수란 본래 무위(無爲)의 경지를 가리켰으나 후일 그 뜻이 변하여 순진무구한 깨끗한 마음을 가리키게 되었다.




*** 통각 [痛覺, sense of pain] : 아픔을 느끼는 피부감각.


다른 피부감각과 다른 점은 통각을 일으키는 자극의 종류가 특정한 것이 아닌 점이며, 어떠한 자극도 그것이 매우 강해져서 생체에 유해작용을 미칠 때에는 통증으로 느끼게 된다. 통각의 수용기는 체표의 모든 곳, 체내에서도 내장(內臟)을 제외하고는 널리 분포하는 지각신경의 자유종말(自由終末)로서 수지상(樹枝狀)으로 되어 있으며, 조직손상에 의한 히스타민상 물질에 자극된다. 




자유종말은 피하(皮下)의 천부(淺部)와 심부의 2층으로 나누어지며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나 지속되는 아픔 등을 구별할 수 있다. 강모(剛毛)의 끝을 뾰족하게 한 것으로 피부 표면을 자극하면 아픔을 느끼는 점과 느끼지 않는 점이 있다. 전자를 통점이라 하며, 그 밀도는 평균 1cm2당 100~200으로 전체 표면에서는 200만~400만이 되며, 피부 감각점 중에서는 가장 많다. 그러나 그만큼 다수의 특수한 감각수용기를 피부에서 볼 수 없는 것으로 보아 지각신경의 자유종말이 아픔을 느끼는 것으로 생각된다. 




*** 감각신경 [感覺神經, sensory nerve] :감각세포가 자극을 받아 생긴 충격을 중추신경에 전달하는 신경.




지각신경이라고도 한다. 외부로부터의 자극이 눈이나 피부에 있는 감각기(感覺器)에 주어지면 감각신경을 거쳐서 척수와 대뇌피질까지 충격이 도달하여 감각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와 같이, 외부로부터 내부를 향하여 전달되므로 감각신경은 전부 구심성 신경계통이며, 원심성 운동신경계통 및 자율신경계통에 필적하는 말초신경의 하나이다. 이 감각신경에는 후신경(뇌신경Ⅰ)·시신경(뇌신경Ⅱ)·동안신경(뇌신경Ⅲ)·삼차신경(뇌신경Ⅴ)·안면신경(뇌신경Ⅶ)·청신경(뇌신경Ⅷ)·설인신경(뇌신경Ⅸ)·미주신경(뇌신경Ⅹ) 및 척수신경이 있다. 




감각신경 중 미주신경을 제외한 나머지 신경은 모두 두부에 분포되어 있고, 후신경·시신경·청신경은 특히 분화된 감각상피를 지배한다. 설인신경은 미각의 말단장치와 그 밖의 부분에 연결된다. 미주신경은 흉강과 복강의 기관에 분포하면서 구심성 충격을 중추에 전달한다. 삼차신경은 척수의 각 마디에 있는 신경에 해당하는 것으로 셋으로 갈라져 머리의 피부와 점막 등의 표면지각과 심부지각을 지배한다. 척수의 지각신경 계통에도 피부와 심부(筋·骨膜·腱 등), 내장의 분포에 따른 구별이 있다. 




*** 감각상피 [感覺上皮, sensory epithelium] : 신경섬유와 연관된 감각세포를 포함하고 있는 상피.




1차성 및 2차성 감각세포를 포함하여 자극을 수용하고 신경계에 전하는 기능을 하며 감각상복(感覺上覆)이라고도 한다. 상피를 기능에 따라 분류한 것 중 하나로 척추동물 눈 망막의 감각상피나 코의 후각상피, 청각의 코르티기관상피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망막, 후각상피, 혀의 미뢰 등과 같이 특수한 자극을 받아들이는 감각상피를 특수감각상피라 하고, 피부 등은 일반감각상피라고 한다.




*** 감각세포 [感覺細胞, sensory ceIl] : 특수한 감각기 속에서 감각을 관장하는 세포.


수용기세포(receptor cell)라고도 한다. 이것은 감각상피를 형성하는 세포로서 빛, 소리, 특수한 화학물질 등 각종 자극에 대하여 현저한 피자극성을 가지고 있으며, 감각을 일으키게 하는 말단(末端)이 되는 세포이다. 또 상피세포가 외계로부터의 자극을 수용하기 위하여 특수화된 세포이기도 하다. 자극의 수용과 홍분의 전도·전달형식에 따라 3종류로 분류된다. 


① 1차성 감각세포 : 대개의 경우 유리단(遊離端)에 감각모(感覺毛)를 갖춘 세포체가 있고, 한쪽 끝은 신장하여 흥분을 전도하는 신경돌기가 되어 중추로부터 나오는 감각신경섬유와 연결된다. 시각세포·후각세포를 비롯하여 많은 감각세포가 이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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