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228부

본문

핏기 없는 창백한 얼굴에 한줄기 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건강하게 보이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너무나 가볍게 느껴진다. 도치는 힘없이 늘어진 냉하상의 가슴에 귀를 기울려보니 다행히 미약하게 나만 심장이 뛰고 있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죽지는 않은 모양이다. 도치는 안타까운 눈길로 냉하상을 바라본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힘들어하는 것일까? 무엇 때문에 이렇게 지독하게 싸우는 것일까? 불쌍한 여자다.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고, 오직 살막을 위해서, 오직 남을 위해서만 살아온 여자다. 도치는 너무나 가벼운 냉하상을 안고 풍운일행에게 달려왔다. 




“지향님..........빨리요. 빨리 치료해 주세요.” 




도치는 일행 중에 의술에 조예가 깊은 곽지향에게 냉하상의 치료를 부탁했다. 하지만 곽지향은 차가운 눈길로 냉하상을 바라볼 뿐 선뜩 나서려 하지 않는다. 자신의 연인(戀人)인 악무룡을 죽이려했던 살수를 치료해주고 싶은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었기 때문이다. 도치는 곽지향이 망설이자 무경에게 달려갔다. 무경도 의술에 조예가 깊기 때문이다. 




“무경님. 부탁합니다. 급해요.”


“일단 바닥에 눕히세요.” 




무경은 도치가 냉하상을 내려놓자 곽지향을 힐긋 쳐다본다. 곽지향은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냉하상을 외면하고 있었다. 도치나 다른 십이사 때문에 말은 안하지만 냉하상과 함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불쾌한 모양이다. 무경은 짧게 한숨을 쉬고 냉하상의 맥박과 상처를 살펴보았다. 냉하상은 몸도 허약한 상태에서 무리한 대결로 내공(內攻)이 고갈(枯渴)되고 속이 진탕(震振-몹시 흔들려 울림)되어 몹시 위험한 상태였다. 




“도치님! 급해요. 맥박이 너무 미약해요.” 


“예! 그, 그럼 어떻게 해야죠?” 


“도치님이 직접 하시면 좋겠지만 의술에 대해 모르시잖아요. 운랑이 도와주셔야 해요.” 


“일사님께 부탁하면 되는 겁니까?.........일사님 부탁합니다.” 




무경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거만한 도치가 허리를 굽히며 정중하게 부탁한다. 풍운은 도치를 보며 알 수없는 웃음을 지었다. 자신의 일이었다면 당장 죽는다고 해도 허리를 굽힐 놈이 아니다. 그런데 냉하상이 위급하다는 말에 뻣뻣한 허리가 굽혔다. 풍운은 말없이 자리에 앉으며 허공섭물로 냉하상을 일으켜 세우니 무경이 얼른 냉하상의 잡아준다. 풍운은 냉하상의 등에 손을 붙이고 수라기(修羅氣)로 냉하상의 기경팔맥을 뚫어주니 냉하상이 한모금은 죽은피를 토한다. 




“이제 됐지? 설마 나보고 추궁과혈까지 하라는 말은 아니지.” 




풍운이 손을 거두고 자리에서 일어나니 무경도 냉하상을 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운랑이 하시겠다고 해도 제가 말리겠죠.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 


“어떻게 된 거죠. 이제 괜찮은 겁니까?” 


“위험한 고비는 넘겼어요. 자리를 옮겨서 금침대법과 추궁과혈로 치료하면 돼요.” 




무경의 말에 도치는 안도의 숨을 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악전고투(惡戰苦鬪)로 많은 상처를 입어 심신(心神)이 피로한 상태였으나 냉하상이 걱정되어 지금까지 참고 있다가 냉하상이 무사하다는 말에 긴장이 풀린 모양이다. 




“지향님.........지향님께서 도치님을 치료해 주세요.” 




무경의 말에 곽지향은 마지못해 도치의 상처를 살펴보았다. 내키는 일은 아니지만 생사(生死)를 함께 한 도치까지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지 않는가? 곽지향은 도치를 진맥하고 상처를 살펴보더니 몇 군데 혈도를 눌려 피를 지혈시켰다. 




“내상은 없으니 외상만 치료하면 돼요. 집에 금창약이 있으니 가져다 드릴게요. 직접 치료하세요.” 


“고맙습니다.” 




도치는 피가 멈추자 자리에서 일어나 무경을 따라갔다. 무경이 냉하상을 안고 자신의 집으로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경은 도치가 쓰던 침상에 냉하상을 눕히고 돌아서니 어느새 도치가 집까지 달려왔다. 




“벌써 끝났어요.” 


“별거 아니라고 합니다. 내상은 없으니 금창약만 바르면 된데요. 그건 그렇고 이걸로 치료가 끝난 건 아니겠죠?” 


“금침대법과 추궁과혈로 탁한 기운을 몰아내고 허약해진 기운을 보전(補塡-부족을 보충하여 채움)해 주어야 합니다. 제가 금침을 가져올 때까지 기다리세요.” 




무경이 금침을 가져오기 위해 자신의 통나무집으로 가자 냉하상과 둘만 남은 도치는 냉하상의 겉으로 다가갔다. 핏기 없는 창백한 얼굴과 가냘픈 몸을 보고 있노라니 측은지심(惻隱之心)에 마음이 아려온다. 처음 만날 때부터 이상하게 냉하상만 보면 마음이 아팠다. 자신이 목숨처럼 아끼는 친구를 죽이려 했던 살수인데도 미운 정보다는 불쌍하고 측은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이다. 도치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의자를 가져와 냉하상의 겉에 앉으려 했다. 그런데 그때 무경이 작은 상자를 가지고 왔다. 




“도치님은 나가 계세요.” 


“예? 나가요?” 


“치료하려면 옷을 벗겨야 해요.” 


“아~ 예! 알겠습니다.” 




도치가 밖으로 나가자 무경은 냉하상의 옷을 벗겼다. 피에 젖은 겉옷이 벗겨보니 붉게 물든 속옷이 드려나고 속옷까지 모두 벗기자 탄탄하고 육감적인 냉하상의 육체가 드려났다. 




“아~ 같은 여자가 보아도 정말 탐나는 몸매다.” 




무경은 중원여인들과는 다른 탄력 넘치고 매끈한 냉하상의 몸매를 몽롱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커다란 젖가슴과 군살 없이 매끈한 아랫배를 지나면, 불룩하게 솟구친 언덕이 보이고, 언덕 넘어 신비한 골차기에 깊게 파인 은색 동굴이 살짝 고개를 내민다. 특히나 기다란 팔다리는 같은 여자가 보아도 셈이 날 정도다. 무경은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냉하상의 몸매나 감상하고 때가 아니지 않는가? 무경은 상자에서 금침을 꺼내 정성스럽게 금침을 꼽기 시작했다. 




풍운이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문 앞을 서성거리고 있는 도치의 겉으로 갔다. 




“정신없다. 가만히 좀 있어라.” 




풍운이 도치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농담을 던졌지만 도치의 딱딱한 표정은 풀리지 않는다. 




“무경이 들어갔으니 괜찮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라.” 


“좀 전에는 고맙다는 인사도 못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마음 같아서는 임독양맥과 생사현관까지 뚫어주고 싶었지만 무경이 옆에 있어서 참았다.”


“어찌되었던 감사합니다.” 


“이리와~ 우리도 좀 앉자.”




풍운은 도치의 손을 잡고 조금 떨어진 바위에 앉혔다. 




“좀 쉬어. 마음 졸린다고 치료가 빨리 끝나는 것도 아니잖아.” 


“휴~ 답답하네요.” 




도치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통나무집에서 눈을 때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둘만 있으니 예전 생각이 난다. 예전에 둘이서 다른 사람 정사를 몰래 훔쳐본 적이 있잖아.” 




풍운의 말에 도치는 산채에서의 일이 생각났다. 풍운을 처음 만났을 때, 풍운은 백지처럼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있었다. 여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고, 세상물정에 대해서도 백지 상태였다. 도치는 풍운에게 여자에 대해 알려주겠다고 풍운을 데리고 다른 사람의 정사장면을 훔쳐보았다. 도치는 예전생각이 나자 피식 웃음을 터트린다.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소년이었는데...........일사님은 그동안 참 많이 변하셨어요.” 


“나만 변했나. 도치도 많이 변했어.” 




풍운은 도치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 




:-------------------------------------------------




사천에 도착한 금막비 일행은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시내외곽에 있는 허름한 객점에 투숙했다. 사천은 사천당가의 영역이라 귀왕사영이나 당령을 알아보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날이 어두워지자 당령과 귀왕사영이 당가로 가보자고 했다. 금막비는 당령의 심경(心境)을 알기에 사천당가로 출발했다. 당가는 객점과 멀리 떨어진 남산이라는 곳에 있다. 다른 이들이 말하길 사천당가는 생강처럼 매우며 가장 현실적(現實的)이고 실용적(實用的)으로 단련된 가문이라고 한다. 조금이라도 빚진 것이나 신세를 진 것이 있으면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금막비일행이 멀리 당가가 보이는 언덕에 도착했다. 




금막비는 당가를 보자 만감(萬感)이 교차했다. 금막비에게 당가는 은혜(恩惠)와 원한(怨恨)이 점철(點綴)된 곳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주었고, 사랑하는 가족을 앗아갔으며, 또 다시 사랑하는 이을 주었다. 당령이나 당숙정만 생각한다면 은혜의 가문이지만, 직제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시기와 질투에 시달리다 끝내는 부인과 장인을 죽음으로 내몰 당가는 원수의 가문이라 할 수 있다.


당령은 금막비의 손을 잡아주었다. 




“비랑은 여기서 기다리세요. 저희들끼리 둘려보고 올게요.” 




당령은 금막비가 당가를 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워한다는 것을 알기에 자신들끼리만 다녀오겠다고 했다. 




“미안해. 함께 가야하는데..........” 


“말씀하지 않으셔도 알아요. 다녀올게요.” 


“그래. 조심해서 다녀와” 




당령과 귀왕사영은 금막비를 남겨두고 당가를 향해 달려갔다. 금막비는 당령과 귀왕사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언덕에 있는 바위에 걸터앉았다. 쳐다보기도 싫은 곳이다. 다시는 오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곳이다. 당숙정과 장인어른의 얼굴이 떠오른다. 




당령과 귀왕사영은 당가에 대해 자신의 손바닥처럼 알고 있기에 경비무사들의 눈을 피해 당가 깊숙이 들어갈 수 있었다. 




‘술시(저녁 7~9시)니까 가족들을 만나보고 해시(저녁 9~11시)까지 지금 이곳으로 돌아오세요.”




당령이 귀왕사영에게 전음을 보내니 귀왕사영은 고개를 끄덕거리고 각자 자신들의 집으로 흩어졌다. 당령은 귀왕사영이 흩어지자 자신의 처소로 향했다. 마음 같아서는 아버지나 어머니를 찾아가고 싶지만 자신이 없는 동안 어떻게 변했는지 미리 알아보기 위해서다. 멀리 아담하고 아름다운 건물이 보인다. 겉으로 보기에는 몇 개월 전과 변함이 없지만 이상하게 낮선 곳에 온 느낌이다. 당령은 숨을 죽이고 자신의 처소로 들어가 보니 방안에 있어야할 침상이나 가구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마치 사람이 살지 않은 방처럼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이게 어떻게 된 것일까? 아무리 가문의 원수인 금막비를 따라갔다고 해도 자신의 흔적조차 지워버렸단 말인가? 아버지는 이런 분이 아니다. 비록 가문을 사랑하고 가문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지만 사랑하는 딸에게까지 이렇게까지 매정한 사람은 아니다. 당령은 처소를 빠져나와 하녀들의 처소로 갔다. 처소의 불이 꺼져 있는 것으로 보아 초저녁이라 하녀들이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다. 당령은 하녀들의 처소 지붕에 몸을 숨기고 하녀들을 기다렸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자신을 모시던 하녀가 나타났다. 당령은 주위를 돌아보고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자 하녀의 앞에 착지했다. 




“아니~ 아가씨! 당령 아가씨.........” 




하녀가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려하자 당령은 얼른 하녀의 입을 막고 음침한 곳으로 끌고 갔다. 




“쉬! 조용해.” 




당령이 손가락을 입에 대고 말하자 하녀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아가씨! 왜 이제야 오셨어요. 아가씨 때문에 가주님이 얼마나 고생하시는지 아세요.”


“나 때문에 아버님이 고생을 해? 그게 무슨 말이야.” 




하녀는 그동안 당가에서 벌어졌던 있었던 이야기해주었다. 




“아버님이 가주에서 쫓겨나고 가족들과 함께 옥에 갇히셨단 말이야.” 


“지금 지하 뇌옥에 갇혀 계세요. 그거뿐이 아닙니다. 당령님을 모시려갔던 귀왕사영님들의 가족들도 모두 투옥되셨어요.” 


“세상에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아버님이 그동안 가문을 위해 얼마나 고생하셨는데...........” 


“장로회의 결정이라고 합니다.” 




장로회는 당가에서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위(權威)를 가지고 있어 가주라도 장로회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 




“잘 들었다. 고마워. 참~내가 왔었다는 것은 절대 비밀이야. 무슨 말이지 알지. 그만 갈게.” 


“가시다니요. 또 어딜 가세요.” 


“가족들을 구출할 방법을 찾아봐야지. 간다.” 




당령은 하녀를 뒤로하고 귀왕사영과 만나기로 한 장소로 가보니 귀왕사영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는데 표정들이 하나같이 어둡다. 그들도 가족들이 투옥된 사실을 아는 모양이다. 




‘일단 돌아가서 상의해요.’ 




당령은 귀왕사영에게 전음을 보내고 귀왕사영들과 함께 금막비가 기다리는 언덕으로 돌아왔다. 




“빨리 왔네. 가족들은 만나보고 온 거야.” 




금막비의 말에 당령은 고개를 흔들었다. 




“객점으로 가요. 자세한 것은 객점에서 말씀드릴게요.” 




당령의 표정이 어둡다. 무언가 안 좋은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객점에 도착한 당령은 금막비에게 하녀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당령 가족들과 귀왕사영 가족들이 모두 옥에 갇혔던 말이야. 이유가 뭐야!” 


“모두 아는 사실이니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당령님이 금막비님과 함께 있다는 사실을 장로님들이 아셨다고 합니다. 가주님은 그동안 있었던 일을 숨김없이 장로회에 보고했고, 장로회에서는 당령님과 저희들의 죄를 대신해 가주님 가족과 저희들 가족을 감금(監禁)했다고 합니다.” 




귀왕사영 중에 한명이 자신이 들었던 내용을 사실대로 말했다. 금막비는 솟구치는 분노를 억눌렸다. 자신보다는 당령이나 귀왕사영의 분노가 더 클 것이다. 금막비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마음을 진정시켰다. 




“당령! 가족들이 뇌옥에 갇혔다고 했지. 가족들을 구출하자.” 


“힘들어요. 뇌옥은 경계가 삼엄해요.” 


“우리가 힘을 합치면 가능해.” 


“비랑 마음은 고맙지만 너무 위험해요.” 


“죄도 없는 가족들이 고생하는데 위험해도 해야지. 이대로 두고 볼 수는 없잖아.” 




금막비의 결연(決然)한 말에 당령은 곧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자신이 하고 싶어도 못하는 말을 금막비가 먼저 한다. 자신을 미워하고 죽이려 했던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을 구출하자고 앞장선 것이다.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당연한 걸 가지고 고맙기는.........자~ 계획을 세워보자. 먼저 뇌옥의 구조와 어디에 갇혀 계신 지부터 파악하자.” 


“저희들이 아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들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겠습니다.” 




당령과 귀왕사영은 다음날부터 다른 사람 몰래 지인(知人)을 만나 자세한 정보를 수집했고, 금막비는 당령과 귀왕사영이 가져온 정보를 토대로 가족들을 구출할 계획을 세웠다. 




:--------------------------




냉하상은 목구멍이 아플 정도로 심한 갈증에 눈을 떴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일렁거리는 불빛과 깨끗한 침상이다. 




“아흑~” 




침상에서 일어나려던 냉하상이 가슴을 붙잡고 쓰려진다. 




“그냥 누워있어.” 




거칠고 무뚝뚝한 음성이다. 냉하상이 고개를 돌려보니 침상 곁에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는 도치가 보인다. 




“당신은 혈부광랑..........여기가 어디죠?” 


“통나무집.........기절해서 치료하고 눕혔다.” 




도치의 짧은 대답에 냉하상은 그동안의 일을 짐작할 수 있었다. 도치와 대결에서 마지막 희망을 품고 광풍천인도 최후의 초식을 펼쳤다. 하지만 도치는 도강(刀剛)으로 자신의 마지막 초식을 베어버렸다. 초식의 완성도나 운용에서는 앞서지만 힘과 내공에서 헉헉한 차이가 벌어져 아무리 발버둥쳐도 이길 수 없었던 것이다. 냉하상은 자신의 특기가 아닌 도법(刀法)으로 상대한 도치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絶望)하며, 의식을 끈을 놓아버렸다. 그 후로 기억은 없다. 자신은 침상에 누워있고, 도치가 침상을 지키고 있다. 자신을 치료하고 이곳에 눕힌 모양이다. 냉하상은 멍하니 천장을 보다가 다시 일어나려했다. 




“아흑~” 


“그냥 누워있으라니까 왜 일어나. 필요한 거라도 있어.” 




목이 마르지만 약간만 움직여도 온몸이 쑤신다.




“헉헉~ 목말라요.” 


“여기 있다. 마셔라.” 




도치는 옆에 있던 가죽주머니에서 물을 따라 냉하상에서 내밀었다. 냉하상은 도치와 물그릇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다시 일어나려 했다. 도치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멈칫거린다. 무경은 치료가 끝나자 피에 젖은 냉하상의 옷 대신, 자신의 속옷을 입혀주었다. 그런데 냉하상은 키나 덩치가 무경보다 크기 때문에 무경의 속옷이 달라붙어 봉긋한 젖가슴을 비롯한 육감적인 몸매가 확연하게 드려나 있었다. 더구나 속이 비취는 얇은 옷이라 박속같은 하얀 젖가슴과 분홍색 열매가 은은한 불빛에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도치는 얼른 고개를 돌리고 물그릇을 내미니 힘들게 몸을 일으킨 냉하상이 물을 받아 마셨다. 




“더 마셔.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 먹었으니 목도 마를 거야.” 




도치는 고개를 돌리고 물그릇을 받아 다시 물을 따라주었다. 냉하상은 미지근한 물이 뱃속으로 들어가자 희미한 정신이 맑아지며 이상이 느낌이 들었다. 답답하면서도 시원한 느낌에 고개를 숙여보니 자신이 속까지 비취는 얇은 속옷만 입고 있었던 것이다. 냉하상은 부끄러운 자신의 몸을 애써 감추려하지 않고 폭포수처럼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힐긋 도치를 바라보니 도치는 그릇을 고개를 돌린 상태에서 물그릇만 내밀고 있었다. 겉모습과는 다르게 순진한 사내다.




“그만 마실게요. 당신이 치료했나요.” 




평소와는 다르게 작고 조용한 목소리다. 




“일사님과 무경님이 치료했다.” 


“그래요. 마수마랑님과 제갈무경님을 말씀하시는 거죠.”


“맞아. 일사님이 내상을 다스리고 나머지는 무경님이 금침대법과 추궁과혈로 치료했다고 하더라.”




일사가 내상을 다스리고 무경이 금침대법과 추궁과혈로 치료했다는 말은 도치는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보지 않았다는 말인가? 냉하상은 알 수 없는 눈길로 도치를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린다.




“하루라고 하셨나요? 제가 하루 동안이나 정신이 잃고 있었어요?” 


“어제 밤부터니까 꼬박 하루다. 몸은 어때! 무경님 말로는 삼일정도는 누워있어야 한다고 하더라.” 


“힘들어요. 다시 누워야겠어요.” 




냉하상이 다시 자리에 누웠다. 도치는 고개를 돌린 상태에서 이불을 덮어주려 했다. 




“더워요. 이불은 필요 없어요.” 




도치는 잡고 있던 이불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다려. 죽을 덥혀 올게.” 




도치는 통나무집 중앙에 있는 화로(火爐)에 죽을 덥히기 시작했다. 냉하상이 깨어나면 먹이라고 무경이 준 죽이다. 냉하상은 등을 돌리고 죽을 덥히고 있는 도치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도치가 앉아있던 의자 옆에 있는 작은 탁자위에 마실 물주머니와 그릇이 놓여있고 물수건이 담긴 통이 보인다. 설마 거칠기 짝이 없는 도치가 언제 깨어날지도 모르는 자신을 간호하고 있었단 말인가? 지금 죽을 덥히고 있는 도치의 모습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혼란스럽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온몸에서 전해오는 짜릿한 통증........... 


알 수없는 두근거림.........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도치의 모습이 냉하상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도치가 죽을 가지고 왔다. 




“먹어.” 




도치는 고개를 돌린 상태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죽과 숟가락을 내밀었다. 




“생각 없어요.” 


“뭐? 안 먹겠다는 거야?” 


“예?” 


“왜?” 


“먹기 싫어요.” 


“먹기 싫어도 먹어!” 


“싫어요.” 


“왜! 싫다는 거야. 기운을 차리려면 먹어야 될 거 아니야.” 




도치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냉하상은 말없이 도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린다. 




“멍........청.........이” 


“뭐? 방금 뭐라고 했어.” 


“멍청이라고 했어요.” 


“이게 죽을라고........휴~ 좋게 말할 때 먹어라?” 


“바보, 멍청이........먹고 싶어도 못 먹어요. 먹을 힘도 없단 말이에요.” 




할말이 없다. 냉하상은 먹고 싶어도 먹을 힘이 없었던 것이다. 이제야 왜 멍청이라고 했는지 알 것 같다. 도치는 잠시 망설이다가 죽을 내려놓고 고개를 돌렸다. 일렁거리는 촛불에 온몸의 굴곡이 확연한 냉하상이 보인다. 냉하상은 반듯하게 누워 고개만 돌리고 있다. 도치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죽을 퍼서 내밀었다. 




“먹어.” 




냉하상이 고개를 돌렸다. 도치는 무표정한 얼굴로 숟가락을 내밀고 있다. 먹어야 할까? 지면 혀를 깨물고 죽겠다고 했다. 종이라도 되겠다고 했다. 살막의 명예를 실추(失墜)시키고 마지막 자존심까지 무너진 자신이 살아있을 가치가 있을까? 이대로 죽는 편이 낮지 않을까? 


그런데..............................먹어야 할 것 같다. 


입을 벌렸다. 죽이 입속으로 들어왔다. 무척이나 쓰다. 약재로 만든 죽 같다. 힘들게 목구멍으로 죽을 넘긴다. 도치는 냉하상이 말없이 죽을 먹자, 한 그릇의 죽을 모두 먹었다. 




“더 줄까?” 


“그만 먹을래요. 물 좀 주세요.” 




도치는 그릇을 내려놓고 물을 따라 냉하상의 입가로 가져갔다. 냉하상이 물을 마시고 입술을 오물거린다. 도치는 물수건으로 입술을 닫아주었다. 




“졸려요. 잘게요.” 




배가 부르니 졸린 모양이다. 




“자라~” 




냉하상이 눈을 감자 이불을 덮어주고 빈 그릇을 들고 일어났다. 그릇을 치우고 다시 물을 가져오니 냉하상이 자고 있다. 도치는 냉하상이 잠든 침상 옆에 앉아 물끄러미 냉하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계속>>




------------------- 작 가 주 ------------------------




*** 측은지심 [惻隱之心] : 남을 불쌍하게 여기는 타고난 착한 마음을 이르는 말.


다음은 맹자의 사단설(四端說) 가운데서 나오는 말로, 《맹자》 〈공손추편(公孫丑篇)〉에 있는 말이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는 것은 사람이 아니고,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사양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은 어짐의 극치이고,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은 옳음의 극치이고, 사양하는 마음은 예절의 극치이고,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은 지혜의 극치이다[無惻隱之心非人也無羞惡之心非人也無辭讓之心非人也無是非之心非人也. 惻隱之心仁之端也羞惡之心義之端也辭讓之心禮之端也是非之心智之端也].




이 말은 맹자가 독창적으로 주창한 인성론으로서 ‘사단설’ 또는 ‘성선설(性善說)’이라고도 한다. 성선설이란 사람의 본성은 ‘선(善)’이라고 보는 학설이다. 맹자에 따르면 사람의 본성은 의지적인 확충작용에 의해 덕성으로 높일 수 있는 단서를 천부적으로 가지고 있다. 측은(惻隱), 수오(羞惡), 사양(辭讓), 시비(是非)의 마음이 4단(四端)이며, 그것은 각각 인(仁), 의(義), 예(禮), 지(智)의 근원을 이룬다. 맹자의 정치사상의 핵심은 왕도정치인데, 이 왕도정치가 가능한 것은 사람의 본성이 선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사람의 본성은 착하다고 보고, 그 마음을 확대하여 나가면 ‘인의예지’ 네 가지 덕을 완성하여, 다시 이 덕행으로 천하의 백성들을 교화시킴으로써 왕도정치가 실현된다고 보았다. 




맹자는 왕도정치의 정신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사람은 다 사람에게 차마 못하는 마음이 있다. 왕이 먼저 백성에게 차마 못하는 마음이 있으면, 백성에게 차마 못하는 정치가 있다. 백성에게 차마 못하는 정치를 행하면 천하 다스리기를 손바닥 안에서 움직일 수 있다.” 여기서 사람에게 차마 못하는 마음이란, 사람에게 해를 가하는 것을 차마 하지 못하여, 사람의 불행을 앉아서 차마 보지 못하는 마음, 이 마음으로 천하를 다스린다면 마치 손바닥 위에서 물건을 굴림과 같이 아주 쉽게 공을 거둘 수 있다는 말이다. 맹자는 사람에게 차마 못하는 마음은 사람에게 본래 있는 것이라며 성선설을 입증하고 있다. 




“사람들은 다 사람에게 차마 못하는 마음이 있다고 하는 까닭은 이러하다. 이제 사람들이 어린아이가 막 우물에 빠지는 것을 보면, 다 놀라고 불쌍한 마음을 가진다. 이는 그 어린아이의 부모와 사귀려 함도 아니며, 마을 사람들과 벗들에게 칭찬을 받기 위하여 그러는 까닭도 아니며, 그 원성을 듣기 싫어서 그렇게 하는 것도 아니다.” 맹자는 사람들은 다 차마 못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앞의 이야기로 설명하고 있다. 즉, 어린아이가 위험에 처했을 때 사람들은 누구나 두려워 근심하고 깊이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들어, 반드시 달려가 구하려고 하는데, 이는 사람에게 차마 못하는 근본 마음이 본능적으로 행동하게 할 뿐이라는 것이다.




-------- 자료출처 : 인터넷 백과사전 ------------

[19금]레드썬 사이트는 성인컨텐츠가 합법인 미주,일본,호주,유럽 등 한글 사용자들을 위한 성인 전용서비스이며 미성년자의 출입을 금지합니다. 사이트는의 자료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작권,초상권에 위반되는 자료가 있다면 신고게시판을 이용해 주세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881건 31 페이지    AD: 비아그라 최음제 쇼핑몰   | 섹파 만나러 가기   |
게시물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