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251부

본문

혁린강이 지휘하는 배화교 본진이 사천과 감숙성 경계에 있는 공동산을 향해 진군하고 있었다. 공동산에는 혁린강의 일차 목표인 공동파가 있다. 혁린강은 마차 창문을 통해 밖의 경치를 감상하고 있었다. 어느덧 여름이 지나 가을로 접어들어 산천초목(山川草木)이 오색단풍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겨울이 가기 전에 끝냈을 수 있을까요?” 


“우리의 공격방식과 중원 무림의 대응에 따라 달라지겠죠!”




앞에 앉은 벽안환요도 창밖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난주에서는 아직 연락 없나요?” 


“삼일 전에 검치 오라버니가 도착했다는 연락 외에 아직 없어요.” 


“삼마님까지 가셨으니 잘 하시겠죠?”


“믿어야죠. 어~ 저기 전서구가 오네요.” 




벽안환요의 말대로 창공(蒼空)을 선회하다가 마차를 향해 날아오는 전서구가 있었다. 벽안환요는 창문가에 앉은 전서구에서 서찰을 꺼내 혁린강에게 내밀었다. 서찰을 읽는 혁린강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진다. 




“처참하게 당했군. 역시 무리였다는 건가?” 


“무슨 일이죠?” 




혁린강이 대답대신 서찰을 내미니 벽안환요가 서찰을 읽어보았다. 




“세상에 이마(二魔)오라버니가 돌아가셨다니” 




벽안환요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부르르 떨고 있었다. 서찰에는 난주전투의 결과가 간략하게 적혀 있었다. 




“밑을 보세요. 십이살(十二殺) 중에 2명만 남고 나머지는 죽거나 행방이 묘연(杳然)하다고 합니다. 부끄러울 정도의 참패(慘敗)예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죠. 십이사(十二死)가 그렇게 대단한 놈들이었나요?” 


“제가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누누이 조심해야 될 놈들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저도 이렇게까지 처참하게 패할 줄은 몰랐어요.” 


“빠드득~ 제가 갈게요. 제가 가서 이마(二魔)오라버니의 복수를 할게요.” 


“불가(不可)합니다. 이번 작전은 실패(失敗)에요. 일마(一魔)님과 삼마(三魔)님께 후퇴하라고 하세요.” 


“후퇴? 말도 안 돼. 제가 갈게요. 한번만 더 기회주세요.” 


“늦었습니다. 이제 십이사(十二死)를 조용히 제거하긴 불가능합니다.” 


“그럼 어떻게 하시겠다는 거죠. 그냥 내버려 두시겠다는 건가요?” 


“우리가 찾지 않아도 놈들이 찾아올 겁니다. 그때를 기다려야죠.”




벽안환요은 말없이 입술을 깨물고 있다. 가족보다 친하게 지내던 이마(二魔)의 죽음은 벽안환요에게도 충격이었을 것이다. 십대마왕이 누군가? 오직 중원정복을 위해 가족들도 버리고 십수 년을 무공증진(武功增進)에만 몸 받친 사람들이다. 무공으로만 따진다면 배화교에서도 손가락에 꼽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자신들이 키운 사냥개 따위에게 이마(二魔)가 죽었다. 이게 말이 되는가? 당장이라도 달려가 복수하고 싶다. 고생만하다 날개 짓 한번 해보지 못하고 허망하게 죽어버린 이마(二魔)의 복수를 해야 한다. 하지만 혁린강은 철수(撤收)하라고 한다. 




“환요님 심정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은 참으세요. 복수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십이사(十二死)는 중원정복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고 하셨잖아요. 그런 놈들을 그냥 두고 보시겠다는 말씀인가요? 한시라도 빨리 제거해야 되지 않나요?” 


“쌍마(雙魔)님과 십이살(十二殺)이 작전만 잘 짜서 급습(急襲)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한번은 실수라고 생각하고 삼마(三魔)님까지 보냈어요. 하지만 결과는 참담한 실패로 끝났습니다. 한 번 더 기회를 달라? 십이살(十二殺)이 전멸(全滅)에 가까운 피해를 본 마당에 환요님이 가신다고 특별히 달라지겠습니까? 제가 잘못 생각했어요. 십이사(十二死)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무서운 놈들이었습니다.”


“공자님! 제가 지금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고 있는 건가요. 한 번 더 기회를 줄 수는 없는 건가요?”


“환요님! 우리가 자신들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이상 십이사(十二死) 놈들을 제거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차라리 놈들 스스로 찾아오게끔 만들어 제거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붙잡고 매달려도 안 되는 모양이다. 대공자은 이번 작전을 실패라고 판단하고 철수를 하기로 마음을 굳힌 모양이다. 대공자의 말이 틀린 말도 아니다. 일(一), 이(二) 삼마(三魔)와 십이살(十二殺)함께 있었는데도 참패(慘敗)를 당했다. 이마(二魔)까지 죽음 마당에 자신이 간다고 승리하긴 힘들 것이다.




“휴~ 알겠습니다.” 




환요는 한숨을 쉬고 간단한 서찰을 써서 전서구를 날렸다. 마음이 아프지만 지금은 참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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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당가를 출발한 금막비와 당령이 사천을 벗어나 감숙성에 도착했다. 금막비는 갈 길이 바쁘지만 사천을 벗어났으니 그동안의 피로를 풀기 위해 객점에서 쉬기로 했다. 계속된 강행군으로 당령이 많이 지쳤을 것이다. 금막비와 당령이 창가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데 나이 지극한 노인이 다가왔다. 




“혹시 금막비님 아니십니까?” 




금막비는 바짝 긴장하며 손매 속에 감추고 있던 암기를 잡았다. 노인의 정채를 알 수 없기에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노인은 금막비의 굳은 표정을 보고 얼른 고개를 숙인다. 




“죄송합니다. 먼저 제 소개부터 드려야 했는데, 저는 대륙상회 회원입니다. 본회의 태상장로이신 마수마랑님의 명령으로 금막비님을 찾고 있었습니다.” 


“일사(一死)님께서 저를 찾는다는 말씀인가요?” 


“예! 지금 본회의 모든 회원들이 금막비님과 당령님을 찾고 있을 겁니다.” 


“무슨 일이죠. 급한 일인가요?” 


“자세한 것은 모릅니다. 장로님께서는 일행과 함께 난주에 있는 연관객점에 머물고 계세요. 금막비님을 찾으면 빨리 돌아오시라는 말씀을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검산계곡이 아니라 객점에 계시다는 말씀입니까?” 


“예! 조금 전에 연락을 받았으니 확실 할 겁니다.” 


“말씀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서 연관객점까지 얼마나 걸리죠.” 


“서두르면 내일 오후에는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저기! 부탁 좀 드릴게요. 일사(一死)님께 늦어도 내일 오후까지 도착하니 기다려 달라고 전해주세요.”


“어려운 부탁은 아니군요. 알겠습니다. 바로 전서구로 연락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물려가겠습니다." 




노인이 인사를 하고 물려갔고, 식사를 마친 금막비와 당령은 서둘러 난주로 향했다. 풍운이 대륙상회까지 이용해서 자신들을 찾는다면 무척 급한 일인 모양이다. 어쩌면 자신들이 사천에서 보았던 배화교 무리와 연관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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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진에서 전서구가 날아왔다. 마위는 서찰을 읽어보고 일마(一魔)에게 달려가 서찰을 전해주었다. 




“급(急)! 일마(一魔), 삼마(三魔)! 살아남은 십이살(十二殺)과 함께 본진으로 귀환! 마위는 십이사(十二死)의 동태를 감시하여 보고.” 




일마(一魔)는 서찰을 구겨버리고 벌떡 일어났다. 




“빌어먹을.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무슨 내용인데 그래.” 


“우리보고 본진으로 귀환하란다.” 


“우릴 믿지 못하는 모양이군. 하긴 처참하게 깨졌으니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다.” 


“삼마(三魔)! 어떻게 할 거야.” 


“귀환하라면 해야지. 방법이 없잖아.” 


“나는 못가! 십이사(十二死)를 죽일 때까지 절대 못 간다.” 


“공자님의 명령을 거역하겠다는 거냐! 고집부리지 말고 가자. 공자님께 무슨 복안이 있겠지.” 


“일사(一死) 놈의 대가리를 가지고 사죄하겠다고 이마(二魔)와 약속했단 말이야.” 


“일마(一魔)! 이런 말 하면 자존심 상하겠지만 우리 현실을 냉정하게 보자. 일사(一死)를 이길 수 있어. 쌍륜합격진으로도 죽이지 못한 놈이다. 더구나 나머지 놈들도 만만치 않아. 그런 놈들을 자네와 나만 가지고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삼마(三魔)의 냉정한 말에 일마(一魔)가 탁자를 내려치며 이를 악물었다. 뭐라 반박할 말이 없다. 검치독인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은 일마(一魔)도 알고 있다.




“지금은 참아라. 복수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으아아악~”




검치독인이 어깨를 잡고 말하자 타이르듯 말하자 일마(一魔)는 부들부들 떨다가 주먹으로 벽을 후려치니 약간의 폭음과 함께 벽이 구멍이 뚫린다. 일마(一魔)의 분노(忿怒)를 벽이 감당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빌어먹을.........이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건가?”


“...............”


“삼마(三魔)! 약속해라. 반드시 십이사(十二死)를 찢어죽이겠다고 약속해.”


“나도 이마(二魔)에게 약속했어. 반드시 복수한다. 걱정하지 마라.”




일마(一魔)와 삼마(三魔)는 분하고 원통하지만 십살(十殺)과 십일살(十一殺)을 이끌고 본진으로 후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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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주전투는 풍운에게 많은 상처를 남겼으며 생각의 전환점이 되는 계기가 되었다. 부상과 실패에 대한 심적 고통으로 이틀이라는 시간을 방안에서 홀로 보내며 많은 생각을 하던 풍운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벽궁세가의 멸문(滅門)이후 때로는 슬퍼하며 분노(忿怒)하고, 때로는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그 모든 고난(苦難)과 역경(逆境)을 극복하고 지금 이 자리까지 왔다. 비록 십이살(十二殺)의 죽음이 슬프고 아프지만 언제까지 실패를 곱씹으며 앉아 있을 수많은 없다. 무경의 말대로 앞으로 이보다 더한 어려움과 고난도 많을 것이다. 그때마다 좌절하고 낙담(落膽)하기 보다는 실패를 겨울삼아 다시는 실패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자신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했다. 풍운이 방에서 나와 후원을 거닐고 있으니 지금까지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던 무경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운랑~ 몸은 괜찮으세요. 더 쉬셔야 하지 않나요?” 




풍운은 무경을 보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걱정 많이 했지. 미안해.” 


“제게 미안해하실 일이 뭐가 있어요. 운랑만 건강하시면 됩니다.” 




풍운은 피식 웃으며 주위를 돌아보지만 아무도 보이지 않고 지붕에 미약한 숨소리만 들린다. 누군가 후원주위를 감시하고 있는 모양이다.




“다른 사람들은 왜 안보여?”


“이막수님과 도치님을 제외하고 모두 방에서 쉬고 계실 거예요.” 


“그래! 다들 모이라고 해. 할말이 있어.” 


“알았어요. 마침 점심시간이 다 되었으니 식사하시면서 말씀하시면 되겠네요.” 




무경은 일행에게 연락해 모두 모이라고 했다. 식사 준비가 끝나자 일행이 집합했다. 풍운이 자리에 앉자 모두들 자리에 앉았다. 




“일사(一死)님! 몸은 괜찮아지신 겁니까?” 


“여러분이 걱정해주신 덕분에 많이 좋아졌습니다. 먼저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상의드릴 일이 있어서 보자고 했습니다.”


“................”


“................”


“비록 2명이 도망치긴 했지만 이번 난주전투로 십이살(十二殺)의 위협은 제거되었다고 보아도 될 겁니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 이게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풍운의 질문에 마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배화교와 우리는 공존(共存)하기 힘들만큼 은원(恩怨)관계가 쌓였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복수를 포기해도 배화교가 우릴 그냥 두지 않을 겁니다. 쉽게 말해. 우리가 전멸하느냐? 배화교가 전멸하느냐? 길은 두 가지 밖에 없습니다.” 


“회의를 짧게 하자. 배화교와 싸워야 한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어. 어떻게 싸울 것이냐? 이것만 이야기하자.” 




마수의 말이 끝나자 이막수가 짧게 정리했다. 




“배화교가 쳐들어온 마당에 생각이고 자시고 할게 뭐있어? 그냥 대가리 터지게 싸우면 되는 거 아니야?” 


“너는 참 좋겠어. 단순하니까 고민도 없잖아.” 




도치의 말에 악무룡이 비꼬듯 말했다. 




“이런 쌍! 그러는 너는 얼마나 똑똑한데, 무식한 걸로 따지면 도토리 키 재기 아닌가?” 


“최소한 너보다는 똑똑하지.”


“모두 조용히 하세요.”




풍운의 조용한 말에 시끄럽게 떠들던 도치와 악무룡이 입을 다물었다. 풍운은 주위를 돌아보고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했다.




“삼일 동안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싸우는 이유가 무엇일까? 왜 배화교와 싸워야 하는가? 저는 저를 아끼고 사랑해주던 이들에 대한 복수 그리고 나를 실컷 이용하다가 죽이려 했던 배화교에 복수하기 위해 싸우고 있었습니다. 이막수님은 무엇 때문에 싸우고 계시죠.” 




풍운의 질문에 이막수는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글쎄요. 복수를 위해 싸우는 것도 있지만 배화교 놈들이 나를 죽이려 하니 싸우고 있다고 봐야겠죠.” 


“사우님께서는 왜 싸우고 계시죠.” 


“처음에는 복수 때문에 싸웠지만 지금은 동료애 때문에 싸우고 있습니다.” 


“마수님은 왜 싸우고 계시죠?” 


“나를 버린 배화교에 대한 복수겠죠.” 


“다른 분들께 질문은 생략하겠습니다. 왕천유님은 사우님 때문에 동참했고, 냉하상님은 도치님 때문에 우리와 함께 싸우고 계시며 무경은 저 때문에 여기 있어요. 이렇게 여기 모인 여러분들은 각자 태어난 곳도 틀리고, 살아온 환경도 틀리며, 배화교와 싸우는 이유도 다양합니다. 더구나 왕천유님과 사우님은 고려 유민이고, 마수님은 배화교 소속이었고, 저는 장백산에서 태어났어요. 막말로 우리가 중원 무림을 위해 싸워할 이유는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다만 배화교와 싸워야 한다는 대명제 앞에 우리가 뭉쳐 있는 겁니다. 저는 여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싸우는 이유가 무엇이냐? 그냥 사사로운 감정만 있는 것이냐? 물론 개인적인 감정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보다 큰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씀 중에 죄송한데 요점만 말씀해 주세요. 너무 길게 설명하면 복잡해서 이해하기 힘들어요.” 




도치가 머리를 긁적거리며 이야기하니 풍운이 피식 웃는다. 자칫 딱딱하게 흘려갈 분위기가 도치 때문에 부드러워진다. 




“냉정하게 말해서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 자신을 위해 싸웠습니다. 우릴 죽이지 못한 안달하는 배화교에 복수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누명을 씌워 우릴 무림공적으로 몰아붙인 백도 무림에 맞서 살아남기 위해 싸운 겁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단순한 이유만 가지고 싸우긴 너무 멀리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더 큰 목표가 있어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이막수가 짧게 질문하자 풍운도 짧게 대답한다.




“내가 아닌 남을 위해 싸워야 합니다.” 


“각자가 아닌 우리가 만든 비룡방의 이름아래 싸워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물론 비룡방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거보다는 이름 없는 민초들을 위해 싸워야 합니다.” 


“갑자기 이런 말씀을 하시는 이유가 뭐죠?” 




이막수의 질문에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아마 다른 사람도 풍운의 의도가 궁금할 것이다. 배화교와 싸워야 한다는 목표만 있으면 충분하지 않는가? 누구를 위해 싸운다는 명분이 중요한 것인가? 갑자기 풍운은 왜 이런 말을 꺼내는 것일까? 




“배화교 본진이 쳐들어 왔어요. 지금까지의 전투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수많은 이들이 죽을 겁니다. 어쩌면 중원 무림 전체가 피에 잠길지도 모르죠. 그런데 과연 무림인들만 죽을까요? 아닙니다.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죽는 이들이 더 많을 겁니다. 저는 그들을 보호해주고 싶어요. 우리처럼 불쌍한 이들이 늘어나지 않도록 우리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풍운의 말이 끝나자 무경이 자리에서 일어나 풍운에게 머리를 숙인다. 




“갑자기 인사는? 무슨 뜻이야?” 


“중원 무림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 운랑에게 감사드립니다.” 




무경은 고개를 들어 다른 사람들을 향해 돌아섰다. 




“운랑 말씀을 요약해 드리겠습니다. 흑도냐? 백도냐? 어디 태생이냐 등을 떠나고, 사사로운 원한도 잠시 잃어버리고 중원에 살아가는 민초들을 위해 싸우자는 말씀입니다. 운랑! 제 말이 틀렸나요?” 


“정확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풍운의 질문에 순간적으로 침묵에 쌓인다. 아직도 풍운의 의도를 모르겠다. 지금까지도 잘해오지 않았는가? 어려움에 쳐한 장강수로십팔채를 구해주고, 배화교의 마수(魔手)로부터 대륙상회를 보호해 주었다. 물론 배화교와 싸우는 과정에서 도와주기는 했으나 그 모든 일이 꼭 배화교 때문이라고 말하긴 힘들고 나름대로 불쌍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도와주었다고 생각한다. 




“그게 중요한 겁니까?” 


“마음가짐의 차이입니다. 어떤 마음으로 싸우느냐에 따라 우선순위가 달라져요. 예를 들어 배화교에 대한 복수가 우선이라면 옆에서 사람이 죽든 말든 배화교 놈들만 죽이는데 노력하겠죠. 하지만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 싸운다면 배화교 놈들을 죽이는 것보다는 사람을 구하는데 우선할 겁니다. 제가 이번에 십이살(十二殺)의 죽음을 막지 못한 것을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내 자신을 위해 싸웠기 때문에 십이살(十二殺)의 죽음을 방관한 겁니다.” 




풍운이 침통한 표정으로 말하자 분위기가 차분하게 갈아 앉았다. 풍운의 말에 모두들 자신의 모습을 돌아본다.




“연병! 뭐가 이렇게 복잡해. 그냥 싸우면 되잖아. 우리가 언제 따져가며 싸웠어. 나를 위해 싸우던 다른 사람을 위해 싸우던 배화교 놈들만 쓸어버리면 되잖아.” 




도치가 침묵을 깨고 짜증나는 목소리를 말한다. 




“그래. 그게 정답이다. 싸우는 거야. 죽지 않으려면 싸워야지! 다들 안 그래.” 


“둘 다 입 좀 다물어. 일사님! 일사님께서는 영웅이 되고 싶으신 겁니까?” 




도치와 악무룡이 떠드는 소리를 잠재우고 이막수가 차갑게 질문했다. 




“이막수님은 싫으세요. 이왕 싸우는데 무림공적보다는 무림영웅이 좋지 않나요?” 




풍운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하자 이막수의 얼굴이 기묘하게 변하더니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좋습니다. 영웅이 될지 무림공적으로 남을지 모르겠지만 해보는 겁니다. 나중에 호사가들이 무림에 원한으로 점철된 이가살수문의 마지막 생존자가 무림을 위해 싸우다 죽었노라 라고 말할 수 있게 싸워봅시다.” 


“그래. 백도 새끼들이 우릴 인정하지 않아도 만인이 인정해줄 때까지 싸우는 거야. 다들 좋지.”




이막수의 말에 도치가 맞장구를 치며 떠드니 옆에 있던 냉하상이 도치의 팔을 잡고 조용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왜! 그래.”


“저도 할말이 있어요. 그런데 해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냉소저도 동료니 하실 말씀이 있으면 편하게 하세요.”




풍운의 말에 냉하상이 일어나 주위를 돌아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여러분과 함께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년이 왈가불가 한다고 하실 수 있을 것이나 꼭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용기를 내서 일어났어요. 혹시라도 잘못된 점이 있더라도 너그럽게 용서해 주세요.”


“말씀하세요. 무슨 말씀을 하셔도 냉소저을 욕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럼 시작할게요. 제가 여러분과 생활하며 놀란 부분이 있어요. 첫 번째 놀란 것은 일사(一死)님께서 십이사(十二死)님들 중에 가장 어리시다는 것이며, 더욱 놀란 것은 여러분께서 일사(一死)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계신다는 겁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저는 천인살막의 막주였기에 조직이나 문파의 생리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조직이나 사람이 없는 것처럼 아무리 규율이 엄하고 단결된 조직이라도 불평불만이 있는 세력이 있기 마련이며, 아무리 존경받는 수장이라도 불만이 있는 자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서로에 대한 믿음이나 신뢰가 금강석처럼 단단할 뿐만 아니라 일사(一死)님에 대한 믿음은 신앙과 같았어요.”


“.............”


“두 번째, 놀란 부분은 여러분의 전투력과 전투방식입니다. 제가 몰랐을 때에는 겁 없이 여러분을 해하고자 했으나 지금이라면 절대 여러분과 싸우려하지 않을 겁니다. 예를 들어 설명하죠. 살막에 청부가 들어오면 대상자를 파악하고 청부를 받아들일거나 말거냐? 청부를 받는 다면 얼마나 받아야 하느냐를 결정합니다. 제가 지금도 막주라면 일사(一死)님의 청부는 억만금을 주어도 받지 않습니다. 살막이 망하는 것보다는 청부를 안받는 편을 선택합니다. 다음으로 이막수님이나 사우님 등 십이사(十二死)님은 특급으로 살막이 존폐위기가 아니라면 받지 않습니다. 잘못하면 망하는데 청부를 받겠습니까? 나머지 분들은 일급으로 개개인만 보면 받겠지만 여러분과 함께 있는 이상 절대 받지 않습니다. 왜냐? 여러분께서 여러분 한사람, 한사람을 끔찍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아마 한분이라도 해를 입는다면 살막은 지상에서 사라질 겁니다.”


“..............”


“다음으로 여러분과 함께 2번의 전투를 경험했어요. 첫 번째는 도치님의 안전에만 정신이 팔려 잘 모르고 지나갔으나 2번째 전투에서 여러분께서 싸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결론만 말씀드리면 무경님과 마수님의 지략과 그걸 완벽하게 소화하는 여러분을 보고 감탄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상대의 약점을 파악하고 개개인의 능력과 특성에 따라 작전을 구상하는 무경님과 마수님...........단 한번의 연습도 없이 작전을 완벽에 가깝게 실행에 옮기는 나머지 분들.......과연 어떤 문파나 조직이 이렇게 신속하고 정확한 작전을 펼칠 수 있겠습니까? 수많은 전투경험과 실전을 거치고,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가능할 겁니다.”


“..............”


“마지막으로 일사(一死)님께서 개인이 아닌 남을 위해 싸우자고 하셨죠. 여러분은 지금도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해 싸우고 계십니다. 힘들고 위험해도 나보다는 동료를 위해, 나보다는 다른 이들을 더 걱정하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나보다 다른 이들을 위해 싸우자. 좋은 말씀입니다. 살막을 위해서만 살아온 제 삶이 부끄러울 정도예요. 말이 길어졌어요. 결론을 말씀드리죠. 여러분과 함께 싸울 수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지금까지도 잘해 오셨으며 앞으로도 잘하실 겁니다. 저는 여러분을 믿습니다.”




냉하상이 장황한 말을 끝내고 자리에 앉았다. 풍운을 비롯한 일행은 한동안 냉하상의 말을 생각해 보았다. 길지만 결론은 간단하다. 잘해보자는 말이다?




“더 하실 말씀 있는 분 있나요.”




풍운이 침묵을 깨고 질문하자 모두들 말이 없다. 




“뜬금없이 여러분께 이상한 질문만 한 것 같군요. 그래요. 지금까지 잘해보셨습니다. 우리 최선을 다해 봅시다. 식사들 하세요. 이살(二殺)과 육살(六殺)에 대한 이야기는 식사가 끝나고 천천히 이야기하죠.”




이날 풍운과 동료들은 스스로가 아닌 남을 위해 싸우기로 했다. 배화교 본진이 중원까지 쳐들어온 이때, 전투에 임하는 풍운일행의 마음가짐은 앞으로의 전투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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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파는 무당, 아미, 화산과 더불어 사대검파(四大劍把)로 불릴 정도로 검(劍)에 정통한 문파로 옛날 황제가 은자 광성자를 찾아갔다는 전설로 유명한 곳이다. 혁린강은 공동산입구에 도착하자 군막을 치라고 지시했다. 




“공자님! 이제 코앞인데 군막이라니요? 바로 쳐들어가서 쓸어버리고 거기서 쉬죠?” 




환요의 반문에 혁린강은 고개를 흔들었다. 




“뜻이 있어서 그래요.”


“어떤? 미리 말씀해 주시면 안 될까요?”


“일마(一魔)와 삼마(三魔)님께서 도착하시면 말씀드릴게요. 일단 군막을 치고 공동산 주위를 철저하게 포위하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혁린강은 본진 병력으로 공동산 전체를 포위하고 전서구를 날렸다. 전서구는 공중을 선회하다가 공동파를 향해 날아간다. 과연 혁린강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을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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