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207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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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天上)의 향기 207(여리박빙(如履薄氷))-5




풍운과 이막수가 지나가고 사우와 초하벽이 뒤를 따르며 감시자들을 제거하는 사이에 무경은 나머지 사람들은 동원해 군막주위에 진을 설치하고 있었다. 군막에 남아있어야 할 도치와 악무룡 그리고 대륙상회 상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무경은 주위에 있는 나무와 돌을 이용하여 몇 개의 돌탑을 만드는 것으로 진을 완성하고 다음으로 악무룡 받은 벽력탄 중에서 20개를 사사비연대 무사들에게 벽력탄을 나누어주고 나머지는 주머니에 넣어 두었다. 다음으로 곽지향과 금막비를 불렸다. 




“부르셨어요.” 


“두 분이 가지고 있는 독(毒) 중에서 가장 독한 독으로 준비해 주세요.” 


“그럼 칠보단혼산(七步斷魂散)을 준비하면 되겠군요.” 


“저도 비슷한 독으로 준비할게요.” 


“참~ 이왕이면 무향(無香), 무취(無臭), 무색(無色)의 독(毒)으로 준비해 주세요.” 


“쩝~ 칠보단혼산에서 약간만 조정하면 됩니다.” 




곽지향과 금막비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독(毒)중에서 무경이 말한 독을 골라 무경에게 전해주었다. 




축시(1~2시)가 다가오는 시간에 풍운과 이막수 등이 돌아왔고 림산일대에 흩어져있던 대륙금위들도 모두 집합했다. 




“곽지향님과 금산반님께 받은 거예요. 운랑과 이막수님께서 가지고 계세요.”




무경은 금막비와 곽지향에게 받은 독(毒)을 풍운과 이막수에게 전해주고 흑도연합군과 대륙금위들을 집합시켰다. 




“지금부터 우리는 적(敵)들이 숨어있는 상은계곡으로 갈 겁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전쟁은 냉혹(冷酷)한 겁니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상대를 죽어야 하는 것이 전쟁입니다. 얼마 전까지 절친한 친구로, 혹은 이웃이었던 사람들을 죽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는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전쟁은 나 하나를 위한 전쟁이 아니라 대륙상회 전체회원과 중원 무림의 운명이 걸린 전쟁이라는 것을 명심하시고 자비(慈悲)심이란 단어는 잊어버리세요. 자~ 그럼 출발하죠.” 


“잠깐만.......이곳은 그냥 비워두고 가도 되는 거야.”


“우리가 떠나면 제가 설치한 진이 발동됩니다. 안심하셔도 돼요.”


“그럼 다행이고..........그런데 정말 끝까지 아무것도 안 알려줄 거야.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풍운의 질문에 무경은 빙그레 미소 짓는다.




“전체적인 작전(作戰)은 상황에 맞추어 변경되기 때문에 지금은 무어라 말씀드리고 힘들어요. 일단 상은계곡에 도착하면 여러분이 하실 일을 알려드릴게요.” 


“쩝~ 알았다. 더 이상 묻지 않을게. 하여튼 이번 작전의 대장은 무경이니까 무경이 알아서 해.” 




무경은 무사들에게 최종적으로 무기를 점검하라고 지시하고 모든 점검이 끝나자 혁린무일행이 숨어있는 상은계곡으로 출발했다. 




“벽랑...........우리가 대륙상회를 위해 싸워야할 필요가 있나요.”




창봉(彰鳳) 여언상은 연인(戀人)인 초하벽과 함께 있었다. 그녀는 흑도(黑道) 무림인들인 자신들이 대륙상회를 돕는 것에 불만이 많은 모양이다. 사실 천마마련이나 배교 입장에서 대륙상회를 도와주어도 아무런 이득도 없는데 목숨 걸고 싸울 필요가 없지 않는가?




“언상..........배교는 입장이 틀리겠지만 우리 천마마련과 사사천교는 대륙상회를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야. 나는 매제이자 생명의 은인인 풍운을 위해 싸우고, 사사천교는 태상장로를 위해 싸우는 거야.”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그럼 우리 배교는 벽랑을 위해 싸운다고 생각하면 되는 건가요?




여언상이 웃으며 말하자 초하벽은 말없이 언상의 손을 잡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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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린무는 기분이 좋았다. 골치 아픈 무림군과 십이사가 자신들의 계획대로 피터지게 싸우고, 사해방의 사해맹룡과 상관장로가 무사들을 이끌고 무사히 도착해서 기분이 좋은 것이다. 혁린무는 사해맹룡과 상관장로 그리고 육철량과 자신의 군막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하하하~ 말로만 들던 사해맹룡님과 상관장로님을 만나서 반갑습니다. 정말 잘 오셨습니다.” 




혁린무가 사해맹룡과 상관장로의 잔에 술을 따라주며 말하자 사해맹룡은 육철량의 눈치를 보며 약간의 술을 마셨고, 상관장로는 눈을 가늘게 뜨고 혁린무를 바라보며 술을 마신다. 




“멀길 오시느라 수고하셨으니 오늘은 일단 한잔하시면서 쉬세요.” 


“혁린무공자님이라고 하셨죠. 공자님께서 얼마 전부터 육방주와 손을 잡으셨다고 들었는데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상관장로는 술잔을 내려놓고 혁린무를 바라본다.




“뭐죠? 말씀하세요.”


“대륙상회를 장악한 하면........공자님은 대륙상회에 무엇을 원하시죠. 그냥 도와주시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예? 그게 무슨 말씀인지........?” 


“이왕일이 말이 나왔으니 모두 솔직해지는 편이 좋겠습니다. 저와 육방주 사이에는 비밀협약이 있었습니다. 금산반을 죽이고 대륙상회를 장악하면 제가 회장이 되고, 육방주는 수륙(水陸)물류망의 총책임자가 되기로 했죠. 물론 차기 회장은 육방주가 되는 겁니다. 저는 공자님과 육방주 사이에 무슨 말들이 있었는지는 몰라요. 하지만 저와 육방주 사이에.........” 


“잠깐만........말을 막아서 죄송합니다.........저는 대륙상회에 많은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육방주가 회장이 되어도 좋고, 장로님께서 회장이 되어도 좋아요. 그건 두 분이 알아서 하실 일입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어느 분이 회장이 되던 대륙상회가 우리 일에 협조하시겠다는 다짐만 하신다면 더 이상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 




혁린무의 말에 상관장로는 잠간동안 미간(眉間)을 찌푸리고 있었다. 상관장로도 배화교가 어떤 세력인지 알고 있으며 그들이 어떤 야욕(野慾)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다. 배화교는 중원 무림을 정복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으니 그 일에 대륙상회가 협조해 달라는 말이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누가 회장이 되던 배화교일에 협력만 해주면 된다는 말씀이죠. 그럼 됐어요. 나머지 일은 육방주와 상의하겠습니다.” 




상관장로의 말에 혁린무는 겉으로는 웃고 말았지만 속으로 욕을 하고 있었다. 




(욕심이 목구멍까지 찼군. 이런 늙은이보다는 멍청하긴 해도 육방주 같은 놈이 다루기 편하지.) 




“아따! 상관장로님........무슨 쓸데없는 걱정을 하세요.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당연히 회장은 상관장로님이 하셔야죠.” 




육철량은 상관장로에게 술을 따르며 호탕하게 웃는다. 하지만 역시 육철량도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힘들게 장악한 대륙상회를 상관장로 같은 늙은이에게 주고 싶겠는가?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약자(弱子)이니 속마음을 감출 수밖에 없다. 군막에 모인 사람들은 속마음을 감추고 겉으로는 호탕하게 웃으며 술을 마시고 있다. 아마도 오월동주(吳越同舟)와 같은 심정으로 술을 마시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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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오삼살도 오랜만에 만나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동안 고생했다. 자~ 한잔 마셔.” 




일살이 이살과 삼살에게 술을 따라준다. 이살은 단번에 술잔을 목구멍에 털어 넣고, 잔을 거칠게 탁자에 내려놓는다.




“십팔~ 생각할수록 열 받네.........꼭 우리가 경비를 서야하는 거야. 공자님께서 지시하시니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부하들의 설득하느라 입술이 마를 지경이다.” 




이살이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큰소리로 떠들자 일살이 이살의 어깨를 두드린다.




“자네가 참아.........사해방이나 상관장로의 무사들은 손님들이잖아. 그리고 먼 길을 달려오느라 치쳤으니 우리가 대접해야지.” 


“십팔~ 지친것 모두 마찬가지 아니야. 더구나 일살과 함께 온 우리 식구들은 그놈들과 함께 도착했잖아. 그런데 그들은 보조를 쓰고 있어. 얼마나 열 받는 일이야.” 


“하루만 참자. 내일이면 끝나잖아.” 




이살은 술병을 들어 병째로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예이~ 십팔~.............우리가 중원 놈들 뒤치다꺼리나 하고 있으니 한심해서 하는 말이다. 술들 마시고 있어. 나는 잠깐 돌아보고 올게.” 




이살이 군막을 나가자 일살과 삼살은 한숨을 쉬며 술을 마신다. 현제 상은계곡에는 사해맹룡과 함께 온 사해방 무사들과 상관장로와 함께 온 무사들이 배화교무사들과 함께 섞여있다. 그런데 그들이 쉬는 군막을 준비한 것도 배화교무사들이며 그들이 먹은 음식을 마련한 것도 배화교무사들이다. 그것뿐인가? 그놈들은 자신들이 차려준 밥만 처먹고 자신들이 준비해준 군막에서 편안하게 쉬고 있는데 배화교무사들은 보초까지 서야한다. 아무리 혁린무의 지시라고 하지만 중원 무림을 정복하겠다고 온 배화교무사들이 남들 뒤치다꺼리나 하고 있으니 얼마나 분통이 터지겠는가? 




이살이 얼큰하게 취해서 군막 주위를 돌아보니 구석에 앉아서 자기들끼리 떠들고 있는 흑풍대 무사들이 보인다. 




“십팔~ 더럽게 춥네.” 


“나도 춥다. 날씨가 추운 것이 아니라 마음이 춥다. 이게 뭐하는 짓이냐?” 


“글쎄 말이다. 우리가 저런 새끼들 뒤치다꺼리나 하고 있으려니 배알이 꼴려서 미치겠다.”


“험험~ 다들 수고한다. 수상한 놈은 없지.” 




이살이 헛기침을 하면서 나타나자 흑풍대 무사들이 재빨리 일어나 인사를 한다. 




“근무 중.........이상 무. 수상한 놈은 없습니다.” 


“그래. 알았다. 하룻밤에 더 고생해라.” 




이살은 무사들을 어깨를 두드리고 다른 곳으로 간다. 




“술 냄새가 진동을 하는군. 술 처먹고 할일 없으니 한바퀴 도는 모양이지.” 


“야야~ 그만하고 앉자.” 




무사들은 이살이 떠나자 다시 쭈그리고 앉아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상은계곡 곳곳을 경비하고 있는 보초들대부분은 배화교 흑풍대 무사들이었다. 계급이 깡패라고 같은 배화교 무사들 중에서도 흑풍대 무사보다 신분이 높은 혈영대 무사들는 흑풍대 무사들에게 모든 잡일을 떠넘겨 버린 것이다. 섬서성에서부터 도망치듯 림산으로 달려온 흑풍대 무사들은 낮에는 군막과 음식을 준비해야했고 밤에 보초까지 쓰려니 죽을 맛이라 꾸벅꾸벅 졸고 있는 무사들이 태반이었다. 이살은 계곡을 돌아보면 쓰게 웃고 말았다. 이살도 흑풍대 무사들이 힘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졸고 있는 무사들만 나무라기도 힘들었다. 이살은 졸고 있는 무사들을 깨우며 한바퀴 돌더니 다시 군막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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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린무일행이 숨어있는 상은계곡의 입구에 풍운일행이 도착했다. 무경은 혹시나 싶어 이곳까지 이동하는 중에 풍운과 이막수 등 십이사에게 뒤를 밟은 놈들을 감시하라고 했다. 무경은 상은계곡의 지형과 바람의 방향을 유심히 살펴보고 풍운과 십이사를 불렸다. 




“계속 운랑과 여러분께만 일을 시켜서 죄송한데 이번에도 여러분이 수고 좀 해주세요.”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며 우리가 해야지. 자~ 또 무슨 분부(分付)가 있으신지요.” 




풍운의 말에 무경은 피식 웃더니 검(劍) 한 자루 풍운에게 건네주었다. 




“운랑이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혹시 모르니 가지고 가세요. 지금부터 운랑과 여러분은 상은계곡 곳곳에 숨어있는 보초들을 제거해 주세요. 우리들은 그동안 따로 준비할 것이 있어요.” 


“알았어.........이막수님과 유미림님은 오른쪽...........금막비님과 마수님은 왼쪽.........사우님과 천유는 뒤를 청소(?)해 주세요. 저는 곽지향님과 정면을 청소하겠습니다.” 


“일사님........저도 비랑과 같이 가면 안 될까요.” 




풍운일행을 따라온 당령은 금막비가 걱정되어 같이 가고 싶은 모양이다. 




“당령님은 저와 함께 있어요. 당령님께서 저를 보호해 주셔야죠.” 


“아.......알았어요. 그럼 그렇게 하죠.” 




무경의 말에 당령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려나자 풍운을 비롯한 십이사가 상은계곡 곳곳에 숨어 있는 보초들을 제거하기 위해 출발했다. 무경은 풍운일행이 출발하자 금산반과 초하벽을 불렸다. 




“초하벽님..........사사비연대에게 연을 준비하라고 하세요. 운랑일행이 돌아오시면 상은계곡에 벽력탄을 투하(投下)할 겁니다.” 


“불쌍한 놈들.........싸움이 시작되기 전에 불벼락부터 맞겠군. 알겠습니다. 사사비연대에게 준비하라고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초하벽님을 비롯한 모든 분들께 입고 있는 겉옷을 모두 벗고 천마마련의 표식이 될만한 물건들을 모두 버리라고 하세요.” 


“예? 그건 또 왜요?” 


“나중에 설명해 드릴게요.” 


“쩝~ 알겠습니다.” 




무경은 초하벽이 물려가자 땅에 쭈그리고 앉아 주위일대의 지형을 그렸다. 




“금산반이 앉아보세요.” 




금산반이 자리에 앉으니 무경은 땅에 그린 지도에 몇 개의 동그라미를 친다. 




“마찬가지로 대륙금위들에게도 겉옷과 머리에 쓰고 있는 장식구들을 모두 벗고 옷을 찍어 금색 두건 만든 다음 한사람도 빠짐없이 착용하라고 하세요. 그 다음 백오십 명씩 조를 이루어 이곳과 이곳 그리고 이곳에 잠복(潛伏)하라고 하세요.” 


“알겠습니다.” 


“아참~ 사사비연대가 벽력탄을 터트리면 도망치는 놈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 놈들은 그냥 보내주라고 하세요.”


“사소취대(捨小取大)..........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한다. 도망치는 놈들은 그냥 보내주고 주력(主力)을 치라는 말씀이죠?” 


“아니요. 놈들이 몰려오면 혼란한 틈을 이용해 놈들 틈으로 숨어드는 겁니다. 아마 그때는 이미 천마마련 무사들도 놈들 틈이 끼어있을 거예요. 물론 그들도 이마에 금색 두건을 하고 있을 것이니 누가 아군(我軍)인지 확인할 수 있겠죠.” 


“음~ 무슨 작전인지는 모르겠지만 시키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그런데 말씀하신 곳은 이렇게 3군데인데........만일 놈들이 우리가 숨어 있는 곳으로 안 오면 어떻게 합니까?” 


“반드시 3곳 중에 한곳으로는 와요.”


“만일 한곳으로만 오면 나머지 두 곳의 금위들은 어떻게 하죠. 그냥 계속 숨어있으라고 합니까?”


“나머지 금위들은 적(敵)의 주력이 모두 빠져나가면 상은계곡으로 진격(進擊)하여 미처 도망치지 못한 잔당(殘黨)을 섬멸(殲滅)하라고 하세요. 아마 그때가 되면 별도의 지시가 내려갈 겁니다.” 


“알겠습니다. 부분대로 시행하겠습니다.”




금산반이 물려가자 무경은 당령과 귀왕사령을 데리고 대륙금위들에게 가서 그들이 벗어놓은 몇 벌의 옷을 가져와 길게 찢어서 천마마련 무사들에게 나누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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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은 천이통과 천안통으로 주위를 살피며 계곡으로 들어가 보니 여기저기에서 사람의 인기척이 들린다. 풍운은 옆에 있는 곽지향에게 눈짓으로 놈들이 숨어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곽지향은 풍운의 소매를 잡고 바람의 방향을 살펴본다. 




‘일사님 오른쪽에 있는 놈들은 제가 처리할게요. 일사님은 나머지 놈들을 처리하세요.’ 




곽지향의 전음에 풍운은 고개를 끄덕거리고 음양비로 날아올라 무경이 준 검(劍)으로 꾸벅꾸벅 졸고 있는 흑풍대의 목을 베어버렸다. 




“삭각~” 


“욱~” 




뼈가 베어지는 섬뜩한 음향과 함께 짧은 비명소리가 들리더니 꾸벅꾸벅 졸고 있던 흑풍대의 목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풍운은 이미 저만치 날아가 나무위에 숨어 있는 흑풍대 무사를 반으로 베어버리고 있었다. 곽지향은 사슴가죽으로 만든 장갑을 끼더니 품속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내 공중에 하얀 분말을 날리니 하얀 분말은 바람을 타고 흑풍대 무사들이 숨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쿨럭~ 쿨럭~ 욱~ 뭐야.......으악~” 




하얀 분말이 코를 통해 들어가자 흑풍대 무사는 가슴을 움켜잡고 바동거리더니 가슴에서부터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곽지향의 독에 몸이 녹아버리는 것이다. 풍운은 주위에 있던 보초들을 처리하자 곽지향의 손을 잡고 다시 날아올랐다.




천유는 주위가 한눈에 보이는 높은 가지위에 올라 활과 화살을 준비했고, 사우는 숲을 수색하며 흑풍대 무사들이 숨어 있는 곳을 천유에게 알려주었다. 




“피우~” 


“욱~” 




사우의 신호에 맞추어 천유의 화살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자 멀리서 짧은 신음소리와 함께 무사한명의 바닥에 떨어진다. 사우는 목에 화살이 박힌 무사를 지나쳐 바위틈에 숨어 있는 무사를 발견하고 신호를 보냈다. 




“피우~” 


“퍽~” 


“크윽~ 누구...........” 




천유의 화살은 바위틈에 숨어 있던 무사의 가슴을 관통했으나 무사는 한방에 죽지 않고 소리를 지르려 했다. 하지만 사우의 도(刀)가 허공을 가르자 하얀 도영(刀影)이 무사의 목을 베어버린다. 천유는 사우의 신호에 맞추어 다른 나무위로 올라가 다시 활을 쏘니 멀리서 심장에 화살이 박힌 흑풍대 무사가 떨어지는 모습이 보인다.




이막수와 유미림은 둘이 움직이면서도 마친 한사람이 움직이는 것처럼 곳곳에 숨어 있는 흑풍대 무사들을 제거하고 있다. 이막수와 유미림은 잠마동을 출관한 이후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계속 호흡을 맞추어왔기 때문에 이제는 서로의 눈빛만 보고도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정도다. 이막수의 단검(短劍)이 바람을 가르며 흑풍대 무사의 목을 베고 지나가니 유미림의 체직이 확인사살(射殺)을 하듯 무사의 머리통을 박살내버린다. 




“수랑 대충 정리가 끝난 것 같아요. 이제 어떻게 하죠. 돌아갈까요.” 


“가야지. 혹시 모르니 확인하면서 가자.” 


이막수와 유미림은 자신들이 왔던 길을 되돌아오며 다시 한번 계곡을 수색했다.




금막비의 유성우가 날카로운 이빨을 세우고 바람을 가르니 숲에서 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친다. 금막비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유성우를 잡는 것과 동시에 반대편 손을 휘두르니, 손매에서 미세한 침들이 날아가 나무에 박힌다. 




“이게 뭐야. 으악~” 




아름드리나무가 촛농처럼 흘러내리고 나무 뒤에 숨어 있던 무사의 몸도 머리부터 녹아내린다. 금막비의 옆에 있던 마수는 미간(眉間)을 찌푸리며 부채를 날리니 빙글빙글 돌아가는 부채가 무사의 목젖을 베어버리고 마수의 손으로 돌아왔다. 




“혹시 모르니 이거 먹어.” 




유성우를 회수한 금박비가 하얀 알약을 마수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죠.” 


“해약(解藥).” 




마수는 입맛을 다시더니 금막비가 내민 해약을 입속에 떨어 넣었다. 금막비는 다시 앞으로 나가며 유성우를 날리니 달빛에 반짝거리는 유성우는 나무위에서 졸고 있던 흑풍대 무사의 머리를 반으로 갈라버리고 금막비에게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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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시(3~4)가 넘어 주위가 온통 어둠에 잠기고 간간히 늑대의 울음소리만 들리는 시간에 이막수와 유미림이 가장 먼저 무경일행에게 돌아왔고, 맑은 달과 별이 반짝거리는 하늘을 한 마리 새처럼 날아 풍운과 곽지향이 돌아왔다. 그리고 사우와 천유일행이 돌아오고 마지막으로 금막비와 마수가 돌아왔다. 




“모두 무사히 돌아오셨군요. 보초들은 모두 제거하셨나요.” 


“계곡 안쪽을 지키고 있는 보초들은 어쩔 수 없지만 주위를 있던 보초들은 모두 제거했어.” 


“잘 하셨어요. 초하벽님..........사사비연대를 출발시키세요.” 




무경의 명령에 미리 준비하고 있던 30명의 사사비연대가 바람을 타고 날아올랐다. 무경은 달빛이 고고하게 빛나는 밤하늘을 거대한 새처럼 날아가는 사사비연대를 확인하더니 금산비를 불렸다. 




“금산반님! 이제 저희들은 계곡으로 들어갈 거예요. 제가 지시하신 것을 잊지 않으셨죠. 절대 공격하시면 안 됩니다.” 


“알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무경은 금산반에게 다시 한번 강조하고 금산반과 대륙금위를 제외한 나머지 일행과 합께 사사비연대를 따라 상은계곡을 향해 달려갔다. 풍운일행이 떠나자 금산반은 대륙금위를 3개조로 나누어 무경이 지정한 장소로 이동했다. 




“사부! 도대체 무슨 속셈이죠.” 




금산반의 옆에 달려가던 명운이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어본다. 스스로 제법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명운도 무경의 속을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몰라. 천기제갈(天氣諸葛) 제갈무경이라고 불리는 사람 속을 내가 어떻게 알겠냐?” 


“사부한테 물어본 내가 바보지. 나도 모르는데 사부가 알겠어요.” 


“죽일 놈의 새끼........말하는 싸가지 하고는..........하여튼 제자 놈이라고 정이 안가요?” 


“농담은 그만하고 빨리 갑시다. 무슨 속셈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때문에 일을 망치면 안 되잖아요.” 




금산반과 명운은 200명의 대륙금위들과 무경이 지정한 장소로 달려가 몸을 숨긴다. 150명씩 조를 나누다보니 금산반이 속한 조는 200명이 된 것이다.




무경과 풍운일행이 상은계곡이 한눈에 보이는 언덕에 도착했다. 무경은 군막들이 펼쳐진 계곡을 살펴보다가 하늘을 올려다보니 거대한 박쥐같은 사사비연대가 계곡의 하늘 위에 나타났다. 무경은 곧바로 초하벽을 불렸다.




“초하벽님........잠시 후에 사사비연대가 벽력탄을 투하(投下)하면 군막일대가 엄청난 혼란에 빠질 겁니다. 그때 초하벽님은 무사들을 이끌고 적진(敵陣)에 침투하세요. 현재 놈들은 사해방 무사들과 상관장로의 무사들이 어지럽게 엉켜있어 서로의 얼굴을 모르니 발각될 확률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한 가지 명심할 것은 지금부터 절대 아무것도 마세요. 음식은 물론 흐르는 계곡물도 마시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우리만 가는 겁니까? 아니면 무경님 일행도 같이 가는 겁니까?” 


“운랑과 나머지 분들은 따로 하실 일이 있기 때문에 여기서 헤어져야 해요. 물론 일이 끝나면 운랑께서 초하벽님을 찾아갈 게예요.”


“알겠습니다. 일단 무사들에게 공지부터 해야겠네요. 아참~ 나누어주신 금색 두건도 모두 착용해야하는 거죠.” 


“물론이죠.” 




무경의 대답에 초하벽은 천마마령대와 배교의 무사들에게 무경의 말을 전했다. 




“나머지 분들은 저를 따라오세요.” 




무경은 풍운일행과 당령일행을 이끌고 숲이 우겨진 곳으로 가더니 몇 개의 나무거지를 숲의 여기저기 꽂고 주위에 있는 나뭇가지에 몇 개의 천을 매달았다. 




“운랑.........제가 방금 설치한 진은 은닉진(隱匿陣)의 한가지에요. 먼저 생문을 알려드릴게요.” 




무경은 자신이 설치한 진의 생문을 풍운에게 설명해 주었다.




“이제 아시겠어요.”“대충.........생문만 기억하고 있으면 되는 거잖아.”


“좋아요. 바람의 방향을 보면 사사비연대는 동북쪽에 날아갈 거예요. 운랑은 사사비연대를 쫓아가 그들을 이곳을 데려오세요. 우리는 운랑이 오실 때까지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게요” 


“알았어. 그럼 다녀올게.”




풍운이 출발하자 무경은 풍운이 지나간 자리에 나뭇가지를 꽂으니 무경일행의 모습이 삽시간에 살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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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막주위를 지키고 있던 흑풍대 무사 한명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갑자기 자신의 신세가 처량해서 고향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어라~ 저게 뭐야.” 




무사는 손등으로 눈을 비비고 다시 하늘을 보니 거대한 박쥐들이 공중을 선회하며 천천히 밑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무사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옆에서 졸고 있는 무사를 깨웠다. 




“이봐~ 이봐~ 일어나봐~” 


“뭐야~” 




옆에서 졸고 있던 무사가 귀찮다는 표정으로 목을 긁으며 일어난다. 




“저기........저길 봐~” 


“뭔데 그래.” 




잠에서 깨어나 무사는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저.......저게 뭐야.” 


“자네도 보이지?.........내가 헛것을 본 것이 아니지. 비상.........비상. 모두 일어나.” 




무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소리를 지르자 여기저기 졸고 있던 무사들도 정신을 차리고 활과 화살을 준비한다고 법석을 떨었다. 사사비연대는 자신들을 바라보며 소리를 지르고 있는 무사들을 보고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들고 있던 벽력탄을 일제히 투하(投下)하고 바람을 타고 동북쪽으로 날아올랐다. 




“피우~” 




몇 개의 화살이 허공을 가르지만 이미 하늘 높이 솟구친 사사비연대에게 미치지 못하고 밝은 달빛에 반짝거리는 붉은 색 벽력탄과 함께 떨어져 내린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무사들과 군막들 사이에 화살과 함께 벽력탄이 털어졌다. 




“쾅아아앙앙~” 


“콰아아아아아앙~” 


“크악~ 피해라. 화탄이다.” 




인시가 넘어 모두가 잠든 시간에 군막 일대에서 하늘로 솟구치는 불기둥과 함께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20개의 벽력탄이 한번에 터지며 군막이 통째로 날아가고 먼 길을 쉬지 않고 달려와 곤하게 잠들어 있던 무사들이 푸줏간의 고기 덩어리처럼 변해 사방으로 날아갔다. 




혁린무는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다가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폭음소리에 깜짝 놀라 밖으로 나와 보니 계곡전체에 매캐한 화약 냄새와 살타는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이럴 수가? 이게 어떻게 된 거야.” 




혁린무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군막과 그곳에서 자고 있던 무사들이 흔적도 없이 날아가고 여기저기 온몸에 불이 붙어 뒹굴고 있는 무사들의 비명소리가 계곡에 가득하다. 




“당황하지 마. 사람들을 구해.” 




혁린무는 폭풍도를 뽑아 땅을 내리치니 강맹한 도기(刀氣)가 땅을 가르며 흙들이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혁린무는 온몸에 불이 붙여 뒹굴고 있는 무사들에게 흙을 뿌리고 불길을 피해 정신없이 도망치는 무사들을 수습해서 물을 끄라고 했다. 




“공자님.......공자님..........다행이 무사하시군요.” 




혁린무에게 형오삼살이 달려왔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무사들 말로는 거대한 박쥐들이 폭약을 던지고 갔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자세한 것은 나중에 이야기하고 일단 현장을 수습해! 빨리.” 


“알겠습니다.” 




형오삼살은 곧바로 달려가 무사들을 수습해서 불을 끄기 시작했다.




<<계속>>




ps : **에 들어오면 1부씩 올리겠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천향의 향기는 지금도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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