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혈화 진서연 - 1부

본문

이러지 말아야지. 죽더라도 




인간으로 살다가 마지막까지 그렇게 버티다 죽어버리자. 




아. 차라리 죽자. 이렇게 살 바에야. 










입가에 덕지덕지 붙은 핏자국을 혀로 닦아내며, 또 다시 죽지 못하고 살아 있음을 저주했다. 이번엔 누굴까? 부디 화연이나 춘섬이는 아니길 바랐다.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손가락에 긴 머리카락 뭉치가 느껴졌다. 긴 머리면, 역시 화연인가. 친동기간으로 지내왔는데, 난 이제 동생의 살점을 먹고 또 일 년의 시간을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건가? 죽자. 




혀를 깨물었다. 아래턱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점혈을 당한 건가? 손은 움직일 수 있는데, 눈을 뜨자. 만약 화연이를 먹은 거라면 움직일 수 있는 손으로 천령개라도 내리쳐 죽자. 










진서연이 눈을 떴을 때 눈 앞에 보인 것은 어둠이었다. 숨구멍이 몇 개 뚤린 철제 상자에 옴싹달싹 할 수 없도록 갇혀 있었는데, 약간 몸을 움직일 수는 있어도 손을 들어 머리를 내리치거나 할 정도의 공간은 나지 않았다. 아버지인가? 




“아버지. 문을 열어 주세요. 답답해요.” 




잔뜩 겁에 질린 목소리가 들렸다. 춘섬이였다. 




“아가씨, 내일 까지는 움직일 수 없을 거라고 했어요. 지금 아가씨 입에 작은 대롱이 연결 되어 있으니 목이 마르시면 물을 드실 수가 있어요. 다른 건 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아가씨를 가둔 상자는 만년한철로 만든 것입니다. 하악근(아랫턱)의 혈도와 목 뒤 경추는 침으로 점혈해 놓았습니다. 혹시나 자살하실까 봐요.” 




“섬섬아. 연이는? 연이는?” 




“화연이는 어르신의 심부름으로 섬을 떠났습니다. 한 2년 정도 걸릴 일이라고 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진서연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런 거니? 내가 그런 거니?” 




“아닙니다. 아가씨 진짜 아니에요.” 




“그러게, 내가 죽는 댔잖아. 언젠가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다고. 5월까지는 섬에서 벗어나 내 곁에서 멀어지라고 했잖아. 사형수의 생살을 뜯는 한이 있어도, 죽는 한이 있어도, 내가 화연이를……. 그래선 안되는 거잖아.” 




“아니에요. 아가씨. 진짜로 아니에요.” 




시비 춘섬이 진서연이 갇힌 철제 상자를 끌어안고 눈물을 터뜨릴 때, 진서연의 아비이자, 검제라는 이름으로 온 대륙의 검사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진영현은 아내 독심나찰 당예의 손을 잡고, 설득을 하고 있었다. 






“포기하시오. 우리 딸을 살리자고, 언제까지 이런 일을 할 수는 없어.” 




“어쩌겠어요. 고작 100명도 안 되잖아요. 앞으로 저 아이가 100살을 산 다고 해도, 저 아이의 미래를 위해 죽어갈 사람이라 해 봤자, 겨우 84명이라고요. 난 멈출 수 없어요. 그리고 다비선사가 곧 연아의 피에 깃든 저주받은 마물을 반드시 잡아낼 거라고 했어요. 난 그를 믿어요. 우리의 자식이잖아요.” 




“생사람의 목숨을, 이 업을 다 어찌 받으려고 하시는 게요.” 




“괜찮아요. 연아가 받을 업보 따윈, 내가 다 짊어지고 가겠어요. 당신이야말로, 연아를 언제까지 저리 둘 거죠?” 




“이번엔 화연이요. 사실을 알게 되면, 아니 어쩌면 벌써 알았을 지도 모르지. 정말로 풀어주면 바로 죽으려고 할 거요. 사흘은 지나야 체념할거요. 그 때까진 저리 둘 수밖에 없지.” 




“이번에 깨어나면 당신의 정의27검을 전수하세요.” 




“그럴 순 없소. 지금의 연아에게 정의검을 쥐어 준다는 것은 세상에 우환을 던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요. 정의검을 수련할 의지와 성품이 아직 연아에겐 모자라다는 걸 당신도 알고 있지 않소.” 




“그럼, 당문의 비기를 가르치겠어요.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재질을 우리 딸은 가지고 있어요. 2대에 걸친 천하제일인. 천하제일이 되면 연아의 괴벽 따윈 아무 것도 아닌 게 될 수 있어요. 정신적인 성장이 좀 모자라지만, 그건 상공과 내가 채워줄 수 있는 부분일 거예요. 아버지를 모시겠어요.” 




“장인어른을 모시는 문제에 대해선 찬성이지만, 그것은 독성의 반열에 오른 장인어른께 연아의 상태에 대해 묻고 싶어서요.” 




“전 사천으로 보내는 전서구를 띄우고 오겠어요.” 










울고 있던 진서연은 문득 깨달았다는 듯, 자신의 옆에서 대기하고 있는 춘섬이에게 물었다. 




“화연이의 시신은 어떻게 했어? 설마, 그 화산골에 던져 버린 것은 아니지? 그래선 안되는 거잖아.” 




“아닙니다. 정말로 화연이는 어르신의 심부름을 갔습니다. 이번에 지워진 사람은 정말로 세상에 있어선 안 될 사악한 사갈마녀였습니다. 정부랑 바람을 피워서, 정부와 함께 자기의 지아비를 살해하고 그 재산을 가로챈 여자였습니다.” 




진서연에게선 말이 없었다. 춘섬은 그녀가 자신의 말을 믿고 있지 않음을 깨닫고는 다시 한 번 힘을 줘서 말을 하려는데, 진서연이 쓸쓸한 목소리로 말했다. 




“춘섬아. 내가 매번 그런 여자들을 먹어와서 이렇게 된 걸까? 그 사람들의 나쁜 마음이 가슴의 한 구석에 쌓여서, 숨이 막혀.” 




“아가씨 그러지 마세요. 괜찮아 질 거예요. 아가씨 잘못이 아니잖아요. 사람을 태어나게 하고 그런 괴질을 같이 준 하늘의 탓이죠. 아가씨의 탓이 아니에요.” 




“나같은 건 태어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텐데. 난 다음엔 그냥 풀이나 돌같이 생각을 하지 않는 존재로 태어나서 소에게 뜯어 먹히고, 사람들의 발에 채이며 살았으면 좋겠어. 억겁의 시간동안 그렇게 살아도 내가 살겠다고 지은 죄를 다 못 갚을 것 같아.

[19금]레드썬 사이트는 성인컨텐츠가 합법인 미주,일본,호주,유럽 등 한글 사용자들을 위한 성인 전용서비스이며 미성년자의 출입을 금지합니다. 사이트는의 자료들은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작권,초상권에 위반되는 자료가 있다면 신고게시판을 이용해 주세요.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전체 881건 30 페이지    AD: 비아그라 최음제 쇼핑몰   | 섹파 만나러 가기   |
게시물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