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239부

본문

마위의 안내를 받아 쌍마(雙魔)와 십이살(十二殺)이 검산계곡입구에 도착했다. 마위는 무사들에게 신호를 보내자 무사한명이 먼저 달려가 계곡을 감시하던 다른 무사와 함께 돌아왔다. 




“계곡 상황은 어때. 특별한 움직임이라도 있어.” 


“어제 밤부터 검산계곡일대에 짙은 안개가 끼어 십이사들의 동태(動態)를 파악할 수 없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갑자기 안개가 왜 끼어.” 


“아무래도 제갈무경이 진을 설치한 모양입니다. 어제 저녁에 돌탑을 세우고 몇 개의 바위를 옮기더니 그때부터 안개가 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 천기제갈(天機諸葛) 제갈무경이라는 년이 십이사(十二死)와 함께 있지. 그년이 우릴 현혹(眩惑)시키기 위해 진을 설치할 수 있겠군. 쌍마(雙魔)님!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살펴보고 오겠습니다.” 




마위가 쌍마(雙魔)를 돌아보며 양해를 구했다. 




“혹시 놈들이 도망치진 않았겠지.” 


“어제부터 감숙성 일대의 모든 시안무사를 총동원해 계곡일대를 감시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귀신같은 놈들이라도 우리의 감시망을 피해 도망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럼 안심이군. 다녀오게. 우린 여기서 기다리겠네.” 




쌍마(雙魔)와 십이살을 두고 마위는 무사들 동반하고 검산계곡으로 들어오니 무사들의 말대로 검산계곡 일대가 짙은 안개로 인해 바로 눈앞에 있는 사물도 분간하기 힘들 정도다. 




“계곡 밖에서 볼 때는 몰랐는데 직접 와서 보니 할 말이 없군.” 




마위는 주위를 둘려보다가 가장 높은 나무꼭대기로 올라가 계곡일대를 둘려보았으나 안개가 너무 짙어 도대체 어떤 진인지 파악하기조차 힘들었다. 




“빌어먹을........직접 몸으로 부딪쳐야 한다는 건가?” 




마위는 잠시 생각하다가 밑으로 내려와 사안무사 중 감숙성을 담당하는 책임자를 불렸다. 




“부르셨습니까?” 


“폭약을 구하려면 얼마나 걸리겠나?” 


“얼마나 필요하십니까?” 


“계곡일대를 모두 날려버릴 수 있는 양.” 


“폭약은 관(官)에서 통제하는 품목이라 단시간에 그렇게 많은 양을 구하기 힘듭니다. 더구나 이곳은 국경과 가까워 관의 통제가 심합니다.” 


“되는 일이 없군. 한시진의 시간을 주겠다. 최선을 다해 구해봐.” 


“알겠습니다. 최대한 빠른 시간에 많은 양을 확보하겠습니다.” 




무사는 몇 명의 무사를 이끌고 계곡 밖으로 달려갔고 마위는 다시 쌍마(雙魔)가 기다리는 입구로 왔다. 




“어때! 어떤 진인지 파악했나?” 


“안개가 너무 짙어서 파악이 안 됩니다.” 


“쩝~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건가?” 


“한시진만 기다려주세요. 폭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폭약으로 계곡을 날려버리겠다. 벼룩 한 마리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자는 말인가? 됐어. 폭약은 필요 없네.” 


“제갈무경은 하늘도 속인다는 지혜를 가진 여인입니다. 림산전투에서 적(敵)의 그림자도 못보고 패배한 것이 좋은 예가 아닙니까? 그때도 그년이 계략을 꾸민 겁니다.”


“지금 우릴 그런 애송이들하고 비교하는 건가?” 




마위는 얼른 일마(一魔)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일마(一魔)는 자신과 혁린무를 비교하는 것이 기분나쁜 것이다. 교주의 둘째 아들인 혁린무와 비교하는 것이 기분 나쁘다고 말할 정도라면 일마(一魔)은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사람인 모양이다. 일마(一魔)의 사늘한 표정에 마위는 얼른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그런 뜻이 아니라 조심해서 나쁠 것이 없다는 뜻으로.........” 


“그만하게. 십이사(十二死)놈들을 처리하는 것은 우리에게 맡기고 자네는 놈들이 도망치지 못하게 포위나 똑바로 하고 있어.” 


“아, 알겠습니다.” 




마위가 얼른 고개를 숙이자 쌍마(雙魔)는 눈빛을 교환하더니 십이살(十二殺)을 이끌고 검산계곡으로 들어갔다. 




“진안에 또 다른 함정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걱정이군. 모르겠다. 쌍마(雙魔)님께서 알아서 하시겠다고 하셨으니 나중에 나한테 책임을 떠넘기진 않겠지.” 




마위는 씁쓸하게 웃으며 시안무사들과 함께 쌍마(雙魔)와 십이살(十二殺)의 활약을 지켜보기로 했다. 쌍마(雙魔)가 막상 계곡에 들어와 보니 겉에서 볼 때와 다르게 한치 앞도 분간하기 힘들만큼 짙은 안개가 끼어 있다. 하지만 마위에서 큰소리까지 치고 왔다는 여기서 물려나긴 힘들다. 




“일마(一魔)! 이대로 들어갈 거야........무작정 들어가다간 크게 당할 수 있겠는데.”


“큰소리까지 치고 왔는데 이대로 물려나면 체면이 말이 아니야. 좀 무리를 해서라도 홍명마안(烘明魔眼)을 사용할 수밖에 없어.”


“나도 그 생각은 했는데.......홍명마안은 내공소비가 극심하지 않는가. 십이사(十二死)와 싸우기도 전에 힘을 낭비한다는 건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자네는 십이사(十二死)가 무서운 모양이지. 그놈들은 우리 배화교가 키운 사냥개일 뿐이야. 그런 애송이들을 겁낸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사냥개도 사냥개 나름이지. 주인도 몰라보는 미친개들 아닌가? 더구나 삼공자와 이공자도 그놈들한테 당했어.”


“자네도 마위하고 똑같은 말을 하는군. 그렇게 걱정되면 자네는 빠져.”


“하여튼 고집은........알았네. 가면 될 것 아닌가?”




일마(一魔)가 짜증을 내며 말하자 이마(二魔)는 마지못해 선두로 나섰다. 일마(一魔)는 외골수적인 성격이라 한번 한다면 끝까지 하는 놈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쌍마(雙魔)가 내공을 끌어올려 눈에 집중하니 붉게 터오는 횃불처럼 눈동자에서 붉은 빛이 일렁거린다. 




“홍명마안을 오랜만에 써보는군.” 




홍명마안은 빛과 어둠에 구애(拘礙)됨이 없고 허상(虛像)에 현혹(眩惑)됨이 없이 사물을 직시할 수 있는 눈이라 불리는 무공으로 풍운이 차크라를 각성하며 깨달은 제3의 눈과 비슷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제3의 눈이 깨달음을 통해 자연적으로 터득한 제3의 감각이라고 한다면 홍명마안은 내공의 힘으로 초감각(超感覺)을 끌어올리기 때문에 내공소모가 극심하다는 단점이 있다. 




“조심해. 함정이 있을 지도 몰라.” 


“알았네. 조심해서 따라오게.” 




이마(二魔)는 품속에서 두개의 륜(輪)을 꺼내 양손에 잡고 조심스럽게 진법으로 들어갔다. 이마(二魔)를 선두로 십이살(十二殺)과 일마(一魔)가 진법으로 들어서자 짙은 안개가 사라지고 거대한 파도가 쌍마(雙魔)와 십이살(十二殺)들을 향해 덮쳐왔다. 




“크아악~” 




십이살(十二殺)이 소리를 지르며 무기를 꺼낸다. 홍안마안으로 초감각을 일으킨 쌍마(雙魔)는 파도가 허상(虛像)이라는 것을 알지만 십이살(十二殺)은 아니지 않는가? 




“갈~ 움직이지 마라.” 




일마(一魔)가 마황후(魔皇吼)를 터트리자 검산계곡일대가 요동치며 파도가 물거품처럼 흩어진다. 




“십이살(十二殺)은 별도의 명령이 있을 때까지 앞에 가는 이마(二魔)를 따르라. 절대 개별적인 행동은 하지 마라” 




일마(一魔)의 명령에 십이살(十二殺)은 무기를 거두고 이마(二魔)의 뒤를 졸졸 따라간다. 쌍마(雙魔)일이 조금 더 나아가자 이번에는 주위가 칠흑 같은 어둠에 잠기더니 귀신들의 호곡(號哭)소리와 함께 아이들이 치열하게 싸우는 모습과 시체를 파먹는 처참한 광경이 펼쳐졌다. 




“크아아악~” 




일살(一殺)을 비롯한 십이살(十二殺)이 머리를 감싸며 처절하게 울부짖는다. 주위에 나타난 허상(虛像)들을 보니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는 잠마동에서의 일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진정해. 이건 현실이 아니야. 허상(虛像)이야.” 




일마(一魔)가 마황후로 십이살(十二殺)들을 진정시켜보려 하지만 한번 흥분한 십이살(十二殺)을 진정시키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마황후도 통하지 않는군. 할 수 없군.” 




일마(一魔)가 공중으로 솟구치더니 땅을 향해 떨어진다. 




“쿠쿵~” 




지축(地軸)을 울리는 거대한 폭음과 함께 일마(一魔)주위일대의 흙과 돌들이 분분히 날아오르고 가뭄철 논바닥처럼 땅이 갈라진다. 무경이 설치한 진을 부셔버리기 위해 일마(一魔)가 마황군림보(魔皇君臨步)를 펼친 것이다. 




“헉~ 헉~ 헉~” 




머리를 쥐어뜯고 있던 십이살(十二殺)은 허상이 사라지자 거침 숨을 몰아쉬며 자리에 주저앉는다. 비록 허상은 사라졌지만 심리적인 타격이 상당한 모양이다.




“모든 것이 허상이다. 현혹되지 마라.” 


“자자~ 일어나. 가자.” 




쌍마(雙魔)가 고함을 지르며 다그치니 바닥에 주저앉았던 십이살(十二殺)이 힘들게 일어나 이마(二魔)의 뒤를 따른다. 하지만 무경이 설치한 진은 이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 쌍마(雙馬)일행이 조금 더 전진하니 이번에는 주위가 오통 하얀색으로 변한다. 




지저분한 방안에 온몸이 헐숙한 아기가 울고 있고, 한 남자가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멍한 눈빛으로 아기를 보고 있다. 아기의 울음소리가 높아지자 남자는 문을 박차고 뛰쳐나간다. 




“지독하군. 홍명마안을 펼쳤는데도 허상이 보인단 말이지” 




일마(一魔)가 중얼거리며 내공을 끌어올리니 두 눈이 횃불처럼 타오르며 허상이 사라진다. 조금 전의 허상은 일마(一魔)가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아 기억의 저편에 묻어놓은 가슴 아픈 기억이다. 




“으아아악~” 




십이살(十二殺)들 모두가 머리를 감싸고 바닥을 구른다. 일마(一魔)와 마찬가지로 지금까지의 삶 중에서 가장 아픈 기억이 허상으로 떠오른 모양이다. 




“크윽~”




사살(四殺)이 머리를 감싸며 바닥을 구른다. 기억의 저편에 억눌려 있던 처참한 과거가 떠오른다.15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이 들판에서 전쟁놀이를 하고 있다. 하늘에 먹구름이 물려오더니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비를 피하기 위해 커다란 나무 밑에 모여들었다. 아이들이 비에 젖은 상대방을 보며 웃고 떠들고 있는데 갈색무복을 입은 사내가 나타나 두루마기를 내밀었다. 아이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한 아이가 용기를 내서 두루마기를 받아 펼쳤다. 갑자기 주위가 어두워지며 거대한 광장에 버려진 아이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얼마 전까지 함께 웃고 떠들던 친구들이 다른 친구의 시체를 먹고 있다. 이건 아니다. 이건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다. 친구들에게 달려가려는 순간 목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살기(殺氣)에 무의식적으로 팔을 휘저었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느낌과 함께 친구의 머리가 발밑으로 굴려왔다. 머리가 잘린 친구의 몸뚱이에서 분수처럼 솟아진 피가 얼굴에 튀었고, 손에는 피에 젖은 검(劍)이 보인다. 자신이 살기 위해 친구를 죽인 것이다. 




집안에 있기가 답답해서 빨래하는 언니에게 밖으로 나가자고 졸랐다. 언니는 싫다고 하더니 빨래를 끝내자 손을 잡고 자작거리로 나왔다. 오랜만에 나온 자작거리에는 볼 것도 많고 사고 싶은 것도 많았다. 자매는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놀다가 날이 어두워서야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귀신이 나온다는 고개가 있었다. 자매는 가슴 졸이며 고개를 넘어가다가 험상궂은 사내들에게 붙잡혔다. 사내들은 겁에 질린 자매를 숲으로 끌고 가서 언니를 탐욕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더니 언니의 옷을 벗겼다. 동생은 아직 여자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운 어린 몸을 가지고 있어 언니가 희생양이 된 것이다. 한 사내가 위로 올라가자 언니가 철저한 비명을 질렀다. 동생은 너무나 겁이 나서 고통에 몸부림치는 언니를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때 언니의 비명소리와 다른 사내들의 비명소리가 함께 들렸다. 동생이 용기를 내서 고개를 돌려보니 언니를 강간하던 사내들은 사늘한 시체로 변해 있고 피를 뒤집어쓴 언니는 멍한 눈빛으로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걸 받아라. 너희들에게 세상을 오시할 힘을 주겠다.”




한손에 아직도 핏물이 떨어지는 검(劍)을 들고 있는 사내가 언니에게 두루마기를 내밀었다. 하지만 언니는 멍한 눈빛으로 사내를 보더니 혀를 깨물었다. 언니의 입에서 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자 동생은 떨리는 손으로 언니를 흔들었다. 하지만 언니의 촛불처럼 타들어가는 죽음을 막지는 못했다. 사내는 이번에는 동생에게 두루마기를 내밀었고 머리가 백지처럼 변한 동생은 생각 없이 두루마기를 펼쳤다.




일마(一魔)나 사살(四殺)처럼 나머지 사람들도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서 가장 아픈 기억이 떠오른 모양이다. 더구나 십이살(十二殺)은 잃어버린 과거가 아련하게 생각나니 더욱 괴로웠을지도 모른다. 




“빌어먹을~ 쌍륜파황천” 




이마(二魔)의 손을 떠난 륜(輪)이 주위를 돌며 모든 것을 파괴한다. 무경이 설치한 진을 부셔버린 것이다. 




“모두 일어나?” 


“헉~ 헉~ 헉~” 




이마(二魔)의 호통소리에 십이살(十二殺)이 힘들게 일어난다. 육체적인 피로보다 정신적인 피로가 더욱 지치게 만든다. 쌍마(雙魔)와 십이살(十二殺)은 풍운일행의 그림자도 보지 못한 상태에서 서서히 지쳐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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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운일행은 무경이 설치한 진안에서 쌍마(雙魔)와 십이살(十二殺)를 지켜보고 있었다. 




“무경! 진이 깨진 것 아니야.” 


“깨졌어요. 설마 쌍마(雙魔)가 홍명마안까지 익히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 


“홍명마안? 그게 뭐야?” 


“아수라진경(阿修羅眞經)에 수록된 무공 중 하나에요. 마황후, 마황군림보도 마찬가지죠.” 


“그건 처음 듣는 책인데?” 


“저도 그런 책이 있다는 것만 알고 있어요. 하여튼 저들이 과연 함정에 빠질까요?” 


“정신적으로 많이 지쳤어. 심리적 불안은 조심성을 잃게 만들어. 일단 두고 보자.” 




풍운일행은 숨을 죽이고 쌍마일행을 지켜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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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경이 설치한 진이 깨져 짙게 끼었던 안개가 사라지면 검산계곡의 속살이 드려났다. 각자의 환상에 빠쳐 괴로워하던 십이살(十二殺)은 허상들이 사라지자 힘들게 일어나 거친 숨을 몰아쉰다. 풍운의 말대로 심리적인 충격을 받아 아직도 정신을 몽롱한 상태다. 




“빠드득~ 죽일 놈들. 이놈들을 갈아 마시고 말리라. 특히 제갈무경이라는 년! 절대 용서 못한다.” 




쌍마(雙魔)는 계곡에 띄엄띄엄 보이는 통나무집들을 보며 이를 갈았다. 통나무집에 십이사(十二死)가 있을 것이다. 놈들은 알량한 진을 믿고 집구석에서 처박혀 있는 모양이다. 쌍마(雙魔)는 홍명마안대신 살기(殺氣) 등등한 눈빛으로 통나무집 주위를 돌아보았다.




“개자식들 진을 믿고 퍼질러 자고 있는 모양인데. 일마(一魔)! 어떻게 할까? 바로 쳐들어갈까?” 


“잠깐만! 이상해. 너무 조용하지 않아.” 


“지들이 설치한 진을 믿는 모양이지.” 


“마황후에 천지(天地)가 진동하고 마황군림보에 의해 땅이 갈라지는 소동이 있었어. 그런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아.” 


“하긴 좀 이상하긴 하네. 또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건가?” 




늙은 생강이 맵다고 쌍마(雙魔)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통나무집주위에 감도는 불안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쌍마(雙魔)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으아아악~ 죽인다. 죽어버린다.”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던 사살(四殺)이 가장 앞에 보이는 통나무집을 향해 달려가고 그와 때를 같이하여 나머지 십이살(十二殺)도 붉게 물든 눈동자로 사살의 뒤를 따른다. 수라섭혼의 최면에 걸려 쌍마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는 십이살(十二殺)이지만 극도로 흥분하여 순간적으로 최면이 깨진 모양이다.




“이놈들이........당장 멈춰” 




쌍마(雙魔)는 통나무집으로 돌격하는 십이살(十二殺)을 잡으려했지만 활시위를 터난 화살처럼 날아가는 그들을 잡기는 늦었다. 사살(四殺)의 검(劍)에서 무수한 검영(劍影)들이 피어나 통나무집을 향해 날아가고, 오살의 도(刀)가 번쩍이며 백색강기(白色剛氣)가 날아갔다. 




“안돼! 모두 물려나?” 




쌍마(雙魔)는 고함을 지르며 다급하게 십이살(十二殺)의 뒤를 쫓아갔다. 




“우르르르~콰콰콰콰쾅~” 




사살(四殺)의 검영(劍影)과 오살(五殺)의 강기(剛氣)가 통나무집에 떨어지자 천지(天地)가 진동하는 엄청난 폭음과 함께 수십 개의 불기둥이 솟구치며 검산계곡일대가 불바다로 변했다. 하나의 벽력탄이 터지자 나머지 벽력탄도 연속으로 터진 것이다.




“이럴 수가? 모두 엎드려?” 




폭발은 한순간이었다. 무림최고의 화기라는 벽력탄의 연쇄폭발은 통나무집을 흔적도 없이 날려버리고 주위일대를 불바다로 만들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불안한 눈으로 쌍마(雙魔)와 십이살(十二殺)을 지켜보던 마위는 얼굴이 화끈거리는 열기에 부하들에게 엎드리라고 소리쳤다. 폭발의 폭풍이 시안의 무사들이 숨어 있는 숲까지 몰려왔기 때문이다. 




“뚜두두두두뚝”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폭풍에 솟구친 건물의 잔재가 떨어지는 소리와 사람들의 억눌린 심음소리가 들린다. 마위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어보니 통나무집들이 있던 곳은 거대한 웅덩이가 파여 있고 주변에 불타고 있는 통나무집의 잔재들이 보인다. 마위는 쌍마(雙魔)와 십이살(十二殺)을 찾았다. 




“으으으윽~” 




아직도 화마(火魔)의 혓바닥처럼 꿈틀거리는 불꽃이 남아 있는 복판에 꿈틀거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벽력탄의 폭발에도 불구하고 살아 있는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살아 있어. 모두 일어나. 십이살(十二殺)을 구출하라.” 




마위의 명령에 시안무사들이 꿈틀거리는 사람을 향해 달려가려 했다. 




풍운도 차가운 눈으로 쌍마(雙魔)와 십이살(十二殺)을 지켜보고 있었다. 엄청난 폭발과 함께 직접적으로 통나무집을 공격했던 사살(四殺)과 오살(五殺)이 공처럼 튕겨나가고 나머지 십이살(十二殺)도 폭발의 폭풍에 휘말려다. 하지만 쌍마(雙魔)와 십이살(十二殺)이 죽은 것은 아니다. 가장 후미에 있던 쌍마(雙魔)는 폭발이 시작되자 땅속으로 숨었고 사살(四殺)과 오살(五殺)을 따르던 나머지 십이살(十二殺)은 본능적으로 사살(四殺)과 오살(五殺)의 뒤로 몸을 숨겼다. 풍운의 계산이 어긋날 것이다. 악무룡과 무경은 사람들이 집에 들어오면 폭발하도록 벽력탄을 설치했다. 그런데 극도로 흥분한 십이살(十二殺)이 집에 들어오지도 않고 공격하여 충격을 받은 벽력탄이 연쇄적으로 폭발했다. 




“끝내 우리까지 나서야하는 건가? 무경은 여기 있어. 갑시다.”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몸 좀 풀게 생겼군.”




성질 급한 도치가 기다렸다는 듯이 뛰쳐나가려는데 귀가를 스치는 파공음과 함께 숲에서 뛰쳐나오던 사안무사들이 가슴을 잡고 쓰려진다. 도치보다 왕천유의 화살이 빨랐던 것이다. 




“슝~ 슝~ 슝~” 




활시위를 떠난 세 개의 화살이 날아오른다. 왕천유가 한 번에 세 개의 화살을 쏜 것이다.




“크윽~” 


“악~” 




화살은 마치 눈이라도 달린 것처럼 사안무사들의 목을 뚫어버린다. 




“천유님 제가 처리할 놈들도 남겨 주세요. 갑니다.” 




산만한 덩치의 도치가 날렵한 신법으로 진을 박차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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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도대체 어디서 날아오는 거야.” 




마위를 비롯한 사안무사들은 어디서 날아오는지도 모르는 화살 때문에 발만 구르고 있다. 누가, 어디서 쏘는지 알아야 대처를 할 것이 아닌가? 마위는 입술을 깨물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화살이 날아오는 위치를 찾았다. 그런데 그때 아직도 불길이 남아 있는 땅이 들썩거리며 남색 장포를 걸친 쌍마(雙魔)가 튀어나왔다. 처음부터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던 쌍마(雙魔)는 첫 번째 벽력탄이 터지는 순간에 지둔술로 땅속으로 숨었다가 모든 폭발이 끝나자 이제야 모습을 드려낸 것이다. 




“깡깡~” 




공중으로 솟구친 쌍마(雙魔)는 왕천유의 화살들을 쳐내고 팔을 휘두르니 백색강기(剛氣)가 불타는 대지(大地)를 차갑게 열러버린다. 




“비겁한 놈들........당장 나와~ 나오란 말이야.” 




쌍마(雙魔)가 붉게 상기된 얼굴로 차갑게 얼어붙은 땅에 착지하며 고함을 지른다. 십이살(十二殺)이 보이지 않는다. 벽력탄의 폭발로 흔적도 없이 날아간 모양이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분하고 원통하다. 비겁한 십이사들은 진과 폭약으로 함정을 파고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놈들을 당장 씹어 먹어도 분이 풀리지 않을 것이다. 




“하하하~ 안 그래도 나가신다. 이거나 먹어라.” 




붉은 강기를 머금은 도끼가 빙글빙글 회전하며 일마(一魔)을 향해 날아온다. 일마(一魔)는 쌍륜을 꺼내는 것과 동시에 가슴을 향해 날아오는 도끼를 가볍게 쳐냈다. 




“깡~” 




도끼와 륜이 충돌하며 불꽃이 피어나고, 도끼는 원을 그리며 거대한 덩치의 도치에게 돌아갔다.




“네놈은 누구냐? 십이사냐?” 


“누군들 무슨 상관이야. 목이나 내밀어. 혈파~” 




진에서 뛰쳐나온 도치는 돌아오는 도끼를 잡자마자 가까운 곳에 있는 이마(二魔)를 향해 돌격했다. 이마(二魔)는 자신을 향해 폭풍처럼 밀려오는 붉은 강기(剛氣)를 보며 차갑게 웃으며 륜으로 원을 그리니 이마(二魔)의 앞에 거대한 방패 같은 강기(剛氣)가 형성된다. 




“콰콰쾅” 


“으윽~” 




도끼와 강기(剛氣)가 충돌하자 도치가 달려오던 속도보다 더욱 빠르게 물려나며 가슴을 붙잡고 비틀거린다. 이마(二魔)가 만든 강기(剛氣)가 마치 벽처럼 느껴지며 내공이 억류했기 때문이다. 




“저놈은 내가 맡을게.” 




언제 나타났는지 풍운이 비틀거리는 도치의 어깨를 잡아주니 청량한 기운이 억류하던 내공을 바로잡아준다. 




“장난이 아닙니다. 마치 벽을 때린 느낌입니다.” 


“너는 사우님과 함께 나머지 한 놈을 맡아라.”


“알았어요.”


“곽지향님과 악무룡님은 숨어 있는 놈들을 막아주세요. 우리를 방해하지 못하게만 만들면 됩니다. 사우님은 도치님과 함께 나머지 한 놈을 맡아주시고 천유님은 멀리서 무룡님일행님과 도치님일행을 도와주세요. 천유님의 화살이라면 양쪽모두를 도와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나머지 분들은 흩어진 십이살(十二殺)을 찾으세요.”




풍운은 일행에게 각자 할일을 정해주고 살기(殺氣)등등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이마(二魔)의 앞으로 갔다. 




“쌍놈의 자식들..........이제야 나타났구나.” 


“심정은 알겠는데 입이 너무 거칠군요.”


“닫치고 이거나 받아라.”




이마(二魔)은 붉게 상기된 얼굴로 풍운을 향해 륜을 날리니 두 개의 륜이 팽이처럼 돌아가며 풍운을 향해 날아왔다. 풍운은 풍운은 강기(剛氣)를 머금은 륜을 보고 차갑게 웃으며 수라기를 끌어올려 양손에 몰아 가볍게 주먹을 휘두른다. 




“퍽~ 퍽~” 




기세 좋게 날아오던 륜이 풍운의 주먹에 튕겨나간다. 이마(二魔)는 힘없이 돌아오는 륜를 회수하며 긴장된 표정으로 풍운을 바라본다. 상대는 맨주먹으로 7성 내력이 담긴 륜을 너무나 가볍게 쳐났다. 바위도 부셔버리는 위력을 가진 륜을 맨주먹으로 상대할 수 있는 고수가 얼마나 될까? 이마(二魔)의 머릿속에 순간적으로 한 인물이 떠올랐다. 




“네놈이 일사(一死)인 모양이구나?” 


“존귀하신 배화교 십대마왕님께서 미천한 사냥개까지 기억해 주시다니 황공합니다.” 




풍운의 비꼬는 말에 이마의 심줄이 불어진다. 




“죽일 놈! 일사가 대단하다고 하더니 허황된 말이 아니군. 하지만 아직 멀었어. 받아라.” 




붉게 물든 이마(二魔)의 쌍륜이 무섭게 회전하며 풍운을 향해 날아온다. 풍운은 수라기를 끌어올려 몸을 보호하고 주먹으로 륜을 상대했다. 하지만 륜은 눈이라도 달린 것처럼 풍운의 주먹을 가볍게 피하고 가슴을 파고들었고, 풍운은 륜이 가슴까지 날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칠성둔형으로 피하며 수도(手刀)로 스쳐가는 륜을 내리쳤다. 




“퍽~” 




하나의 륜이 비켜가고 하나의 륜은 수도(手刀)와 충돌하며 땅바닥을 파고들며 흙먼지가 피어났다. 




“죽어라.” 




이마(二魔)가 공중으로 솟구치며 흙먼지에 묻힌 풍운을 향해 강맹한 권(拳)을 날리고, 날아오는 륜(輪)를 잡아 풍운의 정수리를 내려쳤다. 상대가 흙먼지에 시야(視野)가 가려졌을 때, 권(拳)으로 상대의 균형을 무너트리고 륜(輪)으로 끝낸 심산이다. 하지만 이마(二魔)가 모르는 것이 있다. 풍운은 빛과 어둠에 구애됨이 없고 사물을 직시하는 제3의 눈을 가지고 있어 흙먼지 따위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풍운은 상대의 권(拳)을 무시하고 한쪽 주먹에 극성의 수라기를 몰아넣어 공중으로 솟구치며 이마(二魔)의 륜(輪)을 피해 가슴으로 파고들었다. 




“퍽~” 


“크윽~” 




풍운의 주먹이 뱃가죽을 강타하자 풍운을 공격하던 이마(二魔)의 몸이 기억자로 꺾이며 한모금의 피하고 공중으로 솟구친다. 풍운은 여세를 몰아 한발로 다른 발등을 찍어 공중으로 솟구쳐 이마(二魔)보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간 다음 양손을 모야 이마(二魔)의 꺾인 허리를 강타했다. 




“퍼~ 퍼어어어억~” 




이마(二魔)의 몸이 공처럼 튕겨나가 바닥에 구덩이가 파일 만큼 대자로 떨어졌고, 풍운은 천근추신법으로 떨어지며 다리에 수라기를 몰아 이마(二魔)의 등을 향해 떨어졌다. 




“음양군림보” 


“쿵우웅~” 




천지(天地)가 진동하는 폭음과 함께 이마(二魔)가 있던 주위가 거미줄처럼 갈라지며 거대한 웅덩이가 파인다. 이마(二魔)는 오장육보가 진동하고 피가 억류하는 충격에 공중으로 솟구쳤다가 등뼈가 부려지는 충격과 함께 바닥에 떨어져 손가락하나 까닥할 힘이 없었으나 위에서 전해지는 싸늘한 살기(殺氣)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온몸의 감각들이 위험을 감지하고 벌떡 일어나 자리를 피했다. 만일 풍운의 음양군림보을 피하지 못했다면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었을 것이다. 




“헉~ 헉~ 헉~ 우욱~” 




이마(二魔)는 나무에 등에 기대고 거친 숨을 몰아쉬다가 피를 토한다. 풍운은 손가락을 움직이며 손을 풀더니 느린 걸음으로 이마(二魔)를 향해 다가온다. 




이럴 수는 없다. 어떻게 이렇게 처참하게 당할 수 있는가? 아무리 일사(一死)가 극마지경에 이른 고수라고 하지만 자신도 반박귀진에 이른 고수가 아니가? 그런데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다. 물론 진을 돌파하며 무리하게 내공을 소모했기 때문에 당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일사(一死)의 무공이 자신보다 월등하게 높은 것이다. 일사(一死)는 이미 인간한계를 넘는 엄청난 고수였던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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