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225부

본문

천상(天上)의 향기 225(십이살(十二殺)의 출현)-3




냉하상은 난주에서 십이사를 찾는 것을 포기하고 난주와 가까운 야산부터 수색하기로 결정하고 시내를 벗어나 난주에서 가까운 숲이 우겨진 산으로 향했다. 그녀는 시내에서부터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오랜 살수생활로 주변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한 냉하상은 누군가 자신을 뒤쫓고 있다는 것을 감지한 것이다. 하지만 굳이 돌아보고 싶지는 않다. 자신에게 볼일이 있다면 스스로 나타날 것이다. 냉하상은 자신을 미행하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깊은 숲으로 들어갔다. 숲이 깊어지며 음침한 오솔길이 나타났다. 당장 산적이라도 출몰할 것 같은 분위기다. 냉하상은 손에 들고 있던 도(刀)를 잡았다. 자신이 누군가를 암습한다면 이곳이 최상의 장**고 생각했다. 아마 상대도 자신과 같은 생각일 것이다.




“쉬이익” 




냉하상의 등을 향해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몇 개의 암기가 날아왔다. 




“깡~ 깡~” 




허공에서 불꽃이 피어나며 암기들이 사방으로 날아가고 산만한 덩치의 사내들이 나타났다. 사내들은 음탕한 눈길로 냉하상의 위아래로 훑어보며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발견한 것처럼 입맛을 다시고 있다. 냉하상의 들고 있는 도(刀)는 보이지 않고 그녀의 육감(肉感)적인 몸뚱이만 보이는 모양이다. 




“한 가닥 하는 년인데? 하긴 도(刀)를 폼으로 가지고 다니지는 않겠지.”


“그래봤자 계집일 뿐이야. 빨리 때려눕히고 벗겨보자.”


“누가 할래. 너무 거칠게 다루면 망가지니까 살살 다뤄야 하는데.........누가 좋을까? 야~ 막내! 네가 잡아와라.”


“쌍~ 꼭 이런 일만 시키더라. 이번에는 큰형이 한번 해봐~”


“새끼야. 너부터 쑤시게 해주면 되잖아.”




냉하상은 사내들의 음담패설과 음탕한 눈길을 보고 차갑게 웃었다. 말투나 인상으로 보아 산적이나 아녀자들을 능욕(凌辱)하고 다니는 채화음적(採花淫敵)인 모양이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다짜고짜 공격하는 것으로 보아 좋은 놈들 같지는 않고........너희들은 누구냐?


“킥킥킥~ 같이 뒹굴다보면 우리가 누군지 알게 될 것이다. 너도 예쁜 몸뚱이에 흠집생기는 건 바라지 않겠지. 그러니까 조용히 가랑이나 벌리고 누워.” 


“큰형이 나서는 거야.”


“네가 아니면 누가하리. 저렇게 도도한 년만 보면 깔아뭉개고 싶어 미치겠단 말이야.”




큰형이라 부린 사내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냉하상에게 달려오며 주먹을 날린다. 냉하상은 차가운 시선으로 사내를 바라보다 자신의 안중(가슴)혈을 향해 날아오는 주먹을 베어버리니 사내의 팔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것과 동시에 거대한 덩치가 반으로 갈라지며 붉은 피가 사방으로 튀어 오른다. 




“세, 세상에 어떻게?” 




사내들은 자신의 얼굴에 튄 피를 닫을 생각도 못하고 반으로 갈라진 동료의 시체와 냉하상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돈도 안 되는 살인을 했군. 하지만 아녀자들이나 겁탈(劫奪)하고 다니는 너희 같은 놈들은 살려둘 수 없다.” 




오랜 살수생활이 몸에 베어있는 냉하상의 도(刀)은 일검필살(一劍必殺)로 자비(慈悲)란 찾아볼 수 없다. 사내들은 무언가 잘못되었고 생각했다. 상대는 자신들이 상상할 수없을 정도의 고수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 물려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상대는 혼자야. 우리가 한번에 덮치면 저년 하나 때려잡지 못하겠어.” 


“십팔~ 대형의 복수를 하자. 산채로 끌고 가서 보지가 너덜너덜 해지도록 자근자근 짓밟아 버리자.” 


“말로만하지 말고 한번에 덮쳐 새끼들아.”




사내 한명이 검(劍)를 들고 냉하상에게 달려드니 나머지 2명의 사내도 최면에 걸린 것처럼 냉하상을 달려왔다. 냉하상은 자신의 목과 가슴을 향해 날아오는 검(劍)을 들고 있는 도(刀)로 쳐내고 순간적으로 도(刀)를 한바퀴 돌려 가장 앞서 달려오는 놈을 위에서 아래로 베어버리니 사내의 몸이 정수리에서 가랑이까지 깨끗하게 베어진다.




"죽어라." 




두 명은 사내는 냉하상이 동료를 베는 순간, 순간적으로 생긴 허점을 향해 도(刀)를 쑤시려했다. 하지만 냉하상은 한발 뒤로 물려나는 것과 동시에 어깨를 비틀어 한 자루 도(刀)를 피하고 목을 공격하는 사내의 도(刀)를 쳐내는 것과 동시에 팔을 베어버렸다. 




"크아악~" 




팔이 날아간 사내는 어깨를 붙잡고 비틀거리고, 냉하상의 도(刀)는 마지막 남은 사내의 팔을 베어버리고 살짝 뛰어올라 양쪽발끝으로 사내들의 천주혈(목뒤)를 걷어차 버렸다. 




“크윽~”


“쿵~ 쿵~” 




육중한 덩치의 사내들이 둔탁하게 쓰려지고 냉하상은 사뿐히 착지하며 도(刀)를 거둔다. 




“생각해보니까 너희 같은 놈들은 편안하게 죽이면 안돼. 그동안 너희 놈들에게 당한 여자들이 얼마나 많겠어. 그녀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지옥의 고통 속에서 서서히 죽어주겠다.




냉하상은 바닥에 떨어진 도(刀)를 잡더니 어깨를 붙잡고 신음하는 사내들의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




“어떻게 해줄까? 손가락 하나, 하나씩 잘라줄까? 아니면 포를 떠줄까? 아니다. 그것도 너무 자비로운 것 같다. 사지를 자르고 죽지 않게 지혈을 시킨 다음 개미굴 던져줄까? 그럼 개미들이 포식을 할 거 아니야.”




사내들은 환한 미소를 머금고 도(刀)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냉하상이 지옥의 야차처럼 보였다. 주변에 핏물이 흥건하고 잘려진 팔들이 너부러져 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밝은 미소까지 머금고 있다. 더구나 상상만 해도 오금이 절리는 말을 너무나 태연하게 말하고 있지 않는가?




“사, 살려주세요. 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 




사내들은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애원했다. 순식간에 두 명의 동료를 죽이고 자신들은 팔 없는 병신이 됐다. 더구나 야차 같은 년은 어떻게 하면 더 고통스럽게 죽일까 궁리하고 있지 않는가? 




“그래도 죽기는 싫은 모양이지........좋아. 묻는 말에 솔직하게 대답하면 한번 생각해 보지.”


“마........말씀만 하세요. 제가 아는 것이라면 뭐든지 말씀드리겠습니다.”


“바로 그거야. 태도가 마음에 들었어. 첫 번째 질문이다. 너희들은 누구냐?” 


“저, 저희들은 오천채의 식구들입니다.” 


“오천채? 산적이란 말인가? 그럼 난주일대지리에 밝겠네.” 


“모두 알지는 못하지만 주위에 있는 산채들에 연락하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주변에 산적들이 많은 모양이지.”


“이곳 난주는 상인들의 왕래가 많은 곳이라 저희 같은 산적들도 많습니다.”


“잘 됐군. 둘 다 일어나! 너희들 산채로 안내해라.”


“사, 산채요? 혹시 산채식구들까지 죽이려는 겁니까?” 


“나는 쓸데없는 살인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다. 너희들에게 확인할 것이 있어서 가자는 거야. 만일에 내가 원하는 정보만 얻는다면 너희들을 살려주겠다.” 


“정말입니까?”


“한입으로 두말하는 사람 아니다. 일어나.”




두 명의 사내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다가 힘없이 일어났다. 냉하상의 요구를 거절했다가는 당장 칼이 날아올 것이다. 




“우선 피부터 지혈하게 해 주세요.” 




냉하상이 사내들의 어깨에 있는 혈도를 눌려주니 분수처럼 솟구치던 피가 거짓말처럼 멈추었다. 




“이제 됐지! 잠깐 너희들은 이름은 뭐지?”


“저는 양일이고 이놈은 곽삼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오천삼웅, 천산이웅으로 부릅니다.”


“삼흉(三兇), 이흉(二兇)이 아니고 삼웅(三熊), 이웅(二熊)이란 말이야.”


“저기........덩치가 커서 곰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하지만 여협님이 편하신 대로 부르세요.”




이웅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자 냉하상은 피식 웃고 말았다. 힘없는 사람은 짓밟고 힘 있는 사람들 앞에서 납작 엎드리는 것이 거칠게 살아온 사람들의 생존방식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웅은 덩치에 비해 귀여운(?)구석도 있었다.




“이웅이든, 이흉이든 상관없겠지. 가자.”




냉하상의 말에 사내들은 한숨을 쉬더니 산채를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냉하상은 비틀거리며 앞서가는 사내들을 따라갔다. 사내들은 많은 피를 흘려서인지 아니면 심리적인 압박 때문인지 몰라도 걸음이 무척이나 느리다. 냉하상은 간간히 사내들의 등을 찔려 발길을 재촉했다. 멀리 목책(木柵)으로 둘려 쌓인 건물들이 보인다. 사내들이 말한 오천채인 모양이다. 




“저기 보이는 곳이 저희 산채입니다. 제가 먼저 가서 손님이 오셨다고 연락하게 습니다.” 


“됐어. 그냥 같이 가자!” 




냉하상은 들고 있던 도(刀)를 뽑았다. 불의의 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사내들은 할 수 없이 불안한 표정으로 산채로 다가갔다. 




“누구냐?” 




망루(望樓)에서 주위를 감시하던 사내가 냉하상을 일행을 발견한 모양이다. 




“사웅이다. 문 열어라.” 


“아니 팔은 어떻게 된 겁니까? 그리고 나머지 두 분은 왜 안보이죠.” 


“야~ 새끼야. 무슨 잔말이 많이. 주둥이 닫치고 문이나 열어.” 




앞서가던 이웅이 버럭 화를 내며 말하자 망루에 있던 사내를 신호를 보낸다. 




“끼이익” 




십대 후반의 사내가 목책에 달린 문이 열어준다.




“너희들이 먼저 들어가” 




냉하상은 바짝 긴장하며 사내들의 등을 떠밀었다. 십대 후반의 사내놈은 이웅과 삼웅의 팔을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이다. 멀쩡하게 나간 사람들이 팔 없는 병신이 되서 돌아왔으니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아니 팔은 어떻게 된 겁니까?”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고, 두목계시냐?” 


“두목님이요? 안에 계십니다.” 


“잘됐다. 가시죠. 저기 보이는 건물에 두목이 있을 겁니다. 일단 두목을 만나시는 편이 좋을 겁니다.”




사내들은 냉하상을 한쪽 건물로 안내하려했다. 그런데 문을 열어준 사내놈이 눈치도 없이 음탕한 시선으로 냉하상을 위아래를 훑어보며 혼자말로 중얼거린다. 




“그년! 몸매 한번 죽인다.” 




사내의 말이 끝나기 전에 삼웅이 사내의 머리를 내리쳤다. 




“죽고 싶지 않으면 눈깔아 새끼야.” 


“왜 때려요.” 


“닫치고 당장 꺼져 새끼야.”




삼웅은 냉하상의 눈치를 보며 어린 사내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냉하상이 어린놈의 말을 들었다며 가만두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다행이 냉하상은 별반 말이 없었고 사내놈은 잔득 부은 얼굴로 갔다. 




“죄송합니다. 아직 철이 없어서 그래요.”


“풋~ 두목한테나 안내해.”




삼웅의 말에 냉하상은 피식 웃으며 말하니 삼웅이 앞장서서 두목이 있다는 집으로 안내한다. 통나무집이 가까워지며 안에서 이상한 신음소리가 들린다. 




“두목 안에 있어요.” 




삼웅이 두목을 불렸지만 아무런 대답이 얻고 신음소리만 높아진다.




“두목 안에 있어요.” 


“지금 급하니까 조금 있다와” 




안에서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들린다. 삼웅이 곤란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니 냉하상이 고개 짓을 한다. 당장 문을 열어보라는 뜻이다. 삼웅은 심호흡을 하고 문을 열어보았다. 




방안에 있는 넓은 침실에 벌거벗은 세 명의 남녀가 뱀처럼 엉켜있었다. 십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인은 개처럼 엎드려 있고, 삼십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인은 엎드린 여인의 밑에 누워 보지를 왕복하는 자지를 빨아주고 있다. 그리고 약간 마른 듯한 사내는 엎드린 여인의 젖가슴을 움켜잡고 좆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조금 있다가 오라고 했잖아.” 




온몸에 땀이 흥견한 사내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고함부터 지른다.




“두목! 손님이 오셨습니다. 그만 끝내시죠.”


“조금만 더하면 싸는 건데........죽었어.........개새끼.” 




두목은 벌떡 일어나더니 옆에 있던 도끼를 잡아 삼웅에게 던졌고, 말없이 지켜보던 냉하상은 앞으로 나서며 도끼를 쳐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어라! 이년은 또 뭐야. 색목인 아냐?” 




두목은 벗을 몸을 가릴 생각도하지 않고 냉하상을 보는데 정신이 없었고, 조금 전까지 두목과 뒹굴던 여인들은 이불로 알몸을 가리고 한쪽구석으로 도망쳤다.




“휘이익~” 




냉하상의 도(刀)가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두목의 기문혈(목)앞에 멈추었다. 도(刀가 조금만 깊숙이 들어왔다면 목이 잘리거나 기문혈이 뚫려 죽었을 것이다. 




“보기 민망하니 옷이나 먼저 걸쳐.” 




두목은 얼굴을 실룩거리며 냉하상과 뒤에 있는 이웅과 삼웅을 바라본다. 




“이년은 누구냐. 또 너희들 팔은 어떻게 된 거야.” 




두목은 이제야 이웅과 삼웅의 팔이 없다는 것을 발견한 모양이다.




“앞에 있는 협사님께 당했습니다.” 


“그래. 일웅은 사웅 왜 안보여? 그놈들도 당한 거냐?”


“둘 다 죽었습니다.” 




두목은 이제야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알 것 같다. 천산사웅과 눈앞에 있는 여인사이에 시비가 붙어 2명이 죽고 두 명은 병신 된 것도 모자라 산채까지 달고 온 모양이다. 




“이봐~ 칼부터 치우고 이야기하자.” 




두목이 천천히 손을 올려 목 앞에 있는 도(刀)를 잡으려하자 냉하상은 도(刀)를 치우고 돌아섰다. 처녀의 몸으로 벌거벗은 사내를 보고 있지나 민망했던 모양이다. 두목은 냉하상이 돌아서자 옷을 입는 척하다가 옆에 있는 도끼를 잡아 냉하상의 뒤통수를 내려쳤다. 하지만 냉하상은 귀신같은 신법으로 도끼를 피하는 것과 동시에 두목의 팔을 베려했다. 




“흥~ 처음에는 방심해서 당했지만 어림없다.” 




두목은 냉하상의 도(刀)를 피하는 동시에 자세를 굽혀 멧돼지처럼 냉하상의 가슴을 향해 돌진했다. 무기를 사용하는 고수들 중에는 근접박투에 약한 사람들이 많다. 더구나 상대는 여자다. 무공보다 순간적인 임기응변(臨機應變)과 힘이 우선시되는 근접박투라면 충분히 자신에게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하지만 상대는 어릴 적부터 체계적인 살수수업을 받은 냉하상이다. 살수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보호하며 상대를 죽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검, 도, 편, 창 등의 십팔반무기와 암기, 독, 화탄 같은 잡기의 사용방법까지 교육받는다. 당연히 근접박투술을 익히는 것은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냉하상은 몇 발자국 뒤로 물려나더니 가슴을 향해 돌진하는 두목의 얼굴을 무릎으로 찍어버린다. 




“퍽~” 




두목의 얼굴이 돌아가며 비틀거리고, 냉하상은 살짝 뛰어올라 공중에서 회전하더니 비틀거리는 두목의 등을 향해 장(掌)을 날렸다. 




“펑~ 펑~ 펑~” 


“크으윽~” 




마치 북을 치는 듯한 광음과 함께 두목이 피를 토하며 쓰려지고, 사뿐하게 착지한 냉하상은 도(刀)를 반대로 잡고 두목의 등과 허리를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때리기 시작했다. 




“퍽~ 퍽~ 퍽~ 퍽~” 


“크윽~ 으윽~”




거칠게 살아온 놈들은 어설프게 다루면 안 된다. 상대가 약간만 방심하거나 빈틈을 보이면 바로 뒤통수를 때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놈들은 아예 배신할 생각을 못하게 처음부터 확실하게 밟아야 한다. 계속되는 매질에 두목의 등 엉덩이가 터지며 핏물이 솟구친다.




“퍽퍽퍽퍽~” 


“크윽~.” 




삼웅과 이웅은 두목이 떠지는 차마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린다. 두목의 신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계속된 매질을 견디지 못하고 끝내 기절한 모양이다.




“이웅! 가서 찬물을 가져와~”




냉하상의 말에 이웅은 재빨리 밖으로 달려갔다. 냉하상은 도(刀)를 거두고 일어나 한쪽구석에서 떨고 있는 여인들을 돌아본다.




“당신들은 누구죠. 이놈 마누라들인가요.”


“아, 아닙니다. 얼마 전에 잡혀왔어요.”


“잡혀 와요? 그럼 강제로 이놈에게 잡혀왔다는 말인가요.”




여인들은 삼웅의 힐긋거리며 불안한 얼굴로 고개만 끄덕거린다. 그동안 당한 것이 있어서 마음대로 말도 못하는 모양이다. 냉하상은 여인들을 유심히 살펴보니 십대후반과 삼십대 중반으로 나이차이는 많이 나지만 얼굴이 많이 닮았다. 




“당신들 혹시 모녀(母女)에요.”


“흐흑~”




냉하상의 질문에 나이 많은 여인이 복받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린다. 냉하상의 예상이 맞는 모양이다. 냉하상은 쓰게 웃으며 바닥에 쓰려진 두목을 바라본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베어버리고 싶다. 부녀자를 겁탈(劫奪)하는 것도 모자라 어떻게 인간의 탈을 쓰고 모녀를 한번에 능욕(凌辱)한단 말인가? 




“죽일 놈들! 나도 떳떳하게 살지는 않지만 정말 나쁜 놈들이네요. 조금만 기다려요. 당신들을 구해 줄게요.”


“정말입니까? 정말 구해주시는 겁니까?”




냉하상의 말에 울먹이던 여인의 얼굴에 화색(和色) 돌다가 다시 어두워진다. 




“말씀은 고맙지만 이미 더럽혀진 몸으로 어딜 가겠습니까?”




가슴이 아프다. 같은 여자 입장이라 체념어린 여인의 말이 가슴을 할퀴고 지나간다. 그런데 갑자기 밖이 소란스럽다. 




“무슨 일이지 알아봐~”




냉하상의 말에 삼웅이 밖을 살펴보고 왔다.




“미친 것들이 죽을지도 모르고 몰려왔습니다. 아무래도 협사님과 두목이 싸우는 소리를 듣고 달려온 모양입니다.”




“그래.........안 그래도 답답한데 잘 됐어. 나가서 살풀이 한번 해야겠네.”




냉하상은 문을 박차고 나가보니 십여 명의 장정들이 무기를 들고 모여 있었고 그들의 앞에 이웅이 길을 막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새끼들아.........당장 물려가.......너희들 상대가 아니야. 가란 말이야.”


“스벌~ 두목이 당했는데 가만있어. 상대는 기껏해야 한명이야. 대가리 수로 밀어붙이며 되잖아.”


“미친 새끼들.......우리가 당하거 보고도 모르겠어. 숫자로 밀어 붙어도 안돼.”


“나왔다..........저년이 두목을 작살낸 년이야. 모두 덮쳐.”




밖으로 나온 냉하상을 발견한 사내가 고함을 지르며 돌진하자 나머지 사내들도 냉하상을 향해 돌진했다. 인간성도 더럽고 무식한 산적들이지만 의리만큼은 대단한 모양이다. 




“짱~”




도(刀)가 뽑히는 소리와 함께 무수한 도영(刀影)들이 피어나 달려오는 사내들의 머리위로 떨어진다. 마음속의 울분(鬱憤) 때문에 냉하상이 광천천인도법을 펼친 것이다. 달려오던 사내들이 걸음을 멈추고 꽃잎이 날리듯 아름답게 낙하(落下)하는 도영들을 멍하니 바라본다. 




“이런~”


“펑!~ 펑~ 펑~”




냉하상이 순간적으로 도(刀)를 비트니 사내들 머리위로 떨어지던 도영들이 사방으로 떨어지며 흙먼지가 자욱하게 피어난다. 아무리 흥분했지만 죄 없는(?) 사람들에게 화풀이 할 수는 없지 않는가? 




“너희들을 죽이고 싶지 않다. 모두 물려가라.”




냉하상의 말에 사내들이 정신을 차린 모양이다. 사내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살금살금 뒷걸음친다. 냉하상이 보여준 한수만으로 자신들의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본 것이다. 이웅은 사내들이 도망치듯 물려가자 길게 한숨을 쉬고 냉하상에게 가죽주머니를 내밀었다.




“가져오라고 하신 물입니다.”




냉하상은 도(刀)를 거두고 가죽주머니를 받아 통나무집으로 들어가 아직까지도 정신을 못 차리는 두목의 얼굴에 찬물을 부었다.




“쿨럭~ 쿨럭~”




두목은 정신을 차리자 몸을 움츠리고 기침을 하는데 그의 입에서 붉은 피가 솟아진다. 




“일어나.”




냉하상이 두목의 옆구리를 걷어차 버리니 두목은 바닥에 엎드려 네발로 냉하상의 앞으로 기어왔다.




“협사님을 몰라보고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두목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이제야 상대가 자신이 상대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며 잔인하고 무서운 사람이라고 알아본 모양이다. 냉하상은 한쪽에 있는 의자를 두목 앞으로 가져와 앉았다.




“짧게 말하겠다. 몇 가지 부탁이 있다. 그걸 들어주면 너희들을 살려주겠다.”


“마........말씀만 하세요. 어떤 부탁이라도 들어 들이겠습니다.”


“사호팔랑을 아느냐?”


“소문을 들어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다니 이야기가 짧아지겠군. 란주일대에서 사호팔랑을 보았다는 사람이 있다. 아마 주변에 있는 야산에 숨어있을 가망성이 많다. 그들을 찾아내라.”


“그분들이 이곳에 계신 것이 확실합니까?”


“얼마 전에 보았다는 사람이 있으니 확실할 겁니다.”


“저기..........왜 그분들을 찾으시는 건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두목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질문하는데 표정이나 눈빛이 이상하다. 공포와 불안에 떨고 있으면서도 무언가 확인해야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걸 왜 물어봐. 너희들은 그냥 찾으면 돼.”


“그분들을 찾는 이유를 알려주셔야 합니다. 아니면 저를 죽인다고 하셔도 그분들을 찾아드릴 수 없습니다.


“부탁을 거절하면 죽는다. 너뿐만 아니라 산채 식구들이 모두 죽어. 그래도 거절하겠다는 거냐?”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마찬가지입니다. 사호팔랑님들께 해가 되는 일을 하면 다른 산채식구들이 저희들을 용서하지 않습니다.”


“뭐? 왜지. 왜 너희 같은 산적들이 무림공적인 사호팔랑을 감싸고도는 거야.”


“사호팔랑.........특히 마수마랑님은 장강수로십팔채의 차기 총채주로 내정되신 분입니다. 장강수로십팔채가 어떤 곳인지 아십니까? 우리 녹림도들의 우두머리이며 저희 산적들도 녹림의 한사람이기에 그분을 경외(敬畏)하며 공경(恭敬)합니다. 그런데 그런 분께 해가 되는 일을 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바로 죽음입니다.”




두목의 말이 끝나자 냉하상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다. 마수마랑이 장강수로십팔채의 차기 총채주로 내정되었다는 말은 들었다. 하지만 장강수로십팔채는 수적이고 지금 앞에 있는 놈은 산적이 아니가? 수적과 산적이 별개가 아니라 하나란 말인가? 아니면 수적이나 산적이나 똑같은 녹림도이기에 장강수로십팔채의 총채주를 인정해 준다는 말인가?




“그래서.........못하겠다는 말이냐?”


“협사님께서 좋은 목적으로 그분들을 찾는다면 발 벗고 나서서 찾겠습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못합니다.”


“음~..........나는 사호팔랑의 적(敵)이 아니다. 단지 혈부광랑에게 볼일이 있기에 찾는 것이다. 이제 돼나?”


“저, 정말입니까?”


“너희들을 속여서 뭐하겠어. 사실이다.”


“알겠습니다. 다른 산채에 연락해서 사호팔랑님을 찾아보겠습니다. 또 다른 명이라도 있습니까?”


“저기 있는 여인들을 풀어줘라.”


“알겠습니다. 당장 풀어주겠습니다.”




두목의 대답이 빠르다. 생각할 가치도 없는 모양이다. 하긴 여자야 잡아오려고 마음먹으면 얼마 잡아올 수 있으니 아까울 것도 없을 것이다.




“삼일 다시 오겠다. 그때까지 사호팔랑을 찾아내기 바란다. 만일 그때까지도 아무런 소식이 없으면...........네놈의 한 팔을 베어버릴 것이다.”




냉하상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두목은 냉하상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엎드려 있다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일진이 더럽군.”


“일웅과 사웅은 죽고 저희들은 병신이 됐습니다. 저희들에 비하면 두목은 일진이 좋은 거죠.”


“이런 개새끼들..........지금 화낼 때가 아니야. 삼일 안에 못 찾으면 나도 병신이 된다고 했어.........뭐해 새끼들아. 당장 다른 산채들에 연락하고 모두 밖으로 나가서 사호팔랑님을 찾아.”




두목이 고함을 지르자 삼웅과 이웅이 다급하게 밖으로 달려갔다. 난주일대에 있는 산적들이 사호팔랑을 찾기 위해 수색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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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빙궁의 궁주인 초희는 밖이 한눈에 보이는 창가에 앉아 열기가 가득한 밑을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창밖에 어름으로 만들어진 북해빙궁이 후끈 달아오를 정도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여인들이 있다. 




“그쪽 짐은 여기 마차에 실고, 그쪽에 있는 병장기는 저쪽에 있는 마차에 실어. 어서 서둘러, 오늘 중으로 모든 준비를 마쳐야 한다.” 




백발이 성성한 노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여인들 사이에서 고함을 지르는 모습이 보인다. 여인은 고개를 들어 눈발이 날리는 하늘을 보았다. 내일이면 이곳을 떠나 중원으로 갈 것이다. 배화교에서는 이미 대공자와 중원무림 정복의 선봉장으로 키운 십대마왕이 남아 있던 흑풍대, 혈영대전부와 새로 구성된 귀영대 그리고 새로운 십이사까지 대동하고 출발했다고 한다. 무사들의 숫자나 지위를 보면 삼공자나 이공자 때와는 다르다. 본격적으로 중원무림정복을 시작하겠다는 의미다. 




“이제 시작인가? 과연 우리가 성공할 수 있을까? 괜히 궁도들의 희생만 강요하는 것은 아닐까?” 




초희는 혼자서 중얼거리다 탁자에 있는 검(劍)을 보았다. 검(劍)은 손잡이와 검날까지 모든 것이 투명하다. 다만 검날을 따라 붉은 혈선(血腺)이 있어 검(劍)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혈선빙백검(血線氷白劍)..........


배화교에 전해지는 성화령(聖火令), 전설의 신병인 풍혼(風魂)과 함께 무림 삼대신병이라 불리는 검(劍)으로 북해빙궁주를 상징하는 신물(神物)이기도 하다. 초희는 투명할 정도의 하얀 손을 내밀어 검(劍)을 들었다. 




북해빙궁은 남자들에게 상처받고 한(恨)을 품은 여인들이 만든 곳으로 오래전부터 여인들이 꿈꾸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중원 무림을 정복을 준비해 왔다. 그런데 어떤 세상이 여인들이 꿈꾸는 세상일까? 남자들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을 뒤엎어 남자 위에 군림(君臨)하는 것일까? 남자들을 모두 죽이고 여인천하를 만드는 것일까? 대체 여자들의 낙원(樂園)은 어떤 세상이며 빙궁이 꿈꾸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사람마다 행복을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다. 어떤 사람은 굶지 않고 살수만 있어도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억만금을 주어도 불행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여자들이 꿈꾸는 세상도 정답이란 없을 것이다. 




초희는 마음이 무거웠다. 모호한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켜야 할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베어야 중원 무림을 정복할 수 있을까? 혈선빙백검에 피가 마를 날이 있을까? 초희는 날카로운 예기(銳氣)를 뿌리는 혈선빙백검을 복잡한 눈길로 보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초희의 뒤에는 속이 환하게 비추는 잠자리 날개 같은 옷을 입은 여인들이 있었다. 천려빙백강시가 된 궁아라와 벽궁수혜 그리고 장옥이라는 여인이다. 초희는 같은 여자가 보아도 요염(妖艶)하고 요사(妖邪)한 여인들을 보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천녀빙백강시는 금강불괴에 만독불침이며,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은 샘처럼 무한대의 내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것이 아니며, 대부분의 기억을 잃어버린 실혼(失魂)인이라고 할 수 있다. 초희는 품속에서 작은 종을 꺼내 흔들었다. 




“딸랑, 딸랑~” 




조용한 실내가 종소리가 나자 멍하니 서있던 강시들이 초희 앞에 무릎을 꿇었다. 




“미안해요. 당신들께 죄를 짓는군요.” 




초희는 강시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린다. 앞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앞에 있는 여인들의 손에 죽을 것이다. 자신을 무슨 죄를 짓는지도 모르고, 아무런 감정이나 느낌도 없이 살인마가 될 여인들이 한없이 불쌍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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