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천상(天上)의 향기 - 209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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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天上)의 향기 209(여리박빙(如履薄氷))-7




풍운일행이 출발하자 남아있던 사사비연대 무사들이 하늘로 날아올랐다. 무경은 벼랑에서 바위가 굴러가는 것을 보고 벽력탄을 투하(投下)하라고 했으니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 있다. 하지만 계곡주위를 수색하는 배화교 놈들이 있으니 그놈들을 피하기 위해서는 하늘이 더 안전할 것이다. 두 명의 사사비연대는 자신들이 올라갈 수 있는 곳까지 올라가 상은계곡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다.




풍운일행이 바위가 즐비한 벼랑에 도착하자 무경은 몇 개의 나뭇가지와 돌로 은닉(隱匿)진을 쳤다. 아직도 간간히 계곡일대를 수색하는 놈들이 있기 때문이다. 풍운은 진이 완성되자 바닥에 주저앉았다. 쉬지도 못하고 일만 했으니 풍운도 지칠 것이다. 




“모두 자리에 앉으세요.” 




무경이 먼저 풍운의 겉에 앉으며 다른 사람에게도 앉으라고 했다. 무경의 말에 다른 사람도 풍운을 중심으로 앉으니 무경이 주위 돌아보았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어요.”


“거창하군. 대체 어떤 작전인데 이렇게 준비과정이 복잡해.”




풍운의 말에 무경이 피식 웃으며 말문을 열었다.




“아마 모두들 제가 마련한 작전(作戰)이 궁금하실 거예요.” 


“이제는 말해줄 거야?” 


“작전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먼저 지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해 볼게요. 상은계곡에는 배화교와 사해방 그리고 상관장로의 무사들이 모여 있어요. 저는 사사비연대로 하여금 그들이 자고 있는 군막에 벽력탄을 떨어트리라고 했죠. 불의(不意)의 기습(奇襲)이었으니 아마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을 겁에요. 하지만 벽력탄에는 눈이 없으니 골고루 죽지는 않았겠죠. 다시 말해 배화교, 사해방, 상관장로의 무사들 중에 피해가 많은 무리가 있을 거라는 거예요. 다시 우리 이야기를 하죠. 초하벽님과 천마마련 무사들은 상은계곡에 무사히 잠입했을 거예요. 모두 금색 두건을 두르고 있으니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상은계곡 밑에 대륙금위들이 숨어 있고 우리는 이곳에 있어요.” 


“모두 알고 있으니 상황설명은 대충 그 정도면 됐어. 지금부터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풍운이 다시 질문하자 무경이 풍운과 이막수를 바라본다.




“먼저 운랑과 이막수님은 제가 드린 독(毒)을 잘 챙겨서 날이 밝기 전에 적진(敵陣)에 잠입하세요. 두 분의 능력이라면 어려운 일은 아닐 거예요.” 


“적진(敵陣)에 잠입해서 놈들이 먹는 음식에 독(毒)을 풀라는 말이야. 이건 예전에 영장평원 전투에서 써먹었던 방법인데.......?” 


“음식에 독(毒)을 푸는 것은 맞아요. 하지만 특정한 놈들이 먹는 음식에만 독(毒)을 푸셔야 해요. 쉽게 설명하죠. 그들도 사람이니 날이 밝으면 밥을 먹겠죠. 하지만 그들은 어제 처음 만난 사이라 사해방 무사들은 사해방 무사들끼리.........상관장로 무사들은 상관장로 무사들끼리 밥을 먹을 거예요. 운랑과 이막수님은 사해방과 상관장로 무리 중에서 많이 살아남은 무사들이 먹는 음식에만 독(毒)을 푸세요. 여기서 주의하여야 할 점은 절대 배화교 무사들이 먹는 음식에 독(毒)이 들어가면 안돼요.”


“..................”


“일단 몇 사람이 쓰려지면 상은계곡이 다시 혼란에 빠질 거예요. 그럼 이곳에 남은 우리가 운랑일행이 준비한 바위를 상은계곡을 향해 굴리고 계곡주위에 불을 지를 거예요. 또한 사사비연대 두 분이 하늘에서 벽력탄이 투하(投下)할 것이며, 저도 남아있는 벽력탄을 모두 터트릴 거예요. 상은계곡에 어지럽게 섞어있는 무리들는 이미 한번 당해보았기 때문에 바위와 벽력탄이 떨어지면 도망치기 바쁘겠죠. 계곡주위가 불바다가 되고 여기저기에서 벽력탄이 터지며 바위가 떨어지니 도망치지 않으면 이상한 거죠. 그럼 제가 지정한 곳에 숨어있던 대륙금위들이 도망치는 무사들 틈에 잠입할 게예요.” 


“잘못하면 우리 편까지 죽겠네. 무경 말대로 벽력탄에는 눈이 없잖아.” 


“운랑이 미리 초하벽님을 만나 우리계획을 알려주셔야죠. 벽력탄과 바위가 떨어지기 전에 미리 피하면 되잖아요.”


“좋아. 그 다음은 어떻게 하면 되지.” 


“적(敵)은 상은계곡을 벗어나면 다시 끼리끼리 뭉칠 거예요. 같은 목적을 가지고 함께 있지만 사해방과 상관장로의 무사들이 배화교 무사들과 어울리긴 쉽지 않겠죠. 그때가 바로 적진(敵陣)에 잠입한 대륙금위와 천마마련 무사들이 활약할 때에요.”


“어떻게 하라는 거야?”


“반간계(反間計), 이간책(離間策)...........일종의 심리작전이죠. 사해방이나 배화교 무리도 눈과 귀가 있으니 누가 자신들을 공격했는지 알고 있을 거예요. 무림군이 공격할리는 없고, 대륙금위들에게 사사비연대처럼 하늘을 날아다니는 재주가 없으니 당연히 흑도연합군에 속에 있는 사사비연대를 떠올릴 것에요. 또한 벽력탄을 보면 악무룡님이 생각나니 바보가 아니라면 운랑일행과 흑도연합군이 자신들을 공격했다는 것을 알겠죠. 그럼 왜 우리가 공격할까요? 사해방이야 군산해전에서의 악연(惡緣)이 있으니 공격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상관장로나 그가 지휘하는 무사들과는 아무런 연관(連貫)이 없어요. 당연히 우리는 배화교를 공격했는데 배화교와 함께 있던 자신들까지 덤으로 당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거예요. 그때.........사해방 무사들이나 상관장로 무사들과 섞여있던 천마마련과 대륙금위들이 이걸 떠드는 겁니다. 우리 편끼리 편을 갈라 싸우면 더욱 효과적이겠죠.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독(毒)으로 이야기가 넘어가는 거예요. 배화교가 대륙상회를 독차지 하기위해 세력이 강한 쪽 무사들을 독살(毒殺)시키려 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몰아가는 거죠. 배화교 무사들은 한명도 독(毒)에 당한 사람이 없으니 모두들 반신반의(半信半疑)할 게예요. 이때 천마마련 무사들과 대륙금위들이 나서서 배화교 무사들을 공격하는 거예요. 반신반의(半信半疑)하고 있던 나머지 무사들도 분위기에 쓸려 공격에 가담할 거예요. 난장판이 되겠죠. 그럼 운랑은 대륙금위들과 천마마련 무사들과 함께 그곳을 빠져나오세요. 여기까지가 제가 구상한 작전(作戰)이에요.” 




무경의 설명이 끝나자 풍운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무경을 바라본다. 하지만 무경이 생각한 작전은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무경은 또 다른 작전을 구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서서히 날이 밝아오기 시작한다. 무경은 풍운과 이막수를 불렸다.




“운랑.........지금 출발하셔야 해요.”


“알았어. 그런데 무경일행은 어떻게 할 거야.”


“나중에 자연히 아시게 될 거에요.”


“그것도 비밀이야?”


“계획은 있는데 잘 될지 모르겠어요. 하여튼 운랑과 잠입(潛入)한 무사들이 빠져나올 때쯤에는 저희들을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알았어. 그럼 갈께.”


“조심하세요.”




풍운은 따뜻한 눈길로 무경의 손을 잡아주고 이막수를 돌아보니 이막수도 유미림의 손을 잡고 있었다. 




“이사님.......가시죠.”


“예~ 가야죠. 미림..........다녀올게”




풍운과 이막수는 무경이 설치한 진을 빠져나와 상은계곡으로 출발했다. 상은계곡으로 달려가던 풍운이 이막수에게 말을 걸었다.




“이사님.........음식을 누가 장만할까요? 손님인 사해방 무사들이나 상관장로 무사들이 준비하지는 않겠죠?”


“각자 자기들이 먹을 것을 준비할지도 모르죠.”


“그럴 수도 있겠군요. 그럼 어떻게 한다?”


“무얼 고민하시는 겁니까?”


“무경이 사해방이나 상관장로 무사들 중에서 많이 살아남은 놈들이 먹는 음식에만 독을 풀라고 했잖아요. 그래서 어떤 놈으로 변장해야 쉽게 접근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겁니다.”


“쩝~ 그냥 편하게 흑풍대로 변장하세요. 그게 좋을 겁니다.”


“흑풍대라.........나쁘지 않겠군요. 이사님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저야 일사님처럼 천면역용술을 익힌 것도 아니니 그냥 이대로 갈 겁니다. 은신술로 숨어 있으면 됩니다.”


“그런가? 그럼 저랑 어떻게 연락하죠.”


“하하하~ 일사님도 참~..........일사님이 마음만 먹으면 저하나 찾아내는 거야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향상 일사님 겉에 있을 거니 걱정하지 마세요.”


“알겠습니다. 자~ 그럼 저는 흑풍대로 변장하겠습니다. 어디 보자. 이쯤에서 한 놈을 처리했으니 시체가 있을 건데..........”




풍운은 초저녁에 자신이 죽인 흑풍대 무사를 찾아내 그의 옷으로 갈아입고 이막수와 함께 상은계곡으로 잠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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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자 상은계곡의 처참한 모습이 드려났다. 여기저기 거대한 구덩이가 파이고 형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군막들과 처참하게 죽어 있는 시체들이 계곡 곳곳에 흩어져있었다. 상관장로는 자신이 지휘하는 무사들을 돌아보며 피해상황을 점검하고 있었다. 하지만 육철량은 불타버린 군막들과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변한 사해방 무사들의 시체를 보며 멍하니 앉아 있었다. 




“방주님..........피해가 심각합니다. 절반이상이 죽고 중상자(重傷者)가 많아 빨리 치료를 해야 합니다.” 




사해맹룡이 육철량에게 달려와 다급하게 말하지만 이미 정신이 반쯤나간 육철량은 멍한 눈으로 사해맹룡을 바라본다. 사해맹룡은 육철량의 흐릿한 눈빛을 보고 분노(忿怒)가 솟구쳤다. 




“방주님..........정신 차리세요. 지금 이렇고 계시면 어떻게 합니까?” 




사해맹룡이 고함을 지르자 육철량이 천천히 고개를 들며 힘없이 말한다. 




“자네가 알아서 해.” 




육철량이 그 말을 끝으로 다시 고개를 숙이자 사해맹룡은 길게 한숨을 쉬고 무사들에게 달려갔다. 




“부상자들을 한쪽으로 몰아. 뭐해~ 빨리 움직여. 거기..........빨리 빨리 하란 말이야.” 




사해맹룡은 멍하니 동료들의 시체만 바라보고 있던 부하들을 일으켜 세워 부상자들을 한곳으로 옮기고 시체를 치웠다. 사해방의 피해는 심각하다. 벽력탄의 대부분이 사해방 무사들이 자고 있는 군막주위에 떨어져 천명이 넘던 무사들 중에 절반이상이 핏덩이로 변하고 수백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더구나 부상자들의 부상이 심각해서 시간이 갈수록 피해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사해맹룡은 사상자(死傷者)들을 수습하며 자꾸만 솟아지려는 눈물을 억지로 참고 있었다. 계곡에 너부러진 시체들과 고통에 신음하는 무사들은 지난 십년동안 자신과 동고동락(同苦同樂)해온 부하들이니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지금 당장 죽어도 너희들을 볼 면목이 없구나. 미안하다. 정말 미안해) 




사해맹룡은 입술을 깨물고 가슴으로 울부짖으며 눈물을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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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린무는 날이 밝자 형오삼살을 불으니 형오삼살이 혁린무의 군막으로 달려왔다.




“부르셨습니까?”


“피해상황은 점검해 봤어?”


“우리 무사들의 피해는 미미합니다. 다만 상은계곡 주변과 군막주위를 경계하던 흑풍대가 전멸(全滅)에 가까운 피해를 보았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충 백여명 정도가 죽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개자식들!.............모두 십이사 새끼들에게 당한 거야?”


“계곡 주위에 있는 시체들을 살펴보니 대부분 단칼에 절명(絶命)했더군요. 현 무림에서 그 정도 솜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십이사가 확실할 겁니다.”


“빠드득~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군. 죽일 놈들!.........언제가 이놈들을 통재를 씹어 먹고 말리라.........일살! 상은계곡의 동태는 어때?..........이상한 낌새라도 있어?”


“지금도 혈영대가 수색하고 있지만 잠복(潛伏)하고 있던 흑풍대 무사들이 전멸(全滅)한 것 외에는 별다른 이상 징후는 없습니다.”


“확실한 거야? 놈들이 벽력탄만 던지고 도망갔단 말이야?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혁린무는 자신들을 공격한 놈들이 사사비연대라는 것과 그들이 사용한 폭약이 벽력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거대한 구덩이와 불기둥.......그리고 반경 몇 장 이내를 초토화시켜버리는 위력을 가진 폭약은 벽력세가의 벽력탄 밖에 없다. 아마도 십이사 중 벽력세가의 악무룡이 사사비연대에게 벽력탄을 주었을 것이다.




“이상한 것이 있기는 합니다.”


“뭔데?”


“수색을 나갔던 혈영대 몇 명이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역시 무언가가 있어?.........십이사 놈들이 이대로 물려갈 놈들이 아니지. 너희들은 무사들을 소집해! 당장 상은계곡을 벗어난다.”


“알겠습니다. 그런데.........우선 밥부터 먹어야하지 않을까요? 싸울 때 싸우더라도 밥은 먹어가면서 싸워야하지 않습니까?”


“간단한 국과 주먹밥을 준비해. 그리고 상관장로와 육철량을 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형오삼살은 혁린무의 말대로 혈영대와 흑풍대를 소집하여 식사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혁린무는 육철량과 상관장로를 기다리며 깊은 고민에 빠져졌다. 뜻밖의 기습공격(奇襲攻擊)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기는 했지만 현재가지고 있는 전력(戰力)만으로도 금산반일당을 몰아내고 대륙상회를 장악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대륙금위의 숫자가 고작 500명 정도니 혈영대와 흑풍대 그리고 상관장로가 거느릴 무사들만으로 대륙금위들을 쓸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십이사와 흑풍연합군이 언제다시 자신들의 뒤통수를 칠지 모르지 않는가?




그리고 또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다. 육철량이다. 혁린무는 육철량의 상태를 알고 있다. 육철량은 이번 거사(巨事)를 위해 키운 무사들이 금이의 철갑기동군에게 전멸(全滅)했고 자신도 병신이 되었다. 그리고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었던 사해맹룡의 부대까지 태반이 죽어버렸다. 쉽게 말해 육철량이 가지고 있던 대부분의 전력(戰力)이 와해(瓦解)되었다고 해도 과언(過言)이 아닐 것이다. 지금 육철량은 정신적인 공황(恐惶)상태에 빠져 있다. 육철량이 이대로 쓰려지면 곤란하다. 대륙상회을 장악할 때까지 만이라도 육철량이 건재(健在)해야 한다. 그래야 그를 이용해 대륙상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그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주어야한다. 혁린무의 부름에 상관장로가 먼저 달려왔고 곧이어 힘없이 늘어진 육철량이 도착했다. 




“어서 오세요.”


“아침부터 무슨 일입니까?”


“제가 살펴보니 대충 사상자(死傷者)들의 수습은 끝난 것 같더군요. 상관장로님과 육방주님은 무사들을 집합시켜주세요. 아침식사를 마치면 곧바로 림산으로 진격(進擊)할 겁니다.” 




혁린무의 말에 상관장로는 어이없다는 눈으로 혁린무를 바라본다. 불의의 기습으로 모든 것이 엉망인데 림산으로 진격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지금 상태에서 림산으로 쳐들어가자는 말입니까?” 


“그래야죠. 언제까지 이곳에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서두른다고 될 일이 있고, 천천히 진행해야 될 일이 있는 겁니다. 아직 피해상황도 파악하지 못했는데 어딜 쳐들어가자는 말입니까?”


“상관장로님........장로님도 아시계지만 이곳은 이미 적(敵)에게 발각(發覺)됐어요. 우리가 계속 이곳에 머무른다면 또 다른 공격을 받을 수 있어요. 더구나 이곳은 숨기는 좋지만 수비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곳입니다. 되도록이면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는 편이 좋아요. 그리고 우리가 무엇을 위해 뭉쳤죠. 목적이 뭐죠? 대륙상회를 장악하기 위해서 뭉친 거 아닙니까. 쇠뿔도 담김에 빼라고..........이왕 일이 이렇게 됐으니 무사들의 사기를 위해서라도 바로 림산으로 진격하는 편이 좋을 겁니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어요. 그런데 우릴 공격한 놈들이 누구죠? 바로 사호팔랑과 흑도 나부랭이들 아닌가요? 그놈들이 왜 우릴 공격했죠? 아아~ 지금은 이런 말 할 때는 아닌 것 같군요. 하여튼.......뒤통수가 간지러운데 림산으로 진격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요. 먼저 우릴 공격한 그놈들부터 처리하고 가야죠.”




혁린무는 느글거리는 상관장로의 말에 욱하는 분노(忿怒)가 솟구쳤지만 지금은 상관장로가 필요하니 억지로 분노(忿怒)를 삭힌다. 




“일의 우선순위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좋은 의견이네요. 맞아요. 먼저 우릴 공격한 놈들부터 쓸어버리는 것이 순서겠죠. 당연한 말씀입니다. 하지만 놈들이 어디에 처박혀 있는지 아세요? 그놈들은 어제 밤에 우릴 기습했어요. 놈들이 우리가 알고 있는 곳으로 돌아갔을까요? 생각이 있는 놈들이라면 우리가 찾기 어려운 곳에 숨어서 우리 뒤통수를 치려고 준비하고 있겠죠. 제 말은 숨어 있는 놈들을 찾겠다고 헛되이 시간을 낭비하기 보다는 일단 대륙상회부터 장악한 이후에 숨어 있는 놈들을 찾아서 복수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겁니다.”


“말은 그럴 듯하군요. 하지만 만일 우리가 대륙금위들과 싸우고 있을 때, 사호팔랑과 흑도 놈들이 기습을 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완전히 망하는 겁니다.”


“그럴 가망성은 없어요. 제가 알기로 대륙상회는 사호팔랑의 도움을 거절했고, 사호팔랑도 그들을 도울 의사가 없어요. 그리고 처음부터 안 된다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해요. 일단 해보고 안 된다고 해야지 해보지도 않고 무슨 말을 합니까?” 


“허참~ 지금 그걸 말씀이라고 합니까? 누구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됐는데........배화교만 아니라면 우리가 공격받을 일도 없었을 겁니다.”


“콰아아아앙~”


“지금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려보자는 말씀입니까?”




상관장로의 말에 혁린무는 탁자를 내려치며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상관장로는 혁린무을 힐긋 쳐다보고 고개를 돌려버린다. 혁린무는 상관장로의 태도를 보고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노(忿怒)를 억지로 참는다. 지금 흥분하면 자신만 손해다. 일단 상관장로를 구슬려 대륙상회를 장악하던 십이사를 상대하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장로님.........우리끼리 싸우면 안 되겠죠? 이렇게 하죠. 이곳에 계속 머무르는 것은 위험하니 일단 식사를 마치고 이곳을 벗어나죠. 그 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하면 어떻겠습니까?”




혁린무의 말에 상관장로가 일어났다. 혁린무의 말대로 계속 상은계곡에 머무르는 것은 위험하니 일단은 이곳을 벗어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 다음에 배화교와 결별(訣別)할지 아니면 계속 뜻을 같이할지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죠.”




상관장로가 나가자 혁린무는 쓰게 웃으며 육철량을 돌아보았다. 육철량은 지금도 멍하니 고개를 숙이고 있다. 혁린무는 힘없이 늘어진 육철량의 어깨에 손을 얻었다.




“육방주.........너무 상심(傷心)하지 마세요. 인생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하지 않습니까? 너무 낙담(落膽)하지 마세요. 제가 육방주를 돕고 있지 않습니까?”




고개를 숙이고 있던 육철량은 힘없이 고개를 들어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다. 




“잘 되겠죠. 저도 준비하겠습니다.”




육철량은 힘없이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혁린무는 육철량이 나가자 주먹으로 탁자를 내려치니 탁자가 산산이 부셔버린다. 




“빌어먹을.........일만 끝나면 상관장로인지 개새끼인지 목을 비틀어버린다. 쌍놈의 늙은이..........누구보자”




혁린무는 길게 한숨을 쉬며 출정준비를 서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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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은계곡에 잠입하여 흑풍대 무사들과 섞여 있던 풍운은 사해방 무사들과 상관장로 무사들의 동태를 살펴보다가 그들 중에서 여언상과 함께 있는 초하벽을 찾아냈다. 무경의 말대로 초하벽일행이 모두 금색 두건을 하고 있어 찾는데 어렵지는 않았다. 풍운은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초하벽의 겉으로 다가갔다.




‘처남........풍운이야. 잠깐 보자.’




풍운이 전음을 보내자 초하벽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풍운을 발견했다. 풍운은 흑풍대 무사들이 입는 검은 무복을 걸치고 이십대 중반의 얼굴로 역용하고 있었다. 초하벽은 겉에 있던 여언상에게 눈짓으로 신호를 내보고 풍운을 따라갔다. 풍운은 소변이 급한 것처럼 가장하고 음침한 숲으로 들어가 주위를 둘려보더니 뒤따라온 초하벽과 여언상을 돌아본다.




‘혹시 모르니까? 전음으로 말할게. 이막수님과 함께 왔어. 대충 살펴보니 사해방 무사들이 많이 죽었더군...........상관장로 무사들의 상황은 어때?’




풍운이 전음으로 질문하자 초하벽도 전음으로 대답한다.




‘정말 매체의 천면역용술은 귀신도 못 알아보겠군. 음~ 상관장로 쪽의 피해는 미미해. 대신 사해방 무사들의 피해가 엄청나. 절반 이상이 죽거나 다친 것으로 보이더군.’


‘사해방이 풍비박산(風飛雹散)이 났군. 그럼 상관장로 쪽에 독(毒)을 풀어야겠군.’


‘그게 무슨 말이야.’




초하벽의 질문에 풍운은 무경의 계획을 설명해주니 자기도 모르게 초하벽의 입이 벌어진다. 무경이 똑똑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 작전을 세울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처남은 나머지 천마마련 무사들에게 무경의 작전을 설명해줘~ 그리고 아무것도 먹지 말라고 그래. 이사님이나 나도 조심하기는 하겠지만 혹시 모르잖아. 그리고 몇 놈이 쓰려지면 저쪽 벼랑과 하늘을 주시하고 있어. 바위와 벽력탄이 떨어질 거야.’


‘알았어. 지금 바로 가서 설명해 줄게. 그런데 매제은 계속 그 얼굴로 있을 거야.’


‘별다른 일이 없으면 계속 이 얼굴로 있어야지. 먼저 갈게.’




풍운은 초하벽과 여언상을 남겨놓고 숲을 빠져나와 흑풍대가 모여 있는 군막으로 달려가 보니 흑풍대는 형오삼살의 지시로 주먹밥과 국을 만들고 있었다. 




“야~ 거기..........뭐해. 빨리 와서 자네도 도와.”




풍운이 서성거리고 있으니 흑풍대 무사 한명이 풍운을 부른다. 풍운은 재빨리 달려가 무사들과 함께 주먹밥을 만들며 천이통으로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에 정신을 집중했다.




“이거 상관장로와 함께 온 놈들에게 줄 음식이지. 십팔~ 오늘도 우리가 만들어서 받쳐야 하는 거야.”


“형오삼살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으니 틀림없을 거야.”


“개 좆이나! 기분 정말 더럽네. 퇴~ 내 침이나 함께 먹어라 개새끼들~”




한쪽에서 거대한 통에 담긴 밥으로 주먹밥을 만들고 있던 흑풍대 무사가 밥에 침을 뱉는다. 풍운은 살금살금 그쪽에 있는 무사들 틈으로 파고들었다.




“이게 모두 상관장로 무사들 새끼들이 먹을 밥인가? 무지하게 많네.”




풍운이 주먹밥을 만들며 옆에 있는 무사에게 말을 걸자 무사는 손바닥에 침을 뱉고 주먹밥을 만들며 대답한다. 




“어디 그 새끼들이 한둘이야. 천명에 가까우니 많이 처먹는 것도 당연하지. 여기 있는 통하고 저기 있는 통에 담긴 밥을 모두 주먹밥으로 만들어야하니 잔소리하지 말고 빨리 만들어.”


“근데 말이야. 오늘 아침은 주먹밥으로 끝이야. 최소한 국물이라도 있어야 밥이 넘어가지.”


“이 친구가 정신이 없군..........국이야 바로 옆에 있는 군막에서 만들고 있잖아.”


“그런가? 변소에 다녀오느라 못 들었어.”


“뭐야.........그럼 똥 싸고 와서 주먹밥을 만들고 있다는 말이야. 예이 더러운 새끼? 빨리 가서 손이라도 씻고 와~”




무사의 말에 풍운은 피식 웃더니 밖으로 나와 품속에 감추고 있던 가죽주머니를 소매에 감추었다. 풍운은 국을 끓이고 있다는 군막으로 들어가기 전에 한쪽 벽을 바라보았다. 이막수는 은신술로 벽에 숨어 있을 것이다. 풍운이 군막으로 들어가니 군막에 일렬로 배치된 거대한 가마솥들에 담긴 물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그리고 한쪽에서는 각종 야채를 칼질하고 있는 무사들이 보인다. 




“자네는 누구야. 왜 들어왔어.”




한참 야채를 칼질하고 있던 무사가 풍운을 보고 물어본다. 풍운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무사에게 다가갔다.




“밖에서 놀고 있었더니 형오삼살님이 들어가서 도와주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왔어요.”


“쩝~ 그래? 자내 칼질 잘해!”


“잘 못하는데요?”


“그럼! 도와줄 것도 없잖아? 아니다. 저기 바구니에 있는 야채들 보이지. 그걸 솥에 집어넣어.”




풍운은 무사가 가르친 곳을 보니 무사들이 칼질한 야채들이 담긴 바구니들이 보인다. 풍운은 그중에서 한 개를 들었다.




“저쪽에 있는 솥부터 차례대로 부여.”




풍운은 무사가 말해 솥에 야채를 집어넣고 다른 바구니를 들었다.




“이걸 누가 다 먹는다고 이렇게 많아요.”


“다른 놈들 처먹을 것까지 만드니까 많지. 우리가 먹을 것만 만들면 이렇게 많겠어? 저기 보이지? 저거 3개만 빼고는 모두 사해방 새끼들하고 상관장로인가 뭔가가 데려온 새끼들이 먹을 국이야.”


“이상하네..........사해방 놈들은 많이 죽었잖아요. 몇 개만 있으면 될 것 같은데?”


“궁금한 것도 더럽게 많네. 자세한 것은 나도 몰라. 형오삼살님이 저기 3개가 우리가 먹을 것이고, 나머지 4개은 사해방 무사 놈들이 먹을 거라고 하셨어. 그리고 나머지는 상관장로 새끼들이 먹을 거다. 이제 됐지. 빨리 야채나 부어.”




풍운은 무사의 말을 기억하고 야채를 솥에 부르며 상관장로 무사들이 먹을 국 중에서 3개에만 소매에 감추고 있던 독(毒)을 풀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야채를 손질하던 무사들도 솥에 야채들을 집어넣고 국물을 담을 통을 가져오라고 한다. 




“저기.........변소가 급해서..........금방 다녀올게요.”




풍운은 통에 국물을 담고 있는 무사들 틈에서 빠져나와 상관장로 무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일사님..........왜 3개의 솥에만 독(毒)을 푸셨죠?’




상관장로 무사들에게 달려가던 풍운의 귀에 이막수의 전음이 들렸다. 풍운은 이막수가 몸을 숨기고 자신을 따라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막수에게만 들리도록 전음을 보낸다.




‘상관장로 무사들이 모두 죽어버리면 곤란하잖아요. 그들이 살아있어야 무경의 다음 작전을 진행하죠. 그래서 5개의 솥 중에서 3개에만 독(毒)을 풀었어요.’




사실 천명에 가까운 무사들에게 똑같은 시간에 식사를 제공하지는 못한다. 먼저 받는 놈이 있고 늦게 받는 놈이 있을 것이며, 먼저 받는 놈들이 먼저 먹을 것이다. 다시 말해 천명에 가까운 놈들이 같은 시간에 똑같은 음식을 먹을 확률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먼저 음식을 먹은 놈들이 쓰려진다면 나중에 음식을 받은 놈들은 음식을 먹지 않을 것은 당연하다. 다시 말해 풍운의 걱정은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세상일이란 모르는 것이니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을 것이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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