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중원견문록 - 34부

본문

돌아왔다. ’




십 여년만에 보는 풍경이지만, 달라진 건 거의 없었다. 




‘ 이 저주받은 곳으로.......... ’




경비를 서던 무사가 그를 알아봤는지 사색이 되어 안으로 후다닥 달려갔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사색이 되어 떨고 있는 또 다른 무사의 곁을 지나, 정문을 통과해서 안으로 안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 죄악의 소굴로......... ’








“ 호오...! ”




십 여년만에 만나는 그는, 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찢어죽이고 싶은 대공자는 여전히 얼굴에 미소를 지은 체, 깔보는 듯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이 무엇 때문에 돌아왔는지 뻔히 다 알고 있으면서도, 마치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가증스런 얼굴을 한 체로......




“ 그래, 돌아왔다는 것은...... 무얼 뜻하는지 잘 알고 있겠지? ”


“ 그렇게 강조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소. ”


“ ..........! ”




조금도 꿀리지 않는 그 당당한 눈빛이 대공자는 마음에 안들었다. 




“ 흥! 그렇게 잘 알고 있다면 지금 당장 연옥동으로 가서 일을 시작하는 게 좋을 거야. 네놈이 뛰쳐나간 뒤로 로 그들은 널 계속해서 기다렸으니깐 말이다. ”




그 말을 끝으로 돌아선 대공자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 고개만 살짝 돌려 한마디 더 내뱉었다. 




“ 그리고, 난 더 이상 대공자가 아니다. 소교주님이라 불러라, 담추광! ”


“ .............!!! ”




그, 담추광에게 그건 또 다른 충격이었다. 




‘ 역시......... ’




이곳을 뛰쳐나간 뒤, 어떻게 될지 이미 짐작은 하고 있던 바였지만, 그래도 충격이었다. 




‘ ........... 그래도, 이곳과 인연을 끊을 수만 있다면......... ’










“ 오랜만이로군요.... 담... 오라버니. ”


“ ...........!! ”




연옥동에 달했을 때, 들려온 목소리에 담추광은 온 몸이 얼어붙어 버렸다. 








[ 십 여년 전, 음양문의 발자취를 좇다가 우연히 자신의 눈에 들어온 음양문의 비급. 


너무 색공에 취우쳐져 있긴 했지만, 너무나 들뜬 마음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비급속의 무공을 익히고 말았다. 그리고.........


뭔가 이상하다고 눈치 챈 순간, 수련을 멈췄지만,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어느 보름 날, 갑작스레 치솟은 욕정에 이성을 잃어버린 그는 자신의 눈앞에 있던, 더 없이 소중한 그녀를 범해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








“ 또........ 도망치시는 건가요? ”




다시 한 번 들려온 그녀의 목소리에, 담추광은 괴로운 표정으로 천천히 그녀를 향해 몸을 돌렸다. 




“ ..........!! ”




거기에, 그녀가 있었다. 십 여년전보다 더 아름다워진 모습을 한 체로, 여전히 변함없는 미소를 지은 체...




“ .... 오랜만이로구나.... 청화야..... ”




그녀는.... 지울래야 지워버릴 수도 없는, 떨쳐내고 싶어도 떨쳐낼 수 없는...... 자신의 원죄였다. 




‘ 아아.......! ’




담추광은 자신이 왜 그토록 남궁옥에게 끌리는지 알 것 같았다. 남궁옥은 몸에서 베어나오는 분위기라든지 하는 것들이 그녀와 너무나 닮아있었다. 






“ ...... 결심이 서신 거로군요.... ”




괴롭지만, 잔뜩 결의에 찬 그의 눈빛에, 그녀는 그가 왜 돌아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 .....미안.... 하구나...... ”




담추광은 고개를 푹~! 수그리며 말했다. 그 외엔 할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떠한 말을 꺼낸다 한들, 그녀가 받은 상처를 치유하기에는 덧없는 말이었다. 




“ ........행복하세요..... ”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뒤돌아서 걷기 시작했다. 




“ 청화야....... ”




그녀를 붙잡으려 손을 뻗은 담추광은 결국 그녀를 붙잡지 못했다. 그 전에, 해야할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 미안하구나, 청화야. 하지만, 지금은...... ’




멀어져 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담추광은 몸을 돌려 연옥동으로 향했다. 




‘ 조금만 기달려다오, 청화야. 이 일만 끝나면....그러니, 그때까지만 기다려 다오, 나의.. 누이야... ’










“ 그래, 그는 어떻게 지내고 있나? ”


“ 예, 소공자님은..... 담... 추광은 한달 째 연옥동에서 그것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 




소교주의 질문에 대답하려던 수하는 급격히 구겨지는 소교주의 얼굴을 보고 얼른 칭호를 바꾸어 다시 대답했다. 




“ 한 달째라... 완성이 멀지 않았겠군. ”


“ 예. 그리고, 또....비이각에 이런 지도를 주면서 무슨 동을 찾고 있다고 합니다. ”




수하가 건네준 지도를 받아 본 소교주는 잠깐 보더니, 삼매진화를 일으켜 지도를 불태워 버렸다. 




“ 음양동이로군. ”


“ 옛?! 음양동이라면..... ”




‘음양동’ 이란 말에 수하는 놀라운 표정을 지었지만, 소교주는 별 상관없다는 태도였다. 




“ 흥! 아직까지도 음양동을 찾고 있었다니..... 크하하하! 십 년간 죽어라 헛 수고만 했구나, 담추광아! ”


“ 하지만, 만약 소공자.... 담추광이 음양동을 찾기라도 하면...... ”




수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 수하를 소교주는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정말이지 모처럼만에 친절하게 가르쳐 주기 시작했다. 




“ 흥! 음양동이 왜 달리 환상지동이라 불리는지 아는가? ”


“ 아무도 못찾았기 때문이 아닙니까? ”


“ 천만에! 음양동이라면 이미 오년 전에 찾았다. ”


“ 옛?! ”




수하는 믿을 수가 없었다. 소교주의 말대로 이미 오년 전에 음양동을 찾았었다면, 자신이 모를리도 없을뿐더러 ‘교’ 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커다란 경사였기 때문이었다. 그 뿐 아니라, 그토록 염원하던 무림정복도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 헌데, 어째서...... ”


“ 음양동이되, 음양동이 아니기 때문이지. ”




소교주는 조금 인상을 구겼다. 




“ 분명, 음양동이긴 했는데, 들어가 보니 평범한 동굴이더라 이거야. ”




동굴 입구 위에 분명 ‘음양지동’ 이라 적혀 있었다. 연대를 추정해 본 결과, 300여년 전에 쓰이던 글씨체와 일치도 했었다. 하지만, 막상 들어가보니, 평범하기 이를데 없는 동굴이었다. 그래도 미련이 남아 일년 동안 동굴을 샅샅이 조사해 보았지만 헛수고였다. 




“ 흥! 일년 동안 헛수고한 것을 생각하면..... !! ”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분하기만 한 소교주였다. 




“ 그래, 이 분한 기분을 나 혼자만 맛볼 수야 없지. ”




좋은 생각....이라기 보다는 사악한 생각이 떠오른 소교주는 미련 때문에 아직도 품에 간직하고 있던 지도를 꺼내 수하에게 던져주며 말했다. 




“ 총관! 그걸 담추광에게 갖다 주게나. 음양동의 위치가 적힌 지도이네. ”


“ 헛! 이걸... 말입니까?! ”


“ 그래. 그리고, 구구절쯤해서 무림에 흘려보내게. ”




그렇게 된다면 무림엔 음양동의 지도를 놓고 한바탕 피바람이 불지도 모른다. 




“ 역시, 소교주님! 아주 좋은 생각이십니다. ”




총관이란 직책을 달고 있는 수하는 소교주의 그 생각만큼은 아주 마음에 들었다. 










“ ............... ”




뜻밖이었다. 그토록 찾아 헤메던 음양동의 위치가 적힌 지도를 보고는 실망스런 표정을 짓다니..... 




“ 지도는 확실합니다만...... ”




총관은 담추광이 의심하는 것 같아 다시 한 번 지도가 진짜임을 넌지시 꺼냈다. 




“ 잘 알고 있습니다, 총관님. 소교주에게 신경써 주셔서 고맙다고 전해주십시오. ”




소교주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리란 건 이미 이곳에 왔을 때부터 예상했던 일이요, 음양동에 관한 것 또한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다. 다만, 담추광이 실망한 이유는 소교주가 보내온 지도에 표시된 장소를 이미 5년 전에 알고 있었으며, 몇 수십번씩이나 조사하고 또 조사해 보았었다는데에 있었다. 




“ 음양동은 포기해야 하는 건가.....?! ”




마지막 기대했던 희망마져 무너져내리는 느낌에, 담추광은 절망했다. 그 절망속에서 담추광의 뇌리에 떠오른 것은 남궁옥이었다. 








“ 잠시 외출좀 다녀오겠소, 소교주. ”


“ 좋을대로. ”




반대할 줄 알았던 소교주가 쾌히 승낙하자, 담추광은 주저없이 그곳을 떠나 하남성 남궁세가로 향했다. 


일주일 동안 서 너 마리의 말을 갈아 치우면서 남궁세가에 도착했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던 건 또 다른 절망감이었다. 


사흘 동안 남궁세가를 탐색하고 수소문해가면서 남궁옥의 거처를 알아냈지만, 주인은 온데간데 없었다. 




“ 아가씨는 몸이 안좋아서 조용한 곳으로 요양을 갔어요. ”




금 열냥을 들여서 시녀를 통해 알아낼 수 있던 건 그것이 다였다. 




“ 으아아아~~~~~!! ”




담추광은 절망하고 절규했다. 




‘ ............돌아가자. ’




허무와 절망......




‘ 이제 내게 남아있는 건........ ’




죽어버린 마음...........




‘ 그것을 완성시키는 것 뿐....... ’




뻥 뚫려버린 텅 빈 가슴........




‘ ..... 비록... 그것들로 인해 세상이 멸망한다 하더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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