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중원견문록 - 9부

본문

이것도 꿈인가?! 늙수그레한 두 노인의 음성이 진의 귓가를 울렸다. 




[ “ 설마… 자아를 되찾을 줄이야….. 이래서 %^%%^$$ …… “


“ 크크크 그러게 ^%&^% 잖은가?! “


“ 흠. 그래도 &^&%#$%#* 니깐… 혹, %^**@$%^ 지도… “ ]




‘ 뭐라구 중얼거리는 거야?! ‘




둘이서 뭔가 소근거리듯 얘기를 해서 그런가, 잘 들리지도 않았다. 






[ “ 저런…. 그가 정신을 차리는군. 우린 이만 &%$%^$%^$%^ 로 가세나. “


“ 음… 할 수 없지. 자네, &^&%^&&%& 서 또 보세나. 운이 좋다면 말이지만… “ ]




‘ 또 보자니?! 지금 무슨 말을….?! 날 두고 하는 말인가…? ‘




“ 으음~~~!! “




진은 자기도 모르게 두 눈을 번쩍~! 뜨고 말았다. 왠지 머리가 지끈지끈 거리고 정신이 몽롱한 듯한 기분이다. 너무 오래자서 그런가 눈까지 피곤한 듯한 기분이다. 




‘ 으~! 잠을 너무 오래자도 머리가 아프다더니…..그나저나 뭔가 꿈을 꾸긴 꾼 거 같았는데… 뭔가 기묘한 꿈이었는 듯 했는데…….. ‘




눈이 피곤한 나머지 눈을 깜빡거리면서 간 밤에 꾼 듯한 꿈을 생각해 내려는데, 늙수그레한 음성이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 




“ ^&%^%^$ ? “


“ …………. ?! “




‘ 음…. 환청인가…. 어서 정신을……….. 가만?! ‘




뭔가 이상했다. 




‘ 침대? 것도 나무로 만든? 우리 집에 이런게 있었던가? ‘




진은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 ……. 이럴수가?! ‘




주위가 너무 낯설었다. 집이 아니었다. 아파트도, 현대식 건물도 아니었다. 전통 가옥이었다. 아니, 전통 가옥이라 하기에도 뭔가 이상했다. 전통 가옥에 목조로 만든 침대가 있을리가 없다. 그런 얘긴 역사책 어디에도 없었다. 한쪽엔 탁자와 그 탁자위엔 촛불과 서책이, 한쪽 벽면엔 책장까지 있었다. 




‘ 한옥에 이런 구조가 있었던가? ‘




정확한 건 모르지만, 그가 알고 있는 상식으론 한옥엔 이런 구조가 없었다. 한옥에 온돌이 아닌 목조 침대가 있을리가 없었다. 


문의 구조도 그가 알고 있는 전통 가옥과는 달랐다. 얼핏 보면 비슷하나, 그 빗살이나 종이의 재질이 뭔가 달라 보였다. 무엇보다도 백염백미의 신선풍처럼 생긴 노인이 입고 있는 옷이 한복이라 하기엔 뭔가 이상했다. 그 옷은 마치…




‘ 무협 영화에서 많이 봤던 중국( ‘지나’ 라 칭해야 하나 그냥 익숙한 중국으로 표기함. 사담이지만 ‘한자’ >>>>>요거 우리 조상이 만든 문자입니다. 지금은 ‘중국어화’ 되어버렸지만, 이는 중국의 유명한 역사가가 집필한 역사서에도 나와 있는 사실입니다. )옷과 비슷하잖아?! 그러고 보니 이 방도..?! 설마…….?! ‘




진은 놀란 눈으로 노인에게 물었다. 




“ 여긴 어디입니까? “


“ 허허~~!! 




왠지 노인이 기쁜 듯 웃음을 터뜨렸지만, 진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 너무 놀라지 말게나. 여긴 의원이라네. “


“ 의원…. 이라니요? “




‘ 갑자기 의원이라니…..?! 것보다도 노인이 한 말은 분명 한국어! ‘




진은 조금은 안심이 되었지만, 다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 허허… 성수산장이라는 보잘 것 없는 의원일세. 그래도 강호에서는 그럭저럭 알아주는 곳이네. 그러니, 그리 걱정하지 말게나. “


“ ………!!! “




‘ 성수산장?! 강호?! ‘




진은 자신이 잘못 들은 건 아닌가 싶어 노인에게 물었다. 




“ 네?! 강호라니요? “


“ 허……? “




노인이 뭔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이라도 미치고 환장할 것만 같은 사람은 진이었다. 자신은 분명, 부모님의 잔소릴 듣고 기분전환을 하기 위해 고민하다가 문득 백년문이 떠올라 거길 찾아갔었다. 그리고….




‘ 그리고 어떻게 되었더라….? ‘




생각이 안난다. 뭔가 무슨 일이 있었던 거 같았는데, 도무지 기억이 떠오르질 않았다. 단지, 생각나는 건 뭔가 기묘한 꿈과 거대한 폭발, 그리고 잠에서 깨어보니 낯선 이곳이란 사실이다. 




‘ 어째서?! ‘




진은 너무나 혼란스러워 당장이라도 미칠 것만 같았다. 그런 그의 귀에 노인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 자네… 성수산장을 모르는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래도 성수산장하면 강호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꽤나 알려진 의가인데 말이네. “




성수산장이라니?! 것보다도 지금 강호란다. 그가 알고 있는 강호라면 단 하나뿐이었다. 진은 자신이 제대로 들었나 확인하고 싶어 노인에게 조심스레 질문했다. 




“ 성수산장이라니요? 그것보다도 지금 강호….라고 하셨습니까? “


“ 그렇네. 자랑인 듯 싶지만, 실상 성수산장은 강호에서 제일이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다네. “


“ …………. !! “




잘못 들은 건 아니었다. 머리는 점점 멍해지고 심장은 그와는 반대로 더욱더 거세게 뛰기 시작한다. 저 멀리 사라져 가려는 의식을 간신히 붙들고 진은 다시 한 번 노인에게 물었다. 




“ 무림인…. 들의 세상이라는 그 강호….말입니까? “


“ 그렇다네. “


“ …………….. !! “




머리 속에서 뭔가가 뚝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 이런 것일까? 진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묻기로 했다. 




“ 구파.. 일방이 있고…… 오대 세가가 있는….그 강호 말이죠? “


“ 오대 세가? 지금은 팔대 세가라네. “


“ ………. !!!! “




노인의 대답은 확인사살이었다. 너무 놀랍고 어이없다 못해 허탈해졌다. 




‘ 강호라니?! 강호라니!!!!!!!!!!!!!!!! ‘




자신이 살고 있던 시대는 이제 막 21세기가 시작된 지 7년이 된 서기 2007년이다. 과거 중국이 아니다. 이건 분명 뭔가 잘못된 거다. 뭔가 잘못됐어도 한참 잘못된 거다. 




‘ 강호라니!!!! ‘




상상이란 결코 현실이 될 수 없기에 상상인 것이다! 결코 현실이 아니기에 이것 저것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쳘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상상이 현실이 된다?! 그렇다면, 그것이 상상일리가 없잖은가?! 상상은 결코 현실로 일어나지 않는다. 그것이 현실로 일어났다면 그건 더 이상 상상이 아닌 현실이다. 




‘ 그럼 이것도 현실인가?! 아니야! 이런 것이 결코 현실일리가 없잖은가?! 그래, 이건 책을 너무 많이 읽은 탓이야. 그래서 그 영향을 너무 받아서 지금 이러한 꿈을 꾸고 있는 거야. 사람이란 의외로 주위의 영향에 가장 민감한 동물이라지 않은가?! 그래, 이건 분명…!! ‘




진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중얼 거리기 시작했다. 




“ 하!하! 이건 꿈이야. 분명 꿈이야. 결코 사실일리 없어. 분명히….. 분명 꿈이야…. “




‘ 꿈에서 가장 빨리 깨는 방법이 뭐였더라? 뺨 때리기였던가? 허벅지 꼬집기였던가…?




진은 최후의 최후의 최후의….. 그리고 마지막 최후의 희망을 걸고 뺨을 때려보았다. 




‘ 철썩~! ‘




너무 쎄게 때렸던가?! 소리도 진짜였고, 아픔도 진짜였다. 




‘ 크 ! ‘




허벅지도 꼬집어 보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다, 자신이 알몸인 것을 깨닫고는 비단을 끌어다 몸을 덮으려다, 문득, 그런 자신이 너무 어이없어서 허탈한 표정으로 천장을 바라 보았다. 




‘ 웃기는 구나, 진아! 이런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알몸인 것을 부끄럽다고 느끼다니…. ‘ 




그의 모습이 염려스웠는지, 노인이 조심스레 물었다. 




“ 자네…. 괜찮은가? “




진은 허탈한 표정 그대로 노인을 바라보았다. 




‘ 그러고 보니, 이 노인은 어떻게 한국말을 하는 걸까? ‘ 




그런 생각이 드는 자신이 우스웠지만, 진은 노인에게 질문했다. 




“ 어르신. 어르신은 어떻게 한국말을 하시는 겁니까? 아니, 지금 제가 하고 있는 말이 혹 중국어 입니까? “


“ 응? 한국말이라니.. 그게 무슨 말인가? 나야 젊었을 적에, 스승으로부터 의술을 배우면서 동방의 말을 익힌 것 뿐이라네. “


“ 허어……………! “




‘ 동방의 말이라….. ‘




진은 자신도 모르게 탄식했다. 그리고는 다시 한 번 주위를 자세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확실히 그가 알고 있는 전통 가옥의 구조가 아니다. 무협 영화에서 많이 보던 중국의 옛 가옥의 모습이다. 




‘ 난…….. 이제 어떻해야 하지?! ‘




진은 허탈한 표정으로 그저 멍하니 한 곳만 가만히 바라보았다.


상상이, 책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 현실이 되었다. 미치고 환장할 거 같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죽어라 부정하고 도망가는 건 오히려 시간을 낭비하는 어리석은 짓이다. 하지만……….




‘ 그것이 쉽사리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




진의 그런 표정이 걱정스러웠는지 노인이 다시 말을 건넸다. 




“ 이보게! 자네 정말 괜찮은가? 이래뵈도 내 의원일세. 잠시 진맥이라도 했음 싶네만…. “




노인의 걱정스런 듯한 표정에, 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어르신. 죄송하지만, 잠시 시간을 좀 주시겠습니까? “




지금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진맥도 뭐도 아니었다. 바로 시간이었다. 




“…. 알겠네. 내 이따 잠시 오도록 함세. “




망연자실한 듯한 진의 표정에 노인은 더 이상 묻지 못하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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