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SF

중원견문록 - 8부

본문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이젠 그만 돌아가야지 하고 생각하고 그가 눈을 떴을 땐, 동굴 안은 칠흑같이 어두워져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태였다. 




“ 쩝.. 시간을 너무 끌었구나. “




자리에서 일어난 진은 조심 조심 한 걸음씩 내딛으면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그는 채 1분도 안되서 뭔가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다. 아무리 천천히 걸었다고는 하지만, 10미터에 불과한 길이다. 이미 동굴 입구가 보이고도 남았어야 했는데, 동굴 입구가 보이지 않았다. 착각이겠거니 생각하고 계속 걸어보았지만, 여전히 입구가 보일 생각을 안했다. 


순간, 그의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 설마…….?! ‘ 




좀 더 걸음을 빨리 해 보았다. 그래도 동굴 입구가 보이지 않는다. 혹시 싶어 뛰어보기까지 했지만,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발소리만 울려 퍼질 뿐, 입구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 설마….! 설마……?!! ‘




마음 한구석에서 급격히 솟아나기 시작한 불안감을 뒤로 하고 죽어라 뛰어보았지만 끝내 입구는 보이지 않았다. 마치, 처음 그 자리에서 걷거나 뛰는 흉내만 내는 거 같았다. 




“ ………!! “




진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조차 분간이 가질 않았다. 마음속에선 항상 혹시나 하는 묘한 상상과 기대감을 갖고 있기는 했지만, 그것 역시 상상으로 끝날 일이란 걸 알기에 하는 상상이었다. 




현실에선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 현실에선 결코 불가능한 일!! 




그러하기에 그러한 일들을 상상을 하고 상상을 해서 소설책이나 만화책으로 쓰거나 그려내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 그래, 이건 꿈이야~! “




그렇게 생각하자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꿈 속의 꿈이다. 가끔 그런 꿈을 꾸기도 했고, 그럴 땐 이것이 꿈 속의 꿈임을 자각했기에 꿈 속의 꿈에서 깨어나는 건 쉬운 일이었다. 




‘ 꿈 속의 꿈에서 깨어나자, 진아! 그리고 꿈에서 깨는 거야. 밤 못자는 게 아쉽긴 하지만, 겜이나 하면 되지, 뭐. ‘




그렇게 생각하고 두 눈을 감았다 떴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 …………. !! “




진은 그만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불안감보다는 이젠 두려움과 공포감이 밀려왔다. 그리고는 정말이지 말도 안되는 상상이 떠올랐다. 




‘ 혹,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차원의 틈새라는 그런 곳이 아닐까……?! ‘




스스로도 어이없는 상상임을 알고 헛웃음을 흘렸지만, 그렇다고 이 상황을 설명할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도 않았다. 두려움과 공포감은 점점 커져만 가다가 이내 절망감까지 엄습해 왔다. 얼마나 그러고 있었을까…?




‘ 혹 여기서 이대로 죽게 되는 건 아닐까…? 참으로 꼴불견이로구나, 진아. ‘




그렇게 스스로를 조소하며 절망감에 빠져있을 때, 뭔가가 그의 몸을 밑으로 잡아당겼다. 아니, 맹렬한 속도로 그의 몸이 추락하고 있었다. 




‘ 말도 안돼!!! 갑자기 밑으로 떨어지다니!!!!!!!! ‘




절망감과 함께 죽음에 대한 공포감이 순식간에 온 몸을 사로 잡았다. 그 지독한 공포감에 눈물까지 나오려 했다. 




“ 죽기 싫어~~~~~!! “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온 외침이었다. 그 외침을 신이 존재하고 있어서 듣기라도 한 걸까? 추락하던 그의 몸이 멈추었다. 




‘ 멈췄다?! ‘




잠시가 지나도 그대로 있자, 진은 손과 발로 주위를 더듬거려 보았다. 




‘ 짚이는 게……. 없다?! ‘




마치 허공에 떠 있는 거 같았다. 하지만, 그러는 것도 잠시! 뭔가가 그를 덮치면서 무시무시한 통증이 그의 온 몸을 사로잡았다. 




“ 끄어어~~~~~억~~~!! “




손끝에서 발끝까지! 온 몸 구석구석 세포란 세포 자체 하나 하나까지 격렬한 고통에 휩싸였다. 불로 살을 지지는 듯한 고통이 이러할까? 바늘로 온 몸을 찔러대는 통증이 이러할까? 사시미 칼로 피부를 얇게 도려내는 듯한 아픔이 이러할까? 아니, 펄펄 끓는 물에 산 채로 삶아져 가는 고통이 이러할까? 살을 에이는 듯한 지독한 추위 속에서 서서히 얼어 죽어가는 느낌이 이러할까? 마치, 세상에 존재하는 것과 그 이상의 모든 고통을 다 겪는 거 같았다. 


고통도 익숙해지면 견딜 만 하다?! 미친 헛소리다. 고통을 겪어보지도 못한 놈이 잘난 체 지껄인 말에 불과하다. 고통을 견디는 법은 있어도 고통에 익숙해 지는 법은 결코 없다. 


고통을 너무 겪다 못했는지, 우습게도 종래에는 죽을 거 같은 고통이 이러한 거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점차 고통이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진은 자신의 생명이 꺼져가고 있는 것이 또렷하게 느껴졌다. 그러자, 27년 간의 인생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그의 눈 앞에서 천천히 스쳐 지나갔다. 




‘ 죽음이 눈앞에 다가오면 지난 날들이 눈 앞을 스쳐 지나간다더니….. 이런 뜻이었구나…. ‘ 




어이없게도 이 순간, 새삼, 그 말을 실감하면서 그는 점차 죽음이 코 앞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 이렇게 죽는 구나…. ‘




왠지 어이없고, 허무하고 억울했다. 더불어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감이 온 몸을 사로 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음 한 편으론 이렇게 죽어도 싸구나 싶었다. 




‘ 이건 벌이다. 평생을 일도 안하고 그저 빈둥빈둥 놀고 먹고 먹을 생각을 하니깐 그런 거야. 그러니깐 억울해 하지 마라, 진아. 원망 할려거든 스스로를 원망해라. 아무 잘못도 없는 신이나, ‘참으로 냉정한 세상이구나’ 하면서 괜히 세상을 욕하지 말아라! 신은 신! 세상은 그저 세상일 뿐이다. 세상이 냉정하다구?! 웃기고 자빠졌네. 세상이 냉정하다면 너 또한 냉정하다. 네가 바로 세상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그저 주어진 존재요,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물고 있는 존재이다. 다만, 그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 사람이요, 그 사람이 변하기에 세상이 변한다고 느껴질 뿐! 그 세상을 향해 욕한다면 그건 자기자신에게 욕하는 짓이다! 어차피 모든 것은 자신이 생각하고 결정해서 이루어진 일! 그 결과가 나쁘다고 해서 냉정한 세상이네 뭐네 하면서 세상을 헐뜯거나 주위 사람을 욕하는 짓은 자기 얼굴에 먹칠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 진아! 너무 억울해 하지 말자!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생각은 그렇게 했지만, 지독한 두려움과 공포감에 온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죽음이 다가오는 것이 뚜렷하게 느껴질수록 지독한 두려움과 공포감이 그를 사로 잡았고, 몸은 더욱더 거세게 떨리기 시작했다. 


죽음이 바로 눈 앞에 있다!? 그건, 추상적인 느낌이 아닌 사실적인 느낌! 뭔가 진득한 기운이 눈 앞에 있는 게 느껴졌다. 그건 바로 죽음 그 자체!! 




‘ 최소한…………. ‘




“ 크으~~~~~~!! “




지독한 두려움과 절망감과 공포감 속에서 진은 억지로 주먹을 쥐기 위해서 노력했다. 두 눈을 감고 깊숙히 심호읍을 하면서 덜덜~!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 죽음을 피할 수 없다면…….. ‘




죽음과 당당히 마주하고 싶었다. 미친 헛소리라고 비웃어도 좋았다. 피해갈 수 없는 죽음이라면 담담히 받아들이고 싶었다. 




“ 후우우~~~~~~~~~! 후우우~~~~~~~! “




몸에 조금씩 힘이 돌아오면서 덜덜 떨리는 몸도 점차 진정되어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려움과 공포감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도 마냥 두려움과 공포감에 벌벌 떨었던 때보다는 훨 나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몸의 떨림이 드디어 멈췄을 때, 진은 감았던 두 눈을 떴다. 삶에 대한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젠 죽음과 마주대할 수 있을 듯 싶었다.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 이젠… 와도 좋아… “




누구에겐지도 모를 말을 중얼거리면서 진은 두 눈을 감았다. 왠일인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죽음이 그를 덮었지만, 편안한 마음만은 가시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몸 구석구석으로 점차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 이것이 죽음이란 걸까……..?! ‘




죽음이라기엔 뭔가 좀 이상했지만, 아니라 하기에도 좀 이상했다. 세상에 죽음을 표현한 말은 많지만, 그 모든 것은 어차피 최대한 죽음을 가정한 상태에서 상상해낸 말에 불과하다. 임종을 곁에서 목격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당사자나 직접 겪어보지 않은 이상, 말은 말일 뿐, 자신의 것이 되지 못한다. 




‘ 그래도 뭔가 좀……… ‘




이상했다. 편안해지다 못해 시간이 지날수록 어째 몸 깊은 곳에서 힘이 새록새록 솟아나는 것 같았다. 그 힘이 몸 구석구석에 퍼지더니, 다 죽어가던 몸이 점차 살아나는 거 같았다. 




“ ……….. !! “




아니, 확실히 살아나고 있었다. 결국에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온 몸의 기관이란 기관은 물론이요, 세포 하나 하나조차 생동감으로 넘쳐 흐르고 있었다. 그건 정말이지 신기하고도 기이한 체험이었다. 


몸 깊은 곳에서 피어난 힘은 점차 거대해지기 시작했다. 




‘ 말도 안돼! 내 몸 속에 이러한 힘이 있다니!!! 이건, 마치……..!! ‘




소우주! 문득, 인체는 하나의 작은 소우주란 말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그 말 그대로 몸 속 깊은 곳에서 끊임없이 힘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몸도 그 힘에 반응하여 뭔가 변화하기 시작했고, 그와 더불어 의식도 몸 구석구석까지 확장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이윽고 몸과 힘과 의식은 완전한 하나가 되었다. 그 순간, 진은 말로 형용 못할 기쁨과 쾌감과 쾌락을 느꼈다. 더 없을 행복감과 환희를 느꼈다. 영혼마저 정화된 듯 해, 눈물이 절로 흘러내렸다. 그 와중에 힘은 배꼽 바로 밑부분에 또아리를 틀더니, 이내 하나로 뭉쳐가면서 주먹만한 크기의 구슬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구슬로 변화된 힘은 이제 육체를 넘어서 외부로 외부로 확장하기 시작했고, 그와 더불어 의식 또한 힘을 따라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외부로 퍼져간 힘과 의식은 하늘로 오르더니 이내 세상 곳곳으로 순식간에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 이건 마치……..! ‘




세상 모든 것이 느껴졌다. 아니, 자연 그 자체였다. 지구 그 자체였다. 자신의 의식 자체가 자연 속에, 지구 속에 녹아들어 하나가 되어버린 듯 했다. 그의 의식 자체가 지구요, 지구가 바로 그의 의식이었다. 




‘ 물아일체!! ‘




자연과, 지구와 하나가 된 그 느낌이란!!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자연을, 지구를 둘러싸고 둘러싼 힘과 감각은 이내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향하기 시작했다. 이젠 우주와 하나가 되려는 듯 말이다. 




‘ 아아~~!! 이토록 강대한 힘이라니! 모든 것을 마음먹은대로 행할 수 있을 듯한 이 거대하기 짝이 없는 힘이라니!! 아아~! 신이 된 듯한 기분이 이러할까?! 이 힘이라면~! 이 우주 구석구석까지 퍼져 나가는 강대하기 이를 데 없는 힘이라면 난 뭐든지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 




그것은 더없을 강렬한 유혹이었다. 그 유혹을 끝내 거부하지 못한 진은 그 힘에 맘껏 도취되어 버렸다. 그건 생각보다 커다란 쾌감! 이성이 전해주는 쾌락보다 더한 쾌락! 극에 이른 행복감이었다. 마치, 자신의 모든 것이 우주 구석구석에까지 뻗어 나가기 시작한 그 강대하기 이를데 없는 힘에 녹아들어가는 것 같았다. 




‘ 녹아들어 간다?! ‘




순간, 진은 자신의 존재가 사라져 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 아~! 이런 기분이라면 이것도 나름대로 괜찮을지도……. ‘




진은 하나 둘 자신의 모든 기억을 잊어 갔다. 초등학교 때, 책을 읽게 되어 기뻤던 일도, 영화였던 것이 소설책으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의 기쁨도, 중학생이 되었을 때 학교에 도서관이 없어서 무지 실망스러웠었던 감정도, 자신이 그동안 상상하며 나름대로 끄적여왔떤 판타지가 책으로 나왔을 때 느꼈던 커다란 충격도, 민트와 만났을 때의 기쁨도, 맘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그것을 글로, 만화로 표현해 나갔을 때의 떨림도, 그 모든 것이 서서히 사라져 갔다. 


그렇게 모든 것이 사라졌을 때, 마지막으로 가족의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맨 먼저 떠오른 것은 부모님의 얼굴이었다. 




‘ 가족에게 폐만 끼치고 동생의 발목을 붙잡기만 하던 나였으니, 오히려 다행일지도…. ‘




자신보다 훨씬 똑똑하고 훌륭한 동생이 있기에, 보잘 것 없는 자신이 사라진다 해도 그다지 슬퍼하시지 않으실지도 모른다. 




‘ 내 동생… 그래도 형이라고 대접해 주던 녀석이었는데….. ‘




동생은 그의 자랑거리였지만, 자신은 동생의 짐이었다. 그 점이 동생에겐 언제나 미안했었다. 하지만, 이제 자신이 동생의 발목을 잡는 일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다. 




‘ 아아…..! ‘




마지막으로 가족 중에서 그래도 유일안 안식처였던 여동생이 떠올랐다. 




‘ 그나마 이 녀석이 있었기에…………. ‘




여동생에겐 모든 것이 미안할 뿐이었다. 그가 여동생에게 해준 건 별로 없었지만, 가족 중에서 제일 알뜰하게 그를 보살펴 준 것도 여동생이었으며, 그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준 것도 여동생이었다. 




‘ 아아~~~!! 지금쯤 내가 안와서 무지 걱정하고 있을 텐데….. ‘




자신을 걱정하는 여동생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갑자기 가족이 보고싶어 졌다. 그 중에서도 여동생의 얼굴이 무지 보고싶어 졌다. 이왕 사라지는 거 그래도 멀리서나마 가족들의 얼굴은 보고 사라지고 싶었다. 하다 못해 여동생만의 얼굴만이라도 보고싶어 졌다. 


자신의 존재는 서서히 사라져 가고 있지만, 그래도 그 강대하기 이를 데 없는, 신과 같은 힘과 의식은 여전히 또렷하게 느껴졌다. 그는 우주 구석구석에 뻗어 있는 의식을 불러들여 지구로 향했다. 하지만, 힘은 그게 불만이었나보다. 지구로 향하려는 의식을 힘이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것은 그에게 너무나도 묘한 느낌이었다. 마치, 손과 발이 자신의 명령을 거역하고 오히려 자신을 지배하려는 듯한 느낌이었다. 




‘ 부탁이야! 멀리서라도 좋으니깐 가족들의 얼굴을 보게 해줘! 하다 못해 여동생의 얼굴만이라도!! ‘




그는 힘에게 사정 사정해가며 억지로 의식을 지구로, 대한민국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힘이 의식을 구속하는 힘도 강해져만 갔다. 그것은 그에게 처음에 겪었던 그 모든 고통을 다시 겪게 만들었다. 마치, 이 이상 고통을 겪기 싫으면 얌전히 말을 들으라고 힘이 경고하는 듯 했다. 




‘ 제발~! 단 몇 초만이라도 좋으니깐…….. ‘




그 고통을 참아가며 그의 의식이 전주로, 그리고 마침내 집 근처까지 향했을 때, 고통의 강도가 변했다. 육체를 넘어서 영혼 깊숙이까지 느껴졌다. 




‘ 끄아아~~~~~~~~악~~~~~~~~~~!! ‘




영혼 깊숙이까지 전해지는 고통은 정말이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것이었지만, 그것은 한편으론 자신의 의식을 끝내 구속하려하는 힘에 대한 강한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 감히! 감히 힘 주제에~~!! ‘




강한 반발은 분노를 일으켰고, 분노는 의식을 강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강해진 의식은 순식간에 힘과 대등해져 버렸다. 




‘ 끼이이이~~~~~~~~~~~잉~~~~~~~! ‘




힘이 표현한 분노의 소리? 외침? 이었을까? 기묘한 소리와 함께, 힘의 파동이 변했다. 의식을 둘러싸고는 부풀어 오르는 풍선마냥 팽창해 가는 것이 마치 자폭이라도 하려는 듯 했다. 




‘ 크! 제발 조금만 시간을 달란 말이닷~~!! ‘




그것은 그가 생애 처음으로 간절한 마음을 담아 외친 목소리였다. 그 외침을 들은 것이었던 걸까? 힘의 팽창이 순간 멈추었고, 그 순간, 진은 귀가중인 여동생의 모습을 발견했다. 




‘ 수진아~~~~~!! ‘




그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외쳤고, 그의 의식은 순식간에 동생앞으로 다달았다. 그리고, 문득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본 동생의 눈과 마주쳤다. 




“…. 오..빠…?! 설마….. “




동생은 뭔가를 느낀 듯 했지만 이내 고개를 젓고는 힘없는 발걸음으로 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 하..하…! ‘




왠지 눈물이 나오려 했다. 동생의 얼굴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분노조차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 이제 마음대로 하려무나~! ‘




진은 의식의 통제를 풀어버렸다. 모든 걸 힘에게 맡겨버렸다. 이젠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다. 힘은 다시 그에게 달콤하기 그지 없는 유혹을 던져주면서 그의 의식을 지구로 벗어나 우주로 데려갔다. 달콤하기 그지 없는 유혹이 그를 다시 사로잡았지만, 왠일인지 처음 느꼈던 것보다 강렬하지 않았다. 그래서 진은 차분히 그 유혹을 나름대로 즐기며 맛보았다. 그러다가 힘에게로 관심을 돌렸다. 


힘은 여전히 그의 의식을 꽁꽁 속박하고 있었지만, 왠일인지 그는 의식이 점점 자유로워짐을 느꼈다. 그걸 느꼈던 것일까? 힘이 행동을 멈추더니, 구속력을 더욱 강화하기 시작했다. 그걸로 모자라다 느꼈는지 압력까지 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속에서도 진은 여전히 의식이 자유로운 것을 느꼈다. 




‘ 끼이이이이~~~~~~~~~~이힝~~~~~~~~~~~!! ‘




그건 힘이 표현한 분노이자 절규였다. 뜻대로 안되자, 힘은 결국 마지막 수단을 택했다. 자폭이었다. 




‘ 훗! 뭐, 이것도 나쁘진 않겠지. ‘




그렇게 생각하고 진이 미소지었을 때, 거대한 폭발이 시작되었다. 그것은 또 하나의 빅뱅이었다. 그 폭발은 그의 의식에 강한 충격을 주었고, 의식은 순식간에 작아져, 역시 작아진 힘과 함께 그의 몸으로 돌아왔다. 그와 동시에 진은 자신이 존재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자신이 아직 살아있는 상태라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몸은 물먹은 솜처럼 무겁고 나른하기 그지 없었지만, 자신은 대지에 몸을 누인 체, 또렷하게 숨쉬고 있었다. 


진은 천천히 눈을 떠 보았다. 하늘에 떠 있는 환한 보름달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자신의 곁에 알몸으로 앉아 있는 천사가 눈에 들어 왔다. 




“ 천……. 사……..?! “




진은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피식~! 웃고 말았다. 천사라니…..! 왠지 지금까지 겪었던 모든 것이 비로소 꿈처럼 느껴졌다. 그렇지 않다면 천사가, 그것도 알몸으로 자신의 곁에 앉아 있을리가 없잖은가?! 비록, 천사의 상징인 날개가 없긴 했지만, 아무렴 어떠랴! 그래도 기분 좋은 꿈인 것을! 


좀 더 그 천사의 꿈을 꾸고 싶었지만, 갑자기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 어이?! 천사의 꿈이라구!! 이런 때 갑자기 무슨 꿈 속의 꿈을 꿀려고 그러냐?! 어이?! ‘




하지만, 몰려든 수마는 그를 순식간에 깊디 깊은 잠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 부디, 꿈 속의 꿈에서도 천사를 볼 수 있기를….. ‘




그렇게 기도하면서 그는 수마의 유혹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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