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물

악연(惡緣) -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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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장 스페이스클럽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수정이 자신도 모르게 남학생을 부르고 말았다. 그리 크지 않은 목소리로 불렀음에도 남학생은 정확히 알아듣고 뒤를 돌아보는 게 아닌가. 죽은 남동생과 똑같이 생겼다는 이유 하나로 평소 남자에게 말도 건네지 않던 자신이 먼저 말을 걸고 있었다.




"누구시죠?"




"저, 저기..."




태수는 집으로 가기위해 버스정류장으로 향하고 있을 때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보자 선배로 보이는 여학생이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저기 시간 있어요?"




"시, 시간이요?"




"네! 잠깐 할 말이 있어서요."




태수는 잠시 여학생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떡여 주었고 태수의 긍정적인 대답에 수정이 앞장서 근처의 눈에 띄는 레스토랑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정말 죽은 지훈이를 직접 보고 있는 것 같아."




가까이서 마주 앉아 태수를 보고 있자니 정말 죽은 남동생을 보고 있는 듯 가슴이 떨려오는 수정이었다.




"근데 무슨 일로 저를 보자고 했어요?"




수정의 옷에 달려있던 명찰을 한번보고서 태수가 먼저 말을 하였다.




"뭐라고 말을 하지."




용건을 물어보는 태수의 말에 수정 또한 딱히 할 말이 없었기에 우물쭈물 할 수밖에 없었다.




"명찰을 보니까 선배님 같은데 절 보자고 한 이유가 뭐죠?"




"……."




"할 말이 없으시면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저, 저기 배고프지 않아요?"




"네?"




당황한 나머지 수정이 아무 말이나 해버렸고 수정의 말에 태수는 자신이 잘못 들었나 반문을 하였다.




"후~! 나 배고픈데 우리 뭐 좀 먹고 이야기해요." 




"……."




"여기! 돈가스 2개만 가져다주세요! 돈가스 괜찮지? 아참 내가 선배니까 말 놔도 되지?"




"네? 네!"




수정이 태수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심호흡을 한번하고는 침착하게 말을 해나갔다. 이미 엎질러진 물 서두른다고 될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수정의 물음에 태수도 얼떨결에 대답을 하였다.




"음식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수정은 웨이터가 가져다준 음식을 먹으며 태수에게 뭐라고 이야기를 해야 할지 대충 머릿속으로 정리를 해두었다.




"저기 내가 보자고 한 용건이 뭐냐면 혹시 말이야…….서클에 가입해볼 생각 없어?"




"서, 서클이요?"




"응! 내가. 누나라고 해도 되지? 내가 선배니까?"




"네? 네. 그럼요."




"1학년인거 같은데 누나가 가입한 서클에 너도 가입하면 어떨까해서 말이야."




"쩝. 쩝. 무슨 서클인데요?"




"응. 그게 스쿼시를 하는 서클이야."




큼직한 돈가스 한 점을 입에 넣으며 태수가 반문을 하자 수정은 태수의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해주었다. 스쿼시는 죽은 지훈과 수정이 즐겨하던 운동이었고 스쿼시서클도 수정이 동생 지훈과 같이 들어가 활동했던 서클이었다. 물론 지훈이 죽은 이후로는 거의 찾지를 않았지만.




"스쿼시서클이라..."




"어때? 가입하지 않을래?"




"글쎄요... 전 아직 서클 같은 거는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어서." 




"그러지 말고 가입해라. 이 누나가 잘해 줄께."




조금은 애교스럽게 말을 하는 수정을 보며 태수는 그저 웃음만 나오고 있었다. 자신을 불러 세운 이유가 서클가입을 권유하기 위해서라고 하니 말이다.




"저기..선배님..."




"수정."




"네?"




"수정이 누나라고 불러두 돼."




"아~예 저기 수정누나 나중에 대답하면 안돼요? 생각 좀 하구요."




태수의 말에 수정은 조금은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자신의 말에 순순히 따라올 거라 생각을 했기에 말이다. 죽은 동생처럼




"뭐 편할 대로."




"고마워요. 누나 근데.. 그거 다 드셨어요?"




"으, 응?"




태수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자신이 썰어놓기만 하고 절반도 먹지 않은 돈가스가 보였다.




"더 시켜줄까?"




"아니요! 그거 남긴 거면 제가 먹어도 되나 해서요."




"괜찮겠어?"




"뭐 어때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수정의 접시를 가져다가 먹기 시작하는 태수였다.




"잘 가!"




"누나도 들어가세요!"




태수가 버스정류장으로 와서 집에 갈 버스에 탑승하자 수정이 손을 흔들어 주며 배웅을 하였고 태수도 수정을 향해 짧게 손을 흔들어 답례를 하고는 버스에 승차하였다.




"엄마나 언니들이 내말을 믿어줄까?"




떠나가는 버스를 보며 수정이 혼자서 중얼거렸다. 아마도 엄마나 언니들은 자신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직접 태수를 보지 않았다면 자신도 믿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사진이라도 찍어 둘걸 그랬나? 하긴 다음에도 기회가 있으니까. 어머, 학원!!"




혼자 중얼거리던 수정이 무심결에 시계를 쳐다보고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쏴~!!"




4월 달 봄이라고 하지만 찬물로 샤워하기에는 아직까지는 추운 날씨였지만 태수는 아랑곳없이 냉수마찰을 하고 있었다. 운동 후 열기를 식히는 대는 냉수마찰만 한 게 없었기 때문이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늘 하시던 걸 어느 때부터인가 태수도 따라하고 있었다.




"씨발놈!"




"어!!!"




운동 후 찬물로 기분 좋게 샤워를 하고 몸에 비누칠을 하던 태수는 갑자기 들려온 욕설에 깜짝 놀라고 말았는데 대학교에 다니는 사촌누나 지영이 초저녁부터 거나하게 취해서 샤워실에 들어와 서는 변기에 앉는 게 아닌가. 큰아버지와 큰어머니는 부부동반 모임이 있으셔서 일찍 나가셨고 지영이 누나는 대학생이라 이른 시간에 돌아올 거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해 샤워실 문을 잠그지 않았는데 지영이 누나가 샤워실로 들어온 것이다.




"씨발! 니가 그렇게 잘났냐!"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는 모르지만 지영의 상태는 이미 만취상태로 보였다. 좌변기에 앉아 있으면서도 몸을 가누지 못해 비틀거리고 있는 게 태수가 보기에 위태위태해 보였다.




"우엑!!"




결국 좌변기에 앉아 있던 지영이 뒤틀리는 속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의 치마에 음식물을 토하고 말았다.




"우엑~!! 크!!! 우엑~!!"




토를 하던 지영이 자신의 토해낸 음식물냄새에 인상을 쓰는가 싶더니 다시금 음식물을 뱉어내고 있었다.




"누나! 지영누나!!"




"저리 비켜! 너도 똑같은 놈이야!!"




비눗물을 대충 씻어낸 태수가 가운을 걸치고 토를 하는 지영의 등을 두드려주자 지영이 태수의 손을 뿌리치며 누구에게 하는지도 모를 욕설을 하고 있었다.




"남자들은 다 똑같아! 개자식들!!"




다시금 욕설을 뱉어낸 지영이 자신의 백에서 던힐을 꺼내어 입에 물고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뚝~!"




지영이 입에 물고 있던 담배가 바닥으로 떨어지더니 칙하고 순식간에 꺼져버렸다. 태수가 지영을 바라보니 지영이 완전히 필름이 끊어진 걸로 보였다.




"누나! 지영누나! 정신 좀 차려 봐요!!"




태수가 아무리 지영의 어깨를 잡고 흔들어도 지영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었고 그런 지영을 보고 있자니 태수로서는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옷을 어쩐다...."




지금 상태로 지영을 침대에 눕히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였다. 지영이 토 해낸 음식물이 장난이 아니었기 때문에 말이다.




"에잇 나도 몰라!!"




아무리 태수라도 지영이 토해낸 음식물을 직접 만지기가 꺼려서인지 지영을 끌어다가 샤워실 바닥에 눕히고는 물을 끼얹져 버렸다.




"풋!!"




물에 빠진 생쥐 꼴을 하고서 바닥에 누워있는 지영을 보자 태수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물을 여러 번 뿌렸는데도 도무지 깨어날 줄 모르고 있는 게 완전히 뻗어 버린 듯 보였다. 평소 유난히 깔끔을 떨던 모습과는 전혀 매치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옷을 벗겨야하나?"




흠뻑 젖은 채로 바닥에 누워있는 지영누나를 보고 있자니 다시금 고민에 휩싸이는 태수였다. 이대로 놔뒀다가는 누나가 감기에 걸리는 게 문제가 아니라 걸걸한 누나의 성격으로 보아 자신 또한 무사하지 못할게 분명했다.




"우와!! 이게 뭐야!"




결국 지영의 옷을 벗기기로 결정한 태수가 지영의 젖은 블라우스를 벗기자 전혀 예상도 못한 광경이 태수의 눈에 들어왔고 태수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지르고 말았다.




"나비문신이네"




지영의 오른쪽 가슴한쪽에 엄지손톱 정도 크기의 작은 나비문신이 새겨져 있는 게 태수의 눈에 들어왔다.




"지영누나 생각보다 개방적이네."




평소 남자답고 입이 조금 거칠었지만 그래도 평범한 여자라 생각했는데 가슴한쪽에 나비문신을 하고 있을 거라고는 태수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나비문신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엄청 색시해 보이네."




하얀색 브라를 하고 있는 지영의 모습에 나비문신이 한층 더 색시미를 더하고 있었다.




"……."




보면 만지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라고 태수 또한 아름다운 지영누나의 가슴을 한번 만져보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있었는데 이성과 욕망이 머릿속에서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는 중이였다.




"정태수! 정신 차리자!"




잠깐 동안이나마 욕망에 사로잡혀있던 자신을 탓하며 두 눈을 질끈 감고 음식물로 범벅이 된 지영누나의 치마도 마저 벗기고는 누나를 들쳐 업고 침대에 눕히고는 이불을 덮어주고 방을 빠져나왔다. 물론 옷은 대충 헹궈서 세탁기속에 집어 넣어버렸다.




몽정(夢精)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을 얼굴을 알 수 없는 아름다운 나체의 여인이 자신에게 다가와 그 여인과 질퍽한 정사를 나누고 있는 태수였다. 아직 한창 나이였기에 태수는 가끔 몽정을 꾸기도 했다.




"야 정태수!!"




한참 절정을 향해 가고 있을 때 자신과 황홀한 정사를 나누던 여인이 갑자기 앙칼지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게 아닌가. 아무리 꿈이라지만 잠시 어리둥절한 태수였다.




딱!!!




"이게 정말!! 너! 안 일어나!!"




한참 기분 좋은 꿈을 꾸고 있는 태수의 머리에 강한 충격이 가해지며 번개가 번쩍이듯 정신이 번쩍 드는 태수였다.




"뭐...뭐야!!"




"뭐긴 뭐야 이 새끼가 뒈질려구!!"




"어? 누나!"




"어? 누나? 이게 뒈질려구!!"




딱!




다시금 태수의 머리에 번개가 번쩍였다.




"아씨! 아침부터 왜 그래!!"




"너지?"




"뭐가?"




"네가 내 옷 벗겼지?"




"아~ 그거!"




"아~ 그거?"




"그럼 어떻게 누나가 오바이트해서 옷이 엉망인데."




"...."




이 한마디에 말문이 막혀버린 지영이었다.




"너 혹시 이상한 짓 한 거 없지?"




"이상한 짓?"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 뜨끔한 태수였다.




"없음 말고!"




지영이 들어올 때와는 다르게 황급히 태수의 방을 빠져나갔다. 어제 마신 술로 인해 아침에 깨질듯 한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났을 때 하늘이 노래지는걸 느낀 지영이었다. 자신의 겉옷은 하나 없고 속옷만 입고 누워 있는 게 아닌가. 지영은 본능적으로 태수의 소행이라 생각하고 태수의 방으로 한걸음에 달려온 것이었다.




"엄마 나 나가!"




"나비!!"




"야!!!"




지영이 아침있었던 일이 창피했던지 아침도 먹지 않고 서둘러 집을 나서고 있었고 태수도 책가방을 짊어지고 1층으로 내려오다 서둘러 나가는 지영을 보자 장난삼아 한마디 했는데 지영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튀어나왔다.




"아침은 먹고 가지?"




"아니 나 바빠요."




큰엄마의 말에 지영이 태수를 한번 흘겨보고는 나가버렸고 태수는 아침밥을 먹고서 학교로 향하였다.




학교 가는 버스는 언제나 만원이다. 큰아버지가 자가용을 이용하라 이야기 하셨지만 태수는 운동을 핑계로 거절하고 매일 버스를 이용해 등교를 하고 있었지만 이놈에 버스는 좀처럼 적응이 안 되고 있었다. 아무래도 강원도에서 자라다보니 복잡한 서울생활은 아직은 힘이 드는 모양이었다.




"안녕!"




"아, 안녕하세요!"




만원버스가 내리자 전혀 예상치 못한 수정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기 생각해봤어?"




"뭘요?"




두 사람이 같이 학교로 걸어가던 도중 수정이 태수에게 서클에 관해 물어보았는데 태수가 잠시 수정을 바라보더니 반문을 하였다.




"서클 말이야."




"아~!"




전혀 생각지도 아니 완전히 까먹고 있었던 이야기였다. 어제 수정과 헤어지고 나서 운동에 빠져있었던 관계로 까맣게 잊고 있었던 일이였다.




"가입할게요!"




"저, 정말?"




"네!"




괜히 미안함을 느낀 태수가 서클가입에 대해 긍정의 뜻을 보였다. 스쿼시를 배워도 나쁠 것이 없었기에 굳이 거절할 필요가 없을 듯 보였다.




"진짜!! 잘 생각 했어 정말 잘됐다."




자신이 서클에 가입하는 게 뭐가 그리 좋아할 일이라고 진심으로 좋아하는 듯 보이는 수정을 보며 태수는 이누나가 조금 오버한다고 생각했다. 




"그럼 이따 점심시간에 음... 아! 별관 2층에 우리 스쿼시클럽이 있거든 거기로 올수 있지?"




"네."




"헤헤헤"




수정이 혀를 조금 내밀고 웃는 모습이 조금은 귀엽게 느껴지는 태수였다.




웅성웅성




교실에 들어서자 어제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이야기하는 게 태수의 눈에 들어왔지만 무슨 일인지 알 리 없는 태수는 관심이 없어 자신의 자리에 가서 앉자 자신의 짝인 진원이 자신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이야기 들었어?"




"무슨 이야기?"




"유 소영 선배가 오늘 학교에 온대."




"유 소영?"




"응!"




유 소영 태수가 소년원에 있을 때 같은 원생들이 죽고 못 사는 연예인이 유소영이였다. 청순한 마스크에 성인 뺨치는 육감적인 몸매 15살에 탤런트로 데뷔하자마자 스타반열에 오른 하이틴 스타였다. 그런데 평소 TV에서만 보던 그 여자가 우리학교 선배였다니 태수도 남자였기에 한번쯤 만나보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아! 혹시 스페이스클럽이라고 알아?"




"스페이스클럽?"




"너는 늦게 와서 잘 모르겠지만 우리학교에는 스페이스클럽이라는 게 있거든 소위 잘나가는 아이들만 가입할 수 있는 그런 클럽인데 정회원수가 5명뿐이고 가입하고 싶은 사람을 줄을 섰는데 철저히 회원 추천제로 운영되는 클럽 아무가 가입할 수 없는 그런 클럽이 있어."




"그래? 그럼 그 5명뿐이라는 정식 멤버가 누구누구야?"




"음.. 회장은 3학년인 손 정은선배 그리고 정회원 4명은 3학년에 차 주원선배 2학년에 강 동준선배하고 아까 말한 유 소영선배 그리고 나머지한명은 저기 우리 반에 유민이 이렇게 5명이 정회원이야 하나같이 쟁쟁한 집안에 선남선녀들의 모임이지 그러니 서로 가입하려고 하구 말이야."




진원이 지목한 같은 반 유민이라는 여자아이는 어제 자신의 따귀를 때린 여학생이었다. 싸가지없는 여자아이 태수의 머릿속에 유민이라는 여학생은 그렇게 기억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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