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물

고교생일기 - 1부 1장

본문

남자가 최고로 멋있어 보일때.




10위 - 술자리에서 많이 마시지 말라고 신경 써줄 때(대신 마셔주는 등)




9위 - " 이런건 원래 남자가 하는거야! " 하면서 데이트 비용 지불할 때




8위 - 말없이 내 손 잡고 사랑한다고 조용히 말해줄 때




7위 - 담배를 펴도, 내 앞에서는 자신은 물론 친구도 못피우게 할 때




6위 - 벽에 밀쳐 날 놀라게 한 후 키스할 때




5위 - 데이트 내내 손 꼭 잡고 놓아주지 않을 때




4위 - 예고없이 날 데리러 왔을 때




3위 - 거짓말일지라도 예쁘다, 귀엽다 등 계속 칭찬해줄 때




2위 - 데이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리드, 계획표를 짜 왔을때




1위 - 술취한 사람이나 차가 지나가면 나를 안쪽으로 보호해줄때


(만원 엘리베이터나 지하철,버스에서 보디가드처럼)




기타




짧은 치마 입고 계단 올라가는데 뒤에서 가려주며 올라갈 때


차가 끊겼다면서 집 앞까지 같이 걸어서 데려다 주는 남자


길거리에 진열된 옷이나 악세사리 등을 내가 하면 예쁘겠다며 사줄때


행동이나 말에 무조건 귀여워 죽겠다는 반응을 할 때


내 생일 까먹었다고 했다가 몰래 깜짝파티 해줄 때


나랑 있을때 너무 긴장해서 당황하거나 실수할때


아무 말 안했는데 무거워 보인다면서 내 가방 뺏어갈때


많은 인파속에서 하트표시나 윙크해줄때


날씨가 추울때 추우면서도 옷 벗어줄때


잘 들리는데 속삭여서 말해줄때


아무리 친구라도 친근감 표시하면 질투할 때


우산이 있으면서 없다고 하며 같이 쓰고갈 때.






“사랑이 손을 내밀면 비켜서거나 물러서지 마라. 


사랑을 하기도 전에 사랑의 비극적인 종말을 예감해 외면한다는 것은 바보짓이다. (이정하)”






드넓은 오피스텔에 혼자 의자에 앉아서 이런 글이나 보고 있다니.


하늘에 계신 부모님이 보면 참 좋아하겠다.


꼭 단점은 아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대신 보험금으로 이런 고급 오피스텔에서 살고, 가끔 아줌마가 와서 청소니 식사를 해결해주고, 보고싶은 책은 빌리는게 아니라 사서읽고, 하고싶은 게임은 맘껏 지른다.


비록 혼자지만 이렇게 사는 고1이 나 말고 또 있겠냐.




날이면 날마다 싸워대고 개새끼 소새끼 소리를 들었던 부모님 생전은 옥상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본 기억이 수두룩할정도로 괴로웠다.


나한테 유산이 상속된것도 의외였지만 어쨌거나 이건 다 내거다.




그렇다고 고민이 없는건 아니다.




" 아줌마가 청소랑 식사를 해결해줘도 성욕은 해결할수가 없단말이지. "




육감적으로 생기지도 않고 그냥 아줌마같이 생겨서 꼴리지도 않는다.


좋아하는 여자라면 있는데 돈으로 대줄것같지는 않다.


일단 이 오피스텔에 살정도면 집에 돈이 좀 있다는거고..


이 부촌에 있는 곳이라면 더 그렇다.




학교도 안다니고 체육관 -> 집을 반복하는 나같은 사람한테 뭘 기대할리는 없고.


반할리는 더더욱 없다.




나한테도 안되는게 있었나?


나름대로 음울한 생각을 하다가도 이런 생각을 한다.




만약 걔가 나를 좋아하면 얼마나 좋을까.


섹스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서로 데이트도 하고, 수줍게 사인도 날려보고, 밤엔 같이 밖에 나가서 맥주라도 어떻게 뚫어서 마셔보고.




그러다가 저 위에 있는 앙케이트처럼 내가 술마시지 말라고 신경도 써주고, 식대도 대신 지불하고, 뒤에 서서 가려주고, 지켜주고..




" 얼마나 웃겨. 매일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성욕은 피크를 달리는데.. "




시간을 보니 벌써 오후 세시다. 


헬스가서 코치형이랑 말이라도 섞고 땀좀 흘리면 걔 생각은 나지도 않을게다.


일단 잠깐동안은..




*




카파 츄리닝 입고 나왔다.


요즘엔 다리 핏을 줄여서 입는게 유행이라 개나 소나 다 입는다.


원래 아디다스 삼선 아녔냐.. 했는데 경향 바뀌자마자 주문해서 입고다닌다.




학교, 자퇴해서 검정고시를 볼 까 하다가 아직 여유는 많아서 이모부의 만류에도 그냥 살고있다.




나한텐 좀 넓은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탔다.




" 1층 어딨냐.. 이거 볼때마다 헷갈리네. 두달이나 살았는데 이제 좀 익숙해질 때는 훨씬 넘은거 아닌가? 눈 감고도 눌러야 정상이지. "




눌러놓고 타자마자 핸드폰을 꺼냈다.




부재중전화.. 없고. 문자메시지.. 없다.


하기사 자퇴한새끼한테 안그래도 바쁜놈들이 연락이나 하고 살겠냐.


나도 그래서 연락 안해...




잠깐 액정에 불빛만 들어오게 했는데도 금새 1층이다.


내가 사는곳은 4층이다.




" 어우.. 햇빛 보는 기분이 나네. "




걸어나와서 마지막으로 건물 현관에 체크인.


예전처럼 아파트 살때에는 꿈도 못꾸던건데.. 요샌 지겹다.


그래도 부자라서 좋다. 부모님하고 바꿔서 얻은거라도 좋다.


그렇다고 경제를 들었다놨다하던지 지역에서 알아주는 부자는 아니지만 어쨌던 상대적으로 서민에서 부르주아로 급상승한거나 다름없다.




문을 열고 나오니까 여자애 하나.




" 몸 맵시가 좀 익숙한데.. "




예전처럼 "노는애들"만 치마를 줄여입는게 아니라 개나소나 다 줄여입는다.


블라우스도, 치마도 다 줄여입는다.


가끔 이렇게 이쁜애들이 그러면 눈이 호강하지만 전혀 아닌 경우도 존재한다.


그럴땐 아주 개좆같다.




다리, 희고 가늘다.


갸냘픈건 아니고 길뿐만 아니라 살이 살짝 붙어 좀 더 섹시한 느낌을 준다.


허리.. 음.. 요염할정도로 가는데다가 가슴은 살짝 부푼 엉덩이에 비해 좀 빈약한느낌.


그래도 조금 솟아있는걸 보면 엄청 꼴리네.


머리는 틀어올려서 엄청 내 취향에다가.. 사슴같은 목선!




어랍쇼.


이거 익숙한데..




" 모른척 지나가다가 좀 훑어봐야지. "




그렇게 딱 걸음을 멈추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가면서 보는데.. 럭키!


이거 소영이아냐. 




" 저기요.. "




목소리 죽이네. 


남자를 녹인다. 난 남자다.


따라서 나는 녹는다.




" 네? 네. "




나는 깜짝 놀라 은근슬쩍 훔쳐보던 눈길을 돌려 소영이 눈을 쳐다봤다.


임소영. 이웃집인데 가끔 마주치면 눈인사만 하는 402호 딸.


아빠 참 무섭게 생기셨는데 넌 천사다. 


언감생심 성욕을 품지 못할정도로 얘를 좋아한다.




" 핸드폰좀 빌려주시면 안될까요? 배터리 나가서.. 한번만요. "




소곤거리듯 말하는 목소리에 끌린 나는 나도 모르는 새에 오른손 카파 츄리닝 파켓에 있던 핸드폰을 꺼내줬다.




" 아.. 네. 쓰세요. "




" 고맙습니다아.. "




애가 좀 낯을 가리는지 살짝 고개를 숙이고 두 손으로 핸드폰만 받는다.


내가 고등학생 치고는 좀 장신이라 내려다보는데 이거 참 색다른 맛이네.


맨날 옆이나 뒤에서 힐끔거리다가 정면, 혹은 위에서 내려다보니 진짜 좋다.




나랑 나이도 비슷하니 별 생각이 다드네.


일단 매너있게 몇걸음 물러서준다. 


통화매너.


이정돈 기본이지.




그래도 호기심이 있어서인지 나는 다 들릴정도로만 물러선다.




" 여보세요? 지윤아? 나 소연이.. 응.. 학교 조퇴했어.. 아냐 몸은 괜찮아.. 혹시 집에서 잘 수 있을까? 오늘 밤만 안돼? 응 안되면 어쩔수없고.. 아냐아냐 괜찮아. 응 가야지.. 그래~ "




가출했나?




" 어랍쇼. 얘 뭔일 있나? "




헬스가야되는데 일단 늦는건 그렇다쳐도 왠지 뭐 어쩔수 있을것같다는 상상이 계속 들게하네.




소연이가 통화가 끝나자 또 번호를 익숙하게 액정을 터치해 입력한다.


아이폰 나보다 더 잘다루네.




" 저기요~ 통화요.. 한번만 더 안될까요? 정말 죄송해요.. "




소곤소곤 말해서 가산점, 소연이라서 가산점.


아, 오늘 딸감은 이거다.




" 괜찮아요. 일 다 보시고 천천히 돌려주세요. "




" 아 정말.. 나중에 꼭 갚을게요. "




" 뭘요. 이웃인데.. "




멘트 한번 날려준다.


좀 유치하고 애한테 자극줄만한건 결코 아니다.




일단 친근감이나 유대감같은걸 조금은 만들어놓는거지.


소연이가 다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선화야! 응.. 어디긴.. 아직 집이야. 말 안했어.. 응 결국.. 아냐 괜찮아. 혹시 너희 집에서 오늘만 잘수없을까? 응 안된다구.. 아냐아냐. 괜찮아. 시험기간인데.. 괜찮다니까 그러네. 응 끊어.. 아 번호? 응 어떤 착한 오빠꺼.. "




이거 떠보는거 맞지?


내가 통화 듣고있나 안듣고있나?


아니면 그냥 순수한 의도?




어느 쪽이던 일단 아이팟 음악고르는 시늉을 하는게 진리다.


통화가 끝난듯 그 예의 종종걸음으로 와서 허리를 숙인다.


오, 이 숨막히는 뒤태. 정녕 고딩의 몸이란 말인가.


허리는 가늘고 목선은 사슴처럼 부드럽고 긴데다 하얗기까지하다.


머리를 틀어올려서 완전 내 타입이야.




" 고맙습니다. 정말.. 나중에 꼭 갚을게요. "




" 뭘요. 그냥 달라그래도 줬을텐데 제가 더 죄송해지게.. 제가 본의아니게 듣게되었는데 혹시 무슨 일 있으세요? "




소연이가 머뭇거리다가 " 아 그게요.. " 라면서 운을 뗐다.




" 어제요.. 부모님하고 싸워서 가..출했거든요. 그래서 오늘 밤에 친구들 집에서 자려구요.. 근데 애들 쉬는시간 끝나서 지금 통화를 못하거든요.. "




나는 뭐 별것 아니라는듯 말했다.




" 저도 고1이에요. 부모님하고 싸워서 그런적 많고 이해합니다. 저희 집에서 주무셔도 되는데.. "




소연이 눈빛이 당황한듯 또 어처구니없는듯 변했다.


나는 당연히 이럴거라는걸 알고있다.


요즘 치마 줄여입는 여자애들이 눈요깃감으로 또는 딸감으로 쓰일만큼 섹시하지만 생각까지 몸을 막 굴리는건 결코 아니다.


다들 이해할거다.




" 저 다른데서 자도 되니까 걱정마시구요. 정 부담되시면 친구들 학교 끝날때까지 기다리시다가 키만 저기 앞에 하나로마트 맡겨주시고 나오셔도 되구요. 자요. "




내 집 마스터키를 내밀었다.


내집이라니까 이상하네. 우리집? 어차피 부모님 죽고 혼자산다.




" 저 지금 운동갔다가 이따가 옷만 가지러 갈텐데.. 음.. 한 여섯시 되겠네요. 야자하니까 아홉시 넘어서야 끝날텐데 이따가 옷만 가지구 나갈게요. "




결론은 우리집에서 자고가라는거야.


빚이라도 만들어놔야 데이트라도 한번해보지.


내가 어떻게 꼬셔서 섹스라도 따내겠다는건 아니고(그러면 좋지만 얘는 내 천사니까 내가 꺼려진다.) 아니다만.. 뭐 음.. 좋은게 좋은거잖아요.




" 아 정말 괜찮은데.. 나중에 꼭 갚을게요.. 고1이면 저랑 동갑인데 말씀 편하게하세요. 저 저기 명성외고다니거든요.. 어디다니세요? "




외고다녔어?


공부 엄청 잘하나보네 시벌.




" 아.. 저 자퇴했어요. 수능 빨리 보고 대학가려구요.. "




나도 모르게 거짓말을 내뱉었다.


혹시 내가 양아치처럼 보이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서 그랬다.


어디까지나 부모님이 죽어서 학교다니기 껄끄러워질까봐 그런거지 내가 뭐 양아치였다거나 그런건 아니고..


당시엔 그냥 평범한 청소년이였다.


중산층 가정에서, 공부를 열심히하는..




소연이는 아,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 요즘 그런애들 많잖아요. 와 멋지다.. 공부 되게 잘하셨나보다. "




" 아뇨 뭐 그냥.. 서강대 특례입학전형에 가까운데.. "




" 와 멋지다. 공부도 잘하고.. 근데 여기 혼자 살아요? "




동갑끼리 참 딱딱하네.




" 음.. 부모님 돌아가셔서 혼자 살아요. 그러니까 그냥 여기 계셔도 돼요. 이따 옷만 가지러 갈께요. 허락해주실거죠? "




내가 장난스럽게 말하자 부모님이 없다는 말에 말실수를 했나 맘을 졸이는게 딱보기에도 보이던 소연이가 재빨리 대답했다.




" 네! "




안절부절하는것도 귀여웠는데. 아~ 고1의 순정이여.


혹시 얘랑 오늘 섹스하는거 아냐? 아니면 콱 눕혀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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