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그룹

슈퍼맨 - 52부

본문

“하악...... 으흑...... 못살아......”




혜영은 고개를 꺾어 희숙이를 바라보지만 손을 뻗어 제지하지를 못하고 이내 눈을 감아 버린다. 사타구니를 치고 들어오는 희열을 감당하기에도 급급한 상황에 예민하기로 그만 못지않은 다른 두 곳을 여자들에게 점령당해 곤혹스런 표정을 두 손을 모아 가리고 있을 뿐이다.




“쩝...... 쭈우웁...... 후루룹......”




“쑤우욱...... 철벅......철벅...... 아흑...... 푸르륵......”




이윽고 샘물이 열리고 감당키 어려운 낯선 상황에 혜영은 몸부림치며 경련을 일으킨다. 순간 동생들을 밀치고 강주를 독점이라도 하려는 듯 강하게 끌어안는다. 이미 열망에 들뜬 민희와 혜영은 그 시간에도 두 사람의 몸 위로 입을 맞추며 강주의 등이며 엉덩이에 몸을 문질러 애욕을 불태운다. 




“아흑...... 미친년들...... 좀 비켜 봐......”




혜영이 몸을 빼내자 민희가 득달같이 달려들어 사타구니를 벌리고 강주를 불러들인다. 아직 사정의 기쁨을 누리지 못해 여전히 꺼떡거리는 좆을 쥐어 인도하자 희숙이는 입을 맞춰온다. 허리를 놀려 민희에게로 들어가며 입으로는 희숙이를 빨아들인다. 어느새 혜영이 강주의 불알을 잡아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지만 이내 부드러운 어루만짐에 다시 민희에게로 몰입한다.




“아학...... 아학...... 자기야......”




희숙이에게 입술을 빼앗긴 채 호흡이 곤란한 강주는 희숙이를 침대로 끌어올려 민희의 배 위로 잡아당긴다. 자연스레 희숙이의 사타구니는 민희에게 개방되고 흥분에 겨운 민희는 희숙이의 샘을 찾아 타는 갈증을 해소한다.




“흐응...... 쭈우웁...... 후루룹......”




“아학...... 언...... 니...... 으흡....... 쭈우웁......”




거푸 이루어지는 섹스에 강주의 화산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분출을 하고 만다.




“으으으으윽...... 울컥...... 울컥......”




“하아아악....... 아흑...... 너무...... 좋아......”




“쭈우우웁...... 질겅.......”




“아야...... 언니......”




민희는 흥분을 견디지 못하고 희숙이의 음핵을 물어 버려 희숙이를 질겁하게 만든다. 놀란 나머지 몸을 추슬러 침대에서 내려오고 이제 침대에는 두 사람만이 호흡을 고르고 있다.




“하으으으응...... 아하.......”




좁은 욕실에 네 사람이 뒤엉켜 서로에게 물을 뿌려주며 장난을 친다. 서로의 가슴을 만져주고 사타구니로 손을 넣어 문질러주며 목욕인지 애무인지 모를 행동으로 유대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다.




“치......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해...... 나만 못했어요.”




“호호호...... 아유, 얘 좀 봐. 얘, 넌 제일 졸병이잖아? 좀 참는 것도 배워.”




난잡하다 해야 할 혼음이 전혀 그렇게 보이만은 않는다. 혜영과 민희는 이미 서로의 처지와 아픔을 잘 알고 있는 사이니 한 남자를 공유함에 있어 내 것을 고집하지 않아 그럴 수 있을 것이고 신변에 닥친 끔찍한 위협으로부터 벗어나 몸을 의탁한 곳이 마침 정인의 연인들이 기거하는 곳인지라 한 순간 푸근해진 마음에 긴장의 끈을 놓친 희숙이도 그리 이끌렸는지 모를 일이다.




“저...... 이사님.”




“어머! 아유, 얘...... 이사님이 뭐야? 우리끼리 있는데...... 그냥 오빠라고 해. 호호호......”




“어머! 그래도 돼요?......”




“허허...... 그래라. 그게 뭐 어때서......”




“저...... 그럼 오빠, 저는 나중에 다시 해 줘야 해요? 알았지요?”




윙크를 하며 매달리는 희숙이를 떼어놓으며 너털웃음을 짓는다.




“하...... 하하하...... 아주 날 뜯어 먹어라.”




식탁에 둘러앉아 저녁식사를 하면서도 서로의 발로 장난을 친다. 눈을 마주치면 방금 전 서로의 가슴을 애무하고 질에 입을 맞춰 빨아들이던 장면이 연상되는지 킥킥거리며 웃음 짓는다. 오히려 남자의 성기에 익숙한 것이 정상일 테니 자신들에게도 있는 신체기관이지만 그렇게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던 것도 새로운 희열 중 일부였을 것이다.


강주는 식사를 하면서 세 여자에게 회사매입 건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




“그러면 납입할 주금은 의왕에서 대체한다고 해도 당장 십억 정도는 만들어야 되겠네?”




“그렇지. 내 통장에 있는 돈하고 주식 처분하면 일억 오천에다가 회장이 보낸 일억이 있으니까 현재 이억 오천은 있는 셈이고......”




“야, 내 돈은 돈 아냐? 위자료 받은 돈 빌려줄게. 아파트도 처분하고...... 내가 거기서 살 것도 아닌데...... 그럼 최소한 삼억 안 될까?”




“어머! 민희. 너...... 지금 강주씨한테 점수 따려고 그러지. 나한테 얹혀사는 주제에......” 




“호호...... 언니도 투자 좀 하지? 이 기회에......”




“나야 여유가 일억 정도뿐인데......”




“치...... 나는 적금 깨도 오천뿐인데......”




“그래...... 됐어. 그 정도면 될 거야. 다소 부족한 건 의왕에서 끌어와도 되니까...... 야, 고맙다. 마누라가 많으니까 그런 덕도 보는구나. 내가 너희들 덕에 산다.”




“웅...... 자기는? 우리가 뭐 남인가? 그렇게라도 응원해 줘야지. 난 회장이 자기를 높이 평가하고 애지중지하기에 다르게는 생각 안 했는데 이젠 아주 사위를 삼으려고 한다니 참 기가 막혀서......”




“그 사람은 아직 나를 한 수 아래로 보고 있으니까 스스로 제 꾀에 빠지게 될 거야. 그 사람이 나를 추켜세운다고 내가 기뻐할 사람도 아니고...... 나야 사실 회장에게 적수로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이 있겠지만 그 대신에 내 주변에는 너희들처럼 감춰진 힘도 있으니까 그 힘을 모으면 결국 회장도 깰 수 있을 거야. 다 잘 될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그럼 그건 됐고...... 음...... 아무튼 계집애들 앞으로 한 번만 더 방으로 뛰어들면 전부 내쫓아 버릴 거니까 알아서들 해. 으흠...... 이것들이 룰을 몰라. 내가 제일 언닌데......”




“호호호...... 아마 모르면 몰라도 조금 전에 보니까 다음엔 언니가 먼저 뛰어들 것 같던데?......”




“민희, 너......”




“하하하...... 난 더 흥분돼서 좋았는데 혜영이 너는 싫었나 보네?”




“아니...... 싫다는 게 아니라 낯설어서 그렇지. 아까는 흥분해서 우리끼리 막 키스도 하고 몸도 부딪치고 그랬잖아? 한 집에 세 여자가 살면서 서로 연애하는 거 남들이 알면 뭐라고 하겠어?”




“남들이 알긴 어떻게 알아? 우리끼리 좋아서 하는 일인데...... 그리고 남들한테 피해 주는 것도 아니고...... 남 의식하느라 점잖게 자리 지키는 일은 필요할 때, 필요한 장소에서만 하면 되는 거야. 룰이라면 그게 룰이야. 이 공간은 우리에게만 허락된 공간인데 우리 스스로 우리를 구속할 필요는 없잖아? 내가 집안에서 홀딱 벗고 다닌다 한들 누가 뭐라고 하겠어? 너 처음에 내가 갈아입을 옷 달라고 하니까 나보고 그냥 보기 좋다고 벗고 있으라고 했잖아? 여기 남이 어디 있어?”




“치...... 누가 뭐래? 그냥 그렇다는 거지.”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니 여전히 남들의 시선은 중요하고 그 평가도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회사에서도 마주보이는 상사의 책상까지 건너가려면 몇 번의 평가와 시험을 통과해야만 갈 수 있을지도 까마득한 일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이미 평가와 그에 상응하는 박수에 너무나 익숙해져 버렸는지도 모른다. 모름지기 박수라 함은 평가의 결과가 만족스러워 격려를 해주는 것일 텐데 회장의 경우처럼 그것조차도 가식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어 그럴 때는 입맛이 씁쓸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순수한 박수라면 가족의 응원정도랄까 좋아하는 가수에게 보내주는 팬들의 박수 정도일 것이다. 어느새 까치발을 드는 데에 익숙해져서 조금이라도 키를 높이기 위해 가식적으로 보내주는 박수는 그와 달리 입맛이 씁쓸한 법이다. 왜냐하면 내가 너를 평가해 보니 박수 받을 만 하다는 것이고, 그것은 다시 말해서 내가 너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너를 평가할 수 있다는 것과 상통하기 때문이다. 모름지기 타인에게 보내는 박수에 진심어린 격려가 담겨 있다면 겸손함도 함께 보이는 것이 도리일 것이니 그렇지 못하다면 결국 자기 얼굴에 금칠을 하는 꼴이고 그 금칠은 필경 금칠이 아니라 먹칠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 정말 무슨 일이지?......”




납치되었던 점장부인이 연결되질 않는다. 집으로도, 휴대폰으로도 여러 번 전화를 시도했지만 받지를 않으니 마음이 안정되질 않는다.




“혜숙아, 학교에서 퇴근했니?”




“응, 지금 집인데...... 왜? 젖 줄까? 호호호......”




“까불지 말고...... 사실은......”




강주는 점장부인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




“어머나! 그럼 어딜 갔다는 거야? 혹시 다시 누군가......”




“아니야, 그럴 일은 전혀 없어. 내가 완전히 정리시켰거든. 내가 물어보기도 그렇고...... 네가 좀 알아보면 안 될까?”




“내가?......”




“지금 점장하고 말이 통할만한 사람이라곤 너밖에 없잖아. 내가 볼 땐 무서워서 어디로 숨어 버린 거 같은데......”




“그래?...... 알았어. 그럼 내가 한 번 알아볼게.”




이제 저녁으로는 제법 스산한 바람이 불어 가을의 문턱에 접어들은 듯 창문을 단속하게 한다. 회장과의 인연이 생긴 후 의외의 일들이 벌어지며 강주의 마음을 바빠지게 한다. 계절이 바뀌면 준비할 일이 많은 법이니 이 변화를 놓치고서는 회장을 극복할 수 없는 일이다. 잠자리에 들어서도 머릿속으로는 내일 일을 고민하니 끝내 희숙이의 핀잔을 들으며 잠을 청하게 된다.




“이사님,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음...... 대치동으로 가자.”




“이렇게 일찍 객장에 가시게요?”




“객장도 객장이지만...... 어쨌든 회장 딸한테 접근해 봐야지.” 




강주는 증권사에 도착해 보유하고 있던 영진의 주식을 다시 처분하고 회장의 딸 현유미에게 전화를 넣는다.




“젠장...... 수수료만 손해 봤네...... 네, 유미씨...... 아직 수영장에 안 가셨나 봐요?”




“아! 이사님?......”




“네, 최이사입니다.”




“네, 안 그래도 다시 한 번 뵙고 싶었는데, 지금 어디세요?”




“네, 근처에 와 있습니다.”




“그럼 지난번 차 마신 레스토랑에서 좀 뵐까요?”




“네, 기다리겠습니다.”




틀림없이 회장이 강주와의 결합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을 것이니 유미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해진다. 결국 유미를 끌어들여야 할 입장이라 편한 마음은 아니지만 가족에 대한 공격은 회장으로부터 시작된 일이니 애써 마음을 정리한다.




“죄송해요. 많이 늦었죠?”




“아닙니다. 유미씨 같은 미인이야 하루 종일이라도 기다릴 수 있습니다.”




“호호...... 이사님도 참...... 그런데 엄마가 이상한 말씀을 하시던데, 혹시 알고 계세요?”




“네, 저도 그 일로 왔습니다. 유미씨 의견은 어떠십니까?”




“지난번에도 말씀 드렸지만 전 불편해도 이대로가 좋습니다. 엄마가 이사님께 공연한 짓을 한 것 같네요.”




“유미씨, 그 결심이 얼마나 갈까요? 아, 제가 유미씨 마음가짐을 가지고 의심하는 건 아닙니다. 뭐, 저보다도 회장님에 대해서 더 잘 아실 텐데...... 회장님이 그저 두고만 보실 분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데...... 심하게 곤란을 겪게 되지 않겠어요?”




“호호...... 뭐,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미우나 고우나 딸자식인데 굶기기야 하겠어요?”




“사위에 대한 입장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지요. 회장님이 언젠가는 돌아서실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글쎄요...... 그거야 뭐, 기대도 안 해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부군에 대한 애정이 변함없으시다니 제가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도 솔직히 유미씨에게 관심은 있습니다. 그렇지만 두 분 결혼을 깨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그저 저하곤 남매처럼 지낼 수도, 친구처럼 지낼 수도 있어요. 제가 유미씨를 좀 도와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유미씨가 몰라서 그렇지, 기적은 벌써 일어났어요.”




“네? 기적이라니요?”




“후후...... 기적이라는 게 뭐 별 겁니까? 기적은 표징이에요. 표징...... 다만 그걸 읽어내는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기적일 수도, 아닐 수도 있는 거지요.”




“아유, 좀 알아듣게 말씀해 보세요. 엄마가 무슨 말씀이라도......”




“하하...... 유미씨, 예수가 빵 다섯 조각하고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였다는 기적에 대해서 알고 계세요?”




“네, 알지요. 영화만 해도 얼마나 많이 했어요?”




“그거 믿으세요?”




“아유 참...... 그게 어디 말이 되요?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이나 하는 소리지.”




“저도 교회는 안 다니지만 전 그 말을 믿는 걸요.”




“네?...... 어떻게 그게 사실이라는 거죠?”




“허허...... 제가 그 때에 그 자리에서 보진 못했으니까 사실이라고는 못 하지요. 하지만 그게 기적이라는 데에는 동의를 한다는 겁니다. 들어 보세요. 예수는 한 자리에서 가르침을 베풀던 사람도 아니었으니까...... 그가 유명해지자 예수의 말을 듣기 위해서 따라다니던 사람들은 각자 품속에 도시락처럼 챙겨 온 음식들은 있었을 거란 얘기지요.”




“네...... 그렇겠죠.”




“음...... 그런데 그 때는 지금보다 더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란 말입니다. 제 몫의 음식을 다른 사람에게 준다면 자기는 굶어야 하지요. 근처에 식당이 있는 것도 아닐 테고...... 그런데 예수가 자신의 제자에게 ‘네가 저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 했단 말입니다. 그런데 줄래야 줄 것이 없었던 제자가 멍청히 있으니까 어떤 아이가 제 품에 있던 빵 다섯 조각하고 물고기 두 마리를 내 놓았다는 겁니다.”




“네......”




“그걸로 오천 명을 먹이고도 여러 광주리가 남았다는 건데......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아이가 내놓은 음식을 나누어 받던 어른들이 얼마나 부끄러웠겠어요? 가슴 뭉클해지는 예수의 가르침을 받은 직후에...... 그러자 자신들도 품속에 감춰 두었던 음식들을 꺼내 나누기 시작했다는 거지요. 그러니 모두가 먹고도 그렇게 남을 수 있었다는 겁니다.”




“아!......”




“뭐, 허황되게 하늘에다 기도를 하니까 어디서 뚝 떨어졌다는 게 아닙니다.”




“호호...... 네, 이사님 말씀을 듣고 보니 이해는 되네요. 하지만 그렇다면 더욱 더 기적은 아니지요.”




“네, 그게 기적을 보는 눈이 없다는 겁니다.”




“네?......”




“수천 명 군중의 돌처럼 굳어진 마음을 돌려놓았다는 게 기적이지요. 그리고 그건 앞으로 살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는 표징이고요. 너희는 이렇게 살아라...... 하는 겁니다. 그러니 기적을 보고도 그 표징을 놓치면 아무 의미도 없는 겁니다.”




“아! 그게 그렇게 해석이 되는 건가요?...... 




“네, 우리가 운전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운전은 할 줄 알아도 표지판을 읽을 줄 모른다면 낭떠러지에서 떨어질 수도 있고 좌회전 차와 우회전 차들이 서로 얽혀서 엉망이 될 거 아닙니까? 바로...... 말하고자 하는 그 표시, 표징을 읽을 줄 아느냐에 따라 기적이 될 수도, 아닐 수도 있는 거니 무조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는 거지요. 귀신이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는 것과 똑같은 이치입니다.”




“그런데, 그게 저하고 무슨 상관이지요? 기적이라는 게?......”




“유미씨에게는 제가 기적이 되어 드리고 싶다는 겁니다. 저도 유미씨 결혼을 깨고 싶은 마음 없어요. 그냥 도와드리고 싶어요. 마침 제가 따로 뒷돈을 대주는 회사가 하나 있는데...... 유미씨가 회장님께 인정받고 싶으시다면 암중에 경영을 해 보세요. 거기 사장은 내가 갈아치울 테니까...... 회장님은 결코 물고기 몇 마리 보고서 인정해 줄 분이 아니니까 어느 정도 기업을 일으킨 후에 부군과 함께 독립을 하세요. 지금은 경영을 공부할 기회도 안 주시지만 실제 경영을 성공한 후에 오천 명을 먹일 양식으로 바꾸어 놓은 것을 보여 드리면 그 때에는 후계구도를 다시 생각하게 되실 거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제가 무슨 돈이 있어서 그런 회사를 경영하겠어요? 아는 것도 없고...... 이사님 말씀은 고맙지만......”




“뒷돈은 제가 계속 투자해 드릴 게요. 저, 이래 뵈도 제법 돈줄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미 실무진이나 기초자본금은 안정이 돼 있어서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습니다. 현재도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회사니까요. 다만 거래라면 거래고 투자라면 투자일 수 있으니 유미씨 아파트나 기타 주식은 저에게 맡기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아유, 그게 얼마나 된다고......”




“그러니까 제가 도와 드린다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기적을 만들어 보시라고......”




“정말 그렇게만 된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이지요. 그래도 그렇지. 이사님이 저에게 그런 친절을 베푸시는 게 이상하잖아요? 아무 이유 없이......”




“전 유미씨에게 관심이 많아요. 친해지고 싶어서 그래요. 사업체를 경영하시게 되면 자주 뵐 기회가 생기지 않겠어요? 유미씨도 지금 부군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회장님께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니까 잘 생각해 보세요. 그 결혼에 자신이 있고 지킬 각오가 되어 있다면 사업 때문에 저를 자주 만나신다고 흔들릴 이유는 없을 거 아닙니까? 저는 솔직히 그걸 좀 흔들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러는 거예요.”




“어머! 아유 참...... 호호......”




“아, 아...... 그렇다고 의도적으로 사업을 힘들게 하지는 않겠습니다. 신사적으로 뒷돈만 대 드리고 경영은 전적으로 유미씨하고 간부들이 상의해서 하세요. 전 마음으로 응원만 해 드리겠습니다. 그 대신 유미씨가 끝내 마음 변치 않고 부군만 바라본다면 저는 깨끗이 포기할게요. 그저 오빠 정도로만 생각해 주셔도 고맙겠습니다. 어떠세요?”




“호호...... 아유, 그거야 지금도 그렇죠. 저도 오빠처럼 생각하고 있어요. 그럼 일단 남편하고 상의를......”




“아! 그건 안 됩니다. 혹시라도 다른 사람이 알게 되면 어느 경로로 회장님 귀에 들어갈지 모르니까 조심해야 됩니다. 회장님이 마음만 먹으면 그런 회사 하나정도 주저앉히는 건 일도 아니에요. 혹시 아시게 될 경우를 생각해서라도 유미씨가 혼자 하는 걸로 해야지 사위가 어떤 형태로든 개입돼 있다면 회장님이 이혼을 시키려는 입장에 그냥 주저앉히실 텐데 전 그 손해를 어디서 감당합니까?”




“어머! 참...... 그런가요?”




“천천히 생각하시고 연락을 주세요. 그것도 저것도 아니면 다 때려치우고 차라리 나랑 결혼합시다.”




“어머! 이사님은 금방 사업 해 보라고 하시고선......” 




“하하하...... 그래요. 농담이에요. 그 대신 사업을 시작해도 아직은 내가 투자한 게 많으니까 내 돈을 다 갚을 때까지는 가져갈 게 그리 많지는 않을 거예요. 물론 월급쟁이에 비교할 건 아니지만...... 한 달에 몇 천은 만질 수 있을 겁니다. 그게 내가 말한 기회니까 부디 거기서 성공해 봐요. 그래서 회장님께도 인정도 받고...... 회장님 마음이 바뀌게 되면 그게 바로 기적 아니겠어요?”




“네, 고마워요. 내일 연락 드려도 될까요? 하루만 생각할 시간을 좀 주세요.”




“그래요. 잘 생각해요. 그리고 회장님에게서 혹시라도 전화가 오면 나하고 일단 사귀어 보기로 했다고 말씀을 하세요. 안 그러면 괜히 부군을 빨리 내쫓으려고 무슨 일을 벌이실지 모르니까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겁니다.”




“아! 네......”




“이렇게 하세요. 시간을 벌어야 하니까 금방 이혼하고 금방 만나면 무슨 짐승도 아니고 꼭 중매하는 것 같아서 싫다고...... 지금 이 상태로도 얼마든지 연애할 수 있으니까 충분히 연애한 다음에 결혼을 하겠다고...... 그렇게 말씀 드리면 회장님도 서두르지는 않으실 겁니다.”




“네, 알았어요. 그렇게 말씀 드릴게요.”




“그리고 앞으로는 저에게 오빠라고 부르시고...... 그게 더 친밀감이 있어 보이니까요. 저도 앞으로는 유미씨에게 존댓말 안 할 겁니다. 아시겠죠? 그래야 연인처럼 보이지 않겠어요?”




“네......” 




“자, 그럼 연습 한 번 해 봅시다. 유미야......”




“네, 오빠......”




“하하하...... 아, 기분 좋다.”




“아유, 이사님......”




“허...... 벌써 잊어 버렸어요? 평상시에도 그렇게 습관을 들여야 실수를 안 할 텐데......”




“아! 오빠...... 호호호......”




인천으로 가는 차안에서 장선배에게 전화를 넣는다.




“아! 장선배, 지금 일단 마련된 돈은 통장에 모두 입금시켰으니까 우선 쓰는데 문제는 없을 겁니다. 나머지 몇 억 돌아올 것도 앞에 것들 잘 막아나가면 날짜 어겨가면서 미리 은행에 지르지는 않을 테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아! 그래, 알았어.”




“하여튼 공장은 정상가동해야 합니다. 조만간에 연결시킬 거니까......”




“응, 그래...... 그건 걱정 말고......” 




죄를 풀어 말하자면 과녁에서 빗나가는 것, 길에서 벗어나는 것이라 한다. 


나의 자리 나의 갈 길을 지키고자 부득이 다른 이를 정한 길에서 끌어내는 것도 큰 잘못일 것이다. 타인이 나를 나의 길에서 밀어내려 할 때 그것에 저항하기 위해 다른 이를 끌어 들인다면 인생에 있어서도 정당방위는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존재에 있어서 최초로 죄를 지었다면 그것은 루시퍼라고 불리던 천사였다.


사탄으로 규정지어지는 이 천사는 자기 자리에 만족하지 못하고 절대자를 넘보아 다른 존재인 사람을 유혹해 그 또한 정한 자리를 이탈하게 만들었다. 지금 강주의 마음엔 사탄이 자리 잡고 있는지 모르겠다. 


자리라는 것이 공간만 일컫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시간을 적용한다면 세대와 세대를 잇는 것도 각자의 자리를 지키는 중요한 일일 것이다. 


회사에서 선배가 후배에게 기술 지도를 하고 어른이 아이에게 교육을 하는 것도 중요한 세대 간의 자리를 지켜내고 그 연결고리를 잇는 일인데 그것을 아까워한다면 그 또한 사탄과 다름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하여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에게 무작정 자리를 내어줄 수만은 없는 사회풍토가 아쉬운 세상이다. 


근무복 소매가 닳고 빛깔이 바래도록 봉사를 하고 밤늦도록 연구를 해도 결과물은 어느새 공룡 같은 조직의 몫이 되어 버리니 악착같이 숨기고 속여서 내가 움켜쥐고 있어야만 개인의 실력을 인정받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종국에는 공간의 자리와 시간의 자리가 부딪쳐 과연 어느 것이 죄이며 잘못인지 심각한 모순에 부딪치게 될 수밖에 없으니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존장을 예우하는 것이 어지러이 된다면 이러한 모순을 개선할 수 없는 노릇이다. 


간혹 강연장과 같은 공공장소에 아이를 업고 온 여자들을 보게 된다. 우는 아이를 달래려 강연장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으니 몹시 안타까워하고 괴로워하지만 정작 세대와 세대를 잇고 있는 자신의 중요한 몫을 깨닫는다면 그까짓 강연을 못 듣는 것에 마음이 허허로워 그럴 필요 없는 일일 것이다. 


그나마 이만하면 상황은 별 일 아니지만 허허롭다 하여 가정의 울타리를 스스로 견디지 못하고 사회활동의 미명하에 밖으로 나다니며 온갖 색소의 종합장이나 다름없는 인스턴트식품으로 다음 세대 주인공들의 배를 채워주고는 자리를 지키느라 최선을 다했다고 이마의 땀을 훔쳐내는 것을 보면 기가 막힐 노릇이다. 


진정한 여성운동은 여성성을 유지하면서 해야 할 일이다. 여성성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는 성적으로나 생식적으로나 젖가슴일 것이며 그 젖가슴으로부터 만족을 얻는 이도 목적은 다르지만 세대를 잇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모유수유를 하지 않는 일은 이미 정설이 되었고 사회활동으로 바쁘신 몸들이니 버는 돈을 모두 파출부에게 주는 한이 있더라도 밖으로 뛰어다닌다. 곤하게 잠들은 아기의 우유병에 소주나 수면제가 들어 있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강주씨......”




“응, 혜숙아. 좀 알아 봤어?”




“응, 전화로만 알아봤는데...... 이혼하자고 전화가 왔었대. 이유는 말 안하고...... 하기야 말 할 수도 없는 입장일 테니까...... 어디 있는지 알려 주지도 않고 그저 통장으로 돈만 얼마 부쳐 달라고 했다는데...... 며칠 후에 이혼서류 보낼 테니까 처리해 달라면서......”




“으음...... 그래? 결국 그렇게까지 일이 진행되나? 점장은 어떻게 하고 있대?”




“그거야 알 수 있나? 전화로만 얘기했는데......”




“네가 한 번씩 전화라도 해 줘라. 그나마 위로가 될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잖니?”




“뭐, 언제는 못 잘라서 안달을 하더니만......”




“그랬었나?...... 불쌍하잖아. 점장이 무슨 죄가 있냐? 조강지처한테 잘못한 거 빼면......”




“......”




“잘못을 판단하는 신이 있어서 죄에 대한 벌이 필연적으로 따르는 거라면 지금 점장에게 있어서는 네가 신이나 마찬가지 아니겠냐? 사람처럼 옹졸해서 용서할 줄도 모르는 신이라면 이미 신도 아닐 것이고......”




“피...... 최강주가 요즘 조금 이상하네?...... 그래, 생각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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