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그룹

지옥같은 산행 - 1부

본문

그녀는 한순간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예?" 그녀가 되물었지만 사내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무릎걸음으로 움막 구석으로 가 상자를 뒤적여 라면 한봉지를 꺼냈다. 다시 무릎걸음으로 화로 앞까지 간 사내는 라면을 쪼개 껍질을 벗긴 다음 주전자에 집어넣었다. 구겨진 라면 봉지가 화로 옆에 뒹굴었다. 사내가 주전자에 스프를 타자 좁은 움막 안에는 라면 냄새가 가득 찼는데 그녀는 그 냄새를 맡자마자 마치 마술에라도 걸린 듯이 식도 가득 허기가 넘쳐나는 것을 느꼈다. 이것을 가리켜 뱃가죽이 등에 붙었다고 하는 것일까. 그러나 그녀는 이 상황이 매우 혼란스러웠다. 아까 그 사내가 한 말은 뭐지..과연 내가 그 말을 제대로 들은 것인가..그녀가 다시금 의심에 가득 찬 눈길을 사내에게 보냈지만 그는 여전히 입을 꾹 다물고 라면을 끓일 뿐이었다. 라면이 다 끓자 사내는 아까 그녀가 사용했던 사기그릇을 집어서 주전자를 거꾸로 뒤집어 그 안에 라면을 쏟아 담았다. 사내는 젓가락을 두개 꽂아서 다시금 그녀 앞에 사발을 불쑥 들이밀었다. 라면의 더운 김이 그녀 얼굴에 확 끼쳐왔다. 이걸 먹어도 되나..그녀는 정말 고민스러웠지만 이제 막 회복되려는 그녀의 몸은 그게 뭐든지 간에 어서 영양을 섭취하라고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그녀는 라면을 받았다.




성교란 어떤 의미에서는 마치 멜로 드라마 속에서처럼 고백하는 것이다. 그것은 내가 너의 일부를 긁어모으려 한다는 것을,혹은 너의 알맹이 모두를 가져가겠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다. 그 고백에서 느껴지듯이 성교는 모든 계절의 산들바람을 타고와서 모든 계절의 꽃 속으로 숨는 그림자다. 각 계절은 각기 병을 갖고 있고 매시간 위험하다. -성욕아래 모든 교양. 78쪽.위르겐 슈바인슈타이거 지음. 편두석 역.-




허겁지겁 라면 하나를 마셔버리듯 모두 먹어치운 그녀가 그릇을 내려놨다. 따뜻한 포만감이 온 몸에 퍼져갔다. 좀 부주의하게 먹은 탓에 라면 국물이 그녀의 재킷에 튀어 있었다. 비싼건데..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국물을 손으로 문질러 닦았다. 그 재킷은 에너지틱 소프트쉘 소재를 사용하여 스트레치성을 신장시킨 고급 방풍재킷이었다. 가슴과 허리께에 지퍼가 달린 다섯개의 주머니가 준비되어 있었다. 좀 오래 앉아 있었던 탓에 다리가 저리기 시작했다. 약간 자세를 바꾸자 사내가 그녀의 다리를 물끄러미 내려다 보았다. 검은 색 팬츠가 불빛을 받아 매끄럽게 빛을 내고 있었다. 그녀가 입은 팬츠는 탁텔소재에 라이크라를 사용하여 신축성을 향상시키고 안쪽 안감을 긁어 냅핑처리를 한, 보온성 높은 제너스 팬츠였다. 산악용 팬츠임에도 불구하고 패셔너블한 마감이 돋보이는 제품이었다. 그녀가 조심스레 사내를 바라봤다. 다시한번 말을 걸어볼 심산이었다. "설겆이는 어디서.." 사내가 말을 끊었다. "너,아직도 안 벗었냐."


그녀는 이제 잘못 들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다. "아저씨,무슨 말씀이세요. 옷을 벗으라니요."


사내가 느물거리며 웃었다. "옷을 벗어야 내가 너랑 빠구리를 틀거 아니냐. 그건 옷입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냐.응? 가끔 간단하게 좆이랑 보지만 내놓고 하는 연놈들도 있긴 있다만 그건 내 스타일이 아니거든. 나는 네년 알몸을 보면서 빠구리를 하고 싶거든. 이제 알아들었니." 그녀는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는 나머지 잠시 할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사내가 계속 말을 이었다. 


"게다가 솔직히 난 네년 생명의 은인이야. 그렇지? 너 구해주고 따뜻하게 데워주고 먹여주고 그래서 살려냈잖냐. 생명의 은인한테 몸 한번 주는게 뭐 어떻다는거냐.응? 나같으면 이 년아,그깟거 질릴만큼 대주겠다. 그리고 이 년아,이 짓이라도 안하면 이 긴밤을 사내놈이랑 계집년이 뭐하고 지낼거니. 수다떨거니. 그건 말도 안되잖냐. 방아도 찧고 빠구리도 틀고,조물딱 조물딱 여기저기 만져대면서 이 년아, 그렇게 즐기면 시간도 잘가고 얼마나 좋으니. 알았니? 응? 알았으면 어서 옷 벗어라. 나 괜히 힘쓰게 하지말고." 사내가 은근히 인상을 쓰며 마지막 말을 맺었다. 그녀는 큰 일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침착해야 한다,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사실 이 무식해 보이는 사내한테 머리카락이 쭈삣할만큼 겁도 나고 오금이 저려왔지만 절대 그런 모습을 보여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언제 아저씨한테 나 구해달라고 했어요? 네? 좋아요,나 구해준건 고맙다고 치자구요. 그런데 내가 해달라고 그런거 아니잖아. 그쵸? 그리고 내가 언제 먹여달라고 그랬어요? 그것도 아니지? 그냥 아저씨가 준거잖아요. 그래놓고선 무슨 댓가를 바래요? 그건 말도 안돼죠." 사내가 코웃음을 쳤다. "이 년,터진 입이라고 말하는 것 좀 보게. 이 년아,네 주둥아리는 내 좆 빠는데 쓰는거야. 알아? 함부로 떠들지마. 그리고 말야. 네년이 알까 모르겠는데 이제 네번째 말하는 거다. 옷 벗어라." 그녀가 침을 삼켰다. 강하게 나가야 한다. 주눅들지 말아야 해. "절대 못 벗어. 꿈도 꾸지 말아요."


사내가 히죽히죽 웃었다. "그래? 그럼 얘긴 끝났네." 그가 어깨를 건들건들하며 천천히 다가왔는데 그 위압감이 너무 강한 나머지 그녀는 움막 전체가 건들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쩔 수 없이 사내가 좁혀온 거리만큼 그녀가 뒤로 물러났다. 사내가 또 다가가자 그녀가 또다시 물러났다. 물러서는 그녀의 몸을 받치는 팔이 떨려왔다.


"이 년아,어디까지 갈래? 여긴 네 평도 안돼." 사내가 또 다가왔다. 그녀는 사내의 공격범위 안에 자신이 들어왔다는 걸 무의식적으로 알았다. 맞을 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자 두려움이 몰려왔다. 무슨 수를 생각해 내야 한다. 그거도 아주 빨리. 그녀가 다급히 말했다. "좋아요,아저씨. 우리 내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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