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간/그룹

악마도 눈물을 흘린다 - 5부

본문

세상은 결국 강자와 약자로 나뉜다. 지나친 이분법적인 사고는 지양해야겠지만, 강자와 약자로 나뉘어서 약자는 한없이 강자에게 굽실거려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물론, 세상일이라는 게 참 오묘한 것이 약자가 한없이 약자로 남지는 않고, 강자가 또 한 없이 강자로만 남지는 않았다. 사회적으로 성공과 몰락에 따라 서로의 위치가 뒤바뀔 수도 있는 노릇이고, 때로는 강자가 자신보다 더 강한 사람들 집단에 가면 상대적인 약자가 될 수도 있었다. 반대로 생각하면 약자가 자신보다 더 약한 집단으로 간다면 강자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용의 꼬리가 될 바에는 뱀의 대가리가 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천호태, 그는 항상 강자이고 싶은 사람 중에 하나였다.




호태는 어렸을 적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면서 나이 차가 많은 누나의 품에서 자랐다. 호태가 사물을 인식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에는 이미 누나는 결혼을 한 상황이었고, 그녀 옆에는 멀쑥한 남자가 있었다. 호태의 매형이었다. 사실 그럴 법도 한 것이 호태와 엄마 같은 누나의 터울은 무려 18살이었기 때문이었다.




부모님의 얼굴도 알지 못하는 호태가 불쌍했는지 그의 누나 천순임은 자신의 남편과 더불어 동생을 아들을 키우듯이 정성을 다했다. 없는 형편에도 호태에게는 고기반찬을 먹이려고 애를 썼고, 옷가지 하나라도 다른 아이들에게 주눅 들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 누나의 정성때문인지 호태는 별 탈 없이 성장을 할 수 있었다. 




호태가 10살이 되었을 무렵, 그의 주변에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바로 누나인 천순임 부부의 입양이었다. 호태의 누나인 순임은 고작 28살의 젊은 나이였지만, 결혼은 9년차 주부이기도 했다. 그러나 하늘은 무정하게도 어린 동생을 키우는 순임에게 불임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천성이 착하고 심성이 고운 순임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지만, 남편인 한성민의 보살핌 아래 힘들었던 그 시기를 잘 넘길 수 있었다.




그리고 순임, 성민 부부가 내린 결정은 입양이었다. 아무래도 가정을 유지하는 데 있어 자식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고, 또한 이 두 부부 역시 자식에 대한 열망이 그 누구보다 있기도 했다. 두 부부의 노력으로 인해서 한 고아원에서 갓 3살이 된 여자 아이를 입양할 수 있었는데, 남편인 성민은 그 여자 아이에게 ‘수연’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자신의 딸로 삼았다. 




수연이 순임, 성민 부부의 딸이 되어서 집에 왔을 때, 호태는 아장아장 걸어 다니며 방긋 웃는 수연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수연의 작은 얼굴에 눈, 코, 귀, 입이 있다는 사실이 호태에게는 참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발음이 부정확하면서 ‘아빠, 엄마’라는 말을 하는 수연을 바라보며 만약 아기 천사가 있다면 그것이 곧 수연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호태였다. 




“호태야. 이제 네가 수연이 삼촌이야.”




“사... 삼촌? 난 아직 어린데?”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수연을 바라보고 있는 호태를 향해 누나 순임이 흐뭇한 표정으로 말을 했다. 그러나 아직 10살 밖에 되지 않았던 호태는 자신이 수연의 삼촌이라는 순임의 말에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호태의 생각에는 대부분 삼촌이라는 건 어른이었기 때문이었다.




“호태는 아직 어리지만... 누나의 동생이잖아? 그런데 수연이는 누나의 딸이야. 그러니까 이제 호태는 수연이의 삼촌이 되는 거지.”




“그... 그런 거야?”




“그러니까 삼촌인 호태가 의젓하게 수연이를 잘 돌봐줘야 해. 알았지?”




“응!”




순임의 당부에 호태는 자신 있게 대답을 했다. 아직 나이는 어리지만 천사같이 생긴 아기인 수연을 이 세상의 모든 악으로부터 지켜내는 삼촌이 되어야겠다고 결심을 했다. 그리고 순임이 자신의 남동생인 호태에게 정성을 쏟았듯이, 호태 역시 자신의 조카인 수연에게 정성을 쏟았다. 




그렇게 순임, 성민, 호태, 수연의 가정은 없는 형편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의지하고 사랑하며 그 누구보다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지냈다. 




그러나 그 시간은 결코 오래가지 못했다.




호태가 중학교 1학년이 되었을 무렵, 사춘기와 함께 더불어 악의 무리들이 그에게 손을 뻗어왔다. 소위 싸움 좀 하고 논다는 같은 학교 학생들이 호태에게 마수를 뻗친 것이었다. 처음에 호태는 그들을 무시하려고 노력을 했다. 그러나 그들은 끈질기게 호태를 괴롭혔다. 지금으로서는 왕따를 당했던 것인데, 호태는 자신의 누나이자, 엄마 같은 순임을 생각하며 버티고 또 버텼다.




그들에게 구타를 당하면서도 호태는 사춘기에 찾아오는 감정 기복과 더불어 어느 순간부터 이런 생각을 했다.




‘왜 내가 참아야 하는 것이지. 왜 내가 약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지.’




이 물음에 스스로 답을 구하려고 노력을 했지만 소득은 없었다. 누나인 순임에게 물어보겠다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자신을 걱정할 것 같기 때문에 그러지도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호태가 중학교 2학년이 되었고, 어느새 그는 학교에서 그 누구라도 건들 수 있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복도에 지나가는 학생이라면 그 누구든지 호태를 건들었다. 수치심은 물론 자괴감마저 느꼈던 호태였지만, 그가 달리 취할 방법은 없었다. 학교를 비롯한 사회가 모두 그들의 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젠장. 씨발.’




언제부터 속으로 욕을 하는 버릇이 생긴 호태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참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교과서적인 대답은 불필요 했다. 세상은 참는 자를 약자라 부르고, 거기에 굽실거리는 자를 호구라고 불렀다.




화창한 햇살이 비추던 어느 날이었다. 주말이라면 가족끼리 인근 공원에라도 가서 돗자리를 깔고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먹기 좋은 날이기도 했다.




이 날, 호태가 드디어 폭발을 했다.




자신의 뒤통수를 치던 녀석을 순식간에 묵사발로 만들었다. 호태는 자신의 힘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그럴 생각을 길게 할 여유가 없었다. 자신에게 달려드는 또 하나의 녀석을 주먹으로 쓰러뜨렸고, 이어 어디서 배운 적도 없는 발차기를 통해 다른 한 녀석을 쓰러뜨렸다.




“다 덤벼. 이 개새끼들아!!!”




호태의 우렁찬 목소리. 마치 세상을 향한 포효였고, 그때만큼은 카타르시스를 느낄 만큼 후련함을 느끼기도 했다. 10년 묵은 체증이 사라지는 기분이랄까?




참고 참았던 호태가 폭발을 하자 많은 녀석들이 놀랐다. 그리고 그 중 일부는 미쳐서 날뛰는 호태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정확히 3일이었다. 호태가 자신에게 덤비는 모든 녀석들을 제압하기까지는... 심지어 한 학년 선배들까지 모두 잡아버린 호태였고, 더 이상 그 누구도 학교에서는 호태를 가볍게 볼 수 없었다.




아주 작은 사회이자, 고작 수백 명이 다니는 학교에 불과했지만, 호태는 난생 처음으로 자신이 강자가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온 몸에 피가 끓어올랐고, 자신의 눈빛 하나에 고개를 숙이는 녀석들을 보며 희열감을 느꼈다. 그랬다. 이것도 곧 강자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이랴.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낀 호태에게는 더 이상 무서울 게 없었다. 이제는 자신이 절대강자였다. 자신과 눈이 마주치는 아이들을 팼고, 돈이 필요하면 그들에게서 또 뺐었다. 머릿속으로는 나쁜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아주 잠시 뿐이었다.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뺐을 때의 쾌감과 그리고 그것을 통해 느끼는 유흥은 이미 호태의 머릿속 윤리 관념을 마비시키기에는 충분했다.




호태가 학교를 장악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아서 기존의 강자에 위치했던 녀석들 몇이 호태 밑으로 자진해서 들어왔다. 같은 나이인 호태에게 충성하기를 맹세했고, 그들은 하나의 조직을 만들었다. 호태를 비롯해서 9명의 아이들이 폭력 써클을 만든 것이었는데, 그들은 스스로 9성 연합이라 칭했다.




소심한 왕따에서 또래 싸움의 절대 강자로 신분이 바뀐 호태는 그만큼 성격도 변했다. 거칠었고, 잔인했으며, 과감했다. 더구나 아이들의 돈을 뺐으며 맛 본 술과 여자들은 그의 말초 신경을 단단히 건들었다. 호태를 비롯한 9성 연합은 인근 학교까지 마수를 뻗었다. 그만큼 수익도 늘어났기에 15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마치 성인이 된 것처럼 행동을 했다. 성인처럼 옷을 입었고, 성인처럼 술을 마셨으며, 성인처럼 주점에 가서 여자를 즐겼다.




이 때 쯤 순임은 호태의 변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호태는 학교에서 말썽부리는 날이 많아졌고, 얼굴에는 항상 멍 자국이 가득했다. 또한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 많아졌고, 그의 언행은 매우 거칠했다. 순임은 걱정스런 마음에 호태에게 차분히 다독거리며 말을 했지만, 호태에게 돌아오는 말은 싸늘했다.




“누나가 뭘 안다고 그래? 그냥 날 내버려 두란 말이야. 에잇. 이놈의 집구석 나가던가 해야지.”




호태의 거친 말에 순임은 좌절했고, 갓 초등학교에 입학 한 수연은 멀뚱히 그 모습을 보다가 세상이 무너진 듯이 울기 시작했다. 깨끗하고 맑은 수연의 큰 눈동자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흘렀지만 호태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기지배가 쳐 울고 난리야. 시끄러워!! 조용히 안 해!!”




거친 호태의 말에 수연은 더욱 서럽게 울기 시작했고, 순임은 수연을 끌어안고 다독거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호태는 쓴 웃음을 날리며 집을 나갔다. 그리고 다시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갓 중학교 3학년이 될 나이에 가출한 호태는 9성 연합의 리더였다. 학교에 나가지 않더라도 먹고, 자는 것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딱히 자신이 움직이지 않아도 밑의 녀석들이 돈을 뺏어서 호태에게 가져다 바쳤기 때문이었다. 호태는 지금의 생활에 대단히 만족감을 느꼈다. 딱히 학교에 가서 시간을 버릴 필요도 없었고, 집에 들어가서 누나 및 매형에게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옆에는 언제는 돈과 술과 여자가 있었다.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났고, 호태가 18살이 되었다. 이제 호태의 모습은 성인의 체격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컸다. 9성 연합의 경우에도 대대적인 개편이 이뤄졌다. 갓 중학생이 된 아이들을 비롯해서 호태가 동갑이 녀석들까지 연합에 가입하면서 그 숫자가 벌써 40명이 넘어갔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호태의 수익은 늘어만 갔고, 단순히 숫자만 놓고 보면 성인들의 조직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거대해진 9성 연합이었다.




호태가 성인의 나이에 가까워지면서 9성 연합의 활동 반경은 점점 넓어져 갔다. 연합 초기에는 활동 범위가 몇 개의 동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지금은 구를 넘어서 시에서도 이름을 날리는 유명 조직이 되었다. 그만큼 호태의 지난 2년 여 간의 활약이 큰 것도 한 몫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언제나처럼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던 호태에게 허겁지겁 달려오는 녀석이 있었다. 9성 연합의 초기 멤버이자, 호태의 오른팔이기도 한 녀석이었다. 급하게 달려오는 녀석을 바라보며 호태가 물었다.




“무슨 일이야?”




“호태야... 그 개성파 개새끼들이...”




“또박 또박 말해 봐.”




“그 개쉐끼들이... 우리 애를 8명이나 조져버렸어!!!”




“뭐야?”




술을 마시던 호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자신의 부하들이 두들겨 맞았다는 사실에도 열이 받았지만, 무엇보다 그 상대가 개성파라는 것에 대해 호태의 눈은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다. 




“그 시빠 새끼들이... 어디야?”




이를 악문 호태는 주먹을 발끈 쥐었다. 




개성파. 학교를 다니는 녀석들 위주로 모인 조직이었고, 그 규모나 위상이 호태의 9성 연합과 비견될 만 했다. 비록 호태를 비롯한 9성 연합 수뇌부들이 학교를 다니지 않아서 개성파와 부딪힐 일이 적었고, 무엇보다 지리적 위치가 차이가 있어서 큰 갈등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소위 노는 녀석들의 입소문에 따르면 그 두 조직은 언젠가는 결판을 내야한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쟁 관계에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호태는 더욱 더 열이 받았다.




“변문산 앞에... 그 공원 있잖아.”




“시빠 새끼들 다 뒤졌어. 따라 와!”




호태는 번개같이 술집을 뛰쳐나갔다. 그리고 자신의 부하들이 개성파에게 맞았다는 그 공원으로 순식간에 달려갔다. 호태가 그 공원에 도착했을 때는 8명의 자신의 부하들이 바닥에 널브러지고 있었다. 그리고 약 10여 명이 되는 개성파들이 마침 그 공원을 떠나려던 참이었다.




“야 개새끼들아! 너희들 그대로 있어! 씨발놈들! 오늘 다 죽여 버릴라니까!”




그리고 처음으로 개성파와 9성연합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비교적 급하게 모인 9성 연합의 숫자가 개성파에 조금은 모자랐지만, 호태의 활약에 더불어 약 10분 만에 개성파의 10 여 명을 제압할 수 있었다.




“너희들 잘 들어. 한 번만 더 우리 애들 건들이면 다 죽는 거야! 알았냐?”




개성파의 10여 명을 무릎 꿇린 채로 호태가 말을 했고, 그의 부하들은 자신의 리더에 말해 어깨에 힘을 주며 개성파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씹새기들이 뒤질라고!”




“또 개겨봐. 이 개잡놈들아!”




호태의 활약으로 개성파의 10여 명을 잠재워버린 이 사건으로 9성 연합은 개성파보다 한 발 앞서나갈 수 있었지만, 결코 오래가지 못했다. 개성파 리더 역시 10여 명의 자신의 부하들이 당하자 그대로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로써 이 사건은 9성 연합과 개성파의 본격적인 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20살도 되지 않은 아직 10대의 청소년이었지만, 9성 연합과 개성파의 전쟁은 성인들 못지않았다. 집단으로 싸우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때로는 각목 등을 동원할 정도로 잔인성도 가지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10대 청소년들의 자존심 싸움이기도 했지만, 한쪽이 패배를 하면, 바로 조직의 해체를 뜻했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서라도 더욱 더 이겨야만 했다. 호태가 그러했다. 여기서 개성파에게 무너지면 9성 연합의 리더인 자신 역시 모든 것을 내놔야 했다. 그것만은 피해야겠기에 필사적으로 개성파를 무너뜨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호태였다.




절박함이 더했던 것일까? 약 10일 간의 전쟁은 결국에 9성 연합의 승리로 끝났다. 호태가 개성파의 리더의 목 줄기를 잡으면서 항복 선언을 받아낸 것이었다. 피를 흘리고 멍이 든 9성 연합의 조직원들은 환호성을 내질렀고, 개성파의 조직원들은 고개를 숙였다. 승자와 패자가 갈렸고, 승자는 패자의 모든 것을 가질 수가 있었다.




개성파에게 역사적으로 승리한 그날 밤, 9성 연합의 조직원들이 모이는 한 창고 건물 안에서 축하의 술자리가 벌어졌다. 크게 다치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어 불참한 조직원을 제외하고 약 30명에 가까운 10대 청소년들 축하주를 나누고 있었다.




“캬하하. 술 맛 좋네. 호태야. 시빨 그 새끼들 앞으로 안 개기겠지?”




“키키. 개기긴 씨벌. 개성파 그놈들은 끝난 것이지. 앞으로 개성파놈들이 다니는 학교까지 가서 수금 좀 해 와라.”




“알았어. 호태야. 하하하.”




호태는 개성파를 와해시켰다고 믿었다. 그리고 전리품으로 그 개성파들이 다니고 있는 학교까지 마수를 뻗으려고 하고 있었다. 그만큼 자신의 주머니에는 더 많은 돈이 들어오리라고 믿었다. 왜냐하면, 자신은 전쟁에서 승리한 절대강자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으니까.




“크하하하. 좋다.”




“마셔라. 마셔라. 술이 들어간다.”




술자리는 깊은 밤까지 이어졌고, 많은 10대 조직원들이 술에 취해서 창고 이곳저곳에 널브러져 잠을 자고 있었다. 오로지 호태를 비롯한 9성 연합의 초기 멤버들만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호태의 귀에 훈훈한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음성이 들려왔다.




끼이익.




창고 문이 천천히 열리며 달빛이 들어왔다. 그리고 달빛과 더불어 건장한 사내 3명이 창고 안으로 들어섰다.




“야 새끼들아. 너희들 누구야?”




호태 옆에 있던 9성 연합의 한 멤버가 사내 3명을 보고 소리를 쳤고, 이내 그들 사내쪽에서 답했다.




“쳇. 아주 놀고들 자빠졌구만. 세상 참 좋아졌어. 어린노무 새끼들이...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누가 말했는지 몰랐지만, 건장한 사내 셋 중 하나가 대답을 했고, 그 대답을 듣는 순간 호태의 몸은 본능적으로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뭔가 다르다.’




호태는 직감적으로 갑자기 나타난 세 명의 사내가 범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더구나 자신이 여태껏 상대해보지 못한 강자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기가 어디라고... 주둥아리를 놀려!”




“아이고... 무섭습니다. 우리 10대 개 좁빠 새끼들아. 참 형님도 귀찮게... 이런 어린이들과 장난치라고 하고...”




“뭐라고 이 씨발놈들이... 뒤질라고!”




여유가 넘치는 세 명의 사내와는 달리 축하주에 취한 9성 연합은 흥분한 상황이었다. 리더인 호태의 지시가 떨어지기도 전에 분을 못 참은 녀석 하나가 사내 세 명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결과는 아주 순식간에 일어났다. 호태 마저도 눈을 비비며 믿을 수 없는 상황을 다시 확인해야 했다. 




퍽.




달려간 9성 연합의 멤버가 단 한 방에 정신을 놓고 쓰러져 버린 것이었다. 시끄러운 소리에 9성 연합의 일부가 잠을 깨서 이 상황을 보았고, 전반적으로 9성 연합의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호태는 직감적으로 갑자기 등장한 사내 세 명에 의해서 9성 연합이 기세에 눌렸음을 알 수 있었다. 호태는 영리했다. 기세가 눌렸지만, 얼핏 보더라도 정신을 차린 자신의 조직원은 20명은 되어 보였다. 수적 유리함을 가지고 초전 박살내면 그만이었다.




“죽여!!”




호태의 말 한 마디에 정신이 번쩍 든 9성 연합의 조직원들이 세 명에게 달려들었다. 호태의 말은 곧 법이었다. 조직원들에게 명령을 내린 호태 역시 지체하지 않고 옆에 있던 각목을 들고 정체불명의 사내들에게 달려들었다.




퍽. 퍽. 퍽.




“으악.” “으악.” “으아아아.”




달빛이 은은하게 비추는 창고 안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전쟁이 벌어졌고, 오로지 누군가를 패는 소리와 누군가에게 맞아 외치는 비명 소리만이 처절한 전쟁임을 알려왔다. 9성 연합이 만들어 진 이래 가장 처절한 싸움이었지만, 호태를 비롯한 조직원들은 자신들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았다. 무려 20명대 3명이었으니까.




그러나 이런 호태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약 5분이 지났을 무렵, 9성 연합 중에서 제대로 서 있는 사람은 호태를 비롯해서 고작 7명뿐이었다. 그마저도 숨을 헐떡거리며 제대로 서 있기 힘들 정도로 지친 상황이었다. 그에 비하여 조금 지친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정체모를 세 명의 사내는 멀쩡히 서서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졌다.’




비단 호태 뿐만 아니었다. 지금의 믿을 수 없는 상황에 9성 연합의 마음속에는 패배감이 젖어들고 있었다. 그렇지만 리더인 호태는 포기할 수는 없었다. 영리한 호태였기에 더 이상 붙어봐야 질 수 밖에 없음을 알고 있었지만, 절대 강자로 군림했던 지난 시기를 생각하며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키고 싶었다. 더구나 부하들 앞에서 항복 선언은 그들로 하여금 신뢰를 잃게 만든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이 개새끼들이!”




호태의 외침에 그를 비롯한 나머지 7명의 9성 연합이 세 명의 사내에게 달려들었고, 결과가 나오기 까지는 채 3분이 걸리지 않았다. 세 명의 사내 중 하나가 호태의 목덜미를 잡고 무릎을 꿇린 것이었다. 




“이제 그만하지. 장난은 여기까지야. 풋.”




“큭... 으아악.”




호태의 목덜미를 잡은 사내가 손아귀에 힘을 가하자, 고통스런 호태가 소리를 내질렀다. 




“네가 호태라는 놈이냐? 네가 리더지?”




“그... 그렇다.”




퍽. 쿵.




대답을 함과 동시에 다른 사내 하나가 발로 호태의 뒤통수를 차버렸고, 호태는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리고 더 이상 일어나지는 못했다. 




“어디서 반말이야. 어린노무 새끼들이...”




“그만해야지. 더 이상 어린애들 패서 뭐하려고...”




“넵. 형님.”




형님이라 불리는 사내, 즉, 호태의 목덜미를 잡았던 사내가 쭈그려 앉아서 쓰러진 호태에게 말을 했다. 




“어이 동생. 말을 하기 힘들 테니... 듣기만 해. 너무 설쳤어. 설치면 다 이렇게 되는 거야. 자신의 주제를 알아야지.”




“..... 윽... 윽...”




호태는 신음 소리만 낼 뿐,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정체모를 사내의 목소리는 귀에 또렷이 들려왔다.




“개성파 알지?”




‘개성파? 놈들과 개성파는 무슨.... 관계지.’




“개성파... 말이 조직이지. 애들 장난이지. 그런데 그 어린놈들이 장난하는 것과 우리 조직이 큰 상관이 있단 말이야.”




‘무슨 말이야... 도대체 이놈들은 누구야?’




“대명파라 들어봤나?”




사내의 입에서 대명파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호태는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대명파는 호태 역시 알고 있었다. 사실 9성 연합이니, 개성파니, 이건 10대 애들의 장난에 불과했다. 대명파는 성인들의 조직이었다. 더구나 이 지역에 뿌리를 둔 전국구 조직 중 하나였다. 그렇기 때문에 호태 역시 언젠가는 대명파를 넘어서는 조직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




“몸을 부르르 떠는 것을 보니... 우리 조직의 이름은 들어보긴 한 것 같군. 암튼 우리 대명파 조직과 개성파는 나름 관련 있지. 우리 조직의 큰형님도 개성파 출신이기고 하고... 또 평소에 개성파 애들이 우리 조직에 많이 들어오기도 하니까 말이야.”




‘씨발... 그것 때문이었군... 젠장.’




“사실 우리도 가오가 있지. 어린애들 장난에 끼어들고 싶지는 않았어. 그런데 그거 알아? 우리 큰형님 막내 동생이 개성파를 이끌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랬군. 씨발...’




호태는 결국 자신이 이렇게 처참하게 바닥에 널브러진 이유가 개성파가 대명파를 끌어들였다는 사실임을 알고 속으로 욕 짓거리가 절로 나왔다. 이건 일종의 룰 위반이었다. 10대들의 싸움에 성인 조직이라니... 이가 갈리는 호태였다.




“바... 반칙이야.”




“자식. 아직 말할 힘은 있나 보구만. 그건 그렇고 아직도 반말이라.... 하하. 패기는 좋아. 그래 내 생각도 그렇다. 이건 반칙이야. 우리 같은 프로가 너희들을 상대하면 안 되는 것이지. 그런데 너도 알다시피 세상이란 이런 것 아니겠냐. 크크.”




‘.... 씨발. 그래 세상 좆같다.’




“물론 너희들 손봐주는 것도 목적이 있었지만... 사실 우리 세계에도 9성 연합의 이름은 들려왔어. 어차피 우리들도 다 그런 시기도 있었으니... 그런데 흥미로웠던 건 나름 역사와 전통이라는 게 있는 개성파를 신흥 세력인 9성 연합이 깨버린 거야. 그쪽 출신이자 막내 동생이 이끌고 있다는 개성파가 깨지자, 우리 큰형님도 9성 연합에 대해 조금은 흥미를 가지시더군. 알고 보니 천호태? 이 근방에서 너희 또래에게는 유명하긴 하더군.”




‘뭐.. 어쩌라고 시빨.’




“오늘 보니까 나름 쓸 만 한 것 같기도 하고... 18살이지?”




사내의 말에 호태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런 호태를 한참동안 내려다 본 사내가 빙긋 웃으며 그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장난은 그동안 많이 했잖아. 네가 정말 관심이 있다면... 더 큰 무대에서 한 번 놀 수도 있어야겠지. 어때? 프로의 세계로 오는 건?”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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