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야설

깊고 푸른 날 - 3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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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등 쪽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우욱..!”




나는 금방 힘을 잃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힘들게 고개를 돌려 보니 앤이 뒤편에 서 있었다.




“호신 술이라도 배운 모양이죠? 하지만 어쩌죠? 여기 여자들 보기 보다는 무서운 무술 실력을 지니고 있어서 말이죠.”




분했지만 이 자리에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샐리나를 돕는다고 했던 일이 오히려 그녀를 더 괴롭히는 일이 되어버렸고 평소 웨이트 트레닝으로 단련된 몸은 분노의 일격조차 그녀들에게 가하지 못하고 힘 없이 무너지고 있었다.


나는 무기력함을 느꼈다.


그리고 스스로가 저주스러웠다. 




“정말 안 될 여자네?”




마리앤느 가 내 쪽으로 시선을 둔 체 허공을 손가락으로 찌르는 듯한 행동을 하면서 말했다




“당신 은 속물 이야 그거 알아요?”




“뭐?”




내가 그녀의 말에 의구심을 느끼고 있을 때 그녀는 샐리나에게 다가가 한껏 부어오른 엉덩이를 발로 걷어찼다.


무서울 정도의 비명소리가 샐리나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당신이 이 소녀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 뭘 할 수 있지?”




샐리나는 무서워서 기다시피 마리앤느를 피했지만 그녀의 발은 다시 목표물을 찾아 질러졌다.




“아아아아악~!! 제발 살려주세요”




비명소리가 다시 터져 나오는 가운데 마리앤느 는 내 앞에 다가와 얼굴을 바짝 들이댔다.




“사실은 당신 즐기고 있는 거지?”




“무슨 소리야?”




“사실은 이 아이가 고통에 겨워 하는 모습을 즐기고 있잖아?”




나는 다시 머리 끝까지 화가나서 스스로도 놀랄 행동을 했다.


손톱 마다 체리 빛의 매니큐어가 칠해진 내 하얀 손이 마리앤느 의 목줄기를 움켜 잡았다.


닭의 목을 비틀 듯 그녀의 목을 이대로 부러뜨리고 싶었다.




“윽~!”




마리앤느는 고통으로 인해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때 앤이 다시 내 옆구리를 발로 힘껏 질렀다.




“크윽~!!”




“마스터 괜찮아요?”




“왜 시키지 않은 짓을 하고 있어?”




마리앤느 는 앤의 뺨을 힘껏 올려 붙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갑자기 막혀온 숨을 간신히 다시 뱉어내느라 몹시 힘이 들었다.




‘쿨럭 쿨럭..!!“




자연스레 입에서 기침이 나왔다.


그 사이 마리앤느 는 다시 앞에 서서 두려울 정도로 나를 쏘아보고 있었다.




“정말 할 수 있어?”




“뭐?”




“김 유정씨. 당신이 정말 샐리나를 위해서 희생 할 수 있나요?”




그녀의 음성은 마치 타자기처럼 한글자 한글자 찍혀 나오는 듯 들렸다.


그래서 더욱 강하게 뇌리속에 파고 들고 있었다.




“희생?”




“그렇게 샐리나를 위하는 것처럼 하면서도 막상 곤란한 상황이 되면 슬슬 꽁무니를 빼게 될 거에요."




“난 그저 이 지옥 같은 곳에서 그녀를 구출하고 싶은 것 뿐이야.”




마리앤느 는 내말을 듣고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을 짓다가 다시 웃었다.




“오호호호호홋~!!”




뭐가 그렇게 웃긴 거지?


길고 하얀 손가락이 다가와 내 이마를 슬쩍 밀어냈다.




“좋아요. 그렇게 까지 말한다면 샐리나를 이만 용서해 줄 게요.”




어?


의외로 순순히 그녀가 마음을 바꾸자 나는 뭐가 뭔지 모르게 되어 버리면서도 그말이 아주 반갑게 들렸다.




“하지만 저는 역시 당신의 마음을 확인해 봐야 겠어요. 정말 샐리나를 위해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다면 내 부탁을 한 가지만 들어줄래요?”




“부탁?”




“아니 부탁이라기 보다는 당신을 테스트 해 본다고 할 수 있어요. 당신의 마음이 나에게 전달 될 수 있도록 한 가지 의 요구를 들어줘요.”




“뭔데?”




“정말 할 수 있을까?”




마리앤느 의 얼굴이 크게 클로즈 업 되면서 내 동공에 상을 맺었다.


왜 이렇게 식은 땀이 나는 거지?




“그녀를 용서해 주는 대신 당신이 나에게 교육을 받는 거 에요. 어때요?”




“교육? 교육은 이미 받는다고.”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리앤느 는 혀를 끌끌하고 찼다.




“그게 아니죠. 이론 교육 따위가 아니라 실기 위주의 교육이에요. 당신은 좀 괴로울 수도 있겠지만 샐리나를 위해서 그정도도 못한다면 당신의 말이 지금까지 거짓이었다는 것 밖에는 안될 거에요.”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싶었지만 마리앤느 는 시종일관 나를 비웃는 표정이라 속으로부터 끓어오르는 분노를 감당하기 힘들었다.


네 까짓게 뭐가 그렇게 대단하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김 유정이다! 남자들도 두 손 들게 만드는 김 유정이란 말이야!!‘


나는 마리앤느를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좋아 뭐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조건 받아들이겠어. 아니 그 도전 달갑게 받아들이지.”




마리앤느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말? 그냥 만난지 하루 밖에 안되는 소녀를 위해서 당신이 희생을 하겠다는 말이야?”




“그런데 뭐가 잘못 됐어?”




그녀의 입 꼬리가 길게 찢어지며 위로 치솟는 것이 심상치 않아 보였지만 지금 순간 은 샐리나를 돕는 것이 급선무였다.


나로 인해 오히려 더 큰 곤란을 겪게 된 이 소녀를 그냥 두고 볼 수 는 없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는다면 샐리나는 앞으로도 많은 매를 맞아야 할 것 같았다.




“좀 놀랍기는 하네? 하지만 그 결심이 언제까지 갈까? 말해 두지만 나는 당신을 위해 특별 교육 일정을 짤 거야. 보통은 내가 회원들을 직접 교육하지는 않지만 당신 입으로 말했다 시피 나와 당신의 일 전이니까 최대한 이쪽도 강하게 나가주겠어요. 지금 뱉은 말 후회 하게 해 드리죠.”




마리앤느 는 쓰게 웃으며 앤에게 명령했다.




“샐리나를 방으로 데리고 가 치료를 해줘!!”




무슨 불똥이라도 튈까 앤은 황급히 여자들과 합세해 샐리나를 부축해 방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 사이 나 와 샐리나 의 얼굴이 잠깐 동안 겹쳤다.




“고마..워..요.. 언..니 하지만.."




“...”




샐리나는 고맙다는 말을 나에게 힘겹게 하고 여자들 에게 부축 당해 어딘가로 사라졌다.


저래 놓고 어디 으슥한 곳에 가서 다시 괴롭히는 건 아닐까?


내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마리앤느 가 내 곁을 지나치며 싸늘하게 말했다.




“내일 부터는 그런 옷을 입지 못할 거에요. 유정 씨는 날이 밝는 데로 피에르씨를 찾으세요. 그리고 나에게 특별 교육을 받게 되었다고 말하세요. 그럼 알아서 준비를 해줄 거에요. 말해두지만 이제 와서 도망치거나 하면 당신은 나에게 그저 허풍쟁이로 기억 되게 될 거고 샐리나는 치료를 받자마자 다시 매질에 시달리게 될 거에요.”




나는 그녀의 얼굴을 독하게 쏘아 보았다.




“도망가지 않아! 절대로!! 그러니 샐리나도 아주 안전할 거야.”




마리앤느는 높은 톤으로 웃고나서 방 밖으로 나갔다.


이제 이 이상한 방에는 나 혼자 만이 남아있었다.




“젠장! 쓰레기통 하나 찾으려고 나왔다가 별의 별 일에 다 휘말리네.”




돌아와서도 잠이 완전히 깬 터라 다시 잠을 이루기 힘들었다.


무엇보다 지금은 마리앤느 의 교육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어쩔 수 없이 그 상황에서는 큰 소리를 쳤지만 이건 아무래도 일방적으로 내가 당하는 느낌인데?”




뒤 늦게 후회가 찾아왔지만 그녀의 말대로 허풍쟁이로 기억 되기는 싫었다.


무슨 교육이 되었든 당당히 그녀 앞에서 보란 듯이 받아낼 생각이었다.


어디 두고 보자고!




<36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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