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야설

악몽 - 1부

본문

지난밤에 일어났던 일이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 내 안에서 일어났다. 그 때 난 잠을 자고 있었다. 알 수 없는 답답함에 깼을 땐, 벌써 몇 년 전에 이사를 한 옛 집의 내 방에서였다. 분명히 꿈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잠든 곳은 그 지역도 아니고 대전의 내 작은 원룸에서였기 때문이다.


습한 공기와 더위, 늦여름의 날씨였다. 큰 비가 내릴 것처럼, 하늘이 어두웠다. 핸드폰도 없어서 시간도 날짜도 확인할 수 없었다. 비릿한 냄새가 나서 봤더니 누워 있다 깬 내 방에 온통 피가 가득했다. 기분이 몹시 나빠져서 문을 열고 나왔더니 문 앞에 덩그러니 소의 잘린 머리가 놓여 있었다.


구역질이 났다. 깔끔하게 잘리지 않은 목 주위가 너덜너덜한 소의 머리가 주는 강렬한 인상은 그저 토악질을 유발했고, 난 신발도 신지 않은 채로 마당에 있는 수돗가에 고개를 숙이고 구역질을 시작했다. 위액이 역류했는지 입맛이 썼다. 수도를 틀어 입을 헹궈도 찝찝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다. 


샤워를 하고 싶었다. 틀어놓은 수도에서 수건도 없이 머리를 감았다. 얼음같이 차가운 물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손으로 대충 머리를 정리했는데, 머리카락에서 흐른 물이 등으로 흘러서 정신을 차렸다.




주위를 돌아보니 정말로 4년쯤 전에 살던 우리 집이 맞았다. 감나무가 서 있는 대문, 콘크리트로 된 마당. 앵두나무와 몇 가지 화초가 있는 작은 정원. 익숙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 때까지도 내가 갑자기 왜 이곳에 대한 꿈을 꾸는 것인가란 생각을 잠시 했다. 난 상황을 확실히 인식하고 있었다. 난 어제 늦게까지 되지도 않은 소설을 쓰다가 대전에 있는 내 원룸에서 잠을 잤었다. 나쁜 꿈이다. 로또를 사야하는 것일까?


역겨운 냄새가 올라왔다. 물에 씻겨 대부분 내려갔지만, 물이 닿지 않은 곳에 토사물이 쌓여 있었다. 호스를 끼워 물을 흘려 내려 보냈다. 수채 구멍이 막혔는지 물이 조금씩 역류했다. 그럴 때 쓰는 조금 긴 대나무 튀김 젓가락으로 수채 구멍을 쑤시는데 찍 하는 소리와 함께 굉장히 기분이 나쁜 눌림이 손전체로 전해졌다. 오한이 들어 온 몸의 털이 솟아올랐다. 


투다닥 하는 소리와 함께 저쪽 하수구에서 중간 정도 크기의 시궁쥐가 튀어나왔다. 한 쪽 눈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털이 반지르한 회색의 시궁쥐의 새까만 눈 가득하게 진한 원망이 담겨 있었다. 잠시 날 쏘아보는 듯한 시궁쥐가 몸을 돌려 텃밭 쪽으로 사라졌지만, 이미 난 알 수 없는 공포에 질려 있었다.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꿈에서 깨기 위해 일부러 허벅지 안쪽 살을 꼬집기도 했지만, 그저 아플 뿐 꿈에서 깨지지 않았다. 




소머리를 본 강렬한 충격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던 피비린내를 느낀 것이 바로 그 때였다. 깨기 전까지는 계속될 이 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일단 신발을 찾아 집을 벗어나는 일이었다. 다행히도 신발은 섬돌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 신발은 내가 중학교 3학년 때쯤 신던 르까프 운동화였다. 기억은 되살아났지만,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우리 가족이 이 집을 떠난 것은 내가 군대를 다녀오고서도 한참 후인데. 이사 오기 전 그대로인 집. 하지만, 십수 년도 더 지난 운동화. 기억이 혼재된 것인가? 거울을 찾고 싶었다. 일단 내 얼굴을 확인하고 싶었다. 내 얼굴을 보게 되면 내가 어떤 시기의 기억으로 이곳에 있는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주방을 지나야 목욕탕에 갈 수 있었기 때문에 주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배가 고프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일단 거울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돼서 일단 목욕탕 문을 열었다. 원래 우리 집 목욕탕엔 세탁기 옆쪽으로 반신을 비출 수 있는 거울이 있었는데, 문을 열고 들어간 목욕탕엔 거울이 없었다. 얼굴을 확 감싸오는 후끈함과 아직도 김이 나고 있는 욕조 안에 가득한 핏물과 조각조각 잘려진 사체가 날 맞이했다.


먹은 것을 몽땅 게워낸 후였기 때문에 더 토할 것도 없었지만, 다리와 팔, 손가락이 더운 물이 채워져서 그렇게 연분홍색인 핏물 안을 떠다니는 지독한 광경에 몸이 떨렸다. 다리가 풀려서 더 보지 못하고 급히 문을 닫았다. 




그 때였다.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우리 집은 차가 별로 다니지 않는 국도 주변에 있는 외딴 집이라 조용한 소리도 크게 들리는 편인데, 특히 대문의 곁문을 열 때마다 선명하게 끼익하는 소리가 들리곤 했었다. 누굴까? 알 수 없었지만, 이런 지독한 상황을 함께 풀어갈 수 있는 누군가가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이상스럽게도 부모님의 얼굴은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목욕탕안의 사체는 누구의 것일까란 두려움이 들기 시작했다. 하나뿐인 여동생은 아니겠지. 그런 일은 꿈이라도 겪고 싶지 않았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 기듯이 주방바닥을 움직이는데, 싱크대 아래쪽에 거뭇거뭇한 물건이 보였다. 보려 해서 본 것은 아니었는데, 막상 보고 나니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뭐 하나 정상적인 것이 없으니 그것도 그렇겠지라고 억지로 호기심을 누르고는 힘겹게 주방문을 열었다. 


대문 앞엔 우리 집에서 걸어서 3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술도가 집 주인 최씨가 두엄을 헤칠 때 쓰는 날카로운 쇠갈고리를 들고 서 있었다. 그제야 생각났다. 이사를 할 때, 최씨에게 집을 팔았었다. 최씨와는 면은 있었지만, 그다지 친한 사이도 아니어서, 어떤 식으로 상황을 설명해야 해야 할까를 잠시 고민하는데, 갑자기 최씨가 문으로 저벅저벅 걸어오기 시작했다.




“오랜만이네. 어쩐 일이냐? 여기서 뭘 하고 있었던 거냐?”


“아저씨 안녕하세요. 모르겠어요. 왜 제가 여기서 이러고 있는지. 오늘이 몇 월 며칠이에요?”


“뚱딴지같은 소리는. 그깟 날짜가 무슨 소용이라고. 남의 집에서 그렇게 있지 말고. 일을 다 봤거든 나가 봐라. 난 밥먹고 또 나가서 일을 해야 하니까.”




쫓기듯 나왔지만, 가고 싶은 곳도 갈 수 있는 곳도 없었다. 어서 악몽에서 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내처 걸은 곳은 한 동리가 떨어진 곳에 있는 파출소였다. 벼가 제법 자라 있었다. 8월 말쯤은 되 보였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되고 나선 일단 살인사건이 일어났으니 신고를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해서 이 상황이 꿈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파출소에 들어서고 나서야 다시금 이 상황이 꿈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도무지 현실에선 일어날 수 없는 일이 그 곳에서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출소로 들어가는 길은 매우 지저분했다. 쓰레기들이 가득해서 악취가 일어나고 있었는데, 근무를 서고 있는 의경은 그것을 치울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여경 하나가 볼륨을 최대로 틀어놓고 주식방송을 보고 있었고, 나머지 남자 경찰들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들어간 인기척을 느끼지도 못하고, tv에 시선을 꽂고 있는 여경은 노트에 뭘 적고 있었는데, 큼큼하고 헛기침을 몇 번이고 하고 나서야 날 돌아봤다.


“살인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범인은 누구인지 모르지만, 상좌원리 다리 건너 외딴 집 목욕탕에서 토막 난 시처를 봤습니다.”


“그래서요?”


“시체를 봤다고요.”


“먹으려고 그랬겠지요. 8월이잖아요. 다들 먹을 것이 부족하니까. 그렇지 않아도, 그 집 아줌마가...아! 정경순씨. 정경순씨가 보이지 않는다 했더니. 그렇게 된 일이군요.”


“예?”


“동네에서 못 본 얼굴인데. 도시에서 오셨나요?”


“예.”


“사냥철이니 죽고 싶지 않으면 주의하세요. 뭐 먹혀죽은 귀신은 육보시를 해 천당에 간다고 했으니. 세상 살기 지겨우면 뭐 나다녀도 좋고요.”




꿈이었다. 확실히. 이런 일은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들 사이에선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니까. 꿈에서 빨리 깨고 싶었다. 계속해서 너덜너덜한 소의 잘린 목과 토막으로 쪼개진 사람의 신체들이 둥둥 떠다니는 광경이 떠올랐다. 


아무리 정신을 집중해도 꿈이 깨질 않았다. 주식방송에 쩌렁쩌렁하게 작은 사무실을 채우는 바람에 귀가 멍멍했다. 후텁지근한 공기에 땀이 쉴 새 없이 흘렀다. 땀이 난 등에 얇은 반팔 와이셔츠가 달라붙어서 몹시 불쾌했다. 파출소를 나왔지만 갈 곳이 없었다. 




후둑, 후두둑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를 피할 곳을 찾는데. 버스 승강장이 보였다. 저 안에라도 들어가 있어야 한다. 뛰었지만, 이미 쏟아부을 듯 퍼붓는 비에 속옷까지 모두 젖어버렸다. 땀을 씻은 비가 입에 들어갔는지 입가에 들어간 빗물에서 짠 맛이 느껴졌다. 떨어지는 소나기에 머리가 아팠다. 비가 거세서 풍경이 보이지 않았다. 천둥이 치더니 곧 번개가 뒤따랐다. 세상이 하얗게 변했다. 일순간 밝아졌던 세상은 밝음이 사라지자 더욱 어두워졌다. 빗줄기 사이로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횃불을 든 사내들 다섯이 저벅거리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고향을 떠나온 지도 몇 년이 지나서인지 그들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선두에 선 사내가 음산한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이 근처야. 방금 전에 파출소 이순경한테 들렀다고 하더라고. 이 비에 어디 가지도 못했을 거야.”


“그 놈을 잡게 되면 이번엔 내장은 내 차지야 알겠지?”


“좋아. 간이랑 심장을 주지. 오른 쪽 다리와 오른 팔은 철기 네가 가져가고. 머리랑 목은 내가 가져가는 걸로 하지. 나머진 장가네 당신들이 가져가고.”


“좋아! 흩어져서 찾아보자고. 이 근처야 어차피 갈 수 있는 곳도 없으니까.”




저들이 갈라서 가져가겠다는 것은 바로 나일 것이다. 식인의 풍습이 남아있는 고향. 꿈이라고 해도 두려운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어떤 수를 써도 깨지 않는 꿈이라니. 내 냄새를 찾는 것인지 코를 킁킁거리던 개가 내 쪽을 보고 짖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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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이씨의 여자기행 19부 구상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꽤나 자극적인 글이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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