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초록마을 - 28부

본문

제섭네의 마당은 현우와 읍내 왈패의 긴장된 대립이 이어지고


조용한 정적을 깨며 현우가 한걸음 앞으로 나서며


현우를 보던 짝귀의 눈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허리춤에 손을 넣고는 누런천에 쌓인 물건을 꺼내며 짝귀가 스산한 웃음을 지어 올린다.


현우는 직감적으로 불길한 생각이 들어지고는 눈을 빛내며 짝귀의 다음행동을 지켜보았다.누런천이 풀려지며 파랗게 날이 선 칼날이 보여지고 손에 쥐어진 비수를 바라보던 짝귀가 천을 버리며 손에 비수를 쥐어갔다.


“흐흐흐…오늘이 네놈의 제삿날이다…”


차가워진 현우의 눈속으로 긴장감이 돌면서 현우는 굳게 다물었던 입을 열고는


“너 같은 불필요한 놈은 살가치가 없을 것 같다….네놈이 그 칼을 꺼냄으로서 오늘 네놈은 몸성히 나갈 것을 포기한 것으로 알겠다..”


앙 다물어지는 이빨사이로 현우의 의지가 보여졌다.


현우는 피를 보더라도 이 기생충 같은 사내를 순순히 보내주고 싶지 않았다.


읍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피를 빨아먹고 산다는 생각이 들어가자 자신도 모르게 현우의 눈가로 파란 살기가 번져오르기 시작했다.


짝귀에게 다가서는 순간 짝귀의 옆에서 기회를 보던 사내가 발길질을 하며 현우의 앞으로 떠오르고 현우는 순간적으로 상체를 숙임과 동시에 스쳐지나는 사내의 발목을 빠르게 낚아 채갔다.


현우의 방심을 노렸던 사내는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자신의 발길을 공중으로 빗겨내고는 자신의 발목이 잡혀지고는 자신의 몸이 떠오름을 느끼고 당혹스런 표정으로 변해갔다. 


현우의 손에 발목을 잡힌 사내는 내심 경악을 지르며 이렇게 빠른 손놀림으로 자신의 발을 잡을줄은 예상도 못했다는 듯 당황스러워 지는 가운데 들려진 자신의 몸이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는 느낌에 비명을 터트리고는 


“…으…으악….”


철…퍽..


팔과 옆구리로 엉청난 고통이 밀려듬을 느끼고는 서서히 정신이 흐려짐을 느끼며 고개를 숙여 갔다.


마을사람들의 급박한 괴성뒤로 어느새 다가왔는지 짝귀의 그림자가 현우의 뒤로 다가섬이 보여지고는 등뒤로 따끔한 고통이 느껴졌다.


“..허…억…”


짝귀가 현우의 등을 찌른것이다.


머리속이 하얗게 비어져 가는 느낌이 몰려오고 자신을 바로 앞에서 보아가는 사내의 얼굴로 


무심한 현우의 눈이 돌려졌다.


입가로 비웃는 듯한 미소가 걸린게 현우의 마음을 자극한다.


째져있는 눈속으로 짧은 빛이 흐르며 자신에게 잔인한 미소를 짓는 짝귀를 바라보던 현우의 머리속으로 몇 명의 얼굴이 스쳐지나 갔다.


영주댁과 맑은 웃음을 떠올리는 혜숙, 울고있는 윤지의 얼굴등이 주마등처럼 스쳐가고 


느껴지는 고통뒤로 현우가 등을 돌리며 짝귀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한손이 빠르게 짝귀의 목을 잡아갔다.


“..케..에엑..”


강한 힘으로 조여지는 힘에 현우의 등에 꽂힌 칼자루에서 짝귀의 손이 떨어지며 자신의 목을 쥐고있는 현우의 손을 풀려는 듯 손목을 잡는다.


예상외로 빠른게 손을 뻗어 자신의 목을 잡은게 황당하기도 했지만 분명히 자신의 비수는 


현우의 등을 깊숙이 찔렀는데도 멀쩡한 것처럼 반응을 보이는게 짝귀는 당황스러웠다. 


막혀오는 호흡에 짝귀는 자신을 눈을 커다랗게 뜨며 자신을 바라보는 현우의 눈빛을 바라보며 두려움에 젖어가기 시작했다.


현우는 하얗게 비어가는 정신을 수습하며 자신의 손을 풀어가는 짝귀의 손을 틀어잡고는 등뒤로 틀어가는 행동을 하고 뒤틀린 팔을 짝귀의 머리끝까지 단번에 올려 버린다.


뿌..직..


“으악……..”


고통스러운 비명이 들려오고 팔을 덜렁이는 짝귀가 어깨를 감싸쥐고는 자리에 주저 앉는다.


팔이 등뒤로 꺽여지며 느껴지는 고통은 짝귀의 의지를 지워버렸고 


마음속 한구석에선 자신이 처음 가졌던 불안한 마음이 현실이 되는 느낌에 짝귀는 머리끝이 쭈뼜서는 공포가 느껴졌다. 


두눈에 시퍼런 빛을 드리우며 현우가 물러서는 짝귀의 곁에 다가서고는 발을 들어 사내의 정강이를 힘껏 밝아 버렸다.


꽈…작..


“으..으악…”


자신의 발마저 현우의 발길에 부러지는 고통을 맛본 짝귀는 희미해지는 시선을 보이고는 땅으로 꼬부라지고 한동안을 거친호흡을 내리쉬며 사내를 쏘아보던 현우의 눈이 풀려가며 무릎을 끊더니만 앞으로 쓰러져간다.


멀리서 웅성이는 소음만이 현우의 귀가를 맴돌며 울려댈 뿐 시커멓게 변해가는 망막끝으로 희미한 불빛이 보여지고는 현우는 의식을 잃는다.




멀리서 어둠이 걷혀지며 밝은 빛이 보여지고는 빛속에서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두 인영이 보여졌다.


등뒤로 빛을 받고 있어서 누군인지 구분은 안되었지만 하얀색의 부드러워 보이는 비단 옷과 틀러진 머리위의 장식의 여인이 보이고 두루마기를 걸쳐입은 건장한 모습의 남자가 여인의 손을 잡은 채 자신에게 걸어오는게 보여진다.


너무도 밝은 빛때문인지 눈을 제대로 못뜨는 현우는 가늘게 뜨여진 자신의 시선속으로 예전부터 그리워하던 모습이 보여지며 두눈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엄마다.


현우는 소리라도 쳐보고 싶은데 왠지 입은 열리지 않았고 부드럽게 미소를 지어올린 엄마가 현우에게 손을 내밀며 기쁜 듯 웃음을 지어 올리고 있었다.


옆에서는 웃음띤 자신을 닮은 중년인이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미소만을 지어 올린다.


어렴풋이 느껴지는 감정이 마음을 설레게했다.


얼마나 불러보고싶은 이름이었던지 자신과 꼭 빼다 박은 모습에 웃음마저도 자신과 다를게 없었다.


현우의 얼굴로 희열의 빛이 흐르며 손을 내밀고는 그리움에 사무친 그들에게 다가서기 시작했다.


현우의 얼굴로 눈물이 흘러 넘치면서도 눈은 기쁨에 젖어 있었다.


다가서는 그들사이로 싸늘한 바람이 불어오며 그들의 시선이 바람이 불어오는곳으로 돌려지고 예전부터 서 있었던 듯 작은 눈을 크게 뜨고 입을 굳게 다문 채 무척이나 화가 난 듯한 영주댁의 얼굴이 보여졌다.


현우는 자신의 부모를 바라보는 영주댁의 눈빛에서 분노의 빛을 읽었다.


‘왜’하는 표정이 현우의 얼굴에 떠오르며 반가워야 할 할머니의 얼굴이 굳어진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 영주댁의 얼굴을 쳐다본다.


굳어진 영주댁의 입이 열리며 


“못난것들 이승의 한을 꼭 남겨야 하겠느냐…??…썩…물렀거라….”


찬서리가 내린 듯 불호령을 내리는 영주댁의 고함에 두사람은 이내 슬픈 표정의 얼굴로 변하며 볼위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아쉬운 듯 애처로운 표정을 떠 올리며 현우와 영주댁을 바라본다.


영주댁이 굳어진 얼굴로 현우의 손을 잡고는 어둠속으로 들어가려는 듯 자신을 잡아당기는 느낌에 현우가 끌려가기 시작한다.


평소에 힘이 없었던 예전의 할머니가 아니었다.


현우는 자신이 있는 힘을 다해 자리를 버텨보지만 영주댁의 힘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현우를 끌고는 어둠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점점 멀어지는 자신의 부모를 바라보며 현우가 눈물을 흘리며 소리쳐 불러보지만 메아리는 입안을 맴돌 뿐 아무런 소리는 들려오지 않는다.


현우의 이마로 굵은 힘줄이 솟아오르며 있는힘을 다해 소리를 친다.


“엄..마……”


웅성거리는 소리에 현우는 무거워진 눈꺼풀을 들어올리며 눈을 떠갔다.


분명 자신의 부모를 만나는 자리였는데 흐려진 시선이 이상한지 현우는 자꾸만 눈을 껌뻑거리며 시선을 모을려고 노력을 해보지만 마음대로 되지가 않는다.


“깼어요…현우가….깨어 났어요……”


어렴풋이 혜숙의 음성이 들려오고


그제야 현우는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는 그간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재섭네의 마당에서 읍네의 왈패들과 싸웠던 기억과 자신의 등을 찌르던 잔인했던 눈빛등 현우의 머리속으로 왜 자신이 여기에 누워있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희미하지만 몇 명이 있는 듯 사람들이 보여졌지만 누구인지는 구별할 수는 없었고


한동안을 시선을 모아가자 시선끝으로 차츰 선명해지는 윤곽들이 보여져 갔다.


자신의 곁에 혜숙이 있는 듯 고개를 숙인 채 얼굴을 보는 느낌이 들어지고


“아주머니….총각이 눈을..떴어요….눈을….”


아마도 마루에 있었던 듯 바빠진 걸음소리에 일렁이듯 다가오는 모습이 영주댁처럼 느껴지며 현우의 겉으로 넘어지 듯 주저앉는 모습을 보며 현우가 자신의 할머니인 영주댁임을 확인 할 수가 있었다.


“어디…어디…아이구….내새끼…아이구…아이구….꺼이…..”


현우는 자신의 팔을 잡으며 커다랗게 울음을 터트리는 영주댁이 선명히 보여져 갔다.


영주댁의 뒤로 몇 명의 아낙과 노인들이 보여진다.


영주댁의 옆에 선 혜숙이 안쓰러운 눈빛으로 현우를 바라보고 한명 한명을 보아가던 현우가


희미해지는 목소리로


“할…머…니……”


“그려…그려….내새끼….괘안타….괘안타….이제는..살았다…..”


나무껍질 같은 얼굴위로 아직도 흐를 눈물이 남았는지 방울 방울 흘러내리는 모습이 무척이나 애처롭게 느껴졌다.


현우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심적고통이 컸는지 초췌해 보이는 영주댁의 눈이 현우의 얼굴만을 쳐다보며


“아이고….내 귀한…손주를….아이고…..”


튼실하게 마을일과 집안의 일을 하던 건강한 손주가 누워있는 것에 영주댁은 하늘이라도 무너진 듯 구슬픈 목소리를 높여가고


영주댁의 마음을 이해한 듯 저고리고름으로 눈을 가려가는 마을 아낙들도 그래도 현우가 깨어난 것이 반가운 듯


“아이고….아주머니…그래도…다행이예요….이제는 ..몸만 ..추수리면 ..괜찮아 질거예요…”


“예…아무렴요…총각이…좀 튼튼한가요….”


영주댁을 달래는 아낙들의 위로에 깊은 숨을 토해낸 영주댁은 못내 안타까운지 현우를 내려다보며 측은한 눈빛으로


“그려….이자는…아무것도…걱정..말아라…인자…다 나을거여… “


현우는 자신을 걱정하는 영주댁을 보며 영주댁의 슬퍼하는게 보기 힘든 듯 희미한 웃음을 띄워간다.


영주댁을 바라보는 현우는 자신 때문에 심적고통이 컷을 영주댁에게 미안한 감정과 죄스러움을 느꼈다.


자신을 분신처럼 생각하며 마지막 남은 자신의 핏줄때문인지 영주댁의 남다른 애정은 죽움의 고비를 맞은 현우에게 영적인 힘까지 발휘하며 자신의 영혼을 이끌어내기까지 했다고 생각이 드는지 현우는 마음속에서 찡한 울림이 느껴지며 자신의 손에 올려진 영주댁의 팔뚝으로 힘없는 움직임을 보여간다.


손주가 몇몇 아낙에 업혀 자신의 집으로 들어섰을 때 영주댁은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에 얼마나 혼이 나갔는지 숨이 막혀오는 느낌에 마루에 쓰러지다시피 넘어지고 


다행히 따라 들어온 마을 사람들의 정성으로 제정신을 찾을 수 있었다.


현우가 사경을 헤매는 사흘내내 영주댁은 물 한모금 마시지 못한 채 현우의 곁을 지켜냈고 


정성이 하늘을 감동시켰는지 영주댁의 소원은 이루어 졌다.


피로 범벅이 된 현우를 밤새워 치료하며 정성을 쏟은 탓인지 영주댁의 혈색은 파리하게 보여졌고 많이 여윈 듯한 모습은 현우와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아프게 했다.


아직도 현우의 이마와 볼을 쓰다듬는 영주댁의 얼굴엔 불안한 그림자가 걷히지 않은 채 보여지고 혜숙은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눈물에 옅은 한숨을 내리 쉰다.


현우가 의식을 차리자 마을 사람들의 눈속엔 희미하나마 기쁨의 안도감이 흐르고 조용히 조손을 바라보는 입가엔 미소들이 어려가기 시작했다.




왈패사건은 마을을 다시한번 소용돌이 치는 분위기로 만들어 갔다.


외간남자를 끌어들여 남사스러운 일을 벌이는 것도 모자라 감나무집 손자가 흉상을 입는 험한 일까지 당한 상태라 마을 사람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 험해졌다.


화난 몇몇 아낙이 재섭네의 집으로 몰려가 재섭네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내동댕이 치며 집안을 풍비박산을 만들었고 


마을 노인들과 몇몇 아낙들은 마을밖으로 쫒아내야 한다며 한동안을 재섭네의 집앞을 지키며 야단법석을 떨어대기까지 했다.


화냥년이라고 손가락질을 받으며 재섭네 가족은 따돌림을 당했고 마을로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러서야 몇몇 노인들과 영주댁의 선처로 수그러 지는 듯 보여졌다.


이번일로 현우에게 쏟아지는 칭송은 조금이라도 영주댁의 충격을 덜어주었고 마을 사람들의 현우에 대한 믿음은 더욱 단단해져가고 있었다.


다행히 현우가 의식을 차렸다는 소식에 마을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하나 둘 감나무집으로 모여 들었고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싶었던 현우는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고난의 시간을 겪어야만 했다.




혜숙은 자신의 조카인 현우가 왈패들과 피를 뛰기는 혈전을 보면서 얼마나 마음을 졸이며 무서움에 떨었는지 가끔씩 떠 오르는 그때의 상황에 치가 떨린 듯 소름이 돋곤 했다.


차츰 나아지는 현우를 바라보며 가끔씩 웃음을 보여주는 혜숙은 깊어진 눈으로 현우를 바라보고는 애정어린 눈빛을 보내온다.


그래도 다행인 듯 생각이 드는지 잔잔한 미소를 띄우고는 혜숙이 방을 나서서 밖으로 나가는 대문을 벗어난다.


원래 건강해서인지 현우의 몸은 회복이 빠르게 진행되었고 몇날 며칠을 영주댁과 혜숙의 틈사이에서 손가락 하나 움직일 필요없이 몸을 추스려가며 편안한 휴식을 취하던 현우는 누워있는게 답답한 듯 점점 지루해지는 일상에 따분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직은 혈기 왕성해서인지 꽤 긴 시간을 누워있었던 현우는 조금씩 몸을 움직이며 거동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마비되어 진듯 등과 허리가 매우 불편했다.


긴 시간을 움직임 없이 상처를 치유하느라 몸이 굳어진 탓 인것도 같았다.


손으로 바닥을 짚고 천천히 일어서는 현우의 이마로 굵은 땀방울이 흐르고 벽을 타 듯 움직여가며 겨우 일어선 현우가 천천히 몸을 움직여 보고는 맑은 미소를 띄워 올리며 


“후후후…그래도 이만 하기가 다행인 것 같군…”


현우는 혼자 중얼거리며 방밖으로 한걸음식 걸음을 옮기며 굳어진 몸을 풀어 나간다.


등으로 깊게 패여진 상처가 깊게 보여지고 아직은 덜 아문 듯 벌겋게 돋아나는 새살주위로 


시커멓게 멍울진 모습이 남아 있었다.


한동안을 서성이는 사이 언제 잡으로 돌아왔는지 마루끝에 두눈을 크게 뜨고 영주댁이 멍한 듯 현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이….이눔이…뭐…뭐하는 것이냐…??…”


놀란 듯 멈춰지는 현우의 행동뒤로 영주댁이 고함소리가 울려퍼지고 현우는 영주댁을 바라보고는 머리를 긁적이며


“헤헤…좀이 쑤셔서 …운동…좀…”


“이눔아…아적…새살도 안돋았구만…이눔이…병신이라도 될라고 그러나…이눔이….”


주먹을 말아쥔 영주댁이 현우를 패기라도 할 듯이 팔을 저어오고 식식거리는 표정으로 


“얼른…들어가…이눔아…이 할미…쓰러지는 골 안볼려면…얼른…”


현우가 방으로 돌아와 자리에 앉아가자


마루에 올라서서 열려진 방안을 바라보며 아직도 화가 안풀린 듯 식식이던 영주댁이 


대문이 열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가고는 환한 얼굴로 바뀌어 간다.


“아이구….성님….성님이….어쩐일이유….”


대문이 열려진 사이로 구부정하게 허리가 굽혀진 노파와 성수엄마가 성수의 손을 잡은 채 안으로 들어섰다.


“흘흘…오랜만일세…영주댁…….”


마당으로 내려선 영주댁이 반가운 듯 노파의 손을 잡아가며 마루로 잡아당겨가고 


아직도 웃음을 짓는 노파는 걷는게 힘든 듯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마루끝에 앉아간다.


“이녁이 이번에 고생했네…말만 들었어…..”


노파의 얼굴위로 영주댁의 안위를 걱정하며 고통받았을 영주댁의 마음을 달래주고 있었다.


성수엄마가 성수의 손을 잡고는 마루를 지나 열려진 방으로 들어오며 현우의 얼굴을 바라본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초롱하게 빛나는 눈방울위로 다행인 듯 싶은 안도의 빛이 흐르고 한동안을 현우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하고는 


“좀….괜찮아요…??..”


“후후후…이젠 멀쩡해요…”


아마도 걱정을 많이한 듯 성수엄마는 현우의 구석구석을 보면서 혹시나 큰 상처는 없는지 살피는 행동을 한다.


영주댁의 부축을 받으며 노파가 열려진 방문으로 얼굴을 들이밀고는 현우의 얼굴을 쳐다보다


“고생혔다…..”


한마디의 말을 하고는 고개를 끄떡이며 그래도 다행이라는 듯 미약한 숨을 몰아쉰다.


바람이 들어오는 마루가 좋은 듯 두 노인이 마루로 앉아가고 성수엄마와 신기한 듯 방을 둘러보는 성수가 미죽거리며 방안으로 들어섰다.


어른들이 있어서인지 성수엄마의 행동은 조심스러웠고 한동안 현우를 지켜보던 성수도 재미없는지 마루로 나서고는 우물가에 놓여진 진우의 장난감을 보고는 호기심어린 눈으로 쳐다만 보다 신발을 신으며 다가가기 시작한다.


현우를 조심스럽게 바라보던 성수엄마가 나직한 목소리로


“간..떨어지는 줄 알았어요…그래도…그렇지….어떻게….”


“후후후…이렇게 살아 있잖아요……”


미소를 지으며 웃음을 지어 올리는 현우의 입가로 장난기 어린 미소가 어려진다.


눈을 흘기며 미소를 떠올리는 성수엄마가


“미워 죽겠어……”


정감어린 목소리로 나직한 질타를 해본다.


오랜만에 만난 때문인지 오늘따라 그녀의 얼굴에는 애정어린 미소가 아름답게 보여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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