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사랑의 교환(전반부) - 5부

본문

16부에서 20부까지입니다.


21부 부터는 한부씩 올려져 있습니다.


제 공작소로 가시면 볼수 있습니다.






사무실에 잠깐 들려 결제를 한 희정이 다시 차를 몰아 호텔로 향했다.


아침에는 그렇게 막혀 답답함을 주던 강변로는 어느새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시원하게 뚫려 있었다. 


창문을 열고 시원한 바람과 공기를 만끽함도 잠시 차는 금방 호텔에 도착했다.


그런데 갑자기 끼익 하는 소리가 나면서 바로 희정의 차 뒤쪽에 약한 충격이 왔다.


그다지 크지 않은 충격에도 불구하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차에 희정은 목 뒷부분이 약간 뻐근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희정이 목을 잡고 차에서 내렸다.


큰 이상은 없었으나 목부분이 뻐근한 것이 근육이 심하게 뭉친 것 같았다.


목을 부여잡고 내리는 희정은 흡사 차량사고용 오버제스츄어를 쓰는것 같은 자신의 모습에 쓴 웃음을 지으면서 손을 내렸다.




“이 자식이 미쳤나, 갑자기 그렇게 차 앞에 뛰어들면 어떻게 해?”




희정의 차에 붙어 충격을 준 승용차의 주인으로 보이는 대머리 아저씨가 이마까지 빨개진 얼굴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더군다나 비싸보이는 외제차에서 희정이 목을 잡고 내려오자 억울하다는 표정까지 지으면서 더욱 오버를 떨었다.




“저까짓 개가 뭐라고 남의 차에 뛰어들어, 이 거지같은 놈아.”




남자의 말에 희정은 대충 정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추레해 보이는 남자의 품에 방금 전 사고의 영향인지 한쪽 다리가 이상한 방향으로 꺽여 있는 강아지가 안겨 있는 것으로 보아 개가 차 쪽으로 뛰어들자 남자가 개를 구하려 뛰어든 것으로 보였다.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사고로 놀라 낑낑 거리는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강아지를 위로해 주고 있었다.




“왜 말이 없어, 어떻게 할거야. 내가 널 피하려다 저 차에 부딪쳤는데, 이거 어떻게 물어줄거야.”




남자의 묵묵부답에 더욱 화가 나는 듯 남자의 멱살을 잡고 일으킨 대머리 아저씨가 핏대를 올렸다.


남자는 그런 아저씨의 손짓에 온통 몸이 흔들렸다.




“그만 하세요.”




보다 못한 희정이 나섰다.


희정의 눈치를 보던 대머리 아저씨는 잡은 멱살을 놓았다.




“그만 하세요. 전 괜찮으니까요.”




“아니, 아까 보니 다친것 같던데...”




“조금 결린 것 뿐이예요. 상황을 보아하니 이분도 좋은 일 하다가 그런 것 같은데, 그냥 없었던 일로 하지요.”




희정의 만류에 외제차를 치어 잘못하면 나올 엄청난 수리비에 속이 타던 아저씨는 얼른 차에 올랐다.




“너 운 좋은 줄 알아.”




그래도 가면서 한소리 놓치지 않는 대머리였다.




“어디 다치신 데 없나요?”




웅성거리던 사람들은 의외로 쉽게 일이 끝이 나자 호기심이 사라진 듯 하나 둘씩 가던 길을 재촉했다.


희정은 보도블럭 가장자리에 앉아 강아지를 안고 있는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처음으로 남자는 고개를 들고 희정을 바라보았다.




“죄송합니다. 괜히.”




낮선 억양의 한국말을 하는 남자는 생각보다 깔끔해 보였다.


입고 있는 옷이 유행을 한참 지난 디스코 스타일의 통이 넓은 청바지와 어울리지 않는 몸에 붙는 티였기에 촌스러워 보여서 그렇지 생긴 모습은 깔끔했다.


하지만 며칠 동안 고생을 꽤 한 듯 눈 주위에 다크써클이 심했다.




희정은 잠시 그 사람을 응시하더니 차로 갔다.


그리고 다시 그 사람에게 돌아와 손에 든 것을 내밀었다.




“병원이라도 한번 가보세요. 혹시라도 다친 곳이 있을지 모르잖아요.”




희정의 흰 손에 들린 하얀 수표 한장을 바라보는 남자의 눈에 갈등이 서렸다.




“빨리 받으세요. 팔 떨어지겠어요.”




희정의 성화에 남자는 서서히 팔을 내밀었고 수표를 손에 쥐었다.




“저, 잠깐만요.”




차를 향해 몸을 돌리려는 희정의 발길을 남자의 떨리는 음성이 잡았다.




“이 돈은 제가 꼭 갚아 드릴께요.”




“그럴...”




그럴 필요가 없다는 말을 하려던 희정은 약간은 붉어지면서 비장한 각오를 한듯 눈을 똑바로 맞추고 자신을 쳐다보는 남자의 눈에 말을 접었다.




“아무한테나 연락처를 주시지는 않을테고 저기 저 돌 아래 틈에 한달후에 넣어 놓겠습니다.”




남자의 비장한 목소리에 희정은 약간 웃음마저 흘릴 뻔 했다.




“됐어요. 여기로 보내주세요.”




희정은 왠지 강아지를 아끼는 남자의 모습에 박하게 대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지갑에서 명함을 한 장 꺼내 들어 남자에게 건냈다.


그리고 다시 발길을 돌려 차를 타고 쳉이 기다리고 있는 호텔로 향했다.




“미안해요, 조금 늦었지요? 오다가 사고가 있어서...”




“사고? 자동차사고? 다친데 없어?”




서툰 한국말이어서 그런지 말이 짧았다.




“네, 괜찮아요. 차도 괜찮고요.”




“그래, 천만 다행이네. 그렇지 않아도 걱정하고 있었어.”




“음, 관광은 좀 그렇겠다. 에라 기분 전환하러 쇼핑이나 갈까?”




친절하게 손을 잡고 눈을 맞추는 쳉의 시선이 기분 좋았다.




“그래요.”




작은 미소로 대답하는 희정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던 쳉이 말했다.




“역시....”




“뭐가요?”




“아니야. 우리 빨리 가자. 아니 밥부터 먹자 배고파 죽겠어.”




“그래요, 그런데 뭐 먹고 싶어요?”




“그냥 아무꺼나, 한국음식 먹자!”






전통 한옥집의 형태로 지어진 레스토랑은 통 유리로 외부의 푸르름을 볼 수 있는 구조로 된 서양과 동양의 조화를 이룬 한정식 집이었다.




각종 전골요리를 비롯해 서양식 셀러드와 디저트, 그리고 와인마져 접목한 소위 퓨젼 음식점이었다.


쳉은 처음 먹어보는 갈비찜이 오향장육의 맛과 비슷하지만 더욱 맛있다고 극찬을 하면서 열심히 먹었다.


생각보다 많은 양의 식사를 하는 쳉을 보면서 어떻게 저 몸매를 유지하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식사를 마친 후 한잔의 대추차를 앞에 둔 두 사람은 한가로운 창문 밖 거리를 바라보면서 수다를 떨었다.




그런데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한 남자의 모습을 보고 희정이 쳉에게 말했다.




“언니, 방금 말했던 그 남자가 저 남자예요.”




“뭐라고? 정말? 와, 웃긴다.”




그새 허물없이 희정을 따뜻하게 대하는 쳉의 모습에 희정은 언니로 삼기로 했다. 물론 나이도 쳉이 위였다.


희정이 말한 그 남자는 비칠거리는 걸음걸이로 거리를 걸어가다가 바로 희정의 창 아래쪽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그런데 갑자기 쳉이 몸을 일으키더니 밖으로 향했다.


그러더니 남자 앞에 가더니 무엇인가 이야기를 하고는 그 남자와 함께 식당으로 다시 들어왔다.


그리고는 메뉴판의 음식을 몇 가지 주문했다.




쳉은 영문을 모르고 뻘쭘해 있던 희정에게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그 남자가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가 원래 세계동물애호협회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거든, 동물학대 반대를 위해 열심히 활동하는 편이야. 그런데 네 말을 듣고 그토록 강아지를 아끼는 사람을 그냥 지나칠 수 있어야지, 그런데 웃긴 것은 알고 보니 저 남자가 중국 사람이라는 거야. 호호호.”




세계동물보호협회라.. 희정은 갈비를 열심히 먹던 쳉이 문득 떠올랐다.




잠시 후 허겁지겁 밥을 먹은 남자가 모든 음식을 다 먹은 듯 말을 꺼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런..”




남자는 잠시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다가 이야기를 꺼냈다.




“제 이름은 남궁영호라고 합니다.”




“남궁영호라고요?”




“네. 태어난 곳은 중국 길림입니다. 여기선 조선족이라고 부르더군요. 저의 할아버님께서 한국분이셨습니다.”




“아, 그렇군요.”




남궁영호는 중국 길림에서 태어나 쭉 그 근처에서 살아온 교포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한 공장에서 일을 하던 중에 한국정부에서 열어준 교포초청 프로그램에 의해 한국어 자격시험에 합격하여 한국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부모님은 어렸을 적에 돌아가시고 쭉 할아버지의 보살핌 아래 살다가 고등학교 때 할아버지 마저 돌아가신 후에는 혼자서 살아왔다고 한다.




평소 한국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이는 할아버지의 뜻에 따라 다른 교포들과는 달리 영호는 한국은 자신의 조국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다.


그렇기에 한국 정부에서 열어준 기회에 반가운 마음으로 시험에 응시해서 합격했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합격했기에 비자를 받는 것도 반년이나 기다려야만 했다.


그렇게 도착한 한국은 영호에게 무척이나 낯설고 힘들었다.


공항에서부터 자신에게 접근해 반갑게 맞아주던 사람이 잡아준 호텔에 조국을 찾은 기쁨과 설레임에 아무 의심 없이 묶었던 영호는 다음날 자신이 가지고 온 전재산인 이백만원과 한국정부가 내어준 비자가 들어있는 여권마져 모두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묶었던 호텔측의 신고로 무전취식으로 경찰서에 구류되어 있다가 나온 것이 삼일 전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아무 신분증명도 할 수 없는 자신을 받아줄 수 있는 곳이 없었지만 손을 놓고 있을수가 없어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고 그 와중에 차에 치려는 강아지를 살리려고 뛰어든 것은 본능이었다.


비록 삼일 을 아무것도 먹지 못해 몸이 힘들기는 했지만 영호의 체력은 남다른 것이었다.




영호의 할아버지는 집안 전통적으로 내려온 한국의 전통 무술인 태껸의 고수였다.


더군다나 중국으로 간 이후로 한국의 태껸으로는 도장을 열기 힘들었기에 중국의 태극권을 배워 그것으로 도장을 열었다.


나중에는 태극권에 태껸을 배합하여 나름대로의 독창적인 무술을 만들어내어 그 근방에서는 고수로서 무척 이름이 나 있던 차였더.


영호는 그런 할아버지 밑에서 아주 어렸을 적부터 할아버지의 모든 무술을 전수 받을 수 있었고 중국 무술인들의 견제를 피하기 위해 숨기던 태껸의 가장 중요한 부분들마저 익힐 수 있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도장이 깨어지자 영호는 홀로 산으로 들어가 한동안 수련을 계속하고 내려왔지만 기반이 없는 상태였고 영호 자체의 순박함은 이용 당하기 딱 좋았다.


어젠 사기꾼들에게 걸려 괜히 죄 없는 사람을 두들겨 패고 감방에 갈 뻔 하기도 했었다.




그런 영호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들은 희정과 쳉은 한편으로 놀람을 금치 못했고 한편으로는 무척이나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제가 준 돈은 어떻게 하시고....”




영호는 희정과의 만남 후에 바로 근처 가축병원으로 가서 그 강아지의 다친 발을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돈을 내밀었다.


잘 키워달라는 영호의 신신당부를 보기 좋은 인자한 미소로 답하던 병원의 의사가 영호가 나간 후 돈은 금고로, 강아지는 바로 안락사 시켜 버렸다는 것은 영호는 상상도 못했을 일이었다.




어이없는 돈 씀씀이를 들은 희정과 쳉은 영호를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자신은 삼일 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했으면서 버려진 강아지를 위해 아낌없이 돈을 쓰는 영호의 정신상태는 두 사람에게 신선한 감동을 주었다.




“음, 희정아 너 혹시 사람 안 필요하니?”




“왜요? 언니?”




“음...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일 아니면 그냥 저 사람 써라. 괜찮은 사람 같다.”




“???”




쳉의 제안은 희정도 이미 생각해 둔 것이었다.


첫 만남부터 희정에게 좋은 인상을 준 영호에 대해 호의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단순히 그런 호의로 인해 사람을 쓴다는 것은 주저되는 일이기도 했지만 쳉의 말에 괜히 그래야 할 것 같았다.


동포라고 한국에 찾아 왔는데 사기나 당하고 고생하는 모습을 보니 무척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고 강아지 하나도 아끼는 모습을 보니 무척 순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민우의 말이 기억났기도 했다.


물론 여자를 말하는 것이었긴 했지만...




“죄송합니다만, 전 아무것도 할 줄 몰라요. 그냥 기술이나 배우고자 한국에 왔기 때문입니다.”




“호호호, 그런 것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요. 음, 무술을 좀 하신다고 했으니 경호원 어떨까요.”




“언니, 나 경호원 필요 없어요. 한국은 그렇게 위험하지도 않고요.”




“그런 소리 하지마. 나도 중국 가면 비서 겸 경호원들이 여러명 있으니까. 우리 희정 동생은 너무 예뻐서 나보다 몇 명 더 두어야 할껄?”




아무것도 모르는 영호가 희정을 흘낏 보면서 고개를 끄떡였다.




“그래도 캐빈의 허락을 받아야..하는..”




“아 글쎄 내가 괜찮으면 괜찮은거야.”




“영호씨, 경호원 할래요? 무술 잘 하나요?”




“네? 경호요? 전...잘...”




“알았어요. 그러니까 지금부터 영호씬 희정이를 경호하는 경호원이예요, 호호.. 음.. 목숨 바쳐 보호하세요.”




“언니도...참내...”




희정은 웬지 자신이 대단한 사람인양 호들갑을 떠는 쳉의 수다에 두 손 들어 버렸다.


하지만 사무실에서 심부름을 하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영호의 나이와 모습이었기에 할 수 없이 반승낙을 하고 말았다.


하지만 곧 영호의 실력이 필요하게 되리라는 것을 세 사람 모두 예상치 못했다.




“월급은 차차 이야기 하기로 하고.. 이제 기운 좀 차렸나요?”




“네? 아....네. 이제 괜찮습니다.”




우습게도 배를 두드려 보이는 영호를 보니 괜시리 웃음이 나왔다.




“음, 먼저 백화점이나 가야겠다, 우리 옷 보다 이 사람 좀 어떻게 해야 하지 않을까? 같이 다니기에 좀 챙피하다.”




쳉은 끊이지 않는 수다로 얼굴이 빨개진 영호를 채근해서 식당을 나섰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백화점으로 가서 당분간 영호가 입을 옷가지 몇 개를 샀다.




옷이 날개라는 이야기가 있듯이 정말 경호원처럼 검은 양복을 입은 영호는 그럴 듯 했다.


176정도의 크지 않는 키였지만 호리호리해서 양복이 잘 어울렸다. 




“호호, 괜찮은데? 동생 이번 기회에 영화 한번 찍어 보는게 어때? 휘트니 휘스턴과 캐빈 코스티너처럼. 호호호.”




“언니도..참.. 그렇게 괜찮으면 언니가 데려가세요.”




“정말? 그래도 되?”




“음, 전 일단 사모님께 고용되었기 때문에 안 됩니다.”




농담을 진담으로 듣는 영호는 역시 순진했다.




“이제 우리 좀 계획 했던 일이나 할까?”




희정은 웃으면서 쳉의 뒤를 따랐다.




영호는 정신없이 두 사람을 따라 다녀야만 했다.


그 복잡한 백화점을 어떻게 그렇게 잘 다니는지, 게다가 쳉의 쇼핑량과 그 쳉의 충동질로 인해 희정 역시 많은 물건들을 사게 되었다.


영호는 뒤를 따라 다니면서 손에 들리는 물건들의 양이 엄청남에 놀랐고 그 다음은 그것들의 가격 때문에 놀라게 되었다.


쳉이 입어보는 한 벌의 옷 가격이 영호가 중국에 있을 때 일 년 수입에 버금가는 것을 보고는 영호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하지만 묵묵히 그 두 사람 뒤를 따라 자신의 할 일을 하는 영호였다.




어느 정도 쇼핑이 끝나자 두 사람을 데리고 호텔로 온 희정은 호텔방에 물건들을 놓은 채 식사를 하러 스카이라운지로 올라갔다.


뷔페식 정찬으로 차려진 그곳에서 조금씩 원하는 음식을 담아온 쳉과 희정에 비해 영호는 마음껏 먹으려 잔뜩 음식을 나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적응을 하려면 조금 시간이 걸리겠네.”




그 모습을 보면서 실소를 짓는 두 사람이었다.




“음 어쨌던간에 신경 써야 할게 많겠네.”




“그래야 할 것 같아요.”




“무엇보다 빨리 잘 곳과 여권 비자 문제부터 해결해야겠지?”




“네. 우선 이 호텔에 머물게 할께요. 언니가 좀 보살펴 주세요.”




“그러지 뭐.”








“좋았어?”




캐빈이 말했다.




“아...학...몰라요.”




캐빈의 자지가 희정의 보지 한가운데 깊숙이 박혔다.




“스티브 괜찮았지?”




“아..그런거 묻지 말아요.”




“알고 싶어서 그래, 제대로 느꼈는지.”




“변태같은 사람.”




“하하..역시 자기는 최고야.”




끊임없이 조여 주는 희정의 보지로 인해 캐빈은 온 몸 전부가 쾌감으로 가득 차는 것을 느꼈다.




“당신 흥분하는 모습을 보니까 나도 정말 흥분되더군.”




“아...”




갑자기 흥분이 찾아왔는지 캐빈이 강하게 찔러오자 희정은 약간의 아픔에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 비명과는 달리 더욱 강하게 캐빈을 끌어안는 희정은 너무나 행복했다.




한차례의 강한 열풍이 분 후 희정은 노곤해진 몸을 캐빈의 품에서 풀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당신 정말 이상해요. 자기 부인을 다른 남자가 안도록 해 놓고 흥분에 젖다니...”




“그런가? 하하. 솔직히 어땠어? 내 앞에서 다른 남자 품에 안기는게?”




“몰라요. 당황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사실은 무엇보다 당신이 신경쓰였어요. 이런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




캐빈의 자지에서 여전히 손을 놓치 않고 주무르면서 희정이 말했다.




“난 사실 프리섹스주의자야.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사이에 무엇보다 애정으로 서로를 신뢰해야 한다는 거지.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신뢰하지 않는다면 그런 일은 못할거야. 아무리 당신을 즐겁게 하는 남자가 있더라도...설사 나보다 당신을 흥분시키는 남자가 있더라도 그것은 하나의 유희에 불과하다는 것을 믿는거지.”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긴 한데..... 왠지 당신 말이 맞는듯도 하고...하여튼 몰라요.”




“하하. 그렇다니까.”




희정은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사실 그날 캐빈이 없었다면 스티브에게 그렇게 흥분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진정 사랑하는 캐빈이 있었기에 흥분이 되었고 그런 캐빈이 자신을 믿고 자신도 믿을수 있었기에 불안한 마음 없이 마음껏 섹스를 즐겼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문득 이래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깊게 생각할수록 머리만 아팠다.


그냥....그렇게 살아야 할 것 같았고 사실 너무 좋았다.


이제까지의 삶과는 너무 다른 즐겁고 흥분되고, 그리고 행복했다.


자신이 몸이 이렇게 자신의 정신과 마음을 즐겁게 할줄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었기에 희정은 이 감정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캐빈이라는 생각이 당연해져 갔다.


아무리 자신의 쾌감의 바다에 빠뜨리는 사람이 있다 해도 말이다.




“내가 그렇게 매력적이었었나......”




희정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몸이 새삼스럽게 새로워 보였다.


별로 관심도 없었고 신경도 안쓰던 자신이 몸이 남자들에게 최고의 쾌감을 안겨주고 자신 또한 그 쾌감에 빠질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거울에 비친 희정의 몸은 정말 아름다웠다.


시간이 지나가면 갈수록 더욱 그런것 같았다.


적당한 키에 적당한 가슴, 그리고 잘록한 허리와 길고 곧게 뻗은 다리...


둥근 엉덩이와 팔 끝의 예쁜 손과 작은 발 또한 매력적이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칭찬할 만한 것은 피부였다.


우유빛의 피부색과 우유보다 더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그것은 남자들의 모든 감각을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삼십대 중반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십대로 보이는 외모와 몸, 그리고 특히 희정의 보지는 정말 최고였다.


적당한 양의 보지털은 너무 부드러웠고 그 모양도 항상 가지런히 단정했다. 여자들의 대음순과 소음순의 모양이 너무 늘어지거나 거의 없는 경우에는 보기가 싫다. 게다가 그 색이 짙을 경우는 추해보이기까지 하지만 희정의 보지는 거의 완벽한 모양과 색깔을 하고 있었다.


또한 관리를 잘 하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희정은 냉이나 기타 여성 질환이 없었기에 냄새 또한 없었고 그 애액은 적당히 점도가 있어 자지와의 마찰시 남자에게 최고의 기분을 선사하였다.


섹스로 인해 삶이 즐거워져서인지 몰라도 희정은 나날이 아름다와졌다.


살결은 더욱 부드럽고 탱탱해 졌으며 윤기마져 흘렀다.


캐빈과의 결혼 후 즐겁고 행복한 생활로 말미암아 그 마력적인 웃음도 한결 오랫동안 머물게 되어 자연스러운 표정이 얼굴 곳곳에 연출되었다.


걸음걸이마저 자신 있게 되고 허리가 곧게 펴져 키보다 더 늘씬해 보이기까지 했다.


동양인치고는 긴 다리를 소유한 희정이 지나갈 때면 누구나 한번씩은 쳐다보게 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희정은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이 사랑스러워졌다.


어렸을 적 특별히 예쁘지 않았던 자신을 기억해 보았다.


희정의 외모는 어렸을 적에는 그다지 튀지 않았었다.


어려운 생활 탓도 있었겠지만 여러모로 자신감도 없었고 미의 기준이 그 당시에는 획일적이었기에 희정의 숨겨진 가능성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자라면 자랄수록 단점은 사라지고 장점만이 남아 있게 된 희정의 미모는 진흙속의 보석처럼 빛이 났고 지금 희정은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는 듯 했다.


17






다음 날 희정은 역시 몇 개의 결제를 마친 후 쳉의 호텔로 향했다.


토요일이어서 그런지 호텔의 로비는 북적거렸다.


그 가운데에서 반갑게 자신을 보고 흔드는 손의 주인은 역시 쳉이었다.




“일찍 왔네? 좀 걸릴줄 알았더니.”




“언니 보고 싶어서 열심히 왔지요.”




“아..영호씨도 안녕?”




“네, 안녕하십니까?”




깍듯하게 인사를 하는 영호를 보면서 여전히 어색한 모습에 쳉은 희정을 보면서 웃었다.




“좀 있음 나아지겠지?”




“그래야지요.”




둘은 마주보면서 웃음을 터트렸고 예의상 조금 떨어져 있던 영호는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우뚱 했다.




희정은 쳉의 손을 이끌어 더 이상 영호를 놀리지 못하게 하고는 서둘러 호텔을 나섰다.


그들이 처음 간 곳은 서울이 전부 내려다 보이는 남산타워였다.


푸른 숲의 싱그러움이 코끝을 자극하는 이곳이 서울이라는 대도시 한가운데 있다는 것은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의 푸르름이라 그런지 희정도 한껏 기분이 좋아졌다.


쳉의 높은 힐로 인한 투덜거림만 없었으면 하루 종일이라도 걷고 싶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남산을 탐험(?)한 희정은 투덜거리는 쳉을 데리고 서울의 여러 곳곳을 안내해 주었다.




“휴...서울도 넓긴 넓네. 그런데 어떻게 사냐?”




“왜요?”




“교통 체증 말이야. 아까 백미터 가느라 삼십분 이상 걸린거 기억 나?”




“호호. 서울에서는 각오해야 하는 일이예요. 물론 그렇게 심한 경우는 별로 없고요. 아마도 길을 잘 못 들어서 그런것 같아요.”




“어쨌던....죽을 뻔했어..오줌 마려워서....”




천연덕스럽게 이야기하는 쳉을 보면서 도대체 이 여자가 미국 최고 학부를 졸업한 중국 고위 간부의 딸이 맞을까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희정이었다.




역시 호텔의 스카이라운지에서 식사를 마친 희정과 쳉, 그리고 오늘도 거나하게 저녁을 먹은 영호는 일주일 중 가장 화려한 토요일의 야경을 내려 보았다.




“오늘 우리 클럽 한번 가볼까? 한국의 클럽은 정말 대단하다던데...”




“클럽요?”




“춤 잘 춰?”




“절대요...”




희정은 태어나서 단 한번도 클럽에 가 본적이 없었다.


어렸을 적에는 여유가 없어서,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는 원치 않아서였다.


그러나 쳉의 갑작스런 제안에 희정도 오늘의 즐거운 기분을 연장하고 싶었다.


시끄러운 음악 속에서 몸을 조금 흔들어보면 기분이 상쾌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일부러 홀의 한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은 쳉과 희정은 무대 위에서 서로의 몸을 비비면서 광란에 빠져있는 사람들을 쳐다 보았다.


그 모습에 대한 쳉과 희정의 반응은 너무나 달랐다.


쳉은 바로 나가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어 엉덩이가 들썩들썩 했다.


하지만 희정은 처음 보는 모습에 약간 질리기까지 했다.


저 속에서 춤을 추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한숨이 나오는 희정이었다.


그나마 못 추는 춤인데 주변에 저렇게 사람이 많아서야 놀림거리만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갑자기 쳉이 희정의 손을 잡고 끌어당기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야만 했다.




귀가 멍멍할 정도의 괭음을 내는 스피커와 정신없이 번쩍거리는 불빛들, 그리고 현란한 레이져의 파도가 홀 안을 가득 채웠다.


쳉의 춤은 상당했다.


모델출신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쳉의 몸 놀림은 수준급이었다. 게다가 화려한 외모와 늘씬한 몸매는 주변 사람들의 눈을 확실히 끌었다.


어느새 쳉의 주변에 작은 공간이 생겼고 그 공간 안에서 더욱 정열적이 되는 쳉이었다.


사람들이 하나둘 쳉의 주변에 모여 쳉의 모습을 구경하기 시작했고 희정은 그 사이에 서서 더욱 뻘쭘해지는 자신을 느꼈다.


그러나 잠시 후 음악이 끝나고 발라드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쳉은 주변에서 얼쩡거리는 한 남자를 잡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한국식의 부르스가 아닌 슬로우 탬포의 뜨거운 몸짓의 춤이었다.


희정은 더 이상 있기가 어색해져 자리로 돌아왔다.


갑자기 희정의 손을 잡는 사람이 있었다.




“음..누구세요?”




“저쪽 남자가 부르네요. 한번 같이 가시지요.”




약한 희정은 그 거구의 웨이터에 이끌려 반항도 못하고 끌려갔다.




VIP라고 적혀져 있는 방으로 인도한 웨이터는 거의 던지듯이 희정을 자리에 앉히고 양주 한잔을 따라준 후 나가버렸다.


방 안에는 세명의 남자와 세명의 여자가 있었다.


그 중 가운데 앉아 있는 느끼한 표정의 남자가 희정에게 말했다.




“한잔 하지.”




“이게 무슨 짓이죠? 왜 사람을 억지로 끌고오는 거예요?”




희정의 말에 방 안에 있던 남녀는 조금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설마 뭐요?”




“클럽에 처음 온거???”




소위 말하는 부킹이라는 것을 희정은 깨달았다. 하지만 이렇게 강제적으로 끌려오는 것인지는 절대 몰랐다.


그렇기에 별 기분이 좋지 않았다.


더군다나 방안에 앉아 있는 남녀는 잘 해봐야 갖 이십대를 넘어 보이는 아이들이었다.




“한잔 하지?”




희정의 손을 잡아 술잔을 들려 주었다.


할 수 없이 원샷을 해 버린 희정이 말했다.




“이제 됬지요? 그만 가볼께요.”




갑자기 싸늘해진 기분의 희정이 말을 했다.




“에이, 왜 이러시나 미인분이, 좀 같이 놀지...?”




어린놈이 반말을 지껄이면서 희정의 팔을 잡자 희정은 순간 화가 났다.




“왜 이래요?”




하면서 팔을 뿌리쳤다.


순간 희정의 반지가 남자의 얼굴을 스치면서 살짝 붉은 자국이 남았다.


남자는 희정의 팔을 거칠게 잡고 손을 번쩍 들었다.




“이런..씨발년이...”




“멈춰.”




마침 문이 쾅하는 소리와 함께 열리면서 영호가 들어왔다.


영호는 들어오자마자 잽싸게 희정을 나꿔채고 입구쪽으로 몸을 돌렸다.


하지만 그 문은 희정을 방으로 인도한 그 커다란 웨이터와 몇명의 남자들의 의해 막혀버렸다.




“비켜.”




영호는 희정을 뒤에 놓은 채 강하게 말했다.


그러나 앞쪽의 남자들은 입가에 진한 비웃음을 띄운 채 천천히 룸 안쪽으로 들어왔다.


그에 영호는 서서히 물러나 룸 한쪽 구석으로 섰다.


VIP 룸답게 상당히 안쪽은 공간이 넓었다.


한쪽을 온통 둘러 싼 쇼파와 탁자, 그리고 한쪽에 놓여 있는 거대한 LCD티비, 그아래 가라오케를 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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