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찬란한 인생 -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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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인생#3






막 쌀쌀한 겨울이 시작되려는 12월의 중순. 바로 어제 교통사고를 당했다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멀쩡한 모습의 세준은 지금 굉장히 미묘한 기분으로 집을 향해 걷고 있


었다. 몇 시간전 병원에서 나왔을 적만 해도 여기저기 웃음을 뿌려대며 마냥 기분좋은 얼굴


을 하고있던 그였지만, 지금 막 자취방으로 향하는 언덕길을 넘어가는 그의 발걸음은 되


려 무겁기만 했다.




“저기 오빠~ 집에 가려면 아직 멀었어요?”




얼마전까지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 가벼운 마음이었던 세준을 이리 심란하게 만들어버린 원


인. 대뜸 오늘 처음 본 자신에게 재워달라는 말을 꺼내버린 당돌한 소녀, 주예나가 그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는 끊임없이 말을 걸어왔다.




“....여기 언덕만 넘어가면 금방이야”




“우에~ 아까부터 그 소리만 하면서 언덕을 세 개나 넘어왔다는거 알고있어요?”




“... 사실 하나가 더 남았어.”




“에에! 무슨 집으로 가는길이 등산길도 아니고 무슨 언덕이 이렇게 많아요?!”




“언덕이 하나가 늘어날수록 방세가 반값이 되는 이상한 곳이라 그래.”




“헤에~ 이상한 곳이네.”




자신이 어쩌다가 자취방으로 향하는 지옥의 다섯 언덕을 이 맹랑한 소녀와 같이 걷게 되었


는지 생각할새도 없이 주예나는 끊임없이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리고 세준은 언젠가부터


그녀의 페이스에 휘말려버려 그녀의 질문에 꼬박꼬박 대답해주며 네 번째 언덕을 넘어가


고 있었다.




“앗! 오빠 팔이 왜 이래요?”




처음 만났을 때만해도 ‘씨발놈, 개같은 새끼, 씹새끼’ 같은 직설적이고 노골적인 단어로 자


신을 지칭하던 예나는 세준에게 밥을 얻어먹고나서 태도가 급변해서는 그를 부를때마다 


오빠소리를 붙여가며 존대까지 해댔다. 세준은 그런 그녀의 빠른 태도 변화를 잽싸게 따


라가지 못하고 그녀가 자신을 부를때마다 혼란스러움을을 느끼고 있었는데, 그런 그녀가 자


신의 오른팔 깁스를 발견하곤 걱정스런 눈빛으로 경위를 물어오자 오히려 당황하는 쪽은


세준이었다.




“아, 아? 이거? 이건 어제 교통 사고 당했을때 다친거.”




“아~ 그렇구나......... 가 아니라..! 어제 교통사고 당했다구요?!”




오른팔이 왜 그렇게 됐냐며 물어오던 예나는 순간 그가 ‘아, 어제 모기한테 물렸던거야.’ 


라고 대답하는 줄 알았다. 그도 그럴게 세준이 그녀의 질문에 너무나도 태연하게 교통사


고를 그저 지나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것마냥 애기를 꺼내는 통에 오히려 질문을 던


진 그녀쪽이 황당함을 느껴야 했던것이다.




“응. 어제 차에 치인거야.”




“아, 아니.. 차에 치여서 깁스한걸 공부하다 종이에 베여서 반창코 붙인양 태연하게 말하면 


어떻게해요?!”




“아.. 뭐,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아서.... 음.. 그보다, 정말 우리 집에서 잘 생각이니?”




이제 막 다섯 번째 언덕을 넘어 내리막길을 걸어오던 세준은 저 앞에 자신이 세들어 사는 


자취방이 눈에 들어오자 정말 곤란하다는 듯 그녀를 보며 물어봤다. 그리고 그런 그의 곤


란한 눈빛을 싸악 무시하며 자신에게 그 당돌한 눈빛을 직접 부딪쳐오는 그녀를 보며 이 


아이를 지금에와서 돌려보내기엔 무리라는 생각이 세준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당연하죠! 내가 왜 여기까지 따라왔는데? 설마 날 여기까지 끌고와서는 들여보내지 못한다


는 둥, 남녀가 한집에 함께 잘수 없다는 둥, 한순간의 실수였다는 둥 무책임한 말을 내뱉


지는 않겠죠? 참고로 전 오빠가 재워주지 않으면 오늘도 어디 길바닥에서 자다가 어느 무서


운 아저씨한테 잡혀가서 무슨짓을 당할지도 몰라요.”




지금까지 웃으며 세준을 잘 따라오던 그녀는 갑자기 세준이 멈추어서서 곤란하다는 듯 자신


을 쳐다보자 그 이쁜 얼굴을 금새 정색하고는-마치 놀이터에서 처음 만났을 때 마냥- 그


작은 입술로 무서운 말들을 꺼내놓았다. 뭔가 여타 다른 또래의 열다섯살 소녀답지않은


직설적인 말들이 그녀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그녀를 보곤 예전 그가 방황의 시절을 겪던


기억에 홧김에 그녀를 데리고온 자신이 너무나도 저주스러운 세준이었다.




“하아,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혹시 오빠 이상한 생각하고 있는건 아니겠죠? 그저 기댈곳없이 처량한 소녀를 잠깐 집에서 


재워주는 것 뿐인데.. 안그래요? 뭐... 어차피 내가 아무리 이뻐도 오빠에게 날 갑작스레 


덮칠 용기가 있어보이지도 않는데.”




“뭐, 뭐라고?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에~ 내가 지금 정곡을 찝은건가? 혹시 지금 공짜로 나를 재워주는건 뭔가 아깝다고 생각


하는거에요? 하긴.. 오빠도 남자니까 어느정도 그럴 생각으로 나를 데려온거겠지... 좋아요.


오빠가 그렇게 정 원한다면 재워주는 대가로 내 몸 정도는...”




“필요없어! 내가 그런 대가가 없어서 망설였는 줄 알아? 됐으니까 잔말말고 따라들어와!”








세준이 서울에 올라와 세들어살고 있는 여섯 번째 자취방, 일이년에 한두번꼴로 집세를 올


리려는 집주인들 덕분에 한 집에서 2 년 이상 살아본 적 없던 그로서는 이번만큼 한 집


에서 오래머문 적은 없었던 10평 짜리 작은 단칸방. 처음에는 사람 좋아보이는 미소로 그


를 반겨주던 집주인 아주머니도 이제는 밀린 집세를 받기위해 세준을 현실의 벼랑끝으로


밀어넣어버렸다. 지난 5 년 간을 살아오면서 정이들만도 하건만 이 비좁고 어두운 보금


자리는 끝끝내 세준의 마음속에 들어오지 못했다. 변변한 가전제품이라곤 예전에 중고시


장에서 큰맘먹고 장만한 12인치 티비와 군데군데 흠집이 없는곳이라곤 없는 낡은 냉장고.


요즘 아이들이라면 응당 가지고 있어야할 컴퓨터라거나, 책상이라거나, 하다못해 침대조


차 없는 이곳이 바로 세준의 하나뿐인 보금자리였다.




“...... 자, 들어와. 정말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집이지만.”




그렇게 세준과 오년간을 동거동락하며 세준 외의 다른 손님이라곤 집세를 재촉하는 주인집 


아주머니밖에 받지 못했던 10평짜리 단칸방은 오늘 처음 손님다운 손님을 받으며 그 초


라한 모습을 선보였다.




“에... 엣....”




그리고 세준의 뒤를 따라 자취방에 들어온 영광의 첫 손님은 사람의 집이라곤 너무나 황량


한 집안을 바라보며 할말을 잃어야했다. 세준이 오면서 하도 집이 않좋다던가, 자신이 사실


매우 가난해서 아주 좁은 단칸방에 산다던가, 사람사는 집이 아니라던가, 하는 험담을 


늘어놓길래 그저 자신을 들여보내기 싫어 하는 핑계거니 생각했던 주예나는 실례인줄 알면


서도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아, 내가 무지 가난하다고 그렇게 말했건만... 사람사는 집 같지 않지?”




“아, 엣?! 아니, 아니요! 남자 혼자 사는집이 뭐 다 그렇죠~”




집을 바라보곤 매우 쇼킹한 표정을 짓고있던 예나를 세준이 그럴줄 알았다는 듯 씁쓸히 바


라보자 퍼뜩 정신차린 그녀는 자신의 실례를 깨닫곤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며 헤헤 웃


어보였다.




“애써 그렇게 말할필요없어. 지금이라도 돌아가고 싶다면 돌아가도 좋아. 차라리 동네 찜질


방에서 자는게 더 편할수도 있으니까.”




“아, 아니에요! 전 원래 찜질방같이 시끄럽고 사람많은데서 못자요! 오히려 이쪽이 아담해서 


더 좋은걸요!”




이 황량한 집안을 ‘아담하다’ 라는 말로 애써 포장해주는 그녀를 바라보며 애가 그래도 속


이 깊은 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세준이었다.




“그래, 빈말이라도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얼른 신발 벗고 들어와, 찬바람 들어오니까 문 


꼭 닫고 들어오고.”




“아..! 네.”




그렇게 예나의 말대로라면 ‘아담한’ 세준의 집에 들어오게 된 두 사람. 그들은 막상 집에 들


어오고나니 처음 만났을때부터 지금까지 느끼지못했던 말못할 어색함을 느껴야했다. 그도


그럴게 예나는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남자 혼자사는 방에 처음 들어와보는 것이라 


어쩔줄 몰라했고, 세준 역시 누군가를 자신의 집에 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 거기다 이렇게 어리지만 어른 못지않은 성숙함을 뽐내고있는 예나를 자신 혼자 사는 


집에 불러들였다는게 얼마나 자극적인 상황인지 지금에서야 인식한 세준은 더욱더 난처해했다.




“아, 그, 그럼.. 뭐부터 할래? 씻을래? 아니면.. 밥?”




그래도 명색이 집주인이라고 먼저 말을 꺼내는 세준이었지만 뭔가 남녀 단둘이 있는 상황에


는 적절치 않은 묘한 뉘양스를 풍기고 있어서 말을 꺼내놓은 자신이 뒤늦게 깨닫고는 더욱


당황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그런 세준의 분위기에 휩쓸려 평소 당돌하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던 예나 역시 얼굴을 붉히며 애써 태연하게 말을 받았다.




“아, 음... 몇일동안 제대로 씻지도 못했으니까... 먼저 씻을게요.”




“그, 그래. 화장실 저기 있어. 이 닦고 싶으면 칫솔 여분으로 사둔게 하나 있으니까 그걸로 


쓰고... 따뜻한 물은 물 틀어놓고 조금 기다려야 나올거야. 비누랑 샴푸는 충분히 남아


있고... 에, 또... 갈아입을 옷도 준비해줄까?”




“아, 아니요. 제 가방에 갈아입을 옷 있어요.”




세준은 평소 자신 혼자서만 사용하던 화장실에서 알거 다아는 성숙한 여자애가 씻는다고 하


니 괜히 긴장해서 필요한 것을 물어보았다. 그리고 그런 그의 물음에 주예나는 지금까지 


등에 메고있던 책 가방처럼 보이는 가죽가방을 풀더니 그곳에서 옷가지를 꺼내보였다.




“아, 옷을 가지고 다녔구나. 아하하, 괜히 오바했네.”




“그럼 먼저 씻을게요.”




처음으로 남자 혼자사는 집에 와봤으면서도 마치 이런 일을 여러번 겪어봤다는 듯 태연해보


이는 그녀에게 세준은 질렸다는 표정으로 손짓만 해줄뿐이었다.




“혹시 훔쳐본다거나 그럴 생각이 있으면 먼저 말해줘요~ 들어오기전에 이쁘게 하고 있을테


니까 아하하핫~”




방금까지 처음 들어오는 남자집에 긴장했던 그녀라고는 믿을수 없을만큼 당돌한 목소리로 


세준의 마음에 불을 지펴놓는 그녀였다.




“하아... 내가 어쩌다가..”






아직 해가 보이던 오후에 욕실에 들어간 주예나는 완연히 어둠이 내릴때가 되어서야 욕실에


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들어갈 때 입고있었던 몸에 딱붙는 청바지와 밝은 색상의 티셔츠, 그리고 그 위를 덮고 있


던 체크무늬 셔츠를 자기 멋대로 빨래 통에 집어넣어버린 그녀는 들어갈때와는 달리 상당히


헐벗은(?) 모습으로 욕실을 나왔다. 어쩐지 씻으러 들어갈 때 가지고가던 옷의 면적이 


상당히 적더라니.. 그녀는 가느다란 다리를 한껏 드러낸 분홍빛의 짧은 핫팬츠에 연두색과


하얀색 나시를 레이어드해서 조금 빈약한 상체를 이쁘장하게 가리고 있었다.




“아, 이제야 나온거야? 조금 오래 걸렸네...”




“너무 오랜만에 씻는거라 저도 모르게 조금 오래 있었네요. 미안해요~ 많이 기다렸어요?”




두시간 가량을 욕실에 있었으면서 ‘조금" 오래걸렸다고 말하는 뻔뻔스런 그녀의 얼굴을 말


없이 쳐다보던 세준은 그녀가 전에 입고있던 옷을 안들고나왔다는걸 이제야 깨달아버렸다.




“아, 아니.. 괜찮아~ 그보다... 입고있던 옷은 어디다?”




“아~ 그 옷들이요? 그게 좀 오래 안빨아입던 옷들이라.. 이 참에 빨래통에 다 집어넣어놨어


요. 그래도 욕실에 세탁기는 있던데요?”




그녀는 아마 세준이 일주일에 한번씩 빨래를 모으고 모아 돌리는 세탁기를 지칭하는 듯 했


다. 뭔가 아까부터 그녀가 보여주는 제멋대로인 모습에 골머리가 아파오는 세준은 깁스가


둘러쳐진 오른팔로 머리를 짚으며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음... 너 혹시 그거 여기서 빨아갈 생각이니?”




“네, 오빠! 이젠 냄새까지 나는 것 같아서 너무 찝찝했어요. 부탁할게요!”




“끄응.. 그건 일주일에 한번씩 돌리는건데...”




“네? 뭐라구요?”




“아~ 아니야~ 하하핫... 그보다.. 밥 먹을래? 저녁 먹을 시간이 되긴 했는데..”




“아, 그래요 그럼.”








그렇게 세준은 일단 그녀가 벗어놓은 옷들 덕분에 아직 많이 쌓여있지않은 빨래감을 세탁기


에 돌리고- 눈물을 머금으며 세탁기에 세제를 정말 일정량만 딱 맞춰서 넣은 세준은 돌


아가기 시작하는 세탁기 안에서 무언가 얇고 하얀색의 천조각이 떠다니는 것을 보았다.




“으응...?”




혹시나 해서 그 천조각을 자세히 들여다본 세준은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바로 


여성의 은밀한 곳을 가려주는 마지막 언더웨어- 앙증맞은 곰돌이 팬티와 그리 커보이지 


않는 브레지어였기 때문이다.




“아앗....! 애가 정말 왜 이러지? 갈아입을게 있었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다른 남자 자


취방에 이렇게 속옷을 훌러덩 훌러덩...”




속옷을 보고 화들짝 놀라버린 세준은 여분의 속옷이 있겠거니하며 그녀의 당돌함에 다시 한


번 궁시렁 궁시렁 대고있었다. 그리고 그가 궁시렁대고있는 사이 욕실문이 벌컥 열리며 


아까 그 앙증맞은 속옷의 주인이 얼굴을 내밀었다.




“오빠! 찌개 다 끓는거같아요!”




“아, 아! 그래, 그럼 불끄고 그대로 내비둬봐. 이제 나갈테니까~”




“아니에요~ 제가 상 차려놓을게요~ 그냥 찌개에다 밥 두공기만 퍼놓으면 되죠?”




“그래주면 고맙고~ 상은 냉장고 옆에 기대어 있는거있지? 그거야~”




세준이 화장실에서 이것저것 할일을 마친 후 문을 열고 나왔을때 주예나는 작은 갈빛 나무 


상에 막 보글보글 끓고있는 김치찌개와 밥 두공기를 퍼놓고는 기다리고 있었다. 항상 자


신을 위한 밥상은 자신이 차리고, 자신이 먹고, 자신이 설거지를 해오던 그는 누군가가 


이렇게 밥상을 차려놓고 기다리는 모습은 가슴뭉클해지게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설령 그 


밥상위의 찌개와 밥은 자신이 다 해놓은거라해도, 알아서 상을 차려놓은 그녀가 왠지모르


게 기특해보이는 세준이었다.




“오, 그래도 잘 찾아서 셋팅해놨네?”




“아하핫~ 밥도 얻어먹고 잠도 재워주는데 이정도는 해야죠~”




“에고~ 초등학생 삥이나 뜯고있던애가 이런 모습 보이니 적응안된다 야”




속으로는 무척 감동했으면서 짐짓 아무렇지 않은척 예나의 맞은편에 앉은 세준은 문득 그녀


가 씻기 전과 많이 달라져있다는 것을 느꼈다. 너무 않씻어서 얼굴에 묻은 땟국물이 싹 


씻겨내려가 달라보인다는게 아니라, 주예나의 얼굴을 덮고있다시피 했던 짙은 화장이 없


어지니 마치 다른사람을 보는 듯 분위기가 변해있었다. 




그 짙은 화장을 하고 있었을 땐, 여느 어린 여학생들이 그렇듯 성숙해보이려는 노력이 있어


서 자세히 안보면 언뜻 성인의 모습으로 착각할정도로 성숙한 모습을 보이던 그녀였다. 


하지만 욕실에서 두시간 가량 몸을 씻고온 그녀는 나이답지않은 화장을 모두 벗어버리고,


정말 ‘나이다운 모습’ 으로 세준의 앞에 앉아있었다. 귀여운 뱅헤어에 그 짙은 화장에도


깨끗한 피부를 가지고 있는 그녀는 15 살 다운 귀여운 모습뿐만아니라, 오히려 깨끗하고


선이 바른 이목구비의 조화가 어린 그녀에게서도 청순한 모습을 엿볼수있게했다.




몇 십분 전까지만해도 보여주었던 생날라리 여중생같은 이미지가 아닌, 학교마다 있는 착하


고 얼굴이쁘며 인기까지 많은 여학생처럼 보이기까지하는 그녀의 변화에 세준은 한순간 


멍하니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그런 세준의 시선을 눈치챈 예나는 온통


밥에다 꽂혀있던 시선을 들곤 그를 쳐다보았다.




“....? 또 왜 그리 뚫어지게 쳐다봐요? 목욕한 모습보니까 혼자사는 남자의 본능이 막 일어


나는 것 같아요?”




“뭐, 뭘 뚫어질정도로 쳐다봤다고 그래! 그저 화장전후가 현저히 다른 여자라는 생물이 신


기해서 바라보고 있었을뿐.”




“헤에~ 그래요? 하긴.. 그런 소릴 많이 듣기는해요. 화장 지운 모습이 더 이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 편이죠~”




“.....이건 무슨 뜬금없는 자화자찬이야. 밥이나 먹어”




세준은 그렇게 그녀의 얼굴에서 시선을 내리고 오늘 처음 손님을 맞은 기념으로 엊그제 끓


여놓았던 된장국을 고심끝에 처분하고- 그녀가 화장실에서 한세월을 지낼동안 끓인 따끈


따끈한 김치찌개를 음미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어떻게 더 놀려먹을게 없을까, 생각하던 


그녀도 쏟아지는 공복에 그저 밥 숟갈을 들뿐이었다.




“찌개가 의외로 꽤 맛이 있네요? 남자가 요리하는 모습을 처음봐서 해봤자 얼마나 하겠냐는 


생각이었는데.. 굉장히 의왼데?”




“아하핫... 혼자서 10년을 넘게 살아봐라. 앵간한 식당 주방장만큼은 할수있다는 자부심은 


꼭 생길거다.”




“헤에? 혼자서 10년을 넘게 살았다구요?”




“응”




“왜요?”




세준은 밥을 먹어가면서 이렇게 누군가와 둘이서 먹는 식사는 무지 오랜만인지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밥을 뜨고있었는데, 별 생각없이 던진말에 그녀가 의외로 민감한 부분을


찌르자 멈칫- 하고 말았다. 10년을 넘게 혼자 살아왔던 그만의 기구한 인생사를 오늘 처


음 만난 여자 아이에게 말하는 것은 역시 망설여지는 모양이었다.




“음~ 그런게 있어”




결국엔 세준은 흐리멍텅하게 얼버무리곤 이내 밥에 시선을 고정하고 묵묵히 밥을 뜨기만하


였다. 그리고 살짝 올려다본 그의 모습이 순간 침울해졌다는 것을 느낀 예나 역시 자신이


뭔가 실수했다는 것을 느끼곤 묵묵히 밥숟갈을 떴다.




“......”




“......”




그렇게 서로 아무말없이 따각따각 식기 부딪치는 소리만 내며 식사를 하던 도중, 성격상 이


렇게 과묵하고 심각한 것은 질색하는 그가 어떻게든 다른 말을 꺼내보려 맞은편에 시선을


던지는 순간- 그는 그의 인생사를 질문받았을 때와 비교도 안될정도로 급격히 얼어버렸다.




“!!!!!!!!!!!”




맞은 편에서 나시 두개를 겹쳐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가슴 양 둔덕의 중앙에 볼록하고 


솟아있는 ‘무언가’를 발견하곤 세준은 끊임없이 움직이던 숟갈도 시간이 멈춘양 딱- 하고


멈추고말았다. 그렇게 볼륨있어 보이지는 않는... 아니, 표준보다 조금은 빈약하다고 볼 


수 있는 어린 소녀의 가슴. 아직 어린티가 남아있는 그녀의 가슴이 맞은편에 있는 그를 


도발하듯 옷 위로 자신의 존재감을 표현했다. 언뜻 언뜻 그렇게 잘 보이지는 않는 유두 자


국인데 불행인지 행운인지 그것을 발견하고만 세준은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교


차하는걸 느꼈다. 




‘아, 아니.. 저게 뭐래?! 노, 노브라 아냐? 아까부터 애가 무슨생각으로 이러는거지? 일부러 


속옷을 안입은거야? 아니면 속옷이 없어서 안입은거야? 아아악! 모르겠다!’




그렇게 흑심으로 타들어가는 그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기 가슴이 어떻게 보여지


고 있느지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밥숟갈만 충실히 움직이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 자신의


시선이 어느새 그녀의 흉부에 못박히듯 꽂혀있다는걸 느낀 세준은 황급히 시선을 거둬


들이며 두방망이치고있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하아.. 하아... 아닐거야... 속옷이 없어서 어쩔수없이 저렇게 입은걸거야... 한세준! 설마 고


등학교도 못들어간 중딩을 상대로 이상한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정신차리자!’




요분질치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꾸역꾸역 밥을 먹고 먹었던 식기를 치우고, 설거지까지 깨끗


하게 마무리하는 동안 그의 머릿속은 여전히 온갖 생각들로 뒤엉켜있었다. 물론 그 뒤엉


켜있는 생각 중 대부분은 이 상황이 그렇듯 야릇하고 불건전한 분류의 것들이었지만.. 그


런 그의 생각을 전혀 짐작도 못하는 듯 주예나는 팔자좋게 방한켠에 이부자리까지 마련해


놓곤 그 위에 누워 TV를 보며 깔깔거리고 있었다.




“하아.. 괜히 나만 혼자 오바하는거잖아... 정신차려라 한세준...”




근래에 여러 가지 생계에대한 위협으로 본의와는 무관하게 금욕생활을 벌여온 세준은 갑작


스레 눈에 들어온 이쁘장한 여중생의 풋풋한 가슴이-그것도 노브라의- 눈에서 쉽게 지워


지질 않았다.




자신이 주예나의 나이또래라면 분명히 단번에 호감을 가질정도로 그녀는 충분히 예쁘고 귀


엽다. 자신이 그동안 학창생활을 해오면서 두세반마다 한명씩 있을 마돈나같은 존재. 주


예나는 분명 학교 남학생들의 입에 자주 오르락내리락하며 본의아니게 그들의 상상속의 


연인이 되었어야했을 것이다. 나 역시 또래 남학생들처럼 학교마다 있는 이쁜 아이들을 


관심있게 지켜본적이 있었고, 그런 그녀들을 연인으로 만드는 상상 역시 여러번 했었다. 


개중엔 상상이 현실로 되어진적 역시 몇 번 있었긴했지만.. 아무튼, 그 정도로 주예나는 


이쁘게 생긴 여자아이라는거다. 




그런 여자애의 수줍게 옷 위로 모습을 드러낸 유두 자국을 보고 말았으니- 지금 세준의 가


슴이 새까맣게 타는것도 무리는 아닐것이다. 평소에 자신보다 어린 나이의 아이들은 어린


애같다는 이유로 기피하던 그도 오늘만큼은 저 뒤편에 긴 다리를 쭉 뻗고 태평하게 누워있


는 그녀가 여자로 보이기 시작했다.




“하아.. 내가 이렇게까지 굶었었나.. 에휴...”




설거지가 진작에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닦았던 싱크대를 행주로 여러번 훔쳐대던 세준은 무


방비하게 누워있는 그녀를 훔쳐보며 어떻게 주방을 벗어날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를


생각하며 슬며시 일어난 아랫도리가 딱딱하게 굳어져있는 것을 어떻게든 다른 생각으로


가라앉히려 했지만 한번 쌓여버린 욕구는 그렇게 쉽게 식지 않았다.




“오빠~ 얼른와서 이거 같이 봐요! 요즘 유행하는 꼿보다 남자에요!”




불끈 솟아버린 아랫도리 덕분에 거동이 불편한 세준을 알 리가 없는 주예나는 자신이 지금 


얼마나 도발적인 모습인지 깨닫지 못하고 그저 요즘 한창 뜨고있는 드라마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키는 작지만 다리가 길어 몸매가 꽤나 비율이 좋아보이는 그녀, 허벅지를 반


도 가려주지 않는 짧은 핫팬츠 밑으로 쭈욱 뻗어있는 가느다란 다리가 나이답지 않은 섹시


함을 뽐내고있었다. 




“아, 알았어~ 이제 정리만 하면 되거든~”




닦았던 부분을 닦고 또 닦으면서 자신의 마음마저도 닦듯 싱크대를 박박 문질러대는 세준은 


어떻게든 발기해버린 성기만이라도 가라앉히려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성경험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닌 세준. 아니, 오히려 학창 시절 반반한 얼굴 탓인지 그에게 다가오는 여자는 적


지 않았고, 교제하다가도 서로 마음이 동하면 섹스를 나눈 여자아이들도 꽤 된다. 다만 


그 여자아이들 대부분이 모텔값도 내지않으려하는 그의 궁상맞은 성격에 짧은 연애를 끝


으로 그를 차버렸지만..




“오빠아! 이제 시작한다구요! 얼른 와요!”




딱히 지금까지 사랑이란 것을 진심으로 느껴서 이성을 사귀어본적이 없는 세준으로서는 오


는 여자 안막고 가는여자 안막는 쿨한 마인드로 짧고 많은 교제생활을 이어왔었지만, 돈


없다고 차이는것도 한두번이지- 두자릿수에 달하는 횟수로 그렇게 까여보니 이제는 오는


여자마저 꺼려지는 그였다. 그로 인해 중학교 생활을 끝으로 연애생활이란 것을 완전히 


접어버린 그였는데.. 여자맛을 알아버린 똘똘이는 지금까지 혼자 잘 해결해왔다고 생각했는데


- 요 몇 달간 빠듯한 생계로 인해 쌓여버린 욕구는 쉽게 가라앉지를 않았다.




“아아앗! 이제 마지막 광고에요! 빨리빨리!”




계속해서 드라마가 시작된다며 칭얼대는 그녀 덕택에 세준은 아랫도리를 다 가라앉히지도 


못하고 반쯤은 서있는 똘똘이를 몸에 착- 밀착시켜놓고는 엉기적 엉기적 오랜만에 자신의


욕구에 불을 붙인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아, 알았어! 지금 간다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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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밑으로는 개인적인 사담이니 별로 읽고 싶지 않으시면 그냥 지나가셔도 됩니다.>




하아아아아아..


지친 한숨과 함께 꽤나 오랜만에 돌아온 티아맷입니다. 그저 면목이 없다는 말을 먼저 드리고 싶습니다.


원래는 2 일에 한부씩 연재하려고 했던 당찬 신입작가였습니다만... 


비축분이 떨어지자 급격히 줄어드는 창작의욕- 밀려드는 부담감- 


어떻게든 책상 앞에 앉으면 밀려드는 다른 유혹들 (...)




어우.. 요근래에 글을 쓰면서 정말 노트북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더랍니다. 침대에 누웠을때나, 소파에 누웠을때 그렇게도 줄줄 생각나는


이야기 전개가 책상앞에 앉기만하면 써지지를 않으니.. 우우..


하아, 항상 연재 후기엔 죄송하다는 말과 글쓰기 지겹다는 말만 번복하는것같아 죄송스런 마음만 남습니다.






으음.. 자책섞인 한탄은 여기까지하고- 밝은 분위기로!! 기쁜 소식!!


무려~ 무려~ 저번에 2 부를 써서 올린 다음날이었던가... 저에게 처음으로 격려 쪽지가 도착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풍수룡님. 덕분에 저번 작 처럼 2부를 못넘기는 조루작이 될뻔했던 찬란한 인생을 


이어가게 되었어요. 아하핫. 거듭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외에도- 추천 한번씩 꾹 눌러주시고 힘내라고 기원해주시는 몇 안되는 독자분들께 항상 너무 고맙습니다.


여러분 덕에 찬란한 인생이 한부 한부씩 가까스로 나오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응원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저번 편에서 울버린을 언급하시며 감상을 남겨주신


독자분들 역시 빠짐없이 고맙습니다! (사실 울버린이란거 처음 들어봤지만) 계속 관심 주세요! 이히히히힛 (...)




앞으로는 "글 올려놓고 책임지지도 않는 작가" 라고 지칭 받지 않기 위해서-


"제발 글 끝내지말고 계속 써주세요." 라는 리플이 더 이상 달리지 않는 성실한 작가가 되기 위해서




오늘도 달려보겠습니다. 잇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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