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위태로운 사랑 - 4부

본문

수진이의 얼굴은 분노로 그런건지, 보고 있는 상황이 민망해서 그런건지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수..수진아~ 그게.."




"됐어요!!"




"수진아!!!!"




수진이는 내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문을 부서질 정도로 닫고는 나가 버렸다.




"아...젠장할!!"




"호호~ 희한한 아가씨네~ 남의 집에 노크도 없이 무식하게 그냥 들어온게 누구인데 자기가 오히려




화를 내고 나가네~ 버릇 없긴~ㅋ"




"버릇? 지금 누가 누구더러 버릇이래? 당신은 그럼 우리 집에 무단침입한 거 아냐? 그리고 당신이




함부로 버릇 없네, 있네 할 사람 아니니까 입조심해! 알았어?"




"왜 그렇게 화를 내고 그래요?? 애인이라도 되요?"




"아~ 됐어요~ 더 할 말도 없고, 난 잠깐 나갔다 올테니까 집에 있든 말든 맘대로 해요~"




"뭐~ 어디 갈 데도 없는데 그냥 있을께요~ 오래 걸려요?"




"휴......돌겠다.."




더 이상 이야기해봤자 내 속만 더 터질 거 같아 문을 닫고 나와 버렸다. 그런데 희진이의 집으로




들어갈려고 벨을 몇 번을 눌러도 아무도 나와보질 않았다.




"희진아~!! 수진아~!!"




문을 두드리며, 이름을 불러도 아무도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돌겠네...수진이가 벌써 이야기한건가..완전 화난건가 보네...아~ 일이 왜 이렇게 꼬여...망할




놈의 이상한 여자때문에 이게 뭐냐고.."




한 참을 멍하니 문 앞에 서 있다 마지막이다 싶어 한 번만 더 벨을 눌러 보았다. 다행히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싸늘한 표정의 두 자매가 서 있었다.




"하...하하...표..표정들이 왜 그래..;;;;"




"무..무슨 말 좀 해봐들..."




둘은 내 말에도 묵묵부답으로 날 계속 노려보고만 있었다. 




"아~ 미치겠네..어떻게 하라고..그냥 나 갈까...;;"




"들어와!!"




내가 기가 팍 죽은 목소리로 얘기하자 그제서야 나더러 희진이가 들어오라 했다. 난 머리를 긁으며




안으로 들어갔다.




"저기 앉아서 밥 먹어~"




"어..알았어.."




희진이의 목소리는 싸늘하기 그지 없었다. 무슨 시베리아 벌판에 온 거 같은 느낌이었다. 어찌 저리




갑자기 친철한 희진이의 목소리가 저리도 싸늘하게 얘기하는지, 두려움마저 조금 들었다. 우린 한참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식사만을 했다.




"하하...맛있네~ 언제 먹어도..희진이 솜씨는 대단해~ 그치 수진아?"




내 말에 수진이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안 그래도 미안한데 어색한 분위기에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았다.




"휴......미안해...그만 갈께..."




"흥~ 뭐가 미안한데?? 그리고 남자가 여자들이 좀 그랬기로서니 그냥 그렇게 갈꺼야?"




"그럼...나더러 뭘 어떡하라구..ㅜㅜ"




"으휴~ 일루 와서 앉아요~ 어딜가요~"




수진이는 나를 끌어다가 쇼파에 앉혔다. 그리고 두 자매는 바닥에 앉아 나를 똑바로 주시했다.




"자~ 이제 말해봐? 수진이한테 대충 듣긴 했어~ 하지만 무슨 사정이 있겠지?"




"휴...알았어 그게 그러니까.."




난 내가 집에 들어와서 그 여자와 있었던 일들을 모두 설명했다.




"흐음~ 그런 거였군.. 그러니까 등이 가려워서 긁어줬다? 그리고 그 여자가 옷을 벗었다. 오빠는




지금 그걸 우리보고 믿으라는 거에요??"




"안 믿으면 어쩔 수 없구...ㅜㅜ"




"됐어~ 그만해 수진아..난 세민이 믿어..세민이가 우리한테 거짓말 이유가 없잖아.."




"고마워~ 희진아...너 밖에 없어..ㅜㅜ"




"정말 오빠 말을 믿어? 언니~ 난 이해가 안된다구~"




"그럼 믿는 수 밖에 없잖아..그럼 니가 그 여자한테 물어볼래? 그리구 왜 그렇게 너는 길길이 




화를 내는건데?? 세민이 좋아하기라도 하니??"




"아니~!!!!!!!!!!!!"




수진이는 희진이의 말에 정색을 하며 얼굴을 붉혔다. 워낙 강하게 부정을 하니 희진이와 나는




정말 수진이가 나를 좋아하나 싶어 뚫어지게 쳐다봤다.




"둘 다 뭘 그렇게 봐~~!! 아니거든요~~ 내가 오빠같은 바람둥이를 왜~~"




"야~!! 나 바람둥이 아니라니까...;; 미치겠군.."




"몰라요~ 내 눈에는 아직도 바람둥이 같다구요~"




"에휴..내가 무슨 말을 하냐..알겠다.."




"알았어~ 세민이 안 좋아하면 안 좋아하지..왜 그렇게 흥분해..그럼 세민이 너는 정말 그 여자랑




5일을 같이 동거할꺼야?"




"뭐..어쩔 수 없잖아.."




"내가 남의 일에 참견하는게 좀 그런데..솔직히 난 별루 안 내켜..5일동안 저 여자가 세민이 너한테




무슨 짓을 할 지도 모르는거고..너가 저런 여자랑 엮이는 거 별루 맘에 안 드네..저 여자 말대로 




약혼이나 결혼을 하지 않을꺼라면 말이야.."




"그건 나도 그래~ 나도 오빠가 저 여자랑 단 둘이 5일을 있을 생각을 하니까 막 짜증나~"




"하핫...짜증날 것 까지야..;; 근데 어쩔 수가 없잖아..내가 약속한 건데..그렇다고 마땅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흐음...그러면..너가 우리 집에서 지내는 건 어떨까? 필요한 옷 몇 개만 가지고 나와서.."




"너희 집에서??? 나야 뭐.. 좋다만은 괜찮겠어?? 남자랑 지내기 불편할텐데.."




"뭐 어때..방이 없는 것도 아니고..나 혼자 있는 것도 아니고 수진이도 있는데.."




"뭐..나도 괜찮아~ 오빠만 괜찮다면.."




"그래..둘 다 너무 고마워~~ 그럼 나 저 거머리 같은 여자한테서 해방인거야??ㅎㅎ"




"그래~ 해방이네요...ㅋㅋ 좀 있다가 저 여자 잘 때쯤이면 건너가서 옷 같은거 가지고 나오든가.."




"그래 알았어~ 완전 고마워~ 수진아 희진아~~~ 너희들 밖에 없오.."




"그럼 나나 언니한테 좀 잘해요~ 알았죠? 괜한 이상한 오해하게 만들지 말구~"




"그래 그래~ 알았어~ 잘할게..휴대폰도 꺼버려야겠다..저 여자가 내 연락처 알 지도 모르니.."




"그래..그렇게 해..근데 연락올 데 없어?"




"어~ 그다지..취업한 곳 사장님한테 연락올 게 조금 걸리긴 한데..어차피 일주일 뒤에 출근하기로




합의 봤으니..괜찮을 꺼야..그리구 저 여자하고 계약은 5일뿐이니까..내가 계속 머문다는게 계약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도 아니고...그리고 내가 며칠 안 들어오면 자기가 지쳐서 먼저갈 수 도 있겠지.."




"그래..그렇겠네..그럼 좀 쉬어~ 그 여자때문에 골치 아팠을텐데~ 과일 좀 깍아올까?"




"아냐~ 내가 할께~ 과일 어딨어??"




"냉장고 제일 밑에 있어~ 고마워~"




"고맙긴~ 이 정도 심부름은 언제든 오케이라구~ㅋㅋ"




"그래~ 고맙긴 뭐가 고마워~ 오빠 우리 집에서 지내는 동안은 완전 부려먹어~ 언니가 매일 맛있는




것도 해주는데~ㅋㅋ"




"그래도 그건 좀 그래~;;"




"아냐~ 수진이 말대로 마음대로 부려먹어도 상관없어~ 나 그냥 돌쇠하지 뭐~ㅋㅋ 저 여자한테서




해방된다는 것만으로도 완전 행복하다~ㅎㅎ"




"그렇게 그 여자가 싫어? 너가 너무 싫어하니까 내가 다 궁금하다~"




"궁금하긴~~ 언니 그 여자 완전 여우같아~ 눈도 쫙 찢어지고~ 하튼 완전 별루야~ 세민 오빠가




백 배 천 배 아깝다~!!!"




"ㅎㅎ 내가 그렇게 아까웠어 수진아?? 정말 너 나 좋아하는 거 아냐?"




"아니라고!!!!!!"




"알았어 알았어~ 진정해..ㅎㅎ"




우린 과일을 먹고, 수다도 떨며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11시가 넘어가자 수진이는 피곤하다며 먼저




자러 들어갔다. 




"수진이 피곤한가 보네~ㅎㅎ"




"어~ 오늘 학교에서 교수방 옮기는 거 도와준다고 짐 좀 날랐더니 피곤한가봐~"




"그래? 그런거 남자들 시키지..;;힘들게~"




"수진이 과에 남자가 많이 없거든~"




"그래?? 무슨 과인데??"




"뭐야..;;술 먹으면서 이야기했잖아...벌써 까먹은거야?"




"하핫..;;;그랬나? 내가 술 먹으면 원래 기억력이 조금..;;"




"원래 안 좋은건 아니고??"




"아니거든~ㅎㅎ 좀 가르쳐주라;; 어디인데?"




"미대 다닌다 그랬잖어~ 이제 기억나세요?"




"아~~ 맞다~ 그랬었다..;;"




"이제 기억나는 척 하기는..ㅋㅋ"




"미안해;; 근데 정말 기억났어~ 니가 이야기하니깐~"




"그래~ 알았다구요~"




"근데 형님한테는 자주 연락와?"




"어..뭐 삼사일에 한 번 정도? 국제전화비가 비싸서 자주는 못하구~"




"그래..그렇겠네~ 형님 없어서 많이 외롭겠다..결혼한지 아직 그 정도면 신혼일텐데.."




"뭐..좀 그렇긴 한데..아직 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뭘~ 그리고 너랑 수진이 있어서 외롭진




않어~ 보시다시피 수진이도 활달한 성격이고..너도 아직 백수라서 나랑 놀아줄 시간도 많으니..




괜찮아~"




"그래..아 맞다~ 내 정신 좀 봐~ 정신 없어서 얘기 못했는데 나 취업한 곳 어디게~"




"그래~ 담주부터 아까 일하러 나간다고 한 거 같은데~ 어디야?"




"그게~ 아는 사람이 소개시켜줘서 어떤 사장님이 운영하는 레스토랑 중에 한 군데 점장으로 들어가게




됐어.."




"이야~ 능력 좋네..점장이면 나름 높은 지위아냐?"




"뭐..그렇긴 한데..친구가 능력이 좋은거지 뭐~ ㅎㅎ"




"그렇구나..그럼 언제부터 출근인데??"




"일은 다음주 수요일부터 하기로 했어~"




"진짜? 잘됐다 정말~ 축하해~ 술이라도 한 잔 할까?"




"술은~ ㅎㅎ 은근히 술꾼 아냐? 어제도 마셔놓고..ㅋㅋ"




"농담이거든~ 근데 언제 건너가볼꺼야? 아직 안 자려나??"




"글쎄..이제 12시 다 되어가네..12시 넘으면 한 번 살짝 갔다 와 볼라고..먼저 자~ 피곤할텐데.."




"아냐~ 괜찮아~ 어차피 나야 주부라서 할 일도 없답니다~"




"할 일 없긴..맨날 일찍 일어나서 수진이 밥 차려주면서~ 얼른 자세요~"




"괜찮습니다~ 그리고 정 피곤하면 난 낮잠 자면 되니까.. 내 걱정은 마세요~"




"그래~ 알았어..그럼~ㅎㅎ"




희진이랑 열심히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새 시간은 12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어~ 12시 20분이네 벌써~ 나 그럼 갔다 올께~"




"그래 갔다와~"




난 조심조심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내 집 문에 귀를 대보았다. 안에선 별다른 소리가 들리진 않았다.




난 조심히 문을 열고는 안으로 살며시 들어갔다. 불은 다 꺼져있고, 그 여자는 쇼파에 누워 자고 




있었다. 여자의 옆엔 먹다 남은 양주병이 놓여져 있었다.




"아 놔~!! 내가 제일 아끼는 양주인데..저게 진짜..으구~!! 참자..참어..그래..니 맘대로 먹어라.."




내가 제일 아끼는 술을 먹은게 못내 짜증스러웠지만, 난 얼른 빠져나가야 했기에 분을 삭이며 내 




방으로 가서 입을 옷들을 챙겼다. 옷을 챙기고 밖으로 나와서 살피니 여전히 세상 모르고 자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든 깰 우려가 있었기에 난 마지막까지 최대한 조심하며 문을 닫고 나왔다.




"휴..다행히 안 깨는군..니 맘대로 내 집에서 놀아라~ 이제 해방이군..ㅎㅎ"




난 안도의 한숨을 쉬며 희진이의 집으로 들어갔다.




"어~ 금방 오네~"




"어~ 뭐..별루 챙길 것도 없고 그래서..금방 했지 뭐~"




"그래~ 어제 잤던 방 알지? 그 방에서 짐 놔두고 생활하면 돼~"




"그래 알았어..야~ 시간 1시 다 되어가네~ 얼른 자~"




"그래~ 너 오는거 보구 잘려구 했지~ 너도 얼른 씻고 자~ 난 그만 들어간다~"




"응~ 알았어 잘 자~"




희진이는 내게 인사를 하며 안방으로 들어갔다. 난 방으로 들어가 짐들을 풀고 침대에 누웠다. 




씻고 자야되는데 갑자기 피로감이 확 몰려왔다.




"왜 이러지..씻고 자야 하는데..오늘 좀 돌아다녀서 그런가..아님 어제 술이 과했나.."




한 번도 술 취한 상태에서 씻지 않고, 잔 적이 없었는데 정말 희한하게 졸음이 너무 쏟아졌다. 




더군다나 내 집도 아닌 곳에서 이렇게 잠이 쏟아지다니 신기한 일이었다. 하지만 정말 잠이 너무 




와서,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렸다. 다음 날 일어나니 부재중 전화가 8통이나 와 있었다. 모두 같은




번호인데 모르는 번호였다. 아마도 그 여자 전화번호인 듯 했다.




"ㅋㅋ 내가 안 들어와서 애가 탄 건가? 꼬시군...아~ 귀찮아 그냥 전화기 꺼버려야겠다."




난 그대로 전화기를 꺼버렸다. 어제부터 끌 생각이긴 했지만, 사장님에게서 전화가 올까봐 전화를




끌까 망설였는데 부재중 전화를 이리 해대는 건 너무 귀찮을 거 같아 그냥 과감히 전화기를 끄고




구석에 처박아 버렸다. 왠지 속이 다 시웠했다. 시계를 보니 9시였다. 이상하게 어제는 술도 안




먹었거만, 또 늦잠을 잤다. 이 집이 내 집보다 더 편한건지 참으로 요상했다. 밖으로 나오니




희진이는 쇼파에 앉아 티비를 보고 있었고, 수진이는 보이지 않았다.




"수진이는 벌써 학교 간거야?"




"어~ 오늘 1교시 수업이라고 아까 나갔어~ 근데 머리가 왜 그래?ㅋㅋ"




"어?? 내 머리가 왜?"




거울을 보니 뒷머리는 완전 눌리고 앞머리는 사방팔방으로 부시시하게 떠 있었다.




"하핫..;; 좀 요상하긴 하네;; 잠을 뒤척이면서 잤나.."




"근데 원래 그렇게 늦게까지 자?? 백수라서 그런가.."




"아냐~ 나 정말 내 집에선 7시면 일어놔;;이상하게 근데 너희 집에서 잘 때만 자꾸 그러네;;"




"알았어 얼른 아침이나 드셩~"




난 아침을 대충 챙겨먹고, 며칠 뒤에 잡은 친구녀석과의 약속을 희진이네 집 전화로 안된다며 취소를




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녀석들이라 꽤나 끈질기게 이유를 물어댔지만, 대충 둘러댔다. 




그렇게 희진이의 집에서 4일간을 밖에 나가지 않고 지냈다. 너무 집에만 있다보니 좀이 쑤시긴 했지만,




괜히 나갔다가 걸릴 수도 있을 거 같아 밖에 나갈 수가 없었다. 정희는 내가 워낙에 안 온지 두 번이나




희진이네 집 벨을 눌러서 우리를 깜짝 놀래켰지만, 희진이가 능청스럽게 앞 집에 사는 사람 얼굴도 잘 




모를 정도로 왕래가 없다고 잘 둘러대서, 두 번 다 헛걸음치고 돌아갔다. 그럴 때마다 수진이와 나는




희진이 거짓말 완전 잘한다고 칭찬을 해대곤 했다. 그리고 4일째 되던 날 수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엘리베이터에서 짐을 가지고 내리는 정희를 봤다고 얘기했다.




"휴...드디어 갔군..5일 다 채우나 했는데~ 하루 일찍 갔네~ㅋㅋ"




"왜요? 속이 시원해요?ㅋㅋ"




"어~ 막힌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인데~ㅋㅋ"




"그 정도에요?ㅋㅋ 어지간히도 싫었나 보네~ 어~ 잠깐만요 전화왔당"




"그럼 이제 집에 가도 되겠네?"




"어~ 그래야지~ 그동안 고마웠어~ㅎㅎ 앞으로 일하면 조금 바쁘긴 하겠지만, 자주 자주 놀러올께"




"그래~ 그래야지 당연히~ㅋㅋ울 신랑 말 잊은거 아니지??"




"그래~~ 내가 설마 형님 당부를 잊었겠냐~ 나 그럼 짐 싸고 건너간다~"




"어~ 그렇게 해"




난 방으로 들어가 짐을 싸는데 수진이가 후다닥 희진이에게 달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언니~ 언니~ 보영이 알지?"




"어~ 알지 너랑 친한 친구잖아~ 근데 왜?"




"그래~ 근데 보영이가 이번에 남자친구 사겼대~ 완전 부러워~~~"




"그래?? 보영이 걔 남자친구 한 번도 안 사겼었다 그러지 않았나??"




"어~ 완전 순진한 애야~ 이번에 사귄 남자친구가 처음이야~"




"근데 뭐가 그렇게 부러워? 넌 몇 명 사겨봤잖아~"




"몇 명 사겼어도~ 지금은 솔로잖어~~~~ 부러운거야~~~"




"으구~ 별 게 다 부럽다..남자친구야 사귀면 되는거지~"




"그건 그래~ 하튼 그런데 내일 그래서 남친 소개해준다고 보자는 거야~"




"그래서? 그럼 나가면 되잖어~"




"몰라~ 질투나~ 혼자 나갈려니까 좀 그렇잖아..그래서 말인데.."




"그래서 뭐??"




"오빠~~~~"




"어?? 왜~ 얘기 다 듣고 있었어~ 그래서 왜?? 설마...;;"




"ㅎㅎ 그 설마가 맞오~ 나가서 내 남친인 척 해달라구요~~ 친한 친구지만 난 남친 없으면 존심 상해~"




"친구끼리 별 게 다 존심 상한다;;ㅋㅋ 그래서 진짜 남친인 척 해달라고~??"




"내가 농담으로 이러는 거 같냐고요~해주는 거에요 알았죠?히힛~"




"뭐야..;; 막무가내로~ 직업도 없는 백수남친이 뭐가 자랑스럽냐;;"




"직업이야~ 담주부터 일한다면서요~ 그거 얘기하면 되겠네~ 아님 일하고 있는 중이라고 하든가~"




"아구...골이야;;희진아 쟤 좀 말려봐~"




"그냥 나가서 해줘..ㅋㅋ 젊은 애들 노는데 끼여서 그냥 놀다 오면 되지..수진이 자존심 쎄서 포기할




애가 아니라고~"




"들었죠? 해주는 거다~ 히힛~"




"아고..모르겄다..알겄다..;;"




결국 희진이의 부탁과 수진이의 애교에 말려서 수진이의 남친대용으로 같이 나가게 되었다. 희진이의




친구인 보영이는 상당히 귀엽게 생긴 외모였다. 그 남친이라는 사람은 나보다 한 살 어린데 대학교를




다닌다 했다. 키도 크고 나름 괜찮은 외모였다. 다들 대학교 얘기를 어찌나 열심히 해대는지 내가 




기어들 틈이 잘 보이지 않아 난 그냥 이야기만 실컷 듣다 왔다. 근데 이야기만 듣다보니 주변을 두리번




자꾸 살피게 되었는데 보영이의 남친이라는 사람이 보영이의 치마 근처로 살짝 살짝 손이 가는게 보였다.




그럴때마다 보영이가 손을 살짝씩 하지말라고 치는게 보였다.




"뭐야..저 녀석...변태인가..;; 이런 공공장소에서..웃긴 놈일쎄..생긴건 멀쩡한게.."




그렇게 우린 저녁을 먹고 커피숍에서 열심히 수다를 떨고 헤어져 집으로 갔다. 난 집으로 가는 길에




수진이한테 아까 본 이야기를 할까 하다가 그냥 안 하는게 나을 듯 싶어서 하지 않았다. 아파트로




들어와 수진이가 들어가는 걸 보고 난 집으로 들어갔다. 집전화기를 보니 음성 메세지가 와 있었다.




"형~ 나야 어떻게 된거야? 집 전화는 하루종일 안 받고..휴대폰은 번호 바꾼거야? 없는 전화번호라고




하던데..집에 연락 좀 해..아버지 완전 화나셨어..형때문에 새로운 사업 하려던거 완전 못하게 생겼다고..




나도 형 마음 이해하는데..그래도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한 마디라도 해..내 말 알아듣지? 연락 꼭 해줘..




그리고 가족들한테는 얘기 안 할테니까 휴대폰 번호 좀 알려주고..잘 지내.."




난 메세지를 듣고, 동생에게 문자로 전화번호를 보내주었다. 집에다가 전화를 할까 한참을 망설이다




동생녀석의 부탁도 있고 해서 전화를 걸었다. 받자마자 노발대발한 아버지의 잔소리가 10분이나 이어졌다.




난 항상 그러려니 하면서 예라고만 대답하며 흘려들었다. 한참을 잔소리를 하시더니 아버지의 음성은




조금 누그러지신 듯 했다. 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며, 바빠서 다음에 전화를 하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무미건조한 대화의 연속.. 이젠 별다른 감흥도 없었다. 화가 나지도 않고, 짜증나지도 않았다. 그냥




그러려니 하면서 넘겨버렸다. 그까짓 사업이나 결혼이 어떻게 되든 나에겐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유일하게 가족으로 생각하는건 친어머니와 동생녀석뿐이니 말이다. 그 전화 이후로 아버지는 왠일인지 




선을 보라는 둥 귀찮게 하는 전화가 더 이상 걸려오지 않았다. 나에겐 물론 다행한 일이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새롭게 시작한 일은 굉장히 편했다. 창호녀석이 잘 말을 해줘서 그런건지, 아님 사장이 나를




잘 봐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아침에 10시까지 출근하고, 저녁에 6시면 퇴근하면 되는 아주 편한 자리였다.




거기다가 주말에도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다. 이건 무슨 황금직장도 아니고, 참으로 희한했다.




점장이라 그래서 굉장히 바쁜 줄 알았는데 뜻밖이었다. 아무래도 누가 힘을 써준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난 그냥 편하니까 그러려니 하며 넘겼다. 일이 편해서 나쁠건 없잖은가..돈도 괜찮게 주는 편이니




말이다. 그로 인해 난 희진이와 수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형님은 일주일에 두세번씩




정도만 드나들라고 했지만, 난 거의 매일을 희진이의 집에 드나들었다. 희진이와 그렇게 지낸지 




한 달이 되어갈 무렵에 수진이가 학교에서 하는 한 달간의 어학연수를 호주로 떠난다고 이야기를 했다.




"한 달이나??"




"응..미안해 언니..;;근데~ 학교에서 전액 대주는 거라서..아깝잖오..;;"




"그래..그럼 가야지..어쩔 수 없네.."




"응~ 그래도 세민오빠 있잖아~ 진짜루 미안해;;나도 갑자기 생긴 일이라.."




"아냐~ 괜찮아~ 니 말대로 세민이도 있고~"




"그래..그런 기회 놓치면 안되지~ 희진이는 내가 이상한 놈 안 드나들게 잘 보살필께~"




"난 오빠가 제일 걱정인걸요?ㅋㅋ"




"뭐..뭐야;; 내가 어떻게라도 한다는거야?"




난 순간 속이 뜨끔했다.




"하하~ 농담이에요..놀랬어요?ㅋㅋ"




"알어~ 나도 농담인걸..ㅋㅋ 그냥 놀래는 척 해봤어~"




"그래서 어디로~ 언제 가는데?"




"응~ 호주로 가는데 4일 뒤에 가~"




"얼마 안 남았네~ 갈 준비 좀 해야겠네~ 여권은 만들었어?"




"어~ 저번에 만들어 둔거 있어~"




"그래..안 빠지게 준비 잘하고~"




며칠 뒤 수진이는 호주로 떠났고, 집에는 희진이와 나와 둘만 남게 되었다.




"수진이 가서 많이 섭섭하겠다. 한 달이나 같이 지냈는데.."




"섭섭하긴~ 그것보단 좀 외로울 거 같네..밤에도 같이 자고 그랬는데.."




"그러게..내가 자주 자주 놀러올께~ 안 심심하게~"




"에이~ 다른 사람들 보면 욕해~ 여자 혼자인 집에 남자가 자주 드나들면..더군다나 결혼한 여자집에.."




"뭐 어때~ 우리가 무슨 불륜 사이인가? 게다가 같은 층에 사는 사람은 우리 둘인데.."




"그래도.."




"알았어~ 그럼 너무 자주는 안 드나들게.."




말은 그렇게 하였지만, 왠지 난 희진이가 심심하거나 외로울까봐 시간이 나는데로 자주 드나들었다.




물론 그런 이유보다는 내가 희진이를 보고 싶어서 드나든 이유가 훨씬 많긴 했다. 그래서 거의 점심을




빼곤 아침, 저녁은 희진이네 집에서 다 챙겨 먹었다. 밥뿐만 아니라 잠을 자는 거 이외에는 거의 




희진이네 집에서 살다시피 했다. 희진이도 처음엔 내가 너무 자주 오자 좀 꺼려하는 것 같았으나




점점 더 적응해하는 듯 했다. 그래서 내가 혹시나 안 오는 날엔 오늘은 왜 안오냐며 문자가 오기도




했다. 그럴때면 난 친구와의 중요한 약속이라도 만사 제치고 희진이의 집으로 향했다. 희진이를




조금이나마 서운하게 하고 싶진 않았으니 말이다. 그렇게 매일 희진이를 보며, 나의 말 못할 사랑은




더욱더 커져만 갔다. 이젠 정말 24시간 희진이가 없이는 못 살것만 같았다. 잠시라도 못 보면 너무




보고싶고, 잠을 자는 시간마저 그녀를 못 보는게 아깝게 느껴졌다. 모든 걸 그녀와 함께 하고 싶었다.




그녀의 침대에 누워..그녀를 안고 늘 같이 잠자리에 들었으면 싶다는 생각이 매일 매일 들었다. 




하지만 희진이는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언제나 같은 모습이었다. 마치 오랜 친구를 대하는




듯한 편한 모습.. 그렇게 편하게 대해 주는게 좋을 때도 있지만, 몹시 아쉽기도 했다. 물론 결혼한




사람에게 미혼의 남성에게 그런 감정을 가지길 바라는 거 자체가 말이 안되는 얘기지만 말이다.




그녀를 보는 시간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내 사랑은 더욱 커져갔고, 그만큼 내 사랑을 말할 수 없다는게




가슴아팠다. 




그리고 토요일 저녁 오랜만에 창호녀석에게 술을 마시자며 연락이 왔다. 희진이와 같이 있는 시간이




몹시도 좋았지만, 이번만큼은 거절할 수 없었다. 희진이때문에 녀석과의 약속을 벌써 몇 번을 펑크를




냈으니 이번에는 거절할 명분이 마땅잖았다. 내가 몹시도 가기 싫어하는 표정을 보이자 희진이는 웃으며




어서 갔다오라고 내 등을 떠밀었다. 난 할 수 없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약속장소로 향했다. 창호는 벌써




소주를 두 병이나 마시며 앉아 있었다. 




"새끼~ 뭐가 그렇게 바빠서 그러냐? 누구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생긴거냐?"




"졸라 쪽집게네...술이나 한 잔 주라.."




"오~ 진짜냐?? 천하의 이세민이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이게 무슨 빅뉴스냐~"




"됐고~ 술이나 줘~"




"알았어..ㅎㅎ 근데 누구인데? 설마 또 유부녀냐?"




"몰라..임마.."




"왜 그래??사귀면 좋은거지~"




"사귀는게 아니니 문제지.."




"뭐?????그럼 고백도 못하고 있단 말야? 얼마나 됐는데??"




"아~ 됐다고 술이나 줘.."




난 집요하게 묻는 창호의 질문을 뒤로 하고 술잔만을 기울였다. 창호녀석도 그런 나의 태도에 계속




질문을 하다 포기하고 다른 얘기들을 했다. 그렇게 두어시간을 술을 마셨을 때 문자가 왔다.




"누구지..이 시간에.."




희진이에게서 온 문자였다. 난 갑자기 가슴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난 천천히 문자를 확인했다.




"보고싶어....언제 오는거야..."




순간 심장이 멎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말 머릿속이 하얘지고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난 얼른 일어서 술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야 임마~ 어디가 갑자기?? 임마~ 술 마시다 말고 어디 가냐고~"




"야~ 계산은 내가 할께~"




"야야~~~~~~~~~"




난 창호의 외침을 뒤로 하고 술값을 계산하고 술집을 뛰쳐나왔다. 대로 밖으로 나와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타고 정신없이 희진이의 집으로 향했다. 아파트에 도착해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시간이 몇 년처럼




길게 느껴졌다.




"아..망할 놈의 엘리베이터야 빨리 좀 올라가라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난 희진이의 집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희진이가




혼자서 앉아 술을 마시며 티비를 보고 있었다.




"어....세민아.."




"혼자 뭐하는거야..청승 떨어?"




"내 문자 보고 온거야??"




"그래..."




"그렇다고 진짜 오면 어떡하니...그냥 보낸건데..미안하게.."




"그 말 무슨 의미야..."




"뭐가??"




"보고싶다는 말..."




"몰라......."




"뭐냐니까........"




나의 물음을 끝으로 한동안 우리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난 말없이 희진이의 옆에 앉아 맥주 한 병을




다 마셨다.




"으~ 술냄새...그만 먹어..술 먹고 들어온 사람이 또 무슨 술이야.."




"미안..많이 나?"




"아니..괜찮아..그만 마셔.."




"알았어...근데 정말 대답 안 해줄꺼야?"




"그냥....혼자서 티비를 보는데 너무 쓸쓸한거야..그래서 술 마시는데 갑자기 너 생각이 나잖아.."




"그래서..."




"그냥...보고싶었어..그래서..웁~"




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우웁~ 뭐 하는 짓이야~ 웁~~~"




"제발 잠시만 있어줘.."




"아..알았어.."




그녀의 입술, 혀는 너무나 달콤했다. 정말 천사랑 키스를 하면 이런 느낌일까 싶을 정도로 황홀한 




느낌 그 자체였다. 키스만으로도 나의 온 몸에 짜릿한 전기가 통했다. 그녀의 경계심이 풀린건지




그녀의 혀가 조금씩 내 입안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혀는 너무나 부드러웠다. 그리고 황홀한 키스에




정신이 뺐겼을 때 내 손은 본능적으로 그녀의 가슴으로 가고 있었다.




"하아...뭐해..안돼.."




"희진아..잠시만..잠시만.."




"안돼...이러면 안돼..으응?"




"제발.....허락해줘.."




"우리 이러면 안돼...제발.."




난 희진이의 부탁을 뒤로 한 체 그녀의 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녀의 아름다운 가슴이 만져졌다.




그 날 밤 처음으로 희진이의 가슴을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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