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위태로운 사랑 - 3부

본문

난 마치 얼음이라도 된 듯 가만히 있었고, 졸린 눈이던 수진이의 눈이 점점 커져갔다.




"뭐..뭐하시는.."




"아~ 그게 저~ 갑자기 여기가 좀 아파서 말이야;;근데 갑자기 문을 열면 어떡해"




"아~ 죄송해요;; 잠결에 문이 안 잠겼길래"




"그래? 문을 잠근지 알았는데~ 저기 근데 문 좀 닫아 줄래?하핫;;"




"네? 아~ 알았어요;;;죄송해요~"




그렇게 문이 닫히고 난 한숨을 푸욱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휴..죽을뻔했네..잘못하면 완전 정신나간 변태취급 받을 뻔 했네..근데 정말 내 말 그대로 믿어줄까?




이거 참 난감하구만;;"




내 자지는 이미 놀란 탓인지 푹 죽어 사그라 들어 있었다. 난 정신도 차릴 겸 세수를 한 번 하고 




밖으로 나왔다. 거실 쪽을 보니 수진이는 누워서 티비를 보고 있었다.




"저어기이.."




"네? 아~ 나오셨구나.."




"어어~ 화장실 쓰라고~ 난 그만 자러 들어간다;;"




"네~ 그러세요"




난 수진이와 눈을 마주칠 용기도 나지 않아 얼른 방으로 들어가 누웠다. 밖에서는 수진이가 화장실에




들어갔는지 묻이 닫히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누워서 잠을 청해보았지만 아까의 실수가 자꾸만 떠올라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아~ 미치겠네!! 진짜~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되나? 그럼 더 이상한 놈 취급하겠지? 미치겠군..대체




뭘 어떡해야 하는거야;;"




머리를 아무리 이리 굴리고 저리 굴리고 해도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냥 수진이가 내 말을 그대로




믿어주는 수 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한참을 뒤척이고 있을 때 화장실 문 닫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갑자기 방문이 열렸다.




"저기~ 오빠"




"어?왜??"




"자요?"




"아니~ 아직 잠이 안 오네~"




"그래요? 그럼 저랑 거실에서 얘기 좀 더 하실래요? 저도 잠이 안와서.."




"그래?? 근데 내일 아침 수업 있는거 아냐?"




"아니에요~ 오후 수업이에요~"




"그래? 그럼 그러지 뭐.."




난 순간 수진이가 아까 내 말을 그대로 믿어준 거 같아 마음이 한결 편했다. 방문을 닫고 얼른




거실로 나가 수진이의 옆에 앉았다.




"왜 잠이 안와? 불면증이라도 있어?"




"아뇨~ 그런건 아닌데 밤 중에 자다가 한 번 깨면 잠이 완전히 깨버려서 몇 시간동안 고생하거든요




잠이 안와서~"




"그래? 꽤나 짜증스럽겠네~ 자다가 깨면~"




"네~ 좀 그렇죠~ 근데 오빠는 왜 안 자요? 오빠도 아님 자다 깬거에요?"




"아니~ 난 요새 불면증에 좀 시달려서;; 잠이 잘 안와~"




"진짜요?? 보통 술 많이 마시면 금방 잠들지 않나? 그렇게 마시고도 잠이 안와요? 아님 오빠가 술이




무지 쎈건가?"




"하핫~ 내가 술이 좀 쎄긴 하지;; 그리고 요새 양주 한 잔씩 마시고 자는게 버릇이 되어서~"




"우와~ 양주요? 집에 양주도 있어요? 백수라더니 돈 많나 보네~"




"그런건 아니고~ 양주라고 무조건 비싼건 아니랍니다~ 그리고 마트 같은데서 사면 싼 거 많어~ 내가




무슨 입이 고급 취향인것도 아니고~"




"그래요? 그렇구나~ 난 무조건 양주 그러면 비싼 줄 알았는데~ 나 양주 먹고 싶어요~"




"먹고 싶다고?? 지금 가기 좀 그런데;; 문 열고 나가면 희진이 깨지 않을까?"




"괜찮아요~ 언니는 한 번 자면 누가 업어가도 몰라요~"




"그래?? 알았어 그럼 내가 가져올께~"




"네~ 빨리 갔다와요~"




난 일어나 문을 열고 나의 집으로 건너갔다.




"젠장할..자면 누가 업어가도 모른다고? 그럼 아까 더 만질수도 있었단 얘기잖아..이래저래 아쉬운




날이구만..아까 자위도 다 못 끝내고..찝찝하게시리.."




자꾸 아쉬운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니 어쩔 수 없었다. 양주를 들고 다시 희진이의 집으로




건너가니 수진이가 티비를 이리저리 틀고 있었다.




"왔어요~ 금방 오네~ 히힛 그게 양주에요?"




"어~ 근데 컵이 있나?"




"몰라요~ 아무 컵에다 마시면 안돼요?"




"뭐~ 그래도 상관없긴 한데~ 얼음같은거 있나? 그냥 마시면 독할텐데~"




"그래요? 원래 얼음 넣고 마셔요?"




"어~ 뭐 얼음 넣고 마셔도 되고, 그냥 마셔도 되지~ 근데 넌 독해서 그냥 마시면 안될텐데~"




"원래는 어떻게 마시는게 원칙인데요??"




"제대로 먹는 사람들은 그냥 마시지~ 근데 그냥 마시면 무지 독해~ 목이 타는 느낌이 들껄~"




"진짜요?? 그래도 궁금해요 그냥 마셔볼래요~ 독하면 안 먹지 뭐~"




"그래도 좀;; 에이~ 모르겠다 그냥 먹어봐 그럼~"




수진이가 술이 그렇게 쎈 거 같지 않아 조금 걱정스러웠지만, 수진이 말대로 한 잔 마시고 독하면




안 마시면 되니 그냥 잔에다 양주를 따라줬다.




"자~ 건배해요~ 우리~"




"그래~ 뭐라고 하지?"




"흐음~ 우리의 재미난 동거생활을 위하여?"




"동거?? 난 같이 살지도 않는데;;"




"바로 옆집인데 같이 사는거나 마찬가지죠~ 뭐~ ㅋㅋ 그리고 우리 보러 자주 올꺼잖아요~ 형부 부탁도




있고~ 안 그래요???"




"그래 알았어 그럼 그렇게 하자~"




"네에~ 우리의 재미난 동거생활을 위하여~!!"




"그래~ 우리의 재미난 동거생활을 위하여~!!"




"첫 잔은 원샷이다~"




"네에~"




수진이와 난 동시에 원샷을 했다. 수진이는 양주를 먹고 무지 독한지 크으~ 하면서 얼른 과일 안주를




집어 먹었다.




"어때?? 괜찮아??"




"이야~ 독하긴 독하네요~ 근데 나름 괜찮아요~ 하핫~"




"그래?? 너 양주 체질 아니냐?ㅋㅋ 처음 먹는거 치고 상당히 잘 먹네~"




"그런거에요?히힛~"




"어~ 처음 먹는 사람은 독해서 못 먹는 사람 무지 많거든~ 특히 내 주위 여자들은"




"이야~ 오빠 이제보니 바람둥이아니에요?? 주위에 여자가 많은가봐~"




"아니야~ 그런건~;;"




"에이~ 맞으면서 뭘~ 맞죠?? 솔직히 말해봐요~ 오빠 정도면 키도 크고 얼굴도 나름 괜찮고, 보니까




돈도 꽤 있는 부잣집 도련님 같은데 맞죠??"




"하핫~ 부잣집 도련님은 아니고;; 그냥 뭐..예전에 여자 좀 사귄거지 뭐~"




"지금은 솔로고~ 예전엔 바람둥이였다 이 말이죠??"




"에휴~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하든지~"




"알았어요~ 그만 물을께요~ 근데 나 궁금한거 있는데.."




"뭔데? 물어봐~"




"오빠는 부모님이 같은 도시 살면서 왜 따로 나와 살아요?? 그냥 독립한 거에요?"




"아니 뭐..그냥 독립한 것도 있고..집하고 사이가 별로 안 좋아"




"왜요?? 말하기 좀 그래요?"




"어~ 좀 그러네;; 나중에 기회되면 이야기 해줄께"




"아~ 알았어요~ 미안해요~ 괜히 아픈데 건드린거 아니죠?"




"아니야~ 뭐~ 내가 얘기해주지도 않았는데ㅋㅋ 괜찮아~"




"네~ 그럼 우리 한 잔 더 해요~ 맛있다..히힛"




"그래~ 자 받어~"




우린 그렇게 양주를 주고받으며, 즐겁게 이야기를 나눴다. 수진이는 갑자기 술이 확 올라오는지 픽




쓰러져 잠이 들어버렸다. 




"수진아~ 수진아~"




이름을 부르며 흔들어 깨워도 수진이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난 수진이를 쇼파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수진이는 어느새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깊이 잠이 들어 있었다. 순간 내 머릿 속에는 내 자지를 보며




멍하니 보던 수진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난 갑자기 술이 오르자 섹스를 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들었다.




수진이를 말없이 바라보다 수진이의 몸이 궁금해졌다. 희진이의 몸도 더 느끼고 싶었지만, 지금은 눈 앞의




수진이의 몸을 더욱 더 보고싶어졌다. 난 한 번 더 수진이를 크게 흔들어 깨워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수진이는




깊이 잠이 들었는지 움직이지 않았다. 조심스레 수진이의 옷 위로 가슴을 더듬어 보았다. 옷 위라 그런건지




몰라도 가슴은 희진이보다 조금 더 큰 듯 했다. 난 조금 더 용기를 내어 수진이의 티를 말아 올렸다.




티를 올리자 키티가 그려진 귀여운 브래지어가 나타났다. 조심스레 브래지어를 올리자 수진이의 귀여운




가슴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로 자매여서 그런지 수진이의 살결도 희진이의 살결 못지 않게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예쁜 가슴을 보자 나도 모르게 침이 꿀꺽 넘어갔다. 난 조심스레 희진이의 가슴을 살며시 만져보았다.




가슴을 만지며 수진이의 얼굴을 살폈지만,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더 이상 건드려도 수진이가 깰 거 같지




않다는 판단이 들자 난 조금더 수진이의 가슴을 적극적으로 만지고 입으로 애무했다. 내 자지는 어느새




딱딱하게 발기해 터질 것 같았다. 당장이라도 수진이의 바지와 팬티를 벗기고 보지에 내 자지를 삽입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안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억지로 욕구를 참아 눌렀다. 난 천천히 손을 내려 수진이의




팬티 위로 손가락으로 조금씩 애무했다. 한참을 애무를 하자 팬티가 조금씩 젖어갔다. 수진이의 팬티로




손을 집어넣으려고 하다가 나는 멈칫했다. 이래서는 안될 거 같았다. 또 다시 욕구때문에 짐승같은 짓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건 희진이었다. 근데 희진이의 동생한테 이런 몹쓸 짓을 하다니..




너무 내 자신이 짐승같게 느껴졌다.




"이게 무슨 바보 같은 짓이지..제비짓을 집어치운 것도 희진이에게 정정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그런거였는데...지금 하룻밤만에..희진이와 수진이를 모두 탐하려 들다니..미쳤군.."




내 몸의 욕구는 지금 당장이라도 섹스를 하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난 억지로 이성적으로 버티며 수진이의




옷을 입혀주었다. 그리곤 이불로 수진이를 덮어주었다.




"휴...미친놈..이게 무슨 짓이냐.."




난 방문을 열고 들어가 침대에 털썩 누웠다. 순간 강하게 공허함이 밀려왔다. 너무 바보같은 삶처럼




느껴졌다. 결혼한 여자 그리고 그 동생이나 탐하려고 하는 파렴치한..쓰레기 같았다. 어차피 유부녀나




등쳐먹고 사는 제비니까..쓰레기같은 놈이긴 했지만..내 자신이 더욱 더 한심하게 느껴졌다. 다신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다고 다짐해놓고 며칠만에 다시 쓰레기 같은 짓을 내 스스로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도 싫었다. 




"이젠..바르게 살기엔 너무 늦은건가..이런 놈으로 살고 싶지 않건만..."




이미 너무 이런 삶에 찌들린 탓인지..아니면 아버지로부터 배운 못된 습성인건지..여자를 성적인 도구로만




자꾸만 바라보려는 내 모습이 너무나 싫었다. 이젠 정말 진실된 사랑을 하고 싶었다. 그 대상이 유부녀라는




사실이 몹시도 마음에 걸렸지만, 이제는 정말 지저분하게 살고 싶지 않았다. 새 사람으로 태어나 희진씨와..




그녀와 예쁜 사랑을 하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지금의 현실에서 그건 너무나 동떨어져




보이는 이상향처럼 보일뿐이었지만..




"정말...그녀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다.."




하지만 정말 그건 내 생각일뿐이었다. 난 당장이라도 그녀를 데리고 떠날 수 있었지만..그녀는 내 맘을




전혀 모르니 그게 문제였다. 단지 나를 옆 집의 말동무로 밖에 생각하지 않을테니 말이다. 절대 그 이상으로는




그녀에게 다가갈 수 없을 것만 같은 사실이 내 맘에 너무나 아프게 다가왔다. 여자로 인해 이렇게 마음이 아픈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내 맘을 이렇게 아프게 한 사람은 언제나 마음 속에서 너무나 그리운 존재인 어머니..그 사람




말고는 아무도 내 맘을 아프게 할 사람은 없을꺼라 생각했는데..지금 이 순간 마음이 너무나도 아파왔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너무나 마음이 아파왔다. 그렇게 잘 갖고 놀던 유부녀를 대하는 스킬들로 그녀를




꼬실 수 있을 지 모르지만..그런 더러운 방법을 쓰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희진이는 그런 방법에 넘어올 거 같지




않았다. 지금의 희진이는 너무나 행복해 보이니까..내가 파고들어갈 틈이 전혀 보이지 않을만큼..




나에게 넘어온 유부녀들은 이미 가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고 온 사람들이라 내 것으로 만들기가 너무나




쉬웠다. 하지만..희진이는 그럴 수 없는 사람이다. 티없이 맑은 사람이니까.. 내가 다가가도 괜찮을까 걱정이




들 정도의 맑은 사람..




난 그런 사람에게 그런 사람의 동생에게 방금 성추행과 같은 짓을 했다는 죄책감이 밀려와 견디기




힘들 정도로 괴로웠다. 도저히 이런 정신으로 잠들 수 없을 거 같아 술을 마시러 거실로 나가보니 




티비만이 지지직 거리며 틀려있었다. 난 양주를 잔에다 한 가득 따라 부어서 마시고는 티비를 끄고 다시




내 방으로 들어와 누웠다. 갑자기 취기가 확 밀려와 그대로 잠이 들었다. 




머리가 깨질 거 같이 아파와 눈을 뜨니 따사로운 햇살이 창문에서 한가득 쏟아지고 있었다. 




휴대폰을 보니 어느새 시계는 11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희진이가 청소를 




하고 있었다.




"어~ 이제 일어났네~ 언제 잔거야?? 나 자고 둘이서 술 더 마신거야?"




"어??아~ 어 그랬어"




"으구~ 잘한다..배 안고파? 배고프면 거기 국 데워서 밥이랑 먹어"




"아니~ 괜찮아~ 내 집 가서 먹으면 되지 뭐~ 자꾸 신세지는 거 같아 미안하기도 하고~"




"됐네요~ 혼자 사는 집에 무슨 괜찮은 먹을꺼리 있을라구~ 그냥 먹고가~"




"알았어~ 그럼 그렇게 할께~ 근데 수진이는?"




"수진이도 좀 전에 일어나서 씻고 있어~ 이제 준비하고 학교 가야지"




"그렇구나..이거 남의 집에 와서 늦잠이나 자고~ 면목이 없네;;"




"됐어요~ 그런 말은 그만하고~ 근데 둘이서 양주마신거야?"




"어~ 병 봤어? 미안해;; 그게 어쩌다 양주 얘기가 나와서 수진이가 먹고 싶다고 해서;;"




"괜찮아~ 먹을 수도 있지 뭐~ 근데 적당히 좀 먹이지~ 얼마나 먹였으면 애가 이 시간까지 자게 만들고




늦잠 자는 애 아닌데~"




"미안해;; 앞으로 조심할께~"




"알았어~ 얼른 밥이나 드세요~"




"그래~ 설거지는 내가 할께~"




"됐어~ 1시에 약속 있다 그랬잖아~ 얼른 먹고 건너가서 준비하고 약속이나 나가~"




"아~ 맞다..약속~ 그랬지..어떻게 내 약속을 너가 다 기억하고~"




"내가 원래 기억력이 좀 좋아~ 헤헷.."




희진이가 말을 안 했으면 까먹을뻔 했다. 친구녀석이 알아준 일자리 약속이었는데 하마터면 큰 일날 뻔 했다.




난 얼른 밥을 먹고 내 집으로 건너가 얼른 준비해서 나왔다. 엘리베이터를 탈려는데 희진이의 현관문이 열렸다.




"오빠~ 나도 같이 가요~"




"어~ 그래 수진아 얼른와"




수진이와 난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언니한테 들었어요~ 일자리 약속이라면서요~ 잘봐요~ 홧팅!!"




"그래~ 고맙다~ 속은 괜찮아?"




"네~ 말짱해요~ㅋㅋ 저도 대학생이라 술자리가 워낙 많아서 그 정도 술은 괜찮아요~"




"그래~ 어 다 왔네~ 잘 가고 ~ 태워줄까?"




"아뇨~ 괜찮아요~ 이 근처인데 뭘요~ 저녁때 봐요~ 일찍 들어오죠?"




"뭐~ 그럴 꺼 같아~ 근데 오늘 또 가기 그런데;;"




"뭐 어때요~ 언니가 맛있는 거 해놓는다니까 어디로 세지 말고 일찍 와요~ 있다봐요~"




수진이는 나를 향해서 밝게 웃으며 점점 멀어져 갔다. 갑자기 마음이 너무나 포근해져왔다. 정말 가족을




얻은 거 같은 기분이었다. 내 밥과 약속을 챙겨주는 희진이는 내 아내같았고, 수진이는 귀여운 여동생같았다.




정말 깨트리고 싶지 않은 너무 행복한 느낌이 들었다.




약속장소에 나가니 점잖게 생긴 중년의 남자가 앉아 있었다.




"저기~ 김영수사장님 되십니까?"




"어~ 내가 김영수네~ 자네가 그럼 이세민인가?"




"네 제가 이세민입니다."




"그래~ 내가 창호한테 얘기는 좀 들었네~ 괜찮은 청년이라며~"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아니야~ 체격이나 인상으로 보나 괜찮아 보이는군~ 근데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들었나?"




"그냥 조그마한 음식점을 하신다고만 들었습니다."




"그래~ 맞지~ 그냥 내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이 몇 개가 있어~ 근데 내가 자네를 거기 중에 한 군데




점장으로 쓸려고 하는데 괜찮겠나?"




"저야 시켜만 주신다면 너무 감사합니다. 거절할 이유가 없죠"




"그럼 일하는 걸로 알고 있겠네"




"근데 일은 언제부터 하는 겁니까?"




"일은 다음주 수요일부터 출근하면 되네. 출근 시간은 10시까지이니 느긋하게 오고~ 그리고 여기




명함이네. 뒤에 약도 있으니 잘 찾아오게. 모르겠으면 연락하고~"




"네. 알겠습니다. 그럼 수요일날 뵙겠습니다."




"그래~ 난 그럼 가네"




사장님이 가고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향했다.




"역시 창호한테 말하길 잘했군..녀석 힘 좀 썼나 보네..나중에 고맙다고 술이라도 한 잔 사야겠는걸"




갑자기 취업에 대한 걱정이 사라지며 일이 잘 풀리자 기분이 좋아졌다. 이젠 희진이하고만 잘 된다면




더는 바랄게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을 거 같았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너무나 가볍기만 했다.




집으로 들어갈려고 문을 열려는데 문이 살짝 열려 있었다.




"누구지..열쇠를 가지고 있는 건 철민이뿐인데..놀러온건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향수냄새가 강하게 풍겨왔다. 




"뭐야..여자 향수 냄새인데"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자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이세민씨죠?"




"네 제가 이세민입니다만..누구신지?"




"반가워요~ 이정희라고 해요"




"아..네~ 근데 어떻게 제 집에 들어오신거죠?"




"얘기 못 들었나봐요? 아버님한테서?"




갑자기 생각지도 못한 아버지의 얘기가 나오자 기분이 확 나빠졌다. 아버지 얘기에 저 낯선 여자는 대체




누구인건지..




"네..못 들었습니다. 자초지종을 얘기해주시죠"




"그렇군요~ 전 이세민씨랑 약혼할 사이에요~"




"네????무슨 뜬금없는 소리에요~ 지금? 전 오늘 당신을 처음 봤습니다. 근데 약혼이라니요!!"




"그건 세민씨 아버지와 저희 아버지하고 사이에 이미 결정된 일이에요~"




"참 나..지금 그래서 나랑 정말 약혼이라도 하자는 겁니까?"




"뭐..나도 솔직히 내키진 않았지만.. 사진으로 보니 괜찮은 사람 같더라구요 그리고 실제로 보니




더 괜찮은 사람같고 맘에 드네요~"




"아~ 됐구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으니 어서 나가요~ 어서요!!"




"이런 식으로 굴꺼에요? 당신한테도 좋을 거 없어요 이런식으로 나오면.. 그리고 이미 짐을 다 가지고




들어왔다구요~ 난 못 나가요!"




"미치겠네..진짜..뭘 어떡하자는 겁니까? 난 당신이랑 약혼할 생각도 없고, 여기 당신이랑 더 이상 같이




있고 싶지 않다구요!"




"그럼 며칠만 머물게 해줘요~ 그래도 내가 맘에 안 들면 알아서 나갈테니까요."




"휴...정말 말이 안 통하는군요.."




"맘대로 생각해요~ 난 절대 안 나갈테니 끌어내든지 알아서 해요.."




"알았어요. 그럼 언제 나갈꺼에요?"




"흠..일주일만 시간을 줘요~"




"일주일이요? 안되요~ 좀 더 짧게요!"




"그럼 5일? 더 이상은 나도 양보 못해요~"




"휴...알았어요.."




"진작에 그렇게 나올 것이지~"




그녀는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뭐가 그리 즐거운지 낄낄거리며 티비를 돌리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그녀를




끌어내고 싶었지만, 이미 내가 한 약속이니 어길 수도 없었다. 갑자기 머리가 지끈지끈 거려왔다.




"돌아가시겠군..평생에 도움이 안 되는 아버지군..정략결혼이라도 시킬려는건가..짜증이 확 치미는군.."




아버지에.. 저 여자에 머리가 정말 당장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 게다가 가장 짜증스러운건 저 여자때문에




오늘 희진이의 집에 가지 못 할 거 같은 생각이 들어 더욱 짜증스러웠다.




"어떻게든 빨리 떼어내야겠어..이제 형님이 돌아올 시간이 점점 더 짧아지고 있것만..방해물이 자꾸 추가되는군..




답답해 죽겠군.."




어떻게 하면 저 여자에게 변명을 하고 희진이의 집에 갈까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6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조금 있으면 연락이 올 것만 같았다. 그때 갑자기 정희가 나를 불렀다.




"저기요~ 여기 아~ 따가워..뭐가 들어간 거 같은데"




"뭐요..어디에요?"




"여기요~"




정희는 자꾸만 등에 뭐가 들어가서 따갑다며 등을 봐달라고 했다. 이리저리 암만 등을 살펴봐도 별다른 것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휴~ 답답해~"




정희는 갑자기 윗옷을 훌렁 벗었다.




"뭐..뭐에요~ 갑자기 속옷 차림으로!!"




"이래야 잘 보이잖아요~ 부끄러워하기는~ 어린애도 아니고~ 어서 봐봐요~"




짜증이 확 치밀어 올랐지만, 얼른 등에 뭐가 있는지 확인하고 옷을 입히는 게 나을 거 같아 등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 때 갑자기 문을 열고 누군가 들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뿔싸.. 이 여자때문에 당황해서 문을 안 닫았구나..누구지?"




뒤를 돌아보자 완전 멍한 얼굴로 수진이가 서 있었다.




"오..오빠..지금 뭐해요?"




"그..그게..;;"




정말 미칠것만 같았다. 왜 이렇게 일이 꼬이는건지..




"아~!!!!!!돌아버리겠군..왜 자꾸 수진이 앞에서 일이 꼬이는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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