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질펀할 Girl - 18부

본문

아지의 신상명세서’를 열어 보았다. 아무 것도 없었다.




‘욕해 주세요’를 열어 보았다. 무지 많은 글들이 올라와 있었다.




제목만 훑어보아도 진짜 욕먹는 것처럼 얼굴이 화끈 거렸다.




‘아지 일기장’을 열었다. 간단하게 적고 자려고 마음먹었다.




그 때 머리를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다.




서방님의 약점을 잡아야 한다. 서방님의 약점을 잡아서 나를 보호해야 한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다.




나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마라. 파멸로 가는 수가 있다.




미리 다짐을 주던 서방님의 말이 더 올라 움찔했다.




그래도 우리의 관계가 외부에 노출 되지 않도록 다짐은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을 잘 들을 테니 비밀을 보장해 달라는 약속을 받아야 했다.




일기장을 열어놓고 생각에 잠겨 있는데 쪽지가 날아왔다.




“아지야, 일기 쓰고 자거라.”




나는 화들짝 놀라 오늘 일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날짜를 적었다. 제목은 ‘운명의 끈’




---= 세상이 잠든 새벽에 잠에서 깨어 야한 차림으로 택시를 타고 




차비를 몸으로 계산 했던 날이 있었습니다.




그 날은 내가 무엇에 홀렸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고 




해서는 절대 안 되는 짓이었습니다.




내가 왜 그랬을까? 나도 이해되지 않는 인생의 오점이었습니다.




그래도 그 날, 세 명의 남자 맛을 보았고 




미친년처럼 맨발로 거리를 헤매는 장면도 연출 했습니다.




무엇에 홀리지 않고 올바른 정신으로 그런 짓은 하기 힘들 것입니다.




서방님을 만나게 하기 위한 운명의 장난이었나 봅니다.




오늘, 아니 어제 학교 앞에서 서방님이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고 




이년을 부르실 제 엄청 놀랐습니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서방님은 나체 사진으로 나를 옭아매었고 나의 잔머리는 




바삐 돌았지만 점점 서방님께 빠져 들었습니다.




서방님의 뜻을 헤아리지 못해 두들겨 맞고 무시를 당하매 




사는 것이 옳은 가 갈등도 아니 하지 않았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서방님의 느슨하지 않은 교육에 




저는 모든 것을 서방님께 맡기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여자의 본능은 순종인가 봅니다.




서방님께 의지하고 가르침대로 복종하는 시간은 




더없이 편하고 행복했습니다.




운명이라고 받아들입니다.




그 어느 봄날의 새벽 외출이 서방님을 만나기 위한 걸음이었음입니다.




서방님은 남자 없는 불쌍한 이년을 위해 다가 오셨습니다.




이년의 텅 빈 가슴을 채워주고 허전한 아랫도리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저에게 오셨음을 늦게나마 깨달았습니다.




순종하겠습니다. 복종하겠습니다. 서방님의 뜻에 따라 울고 웃겠습니다.




서방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라면 즐겁게 하겠습니다.




서방님의 행복을 위해 한 몸 희생 하겠습니다.




몰래하는 사랑. 아무도 모르는 우리 둘만의 밤의 향연을 갈구 합니다.




이미 운명의 끈으로 묶여진 우리라면 현실에 충실해야겠지요.




저를 아낌없이 사랑해 주시기를 원하옵니다.




저를 진정한 여자로 만들어 주시기를 청하옵니다.




오늘은 서방님께 서운함도 있었습니다.




아무리 첫 날이지만 발가벗겨 놓고 구경만 하고 가시옵니까?




서방님 가신 후에 아랫도리가 근질거리고 가슴이 허전해 




몸을 비비꼬며 멍하게 한참을 있었습니다.




앞으로 많은 물을 주실 서방님인데 이년이 너무 




안달하는 것 같다고 스스로를 책망도 했습니다.




서방님이 오늘 그냥 가신 뜻을 헤아리진 못하지만




조용히 마음과 몸을 홀딱 벗고 기다리겠습니다.




서방님 뜻대로 하옵소서.




정신 줄을 놓고 있다가 화들짝 차려보니 누군가 훔쳐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밀려 왔습니다.




서방님이 벗겨놓은 알몸을 가리지는 않았습니다.




베란다 블라인드를 내리고 불을 껐습니다.




그리고 성인방송을 감상했습니다.


여자 둘이 레즈 플을 즐기는데 너무 놀랍고 신기해서




질문할 정신도 없었습니다. 




그냥 입을 헤 벌리고 구경만 했습니다.




저렇게 사는 인생도 있구나.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수많은 눈들이 지켜보고 있을 텐데 숨기지 않는 




그들의 용기가 부러웠습니다.




남들과 똑같은 몸뚱아리 무릎만 보여도 어깨만 노출 되도




기겁을 하며 내숭 떨던 내가 부끄러웠습니다.




세상사람 모두가 솔직하다면 숨길 것도 가릴 것도 




없지 않겠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서방님 앞에서 솔직한 아지가 되겠습니다.




숨기지도 가리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서방님 앞에서 내숭 떨지 않는 여자가 되겠습니다.




서방님께 사랑 받기를 원하옵니다.




영원히 소문나지 않고 관계를 유지하고 싶습니다.




카페를 둘러보았습니다.




이년을 위해서 미리 카페까지 만들어 두신 서방님 배려에




감동 했습니다.




이미 나를 암캐라 부르는 남정네들이 침을 질질 흘리는 




글들을 올려놓아서 잔잔한 이년의 가슴에 폭풍을 일으켰습니다.




욕해 주세요를 보면서 세상 남자들이 얼마나 여자에 대한 




갈증을 묻어놓고 사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갈증 앞에 가면을 쓰고 내숭을 떠는 여자들이 생각났습니다.




여자는 빼는 맛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아지는 남자들 앞에서 내숭을 떨며




약 올리지 않겠습니다. 아주 솔직하게 남자들 앞에 서겠습니다.




느끼는 대로 반응하여 즐거움을 함께 나누겠습니다.




사진 방에 올려 둔 이년의 나체 사진에 달린 댓글이 얼굴을 달구었습니다.




아직 이년이 마음을 활짝 열지 못했나 봅니다.




얼굴은 모자이크 됐지만 누군가 알아보지 않을까 걱정도 했습니다.




남정네들이 솔직하게 느낌대로 생각나는 대로 적은 글들은 




환상 그 자체였습니다. 




그 남자들 하나씩 만나서 즐겁게 해 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제 아지는 서방님의 여자입니다.




서방님 이외의 사람에게는 마음을 열지 않겠습니다.




서방님이 한 번씩 주라하면 흐흐흐.




카페를 닫고 이제 자야 합니다. 그런데 왠지 허전하네요.




서방님이 나를 그냥 두고 가셔서 서운한 가 봅니다. 




서방님. 미천한 아지를 아낌없이 사랑해 주시옵소서. =---




카페를 닫았다. 로그아웃을 하고 컴퓨터를 껐다.




거실에 불을 켜고 블라인드 틈새로 밖이 보이나 확인했다.




컴퓨터 앞에 열중 쉬어 자세로 서서 계약서를 소리 내어 또박또박 읽었다.




계약서




하나. 창녀 정자 조는 김광우님을 기둥서방님으로 모시고 




온몸으로 성심을 다 하겠습니다.




하나. 창녀 정자 조는 김광우님의 소유물입니다.




하나. 창녀 정자 조는 김광우님이 시키는 것은 무조건 다 하겠습니다.




하나. 창녀 정자 조는 김광우님의 기쁨이 되기 위해 존재합니다.




하나. 창녀 정자 조는 김광우님에게 의문이나 불만을 가질 수 없습니다.




하나. 기둥서방 김광우는 창녀 정자 조를 항상 주시하고 통제한다.




하나. 기둥서방 김광우는 창녀 정자 조에게 남자를 무한정 공급한다.




하나. 기둥서방 김광우는 창녀 정자 조에게 재미있는 섹스를 명령하고 


정자 조는 이유 없이 따르겠습니다.




하나. 기둥서방 김광우는 창녀 정자 조가 태만할 시 체벌을 할 수 있으며


문신이나 흉터로 각성시킬 수 있습니다. 




하나. 기둥서방 김광우는 창녀 정자 조의 노예 계약은 정자 조가 쓸모없을 때 


김광우가 파기할 수 있습니다.(정자 조는 파기하거나 거부할 수 없다.)




하나. 창녀 정자 조는 이 계약서를 매일 자기 전에 숙지하고 충실히 이행한다.




계약서를 쓸 때와 앍을 때의 기분이 달랐다.




쓸 때는 불안과 공포였는데 읽을 때는 의지가 되는 기분이었다.




불을 끄고 안방 침대로 향했다.




발가벗은 채 이불도 안 덮고 대자로 누웠다.




눈을 감고 있어도 잠이 오지 않았다.




하루가 영화의 장면처럼 머릿속을 휘저어 갔다.




자꾸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아 신경이 쓰였다.




‘아지. 예쁘구나. 사랑해 줄까?’




서방님이 어느새 나타나서 덮치는 환영이 나타나 




눈이 자꾸 떠졌다. 




잘 생긴 남자들이 내 알몸을 내려다보며 키득 거리는 




상상이 돼서 쉽게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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