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바람부는 날에는 - 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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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회사일로 존나게 열받아 있다.


가뜩이나 뚜껑이 열리기 일보직전인데.. 교통체증은 여전하다.




[띠리리.......]




"어?? 마누라??....."




"여보세요..."


[오빠 언제와??...]




"저녁약속있어...."


[나 지금 백화점 문화센터인데.. 오늘부터 미진언니랑 퀼트 강습 배우는 날이거든.....]




"뭐??? 강습??.. 애는??..."


[어머님한테 맡겼어... 자기가 이따가 찾아 오라고...]




"야!!......후우....."


[왜????.............]




"넌 또 무슨 강습이냐??.....강습비는 얼만데??...."


[4개월 과정 240만원...]




"후우..................."


[뭐???.......]




"야...차라리 배우려면 좀 발전적인걸 배워라.. 퀼트가 뭐냐???...."


[체.....그게 뭐 어때서???.....]




"야..!!.. 막말로 니가 요리를 할줄아냐?? 재테크를 할줄 아냐?? 벌어다 주는거 족족 다 쓰기나


하지... 안그래???...."


[하이고... 누가 들으면 수천씩 벌어다 주는줄 알겠다??....]




"야!!..그럼 내가 니한테 생활비 500씩 가져다 받치는데...그게 적은 돈이냐?? 


너 여지껏 제대로 돈 모은거나 있어???.."


[오빠!!...니 술값이나 줄여!!......]




"야!!.. 내가 니한테 갖다준 생활비로 술값내 달라고 했냐??? 어????....."


[시끄러...끊어!!......]




[딸깍!!]




"아.....씨바........!!........"




직장일로 스트레스... 


와이프 때문에 또 스트레스...




사실.. 이혼한 [명준]이 마누라나.. 내 마누라나... 크게 별반 다를게 없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사랑해서 여기까지 온 사이.. 가끔 이렇게 다투고 싸우더라도 그 때 뿐이다.




어제의 그 공용주차장..


차를 파킹하고 횟집으로 향한다.


주머니에서 담배를 끄집어 낸다.




저녁만 먹으려 했지만.. 도무지 안될꺼 같다.


쇠주라도 한잔 걸쳐야 겠다.




왁자지껄한 회집...


둘러보니.. [명준]이 녀석이 보이지가 않는다.




전화를 건다.




[어..희준.. 어디야??..왔냐??...]


"안보이는데???....."




[룸으로 와.. 맨 끝쪽....]


"알았어......"




회집안으로 들어가서 안쪽 미닫이문을 열었다.


"어????????????????????........."




이런!!... 어제 광란의 파티를 벌였던 그 멤버들이다.


반갑다기 보다는 당황스러웠다.




[보연]이 누나가 고개를 돌리고 가방에서 담배를 찾아 끄집어 낸다.


그옆에 천천히 앉았다.




맞은편.. 장난끼 가득한 [명준]이 녀석과..[정아]누나..




"하하... 놀랬지??...."


"새끼..진작 얘기 하지...."




"어제 술값 누나들이 냈잖아.. 그래서 우리가 오늘은 쏴야지..안그래??..."


"그래......."




"너.. 오늘 일찍 들어가야 하냐??..."


"아니...까짓꺼....."




내옆의 [보연]이 누나... 왠지 기분이 안좋은지.. 


우울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지 않으려고 한다.


하얀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는다.




[명준]이 녀석이 나에게 또 말을 건다.




"너.. 근데.. 뭐 안좋은 일 있냐??..."


"아냐.....없어..."




"야...새꺄... 왜 그래.. 인상좀 펴..."


"후우....그래...."




가뜩이나 열받아 있는데.. 느닷없이 어제의 누나들이라니..


반갑기도 했지만.. 당황스러웠는지.. 표정관리를 못한거 같았다.




"누나... 하하.. 어제 잘 잤어??...."


"................"




[보연]이 누나는 맥주잔의 음료수를 재떨이에다 붓더니 쇠주를 따른다.


다들... 놀래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정아]누나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보연]이 누나의 얼굴을 살핀다.




[보연]이 누나가 쇠주가 반쯤 담긴 맥주잔을 벌컥벌컥.. 넘긴다.




"누나.. 왜 그래??..."


"너.. 나 만났는데 하나도 안반갑냐???...."




[보연]이 누나가 얇은 담배를 손가락에 걸치고 무표정으로 한곳을 응시하며


느닷없는 질문을 한다.


"씨바...이건 또........."


내 앞에 있는 쇠주잔을 벌컥 털어 넘겼다.




[탁]!!




"아니.. 반갑지...."


"솔직히 말해.. 하루 만나면 땡.. 그거냐???...."




"아니..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고.. 오다가 와이프하고 전화로 싸우고.. 


그러다 보니 그런거야..."


"................."




"사는게 우라질꺼... 짜증나서 그랬어.. 미안해.."


"아냐... 괜찮아... 미안해.. 내가 오해했어....."




"훗... 그거 때문에 삐진거야??....."


"짜식.. 내가 언제 삐졌대??........"




"누나...속좁네??...하하...."




그제서야 [보연]이 누나가 나를 돌아보며 미소를 짓는다.


뽀글뽀글한 파마머리..


앞단추가 몇개 풀린 가슴골이 슬쩍 내려보이는 하얀색 난방에 청바지.. 


초저녁에 만난 [보연]이 누나..




"이쁘다......"






노래방에서 신나게 놀고 있다.


어느덧 시간이 저녁9시....




[미정]이에게 전화가 온다. 


밖으로 나왔다.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뭐야?? 오빠..아직도 바깥이야??...]




"애는 니가 데리고 집에 가라..."


[나 진짜 화낸다..???....]




"아씨바.. 화 내던지... 말던지....... 니 맘대로 해..."


[아..뭐야???....나 지금 언니들하고 밥먹으로 가야 한단 말야..!!.....]




"아..밥 쳐먹고 애 데리러 가!!!.... 니미...."


[딸깍!!]




"아나...씨바.. 짜증나....."




주머니에서 담배를 끄집어 냈다.


불을 붙혔다.




음주상태라 운전하기도 그렇고...


"니미.. 걸리기야 하겠냐??..."


노래방으로 내려왔다.




어차피 파장시간...


쌍쌍히 바깥으로 나왔다.




"야.. 니들 니들끼리..가라.. 우린 갈데 있다..."


"그래.. 가라... 정아누나.. 잘가..."




"호호... 알았어.. 보연이 외롭게 하지 마.. 어제 많이 아쉬웠나봐...호호호..."


"기집애.. 갈꺼면.. 얼렁가..."




[명준]이 커플을 보내고.. [보연]이 누나와 나란히 걷고 있다.




"누나.. 아무래도 집에 가봐야 할꺼 같애.. 애를 데리러 가야 하거든.."


"그래.. 참... 낮에 전화 해도 괜찮아??..."




"아.. 그럼...."


"그래.. 들어가..."




"미안해......"


"아냐... 괜찮아..."




"누나 집 요근처라 했지??..."


"응... 저기 오피스텔......."




"아... 저 건물??.... 나중에 놀러가도 돼??.."


"훗... 미리 전화하면....."




[보연]이 누나와 헤어졌다.


공영주차장 입구 쪽... 경찰의 음주 단속....


대리기사 아저씨를 불러.. 따블에 쇼부를 쳤다.




부모님이 계신 동네에서 딸아이를 데리고 다시 집으로 왔다.


어느덧 차안에서 잠든 [연지]공주님을 조심스레 침대위에 눕히고 거실로 나왔다.




침대위.. 너저분하게 벗어재낀 [미정]이의 속옷.. 연지의 옷...


목이 말랐다.


싱크대의 물컵을 찾으니.. 설겆이통에 가득하게 다 담겨져 있다.


컵 한개를 끄집어 내어 대충 씻었다.


정수기의 찬물을 받아 [벌컥..벌컥..] 목구멍으로 넘겨버렸다.


그리고는 다시 설겆이통에 쳐박아 놓았다.




옷을 풀어해치고 쇼파위에 벌러덩 누웠다.




[보연]이 누나...


잔뜩 아쉬워 하는 표정..


오늘 초저녁부터 만나보니.. 어제 몰랐던 알수없는 매력이 느껴지는 누나..


부담도 없고.. 편하고.. 잘 챙겨준다.


왜 여지껏 결혼을 안하고 혼자사는건지..


하긴.. 요즘 여자들.. 돈좀 벌고.. 똑똑하다 싶으면 죄다 독신이다.


아니면 늦게라도 자기의 삶을 되찾기 위해서 이혼을 해버린다거나..




[명준]이 녀석도.. 그렇고 내 주변에.. 이혼을 하거나.. 독신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그러고 보니 무척이나 많다.




TV를 보고 있다.


채널을 여기저기 돌려본다.




섹스 앤 더씨티...


우리 와이프가 즐겨 보는 미국 드라마..


멸치대가리처럼 생긴 못생긴 여자 주인공... 됀장녀의 면상이 보인다.




"씨바... 테레비가 다 물 버려놓는거지.....니미......."


"퀼트???... 문화센터??.....집구석 꼴은 이지경인데..."






[따르릉.....따르릉.....]




거실전화기가 시끄럽다.




"여보세요.."


"오빠 왜 핸드폰 안받어???????...."




"아.. 차에 있어..."


"나 골탕먹이는거야??? 어?????...."




"아.. 또 왜???..."


"지금 시댁에 왔다가.. 나가는 길이잖아!!!!!.... 왜 연지 데려갔다고 전화 안해??? 어?????.."




"아... 짜증난다...."


"니가 나보고 데리고 가라며??????? 어?????????...."




"야.. 끊자.. 머리아프다..."




20분후... 와이프가 잔뜩 째려보며 들어온다.


일부로 시선을 피한채.. TV만 바라보고 있다.




진짜 짜증나는 결혼생활..


짜증나는 사회생활.......




도대체... 벗어날 수 는 없는걸까??


문득 떠오르는 얼굴...


[보연]이 누나........










며칠후...........




점심시간...


[보연]이 누나와 전화통화를 한다.




[어...진짜 이따가 올꺼야??..]


"아..그럼.. 하여간.. 누나가 직접 손좀 봐줘..."




[호호호... 그냥 확 밀어줄께...]


"누나 맘대로 해... 사진찍어서 대문짝만하게 인터넷에 올릴테니까.."




며칠만에 [보연]이 누나를 만날껄 생각하니.. 왠지 설레이기 시작한다.


며칠전 노래방에서 나왔을 때 하필.. 그날이 미용실 쉬는날이었다고 했다.


그때가 하필 그놈의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와이프가 강습받는날만 아니었어도...


좀더 오래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 텐데...




[보연]이 누나는 항상 늦게 끝난다.


그래서 여지껏 만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오늘은 내가 서초동으로 머리를 하러 가기로 한 날이다.


왠지.. 흐지부지.. 끝날 위기를 극복하고만 싶었다.




비록 나이트에서 만난 가벼운 사이였지만 어쩌면 또 하나의 새로운 인연이


되지나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를 하고 있던 터였다.




나른한 오후의 업무시간.


따스한 봄볕이 통창으로 스며들어 모니터화면이 잘 보이지 않는다.


뒤로 돌아 버티컬을 치기 시작했다.




"김팀장님.. 내선이요.."


"응..."




"전화바꿨습니다. 기획2팀 김희준입니다.."


[김희준 팀장.. 잠깐 이리로 와요....]




"네..."


[딸깍..]


"씨바.... 오라 가라를 내선으로 부르고 있어?..."




싸가지없고 시건방진 [고실장]의 호출이다.




마침.. 결재올릴것도 있고... 이것저것 서류를 챙겨들고 


실장실로 향한다.




넓은 기획실... 이쪽 끝에서.. 저쪽 끝...


그나마 실장실이 멀리 떨어져 있어 다행이다.




[똑똑똑...]




안으로 들어갔다.


꾸벅.. 목례를 하고 책상앞으로 향하려니.. [고실장]이 일어나 고개를 옆으로 숙이며 


쇼파를 가리킨다.




"훗...... 미쳤나???....."




쇼파위에 앉자 내선을 눌러 녹차 두잔을 주문한다.


[고실장]이 쇼파로 다가온다.




검은색슈트..하얀색 브라우스... 단정한 단발머리에 왠지 모를 밝은 표정..


왠지 어색하다.


무슨 좋은일이 있는듯.... 평상시의 재수없고 싸가지 없는 모습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김팀장님..어저께 제출한 보고서하고 기획안.. 호평이 자자 해요..


덕분에 제가 아빠한테도.. 이사들에게도.. 칭찬을 많이 받았어요..."


"하하....네....."




"자.. 이부분 체크해놓은것만 수정해 주시고.. 디자인실에는 따로 전했으니까..


그것만 보완되면.. 추진하기로 했어요..."


"하하.. 정말이요??...."




"다들 난리에요.. 김희준 팀장은 참... 가정적인 분인가봐요???..."


"네??... 아니.. 그렇지도 않아요..."




"기획안을 보니..주부들의 하나하나 작은 동선부분까지.. 아주 세세하고 효율적으로


정리를 해두셨더군뇨...이거 직접하신거라면서요??..."


"하하...뭐 팀원들하고 디자인실에서 연구한 거겠죠....."




"훗...김팀장님 와이프... 왠지 부럽네요..."




[똑똑똑]......




녹차 두잔이 셋팅되었다.


기획1팀의 막내 [경미]씨다.




오늘따라.. 이 싸가지에게 칭찬을 들으니..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고실장]이 녹차를 조심스레 입에 가져다 댄다.


다시 조심스레 테이블위에 내려놓더니 천천히 쇼파 팔걸이에 기대며 한쪽 다리를 꼰다.




봉긋한 블라우스...


꼬운 긴다리... 타이트함이 느껴지는 허벅지.. 


검은색 정장바지의 옷맵시가 왠지 섹시함을 주고 있다.




이 싸가지없는 [고실장]에게 이런 느낌을 받은적은 딱.. 한달전....


외국에서 대학원 석사를 마치고 지사근무를 하다가 귀국 했다던 


사장딸이 우리부서인 기획실의 기획실장으로 온 첫날....


기획실의 남자직원들이 잔뜩 고무되어 있었다.




"존나 이쁘다며???...."


"진짜??.............."




기획실로 당당히 들어오는 [고실장]..


그 때 우리부서의 남자들은 다들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날 뿐이었다.




다음날부터.. 다짜고짜 트집아닌 트집을 잡고 괴롭히고.. 그 까탈스런 성격을 맞추기위해


우리부서의 직원들은 야근이 잦아져만 가기 시작했다.


시집안간 히스테리를 부리는건지.. 생리날인지.. 도무지 알수 없는 이 싸가지의 횡포로


분위기 좋던 기획실은 하루하루 공포의 부서가 되어져만 갔다.




지금.. 내 앞에 섹시한 자태로 앉아 있는 이여자..


[고민지 실장...]


지긋한 눈빛을 보내며 잔뜩 미소를 머금고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래도 같은 사무실에서.. 아무리 상사와 부하직원사이라지만.. 우린 동갑내기 아닌가요??.."


"하하..네..."




"김희준팀장이 저좀 많이 도와주세요.. 아시다시피.. 미국지사에서 한국에 온지 얼마 안됐고..


부담스런 직책에 앉아.. 저도 나름대로 스트레스 많이 받고 있어요..."


"........"




"며칠전 일도 있고... 이번 기획안 일도 고맙고해서.. 괜찮으시면.. 이따.. 저녁 어때요??..."


"하하.... 이런... 하필 오늘 약속이 좀.. 있는데..."




[고실장]이 순간 당황해하며 표정관리에 힘쓴다. 




"흐음.... 호호... 아.. 그럼 뭐.. 할 수 없죠... 다음에 그럼.. 식사같이 해요.."


"네.. 말씀만으로도 고맙네요..."




"흐음.........앞으로.. 이번 프로젝트처럼.. 좋은 기획안 기대해도 괜찮겠죠??.."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럼.. 바쁘실텐데...."


"네..."




실장실을 빠져나왔다.


정신이 멍하다.




"머야????? 저 기집애..방금...???....."




자리에 앉았다.


방금전 [고실장]의 눈빛...


조심스런 저녁식사 제의....나의 거절..뒤 흔들리는 그 눈빛과 당황한 표정...




여러가지 상상을 하며 불안해 하고 있다.




"씨바.. 괜히 거절했나?? 내가 무안을 준걸까??...."


"근데.. 왠 저녁식사?? 나한테 관심있나?? 설마 유부남한테?????....."


"이번기획안 때문에 그럴수도 있겠지.... 아니지..?? 그럼 회식을 시켜줘야 하는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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