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골때리는 영민이 - 16부

본문

눈부신 햇살에 영민은 잠에서 깨며 옆에 숨소리를 내며 새근새근 잠들어 있는 민영을 바라봤다. 




"꿈이 아니구나.. 어제 그 좋았던 순간이... 현실이었구나..."




영민은 잠든 민영이의 머리를 옆으로 쓸어넘기며 민영이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귀엽게 잠든 모습때문일까..


영민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사랑스러운 민영이의 모습에.. 


영민이의 웃음때문인지 민영이는 얼굴을 살짝 찡그리더니 안 떠지는 눈을 억지로 뜨며 민영이를 바라봤다.




"흐으음~ 벌써 일어난거야? 몇 시야? 하아암~"




"지금? 보자.. 10시네.. 우리 완전 늦잠 잤다.."




"그래? 얼른 일어나자~ 잔다고 시간을 보낼 수는 없지.."




"그래 알았어"




영민인 민영이의 손을 잡아 일으켜세우며 민영이의 입술에 살짝 입맞춤을 했다.




"뭐야..부끄럽게..."




"왜? 싫어??"




"아니.. 갑자기 그러니까.. 싫기는.. 좋아..헤헷.."




"그래.. 사랑해.."




"우웅... 나두.. 사랑해.."




사랑한다는 말을 하며 부끄러운지 볼이 밝그레하게 변해버린 민영이의 모습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얼른 씻고 갑시다요~ 귀여운 아가씨"




"네엥~ 군바리 아저씨"




"아저씨가 뭐냐;;;"




"ㅋㅋ 그럼 군인 오빠할래?"




"됐다;; 둘 다 별루야~"




"알았어~ 장난 좀 쳤거든용~"




"그래.. 진짜 늦겠다 얼른 나가자"




"우웅~"




영민은 싫다는 민영이의 손을 억지로 잡아 끌어 욕실로 같이 들어가 샤워를 했다. 샤워를 하며 민영이의 몸매로


눈이 가 영민은 자꾸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계속해서 거부하는 민영이때문에 끝내 뜻을 이룰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영민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얼른 샤워를 하고 옷을 입고 나와 밖으로 나갔다. 


모텔 근처에서 간단한 아침 식사를 한 후 커피숍으로 들어가 못다한 이야기를 나누곤 의정부역 근처에서 조금 더


놀다 민영이의 계략에 말려 민영이를 서울역까지 바래다 주게 되었다.




"야.. 나 간다~ 혹시나 헌병한테 걸리면 나 죽어~~"




"알았어요~ㅋㅋ 얼른 들어가~ 바래다줘서 고마워"




"으응~ 조심해서 잘 들어가고~ 부대 들어가면 연락할께"




"으응~ 알았오~ 잘 가 자기~"




"자기?ㅋㅋ 그거 호칭 맘에 드네~ㅎㅎ 나 진짜 간다"




"어~ 얼른가"




영민은 혹시나 헌병에게 걸릴까 조심하며 지하철을 타고 서둘러 의정부역으로 향했다. 한참을 지하철을 타고 


의정부에 도착하니 시간은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시간이 조금 이른데.. 에이~ 그냥 들어가자.. 이틀 실컷 놀았는데.."




영민은 부대 복귀시간까지 아직 조금 여유가 남아있었지만 그냥 의정부역에서 기차를 타고 양주로 들어갔다. 


양주역에 도착해서 택시를 타고 들어가며 영민은 그제서야 이하사가 머리 속에 떠올랐다. 행복한 이틀을 즐기고


나서 떠오르는 불안한 느낌.. 영민은 순간 다시 이하사의 눈빛이 생각이 나며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이런..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네.. 아휴.. 뭐라고 하지.. 날 봤겠지? 분명.. 날 제대로 바라봤으니.. 죽었다!!




완전 뭐라고 하면 어떡하지..? 어떡하냐고!! 아우...돌겠다.."




하지만 골치아프게 생각하며 이런 저런 변명을 생각해봤지만.. 말 그대로 변명꺼리 밖에 되지 않았다. 택시가


부대에 도착하고 영민은 위병소를 통과해 지통실, 행정실을 지나는동안.. 이하사와 마주치지 않기만을 바랬다. 


지금 만약 마주친다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으니.. 다행히 신고를 모두 마치고 내무반으로 들어가기까지


영민은 이하사와 마주치지 않았다. 최소한 내일까지는 여유시간이 확보가 된 것이다. 


하지만 너무 안도한 탓일까.. 영민이 샤워를 하고 나와 자리에 앉으려는 순간 김병장이 영민을 불렀다.




"무슨 일이십니까?"




"이하사가 너 들어오면 불러달라던데.. 근데 너 이하사한테 뭐 잘못했냐?"




"잘못이라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니.. 그게;; 이하사 표정이 영 기분이 안 좋아보여서 말이지.."




"그..그렇습니까;;"




"그래 하여튼 얼른 가봐~ 들어오면 바로 자기한테 오라 그랬으니까.."




"어디서 기다린다고 하셨습니까?"




"저기 연병장에서 혼자 달리기 하고 있다고 하던데...아직 있으려나? 일단 그리로 가봐라 없으면 BEQ 가보든가"




"네.."




영민은 김병장의 말에 힘없이 대답 하고는 천천히 연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둠이 지고 잘 보이지도 않는


연병장을 누군가 뛰고 있는 모습이 어렴풋이 영민의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하사님이시겠군..."




점점 더 가까이갈수록 선명해지는 뚜렷한 모습.. 이하사가 확실했다. 이하사는 영민이 가만히 서 있는 걸 보고


영민을 한 번 째려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두 바퀴나 더 돌았다. 영민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어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이하사가 멈춰서기만을 기다렸다. 영민을 내버려두고 이하사는 두 바퀴나 더 뛰고는 멈추어서서


숨을 천천히 고르며 영민의 옆에 앉았다.




"뭐하냐.. 앉아라.."




"네? 아..네..알겠습니다.."




"외박은.. 잘 갔다왔냐?"




"네.. 잘 갔다왔습니다..."




말을 돌리지도 않고 바로 정곡을 찌르는 이하사의 말에 영민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을 했다.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께.. 그 여자... 너가 사랑한다는 그 여자냐?"




"그 여자라면..."




"하린씨냐고..."




"아..아닙니다.."




"아니라고???"




황당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영민을 바라보는 이하사의 눈빛.. 영민은 그 눈빛이 무엇을 말하는지 충분히 알 것 


같았다.




"너.. 그런데 왜 그런 눈빛으로 그 여자를..."




"그..그게 저.."




"그 여자 사랑하는 거니?"




"저....그게..."




"사랑하냐고??!"




"휴...그런 거...같습니다.."




"그런거 같은게 뭐냐? 남자답게 말해.. 사랑해?"




"네.."




"너란 사람 참.. 알 수 없구나.. 난 너가 참 순수하고..그런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렇게 쉽고 사랑하고.. 쉽게




마음주고 그런 사람이였니?"




"저..진짜 죄송한 말인거 알지만..쉽게 생각한건 아닙니다.."




"쉽게 생각한게 아니라고?? 불과 얼마전까지 하린씨인가 그 사람이 전부라던 너였어? 그리고 나에게 하던 행동




그건 뭐였니?"




"휴....죄송합니다.."




"아니..그래 나한테는 사랑한다고 얘기한 적도 없으니.. 그냥 그렇다고 쳐.. 너 하린씨한테는 하나도 미안하지도




않니???"




"할 말이..없습니다.."




"나쁜 새끼!!"




이하사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군화발로 영민이의 촛대를 그대로 까버렸다. 영민이는 순간 극심한 통증을 


느꼈지만 비명도 지를 수 없었고.. 아무런 말도 할 수도 없었다. 그저 아픔을 속으로만 삭일뿐..




"니가 사람이니? 그런거니?? 어떻게 그래..어떻게..."




살짝 흐느끼는 듯한 이하사의 목소리.. 영민은 이하사가 걱정되어 이하사의 어깨에 살짝 손을 올렸다. 하지만 


이하사는 그런 영민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놔 이 새끼야!! 내 몸에 손대지마.."




"죄..죄송합니다.."




"시끄러!! 니 말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휴..."




"연병장 20바퀴 돈다.. 실시!!"




"네?"




"내 말이 안 들려? 아니면 우습나?"




"아..아닙니다.. 하겠습니다..!!"




영민은 이하사가 시키는데로 연병장을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해서라도 이하사의 화가 풀릴수만 있다면.. 영민에겐


다행이였으니.. 영민이 몇 바퀴를 뛰었는지도 모르게 정신없이 뛰다 이하사가 서 있던 자리를 바라보니 이하사는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영민은 자리에서 멈춰서 숨을 고르고 한동안 이하사가 서 있던 자리를 멍하게 바라봤다.


또 다시 한 여자에게 상처를 준 자신의 바보같은 모습.. 만나는 거의 모든 여자에게 상처를 주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바보같고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정말 이기적이게도 이하사보다는.. 민영에게는 상처를 이제 더 이상 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다음날 영민은 정보장교에게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이하사가 다른 부대로 떠난다는 이야기.. 앞으로 2주


뒤면 떠날꺼라고 했다. 영민은 이하사에게서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이하사는 그 날 이후로 어떠한 


자세한 이야기도.. 아니 사적인 이야기는 조금도 하지 않았다. 이하사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건 공적인 일들뿐..


영민은 자신때문에 이하사가 그런건지.. 죄책감.. 미안함때문에 이하사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이 몹시도 답답했다. 그렇게 하루 하루가 흘러.. 어느새 이하사가 떠나는 날이 하루 남은 날..


이하사는 일과시간이 끝나고 가려는 영민을 불러 연병장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는 이하사




"너도 마실래?"




"아닙니다..전 괜찮습니다.."




"그래.."




"저.. 이하사님..."




"알어.. 나한테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는거.."




"네..."




"너때문에 가는거냐고?"




"네..."




"뭐 반은 맞고.. 반은 아니야.. 원래 다른 부대로 옮길 생각은 하고 있었어.. 그런데 너가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하면서 많이 고민이 됐어.. 갈까 말까.. 그런데 너때문에 결정을 내리기가 오히려 수월해져버렸지.. 니 맘이




어떤건지 잘 알았으니까..."




"죄송합니다...정말..."




"아니야.. 그런 말 하지마.. 사람 맘이란게 그렇게 맺고 끊는게 확실히 될 수 있는 건 아니니.."




"네.."




"하지만 영민아 한 가지는 알아둬.. 맺고 끊는게 힘든건 맞는데.. 그걸 확실히 하지 않으면.. 너가 앞으로




어떤 사람들을 만나든 간에 니가 알게 모르게 그 사람들한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걸.. 특히 그게 여자관계라면




말이야.."




"네..알겠습니다..




"더.. 하고 싶은 말 없지? 그럼 난...그만 가봐야겠다..짐도 꾸려야하고.."




"네.. 이하사님.."




"어?"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건강하십시오"




"그래.. 너도 건강하게 군생활 잘 하고.. 나중에 제대하면 연락하고 지내자.. 우리 연인은 아니지만.. 그때 되면




좋은 친구로는 남을 수 있겠지?"




"네.. 이하사님은 좋은 분이십니다.. 꼭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럼.. 그만 간다.. 들어가라.."




"네.."




그게.. 부대에서 본 이하사의 마지막 모습이였다. 이하사는 다음날 아침 일찍 가버려 한 번 더 마지막으로 보고


싶었던 영민은 이하사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결국 이하사의 말대로 제대하고 나서야 볼 수 있게 되버린 것이다.


한 달동안 이하사의 자리에 아무도 오지 않아 영민은 이하사가 하던 일까지 맡아서 하는 바람에 거의 눈코 뜰새


없이 정신없이 보냈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나자 이하사이 후임으로 남자 중사가 왔다. 처음 인상을 보고 무서운


사람일 꺼라 생각했는데 천천히 알게 되면서 보니 의외로 굉장히 털털한 사람인지라 영민은 마음 편하게 군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영민은 어느새 일병..상병.. 병장이 되었다. 지겨운 군생활 속에 그나마 영민의 낙이라면


민영과의 통화, 편지.. 그리고 가끔 부대를 찾아오는 민영과의 외박.. 그리고 꿀맛같은 휴가가 영민에게 힘든


군생활 속에서 큰 힘이 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고대하고 고대하던 제대날.. 영민은 전 날 밤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세우고 기상나팔소리와 함께


벌떡 일어나 샤워를 하고나와 옷을 갈아입고 재빨리 전역신고를 하고는 위병소로 향했다. 하늘을 날 것 같은 들


뜬 기분.. 정말 세상을 다 가질 것 같은 그런 기분이였다. 위병소 일병과 이병의 부러워하는 눈을 뒤로 하고 


영민은 위병소에서 나오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렀다.




"야호!!! 씨발~ 제대닷!!!"




잠시후 콜택시가 도착하고 영민은 서둘러 양주역으로 향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서울로 가고 싶었다. 친구들


지은누나..그리고 민영이가 있는 서울로.. 영민이 택시에서 내려 양주역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눈 앞에 민영이


서 있었다. 아주 환한 미소를 지으며...




"미..민영아..너 어떻게??"




"헤헤..내가 안 늦게 잘 맞춰왔네~"




"너..."




영민은 민영을 보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걸 겨우겨우 참았다.




"왜 울라 그래~~ 하나도 안 좋아?"




"아니...좋지..너무 좋아서 그러지.. 고맙구.. 사랑스러워서.."




"그래..얼른 가자~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네~ 영민씨 얼른가요~"




너무도 사랑스러운 민영의 모습.. 문득 영민의 머리에 이하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상처를 주지 말라던 말..




"그래..민영아..너한테는 절대 더 이상 상처주지 않을께.. 사랑해...민영아.."




영민은 어서 가자고 보채는 민영이를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의정부로 가는 기차에 올라탔다. 앞으로 새롭게


시작될 즐거운(?) 복학생의 세상을 꿈꾸며..




ps. 드디어 영민의 군생활이 끝났습니다..ㅎㅎ 이제 다음편부터는 다시 본격적인 영민이의 학창생활로 다시 


돌아가게 됩니다..^^ 그럼 오늘도 추천, 댓글 상콤하게 많이 많이 날려주시고 즐거운 밤 되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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