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바람부는 날에는 - 9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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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동댕동..딩동댕동..딩동댕동..딩동댕동.......]




"흐음.........."


머리맡의 핸드폰을 찾아 알람을 꺼버렸다.




알람을 맞춰놓은 거실 TV도 켜져있다.


하지만 TV볼륨은 일정치수 올릴 수 없다.


와이프의 아침잠을 방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빠..."


"흐음...어.. 연지 깼어??..."




"..아빠..물마셔....."


"어??....하하... 우리 연지.. 땡큐..."




네살짜리 우리 이쁜 공주님이 컵에 시원한 물을따라 입에 댄체 조심조심 나에게 다가온다.


안방에서 혼자 TV의 유아프로그램을 보고 놀고 있었나 보다.




"아빠... 나 쉬야 하꺼야..."


"그래..우리 연지.. 아빠랑 화장실 가요...."




[연지]를 안고 화장실로 갔다.


유아용 변기카바를 얹고 [연지]를 올려놓는다.




"자..연지...쉬......"


"아빠 챙피해.. 문닫아..."




"하하하하.. 그래.. 요기 휴지로 뒷처리하고..엄마한테 배웠지??.. 물내리고.. 알았지??.."


"응....."






아침6시30분..


서둘러 아침준비를 한다.




후라이팬에 약한불로 버터를 녹인다.


계란을 두개깨어놓고 휘저은뒤 소금과 양파,파를 썰어넣는다.


버터가 녹은 후라이팬에 이 내용물을 넣는다.




[치이이.................]




서둘러 슬라이스 치즈를 이 오물렛위에 두장 올려놓는다.


치즈가 녹기 시작한다.


슬라이스 햄조각 두장과 피망을 깐다.


케찹을 찍 뿌린다.




계란 오물렛을 크게 반으로 접는다.




넓직한 접시에 밥을 한주걱 푼다.


그 옆에 이 정체모를 접힌 [김희준식??] 계란 오물렛을 올려놓는다. 


끝이다.




내가 개발한 나와 [연지]공주님의 Breakfast..


매번 아침을 이런식으로 해결한다.


어쩌다 장을 못봐서 계란이 없다면 못먹는 거지만...




너저분한 식탁위를 대충 정리하고 접시와 [연지]공주님용 접시를 올려놓는다.


현관앞에 우유를 가지고 와서 두잔 따른다.




"자..... 공주님.. 식사준비 됐습니다.."


"아빠.. 나 안먹거..티비... 보꺼야....."




"어허!!... 그러다 맴매 맞으면 아프거던??... 빨랑 와!!..."


"아빠.. 엄마는 왜에.... 밥.. 안먹어??..."




"음... 엄마는 더 코자야 해... 자.. 여기 앉아서.. 그렇지... "






세수를 하고 치카치카를 하고 옷을 입고 양말을 찾는다.




"씨발.. 진짜......."




죄다 빨래통에 그대로다.


양말이 적당한 짝이 없다.


그냥 짝이 안맞더라도 대충 신어야 겠다.




왼발은 어쩔수 없이 회색양발...


오른발은 검은색...


그나마 무채색계열이라 다행이다.




"우리 연지 오늘도 유치원에서 선생님 말 잘들어.. 알았지??.."




[연지]가 고개를 끄떡 거리며 TV로 다시 눈을 돌린다.


혼자 유아용 프로그램을 보는데 정신이 없다.




[연지]공주님의 이마에 아쉬운 작별의 뽀뽀를 하고 집을 나섰다.




아침 7시 30분..


차에 시동을 켠다.


오늘도 힘차게 시작이다.






텅빈 사무실..


항상 내가 먼저 첫출근이다.


이시간에는 청소를 하는 용역 아주머니들 외에는 아무도 없다.




어제의 업무.. 오늘의 일.. 이번주까지 해야 할 일...




그나저나.. 메신저 아이콘의 [보연]이 누나..


엊그제 전화통화 이후.. 연락이 없다.




정말 잠깐 스친 바람이었을까??


내가 별로 맘에 들지않는걸까??




부담없는 누나 동생사이.. 그렇게 좀 진득하니 오래 가길 바라는 심정은 여전하다.


이렇게 그냥 스쳐 지나버리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여자이다.




"이따.. 미용실에나 가볼까??...."




두팔을 뒤로 뒤로 접어 팔배게를 하며 상체를 뒤로 젖힌다.




"어...어!!!!........"


[콰당!!!!!!!!!!!!!!!!....]




"씨바.........."




그나마 사무실에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다.


"에효오.. 니미럴.. 언젠가는 넓직한 임원용 책상에 안락한 임원용 의자에 앉아 보겠지..."




[딩동~]




"어??? 메신저??..."




[이슬빛]님이 로그온 하셨습니다.


[저.. 안녕하세여..]




"머야?? 누구지??..."




[누구세요?????]


[호호...글쎄 누굴까여??]




[저 아세요??]


[넵...^^....]




[이름이 뭐죠??]


[안가르쳐주징..^^]




"뭐야??...이거??....."




[저기염..김희준팀장님...]


[허걱!!..제이름을???????]




[며칠전 뵈었잖아여...]


[글쎄..잘 기억이.. 우리회사 분인가요??]




[넵.....]


[아하..혹시.. 생산부 현장에서 봤던..그......]




[..^^..]


[조윤정씨??????..]




[호호..쉿!! 비밀....]


[하하..일찍 출근하셨네요...]




[김팀장님 저 친추해주세염..]


[넵...]




[이슬빛]님을 친구항목에 추가하였습니다.




[김팀장님.. 절대 비밀이여... 아셨죠??]


[하하...네..]




[근데 제 아이디는 어떻게 아셨어요??]


[명함보구 입력했어염..]




[아..그러셨구나...]


[항상 이시간에 출근하시나봐요?]




[네....]


[가끔 이렇게 안부인사 드려도 괜찮겠져??..^^]




[아 그럼요.. 하루에 한번도 좋고 100번도 좋으니까..하하.. 조윤정씨 메신저 하고싶을 때


하세요...]


[저.... 그냥 이슬빛이라고 불러주시면 안되나영??? 저도 닉으로만 부를께염...]


[하하..그렇게 하세요..]




[그럼 이만.. 직원분들 오시네영..]


[네...]




[딩동~]


[이슬빛]님이 로그아웃 하셨습니다.




"하하.... 요것봐라????????.....하하하... 임홍주.. 넌 자식아 안돼...크하하하하...."




조윤정이라...


엊그제 만났던 생산부 현장의 계약직 여직원... 


연예인이다 이쁘다..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게.. 이렇게 먹힐 줄이야..




"역시.. 나이어린 영계는 칭찬에 약하다니까??..."




생산부 인형처럼 이쁜 깜찍이 여직원 하나가 뜬금없이 대쉬를 가하다니..


영계는 내 스타일이 아니지만.. [윤정]이는 예외이다.. 너무 이쁘니까...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유쾌하고 상쾌하고 통쾌한 이 짜릿한 기분... 흥분...




"아..씨바... 익사이팅 하다.. 정말.... 역시 우리나라는 살기 좋은 나라야....하하하..."






"좋은아침 입니다.. 팀장님..."


"어...하하하... 좋은아침...."




"하하.. 팀장님.. 무슨 좋은 일 있나보죠??..."


"아니.. 좋은 일은..무슨... 좋은 일이 생길꺼 같으니까.. 그런거지...하하..."








오전11시..




[똑똑똑]




실장실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꾸벅] 목례를 했다.


[고실장]의 호출 때문이다.




책상위에 앉아서 나를 싸늘하게 쳐다본다.


저번주 토요일의 그날 이후로.. 어떤 개인적인 감정표출이나 만남 또는 의사를 전달한적 없는


사이..


그날이후.. 아니 어쩌면 그전부터.. 나는 이 여자에게 나도 모르게 흔들리고 있었다는걸 


뒤늦게 깨달았다.


어쩌면.. 이 여자도 나와 같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한것.. 그걸 [고실장]도 깨닫고 나도 깨닫고.. 그냥 그날의 일은 


서로간의 영원한 비밀로 남게 될 것만 같았다.




[고실장]이 뿔테안경을 벗더니 책상위 서류하나를 툭 던진다.


그리고는 또다시 나를 쳐다본다.




"씨바.... 싸가지... 뭘좀 설명을 해주던지.. 또 뭐지?? 서류 보라는 얘기인가??...."




"저.. 이 서류 때문에 부르셨습니까??..."


"의자 가지고 와서 앉아요.. 올려다 보기 불편하네요.."




"네....."




[고실장]의 넓직한 책상옆 보조의자를 하나 놓고 마주 앉았다.




"디자인실에서 리빙앤키친의..다용도 수납부분을 수정을 했는데도 생산부에서는 제품생산이 


불가능 하다는 부분이 생겨 말썽이에요.."


"네??....."




"이부분을 이렇게 고정시킨다면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고..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재가 바뀌어야 하는데.. 그렇게 된다면 경쟁업체와의 원가경쟁에서 경쟁력을 잃고야 말겠죠.."


"흐음....."




"머리가 아파요.. 이것때문에.. 지금 마케팅부에서는 광고제작 들어가야 한다고 난리들이고..


위에서는 빨리 해결 하라고만 하고..."


"........"




"어차피 리빙앤키친은 처음부터 김팀장이 손댄거니까.. 디자인실과 협의를 하던지 생산부와


협의를 하던지해서 이문제를 빠른시일내에 해결해주길 바래요.."


"하하... 제가 무슨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도 아니고..."




"훗.... 그래서요??.."


"네???... 아니.. 제가 기획을 하다보니 어쩌다.. 아이디어를 낸건 사실이지만....."




"김희준 팀장!!..... 그냥 좀 시키면 네..하겠습니다.. 라고 짧게만 대답해주실 수는 없나요???" 


"............."




[고실장]이 화를 내듯 짜증스런 목소리로 음성을 높혔다.


"씨바..........."




"훗...... 대답도 없으시네요??..."


"죄송합니다.. 한번 노력해 보겠습니다.."




"노력만 해서는 안돼죠??... 일이 지금 커져만 가는데.."


"네에......."




"나가요...."


"넵........"




짓밟힌 자존심....치욕....굴욕....


항상 [고실장]과 미팅을 하면 그런게 느껴지는데.. 오늘은 아니다.


왠지.......서운하다.


그래도 무언가 특별한 사이일꺼라고는 기대하고 있는데..




밖으로 나가려고 손잡이를 잡는 순간이었다.




"잠깐이요........"


".......네??....."




"이 기집애가 드디어?????????????????...."






"이거 가지고 가셔야죠..."


"........넵....-_-......"




점심시간..


식사를 하고 모처럼 건물 옥상위에 올라와본다.


넓직한 옥상....




도심의 열섬현상을 방지하고 직원들의 복지시설을 증진하겠다며 시에서 돈까지 지원받아


울창한 숲처럼 꾸며놓은 건물옥상..


하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은 이곳을 이용하지 않는다.


가끔 여직원들이 이삼오오 짝을 맞춰 수다를 떠는 공간정도 밖에는..




그 벤치 위에.. 혼자 앉아있다.


스잔한 바람이 시원하다.




제법 날씨가 초여름에 가까워진다.


벌써부터 이렇게나 더우니 말이다.




후덥지근한 여름... 습기..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열기...와 땀...


회색빛 콘크리트 덩어리들로 둘러싸인 도시에서.. 아스팔트가 녹아내리는 듯한


그 습식사우나와 같은 여름은 올해에도 어김없이 찾아올 것이다. 


왠지 생각만 해도 짜증이 난다.






하지만.. 왠지.. 이렇게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니.. 그나마 다행이다. 






[보연]이 누나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안받는다.




왠지 예감이 안좋다.


차인건가?? 내가?? 뭘 잘못했다고??....




[띠리리리.......]




[보연]이 누나에게 전화가 온다.




일어나서 오솔길을 걸으며 전화를 받았다.




"응.. 누나.. 나..."


"흐음... 누나가 좀 늦잠 잤어..."




"이시간까지??.. 벌써 점심이야.."


"그래????? 어제 술좀 많이 마셔서....흐음..."




"무슨술을 얼마나 마셨길래.. 출근도 못하고 그러고 있냐??.."


"그래.. 내가 좀 서둘러야 겠다... 나중에 전화하자..."




"그래..그럼.. 출근잘해.."


[딸깍...]




오후 업무 10분전..


회사 사내 식당에서 잡다한 서류좀 챙겨온다는게 잊었다.


급하게 엘리베이터를 탄다.


지하로 내려간다.


반지하 선큰 광장... 지하식당의 입구..


서둘러 내려간다.




식당용역직원을 만났다.


얘길 주고 받고 있다.


문득 시선이 머무는 한 여자..




[고민지..]실장..




혼자 앉아 텅빈 테이블위 식판을 올려놓고 밥을 먹고 있다.


점심이 늦나 보다.


그러고 보니.. 여지껏 점심때.. 혼자 저기서 이시간에 저렇게 먹었었나??...




복사해주는 서류를 챙겨들고 뒤돌아 섰다.


왠지.... 발걸음이 무겁게만 느껴지는 이 이유는 무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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