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바람부는 날에는 - 8부

본문

자정.. 






동네 참치회집..


[오끼나와]


토요일이라 손님들이 시끌벅적 붐빈다.


쇠주가 벌써 한병이 비워졌다.




"체.... 씨바...."




[고민지]...


아까의 그 아찔함과 황당함..


도대체 그 기집년 뭘까?? 왜 때렸을까??


난데없는 귀쌰데기를 태어나 처음으로 기집애에게 얻어맞은


이 더러운 기분...




분명히.. 분위기 좋았었는데..


"뭐?? 자기는 그런 사람 아니라고??......체..씨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싫으면 싫다고 말하면 될 것이지.. 유부남의 귀싸데기를 날려??.."


"체... 지가 실장이면 다야?? 니미...."




하여간.. 알면 알수록 사연이 깊어만 간다.


그놈의 매직스틱사건... 부터.. 아찔함을 즐기다가 느닷없는 귀싸데기라..


월요일부터.. 마주치기가 곤란할 것 같다.




집으로 향한다.


단지내 상가의 불꺼진 케잌가게..




"그러고 보니 주말인데.. 연지랑 와이프랑.. 함께 하지도 못했군.."




오늘은 한것도 없이 왠지 피곤하기만 하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현관문을 열고 신발을 벗어재끼고 불꺼진 안방으로


갔다.


침대위 기절한 듯 잠들어 있는 [연지]와 [미정]이..


TV의 불빛이 이 둘을 흔들거리며 비추고 있다.




엄마 옆에 곤히 잠든.. [연지]...


[미정]이 얼굴을 보니.. 어쩜 이렇게 자기 엄마를 쏙 닮은건지..




잠든 [연지]의 이마에 가볍게 뽀뽀를 했다.


그리고 [미정]이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요즘 사이가 안좋아져만 간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내 마누라... 여지껏 사랑해서 여기까지 온 사이다.




누구처럼 무책임하게 이혼을 한다거나 그럴 생각은 요만큼도 없다.


잠든 [미정]이의 머리를 쓸어넘겼다.


참 오랜만이다.. 와이프의 머리를 이렇게 쓸어보는것......




"외간녀자에게 귀싸데기나 얻어맞고 돌아다니는 못난 남편왔다.. 마누라......"




아까의 그 생각을 하니.. 은근히 화도 치밀지만.. 왠지 [미정]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여실장과 부적절한 행동을 했었다는 것... 그리고 맞았다는것..




"훗... 여실장에게 귀싸데기 맞았다고 하면 얼마나 화내고 속상해 할까??..." 




와이프가 잠결에 몸을 뒤척인다.


"흐음............."




그러더니 인상을 찌푸리며 눈을 뜨며 깨어난다.


내얼굴을 유심히 바라본다.




"......왔어??.... 여기서 뭐해??..."


"그냥.. 잠자고 있는거 구경했어...."




"이씨....술먹고 오더라도 자는거 깨우지 말라고 했지??..."


"내가 뭐 깨웠냐??....그냥 니가 일어난거지..??.."




"이씨.... 오빠가 건드렸으니까.. 깬거잖아!!......"


".............."




"빨랑..가서 자........."


"..............."




거실쇼파에 길게 누워 TV를 켰다.
















월요일 아침..




"좋은 아침입니다..."


"안녕하세요........팀장님.."


"좋은아침입니다. 팀장님....."






1팀장 [종수]형과 베란다 난간에 기대어 서서 커피한잔씩 들고 노닥거리고 있다.


"이번에.. 와이프가 내가 펀드로 쪽박찬거 경매로 다 만회해줬지 뭐야..."


"경매??...?"




"무슨 경매학원인지..뭔지..그거 몇달 다니고 법원 쫒아다니더니만 금방 벌더라고??.."


"얼마나??..."




"하하.. 그건 말 못하지..."


"에이.. 요즘에 가뜩이나 경기도 안좋은데 그런게 돼???.."




"나도 처음에는 말렸지... 근데 글쎄 경기가 이모양이다 보니까 망해 나자빠지는 물건들이


쏟아져 나오는거야.. 일단 낙찰되면 10%만 걸고 중도금하고 잔금 치루기도 전에 매수자들이


나타난다는거야... 물건만 좋으면...."


"그래??...."




"화곡동 상가는 집사람이 관리하니까.. 거기서 나는 임대수익으로 또 그렇게 재산을


불리더라구..."


"그렇군......."




"하하.. 이거 몇달만에 내 일년치 연봉을 금방 벌어재끼더라니까??..."


"뭐????????????....."




"너도 제수씨한테 그거 좀 배우라고 해봐...여자들이 그런거는 꼼꼼하게 잘따지면서


체질이 맞는것 같더라구....."


"하하........"




"제수씨 집에 그냥 있잖아.. 내가 집사람한테 말해서 그 학원 소개시켜줄테니 말이야.."


"훗...아냐...와이프 하는일 있어...."




"밑천이 생겼으니..이참에..화곡동에 상가 전세자금 빼주고 적절히 리모델링해서..되팔구 한다던데..


그걸로 강화도쪽에 땅을 사둬야 한다더라...."


"누군....좋겠다..."




"그러게 너나 나나 직장인들은 재테크가 중요한거야.. 월급 받아가지고 어느천년에 떵떵거리면


서 살아 보겠냐??..."


"그러게........"




"시간 됐다.. 들어가자..."


"그래..형..먼저가... 난 좀 더 있다 들어갈래.."




담배를 하나 더 입에 물었다.




[종수]형...


7년전 나와 같은 입사동기..


결혼도 같은 년도에 한달차이로 여러모로 비슷하게 출발했다.


그놈의 각자 와이프만 틀린거다.




하지만 [종수]형은 자기집 외에 화곡동에 4층짜리 작은 상가를 하나 가지고 있다.


형수는 무척 알뜰하고 가정적인 여자이다.


애를 둘이나 키우면서도 부동산,주식,펀드..이번엔 경매까지.. 부럽다. 




하지만 나는 이게 뭔지... 융자잔뜩 잡힌 아파트에.. 차만 두 대...


와이프는 재테크는 커녕 놀기만 좋아할 뿐이고.. 여지껏 모아놓은 재산이라고는


한푼도 없고.. 쓰잘데기없는 보험증권만 잔뜩 있고.. 그저 월급받으면 그걸로 한달간 쓰면 땡...


그냥.. 평생 이렇게 살다가 뒈져야만 하는 인생인건가??




더이상 와이프 탓만 해서는 안되는 거다.


"그래.. 그건 해서는 안될 생각이야.. 내가 못난거지..." 


"맞아.. 나 믿고 결혼해서 여지껏 살아왔는데.......... 요즘 내가 진짜 미친거야..


고생하면서 애키우고 나같은 놈을 자기밖에 모르는 서방으로 믿을텐데.... 


그런 부정적인 생각만 하면 절대 안돼는거야......."




"후우........................"




담배를 탁탁 털고 안으로 들어갔다.


복도를 지나 사무실앞으로 향한다.




"아.....이런..!..."




엘리베이터홀쪽에서 정장차림의 단정한 단발머리..무표정한 하얀얼굴..


[고민지...]실장...




[또각..또각..또각..또각..]




목례를 했다.


대꾸도 없이 애써 태연한척 걸어온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내 뒤로 [고실장]이 들어온다.




"좋은아침입니다.. 실장님..."


"안녕하세요...... 실장님..."




[고실장]이 역시 대꾸도 없이 자기방쪽으로 가버린다.




"뭐야?? 2팀장.. 밖에서 뭔일 있었어??... 또 깨진거야???.."


"아니??....나도 몰라.."




"이거 아침부터.. 분위기가 안좋네?? 기획실 회의 전에 제출할 자료를 아직도 못챙겼는데..


큰일이다...이거..."


"훗................"








회의실


월요일 아홉시... 정각


기획실의 부서회의...




실장자리만 남겨두고 오른쪽에는 나와 우리 2팀..


왼쪽으로는 [종수]형과 1팀..




실장실과 회의실은 벽하나 두고 있다.


[고실장]이 실장실의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 옆쪽의 문만 열면.. 바로 저자리로 들어오게 되어있는


구조이다.




걸쭉한 회식 뒤.. 출근첫날에는 의례 임원들이 기강을 잡는 차원에서 사소한 꼬투리라도


물고 늘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들 오늘의 아침회의를 무척 긴장하고 있다.




잠시후.. 넓직한 화이트보드 옆문이 열리며 [고실장]이 들어온다.


자기 자리에 앉는다.




"지난번 2팀에서 추진했던 리빙앤키친은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생산라인을 구축하기로


결정 했어요... 2팀에서는 마케팅부와 협의해서 소비자성향 리서치조사


결과를 토대로 판매전략에 대한 논의를 추진하고 그 결과보고를 다음주까지 제출해 주세요.."


"네....."




"그리고 1팀... 오늘 아침..제자리에 아무것도 없네요.. 뭐죠?..."


"네...실장님... 아직...."




"이것봐요.. 이종수팀장!!..."


"넵..실장님.."




[고실장]이 무섭게 [종수]형을 쳐다본다.


그런데 왜일까....


저 눈빛이 무섭기 보다는 슬퍼보이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회의 끝나면 내방에 따로 와요.."


"네..."




[고실장]......


[고민지..실장...]




기획실 직원들에게 이런저런 업무에 과한 진행사항을 꼼꼼히 체크하고 지시하며


일방적으로 회의를 주관하고 있다.




딱딱한 회의 분위기..


지혼자만 잘난척하는 저 카리스마..


하지만.. 사실 잘난게 맞다........


잘났으니까.. 그렇게 보였던 거다..




단둘만이 은밀하게 주고 받았던 진한 키스와 스킨쉽..


그 스커트 안의 내 손길..


촉촉히 젖어든.. 그 팬티안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었던 내 손가락..


그놈의 귀싸데기 마무리만 아니었더라도...




그렇게 넋나간 사람처럼 [고실장]을 쳐다보고 있다.


[고실장]이 업무지시를 하면서 떠들어 대다가 순간 넋나간 내눈과 눈이 마주쳤다.




"차갑다!!...."




순간 정신을 차렸다.




"1팀 이번주 업무계획서를 보니까.. 영업부 지사관리 파견이 잡혔던데.. 누가 가는거죠??.."


"네.. 최주임하고 이민희씨 입니다.."




"흐음...............이민희씨.. 올해 몇이죠??..."


".........24살이여.........."




"어때요... 기획실 생활해 보니까...."


"..........흐음... 잼있어여........"




"자.. 이번주도 한주 새롭게 시작한다는 각오로 오늘부터 각자 각 팀장을 중심으로 활기차게


각자 맡은일을 열심히 해주길 바래요.. 이상입니다.."




다들.. 자기 자리앞의 서류와 노트,다이어리를 챙긴다.




오늘은 구호도 외치지 않는다.


아무래도 [종수]형이 무사하지 못할 것 같다.






각자 부서별 업무에 정신이 없다.


[종수]형은 처참한 표정으로 실장실밖을 빠져 나온다.




서둘러 밖으로 나간다.


쫒아 나간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가 누구 하나 깨지면.. 꼭 가서 달래주는 사이이다.


건물 발코니..


[종수]형이 울그락 불그락하며 담배를 입에 물고 있다.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내밀었다.




"씨발년.... 저 좃같은년..저거....흐휴우....씨발....."


"뭐라는데??....."




"뭐라기는 씨발년........"


"그러게 형은 잘 하다가 무슨배짱으로 결재를 안올렸어??.."




"체... 저년이 니 칭찬 하더라??..."


"나??? 뭐??...."




"나보고 2팀장 반에 반만이라도 닮으라던데..??... 씨발........"


"하하.... 뭐 틀린 말은 아닌네...하하하하......"




"이자식이..진짜....."


"아.. 농담...하하하하......."






그날 오후..


[고실장]의 지시로.. 경기도 광주에 있는 생산라인에 오랫동안 파견되어 있는 


[임과장]과 미팅이 있었다.


[임홍주]과장.. 이녀석은 나와 대학동기이자 입사동기이다.




"하하... 임과장이 그래도 본사에 있었을 때.. 좋았었는데.. 종수형이랑.."


"그러게 말이다.... 근데 벌써 3년째 되니까.. 이젠 여기가 좋더라....."




컨테이너박스의 생산부 현장 가건물...


보기드물게 이쁘장한 여직원 하나가 커피를 타가지고 온다.




늘씬한 키에.. 새하얀 피부... 치렁치렁한 길다란 생머리..


누가봐도 첫눈에 뿅가게 생긴 인형같은 여직원이다.




"어.. 미스조.. 인사드려.. 본사 기획실 팀장님이셔..."


"안녕하세여...."




"하하.. 안녕하세요.. 히야아.......굉장히 미인이시네??....우와아..혹시 연예인이세요???..."


"호호......"




"야..야...이거... 왜이래?? 애딸린 유부남이... 미스조.. 난 총각 알지??..."


"호호호..."




"짜식은... 그걸 꼭 밝혀야 하냐???...."


"어허!!... 결혼하면 끝인게야!!... 어서 총각행세를 하려고...수작이야!!..."




"이름이 뭐죠???...."


"호호.....조윤정이여..."




"음... 조윤정씨.. 제가 본사쪽으로 자리 하나 만들어 드려야 겠어요..."


"하이고... 요거 작업거는 것도 가지각각이다..."


"호호호....."




"이렇게 이쁜 아가씨가.. 본사에 있어야 하는거야.. 남자직원들이 잘보이려고..하다보니 


오히려 업무수행능력이 향상된다니까???.....진짜야??..."


"호호호......"


"요거..아주...기획실 있다보니.. 아주 능청스러워 진것 좀봐...됐다..이녀석아..


안그래도 생산부..의 능률이 다달이 급성장이다...."




그날 오후 늦게..


본사 기획실로 들어왔다.




"잘 다녀오셨어요??..."


"응....."




"실장님은??..."


"볼일 있다고 아까 나가셨어요.."




"제발.. 퇴근전까지 오지 말아야 정시에 도망갈텐데...."


"호호호....."




"뭐 연락온거 없고??.."


"네....."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엇???......."




마우스 옆... 여자머리..카락 한개..


단발길이의 생머리.................




지난 토요일 [고민지]실장이 턱을 괴고 앉았던 자리.. 그 흔적인가 보다..


그 머리칼을 조심스레 손가락으로 집어 들었다.


팽팽히 양손가락으로 잡고 있다.


굵은 머리칼... 윤기가 배여있다.




클럽에서의 진한 키스..


그리고 팬티속까지 집어넣은 손가락..


손가락 끝에서 느껴지는 촉촉함과 까칠함.....


까칠함.....




왼손을 집게로 만들어서 한쪽 끝에서부터 손톱으로 꾸욱 누르며 지났다.


[고실장]의 굵고 윤기나는 머리칼이 어느덧 꼬부라진 거시기털로 변해버렸다.




"풋!!......띵털??.."




"크크크.................."




모니터 너머의 이대리가 나를 쳐다본다.




"호호... 팀장님 뭐가 그렇게 웃겨요???..."


"하하...아니... 그냥......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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