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구름위에 산책 - 9부

본문

구름위에 산책 








윤 설 아










제 9 부 






◇ 여름 밤 냇가에서 ◇






산에서 수진이와 함께 내려와 별장으로 들어가니 뜻밖에도 낯선 손님들이 


별장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민주야! 마침 잘 왔다. 네가 반가워 할 손님이 왔다”




동수가 나를 보며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응? 나를 찾는 손님이?”




“그래? 어디?”




나는 아무런 영문을 몰라 동수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데 대청마루에 앉아있던 몇 명의 아가씨들 


중에서 한 아가씨가 일어서며 나를 보고 달려서 나온다. 




“야! 김 민주! 너 나 몰라?”




“???”




“하긴 민주 너는 나에게 아무 관심도 없었지”




“???”




“아직도 나를 모르겠어?”




“그런데 누구시기에 나를 아세요?” 




나는 기억이 잘 안 나는지라 늘씬한 아가씨를 보면서 말했다. 




“야! 김 민주 너 그때나 지금이나 여자들에게 무심하기는 똑 같네 누구긴 바로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너하고 같은 반에 있던 박 영선이야!”




“아 박 영선이........ 그 얌전하고 공부만 하던 박영선이.......”




나는 비로소 기억 속에서 초등학교 동창생의 얼굴을 기억해 내고는 반가와 했다.




“이제야 생각이 나는 모양이네 그런데 야 민주 너 초등학교 때도 멋이 있었지만 지금은 더 멋지네!” 




“아, 그래 영선이 네가 여기는 어쩐 일이야?”




내 말에 영선이는 차분하게 여기에 온 이유를 설명했다.




“응 우리 친구들이랑 외가에 피서를 왔는데 밑에 마을에 있는 냇물은 너무 오염이 되어서 목욕을 


못하겠더라. 그래서 여기 별장 앞에 있는 개울이 너무 맑고 좋아서 여기로 찾아 왔다가 별장을 관리 


하는 아저씨가 여기는 개인 소유지라서 외부인이 함부로 못 들어온다고 막지 뭐니”




“그래 본래 여기는 개인 소유지라서 마을 사람도 안 오고 외부인도 출입금지를 시키고 그래”




영선이의 말에 동수가 내가 할 말을 자기가 했다. 




“그래서 아저씨를 보고 별장 주인에게 허락을 받겠다고 양해를 구했더니 마침 별장 주인 사장님의 


아들이 와서 있으니 한번 찾아가서 사정을 해 보라며 친절하게 여기 까지 안내해 주더라.” 




“아 그랬구나! 나는 처음 영선이 너를 보고는 통 기억이 안 나서 한참 생각을 더듬었다. 초등학교 때 


보다 영 모습이 많이 달라져 있어서 몰라봤다.”




내가 영선이를 보며 처음부터 알아보지 못한 것을 미안해했다. 




“괜찮아 본래 민주 너는 나에게 아무 관심도 없었는데 뭐 그래도 동수는 나에게 너무나 잘 해 주었는데” 




영선이는 담담하게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동수가? 영선이 네게 참 잘해 주었는가 보지?”




내가 영선이의 말에 새로운 사실을 들은 것처럼 말했다. 




“왜? 여태껏 민주 너는 몰랐어? 하긴 그때 너는 오 미희 선생님께 온통 정신을 빼앗겨 우리 반 여자 


애들에게는 영 관심이 없었지” 




그러자 동수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민주야! 우리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 하자”




“그래 참 안으로 들어가자”




나도 영선이 입에서 오 미희 선생님의 이야기가 나오자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별장 안으로 들어서니 영선이와 함께 와서 있던 아가씨들이 나를 보며 말했다. 




“어머나! 김 민주 선수! 오늘 직접 보게 되어서 너무 기뻐요”




“텔레비전에서 보는 것보다도 더 멋이 있네요.” 




“와 너무 멋있다!”




“정말 너무 좋다”




나를 둘러싸며 영선이와 같이 온 아가씨들이 나에게 무척이나 많은 관심을 보였다. 




모두들 한자리에 둘러앉아서 혜선이와 수진이가 썰어서 가져 온 수박을 나누어 먹으며 이야기 했다. 




“야 영선아! 이제부터 우리 여기로 짐을 옮겨와서 합치자”




“그래 민주씨가 영선이 너 초등학교 동창생인데 같이 합치자고 하면 반대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래 여기 별장도 넓은 것이 너무 좋다”




“그래 여럿이 같이 지내면 더 좋지 뭐니”




“그래 그럼 내가 민주에게 물어볼게”




영선이가 자기 친구들의 말을 듣고는 나에게 물었다.




“민주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방금 우리 친구들 이야기를 들었지”




“응? 영선이 너 친구들과 함께 합치자고?”




“그래 민주 너하고 나하고 동수하고 동창생들인데 함께 지내면 좋지 않겠니?”




“하긴 그래 그럼 영선이 네 말대로 그렇게 해”




나는 혜선이와의 관계에서 오는 서먹서먹한 분위기 보다는 이렇게 여럿이서 지내는 것이 차라리 


좋을 것 같았다. 




그리하여 영선이는 동수를 데리고 가더니 자기 친구들이랑 짐을 몽땅 다 싸가지고 우리 별장으로 왔다. 




그러자 분위기가 대번에 확 변했다. 




마당에 숯불을 피우고 돼지고기 삼겹살을 굽고 마치 잔치 날처럼 떠들썩하게 저녁을 함께 먹었다. 




소주도 몇 병 곁들여서 마시고 정말로 분위기가 참 좋았다. 




그런데 술이란 것이 사람의 입에 들어가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저절로 자동으로 숨김이 없이 막 온갖 


비밀이 다 흘러서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나에게 태권도를 가르치신 조민수 관장님은 나에게 절대로 술을 과음하여 마시지 말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영선이의 입에서 나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놀라운 비밀 이야기가 튀어서 나왔다. 




“민주 너는 모르지? 동수하고 나하고 미선이하고 경자하고 명희하고 다 보았지 네가 오 미희 선생님과 


교실에서 꼭 껴안고 있는 것을 말이야! 그리고 오 미희 선생님이 너에게 키스를 하는 것도 다 보았어.”




“응? 무엇이?”




나도 모르게 놀라서 외치며 일어섰다. 




그러자 그 자리에 함께 있던 모든 사람들이 돌발적인 나의 행동을 보고 놀랐다.




그런데 술이 취한 영선이는 조금도 놀라지를 않고 계속 말했다. 




“응? 왜 그래 민주야!”




“???”




내가 대답을 못하고 그대로 서 있었다. 




“애는 뭐 그깟 일로 놀라기는? 진짜 이야기는 지금 부터야 자 들어 봐! 그 때 그 모습을 보고 너를 


짝사랑하던 경자는 죽는다고 야단이 나고 명희도 죽는다고 야단이 났지 나도 너를 무척이나 좋아했는데 


나는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엄청나게 큰 충격을 받았지. 그래서 그 때의 내 기분은 아 이래서 


사람들이 확 돌아버리는구나! 하고 느꼈어”




“???”




내가 영선이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그대로 계속 서 있었다. 




“아 그때 민주와 오 미희 선생님의 일은 초등학교 어린 시절의 일인데 새삼스럽게 그 일을 영선이 너는 


왜 끄집어 내냐?”




동수가 영선이를 보고 넌지시 말했다. 




“야 동수 너도 책임을 져야지! 오늘 이 자리에서 확실하게 말해 봐 너 나를 사랑한다고 말이야!”




“???”




그러자 동수는 갑자기 꿀을 먹은 벙어리처럼 할 말을 잊은 채 그대로 있었다. 




나는 갑자기 내 이야기에서 동수의 이야기로 옮겨서 가자 안도의 한숨을 내어 쉬며 조용히 내 자리에 


도로 앉았다. 




“내가 오 미희 선생님과 민주 너의 비밀을 다 알고 나서 민주 너에 대한 반감으로 네 친구 동수를 


사랑하게 되었지 그래서 그 때부터 민주 네가 보는 앞에서 둥수하고 내가 단짝이 되어 붙어서 다니다가 


민주 네가 오 미희 선생님과 하던 것처럼 키스도 하고 안고 자기도 하고 우리는 결혼을 하자고 약속도 


한 사이야!”




“무엇이? 너희 둘이 결혼을 할 사이라고?”




나도 모르게 큰 소리가 내 입에서 나왔다.




“그래 김 민주! 너 왜 그래? 내가 동수하고 결혼을 하려는데 네가 왜 나서는데? 혹시 우리 두 사람 결혼식에 


축의금을 많이 내려고 할까 봐 그래?”




영선이는 이제 언성을 높여서 이야기를 했다. 




“아니? 나는 영선이 네가 갑자기 동수하고 결혼을 한다고 하니까 너무 좋아서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나왔다”




솔직하게 그 순간 왜 그런지 기분이 너무나 좋았다. 




이제 혜선이의 일로 신경을 전혀 안 써도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 그래 나는 민주 네가 왜 그러는지 궁금하여 자세하게 그 이유를 물으려고 했는데 그럼 되었네.” 




영선이의 주기가 점점 올라가면서 말이 많아졌다. 




“나는 영선이 네가 그런 일이 있는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나는 마음 한편으로는 너무나 좋으면서 밖으로는 천재일우의 이 좋은 기회를 이용하여 혜선이에게서 


동수를 멀리 멀리 떼어내고 싶었다. 




“영선아 너 너무 취한 것 같다 이제 그만 들어가자”




영선이와 함께 온 친구 중에 하나가 애써 분위기를 살피며 말했다. 




“아 조금만 더 있다가 가! 아직 내 할 말이 많이 남아 있는데”




영선이는 친구의 만류에도 막무가내로 버티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여태껏 잠잠하게 영선이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혜선이가 영선이에게 물었다. 




“저어 좀 더 자세하게 말해 보세요. 그러니까 동수씨하고 영선씨가 그때부터 아니 그 보다도 솔직하게 


말해 보세요. 둘이서 결혼을 약속했다고 했는데 그러면 둘이서 깊은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나요?”




별장 정원에 켜진 불빛에 비친 혜선이의 얼굴은 무척이나 창백해져 있었다. 




“아 뭐 여긴 미성년자도 없는데 다 사실대로 말할 게요. 그래요 동수하고 나하고는 여러 번 아니 수십 번 


관계를 맺은 사이예요 얼마 전부터 좀 뜸해지기는 했지만 그런데 실례지만 그 쪽은 민주의 애인 같은데 왜 


그렇게 궁금해 하세요?”




영선이는 혜선이가 동수의 애인인지도 모르고 그냥 아무 숨김이 없이 다 말했다. 




“여러 번이 아니고 수십 번이나 동수씨와 관계를 맺었다는 말인가요?”




혜선이는 다시금 확인을 하듯이 영선이에게 물었다. 




“아 그럼요, 그러니까 동수와 내가 결혼을 할 사이라고 지금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영선씨! 고마워요 사실대로 이야기를 다 해주어서”




혜선이가 영선이에게 마치 무거운 짐을 벗은 것처럼 말을 했다. 




“아 뭐 고마울 것 까지는 없는데 난 사실대로 말을 한 것 뿐 인데요.” 




영선이는 술기운에 점점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동수는 완전하게 할 말을 잊은 채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미성년자인 수진이는 뜻밖의 폭탄이 자기 오빠의 머리위에 날라 와서 사정도 없이 터지자 어안이 


벙벙하여 잠시 할 말을 잊고 있었다. 




하긴 영선이가 수진이를 볼 때에 애가 키가 엄청나게 커서 고등학생으로 보이지를 않고 대학생으로 


보였던 모양이었다. 




영선이의 이야기를 듣고 나자 나는 마치 자유를 잃고 억압을 받다가 광복절을 맞이하여 자유 독립을 


얻은 기분이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이제 친구 동수에게 미안해 할 것도 없고 혜선이에게 죄를 지은 것처럼 그렇게 대할 


필요도 이제는 전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면 내 친구 동수가 여태껏 영선이와 사귀고 있다가 갑자기 자기 앞에 나타난 혜선이에게 


마음이 옮겨진 것이라고 말할 수가 있다. 




그래서 영선이를 멀리하고 혜선이를 자기 애인으로 만들어 어쩌면 혜선이와 결혼까지도 생각을 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곳 춘천으로 나하고 피서를 와서 동창생인 영선이를 만나게 되고 오늘밤 그녀의 입을 


통해서 놀라운 비밀이 밝혀진 것이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오빠는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수진이가 자기 오빠에게 짜증을 내듯이 물었다. 




“응? 무얼 어떡하긴 무얼 어떡해?”




그래도 만만한 것이 여동생이라고 수진이에게 쾍 소리를 질렀다. 




“아니 오빠는 저 언니를 책임을 져야 할 것 아냐”




수진이가 자기 오빠를 향해 당당하게 말했다. 




“당연히 그래야지요 동수씨는 이제 영선씨를 책임지고 돌보세요. 초등학교 때부터 둘이 사랑하고 


그랬다는데”




혜선이도 차가운 음성으로 동수를 향해 말했다. 




“그래도 혜선이 너에게 미안해서”




동수는 아직도 혜선이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여운을 남긴 채 말을 했다. 




“미안해 할 것도 없어요. 사실 말이지만 동수씨하고 나하고는 그저 대학교 동아리에서 만나서 


그저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였잖아요. 그리고 우리 사이는 아무런 관계도 없었고요. 오히려 친밀한 쪽은 


영선씨가 아닌가요?”




“그래 맞아요. 나하고 동수는 떨어지라고 해도 떨어질 수가 없는 사이지요”




영선이가 계속 떠들어 댔다. 




나는 영선이가 그럴수록 기분이 너무나 좋았다. 




영선이는 오늘 밤 나에게 있어서 그 무거운 고난의 짐을 시원하게 한방에 날려버린 자유의 여신이었다.




분위기가 이상하게 무거워지자 영선이의 친구들은 조용히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나도 이제는 이곳에 더 머무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자 수진이가 재빠르게 따라오며 물었다. 




“오빠! 지금 어디 가?”




“응? 그냥 냇가에 바람 좀 쏘이러 간다.” 




“그럼 나도 갈래”




내 말에 수진이가 따라 붙는다. 




그러자 혜선이도 그 자리에 있기가 그런지 얼른 일어나 나를 따라온다. 




“나도 민주씨와 함께 갈게요”




“아 그래요 그럼 함께 가요”




나는 수진이와 혜선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잠깐 나도 같이 갈게”




동수도 따라 나오며 말했다. 




그러자 수진이가 앵하니 쏘아서 부친다. 




“오빠는 영선이 언니 돌보아야지 술이 취한 사람을 그냥 밖에 그대로 둘 거야?”




“그래요 동수씨는 영선씨를 데리고 얼른 집안으로 가세요. 많이 취한 것 같은데”




혜선이도 수진이의 말에 함께 동조를 했다. 




동수는 내심 내가 두 사람의 말을 눌러버리고 자기와 함께 가자고 말을 해주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는 것 


같았지만 내가 지금 그런 말을 할 처지가 못 되었다. 




내가 아무 말이 없자 동수는 할 수 없이 영선이에게로 갔다. 




냇가로 나와서 너른 마당 같은 바위 위에 셋이 나란히 앉았다. 




수진이와 혜선이를 양쪽에 앉히고 달밤에 흐르는 냇물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갑자기 기분이 영 이상했다. 




어쨌든 조금 전에 했던 혜선이의 말을 들어보면 동수와 혜선이는 아무런 육체적인 관계가 전혀 없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무척이나 나에게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하긴 혜선이가 목욕을 하다가 그런 지경이 되어서 그랬지 일반적인 사이라면 순순히 몸을 허락할 여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러고 보면 혜선이는 마음이 쾌나 야무진 모양이다. 




너구리같은 동수를 만나서 육체적인 관계가 전혀 없었다는 것은 보통 야무진 성격이 아니다. 




“오빠! 우리 오빠 땜에 마음이 많이 아팠지?”




수진이가 나를 보며 물었다.




“아니 전혀 그렇지 않으니 수진이는 마음 편하게 가져”




“그래도 돼 오빠”




“그럼 괜찮아 그리고 너희 오빠도 수진이 네가 이해를 좀 해주면 좋겠다.” 




“뭐 그거야 이해하고 뭐 그런 것 까지는 없고 여기 있는 혜선이 언니에게 좀 미안하지 오빠”




“저는 괜찮아요.”




수진이의 말에 혜선이는 오히려 들뜬 마음으로 말했다. 




“그런데 수진이는 조금 전에 들은 나에 대한 이야기에 무척이나 실망을 많이 했지”




나는 속으로 이번 기회에 이왕 일이 이렇게 벌어진 것 이 참에 수진이를 아예 내게서 떼어버리고 


혜선이와의 관계를 정상화 시켜야 하겠다는 마음에서 넌지시 말했다. 




그러자 수진이는 어림도 없다는 듯이 나에게 말했다. 




“오빠는 그런 일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돼요. 뭐 그런 일은 초등학교 때 누구나 다 한번 쯤 가지는 


짝사랑인데 뭘 그래요”




“그래도 조금 전에 수진이도 들었지 않아 내가 오 미희 선생님과 키스도 하고 서로 껴안기도 했다고 


말이야”




나는 좀 더 강공으로 수진이를 몰아서 부쳤다. 




“응? 그래서 그게 어떻다는 건데 오빠는?”




호락호락 수진이는 내게서 물러서지를 않았다.




마치 백마고지 용사와 같이 꼼작도 하지를 않고 물러서지도 않았다.




“아니? 그냥 수진이 네가 상처를 받으면 어떡할까 싶어서 그러는 거야”




“응 그런 문제라면 오빠는 조금도 걱정을 안 해도 돼요”




수진이의 이런 확고한 신념 앞에 나는 더 이상 나에게서 수진이를 떼어내는 일을 포기하고 말았다. 




참 나하고 수진이와의 인연은 무척이나 질긴 끈처럼 매어져 있었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에 우리 아버지는 늘 회사일로 바쁘시고 우리 어머니는 항상 학교의 일로 바쁘시고 


우리 누나는 누나대로 바쁘고 그러다가 보니 집으로 가면 늘 혼자 외로웠다. 




그래서 우리 누나가 집으로 올 때까지 놀이터에서 혼자 그네를 타고 기다리고는 했는데 어느 날 


수진이가 붕어빵을 한 봉지 사들고 지나가다가 뜻밖에도 나에게로 다가오더니 불쑥 붕어빵을 내밀며 


말했다. 




“오빠 이거 먹어!” 




처음에는 수진이가 내미는 붕어빵을 가만히 보고만 있다가 수진이가 자꾸 “오빠! 얼른 먹어!” 라고 말을 


하는 바람에 받아서 먹었다. 




그리하여 그 뒤에부터 자연히 놀이터에서 수진이를 자주 만났다.




그 뒤부터 수진이가 우리 집에도 자주 놀러오고 동수도 함께 놀러오고 그랬다.




그리고 나도 수진이네 집에 자주 놀러가기도 했다.




언젠가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려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그런데 다른 아이들은 자기 어머니가 우산을 다 들고 와서 아이들을 데려 가는데 나는 우산을 가지고 


올 사람이 없어서 우리 누나하고 우두커니 학교의 현관에 서 있었다. 




바로 그때 수진이 엄마가 우산을 가지고 와서 수진이와 동수를 데리고 가려다가 우리 누나와 내가 학교


현관에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을 보고는 차마 그냥 가지를 못하고 우산을 하나 주면서 둘이서 쓰고 가라고 


했다. 




그리고 동수 엄마는 하나의 우산으로 수진이와 동수를 양쪽에 끼고 갔다. 




그 일이 있은 뒤로 동수와 더욱 친해지고 수진이도 내 동생처럼 늘 붙어서 다녔다.




“나 민주 오빠에게 시집 갈 거야”




이렇게 수진이는 어릴 때부터 만나는 사람마다 이런 이야기를 서슴없이 하고는 했다. 




“저어 민주씨! 수진이를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혜선이가 언제 들어도 정다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 수진이를 어떻게 생각하다니?”




나는 혜선이의 물음에 선뜻 대답을 못하고 되물었다. 




“아 네 민주씨가 지금 수진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갑자기 궁금해서 물었어요. 어릴 때에야 그냥 


귀엽고 사랑스런 누이동생 같을지는 몰라도 지금은 다르거든요. 키도 크고 예쁘고 이렇게 많이 자란 


수진이가 지금도 옛날처럼 누이동생으로 생각을하고 있는지 아니면 사랑하는 이성으로 느껴지는지 


그것이 궁금하여 물은 거예요.”




“아 네 저는 아직도 수진이가 친구의 여동생이고 때로는 마치 내 여동생같이 느껴지고 그렇습니다.”




내가 그렇게 말을 하자 대뜸 수진이는 마치 나에게 달려서 들듯이 말했다. 




“아이 오빠는 그건 말도 안 돼요. 내가 이렇게 많이 컸는데 나는 오빠를 사랑해!”




“응 그래 나도 수진이 너를 사랑하지”




나는 수진이가 펄쩍 뛸 까봐 달래듯이 말했다. 




“그런데 혜선이 언니는 우리 오빠를 어떻게 만났어요?”




수진이가 혜선이에게 불쑥 물었다. 




“대학교 동아리에서 같이 만났어요. 처음 만났을 때에 외모도 서글서글하고 말도 재미있게 잘하고 


서로가 배려해 주면서 친하게 지냈어요. 그러다가 하루는 나에게 할 말이 있다면서 나를 불러내어 


찻집에서 말했어요. 그 동안 사귀던 아가씨가 배신을 하여 다른 남자에게 가버렸다고요. 나는 그 말을 


진실로 듣고는 참 불쌍하다고 동정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사귀게 되었지요. 


오늘밤 영선씨가 술이 취해 온갖 말을 다하는 바람에 깨어졌지만”




“그래도 다행이지 뭐예요 더 깊은 관계가 아니어서 정말 다행 이예요.” 




수진이가 혜선이에게 마치 자기의 친언니에게 말을 하듯이 했다. 




“본래 우리 사이는 몇 년 좀 더 사귀어 보다가 결혼까지 생각을 했는데”




혜선이는 그기까지 말을 하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를 않았다. 




이제는 부서진 거문고처럼 사랑의 연주를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푸른 달빛아래서 우리 세 사람은 아무 숨김이 없이 서로의 속내를 다 내어놓고 나니 왠지 마음이 


편안하였다. 




점점 밤이 깊어가자 수진이는 잠이 와서 졸더니 내 무릎을 베고는 잠이 들었다.




혜선이는 어느 새 내 어깨에 자기의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혜선이와 함께 여름 밤 냇가에서 흘러가는 물을 바라보며 중천에 높이 뜬 달을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유난히도 달이 더 밝은 것 같다. 




갑자기 내 마음 속에서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혜선이와 수진이를 데리고 깊은 산속에서 조용히 살면 안 될까? 




그러나 그 생각을 애써 떨쳐버렸다. 




그것은 한낱 내가 그리는 환상일 뿐이니까 말이다. 




여름 밤 냇가에서 혜선이와 함께 밤을 지세우며 나는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었다.






그대 있는 곳 그리움으로도 이르지 않을 먼 곳이라지만 피아노 소리 같은 영롱함으로 나는 


오랫동안 너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리라




이제 내 몸이 바라는 곳 시원한 물줄기가 있는 계곡도 바다도 아닌 사랑도 있고 따스함도 


있는 하지만 때론 아픈 고통도 있어 그렇게 무릎을 바닥에 대고 걸레질을 하듯 사랑과의 


마찰도 있어 더욱 아름다운 곳




아름다운 당신과 함께 살 수 있다면 나는 작은 집이라도 그런 곳에서 당신과 함께 살아 보고 


싶다.




청소차가 오지 않는 인적 드문 어느 시골에 진흙이 묻은 옷을 입고도 함께 웃으며 그대와 


함께 걷는 길에서 우리 둘의 웃음이 새겨진 도장을 낙관처럼 꾹 찍고 아름다운 풍경화처럼 


그렇게 살고 싶어라




아,




네 옆에




네 옆에 그렇게 살고 싶어라








10부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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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시간을 내어서 산으로 갔었습니다.




아름다운 봄꽃들이 만발한 그 산을 오르며 맑은 공기를 마시고 




산을 오르는 많은 등산객들이 저 마다 신기하하다고 한 마디씩 


하는 그 꽃들을 바라보며 설아도 한 마디 했어요.




정말로 아름답고 예쁘네! 




구름위에 산책을 읽어주시고 댓글과 추천을 눌러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려요. 




그리고 항상 **를 지키시는 **님께도 감사를 드려요. 




오늘도 설아의 글을 재미나게 읽어주시고 좋은 시간 되세요.








그리고 설아를 위해서 추천을 한번만 눌러주시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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