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바람부는 날에는 - 21부

본문

일주일이 지났다.


출근전.. [미정]이가 현관옆에서 안절부절 못하더니 한마디를 꺼낸다.




"흐음... 오빠.. 오늘도 늦어??..."


"글쎄... 모르겠어.. 또 회식있을꺼 같은데..."




"오늘은 좀.. 일찍 오면 안될까??..."


"훗... 이따 봐서..."




"연지야!!... 인사해야지... 아빠 출근하는데..."


"압빠아... 이따가.. 나아... 자기 전에 꼭.. 와야해에...."




"하하.. 내새끼... 그래.. 알았어... 아빠 볼에 뽀뽀..."


"쪽.."




"그래.. 엄마말 잘듣고 유치원가서 잘 놀고.. 이따 꼭 연지 잠들기전에 올께..."


"응...아빠...."


"오빠.. 출근 잘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간다.


[띵!!]


차로 다가가며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아차...씨바..키..."






뒤돌아 선다.


다시 엘리베이터 입구에 이른다.




누군가 우리층으로 가나보다.


우리층에서 멈춘다.




다시 엘리베이터가 내려온다.


다왔다.




[띵!!]


문이 열린다.


[미정]이다.




"오빠.. 차키 잊었더라.......자.. 피아노 위에 있었어.."


"응......"




"오빠.. 이따 몇시에 와??.."


"빨리 올라가봐.. 연지 혼자있을꺼 아냐..."




"알았어..오빠.. 조심히 잘가..."


"........."




[삑!!!]


차에 올랐다.


시동을 켰다.




회사로 출근이다.


텅빈 사무실.....




컴퓨터를 켠다.


오늘도 업무시작전 나의 사회생활 하루일과의 시작은 이슬빛과의 메신져..


나처럼.. 이 기집애도 참 부지런한 사람인건 분명해 보인다.




[딩동...]


[바람님.. 하이..]


[하이..이슬빛...]




오늘도 바쁜 업무시간..


텅빈 실장실 쪽을 쳐다본다.




[고민지..]


과연.. 그여자와 내가 잘 될수 있을까??..


아마 쉽지는 않을 것이다.




나도 그렇고 [민지]도 그렇고 한때의 불장난일 뿐이다.


언젠가 서로가 현실을 직시하게 되고 그냥 거기까지일 뿐일 것이다.




언제나 현실은 냉정하다.


소시민과 귀족의 사랑은 이루어 질수가 없을 것이다.




무료한 오후...


[고실장]이 없는 사무실이 왠지 씁쓸해 보이다니..


그래도 깊은 호감이 있는건 어쩔수가 없나보다..






퇴근을 얼마 남겨두고.. 이슬빛 [윤정]이와 또 채팅이 한창이다.




[그냥 집에 있겠죠..머..]


[그럼 바람님은 전화통화도 아예 안해요..]




[쉽지가 않겠죠..]


[불쌍하다.......]




[솔직히 와이프 생각하면 그런생각도 들긴해요..]


[아니 언니가 아니라 바람님이 불쌍해요..]




[헐...]


[이혼을 결심한 마당에 같이 산다는게 쉽지가 않을텐데..]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며칠지나니까 견딜만 해요..]


[마주칠때마다 좀 그렇죠??]




[아무래도 그전같진 않겠죠..??]


[이혼하면 뭐할꺼에요??]




[원없이 바람피워야죠..헐...]


[결혼생활 하면서도 피웠잖아요..]




[그게 바람인가요?? 그냥 하룻밤 해소좀 한거뿐이지....ㅋㅋㅋ..]


[지금도 피우나요??]




[한달동안은 서로에게 잘하기로 했어요.. 그 약속만큼은 꼭 지키려구


참고 있어요..]


[그럼.. 바람님 새 애인하구도 안만나요??]




[네...]


[그 애인이 이해해요?]




[네...]


[그 애인....지금 뭐해요?....]




[열심히 일하고 있겠죠..]


[이쁘다면서요..]




[아.. 무진장 이쁘고 몸매좋고 집안좋고.. 학벌좋고.. 죽여주죠...ㅋㅋ]


[사진이라도 좀 보내주면 안되나요?]




[절대안됨..]


[흐음.... 절대 안된다??... 그럼 혹시 내가 알 수 있는 사람일 수도??]




[헐...아님..]


[어??.... 내가 알 수 있는 사람이니까 그러는거 같은데..요??]




[아니요.. 이슬빛님과는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에요..]


[직장 동료???...]




[헐....진짜.. 아닌데..??..]


[무조건 아니라고만 하는거 보면 맞는거 같은데요????..그쵸????]




[넘겨집지 마셈.. 아닙니다.]


[내가 알면 안되는 사람이 맞죠?? 이상황에서 아니라면 맞다고 말할테고.. 


맞으면 아니라고 말할텐데.. 아니라고 하는거 보니 맞네요..]




[아니.. 무슨 그런 복잡한 추론을 해요?? 나이도 어린게..-_-]


[자꾸 나이어리다고 우습게 보지마요.. 알꺼 다알아요..]




[하여간 지금 좀 바빠요.. 담에..그럼..]


[아 모에요?? 빨랑 가르쳐 줘영...]




메신져 창을 닫고 로그아웃을 해버렸다.


이슬빛.. [윤정]이..


요 기집애가 내 뒤를 은근히 캐며 이것저것 알아내려 하고 있다.




복도를 지나 발코니에 나와 담배를 물었다.


핸드폰의 액정을 만지작 거리고 있다.




[미정]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음..오빠..."


"나.. 이따 저녁 먹고 들어갈께.."




"몇시쯤..???.."


"한... 열시??..열한시??...."




"알았어..."


"그래..."




"오빠.."


"어???.........왜??.."




"아니야... 됐어.."


"뭔데??... 괜찮어 말해봐.."




"아니야....."


"그래...그럼...."




이혼을 합의하고 서로에게 잘하기로 해놓구선..


그게 쉽지가 않다.


그냥.. 집에 들어가기가 싫다.


[미정]이와 마주친다는게 부담스럽고 싫다.




그날의 그사건 이후로는 정이란게 떨어져 나가 버리다가 [미정]이의 이혼제의에 그나마 남은정이


완전 다 떨어져 나가 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의 행동에 대해 억지로 정당성을 주려고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이다.




요즘..[미정]이를 보면 볼수록.. 다시 정이란게 생길까봐 무섭기 때문이다.


이제..20일.. 그 때가서 지금처럼 이 의지가 확고하려면.. 어느정도 거리를 둬야만 할꺼 같다.




어제는 1팀장 [종수]형과 모처럼 시간이 괜찮다는 [이대리].. [박대리], [최주임]과 술을 한잔 마셨다.


오늘은 누구와 마실까??




[고실장..]


[민지]와 술한잔 하고 싶지만..


어제부터 일주일간 일본출장이다..




그리고.. 왠만하면 한달이라는 그 기간동안.. 이 호감깊은 섹시녀와는 사적인 만남을 피하고만 싶다.


어차피 이혼하면 본격적으로 달아오를 사이인데.. 내가 [미정]이에게 떳떳하려면


최소한의 약속.. 부부간의 그 신의는 지켜주고만 싶었다.




[고실장]이 출장을 간 어제는 기획실 전체가 축제의 분위기였다.


왠지 씁쓰름했던 나만 빼고...




사실..어제 그런이유로 기획실 멤버들끼리 축하 술파티를 벌인거였다.










퇴근후..7시..


[명준]이 녀석과 목동의 어느 고깃집에서 만났다.




"어.. 희준아..... 오랜만이다.."


"넌 새꺄 어떻게 전화 한통 없냐??.."




"남의 마누라 꼬시는놈이랑 전화통화 하고 싶겠냐??.."


"풋...그래 임마.. 아주 요즘 좋아 죽는다...."




[치이이............]


불판위에 양념돼지갈비살이 구워진다.


매캐한 연기가 솟아 오른다.




"자.. 한잔 받고..."


[쪼로록..]




"너 왜 말안했냐??.."


"뭐가??...."




"다 들었어.. 임마.."


"아나... 진짜 선영이.... 야!!.. 니들은 이혼해놓고 무슨 연락을 그렇게 주고받어????..."




"그게 그렇게 생각처럼 될꺼 같냐?? 너도 이혼해봐라..임마.. 알게 될꺼다.."


"안그래도 얼마 안남았다.."




"후우....... 너무 미정씨 원망마라.."


"....뭐???....새끼..."




"따지고 보면.. 나도 그렇고 니도 그렇고.. 자기 마누라 잘 챙겨줬으면..


마누라들이 밖으로 안 나돌았을 꺼다.."


"누가 그걸 모르냐??...사회생활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냐???....넌 그래서 이혼했냐???..."




"그러니까.. 말이야.. 내가 선영이 밖으로 안돌게끔 신혼초부터.. 잘해줬었어야 했는데..


그걸 못했어... 니새끼 처럼.."


"체...... 병신... 술이나 줘..."




"이혼하면 뭐할꺼냐??..."


"뭐하기는.. 그냥 니처럼 살아야지.. 이년 저년...큭큭..."




"그게 좋아보이냐??...."


"아니..... 솔직히 모르겠어.. 그냥 만나는 여자가 하나 있는데.. 당분간은 그여자랑 잘해 보려고.."




"이제보니.. 니놈이 이혼을 더 바래는 이유가 있었구만??.."


"훗.....아냐..."




"아니긴 새꺄.. 이참에 아예 제대로 걸렸다.. 했겠지... 그치??.."


"야!!... 니같으면 그런 돌팔이새끼 다리가랭이 잡고 울고불고 늘어지는데.. 꼭지가 안돌겠냐???.."




"흐음... 하긴..."


"쭈우욱....크으..... 어우..써!!... 오늘따라 술이 안받네??......"




그렇게 술병이 두병째 비워져 갔다.


[명준]이 녀석과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노닥거리다보니.. 


오늘따라 왠지 찹찹한 기분이 좀 많이 좋아졌다.




"보연이 누나랑은 아예 연락 끝이냐??.."


"일주일전쯤인가.. 한번 전화온거 빼고는.. 뭐... 솔직히 나도 별 생각없어.."




"나.. 한동안 정아누나 다시 만났었다.."


"치...미친새끼.."




"그날.. 니새끼가 내 마누라 꼬시겠다고 나 열받게 한 날.. 그날부터.. 어제까지.. 졸라게 달렸다.."


"병신새끼.. 오늘도 달리지 그랬냐??..."




"씨바...지 남편이랑 이혼하겠다고.. 나랑 합치잖다...."


".......!!!!......."




"완전 미친년이지.. 씨바.. 얼마나 간뎅이가 부었는지.. 니미럴...." 


"훗!!!!........그거 씨바..진짜 미친년이네..?????... 누구처럼...."




"그래서 도무지 못만나겠더라..."


"그러냐???..... 씨이발.!!!...쭈욱....."




[탁!!!!!...]




[명준]이 녀석이 내 눈치를 살핀다.


이제서야 말실수를 한걸 깨달았나 보다.




"야...하하..... 그거랑... 이거랑 상황이 틀리잖냐..."


"틀리긴 개뿔!!!.... 씨발놈.. 괜히 술마시다가 확 깨는 소릴지껄이고 있어..."




[명준]이 녀석이 아차!! 하는 표정을 지어보이며 만회하려 하지만..


이미 어쩔수 없는 상황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술값은 니가 계산해라..이 새끼야.... 좃같아서.. 또 먼저 가야겠다.."


"후우... 잠깐 앉아봐.....응??..."




"놔!!!!!!!!.... 지금 니 면상 한대 쳐 갈기고 싶거던?????....."


"후우......."




갑자기 미안해 하는 [명준]이 새끼 얼굴이 그 돌팔이 녀석 얼굴과 비슷해 보이기 시작한다. 


참았던 울화가 또다시..치밀기 시작했다.




씨바... 여지껏 잘 참았는데......




아파트 단지앞.. 참치회집..


또다시 술을 마신다.




밖으로 나왔다.


담배를 입에 물었다.


집으로 향한다.




[정아]누나.. 그 방탕한 년...


남편은 하루벌어 하루먹기도 힘든 그런 힘든 삶을 그 가족을 위해 그 개고생을 하며


졸음을 참아가며 고속도로위를 달리고 있을텐데..지들 새끼가 뻔히 있는 집구석에..


나이트에서 꼬신 남자들을 자기 집으로 데리고 오는.....




그걸 도대체 무엇으로 설명이 가능한걸까.... 


이제는 한술더떠서...




[명준]이 같은 바람둥이 새끼에게.. 좋아 죽는 [정아]누나..


애새끼도 버리고.. 남편과 이혼까지 하고.. [명준]이보고 살림을 차리자고??...






"씨발... 완전히 그 트럭기사 남편이나.. 나나... 똑같은 신세군... 후훗..!! 하하하!!!..."




11시 30분...




무거운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오늘따라 밝게 불켜진 거실....


식탁위.. 포장된 케잌과 와인병이 보인다.




"뭐지?????????....누구 생일인가??..."


"그렇군!!.. 씨발.. 오늘이 결혼기념일이었네... 니미럴...


결혼기념일???..... 좋아하네.....좃또...."






[미정]이가 안방에서 나와서 나의 겉옷을 벗기려 한다...




"씨발....!!......... 비켜!!!....."


".........."




화장실로 들어갔다.


거울속... 내얼굴.. 




[정아]누나네 집에서 오래전에 보았던 그 좃같은 가족사진속 멍청한 


[정아]누나의 남편얼굴..기억은 안나지만.. 


지금 거울속 저 병신역시.. 


멍청한 놈이긴 마찬가지이다. 




왜그랬을까???


나도 모르게 그 내얼굴에 주먹을 날려버렸다.




[빠직!!!...쨍그랑!!!!....]




거미줄간 현실이 내 앞에 펼쳐져있다.


그 암담한 현실속.. 일그러진 내 모습...




시뻘건 핏줄기가 뚝뚝 흘러내린다.




[미정]이가 화장실문을 열고 놀래 어쩔줄 몰라한다.


서둘러 사라지더니 구급약품상자를 가지고 온다.




거실쇼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미정]이가 급하게 응급처치를 하려한다.




"저리가..... 재수없어...."


"..........."




"저리가란말이야!!...씨발!!!...."


"..........."




"후우............... 씨발..."


"흑흑...흑흑...으흑흑..."


[미정]이는 한마디도 하지않는다.


그저 굵은 눈물줄기를 흘리며 훌쩍거리며 어거지로 내 상처를 살필 뿐이다.




"후우....좃같애...씨이발.............후우......"


"흑...흑....으흑......"




진한눈썹..젖은 눈.. 빨갛게 상기된 떨리는 얼굴.. 


수도꼭지 같이 흐르는 눈물줄기... 


굳게 다문 찡그린 입술..


아랫입술이 덜덜.. 떨리며 내 상처를 치료하는 이여자...... 유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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