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독서실 그녀는 - 9부

본문

대결-






12시 




열람실 비추고 있는 CCTV를 슬쩍 봤다.


옷이 흠뻑 젖어서 어쩔수 없이 나의 티셔츠를 갈아 입고 있는 미정이.


여자에게는 살짝 큰 박스 티셔츠가 어깨선을 살포시 드러 내고 뒷목 부분은 훤히 보여 주어서 


CCTV상으로 보는 건데도 뒷모습에서 섹시함이 풍겼다. 하악하악




그리고 그런 미정이의 두칸 옆에는 나와 옥상에서 기습섹스를 한 김효진...


별 잡스럽 생각이 다 들어 간다.


그녀는 갑자기 왜 나를 덥친거지? 이 독서실을 다니기로 한 이유는 뭐지? 그리고 섹스라니....


지난 3개월간 시시콜콜한 딴지는 걸었어도 그녀의 태도는 명확했다. 


그녀와 나는 단순히 어찌다 나이트에서 만나 하룻밤을 같이 한 사이일 뿐이라는 듯


언제나 친구같은 태도를 유지하여 왔다. 티격태격 싸우는 일은 있어도 그 흔한 스킨쉽 한번 없었었다.


그런데 왜...




그건 그렇고 왜 움직이지를 않지 갈 시간 지났는데..


머 미정이야 그렇다고 쳐도 아줌마는 언제나 12시에 퇴실하는데.....


왜 가만히 있지? 저 아줌마 머리속에는 뭐가 있는거야? 


아 머리아파...




1시




다 가고 미정이와 아줌마만 남았다.


토요일 이라 보통 늦게 까지 하고 가는 학생들도 다 일찍 가고 


독서실에는 아니 이 건물에는 3명 말고는 아무도 없다.




"열공하나? 방해할 수야 없지.."


하고 재미없는 케이블 티비를 이리 저리 돌려보고 있었다.




1시 반 되니 짐을 정리하고 움직인다.


둘이서 이야기 하는게 cctv를 통해 보였다.




"저 둘 오늘 공부 진짜 열심히 하고 가네..."




둘이 복도 나올쯤 되었다 싶을 때 아줌마가 사무실 문을 활짝 열고 들어왔다. 




"어이~ 실장님 다 가고 없지? 우리 바래다 줘"




뭐라고 해야 하는데.. 옥상에서의 민망한 일이 생각나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녀의 태도는 이전과 하나도 다를게 없었다. 3개월 동안의 그 모습.




"미정아 가자. 실장님이 집까지 태워다 주신데"




"응? 미정이도 미정이 집은 분명 여기서 한정거장 거리 아니었나?"




주소쓰는란에는 분명 그렇게 쓰여있었는데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줌마가 "턱" 하니 어깨를 걸쳐온다.




"어이 돌뎅이 나 집이 머니깐 나부터 데려다줘"




"보통은 집이 가까운 사람부터 태워주거든요?"


하고 쏘아붙일려다가 옥상에서의 민망한 일에 나도 모르게 찔려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생각인건지 알 수가 없다. 확실한건 그녀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듯 해보였다.


그래. 뭐 별 신경 안쓰는데 내가 뭐 굳이 티를 낼 필요 있을까? 그냥 땡겼나보지 뭐.


왜 남자도 그렇지 않은가? 괜히 섹스가 하고 싶은 그런 날. 여자도 그런 날이 있나 보지 하고 편히 생각해 버렸다.




"아 근데 미정이는 여기서 가깝지 않나"




"이런 개념 없는 돌뎅이를 보았나 이 밤늦은 시간에 어디 여자를 혼자 집에 보네?


밤길에 치한이라도 만나면 어쩔려고? 아~~ 돌뎅이는 역시 안돼"




글적긁적 


맞는말이다. 우이씨! 근데 이 놈의 아줌마가 왜 자꾸 돌뎅이래. 


무슨 저런 무식해 보이는 별명을 맘대로 붙여 아놔~ 하지만 말 꺼내봤자 말빨 밀릴께 뻔하니 조용히...




"으응 그럼 내가 바래다 주지 머"




차로 갔다.


시동을 걸고 기다리는데.




미정이는 아줌마와 둘이서 대화 중이다. 


미정이가 펄쩍펄쩍 뛴다.


아줌마가 미정이 팔을 붙잡아 끌고 조수석 문쪽으로 가더니 




조수석 문을 열고는 미정이를 밀어 넣는다!




아아~~~ 아줌마 좋은 사람 이었구나 고마워!!


뒤로 타는 아줌마에게 감사의 눈빛을 전하였다.


아줌마가 입모양으로 한턱쏴 라고 한다.


끄덕끄덕




미정이는 내 옆자리에 앉아 안절부절 ..두리번두리번...




"오오 미정이가 내 옆자리에 앉았어요ㅡ.ㅜ"




"어이~ 돌뎅이 출발 안해"




"아놔 출발 할라고 했거든요?"




시동을 넣는다.




"어이~ 실장님 어이가 상실이시네요....안전벨트 안메요? 요새 안전벨트 안메면 단속에 걸리는거 몰라요?"




난 맸는데;;;;;어이는 당신이 상실이네요 하는 표정으로 뒤를 돌아 아줌마를 쳐다 보았다.


어줌마가 나를 쳐다보며 고개짓으로 미정이를 가르킨다.




오오!!!




아아~ 아줌마 좋은 사람 이었구나




이런 생각은 조금도 못하고 있었다.


정말 아줌마는 이쁘고 멋진듯하다.


안전벨트 메주는 척 하면서 자연스런 스킨쉽을 유도하라는거 아니겠는가? 아흑~~




"안전벨트 메야해요"




하면서 미정이의 안전벨트를 채워주었다.


아 그 짧은 순간이지만 그녀의 얼굴과 내얼굴이 10cm도 떨어지지 않았던 그순간 


그녀의 숨결이 부드럽게 내 팔에 느껴지고...


은근슬쩍 가슴을 스치진 못했지만;; 


미정이의 속눈썹과 솜털을 10cm도 안떨어진 곳에서 본걸로 만족하기로 하였다.


감동이야.. ㅡ.ㅜ


또 뒤를 돌아보며 아줌마에게 감사의 눈짓을 보냈다.


아줌마가 입모양으로 "두턱쏴"한다.


끄덕끄덕






"자 출발 합니다~"


"유후 ㄱㄱ씽"


"아줌마 오버 하기는 누가 보면 무슨 휴가라도 가는줄 알겠다."


"어허 운전이나 똑바로 하시죠?"




아줌마와 나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에 미정이가 미소를 한가득 지었다.




아 귀여워




한 20분 걸렸나 아줌마 오피스텔 앞에 도착했다.




"나 먼저 갈게 미정아 내일 봐~"


"네 언니 잘 들어가세요"


"어이 돌부처 실장님, 미정이 얌전히 집에 잘 데려다 줄수 있도록 딴짓 하면 죽어~"


"어이쿠 우리 데이트 방해 마시고 얼릉 들어가기나 하시죠 베~~~" 


혀를 내밀어 그녀를 골려주었다.




요란스럽게 아줌마가 내리고.....




순간 정적이 찾아왔다.


그녀와 나 둘만 차에 있는거다.


아줌마 보내며 사용한 데이트라는 단어때문에 더 긴장이 되었다.


미정이도 긴장되는지 손을 무릎에 올려 놓고 차렷자세로 티셔츠 끝자락만 만지작 만지작




꿀꺽




나도 모르게 침삼키는 소리가 크게 들린다.


미정이도 들었나 보다. 


나를 쳐다본다.




아...




"집이 어디 있어요?"




"d동 사거리 d빌딩 뒤 골목이에요"




알고 있지만 말을 돌리기 위해 물어본거다




"갈게요"




끄덕




부웅~시동을 넣고 출발 하였다.




조용하다.


아줌마와 나의 수다에 시끄럽던 차안이 조용하다.


너무 조용해 숨이 막힐거 같아서


오디오를 틀었다.




댄스노래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클럽에서 자주 나오는 노래가 나온다;;;;


"아놔 좀 로맨틱한 노래를 틀걸;"


하는데 미정이가 고개를 끄덕끄덕 입으로 따라 부르나 보다.




"어떤 노래 좋아해요? "




"네?"




"좋아하는 노래 장르요"




"혹시 좋아하는 노래나 가수 있으면 그걸로 틀어드릴려구요."




"아뇨 괜찮아요 이거 좋아해요"




"네"




"하하 취향이 비슷하네요..."




"좋아하는 가수는 누구에요?"




"동방신기요"




"오~ 나도 걔네들 좋아해요"




개소리다.ㅡ,.ㅡ




노래 전~혀 취미 없다.


특히 한국 가수 노래 그 소몰아 가는 목소리나 되도 않은 렙을 듣고 있자면 짜증이 피카츄!100만 볼트


그런데 미정이는 동방신기 이야기를 너무나 즐겁게 쉬지도 않고 잘 쏟아 낸다.


미정이는 동방신기 정말 좋아하나보다.


솔직히 대화 내용보다는(동방신기 무슨 동방불패 짝퉁인줄 알았다.ㅡ,.ㅡ 아 이거 이야기 하면 미정이한테 밟힐려나;) 


말하면서 좋아하는 미정이의 얼굴을 보고 흐뭇해 하고 있었다.






어느새 d동 사거리 d빌딩뒤 골목에 도착해버렸다.


"으음 여기서 어느쪽으로 가면 될까요?"




"아뇨 여기서 내려주세요 좀만 걸어가면되요"




"여기서 내려드리면 독서실에서 혼자 집에 가는거랑 똑같이 별 의미가 없는걸요


아마 여기서 내려줬다고 하면 하하 아줌마 한테 눈물 쏙 빠지게 혼나요. 개념없이 데려다 줬다고"




"아줌마요?"




"아! 아 그게 아니 하하" 




긁적긁적




"효진언니요?"




"아;; 우음...일르면 안되요 저 죽일지도 몰라요"




"풉"




풉푸푸푸푸푸프프하하하하하꺄르르꺄꺄꺌꺌꺌




그녀가 터졌다.


웃음보가 터졌다.


눈물까지 흘리면서 의자에 앉아 있어서 그렇지 안그러면 데굴 데굴 구를판이다.


아 웃는 모습 보는것이 왤케 재밌을까?


한참을 깔깔대던 그녀가 차츰 진정이 되나보다.


손으로 눈꼬리에 눈물을 닦아가면서 말한다




"언니가 무서운가봐요"




"네? 아 좀 무섭긴 하죠 손이 얼마나 매운지 아줌마 파워라는게 이런거구나 한다니깐요"




빙긋




"이쁜 사랑 하시는거 같아 부러워요"




"네?"




서...설마 나랑 아줌마가 사귄다고 생각하는건가?




"아...아니에요 우리 그런 사이 아니에요"




필사적으로 부정했다. 


"아놔 내가 사귀고 싶은 사람은 미정이 너라고!"




어.....그녀가 얼굴이 붉어졌다




"아까 그 옥..."




"옥?"




똑똑




응? 머야 중요한 순간에..




누군가 운전석 창문쪽에서 문을 두드려서 돌아봤는데







진짜 놀랬다.


깍두기 3명이서 나를 노려보고 있는데 진짜 제대로 놀랬다.




아~ 시밤 깡패들이구나 직감하고 문을 걸어잠궜다.


깡패3명이 손짓 하며 나오라고 한다.


"미친 너같으면 나가겠냐?"




그런데....




""어? 아빠~ 오빠"




아빠? 오빠? 저깍두기3인방???? 미정이??? 아빠? 오빠?


가족?????????????설마?????????




조수석쪽 미정이를 보자 너무나 반가운 얼굴로 깡패 3명을 쳐다본다.


그녀가 쳐다보는 깡패 3명을 다시 쳐다봤다.


헐.....말도 안돼 유전자 유전학상 인간은....워........아니야. 이것은 임파시블.




깍두기 3명은 얼굴에 미소를 가득 지으며 미정이를 쳐다보고 손을 흔드는데 


거 왜 깡패 나오는 영화 보면 사람죽이기 전에 잔인한 미소..


딱 그런 미소였다.




그런 위험한 인물들을 향해서 미정이가 차에서 내려 한달음에 그들에게 달려간다.




"아빠 오빠 뭔데 다 나와 있어? 무슨 일 있어?"




"야 올시간이 늦었는데 안 기어 오니 걱정되서 나와있는거지"




큰 깍두기가 불만스런 표정으로 미정이에게 투덜대고 나를 노려봤다.


헉! 그외 영화나 드라마에 맨~날 악역 제일 나쁜 놈으로 나오는 조무래기역하는 대머리 


그사람 인상보다 딱 살~짝 덜 악역같이 생긴 놈이 나를 노려본다고 생각해보시길..


아놔 수명이 1년 줄어 들었다...




"늦을거 같으면 전화해야지"




작은깍두기가 걱정했다는 말투로 미정이에게 말하고 나를 노려보았다.


멀쩡하게 생겼는데 인상 날카로우면서 똑똑한 악역으로 나오는... 딱 중간보스. 


그 눈에서 칼이 날라올것 같은 인상으로 날 노려보는데 어우~~ 어디 진짜 칼날라오는줄 알겠네


수명 -1년




"어? 오늘 늦게까지 공부하고 실장님 차 타고 들어갈거라고 아빠한테 문자 넣었는데?"




오야붕으로 보이는 깍두기..아니 미정이 아버님이 난감해 하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셨다.


그냥 평범한 동네아저씨....보다는 딱 큰깍두기 2/3 크기로 줄여놓은 인상..


난감해하는 표정이 그게 다 나때문이다 그렇게 느껴져서 또 수명이 - 1년 ....




"아 그랬었니. 아빠가 문자 그런거 잘 못봐서 ..."




"아빠~ 내가 전에 가르쳐 줬자나요 아웅 아빠땜에 내가 못살아."




"허허허허"




그때 큰 깍두기가 고개를 갸웃 거리며 미정이에게 물어봤다.




"음? 근데 너 그옷은 누구꺼냐 못보던 건데.."




"아 이거.."




머뭇머뭇 


그녀가 티셔츠 끝자락을 잡고 나를 힐끗 쳐다보았다.


나도 모르게 차에서 내려 인사드렸다.




"미정이 아버님 되십니까? "




오야붕 깍두기 아니 미정이 아버님이 나를 약간 경계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아 예 그렇습니다만..."




"예 아버님 안녕하세요 미정학생 다니는 독서실 실장입니다."




"아 예 안녕하세요....저희 딸 데려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아버님은 미정이를 한번 보고는 나를 다시 아니 아주 꼼꼼히 아래위로 쳐다본다.




"흠.....독서실 실장님 이시라구요...."




"네"




"흠 나이가 어떻게 되십니까?"




"27입니다."




"흠...젊은 나이에 사업을 하시는구만"




"학교..는?"




"아 xx대학교 다니던중에 독서실을 시작해서 지금은 쉬고 있습니다."




"허허 하긴 사업하는데 공부가 중요한건 아니지"




"이름이 어떻게 되는가?"




"이창수 빛날창에 빼어날 수 씁니다."




"그렇구만..그런데 본관이 어디신가?"




"xx이씨 xx군파 22대손 입니다."




"흐흠...전라도 분이시구만..."




"결혼..은?"




"아뇨 하하 아직 총각입니다."




"하하 그렇겠지"




미정이 아버님이 미정이를 한번 쳐다보고는 다시 질문을 계속하셨다.




"형제가 어떻게 되시는가?"




"아빠 뭐해요. 길에서 무슨 호구조사에요"




미정이가 미안하다는 얼굴로 내 눈치를 보며 오야붕 깍두..아 미정이 아버지를 잡아 당겼다.




"아~ 이런 실례를 아이구 이거 미안하게 되었네."




"아.. 아뇨 괜찮습니다."




"아 이렇게 우리 딸 얌.전.히 데려다 줘서 고맙네."




"아..아뇨 뭘 별말씀을요"




"이거 제가 차라도 대접해야지. 안으로 들어가세나"




"네?"




"감사해서 뭐라도 대접해야 할것 같아서 자 이쪽으로 오게."




"아..저..저기"




"둘째야 가서 안주거리 몇개 사와라"




"네? 지금요? 아...참..."




덩치큰 깍두기가 투덜투덜 거리며 큰거리 쪽으로 나갔다.




"정만이는 가서 저번에 담근 인삼주 있지 그거 내오고"




"네 아버지"




얄썅한 작은 깍두기가 2집 건너쯤 집으로 들어갔다.




"미정이 넌 옷갈아 입고 상좀 봐주려무나"




"아빠 시간 늦었어 지금 뭐해"




"아 아니 아버님 괜찮습니다. 시간도 늦었는데 그만 가보겠습니다."




"어허 어른이 이렇게까지 권하는데 더 거절하면 실례인 법. 자 이쪽으로 가세나 "




"아..아...아하하..하하..네"




거절하면 바로 허리춤에 칼 꺼내서 담글 그런 표정.....


수명 -1년




"아빠!"




"어허...미정아 얼른 들어가 옷갈아 입고 상좀 봐라 ...어서!"




"어우 아빠땜에 못살아 내가"




"자 들어가세나"




그렇게......미정이를 만난지 아니 정확히는 본지 4일만에 미정이네 집에 들어가게 되었다.




좌불안석....가시방석....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아무튼 정말 정말 완전 불편했다. 편한게 더 이상할려나..




"자 누추하지만 들어오시게"




오야붕 깍....아니 미정이 아버님을 따라 집안에 들어가자 


가장 눈에 띄는것은 거실 벽 한쪽을 가득 차지한 상장과 트로피들 


한100여개는 족히 되보이는 트로피들이 보였다.




"엄청 나네요"




나도 모르게 이야기 했다. 감탄이 나올만 했다.




"하하 별거 아니고 그냥 나랑 아이들이 대회 나가서 타온거 몇개 모아논걸세 하하"




말은 별거 아니라고 하시는데 말투에는 자랑스러움이 가득 묻어난다. 


트로피들을 살펴보는데 그중에 귀여운 여학생사진과 함께 있는 트로피가 보였다.


나도 모르게 눈이 갔다.




"허허 미정이가 중학교때 태권도 전국대회 나가서 입상한걸세...계속 했으면 지금 전국1등도 문제 없는데..후..."




헉! 진짜 태권도 3단일까?




"하..하.. 미정이도 태권도 잘하나 봅니다"




"허허 피가 어디가겠나 그런데 태권도는 그닥 좋아하지를 않아서2단밖에 안되고 대신 합기도3단이라네"




헐...




"지 큰오빠 따라서 배우나 보던데, 요샌 운동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거 같아"




그때 2층 계단에서 미정이가 내려왔다. 교복치마만 반바지로 갈아입고 나왔나보다.


반바지 밑으로 그 뽀얀 다리 라인이....하악하악




"미정아 니가 좋아하는걸로 맛있게 좀 봐와라"




미정이는 대답없이 셀쭉하니 나와 오야붕 깍-아니 아버님을 쳐다보더니 휭~~하고 부엌으로 가버린다.




"에휴...점마가 머리좀 굵어졌다고."




그때 덩치큰 깍두기와 얄쌍한 작은 깍두기가 현관으로 들어왔다.




"자자 자리에 앉자. 자네도 앉게" 




그렇게 술자리가 시작되었다.


미정이 아버님이 상석에 앉으시고 양옆을 깍두기 형제가 앉았다. 자연히 나랑 미정이가 나란히 앉게 되었다.


왠지 깍두기3인분과 나랑 미정이가 대치하는 배치도가 되어버렸다.




가시방석




벌쭘한 가시방석이라 눈을 둘데가 없어서 두리번 거리는데 


정면에 보이는 트로피 벽장 옆 벽면이 눈에 띄었다. 사진이 가득 붙어 있었다. 


그 많은 사진들 가운데서도 눈에 확 들어오는 사진이 있었다. 가장 가운데 걸려있는 엄청 큰 가족사진 


맨앞에 턱시도정장을 입은 아버님이 굳은 표정으로 앉아계시고


그옆에 어머님으로 뵈는 얼굴이 하이얀 단아한 여인이 베이지색 정장 투피스 입고 앉아 계셨고


연분홍 공주풍? 드레스 입고 양갈래 머리를 한 미정이가 가운데 서고 


깍두기 2형제가 양옆에 얼굴을 굳힌채 서있는 가족사진.




미정이가 어머님을 닮았나 보다. 


다행이다. 처음에 의문을 품었던 유전학이라는 학문의 진위성에 대한 의심이 해소되었다.


미정이 아버님께서 내가 가족사진을 뚫어지게 보고 있는것을 보고는 입을 열으셨다.




"3년전 찍은 가족사진일세.....후...자 한잔 받게"




인삼주인가 보다 향기가 와우~ 양손으로 공손히 받고 돌아앉아 한입에 털어넣고는 


한잔 더 받아 앞에 내려놓았다.




"저 사진 찍고 얼마 안있어 저 하늘로 가버렸지 나쁜 사람...."




"아...."




아버님이 쭉 들이키신다. 바로 따라드렸다.


슬펐다. 아니 짠했다...어머니를 보내고 미정이가 슬펐을까?




"상심이 크셨겠습니다." 




"어쩌겠나 하늘의 뜻인데, 나도 힘들었지만 미정이가 점마가 더 힘들었지 어미를 그렇게 따랐는데"




또 드신다. 바로 따라드렸다.




"그후인가봐 그렇게 잘 웃던 녀석이 웃지도 않고, 집안 분위기가 말이 아니게 되었네."




"아빤 내가 언제"




"집에서 얘기도 안하고 방에 들어가서는 나오지도 않고 애비 말 듣지도 않고,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는거 같기도 하고, 성적도 떨어지고 이래저래 저 녀석때문에 맘고생이 심했네.."




"아빠!"




"얼마전 공부하겠다고 독서실 다니겠다고 했을때 얼마나 기쁘던지..."




또 드신다. 우음 좀 빨리 드시는데.




"아까 보니 차안에서 웃는 점마를 봤을때 어찌나 기쁘던지 그렇게 웃는거 본게 지엄마 죽고 처음인듯 하네"




아....




"아 근데 그거....어...머더라..우음 카.....카풀티?인가?"




"네?"




카풀? 내가 태워다 준거를 이야기 하시나?




"아하하 내가 이래뵈도 젊은이 유행 다 아는 사람이야...요새 젊은 사람들 저런거 많이 한다면서 내 도장에도 저렇게 입고 오는 사람 많이 있네"




헉!!! 커플티.


보통 옷 사는걸 지극히 귀찮아해서 한번 옷사러 가면 진짜 왕창 사버리고


가게에서 젤 눈에 띄는거 바로 골라 나오고...그마져도 귀찮으면 닥치고 흰색티....


미정이에게 준것도 2만원에 3개짜리 묶음의 모 담배회사의 영어로고가 제법 이쁘게 세겨진 흰색 티셔츠인데 


원래도 옷 사는거 귀찮아 하는데 독서실 하면서 부터는 옷사러 가는게 더더더더욱 귀찮아져서...


사는 옷은 무조건 상의는 흰색티 묶음....가끔 검정거...하의는 청바지나 잭필드 3종 면바지 번갈아 가며....




그런데 미정이 아버님께선 나랑 미정이가 입고 있는 옷이 색깔도 같고 무늬도 같고 하자..


커플티로 오해하신듯 했다.




"아 아빠 뭔소리야 그런거 아냐" 미정이가 눈이 똥그래져서는 고개를 가로 지었다.




"아니닙다. 그런게 아니라 미정이 옷이 젖어서 그냥 옷을 빌려준건데 그게"




"아아 괜찮데두..자 한잔 받게"




또 말 못하고 마셨다.




"나도 울 임자 고등학생때 만났지 내가 그때 25살인가? 군대 갔다와서 얼마 안되었을때였으니. 그땐 나야 머 거의 맨몸뚱아리여서 가진거라고는 오기뿐...미정이 엄마가 고생많이 했지."




"자넨 자네 사업도 하고 하니 미정이 고생시키지는 않을듯 해서 마음이 놓이네."




"아빠 아니야~ 그런거 아냐"




"아버님...저희는 아직 사귀는 사이 아닙니다."




"하하하하 자네 맘에 드는구만 "아직"이라고 하는걸 미정이가 어려서 크면 사귀겠다고 기다리는거구만 하하하"




슬쩍 미정이를 보자 얼굴이 벌게 진다. 술 한병은 마신 얼굴이다.




"하하하하하 맘에 들어, 맘에 들어 하하하 자 한잔 받게"




"아니 아버님 그런게 아니라"




"여자 나이 17이면 다 큰거야 우리 어머님께선 우리 큰형님을 17살에 낳으셨네"




"아빠!!!아우 몰라 난 들어가 잘래"




미정이는 얼굴이 벌게져서 2층으로 뛰어 올라가 버렸다.


나도 벌게졌다.




"하하하 미정이가 아!직! 은 챙피한 모양인가 보구만 하하하"




아버님이 "아직"을 강조해서 2층을 향해 소리치신다.




"하하하 자 한잔 받게 오늘 기분이 아주 좋구만"




하아...머 완전한 오해이시지만...기분이 그리 나쁘진 않다 헤헤....


좋아하는 여자 부모님에게 인정받는게 솔직히 쉬운일은 아니지 않는가...


물론 사귀기도 전에 인정받는건 좀 어처구니가 없긴 하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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