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지은이 안녕????? - 14부

본문

[이지은]이 나와 [정지은]이 마주앉은 테이블 옆에 놀란듯 반가운 표정으로 서있다..


아예 내 옆에 엉덩이를 파고들며 앉아버리는 [이지은]...




"하하... 희준이 고등학교 친구에요... 이지은이라고...."


"하하....네에... 저랑 이름이 같네요.. 호호..."




"아..그래요???...."


"호호........"




[이지은]이 놀란듯.. 나를 바라본다.




"흐음.. 정지은이라고.. 내.. 애인.. 하하....."


"아.. 그래??... 하여간 되게 반갑다.. 연락도 좀 하고 그러지 그랬어??..."




"그러게...."


"하여간 잼있게 잘놀아.. 그럼.. 즐거운 시간 되세요.. 오늘 우리 직원들 실수한건..


제가 꼭 따끔하게 야단치고.. 다시는 그런일 없도록 만들테니까여.. 호호..."




"호호.... 흐음.... 네에..."


"희준!!...뭐 필요한거 있음.. 언제든지 말만해.. 알았지??..."




밝게 웃으며.. 나의 두눈을 바라보는 [이지은]....




"지은아... 미안해....."


"아냐... 니가 왜??.. 절대 그럴필요없어... 바보..."




순간 무언으로 그런대화를 나눈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은]이의 호의에 서둘러 둘러댔다.




"흐음... 하하.. 그러지 머...."


"...호호..그럼.. 좋은 시간 되세요.. 오늘 정말 만나서 반갑구요.. 자주자주 놀러오세요...."




"아... 네에..."


"그럼..전 이만..."




활짝 웃으며 일어나는 [지은]이... [이지은]...


순간 가슴이 무너지는듯한 지금의 이 심정은 무엇일까??...




지금의 [지은]이.. [정지은] 앞에서 나를 고등학교 친구 였던 정도로만 설명해주고


애써 태연스레.. 웃으며 일어나는 [이지은]의 모습을 바라보며..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한.. 여러가지 복잡한 심정이 솟구치고 있다.




[이지은]이 돌아서고.. [정지은]이 나의 표정을 살핀다.


나역시 [이지은]처럼.. 반가운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듯한 표정을 지어 보이려


애를 쓰고 있다.




"핫하하... 기집애.. 잘나간다고 연락도 없는 애가.. 날더러 연락안한다니...


여기서 이렇게 큰 사업을 하고 있었군???....하하... 병규랑 윤섭이랑 놀러 와야겠다.. 하하.."


".................."




"야.. 이거 와인.. 프랑스 30년.. 우와!!.. 흐음.. 이거 한잔 해볼까??....."


".................."




"이거.. 뭐야??... 어떻게 따는거지???...."


".................."




왠지.. 탐탁치 않은 표정을 짓고 있는 [정지은]...


하지만 이내 내 손에 잡힌 와인병을 빼앗아 든다.




"줘바바... 남자가 이런것도 딸줄 모르냐??.."


"하하... 머.. 이런걸 먹어봤어야지..... 야.. 쟤 이거 우리한테 써비스 준거 맞지??..


역시.. 친구가 좋긴 좋은거야.. 그치??..."




"치이.. 친구라 주는건가??.. 아까일로 미안해서 준거지..."


"아하.. 그러네... 맞아... 하하...."




[정지은]이 병따개를 꽂아 돌려넣더니 벌려진 손잡이를 오므려 코르크마개를 [뾱!!] 뽑아버린다.




투명한 와인잔에.. 진보랏빛 와인이 담긴다.




오래전.. [이지은]의 집에서 대판싸우고 맞이했던 화해의 파티..


그 조촐한 파티때.. 아로마향이 나는 촛불을 켜둔채 [이지은]과 함께 마셨던 그 와인... 




"......지은아... 미안해..........."




[정지은]과 부딫힌 와인잔..




달콤쌉싸름한 향을 입안 가득 머금고 다시 칼질을 하고 있다.


[정지은]앞에서.. 지금 표정관리하느라 무척이나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그게 쉽지가 않다.




"혹시 내 표정을 읽어버린걸까??....."




30분후... 자리에서 일어나 입구쪽으로 향한다.


카운터쪽.. [이지은]이 안보인다.


뒤돌아보니 홀 안쪽 칸막이 안에서 [이지은]이 남자손님들과 무슨 얘기를 나누고 있다.




"오빠.. 친구한테.. 간다는 말 안해도 돼???...."


"나중에 전화하면 되지.. 머.. 그냥 가자.. 개업한지 얼마 안되 바빠보이는데.."




그때였다.


입구쪽 우리를 보고 바삐 뛰어오는 [이지은]...




"호호.. 벌써 가려구???... 더 놀다가지...."


"아냐.. 덕분에 잘 놀았지..머..."




"저.. 지은씨.. 죄송해요.. 제가 손님들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많이 못챙겨 드린거 같아서.."


"아..아뇨... 호호.. 담에 오빠랑 또 올께요..."




"꼭 그렇게 해주세요...."


"네에..."




"희준..!!.. 자주 놀러와라.. 알았냐??..."


"그래... 수고하고.. 다음에 보자........"




"나 갈께.. 지은아..... 진짜... 진짜 미안해......"


"바보... 너 왜 그러니?? 너랑 나랑 영원히 친구로만 남기로 한거.. 잊었어?????...."




[이지은]과의 마지막 눈빛 인사..


그렇게 돌아서서 나왔다.




2년 반이 훌쩍지나.. 거의 3년이 다되어가는 이마당에 우연히 다시 만난 [이지은]..


앞으로 두번다시 찾지 않을 꺼라는 각오로 하와이에서 헤어졌는데...


이렇게 우연찮게 다시 만나게 되니.. 알수없는 심정으로 머리속이 복잡하기만 하다.




전철안 나란히 서있는 [정지은]..


[지은]이와 함께 종로에서 영화를 보기위해 극장에 들어갔다.




[송강호]와 [이영애],[이병헌] 주연의 [공동경비구역 JSA]...




한창 재미있다는 영화지만.. 그저 이렇다할 감동도 어떠한 흥미도 느끼지 못한채..


스크린안에 두 시선만 고정시켜놓고.. 있다.




"제발... 잊자... 잊자... 잊자... "










이틀후 저녁 10시..




[띠리리리.... 띠리리리리....]




"여보세요..."


"나야.. 지은이..."




"음......"


"어디야???...."




"집...."


"머해???...."




"그냥.. 있지 머..."


"치이.. 지은이 생각 안해??..."




"훗... 새삼스레.. 항상 생각하고 있지...."


"호호호.... 하하하하.... 아.. 잼있다..."




".....????....머가??...."


"야..!! 김희준..!!........"




".......!!!!!!!!!!!.....씨바.. 이거 이지은?????......"




"야.. 너냐????....."


"나.. 누군데??....."




"너.....흐음... 지은이...."


"무슨 지은이??.... 어??.... 아욱겨... 잼있어..."




"이씨이... 이지은!!... 너 내 핸드폰번호 어떻게 알고???...."


"그거야 머.. 한두군데 물어보면 금방이지.. 그걸 모를까봐??...."




"흐음... 그저께는 정말...."


"야!!.. 됐고.. 잠깐 공원으로 나와... 얼굴좀 보자..."






전화를 끊고 겉옷을 챙겨입는다.


터덜터덜.. 집옆 공원으로 향한다.




[이지은]의 SUV 대신.. BMW 마크가 선명한 문짝 두개짜리 쿠페가 비상등을 깜빡이고


서있는게 보인다. 




혹시나 하고 안쪽을 기웃거렸는데.. 차창문이 열려진다.


안에는 밝은 표정의 [이지은]이다.




"머해???... 잠깐 타??..."


"................."




조수석에 오르고 문을 닫기가 무섭게.. [이지은]이 악셀을 밟는다.




[우웅~....웅웅~~.....]




"어디가게???....."


"야..!!.. 너는 3년만에 봐놓구선 한다는 얘기가 어디가게냐???... 왜???...


친구끼리.. 어디좀 가면 안돼????......."




".....훗...그래.. 가자...."


"걱정마.. 납치 안해??... 치이.. 바보...."




그렇게 우리 동네를 빠져나와.. 한적한 강변북로를 탄다.


새삼.. 오래전.. 학교버스 인연으로 꼬신 [김지은]과 동네에서 데이트를 하다가 


딱 걸려.. 다짜고짜.. 끌려가던 기억이 새롭다.




"너.. 아예 호텔일 안하는거야??..."


"훗.. 벌써 한참 됐지..."




"그래???... 너 돈 많이 벌었나봐???... 강남에 그 큰 가게도 운영하고??..."


"그동안 일해서 벌어놓은거.. 몇억 되는데.. 그걸로 땅좀 사두고.. 집좀 사두고 하다보니..


금방 이십억 삼십억 넘어가더라......."




"우와... 너 부자구나???...."


"치이... 싱겁긴.. 이제 알았냐??...."




"그래서 그돈으로 그 큰 가게 얻은거야??...."


"치이..바보.... 누가 자기돈으로 사업하냐??....내돈도 쬐금 들어갔긴 했지...."




"하하... 하여간.. 너 잘되니까.. 너무 좋다..."


"그래???.... 왜??..."




"왜는??... 그냥.. 좋은거지.. 니랑 나랑은 그래도 보통인연은 아닌데..."


"그래??... 너도 보기 좋더라.. 그 엄청나게 이쁜 지은이... 훗... 근데 너는 이번에도


지은이냐???......"




"몰라.. 내팔짜가 지은이 팔짜 인가봐..."


"호호호......."




[이지은]의 BMW 쿠페가 강변북로를 타고 신나게.. 일산쪽으로 달린다.


그리고 문산쪽으로 자유로를 따라 힘차게 달려간다.




지금 [이지은]과 단둘이 있는 이 상황은.. 무어라 딱 부러지게 단정해서 


표현하기가 힘든 복잡한 심경이다.




라디오 음악의 볼륨을 줄이더니 [이지은]이 느닷없이 혼잣말처럼 나즈막하게 입을 연다.




"희준아.. 보고싶었어....."


".......훗........."




순간.. 분위기가 가라앉는다.


가슴이 미어질듯.. 찢어짐이 느껴진다.




[이지은]을 바라보았다.


정면만 응시한채.. 더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이지은]의 입술이.. 다시 열리기 시작이다.




"나.. 너 없으면 정말 안되나봐... 미치겠어....."


".....지..지은아....."




"우리.. 다시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었지??....."


"..머야?? 느닷없이.....너...진담이냐??....."




[우웅!!!!~..... 우웅웅~.....]




"정말.. 죽고 싶어..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후우...... 씨바......"




괴롭기는 나도 마찬가지이다.. 


차가 속도를 내는것 같아.. 쳐다보니 핸들안의 계기판의 바늘이 올라간다..


120km....


140km....


160km....


180km....




"야!!!... 이지은!!!... 야!!!!!....."


"...................."




160km....


130km....


100km....




순간.. 엄청난 긴장감이 느껴진다.


마치.. 비장감이 느껴지는 [이지은]의 굳은 표정..........




"하.. 씨바.. 진짜.. 미쳐버리겠다..."




아무래도 오늘.. 무슨일이 나도 단단히 날것만 같다.




이윽고.. 한적한 라이브까페로 접어 들어가는 [이지은]의 BMW..


그 라이브 까페옆.. 러브모텔의 불빛이 깜빡깜빡이고 있다.




찹찹한 심경으로 라이브까페의 구석탱이에 앉았다.


오랫만에 만나.. 반가운 얘기나 주고 받고 그럴줄 알았는데.. 방금전의


그 가슴철렁이게 만드는 [이지은]의 그 당황스러운 퍼포먼쓰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고 있다..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이지은]이 입을 연다.




"나는 됐고....너.. 술한잔 할래??...."


"................"




"여기요..!!..."


"네에....."




[이지은]...


어느덧 어깨아래까지 기른 웨이브의 파마머리


수수한 차림의 진베이지색 프랜치코트..




방금전의 사뭇 진지한 표정과는 달리.. 다시 예전의 그 장난끼 어린 눈빛과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힘차게 양주병을 돌린다.




"자... 짜식.. 한잔 받아..."


"..............."




스트레이트 잔에.. 담긴.. 양주..


[지은]이가 언더락스잔에 각얼음을 타서 다시 건네준다.




"지은아...."


"말해......"




"미안해..."


"훗..... 미안하긴.. 방금전일 신경쓰지마... 우리 연애한게 벌써 언제 적 얘긴데..."




"그래??..... 그러네......."


"그래도 친구니까.. 앞으로 연락안하고 그러지 말자.. 가끔 이렇게 만나서 술도 한잔 하고.."




"훗... 어쩌냐??.. 나 혼자만 마셔서??..."


"아냐..괜찮아.. 나 매일 술마셔서.. 오늘은 좀 쉬어야지... 호호.."




"하하.. 그래??..."


"...이번 겨울 지나면 졸업이냐??..."




"훗....정말 지겹다........"


"나도 징글징글하다..어떻게 너는 볼때마다 대학생이니??....."




술을 한잔 두잔.. 들이키기 시작이다.


오랜만에 만나니 정말 반갑기도 하고.. 아까의 긴장이 풀리니.. 말도 많아졌다.


어느덧 반병이 비워지고.. 술이 좀 취해가기 시작이다.




[쭈우욱!!!..... 탁!!!.....]




"크하...!!..... 흐음...가끔.. 그런 생각 많이 했어.. 너 생각 날때마다...


내가 좀더.. 정신적으로 성숙해 졌을때.. 그때 널 만났어야 했는데... 후우...


동갑내기 너한테.. 정말 사랑하던 너한테.. 정신연령 딸리는 짓꺼리.. 참.. 많이도 했지????....


그때 마다.. 너 상처 많이 입고... 매일 매일.. 지나고 나서 후회하고... 후우....."




"훗..알긴 아는구나??..." 




"너를 좀 늦게 만났으면.. 좋았는데... 그랬어야 했었는데.... 후우.... 젠장...."


"호호.. 야.. 내가 늦게 만나면.. 니까짓꺼.. 뭐가 볼게 있다고..!! 만나줬긴 했겠냐??..."




"하하... 맞다.. 맞아....."


"호호호........"




그렇게 내 마음속.. 깊숙히 응어리져 있던 말을 내 뱉으니.. 속이 시원하다.


방금전까지 함께 웃었지만.. 내 말에 [이지은] 역시 동감을 하는건지.. 또다시 분위기가


우울해지고 있다.




"다음에는 동네에서 한잔 하자.. 나 혼자만 취하니까.. 쫌 그렇다..."


"..............나쁜 자식...!!!!!!!!........"




순간 나를 원망하듯 슬픈눈빛으로 바라보는 [이지은]....


느닷없이 내앞의 양주병을 낚아채더니.. 언더락스잔에 한가득.. 부어버린다..




"어??... 너.. 어쩌려고??....."


"니 혼자 술마셔서.. 쫌 그렇다며??... 같이 먹어주면 되는거 아냐???....."




"어...어????........."


"벌컥!!...벌컥!!!!...벌컥!!!!!...벌컥!!!!!!..."




[이지은]이 순간 언더락스잔에 넘치도록 채워진 양주를 입에대고 힘차게 마셔버린다.


마치... 어디선가 겪었던 데쟈뷰가 느껴진다..




그 오래전.. 홍식이 새끼한테 쳐맞고 집앞 체육공원 철구조물 꼭대기위에서


혼자.. 쇠주병 나발불다 불쑥 나타난 [이지은]...


그때 [이지은]이 내가 못한 병나발을 마셔버렸던 그 장면이다..




" 그나저나.. 이 기집애가 운전은 어쩌려고...!!!...."




[탁!!!!!....]


"후우... 후우.... 우웁!!!... 후우... 우....."




[지은]이가 급하게 들이킨 양주에.. 속이 안좋은건지.. 쏠리는 오바이트를 억지로 참아내 가며


숨을 고르고있는 상황이다.




"야.. 너.. 너.. 괜찮아...????......"


"흑!!!!!!!....... 흑흑!!!!!!!...... 으흑흑!!!!!!!!... 나..쁜..새..끼....."




나혼자 술에취해.. 가슴속 깊이 응어리졌던 내생각과 감동을 표출한것에 대한 불만이었을까??


[지은]이 역시.. 그동안 나에게 묵히고 묵혀왔던 그 모든 시커먼 응어리를 끄집어 내려 하는듯 하다.




"............후우.... 씨바...."


"이.. 개색끼야!!!!....흑흑!!!... 하와이에서.. 니가 그 호텔 노친네 손녀딸이랑 그짓한거


때문에..!!... 내가!!!... 으흑흑!!!!... 내가 니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어?????...


어?????????.....으흑흑흑!!!!!...개색기.... 으흑흑흑!!!!.. 나쁜색기......


내가 널.. 얼마나 사랑했는데.. 이 개새끼야... 어?????????......으흑흑흑!!!....."




순간... 이 여자에게 무릅이라도 꿇고 싶은.. 미안함이 느껴졌다.


난... 너무나 나쁜남자였다..




[이지은]의 찡그린 입술... 원망하듯.. 바라보는 두눈.. 


그리고 흘러내리는 굵은 눈물...




결국.. 힐튼그룹에 입김이 상당히 센 그 하와이 힐튼호텔의 일본인 경영자의 손녀딸과 나와의 


그런일로.. 심한 불쾌감을 느낀 그 노친네의 압력이 힐튼호텔 본사에 가해져 결국 제발로 걸어 나와야 


했다는 [이지은]...




자세한 얘기는 더이상 물어볼 수 조차 없는 죄인의 입장이다.




비틀거리는 [이지은]과 함께.. 라이브 까페를 걸어나온다.


이미.. 두병의 양주가 비워져 버렸다.




흐느적거리는 [이지은]을 부축해서.. 라이브 까페에서 걸어나와.. 


러브모텔로 향한다..




모텔객실...


동그란 물침대위.. [이지은]이 [철푸덕!!].. 드러눕는다.




"후우..... 개새끼... 나쁜새끼... 후우......"




술이 잔뜩 취해.. 술주정을 하며.. 침대위를 뒹굴뒹굴 하는 [이지은]..




[이지은]의 겉옷을 벗겨내고...


쇼파에 앉아 담배를 입에 물었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병맥주가 몇개 들어있다.


투명한 글라스에.. 병맥주를 따라 붓는다.




[초르르륵~.......]




"아니다... 그럴수 없다...... 절대..!!...."




맥주를 벌컥..벌컥..!!.. 마신다.


눈앞에 나 때문에 괴로워 하며 잠못이루는 [이지은]....


그리고.. 지금.. 하나씩 하나씩 굳건한 사랑의 돌탑을 쌓아가는 [정지은]... 




[정지은]의 얼굴이 순간 머리속을 스친다...




"내가.. 이제와서.. 절대 그럴수 없어.. 절대..!!!..."




"후우..!!!... 야이 개새꺄!!!!... 너 일루와!!!... 일루 와보라고..!!.... 후우....."


".................."




양주를 급하게 쳐마시더니.. 고주망태가 되어버린 [이지은]..


결국 두어번의 오바이트를 하고 새벽이 되어서야.. 깊게 잠들어 버렸다.




재미없는 성인채널을 꺼버리고.. 일어났다.


여기까지 와서.. 술취한 옛애인을 혼자 두고 갈수도 없고.. 여기서 집까지 갈 엄두도 안나고..




"까짓꺼.. 오늘은 여기서 자자...."




샤워도 하지 않고.. 옆으로 길게 누워 잠든 [이지은]의 뒤에.. 조심스레 누웠다.




조용하고 깜깜한 모텔방...


바깥으로는 자유로를 씽씽 달려나가는 차소리만 이따금씩 들려올 뿐..




그때였다..


잠든줄 알았던 [이지은]이 갈라지고 피곤한 목소리로 나즈막하게 입을 연다.




"야... 김희준.. 나.. 안아주면.. 안돼??......"


"...................."




등뒤에서 [이지은]을 살며시 껴안았다.




"희준아.. 너 서른살 되면.. 그때까지.. 너 결혼 못하면.. 내가.. 내가 너한테 시집갈꺼야.."


"....!!!!!........"




"그래도 돼???.........."


"..........그...그래....."




"으흑흑흑!!!...흑흑흑!!!......."


".............................."




[이지은]이 지친듯한 작은 흐느낌으로 울기 시작이다.


지금 [지은]이의 등으로 느껴지는 흐느낌의 떨림이.. 내 팔을 타고 내 가슴속 깊숙히 흘러들어오고 있다.


어느덧.. 그 흐느낌이 나의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지은아.... 미안해......"




"아... 이지은.... 지은이...... 이 기집애..."


너무 미안하고 고맙고.. 지금.. 아니 앞으로..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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