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야설

지은이 안녕????? - 23부

본문

2002년 9월..




저녁 11시55분...


한강....고수부지..




[정지은]의 세단이 시동이 켜진채 주차되어 있다.




내차가 그 뒤에 멈춰선다.


시동을 끄고 사이드를 있는 힘껏 당기고 차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갔다.




[정지은]이 천천히.. 운전석에서 내린다.


무척.. 슬픈 표정이다.


검은 강바람에.. 넘실대는 검은 머릿결...




언제 갈아입었는지.. 타이트한 트레이닝복...


천천히.. 뒷트렁크를 열더니 나무로 제작된 기성제 목검을 주어든다.




그리고는 아무말없이 강변으로 향한다.




"어우!!!!..... 참내..!!!.. 기가 막혀서...!!!...."




어이가 없어.. 어쩔줄 몰라하자.. 이 기집애가 천천히 뒤돌아보더니.. 내 얼굴을 바라다 본다.




"따라와......"


"우와!!!.... 씨발... 좋아!!... 가자!!!..."




인적이 드문.. 강변...


넘실대는 검은 강물로.. 드리워진.. 수양버드나무..




오래전.. [정지은]과 나란히 앉아서 데이트를 즐겼던 곳이다.




그 수양버드나무 옆... 공터에 지금.. [정지은]과 마주 서 있는 상황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어이없는 일이 나한테 일어날 줄이야...




참내.. 태어나 별에별 경험을 다 겪어본다지만.. 기집애와 결투를 벌이다니..


쪽팔리고 한심한 작태에 계속되는 실소에 어쩌지를 못하고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지고 들자면.. 저 기집애가 분명히 검도4단에 합기도4단은 맞다.


거기에다 또 뭐가 몇단이라던데.. 그거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쩌면 진짜.. 싸우다가... 조온나게 쳐맞을지도 모르는 어이없는 상황이다.




용인대 사회체육학과 졸업에.. 스포츠 레크레이션과 헬쓰트레이너.. 그리고 요가강사일을


했었고.. 바람이 들어 연예인이 되겠다며.. 그 황당하고 어이없는 3류 영화..




소설가로 나오는 잘생긴 남자새끼랑 홀딱벗고.. 뒹구는 버림받은 여자주인공 역을 맡겠다며..


나와 헤어지게 되었던... [정지은]...




[정지은]의 오른손에 들린.. 목검... 그 깔끝이 바닥을 향하고 있다.


나와 떨어진 거리는 불과 3M......




이분위기는 진짜 결투이다.


더이상 어이없는 실소도.. 기가막힌 표정도 지어지지 않는다.


정말 진지해 진다.




검은 강물과.. 어둑어둑한 밤하늘... 그리고 보름달..!!!.. 수양버들...


이 참관인들만이 고요한 강변에 있을 세기의 결투를 조용히 지켜볼 뿐이다.




[정지은]이 순간..목검을 두손으로 [척!!]... 잡는다.


그리고 칼끝을 올려... 내 목으로 향하게 세워 들며 오른발을 뒤로 빼더니.. 안정적인


검도 자세를 취하는 것이다....!!!!!!!....




"이새끼야..!!.. 너도 준비해...!!..."


"......."




순간... 고등학교 2학년때... 이과 화장실에 들이닥친 전교대빵 [차홍식]이가 떠올랐다.




그 때... 나를 패죽이려 나타난 그 저승사자와 맞닥드렸을 때...


순간적으로 내 머릿속을 어지럽게 했던 그 4지선다형의 딜레마가


또다시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죄를 지었다면.. 당근 그 죄값을 받아야 하겠지..


얼마나 내가 미웠으면.. 쟤가 지금 저럴까??...




금방이라도 스탭을 밟음과 동시에..손목의 스냅으로 저 목검으로 내 대가리를 박살내뜨릴 


태세의 [정지은]에게 나즈막히.. 입을 열었다.




"패죽여라... 그래서 니가 속시원히 나를 잊을 수만 있다면... 내가 그렇게 할께..."


"이...이개새끼이!!!!!!!...."




[정지은]이 순간적으로 내앞으로 다가오며!! 양손에 들린 그 목검이 달빛을 가른다..!!!




순간 눈을 감았다..


조용하다..


양쪽 미간끝에 기가 잔뜩 실린듯한 느낌이다.




천천히 두눈을 떳다.


[정지은]의 목검이 내 면상앞.. 5cm 앞에서 딱... 멈춰서 있다.




그리고 바닥에 놓아버리는 목검...


나에게 힘없이 기대어 안겨 흐느끼는 [정지은]...






[정지은]의 차안..


조수석을 앞으로 젖힌 뒷좌석..


미친듯.. 방아를 찧어대며.. 나의 좃대가리를 몸속 깊숙히 담그고.. 있는 힘껏..


거대한 히프를 돌려대는 [정지은]...




울먹이면서.. 처절하게.. 온몸깊숙히..나의 좃대를 머금어 버리고 있다.


[정지은]의 애액이.. 넘쳐나와... 털과 허벅지를 적시고 있다.




이 기집애가 흘린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된... [정지은]과의 뜨거운 키스..




차창은 김이서려.. 바깥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고.. 마치.. 어느 영화의 한장면처럼..


처참하게 찍혀버린.. 손바닥 자욱만이.. 나와 [정지은]의 뜨거운 섹스의 마지막을


알려주었다..




우리는 그날..그렇게 마지막 섹스를 나누었다.














그 다음날...




핸드폰이 울린다.


힘없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나야.. 지은이.."




순간 정신이 번쩍들어 침대위에 일어나 앉았다.




"... 이지은??..."


"응....."




순간.. 당황스러웠다.


심장이.. 벌컹벌컹 뛰고 있다.


하지만 일단 따질건 좀 따져야 겠다는 생각에.. 퉁명스럽게 입을 열었다.




"너.. 정지은한테 내얘기는 왜 했어??..."


"미안해.. 너 애인있는지.. 몰랐어......"




"애인 있던지 없던지.. 니가 알바 아니잖아??...."


"................."




"...왜 전화 했어??.. 이시간에.."


"...그래서.. 미안하다고..."




"그래.. 담부터.. 그러지 마라.. 흐음...."


"..........."




"저... 너... 그...."


"...말해..."




"연주가 너.. 소개팅 해줬다는 남자하고.. 어떻게.. 잘 되가냐??..."


"왜에??....."




"훗... 하하...... 아니.. 그냥..궁금해서..."


"니가 알바 아니잖아??...."




".............."


".............."




"...그냥.. 친구로서.. 잘 되가나 궁금하기도 한거지.. 머..."


"...잘 되는 중..."




"그래..지은아... 하하.. 다행이다.. 흐흐음!!!..."


"너 애인.. 또 지은이라며??...."




"핫..하하... 그게.. 참..."


"스물한살.. 진짜.. 어린나인데... 호호.. 너랑 잘 맞나봐??..."




"아니.. 만난지.. 이제 일주일 조금..지났는데.."


"일주일이건.. 일년이건.. 애인이면 애인인거지..머.... 안그래??..."




"흐음... 그렇... 겠지???...."


"그래.. 너도 잘 해봐라.. 친구로서.. 니가 잘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


"끊을께....."




"잠깐만..지은아!!.." 


라는 얘기가 목구녕으로 너머와 입안가득 머금어 있는데..


그게.. 입밖으로 나오질 못하고 있다.




[딸깍!!]




"아우.....!!... 씨이발......."




지금.. 이 비련한 기분은 무엇일까??..


내인생에서 [지은]이란 이름의 여자는 절대 없을꺼라며 뒤돌아섰던 때가 일년인데..


그것도 새파란.. 영계 [지은]이를 데리고 놀고 있다라고 분명히 나를 벌레보듯 생각할 것이다.




다음날.. [임지은]과 이별을 했다.












2003년 5월....




해가 바뀌고.. 벌써 5월달이다.


그동안 회사일에만 집중을 했다.


친구들도 안만난지 오래되었다.




[정지은]이 악성루머로 고생을 좀 하는것 같다.


워낙에 연예계에서 존재감이 없어.. 다른 한편의 영화를 더 찍었고.. 그 영화 역시


흥행 대 실패작이 되었다는것 또한 그때야 알게되었다.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생기기 시작했다.


쟤가 정말 하고 싶은일... 연기자의 인생... 그 꿈이 이루어졌으면...


새삼.. 지난시절.. 내가 옆에 있었을 때.. 왜 그걸 못 도와주고.. 못마땅하게만 여겼었는지..


지나고 생각해보니.. 내 자신이 한심스럽고 바보스러웠다는 생각이 이제서야 든다..




스물아홉의 김희준..


서른살 문턱의 이십대의 마지막 인생..






[주]유피테크..




총무부 주임이 된 나는 나를 이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유민철]대리가 내심 못마땅했다.


나와 친하다고.. 나를 자기 곁에 두고자 하는 이 인간..


하지만.. 총무부 생활을 하다보니.. 그것도 내체질에 맞는것 같기도 하고.. 한가지 확실한건..


품질관리부보다는 몸이 훨씬 편하긴 하다.


하지만 업무에 대한 스트레쓰는 그전보다 더 심하다.




우리 업체에 중요한 부품을 납품하기를 희망하는 여러 하도급업체 대표들이 총무부 회의실로


모여들었다.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회의테이블 주변으로 긴장한채.. 앉아있는 여섯명의 대표들..


내옆에 서있는 총무부 [최연화]씨가 펜과 종이를 한장씩 나눠준다.




"자... 여기 계신.. 여섯군데의 업체들이 어제까지 최종 제출하신 금액은 개당 1470원


이었습니다.... 공정성을 알리는 차원에서.. 여기 대외비로 전송된 입찰금액이 있으니..


열람하실분은 지금 열람하셔도 좋습니다..."


[.................]




"없으십니까???......"


[.................]




"지금.. 대표님들 각자 앞에 놓여진 용지에.. 서명을 하시고 최종 금액을 적어 내어주십시요..


물론 1470원 이하로 적어내실 필요는 없습니다.."


[에헴....흐음.......]




여러 하도급 업체 대표들이 눈치를 보며... 자기앞에 놓여진 용지에.. 최종 입찰금액을


적어내고.. 한숨을 쉬며 사인을 한다..




"최연화씨..."


"네에......."




[최연화]씨가 입찰금액이 적힌 용지를 걷어온다.


여러 하도급 업체 대표들이 잔뜩.. 긴장한채.. 안절부절 못하며 나에게 시선을 보내온다.




내손에 들어온 입찰금액들....




"흐음... 지금 호명하는 업체 대표님께서는 다음기회에 저희 유피테크의 제품생산에 


참여하여 주시기 바라며.. 조용히 뒷문으로 퇴장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세진정밀.. 유한공영.. 한세기업.. 영진테크.."




네명의 업체 대표들이.. 어깨가 축쳐진채.. 힘없이 일어나 억지웃음으로 가볍게 인사를 하고


뒷문으로 나가버린다.




가슴이 쓸려내리는듯...씁쓸하기만 하다.. 


이 말도 안돼는 납품단가에...


그 단가 아래로.. 다들 적어서 냈는데도.. 이렇듯..어쩔수 없이 탈락자들이 있다는 현실도..


이 나라 꼴도... 지금 이 상황도...


저들에게 저승사자가 된.. 나도..!!...




저들의 쳐진 어깨.. 그위에 보이지 않는 저들의 직원들.. 그리고 저들의 가족과 그 직원들의


가족들... 그 생계... 그 무게가 지금 저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다.




"네... 여기 앉아계신.. 두 업체 대표님... 원진산업정밀과 대보정밀 대표님이시죠??..."


"네에...."


"넵......"




"..이 두 업체중.. 최하 납품 금액이.. 1393원입니다... 뭐.. 필요하시다면..열람하셔도


좋습니다.."


"흐음....."


"........."




"최연화씨??...."


"네에..."




[최연화]씨가 다시 이들에게 입찰용지와 펜을 나눠준다.












그날밤..


홍대앞..




2층의 까페에서 맥주병을 기울이며 [유민철]대리를 기다리고 있다.


차창아래.. 내려다 보이는 공사중인 패밀리 레스토랑....


공사가 안끝났는지.. 이시간까지.. 야간공사를 하고 있는듯 하다.




"엇???? 다비드????....."


간판불을 켰다껐다.. 테스트를 하면서 번뜩이는 글씨를 읽어보니.. 다비드였다.




"훗... 이지은.. 홍대앞에도 레스토랑을 차리는 구나..."




한달전.. 이곳에서 우연히 [이지은]을 보았다.


반가워서 인사나 할까.. 하다가.. 누군가와 함께..다정하게 한참을 전화통화 하는것 같아..


그냥.. 뒤에서 서성이다 말았었다.


그때.. 이 기집애가 여길 왜 왔나.. 했었는데.. 저 분점때문에 온거였나 보다.






잠시후... [유민철]대리가 묵직한 가방을 들고.. 씩씩하게 들이닥친다.




"여어... 김주임!!.... 많이 기다렸어??..."


"아니??...이제야 막 왔지...머..."




어느덧.. 머리를 길게 길러.. 한쪽 눈을 가리다시피..덮은 덥수룩한 머릿결..


또렷한 이목구비의 잘생긴 서른살.. 남자 [유민철]..


언제나 자유분방하고.. 프리한 스타일의 우리업체 대표의 외동아들인 [유민철]은 


나와는 친한 형동생 지간이 되어 버렸다.




"오늘 업체선정한거 누가 됐냐??..."


"아까.. 결재 올려놨잖아...형 그거 안봤어???..."




"에효..보면 뭐하냐?? 나머지 업체들 생각하면.. 가슴만 아프지..."


"치이.... 형이 왠일??.... 자.. 한잔 받고....."




"대보 됐냐??....."


"아니.. 원진이 됐어...1원 차이로...."




"쯧쯧..그렇군..대보대표..박사장..그사람 하나밖에 없는 외동딸이..골수암으로 병원비가 없어..


수술조차 어렵다던데..."


"아..진짜.... 술맛 떨어지게...!!....."




"큭...크크!!!... 짜식..!!!... 농담이야...임마..!!..."


"아..형은 진짜.. 에이........"




[유민철]대리와 술병을 부딫히며.. 맥주를 마시기 시작이다.


그때였다...




차창밖... 다비드 레스토랑 공사현장앞에.. 눈에 익은 여자가 서성거린다.




"어????...... 이지은??...."




나의 시선을 의식한 [유민철]대리가 차창밖으로 나의 시선이 닿는곳을 바라본다.




"새끼.. 또 여자구경하냐??.... 이야아.. 저여자 죽이네에...."


"훗.... 아는 친구야..."




"그래???..... 그럼..오라그래봐..???...."


"됐어... 뭘 오라그래... 그냥 우리끼리 한잔해.. 쟤 바쁜애야...저거 레스토랑 사장이야...."




"야.. 쟤 너 친구 진짜 맞냐???...."


"응....."




"에이... 니같은 놈이 저런 친구가 있어??....."


"아니.. 이 형은 사람을 도대체 뭘로 보고???...."




"하여간.. 희준이.. 거짓말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이런.... 이씨이... 형!!.. 맞으면 어쩔래??.. 어??....."




"맞으면..내가 오늘 술값 몽땅 쏘지..머...."


"진짜지???... 알았어..!!....."




차창밖을 내려다 보며 [이지은]에게 전화를 건다..


[이지은]이 사람들과 얘기를 주고 받다가.. 코트안에 손을 넣어 전화기를 끄집어 내어..


전화를 받는다.




이를 함께 지켜보는 [유민철]대리가 두눈이 휘동그레해지면서.. 차창밖 [이지은]과


나를 번갈아 보기 시작이다.




"네.. 이지은입니다..."


"흐음.. 하하.. 나야.. 지은아... 희준이.."




"호호... 오랜만이네???.. 어쩐일이야?? 니가??..."


"아니.. 너 안바쁘면.. 얼굴이라도 보려구 전화했지..."




"지금????......."


"너..지금 바쁘지???...."




"아냐..괜찮아.. 시간 낼수 있어.."


"아냐.. 바빠보이는데 뭐... 나중에 전화할께...."




"......희준아..."


"..그래..끊어..."




[딸깍..!!..]




전화를 끊었다.


차창밖으로.. 끊긴 전화기를 들고 어이없어 하는 [이지은]이가 보인다.




"거봐.. 형.. 내말 맞지????... 형 오늘 주우겄어..!!... 내일아침까지 달릴꺼니까..."


"이햐!!!... 희준이..!!... 브라보!!!..." 


[짝짝짝....]




"야.. 희준아.. 근데.. 니 친구분.. 어??? 어디갔어???.... 안보이네??...."


"....걔.. 왜???....."




"흐음... 그친구는 애인있냐??...."


"많겠지... 없겠냐???... 돈도 많은 앤데..."




그때였다..




느닷없이 까페로 들이닥친.. [이지은]..


잔뜩.. 미소를 머금고..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핫.. 지은아.. 여긴 어떻게???...."


"으이구!!.... 참내.. 기가막혀서.. 딱보니까.. 통창에 니 보이더라...!!..."




"핫..... 아... 안녕하세요???????....."


"아..네에..."




"희준아!!!.. 뭐하냐??? 친구분 오셨는데.. 자리도 안마련하고...."


"너 시간 괜찮아????...."


"으응......"




"그래.. 이쪽으로 와.."


"....호호... 만나서 반가워요.... 희준이 친구 이지은이라고 합니다..."




"핫!!.... 네엡!!!... 저.. 김희준 주임.. 직장상사 유민철 대리입니다..!!!....하하..."


"호호.... 희준이 직장상사면.. 제가 잘보여야 겠네요..."




"핫!!... 별말씀을.... 핫... 하하... 하하하하......"


"................"




내옆에 앉은 [이지은]에게 강한 호감을 보이는 [유민철]대리..


여자라면.. 이쁜여자든.. 못생긴 여자든.. 신경을 쓰지 않는 [유민철]대리가..


내옆.. [이지은]에게는 말조차 못할 정도로... 잔뜩 긴장을 하며... 어쩔줄 몰라하고 있다.




"희준!!... 진짜 오랜만이다....."


"그래.. 지은아...."




"왜.. 애들 만날때.. 안와???.... 저번에는 전화도 안받고..."


"그래???..... 하하.. 일이 좀 바빴어..."




"아니..!!!... 일바쁘다니!!.. 정시에 칼퇴근 하는 김주임..!!...저... 아름다운 친구님..


김주임은요... 정시에 무조건 칼입니다...."


"호호.... 네에...."




나와 [이지은]의 대화에 끼려는 [유민철]대리..


여지껏.. 여자앞에서 이런적이 없었는데.. 진짜 [이지은]을 보고 첫눈에 반한 사람 같아 보였다.




[이지은]이 나의 앞머리에 손을 뻗는다.


순간 움찔.. 거렸다.




"이게 모니?? 칠칠맞게....."


"하하....."




온풍기에 날린 마른안주 부스러기를 내 앞머리결에서 집어주는 [이지은]....


[유민철]대리의 애절한 눈빛이 부담스러운지.. 나에게 오버액션을 취해주고.. 자리에서 일어나려


한다..




"나는 그럼.. 체인점 공사 마무리 때문에.. 시공업체 사람들하고 얘기 해야 하니까..


이따.. 전화해??... 알았지??...."


"하하...그래..."




"아..아니.. 저.. 아름다운 친구님.. 벌써 일어나시게요????...."


"호호호... 네에.. 대리님.. 다음에 또 뵈어요... 오늘 잼있어요..."




"핫... 하하... 아니..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희준아.. 갈께..."




"그래..."




길다란 베이지색 코트차림에.. 어느덧.. 길다란 염색 머리칼의 [이지은]...


그렇게.. 나에게 밝은 웃음을 띄여주며.. 돌아서 나가버렸다.




[유민철]대리가 나의 두손을 맞잡는다.




"동생!!!....."


"왜에?????..."




"나.. 심장마비로 죽는줄 알았어....!!!...."


"형.. 이쁜 여자 싫어하지 않았어???......."




"저분은.. 이쁘면서.. 아름답잖아...!!...... 이쁘기만 한것들과는 차원이 틀려..!!!..."


"쟤 남자 있어......"




"그건 중요치 않아!!!....동생!!!!.... 이지은씨는..!!... 나의 베어트리체야!!!!...."


"베아트리체???... 풋!!......"






그날.. [유민철]대리가 술자리를 옮기고 나서도 꽤 귀찮게 졸라댔다.




그리고 다음날...


회사에서 만난 [유민철]대리..




"김주임님!!!....."




여전히 불쌍한 눈빛과 표정을 지어보이며.. 나를 귀찮게 하는 [유민철]대리...




"아..형.. 진짜..!!!.... 자꾸... 왜이래???...."


"김형!!!!......."




"하하... 안욱겨... 저리가...."


"제발 부탁이다...희준아.. 어?????....."




"아후우....."


"응??????????......"




"아..진짜...."


"제발.. 플리즈.....제발!!....."






진짜.. 돌아버리겠다.


안그래도 친한 형이라.. 매몰차게 거절하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소개팅???.... 내가 이지은을?????...."




정말 생각도 못해본 일이다.




[유민철]대리..


착하고 괜찮은 조건의 남자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내마음속 씁쓸한 천사같은 [이지은]을 생각하면.. 쉽게 소개팅을 해줄수는 없는


입장이다.




그래서 어렵게 결정을 했다.




"강남역.. 다비드 레스토랑 거기가 본사거든... 주로 거기 있으니까.. 가봐..


내가 더이상 어떻게 해줄수 있는 입장은 아니야... 여기까지야..."


"희준!!!!!..... 너는 나의 영웅이야!!!!!.........우와아!!!!!......."




기뻐 날뛰는 [유민철]대리...


마치.. 천진난만한 어린애처럼.. 좋아 신이나 뛰어다닌다..




하지만 콧대높은 [이지은]이.. [유민철]대리가 접근한다 해서.. 쉽게 넘어갈 여자는


절대 아니다.




물론.. 한편으로 생각하면... [유민철]대리처럼.. 잘생기고.. 착하고.. 성실하고.. 학벌좋고


또 장차..잘나가는 이 회사의 후계자나 마찬가지인데..이렇게나 조건 좋은 남자가 어딨겠냐만은..


왠지... 아직도.. 걔를 그리워하는 내 마음속.. 쪼가리 때문에.. 둘의 사이에 적극적으로


다리를 놓아주지 못하는 처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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